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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ự Trở Lại Của Một Thần Tượng Đã Mất Đi Lý Tưởng Ban Đầu RAW - C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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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78화(78/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78화
재료 손질을 맡은 3번 타자, 류재희는 생뚱맞은 재료를 발견하고는 실곤약을 들어 올렸다.
“분명 레시피에는 곤약을 가래떡 모양으로 썰라고 나와 있는데 왜 뜬금없는 실곤약이죠?”
재료 담당을 기억해 낸 류재희는 곧 납득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도빈이 형이 어김없이 ‘김도빈’ 했군요. 요리 담당인 이든이 형이 상당히 귀찮아지겠는데요. 이건 주요 재료가 바뀐 꼴이라.”
양배추와 대파를 썰고 어묵도 적당한 크기로 자른 류재희가 당근을 향해 손을 뻗었다.
표면에 흙이 묻은 당근을 박박 씻은 그는 도마에 당근을 내려놓고 빤히 바라보았다.
“그냥 이대로 썰어도 되나? 아니면 껍질? 표면을 벗겨야 하나? 레시피에는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르라고만 쓰여 있어서…… 당근 손질 한 번도 안 해 봤는데.”
각오를 한 얼굴로 식칼을 다시 든 류재희는 당근 껍질을 벗겨 내지 않은 채 그대로 썰었다. 이게 바로 2차 비극이었다.
류재희는 두툼하게 썬 재료들을 한 접시에 예쁘게 놓고선 곧바로 다음 타자를 소환했다.
“드디어 제 차례네요. 요리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전에 레시피 안 보고 재료로만 짐작해 보겠습니다.”
요리를 맡은 4번 타자, 반팔티에 후드집업을 걸친 채 후드집업 주머니에 손을 꽂고 어슬렁어슬렁 부엌으로 걸어 나온 윤이든이 접시에 놓인, 류재희가 다듬은 재료를 슬쩍 보고 말했다.
“뭐야? 월남쌈? 아니, 그러기에는 라이스페이퍼가 없는데. 카레인가? 식혜캔은 또 뭐야? 요리하다가 목마르면 마시라고 사 온 건가? 도빈이가 웬일로 철들었네요.”
레시피 종이를 확인한 윤이든이 툴툴거렸다.
“그럼 그렇지. 마시라고 사 온 게 아니라 요리 재료였구먼. 그리고 예현 형은 센스가 없어요. 아니, 제 특기가 회오리오믈렛이면 회오리오믈렛을 올린 오므라이스 이런 것도 있는데 굳이 곤약떡볶이.”
윤이든이 투덜거리며 길고 자세하게 쓰여 있는 레시피를 쭉 훑었다.
“일단 어렵지는 않아 보이는데…… 이걸 먹어야 할 하준이를 위해서 최선을 다해 요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엉성하게 손질된 재료들을 툭툭 건드리며 그가 말을 이었다.
“그런데 결과물은 장담 못 해요. 이미 준이한테 소화제 사다 줬습니다. 혹시 몰라서.”
윤이든은 자신의 요리 실력에 있어서 그 누구보다 객관적이었다.
“그런데 예현이 형이 이미 선수 쳐서 사다 줬더라고요. 준이가 대체 뭘 먹이려고 하기에 소화제를 두 명이나 사다 바치냐고 걱정하던데, 차마 걱정하지 말라는 말은 못 해 주겠고.”
멋쩍게 웃고는 실곤약 한 가닥을 들어 올린 그가 눈을 가늘게 뜨며 중얼거렸다.
“이거 맞아? 이걸로 만들면 떡볶이가 아니라 라볶이 아닌가.”
다시 레시피를 훑은 그가 어깨를 으쓱했다.
“레시피랑 다른데. 도빈이가 사 오라는 곤약이 안 보인다고 곤약이라 써진 아무거나 집어 온 모양이네요.”
정답에 가까운 추론을 하며 그가 실곤약을 혹시 끊어질세라 조심스럽게 접시에 내려놓았다.
“벌써부터 망삘이…….”
메인 재료부터 달라졌으니 레시피가 과연 얼마나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식혜 캔을 들어 올려 열심히 흔들다가, 채로 식혜의 밥알을 거르라는 문장 밑의 두터운 밑줄과 그 옆에 그려진 수많은 별을 본 윤이든은 혀를 차며 체를 찾아 나섰다.
“준ㅇ…… 아, 맞다. 소통 불가지.”
습관처럼 견하준을 부르려던 윤이든은 규칙을 생각해 내고 멈칫했다.
“채가 없는데. 어디 있지? 진짜 없는데.”
그는 부엌 이곳저곳을 뒤적거리다가 체를 찾는 걸 포기했다.
물론 레브 숙소의 부엌에는 체가 없었다.
냉장고 속 재료는 살폈지만, 조리기구는 살피지 못한 서예현의 패착이었다.
“처음부터 난관에 봉착했네요. 하…… 제가 왜 이걸 흔들었을까요.”
신나게 흔들어 제낀 식혜 캔을 착잡한 눈으로 보던 윤이든이 한숨을 푹푹 내쉬며 캔을 땄다.
“일단 조심히 따르고 건더기를 건져 내는 거로.”
조심스럽게 식혜를 냄비에 붓자마자 음료와 함께 주르륵 쏟아져 나오는 밥알에 그는 헛웃음을 흘렸다.
“그냥 설탕 넣으면 편했을 텐데 왜 굳이 식혜를 재료로 한 레시피를 골랐을까.”
숟가락으로 밥알을 일일이 골라내며 윤이든이 한탄했다.
건더기를 힘겹게 모두 건져 내고, 맑은 국물만 남자 그는 다시 레시피 종이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여기에 물을 200ml 넣어 주고 고추장, 고춧가루, 간장 한 스푼씩 넣고 나머지 재료들을 모두 넣은 후에 팔팔 끓여 준다.”
물을 붓고 숟가락으로 양념 재료를 넣은 윤이든은 망설임 없이 접시 위의 다져진 재료들을 냄비 안에 쏟아부었다.
“몇 분 끓어야 해? 어라? 단, 곤약은 식초를 넣은 물에 먼저 3분간 데치고 찬물에 헹구어 넣을 것…….”
허탈한 눈으로 물에 이미 입수한 실곤약을 휙 돌아본 윤이든이 다시 레시피 종이의 문장을 읽으며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이걸 먼저 써 놨어야지.”
자연스럽게 서예현의 탓으로 돌렸지만 따지고 보면 레시피를 먼저 정독하지 않은 윤이든의 잘못이 90%였다.
“다시 건져도 되나……? 아니, 그런데 이건 실곤약이고 레시피는 그냥 곤약인데?”
이미 빨간 국물 안에서 흐느적거리는 실곤약을 내려다보던 윤이든은 슬쩍 냄비 뚜껑을 닫았다.
“어쩔 수 없죠. 실곤약이니까 데치지 않아도 빨리 익을 겁니다.”
3차 비극이었다.
“건더기가 하나도 안 익었네. 막내가 양배추를 너무 크게 썰어 놨어요. 당근도 너무 두껍게 썰어 놨고. 야채를 먼저 끓이고 어묵이랑 곤약을 넣었어야 했는데.”
국물이 끓는 소리에 냄비 뚜껑을 열어 숟가락으로 국물을 뒤적거린 윤이든이 볼을 긁적이며 말했다.
“원래 떡볶이 국물은 좀 진득하지 않나? 이건 왜 이렇게 찰랑거리지? 얼마나 더 끓여야 시판 떡볶이처럼 되는지를 모르겠네요.”
들고 있던 수저로 휘적휘적 국물을 젓다가 한 스푼 뜨자마자 주르륵 흘러내리는 국물에 일반적인 떡볶이를 떠올린 그가 당황했다.
계속 끓이면 그렇게 되겠거니- 하고, 불 강도를 강불로 올려 푹 끓인 결과.
“진짜 이거 맞아?”
전혀 떡볶이라고 볼 수 없는 비주얼의 무언가가 탄생했다.
여전히 국물은 진득해지지 않고 물처럼 찰랑거렸다.
비극에 비극에 비극이 겹친 결과물이었다.
더는 떡볶이라 부를 수 없는 그것을 그릇에 옮겨 담으면서도 윤이든의 표정은 계속 묘했다.
어디에서 탄내가 나나 했더니 냄비 밑에 재료들이 눌어붙어 냄비 바닥이 시커멓게 타 있었다.
최후의 양심으로 그는 싱크대 안에 냄비를 넣고 물을 가득 부어 놓았다.
“요리 끝! 시식단 나와 주세요!”
“왜 탄내가 나는 것 같지……?”
코를 찡긋거리며 견하준이 방에서 나왔다. 마지막 5번 타자, 시식단의 등장이었다.
이 단계에서부터는 드디어 서로 소통이 가능했다.
물론 이 시점에서 소통해 봤자, 망한 요리가 살아나는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내심 궁금했는지 완성된 요리를 구경하러 레브 멤버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그릇에 곱게 담긴 요리를 직관하자 침묵이 내려앉았다.
“이게…… 떡볶이……?”
서예현이 이 자리의 모두를 대변하여 감상을 내뱉었다.
멀겋고 시뻘건 국물에 둥둥 떠다니는 실곤약과 지나치게 푹 익은 건더기들.
누가 봐도 떡볶이보다는 개밥, 아니. 개한테도 못 줄 비주얼이었다.
이 요리를 완성한 장본인인 윤이든은 이미 한 손에는 물, 한 손에는 소화제 한 알을 든 채로 견하준 옆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이걸 꼭 하준이 형이 먹어야 할까요? 하준이 형은 그저 할리갈리 실력이 부족했던 것뿐인데 무슨 죄가 있다고 이런 시련을 받아야 하나요.”
“우와, 먹으면 죽을 거 같이 생겼어여.”
“도빈아, 너 때문이잖아. 네가 곤약만 똑바로 사 왔어도 이런 비주얼까지는 아니었어.”
견하준이 젓가락으로 실곤약을 집자마자 뚝뚝 끊어지는 꼴을 보며 윤이든이 대꾸했다.
“비주얼이 문제가 아니라…… 하…….”
숟가락을 들어 한 입 맛본 견하준이 그대로 수저를 내려놓았다.
말없이 윤이든에게서 소화제와 물컵을 받아 든 그가 소화제를 삼켰다.
“먹으면 건강에 지장이 갈 것 같아서 그만 먹겠습니다.”
견하준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제작진 역시 저 정체불명의 음식을 먹이는 건 못할 짓이라 생각했는지 오케이했다.
아무리 씻었다 한들 지저분한 껍질이 그대로 남아 있는 당근을 숟가락으로 들어 올린 견하준이 충고했다.
“재희야, 당근은 채칼로 껍질 벗기고 썰어야지.”
“넵, 다음부턴 그러겠슴다.”
지옥에서 올라온 실곤약 고추장국수를 보며 서예현이 한탄했다.
“어떻게 이 간단한 요리를 이렇게 처참하게 망칠 수가. 내가 이럴까 봐 레시피도 최대한 자세하게 적어 줬는데.”
“도빈이가 실곤약 사 와서 그래. 그리고 곤약 삶으라는 말은 앞에 써 주지 그랬어.”
“그렇게 치면 굳이 떡볶이를 떡이 아니라 곤약으로 대체한 예현이 형 잘못 아니에요?”
“아니, 재희가 재료를 좀 더 작게 썰었다면 이 꼴까지는 안 났을 거 같은데.”
“저는 당근 빼고 다 잘했거든요? 이 요리에 제 지분은 100중 10이거든요?”
그들은 이 처참한 실패를 서로의 책임으로 미루기 시작했다. 눈물 나는 팀워크였다.
제대로 된 음식을 먹지도 못하고 설거지만 하게 된 견하준이 제일 손해라는 건 아무도 부정할 수 없었다.
* * *
“일단 제 앞 순서 모두가 잘못을 저질렀긴 했지만, 누구 잘못이 제일 크냐면…… 역시 익숙한 떡볶이 두고 굳이 곤약 떡볶이를 채택해서 요리 난이도를 확 올린 예현이 형? 그냥 떡볶이였으면 이 꼴 안 났어요.”
인터뷰를 마치고 마지막 타자인 견하준을 카메라맨이 있는 김도빈의 독방에 들여보냈다.
소파에 편히 기대어 앉아 깊은숨을 내뱉었다.
“아무래도 리얼리티 첫 회의 때 콘텐츠를 잘못 정한 거 같다. 바다에, 요리에…….”
“바다는 진짜 인정이요.”
“요리도 인정하자. 저게 뭐냐, 저게. 지옥에서 올라온 떡볶이도 아니고.”
서예현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팬 80,000명 달성!]
[보상: 초심도 +10, 아이템 선택권]
자잘하게 깎였던 초심도가 다시 회복되며 안정권인 80점대에 안착했다.
팬 수가 7만을 찍은 지 오래되지도 않은 것 같은데 벌써 8만 대라니, 아직 컴백도 안 했는데 무슨 이슈라도 있었나 싶었다.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초심 되찾기 프로젝트!]
[필수 조건- 3만 명의 팬들을 실망시킨 당신, 3천만 명의 팬들을 기쁘게 만들어라!(88,401/30,000,000)]
지금 보니 기쁘게 만든 팬 수와 달성한 팬 수가 달랐다.
탈덕하거나 가볍게 좋아했다가 그만둔 팬들의 수 역시 카운트되는 모양이었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견하준이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자마자 류재희가 득달같이 물었다.
“형, 대체 맛이 어땠길래 표정 관리도 못 하시고 한 입 먹고 바로 내려놨어요?”
“한 입 먹는 순간 내일 병원에서 눈 뜰 수도 있겠다는 위기감이 몰려왔어.”
그 말에 모두의 시선이 요리를 맡은 내게로 향했다.
“나는 진짜 레시피대로 재료 넣고 끓이기밖에 안 했는데?”
나름 FM대로 한 나는 정말로 억울했다. 이건 다 앞 순서 놈들이 제대로 일 처리를 하지 않아서라니까?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78화(78/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78화

재료 손질을 맡은 3번 타자, 류재희는 생뚱맞은 재료를 발견하고는 실곤약을 들어 올렸다.

“분명 레시피에는 곤약을 가래떡 모양으로 썰라고 나와 있는데 왜 뜬금없는 실곤약이죠?”

재료 담당을 기억해 낸 류재희는 곧 납득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도빈이 형이 어김없이 ‘김도빈’ 했군요. 요리 담당인 이든이 형이 상당히 귀찮아지겠는데요. 이건 주요 재료가 바뀐 꼴이라.”

양배추와 대파를 썰고 어묵도 적당한 크기로 자른 류재희가 당근을 향해 손을 뻗었다.

표면에 흙이 묻은 당근을 박박 씻은 그는 도마에 당근을 내려놓고 빤히 바라보았다.

“그냥 이대로 썰어도 되나? 아니면 껍질? 표면을 벗겨야 하나? 레시피에는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르라고만 쓰여 있어서…… 당근 손질 한 번도 안 해 봤는데.”

각오를 한 얼굴로 식칼을 다시 든 류재희는 당근 껍질을 벗겨 내지 않은 채 그대로 썰었다. 이게 바로 2차 비극이었다.

류재희는 두툼하게 썬 재료들을 한 접시에 예쁘게 놓고선 곧바로 다음 타자를 소환했다.

“드디어 제 차례네요. 요리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전에 레시피 안 보고 재료로만 짐작해 보겠습니다.”

요리를 맡은 4번 타자, 반팔티에 후드집업을 걸친 채 후드집업 주머니에 손을 꽂고 어슬렁어슬렁 부엌으로 걸어 나온 윤이든이 접시에 놓인, 류재희가 다듬은 재료를 슬쩍 보고 말했다.

“뭐야? 월남쌈? 아니, 그러기에는 라이스페이퍼가 없는데. 카레인가? 식혜캔은 또 뭐야? 요리하다가 목마르면 마시라고 사 온 건가? 도빈이가 웬일로 철들었네요.”

레시피 종이를 확인한 윤이든이 툴툴거렸다.

“그럼 그렇지. 마시라고 사 온 게 아니라 요리 재료였구먼. 그리고 예현 형은 센스가 없어요. 아니, 제 특기가 회오리오믈렛이면 회오리오믈렛을 올린 오므라이스 이런 것도 있는데 굳이 곤약떡볶이.”

윤이든이 투덜거리며 길고 자세하게 쓰여 있는 레시피를 쭉 훑었다.

“일단 어렵지는 않아 보이는데…… 이걸 먹어야 할 하준이를 위해서 최선을 다해 요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엉성하게 손질된 재료들을 툭툭 건드리며 그가 말을 이었다.

“그런데 결과물은 장담 못 해요. 이미 준이한테 소화제 사다 줬습니다. 혹시 몰라서.”

윤이든은 자신의 요리 실력에 있어서 그 누구보다 객관적이었다.

“그런데 예현이 형이 이미 선수 쳐서 사다 줬더라고요. 준이가 대체 뭘 먹이려고 하기에 소화제를 두 명이나 사다 바치냐고 걱정하던데, 차마 걱정하지 말라는 말은 못 해 주겠고.”

멋쩍게 웃고는 실곤약 한 가닥을 들어 올린 그가 눈을 가늘게 뜨며 중얼거렸다.

“이거 맞아? 이걸로 만들면 떡볶이가 아니라 라볶이 아닌가.”

다시 레시피를 훑은 그가 어깨를 으쓱했다.

“레시피랑 다른데. 도빈이가 사 오라는 곤약이 안 보인다고 곤약이라 써진 아무거나 집어 온 모양이네요.”

정답에 가까운 추론을 하며 그가 실곤약을 혹시 끊어질세라 조심스럽게 접시에 내려놓았다.

“벌써부터 망삘이…….”

메인 재료부터 달라졌으니 레시피가 과연 얼마나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식혜 캔을 들어 올려 열심히 흔들다가, 채로 식혜의 밥알을 거르라는 문장 밑의 두터운 밑줄과 그 옆에 그려진 수많은 별을 본 윤이든은 혀를 차며 체를 찾아 나섰다.

“준ㅇ…… 아, 맞다. 소통 불가지.”

습관처럼 견하준을 부르려던 윤이든은 규칙을 생각해 내고 멈칫했다.

“채가 없는데. 어디 있지? 진짜 없는데.”

그는 부엌 이곳저곳을 뒤적거리다가 체를 찾는 걸 포기했다.

물론 레브 숙소의 부엌에는 체가 없었다.

냉장고 속 재료는 살폈지만, 조리기구는 살피지 못한 서예현의 패착이었다.

“처음부터 난관에 봉착했네요. 하…… 제가 왜 이걸 흔들었을까요.”

신나게 흔들어 제낀 식혜 캔을 착잡한 눈으로 보던 윤이든이 한숨을 푹푹 내쉬며 캔을 땄다.

“일단 조심히 따르고 건더기를 건져 내는 거로.”

조심스럽게 식혜를 냄비에 붓자마자 음료와 함께 주르륵 쏟아져 나오는 밥알에 그는 헛웃음을 흘렸다.

“그냥 설탕 넣으면 편했을 텐데 왜 굳이 식혜를 재료로 한 레시피를 골랐을까.”

숟가락으로 밥알을 일일이 골라내며 윤이든이 한탄했다.

건더기를 힘겹게 모두 건져 내고, 맑은 국물만 남자 그는 다시 레시피 종이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여기에 물을 200ml 넣어 주고 고추장, 고춧가루, 간장 한 스푼씩 넣고 나머지 재료들을 모두 넣은 후에 팔팔 끓여 준다.”

물을 붓고 숟가락으로 양념 재료를 넣은 윤이든은 망설임 없이 접시 위의 다져진 재료들을 냄비 안에 쏟아부었다.

“몇 분 끓어야 해? 어라? 단, 곤약은 식초를 넣은 물에 먼저 3분간 데치고 찬물에 헹구어 넣을 것…….”

허탈한 눈으로 물에 이미 입수한 실곤약을 휙 돌아본 윤이든이 다시 레시피 종이의 문장을 읽으며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이걸 먼저 써 놨어야지.”

자연스럽게 서예현의 탓으로 돌렸지만 따지고 보면 레시피를 먼저 정독하지 않은 윤이든의 잘못이 90%였다.

“다시 건져도 되나……? 아니, 그런데 이건 실곤약이고 레시피는 그냥 곤약인데?”

이미 빨간 국물 안에서 흐느적거리는 실곤약을 내려다보던 윤이든은 슬쩍 냄비 뚜껑을 닫았다.

“어쩔 수 없죠. 실곤약이니까 데치지 않아도 빨리 익을 겁니다.”

3차 비극이었다.

“건더기가 하나도 안 익었네. 막내가 양배추를 너무 크게 썰어 놨어요. 당근도 너무 두껍게 썰어 놨고. 야채를 먼저 끓이고 어묵이랑 곤약을 넣었어야 했는데.”

국물이 끓는 소리에 냄비 뚜껑을 열어 숟가락으로 국물을 뒤적거린 윤이든이 볼을 긁적이며 말했다.

“원래 떡볶이 국물은 좀 진득하지 않나? 이건 왜 이렇게 찰랑거리지? 얼마나 더 끓여야 시판 떡볶이처럼 되는지를 모르겠네요.”

들고 있던 수저로 휘적휘적 국물을 젓다가 한 스푼 뜨자마자 주르륵 흘러내리는 국물에 일반적인 떡볶이를 떠올린 그가 당황했다.

계속 끓이면 그렇게 되겠거니- 하고, 불 강도를 강불로 올려 푹 끓인 결과.

“진짜 이거 맞아?”

전혀 떡볶이라고 볼 수 없는 비주얼의 무언가가 탄생했다.

여전히 국물은 진득해지지 않고 물처럼 찰랑거렸다.

비극에 비극에 비극이 겹친 결과물이었다.

더는 떡볶이라 부를 수 없는 그것을 그릇에 옮겨 담으면서도 윤이든의 표정은 계속 묘했다.

어디에서 탄내가 나나 했더니 냄비 밑에 재료들이 눌어붙어 냄비 바닥이 시커멓게 타 있었다.

최후의 양심으로 그는 싱크대 안에 냄비를 넣고 물을 가득 부어 놓았다.

“요리 끝! 시식단 나와 주세요!”

“왜 탄내가 나는 것 같지……?”

코를 찡긋거리며 견하준이 방에서 나왔다. 마지막 5번 타자, 시식단의 등장이었다.

이 단계에서부터는 드디어 서로 소통이 가능했다.

물론 이 시점에서 소통해 봤자, 망한 요리가 살아나는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내심 궁금했는지 완성된 요리를 구경하러 레브 멤버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그릇에 곱게 담긴 요리를 직관하자 침묵이 내려앉았다.

“이게…… 떡볶이……?”

서예현이 이 자리의 모두를 대변하여 감상을 내뱉었다.

멀겋고 시뻘건 국물에 둥둥 떠다니는 실곤약과 지나치게 푹 익은 건더기들.

누가 봐도 떡볶이보다는 개밥, 아니. 개한테도 못 줄 비주얼이었다.

이 요리를 완성한 장본인인 윤이든은 이미 한 손에는 물, 한 손에는 소화제 한 알을 든 채로 견하준 옆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이걸 꼭 하준이 형이 먹어야 할까요? 하준이 형은 그저 할리갈리 실력이 부족했던 것뿐인데 무슨 죄가 있다고 이런 시련을 받아야 하나요.”

“우와, 먹으면 죽을 거 같이 생겼어여.”

“도빈아, 너 때문이잖아. 네가 곤약만 똑바로 사 왔어도 이런 비주얼까지는 아니었어.”

견하준이 젓가락으로 실곤약을 집자마자 뚝뚝 끊어지는 꼴을 보며 윤이든이 대꾸했다.

“비주얼이 문제가 아니라…… 하…….”

숟가락을 들어 한 입 맛본 견하준이 그대로 수저를 내려놓았다.

말없이 윤이든에게서 소화제와 물컵을 받아 든 그가 소화제를 삼켰다.

“먹으면 건강에 지장이 갈 것 같아서 그만 먹겠습니다.”

견하준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제작진 역시 저 정체불명의 음식을 먹이는 건 못할 짓이라 생각했는지 오케이했다.

아무리 씻었다 한들 지저분한 껍질이 그대로 남아 있는 당근을 숟가락으로 들어 올린 견하준이 충고했다.

“재희야, 당근은 채칼로 껍질 벗기고 썰어야지.”

“넵, 다음부턴 그러겠슴다.”

지옥에서 올라온 실곤약 고추장국수를 보며 서예현이 한탄했다.

“어떻게 이 간단한 요리를 이렇게 처참하게 망칠 수가. 내가 이럴까 봐 레시피도 최대한 자세하게 적어 줬는데.”

“도빈이가 실곤약 사 와서 그래. 그리고 곤약 삶으라는 말은 앞에 써 주지 그랬어.”

“그렇게 치면 굳이 떡볶이를 떡이 아니라 곤약으로 대체한 예현이 형 잘못 아니에요?”

“아니, 재희가 재료를 좀 더 작게 썰었다면 이 꼴까지는 안 났을 거 같은데.”

“저는 당근 빼고 다 잘했거든요? 이 요리에 제 지분은 100중 10이거든요?”

그들은 이 처참한 실패를 서로의 책임으로 미루기 시작했다. 눈물 나는 팀워크였다.

제대로 된 음식을 먹지도 못하고 설거지만 하게 된 견하준이 제일 손해라는 건 아무도 부정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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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제 앞 순서 모두가 잘못을 저질렀긴 했지만, 누구 잘못이 제일 크냐면…… 역시 익숙한 떡볶이 두고 굳이 곤약 떡볶이를 채택해서 요리 난이도를 확 올린 예현이 형? 그냥 떡볶이였으면 이 꼴 안 났어요.”

인터뷰를 마치고 마지막 타자인 견하준을 카메라맨이 있는 김도빈의 독방에 들여보냈다.

소파에 편히 기대어 앉아 깊은숨을 내뱉었다.

“아무래도 리얼리티 첫 회의 때 콘텐츠를 잘못 정한 거 같다. 바다에, 요리에…….”

“바다는 진짜 인정이요.”

“요리도 인정하자. 저게 뭐냐, 저게. 지옥에서 올라온 떡볶이도 아니고.”

서예현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자잘하게 깎였던 초심도가 다시 회복되며 안정권인 80점대에 안착했다.

팬 수가 7만을 찍은 지 오래되지도 않은 것 같은데 벌써 8만 대라니, 아직 컴백도 안 했는데 무슨 이슈라도 있었나 싶었다.

지금 보니 기쁘게 만든 팬 수와 달성한 팬 수가 달랐다.

탈덕하거나 가볍게 좋아했다가 그만둔 팬들의 수 역시 카운트되는 모양이었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견하준이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자마자 류재희가 득달같이 물었다.

“형, 대체 맛이 어땠길래 표정 관리도 못 하시고 한 입 먹고 바로 내려놨어요?”

“한 입 먹는 순간 내일 병원에서 눈 뜰 수도 있겠다는 위기감이 몰려왔어.”

그 말에 모두의 시선이 요리를 맡은 내게로 향했다.

“나는 진짜 레시피대로 재료 넣고 끓이기밖에 안 했는데?”

나름 FM대로 한 나는 정말로 억울했다. 이건 다 앞 순서 놈들이 제대로 일 처리를 하지 않아서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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