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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ự Trở Lại Của Một Thần Tượng Đã Mất Đi Lý Tưởng Ban Đầu RAW - C5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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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573화(575/579)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573
화
***
첫 솔로 정규 앨범, [α-bet Ⅰ]의 활동이 끝났다.
DTB에서 내 솔로 앨범을 여러 참가자들이 샤라웃 해 준 덕분에 버즈량으로 이어지며 성적은 내 예상보다 더 좋게 마무리되었다.
[α-bet Ⅰ]이 힙합 명반 라인업에 드네 마네 하는 소리도 나오고. 이렇다 할 쟁쟁한 경쟁자가 이미 활동 끝낸 견하준의 솔로곡밖에 없었기도 한데다가 DTB 방영과 겹친 타이밍 덕도 있겠지만 주간 차트 4주 연속 1위를 달성했기도 했다.
DTB 조별 미션곡이 발매되는 그날이 두렵군. 프로듀서 대 참가자들 음원 구도로 몰아갈 게 뻔했다.
내가 이기면 ‘역시 프로듀서 못 뛰어넘는다’ 같은 소리나 들을 거고, 내가 지면 ‘윤이든이 DTB 화제에 밀림’ 소리나 듣겠지, 뭐.
그래도 회귀 전에 그렇게 바라던 온전한 나만의 음악을 세상에 선보이고 나니, 내가 이 길을 걷기 위해 포기했던 다른 길을 향한 미련이 한결 옅어졌다.
사실 그 미련은 DTB 시즌 4에 나갔을 때 절반 정도는 해소했던 터라 막 큰 감동이나 해방감 같은 게 밀려오고 그러진 않았다.
장기 프로젝트이자 가슴 속에 품고 있던 오랜 꿈이 온전히 마침표를 찍었다는 마음이 아직은 들지 않는 건, 모든 걸 쏟아붓지 않고 미래에 남겨 놓은 [α-bet Ⅱ] 때문일 것이다.
이제 내 솔로 활동이 끝났으니 류재희가 올해 마지막 레브 솔로 활동의 바통을 이어받을 차례였다.
레브 멤버 셋의 개인 활동에 신인 걸그룹까지 데뷔시켰으니 누가 보면 올해 LnL이 가요계를 장악하려고 작정한 줄 알겠다.
이런 야심 음모론까지 만들 수 있었던 소속사가 회귀 전에는 왜 이도 저도 아닌 서예현을 발굴해 낸 운 좋은 소속사로만 있었던 건지, 쯧쯧.
생각해 보니까 그 열악한 환경에서도 대표님은 운 좋다는 소리를 듣고 살긴 했구나.
“난 정말 네 솔로 활동이 걱정이 된다, 막내야.”
연습실 거울에 등을 기댄 채 한탄처럼 늘어놓은 말에 안무 연습을 마치고 생수를 들이켜던 류재희가 장난스럽게 말을 받아쳤다.
“왜요? 설마 형 곡인데 히트가 안 될까 봐요?”
원인을 자기가 아닌 다른 곳에서 먼저 찾는 모습이 그래도 나름 성장했구나 싶어서 참으로 기특했다.
“아니. 그럴 일은 없기야 하겠지만 만에 하나, 결과가 네 기대보다 안 나오면 네가 또 스스로한테서 문제를 찾으면서 네 실력에 땅굴 파고 들어갈까 봐 그러지.”
그 실력을 가지고도 자신감이라는 게 없어서 땅굴 파고 들어가던 류재희의 전적이 한두 번도 아니고.
비록 막내 라인이 말하는 이든테라피인가 뭔가와 보컬 경연 프로그램으로 류재희가 자신감을 많이 회복했다곤 하지만, 오롯이 홀로 무대에 서고 홀로 평가를 감내해야만 하는 정식 솔로 활동은 또 다르니까 말이다.
아무래도 경연 프로그램보다는 평가받는 풀이 더 넓어졌지 않은가.
“제가 곡을 탓할 거라는 선택지는 형 마음속에 없는 건가요.”
“아무래도 내 곡이잖냐. 그리고 너도 타이틀곡 딱 듣자마자 최고 인생곡이라며, 인마. 글썽거리던 그 눈물은 감동의 눈물이 아니라 악어의 눈물이었던 거냐?”
“설마요. 그건 진짜 감동의 눈물이었거든요. 저는 그렇게 바로바로 눈물을 짜낼 수 있을 정도로 연기력이 좋지 않아요. 하준이 형이면 모를까. 그리고 형 자신감은 언제 봐도 참 대단해요. 형이 슬럼프로 고생하던 게 진짜 전생 같음요.”
빈 물병을 뒤로 휙 던진 류재희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손을 뻗은 김도빈이 허공에서 물병을 낚아챘다.
“그런데 갑자기 그런 걱정을 왜 하세요?”
“그냥 사서 고민하는 거다, 왜.”
“전혀 형답지 않은데요.”
“그러게 말이다. 외동일 때는 몰랐는데 동생 생기니까 늘어나는 게 걱정밖에 없어. 그리고 너도 마음에 손을 얹고 생각해 봐라. 내가 너를 걱정 안 하게 생겼는지.”
“솔직히 맞는 말이야, 류재. 너는 너무 걱정이 많아. 휴대폰은 모니터링 용도가 아니라, 엔터테인먼트를 위한 물건이라고.”
김도빈이 끼어들어 내 말에 동조했다.
그런데 김도빈 너는 엔터테인먼트 그만 즐기고 모니터링 좀 해라. 나도 위클리 퀘스트로 주 6일 꼬박꼬박 모니터링하는데, 휴대폰을 달고 사는 놈이 말이야.
혀를 내두른 류재희가 어깨를 으쓱했다.
“사실 걱정되긴 했어요. 이쯤 되면 고질병인가 봐요. 형은 대체 이 부담감을 어떻게 이겨 낸 거예요?”
“부담감? 그런 거 없었는데? 안 돼도 ‘아, 이제 슬슬 힙합이 한물 가고 있구나-’ 이걸로 정신 승리 하려고 했지. 물론 비트 찍고 이게 안 될 거라는 생각도 사라지긴 했지만.”
“괜히 형한테 물어봤어. 하준이 형한테 물어볼걸.”
입을 댓 발 내민 류재희가 툴툴거렸다.
글쎄다, 견하준은 낙하산을 향한 복수의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하는 마음가짐으로 버티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애초에 내가 낙하산이 자기 곡도 제대로 못 부르게 A부터 Z까지 제대로 조져 놔서 부담감은 덜했을걸?
“계속 자기한테서 원인을 찾으면 어느 순간, 내가 왜 이걸 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을 만큼 지칠 때가 오더라.”
회귀 전과 회귀 후, 두 번의 슬럼프를 겪으며 깨달은 것을 바탕으로 조언을 꺼냈다.
내 슬럼프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만큼,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류재희가 조용히 나를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결과가 기대보다 안 나오더라도, 너무 네 탓만 하지 말라고 미리 충고해 주는 거야, 인마.”
“……”
“물론 잘될 거라 생각하는게 디폴트지. 우리 막내가 보란 듯이 멋있게 올해 레브 솔로 활동의 마침표를 찍어 줄 거라고 당연히 믿지.”
짝-
류재희의 등짝을 손에 힘 다 빼고 가볍게 두드렸건만, 류재희는 앓는 소리를 내며 몸을 비틀어 댔다. 짜식, 엄살은.
“그러니까 내가 말했잖아. 만에 하나라는 변수가 있을 수도 있다고. 그게 네가 못해서가 아니라, 그냥 운이 안 좋거나 타이밍이 안 맞을 수도 있는 거라고. 그러니까 그런 이유로 네가 쌓아 온 노력이나 실력을 부정할 필요는 없다는 말이야.”
류재희는 짧게 숨을 들이마시더니, 이내 장난스럽게 입꼬리를 올렸다.
“형이 그렇게까지 말해 주는데, 땅굴 파면 너무 형편없는 막내 같잖아요? 그러니까 결과 나올 때까지는 걱정 안 할게요.”
“그래, 짜샤. 레브 막내답게, 내 곡으로 첫 솔로 활동하는 놈답게 당당하게 해. 내 곡 받는 게 쉬운 줄 아냐?”
회귀 전에야 아무한테나 곡을 팔았다지만 회귀 후인 지금은 레브가 1순위이다 보니까 조건이 매우 까다로워졌다.
일단 제일 중요한 두 가지 조건 충족은 오직 회귀 전에만 가능한 거라 어떻게 할 수도 없고.
그제야 류재희의 얼굴에서 완전히 긴장이 사라지는 듯했다.
“알았어요, 형. 그러니까 이제 형도 제 걱정 말고 기대를 해요, 기대를.”
“얘가 당연한 소리를 하네. 기대가 있으니까 걱정도 있는 거 아니겠냐?”
땀에 젖은 류재희의 머리를 마구 헤집다가 김도빈을 힐긋 돌아보자 김도빈이 문워크로 쓱쓱 내게 멀어졌다.
퍼포먼스 디렉터에게 피드백을 받기 사흘 전이라 김도빈의 감독 및 도움하에 류재희는 솔로곡 안무를 연습 중이었다.
그리고 나는 김도빈을 갈구기 위해 연습실까지 따라왔다가 겸사겸사 류재희에게 격려의 말을 해 주고 있는 거고.
“쟤는 또 왜 저래?”
“제 후드티 등짝에 형 손 닦으려던 거 아니었어요?”
“수건이 있는데 내가 굳이 그러겠냐? 그건 수건 없을 때나 하는 최후의 수단이고.”
김도빈의 멀뚱한 물음에 심드렁하게 진실을 말해 주었다.
“오늘도 또 하나의 깨달음을 얻게 되었어요. 수건이 없을 때 이든이 형 옆에 가지 말자.”
“차라리 수건을 항상 구비하고 다녀라.”
투덜거리며 김도빈의 헛소리에 대꾸해 주다가 마침 김도빈도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휴식 시간이겠다, 바로 이곳에 온 소기의 목적을 달성시켰다.
무슨 소리냐. 김도빈을 갈구기 시작했다는 소리다.
“그러고 보니까 너, 악보 언제 써서 가져올래. 내가 곡을 무슨 백 곡씩 준 것도 아니고, 겨우 열 곡 줬는데 그걸 2주가 다 되도록 미루냐. 야, 그거 하루면 다 끝내겠다. 이제 나 시간도 널널하겠다, 또 즐거운 작곡 놀이 한 번 들어가?”
“형이 내건 조건을 맞추려면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요. 그렇지 않아도 저는 할 일이 매우 많은 사람이라고요. 형도 레브에서 제일 바쁜 제 일정을 들었잖아요.”
반박하는 모습이 쓸데없이 당당했다. 내가 숙제를 빙자한 이 에서 김도빈에게 요구했던 조건은 딱 하나였다.
그때랑 어느 정도 상황을 맞춰야 할 것 같아서 절대 악보를 보지 말고, 노래만 듣고 악보를 써 오라고 시켰다.
그래서 김도빈한테 준 열 곡은 회귀 전에 내가 다른 그룹에게 팔았던, 현재는 아직 미발매된 곡들이었다. 악보 따위는 내 컴퓨터를 제외하면 세상에 없다, 이 말이다.
은근히 꼼수를 잘 부리는 김도빈이라면 100% 어디 통기타 카페 같은 곳에 가입하거나 끈질긴 구글링 끝에 악보를 찾아내어 베낄 게 뻔하다.
발매된 곡들은 다음 주 정도에 견하준을 감시역으로 세워서 악보를 그리게 할 예정이었다. 내가 직접 감시하면 조건에 어긋날 수도 있으니까.
회귀 전은 김도빈이 악보를 그려서 내게 가져다준 거지, 내가 김도빈한테 악보 그리라고 뒤에서 채찍질을 하고 있지는 않았을 것 아닌가.
굳이 견하준을 감시역으로 세운 것도 꼼수 차단과 비슷한 이유였다. 서예현은 김도빈 편이니 악보를 보고 그리는 걸 눈감아 줄 게 뻔하고, 류재희는 워낙 김도빈과 친하니 뇌물을 받으면 넘어갈 수도…?
“그리고 형이 생각해도 열 곡은 너무 많지 않아요?”
김도빈이 당당하게 반박하자, 나는 팔짱을 끼고 비꼬듯 말했다.
“야, 나한테 작곡 배우는 연습생도 그 정도는 해. 걔 직접 만나서 물어볼래? 열 곡이 많은지 아닌지?”
“네! 바로 만남 주선해 주세요. 같은 문하생으로서 진지한 토의를 좀 해봐야겠어요.”
김도빈이 곧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시바, 이게 아닌데.
갑자기 폭탄 숙제를 떠맡게 된 이해원만 안타깝게 됐다. 김도빈 때문이니까 날 원망하지 말고 김도빈을 원망해라!
그렇게 얼떨결에 문하생 모임이라 쓰고 기억의 파편 채굴 모임이라 읽는 모임 약속이 잡혔다.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573화(575/579)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573

화

***

첫 솔로 정규 앨범, [α-bet Ⅰ]의 활동이 끝났다.

DTB에서 내 솔로 앨범을 여러 참가자들이 샤라웃 해 준 덕분에 버즈량으로 이어지며 성적은 내 예상보다 더 좋게 마무리되었다.

DTB 조별 미션곡이 발매되는 그날이 두렵군. 프로듀서 대 참가자들 음원 구도로 몰아갈 게 뻔했다.

내가 이기면 ‘역시 프로듀서 못 뛰어넘는다’ 같은 소리나 들을 거고, 내가 지면 ‘윤이든이 DTB 화제에 밀림’ 소리나 듣겠지, 뭐.

그래도 회귀 전에 그렇게 바라던 온전한 나만의 음악을 세상에 선보이고 나니, 내가 이 길을 걷기 위해 포기했던 다른 길을 향한 미련이 한결 옅어졌다.

사실 그 미련은 DTB 시즌 4에 나갔을 때 절반 정도는 해소했던 터라 막 큰 감동이나 해방감 같은 게 밀려오고 그러진 않았다.

장기 프로젝트이자 가슴 속에 품고 있던 오랜 꿈이 온전히 마침표를 찍었다는 마음이 아직은 들지 않는 건, 모든 걸 쏟아붓지 않고 미래에 남겨 놓은 [α-bet Ⅱ] 때문일 것이다.

이제 내 솔로 활동이 끝났으니 류재희가 올해 마지막 레브 솔로 활동의 바통을 이어받을 차례였다.

레브 멤버 셋의 개인 활동에 신인 걸그룹까지 데뷔시켰으니 누가 보면 올해 LnL이 가요계를 장악하려고 작정한 줄 알겠다.

이런 야심 음모론까지 만들 수 있었던 소속사가 회귀 전에는 왜 이도 저도 아닌 서예현을 발굴해 낸 운 좋은 소속사로만 있었던 건지, 쯧쯧.

생각해 보니까 그 열악한 환경에서도 대표님은 운 좋다는 소리를 듣고 살긴 했구나.

“난 정말 네 솔로 활동이 걱정이 된다, 막내야.”

연습실 거울에 등을 기댄 채 한탄처럼 늘어놓은 말에 안무 연습을 마치고 생수를 들이켜던 류재희가 장난스럽게 말을 받아쳤다.

“왜요? 설마 형 곡인데 히트가 안 될까 봐요?”

원인을 자기가 아닌 다른 곳에서 먼저 찾는 모습이 그래도 나름 성장했구나 싶어서 참으로 기특했다.

“아니. 그럴 일은 없기야 하겠지만 만에 하나, 결과가 네 기대보다 안 나오면 네가 또 스스로한테서 문제를 찾으면서 네 실력에 땅굴 파고 들어갈까 봐 그러지.”

그 실력을 가지고도 자신감이라는 게 없어서 땅굴 파고 들어가던 류재희의 전적이 한두 번도 아니고.

비록 막내 라인이 말하는 이든테라피인가 뭔가와 보컬 경연 프로그램으로 류재희가 자신감을 많이 회복했다곤 하지만, 오롯이 홀로 무대에 서고 홀로 평가를 감내해야만 하는 정식 솔로 활동은 또 다르니까 말이다.

아무래도 경연 프로그램보다는 평가받는 풀이 더 넓어졌지 않은가.

“제가 곡을 탓할 거라는 선택지는 형 마음속에 없는 건가요.”

“아무래도 내 곡이잖냐. 그리고 너도 타이틀곡 딱 듣자마자 최고 인생곡이라며, 인마. 글썽거리던 그 눈물은 감동의 눈물이 아니라 악어의 눈물이었던 거냐?”

“설마요. 그건 진짜 감동의 눈물이었거든요. 저는 그렇게 바로바로 눈물을 짜낼 수 있을 정도로 연기력이 좋지 않아요. 하준이 형이면 모를까. 그리고 형 자신감은 언제 봐도 참 대단해요. 형이 슬럼프로 고생하던 게 진짜 전생 같음요.”

빈 물병을 뒤로 휙 던진 류재희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손을 뻗은 김도빈이 허공에서 물병을 낚아챘다.

“그런데 갑자기 그런 걱정을 왜 하세요?”

“그냥 사서 고민하는 거다, 왜.”

“전혀 형답지 않은데요.”

“그러게 말이다. 외동일 때는 몰랐는데 동생 생기니까 늘어나는 게 걱정밖에 없어. 그리고 너도 마음에 손을 얹고 생각해 봐라. 내가 너를 걱정 안 하게 생겼는지.”

“솔직히 맞는 말이야, 류재. 너는 너무 걱정이 많아. 휴대폰은 모니터링 용도가 아니라, 엔터테인먼트를 위한 물건이라고.”

김도빈이 끼어들어 내 말에 동조했다.

그런데 김도빈 너는 엔터테인먼트 그만 즐기고 모니터링 좀 해라. 나도 위클리 퀘스트로 주 6일 꼬박꼬박 모니터링하는데, 휴대폰을 달고 사는 놈이 말이야.

혀를 내두른 류재희가 어깨를 으쓱했다.

“사실 걱정되긴 했어요. 이쯤 되면 고질병인가 봐요. 형은 대체 이 부담감을 어떻게 이겨 낸 거예요?”

“부담감? 그런 거 없었는데? 안 돼도 ‘아, 이제 슬슬 힙합이 한물 가고 있구나-’ 이걸로 정신 승리 하려고 했지. 물론 비트 찍고 이게 안 될 거라는 생각도 사라지긴 했지만.”

“괜히 형한테 물어봤어. 하준이 형한테 물어볼걸.”

입을 댓 발 내민 류재희가 툴툴거렸다.

글쎄다, 견하준은 낙하산을 향한 복수의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하는 마음가짐으로 버티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애초에 내가 낙하산이 자기 곡도 제대로 못 부르게 A부터 Z까지 제대로 조져 놔서 부담감은 덜했을걸?

“계속 자기한테서 원인을 찾으면 어느 순간, 내가 왜 이걸 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을 만큼 지칠 때가 오더라.”

회귀 전과 회귀 후, 두 번의 슬럼프를 겪으며 깨달은 것을 바탕으로 조언을 꺼냈다.

내 슬럼프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만큼,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류재희가 조용히 나를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결과가 기대보다 안 나오더라도, 너무 네 탓만 하지 말라고 미리 충고해 주는 거야, 인마.”

“……”

“물론 잘될 거라 생각하는게 디폴트지. 우리 막내가 보란 듯이 멋있게 올해 레브 솔로 활동의 마침표를 찍어 줄 거라고 당연히 믿지.”

짝-

류재희의 등짝을 손에 힘 다 빼고 가볍게 두드렸건만, 류재희는 앓는 소리를 내며 몸을 비틀어 댔다. 짜식, 엄살은.

“그러니까 내가 말했잖아. 만에 하나라는 변수가 있을 수도 있다고. 그게 네가 못해서가 아니라, 그냥 운이 안 좋거나 타이밍이 안 맞을 수도 있는 거라고. 그러니까 그런 이유로 네가 쌓아 온 노력이나 실력을 부정할 필요는 없다는 말이야.”

류재희는 짧게 숨을 들이마시더니, 이내 장난스럽게 입꼬리를 올렸다.

“형이 그렇게까지 말해 주는데, 땅굴 파면 너무 형편없는 막내 같잖아요? 그러니까 결과 나올 때까지는 걱정 안 할게요.”

“그래, 짜샤. 레브 막내답게, 내 곡으로 첫 솔로 활동하는 놈답게 당당하게 해. 내 곡 받는 게 쉬운 줄 아냐?”

회귀 전에야 아무한테나 곡을 팔았다지만 회귀 후인 지금은 레브가 1순위이다 보니까 조건이 매우 까다로워졌다.

일단 제일 중요한 두 가지 조건 충족은 오직 회귀 전에만 가능한 거라 어떻게 할 수도 없고.

그제야 류재희의 얼굴에서 완전히 긴장이 사라지는 듯했다.

“알았어요, 형. 그러니까 이제 형도 제 걱정 말고 기대를 해요, 기대를.”

“얘가 당연한 소리를 하네. 기대가 있으니까 걱정도 있는 거 아니겠냐?”

땀에 젖은 류재희의 머리를 마구 헤집다가 김도빈을 힐긋 돌아보자 김도빈이 문워크로 쓱쓱 내게 멀어졌다.

퍼포먼스 디렉터에게 피드백을 받기 사흘 전이라 김도빈의 감독 및 도움하에 류재희는 솔로곡 안무를 연습 중이었다.

그리고 나는 김도빈을 갈구기 위해 연습실까지 따라왔다가 겸사겸사 류재희에게 격려의 말을 해 주고 있는 거고.

“쟤는 또 왜 저래?”

“제 후드티 등짝에 형 손 닦으려던 거 아니었어요?”

“수건이 있는데 내가 굳이 그러겠냐? 그건 수건 없을 때나 하는 최후의 수단이고.”

김도빈의 멀뚱한 물음에 심드렁하게 진실을 말해 주었다.

“오늘도 또 하나의 깨달음을 얻게 되었어요. 수건이 없을 때 이든이 형 옆에 가지 말자.”

“차라리 수건을 항상 구비하고 다녀라.”

투덜거리며 김도빈의 헛소리에 대꾸해 주다가 마침 김도빈도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휴식 시간이겠다, 바로 이곳에 온 소기의 목적을 달성시켰다.

무슨 소리냐. 김도빈을 갈구기 시작했다는 소리다.

“그러고 보니까 너, 악보 언제 써서 가져올래. 내가 곡을 무슨 백 곡씩 준 것도 아니고, 겨우 열 곡 줬는데 그걸 2주가 다 되도록 미루냐. 야, 그거 하루면 다 끝내겠다. 이제 나 시간도 널널하겠다, 또 즐거운 작곡 놀이 한 번 들어가?”

“형이 내건 조건을 맞추려면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요. 그렇지 않아도 저는 할 일이 매우 많은 사람이라고요. 형도 레브에서 제일 바쁜 제 일정을 들었잖아요.”

반박하는 모습이 쓸데없이 당당했다. 내가 숙제를 빙자한 이 에서 김도빈에게 요구했던 조건은 딱 하나였다.

그때랑 어느 정도 상황을 맞춰야 할 것 같아서 절대 악보를 보지 말고, 노래만 듣고 악보를 써 오라고 시켰다.

그래서 김도빈한테 준 열 곡은 회귀 전에 내가 다른 그룹에게 팔았던, 현재는 아직 미발매된 곡들이었다. 악보 따위는 내 컴퓨터를 제외하면 세상에 없다, 이 말이다.

은근히 꼼수를 잘 부리는 김도빈이라면 100% 어디 통기타 카페 같은 곳에 가입하거나 끈질긴 구글링 끝에 악보를 찾아내어 베낄 게 뻔하다.

발매된 곡들은 다음 주 정도에 견하준을 감시역으로 세워서 악보를 그리게 할 예정이었다. 내가 직접 감시하면 조건에 어긋날 수도 있으니까.

회귀 전은 김도빈이 악보를 그려서 내게 가져다준 거지, 내가 김도빈한테 악보 그리라고 뒤에서 채찍질을 하고 있지는 않았을 것 아닌가.

굳이 견하준을 감시역으로 세운 것도 꼼수 차단과 비슷한 이유였다. 서예현은 김도빈 편이니 악보를 보고 그리는 걸 눈감아 줄 게 뻔하고, 류재희는 워낙 김도빈과 친하니 뇌물을 받으면 넘어갈 수도…?

“그리고 형이 생각해도 열 곡은 너무 많지 않아요?”

김도빈이 당당하게 반박하자, 나는 팔짱을 끼고 비꼬듯 말했다.

“야, 나한테 작곡 배우는 연습생도 그 정도는 해. 걔 직접 만나서 물어볼래? 열 곡이 많은지 아닌지?”

“네! 바로 만남 주선해 주세요. 같은 문하생으로서 진지한 토의를 좀 해봐야겠어요.”

김도빈이 곧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시바, 이게 아닌데.

갑자기 폭탄 숙제를 떠맡게 된 이해원만 안타깝게 됐다. 김도빈 때문이니까 날 원망하지 말고 김도빈을 원망해라!

그렇게 얼떨결에 문하생 모임이라 쓰고 기억의 파편 채굴 모임이라 읽는 모임 약속이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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