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ự Trở Lại Của Một Thần Tượng Đã Mất Đi Lý Tưởng Ban Đầu RAW - C575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572화(574/579)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572
화
“잘 들어봐, 막내야.”
기겁하는 류재희를 겨우 진정시키고 서두를 뗐다.
“먼저, 이건 우리 데이드림을 위한 거야.”
“그렇죠. 일수호랑이잠옷과 광인의 천옷으로 컨셉충들을 적극 제압한 것도 데이드림을 위해서였죠. 하지만 데이드림이 형 마지막 솔로 무대에서까지 개량 한복을 보고 싶어 할까요?”
팔짱을 끼고 어디 한번 반박해 보라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류재희의 머리를 한 대 쥐어박으려다가 말고, 한숨을 내쉬며 진지하게 말했다.
“그러지 않아도 광인의 천옷, 1호선룩 소리 듣는 개량 한복 인식을 내가 완전히 망쳤다고 누가 비난해도 내가 할 말이 없잖냐. 누가 그런 걸로 나를 까면 데이드림도 스트레스를 받을 거 아니야. 그러니까 어떻게든 수습을 해야지, 내가.”
내가 설마 막방에서 팬들 물 먹이겠다고 토요일 내내 난리 난 개량 한복을 무대 의상으로 입는다고 하겠냐.
내 모든 행동들에는 나름의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다.
그저 항상 내가 예상한 수준보다 아웃풋이 극단적으로 높아져 버려서 그렇지.
“그런데 그 개량 한복 인식을 바꿀 수가 있어? 이미 너도 개량 한복 이미지에 잡아먹혀서 1호선 광인이 되어 버렸는데?”
서예현이 지하철 내부 풍경과 합성된 내 개량 한복 착샷을 보여주며 혀를 찼다.
하필 2화 중 프로듀서석 소파에 기대듯 편하게 앉아 있는 자세 사진을 누끼 따서 지하철 좌석에다가 절묘하게 합성해 놓은 바람에 진짜 1호선 광인이라고 해도 모자람이 없었다.
대체 저건 또 무슨 맥락으로 올라온 건가 싶어 서예현의 손에서 휴대폰을 낚아채 게시글 제목과 본문을 살폈다.
제목: “이제 윤이든 보면 생각나는 건 1호선”
본문: 왜 당황했냐 그냥 뻔뻔하게 밀고 나가지
자기가 콘프로스트라고 정정하지만 않았으면 다들 가사 실수한 줄도 몰랐겠구먼
-ㅈㄴ 위화감 1도 없네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단소가 화룡점정임 윤이든 소품 선정 능력 미쳤다
저런 사진을 찾는 게 더 힘들겠다. 분명히 멀쩡한 사진이 있었는데도 서예현이 일부러 굳이 굳이 이걸 찾았다는 것에 서예현의 랩 실력을 건다.
“이건 또 어디에서 찾은 거야?”
“DTB 6 2화 윤이든 개량 한복 치니까 제일 위에 뜨더라. 나도 이런 고퀄 합성 사진인 줄은 몰랐어.”
그렇댄다. 서예현의 랩 실력은 그렇게 가 버렸다. 요즘 좀 늘고 있었는데 안타깝게 됐다.
서예현의 랩 실력이 유독 자주 삼도천을 건너는 건 기분 탓일 것이다.
“가능하던데?”
나 대신 견하준이 서예현의 의문에 대답해 주었다.
“하준아, 아무리 윤이든을 향한 믿음이 굳건해도 이건 이제 우리 그룹이 1호선 그룹이 되느냐 마냐의 기로에 놓인 아주 중요한 사안이거든. 잠깐 그 믿음을 덜어 내 보는 게 어떨까.”
“나도 아니면 아니라고 확실히 말하지. 그런데 어제 이든이가 스케치한 거 봤거든. 괜찮아 보여서 굳이 안 말렸어. 일영 누나도 오케이했고.”
LnL 소속 스타일리스트, 미감에 살고 미감에 죽는 김일영 실장님의 이름이 나오자 다들 더 의심이 깊어졌는지 이해가 아닌 반박을 해 댔다.
“일영 누나가 그걸 오케이 했다고요? 무슨 연속 두 번이나 그딴 옷을 DTB에 몰래 챙겨 가서 입었냐고 형을 잡도리한 게 아니라여?”
“우리 내우주 시절 코디 사진 보고 헛구역질하셨던 그 누님이 개량 한복 무대 의상을 오케이했다고? 모두의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코디는 쓰레기라는 신념을 가진 그 누님이?”
이 믿음이 부족한 어린양들에게, 내가 어제 그렸던 코디 스케치와 일영 누나랑 주고받았던 메시지를 증거로 보여주었다.
“와, 이게 진짜 DTB랑 같은 옷이야?”
“형이 이렇게만 입었으면 제가 엘리베이터에서 형을 앞집 영감님으로 착각할 일도 없었을 텐데, 그거 참 유감이네요.”
“지금 이건 그림이라서 그런 거 아니에요? 실착은 또 다를 수도…”
말끝을 흐리던 류재희가 갑자기 눈을 빛냈다.
“내일은 무조건 다 같이 이든이 형 따라가야 해요.”
“왜?”
“만약 이상하면 어떻게든 이든이 형 무대 올라가기 전까지 만류해야죠. 그러려면 제가 봤을 때 최소 네 명은 있어야 해요. 최소 네 명이 동시에 옆에서 쪼아야지 이든이 형이 먹금을 못 해요.”
이래서 눈치 빠른 막내는 성가시다니까. 하지만 류재희도 내가 기획한 ‘인식 바꾸기용 힙버전 개량 한복’ 무대 의상을 직접 보면 박수 칠 거라는 자신이 있어서 그냥 내버려뒀다.
아아니, 자기들이 막방 응원하러 온다는데 내가 막을 필요가 있나.
“그게 이든이 형의 기상천외 패션을 막지 못한 저희가 일수호랑이와 1호선 광인 2연속 타격을 받은 데이드림에게 드릴 수 있는 유일한 속죄 방법이에요.”
말만 들으면 아주 회귀 전 미니 2집 의상이랑 우주 전쟁 컨셉 의상 입고 방송 나간 줄 알겠네. 너희들은 기억 못 하겠지만 회귀 전 우리는 이거보다 더한 구린 의상들 입고 무대 섰어, 인마들아.
내가 이 의상들을 입는 것에 거리낌과 쪽팔림이 없는 이유도 회귀 전 온갖 구린 무대 의상으로 알게 모르게 단련된 덕분이었다.
후… 너희는 일수호랑이랑 1호선 광인이 쓰냐? 나는 이 정도면 충분히 달다.
서예현과 김도빈이 공감하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는 와중, 유일하게 심드렁한 얼굴의 견하준만이 내 심정을 대변해 주고 있었다.
“속죄까지야…”
“그러니까. 아무리 그래도 힙합 전사 견하준보다는 개량 한복이 덜 쇼크이지 않나.”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덧붙이자 견하준이 무슨 개소리를 하느냐는 듯한 얼굴로 나를 돌아보았다.
설마 너도 네가 나보다 낫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거냐.
나도 뭘 입든 네 힙합 전사 패션보다는 어울린다고 생각하고 당당하게 입고 나갔던 건데.
그렇지만 객관적으로 봐도 내가 더 낫긴 했기에, 견하준의 착각은 그거 참 유감이었다.
***
“선배님, 안녕하세요! 이번에 선배님께서 작곡해 주신 곡으로 컴백한 탑테이지입니다!”
“오, 이번 곡 잘 들었어요. 운 좋게 활동 기간 하루 겹쳤네.”
앨범을 챙겨 내 대기실로 인사를 하러 온, 오늘 으로 컴백하는 후배 그룹을 반갑게 맞이했다.
내 곡으로 컴백한 그룹이었으니 친분이 딱히 없었어도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좋은 곡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저희 지금 차트 역대 최고 순위에요.”
“아, 진짜요?”
[금지어가 감지되었습니다.]
[초심도 –1]
아야-
오랜만의 초심통이 나를 지졌다. 팬 앞에서만 금지어 발언을 안 하면 되는데 아진짜요가 금지어로 감지되었다는 건, 이 후배 그룹 멤버 중 내 팬이 있다는 소리다.
이제는 후배들 앞에서도 함부로 아진짜요 못 하겠네. 이런 젠장.
웃으며 형식상의 감사 인사와 덕담을 주고받고 있는데 막내로 추정되는 멤버가 눈을 반짝이며 조심스럽게 물어 왔다.
“선배님, 그런데 혹시 지금 입고 계시는 옷 말인데요. 이번에 DTB에서 입은 거랑 똑같은 옷이에요? 색깔은 똑같은 거 같은데 지금 좀 긴가민가해서…”
어, 그래. 그것까지 눈치챈 걸 보니까 네가 팬이구나.
“뭐가 긴가민가해요?”
“이미지가 완전 달라서요. 이전에는 엄… 생활한복이구나- 했는데 지금은 진짜 트랜디해 보여요.”
후배의 말이 끝나자마자 류재희를 향해 거 보라는 듯이 씩 웃었다.
진실을 들은 후배 그룹이 인사를 마치고 대기실을 나섰다. 문이 닫히자마자 몸을 일으켜 류재희의 앞으로 성큼 걸어가 앞섬을 풀어헤친 개량 한복 저고리를 잡고 류재희의 눈앞에서 가볍게 흔들었다.
“거봐, 내가 뭐라고 했냐. 네 눈에 쓰인 콩깍지 때문에 멋있어 보이는 게 아니라고 했지. 야, 무려 예현이 형도 인정했잖아. 저 형이 내 기분 좋으라고 입에 발린 말을 해 주는 꼴 봤어?”
다른 멤버들이 모두 ‘이건 솔직히 멋있다’며 순순히 인정하는 가운데, 류재희만 홀로 이 패션이 멋있어 보이는 건 혹시라도 내 모든 걸 따라 하고 싶은 본인의 카피캣 기질 때문이 아닐까 하며 끊임없이 자신의 안목을 의심해 댔기 때문이다.
언제는 스타일리쉬하게 입으면 유행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하더니, 막상 스타일리쉬하게 입으니까 본인 눈의 콩깍지라고 의심을 하다니.
심지어 류재희는 “이든이 형이 입만 다물면 멋있긴 해서 그걸 6년 가까이 보아온 다른 멤버들도 알게 모르게 콩깍지가 쓰여 있을 수 있다”고 발언함으로써 야유와 항의를 받았다.
멤버가 아닌 제삼자의 아주 객관적인 시선으로 이루어진 평가까지 듣고 난 후에야 류재희는 마음을 놓고 나를 쪼는 것을 포기했다.
다시 소파로 향하는 동안, 내 움직임에 따라 허리의 벨트에 매달린 묵직한 노리개가 달랑거렸다.
자기도 곡 팔아서 감사 인사를 듣고 싶다고 희망 사항을 말하던 김도빈이 문득 궁금증이 들었는지 내게 질문했다.
“그런데 형은 곡 주는 기준이 뭐예요?”
“난 딱 두 개만 봐. 1번, 관상. 2번, 예의랑 의리.”
참고로 1번을 풀이하자면, 내가 기억하는 미래까지 사고 치는 멤버가 한 명도 없는 그룹.
2번을 풀이하면, 내 장례식에 얼굴 비춘 그룹.
이상이다.
방금 그 후배 그룹은 내가 내 장례식 문상객 보고 작성한 ‘기특한 친구들 명단’에 이름을 올린 그룹이었다.
그래서 나름 신경 써서 작곡해 주긴 했는데 내 프로듀싱을 거치지 않은 결과물을 들어보니까 편곡이 좀 미스라서 아쉬웠다.
그래도 덕분에 의 순위는 아직 굳건했다.
“방송 끝나고 올릴 사진이나 찍자. 도빈이 빼고 누가 좀 찍어봐. 기왕이면 잘 나오게.”
그렇게 전신 샷을 한 20장은 찍고, 사녹을 시작하기 전에 팬들에게 인사하며 슬쩍 물었다.
“데이드림, 오늘 무대 의상 어때요?”
사방에서 들려오는 긍정적인 대답에 드디어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그리고 나름 수습해 보려 했던 내 노력의 결과는…
DTB가 또 한 번 일 냈다…개량 한복 열풍
▏ 힙합과 만난 개량 한복의 대중화
“나는 분명히 10을 계획했단 말이지. 그런데 왜 또 100이 되어 있냐?”
“형 이쯤 되면 도화살 낀 거 아니에여? 살풀이 굿 한번 해 봐요.”
“어, 그래. 굿-.”
그러니까, 난 이게 이렇게까지 유행을 탈 줄은 몰랐다. 나는 그저 적당히 인식만 바꾸려 했을 뿐인데.
진짜 왜 이래. 또 뭐가 문제였던 거야?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572화(574/579)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572

화

“잘 들어봐, 막내야.”

기겁하는 류재희를 겨우 진정시키고 서두를 뗐다.

“먼저, 이건 우리 데이드림을 위한 거야.”

“그렇죠. 일수호랑이잠옷과 광인의 천옷으로 컨셉충들을 적극 제압한 것도 데이드림을 위해서였죠. 하지만 데이드림이 형 마지막 솔로 무대에서까지 개량 한복을 보고 싶어 할까요?”

팔짱을 끼고 어디 한번 반박해 보라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류재희의 머리를 한 대 쥐어박으려다가 말고, 한숨을 내쉬며 진지하게 말했다.

“그러지 않아도 광인의 천옷, 1호선룩 소리 듣는 개량 한복 인식을 내가 완전히 망쳤다고 누가 비난해도 내가 할 말이 없잖냐. 누가 그런 걸로 나를 까면 데이드림도 스트레스를 받을 거 아니야. 그러니까 어떻게든 수습을 해야지, 내가.”

내가 설마 막방에서 팬들 물 먹이겠다고 토요일 내내 난리 난 개량 한복을 무대 의상으로 입는다고 하겠냐.

내 모든 행동들에는 나름의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다.

그저 항상 내가 예상한 수준보다 아웃풋이 극단적으로 높아져 버려서 그렇지.

“그런데 그 개량 한복 인식을 바꿀 수가 있어? 이미 너도 개량 한복 이미지에 잡아먹혀서 1호선 광인이 되어 버렸는데?”

서예현이 지하철 내부 풍경과 합성된 내 개량 한복 착샷을 보여주며 혀를 찼다.

하필 2화 중 프로듀서석 소파에 기대듯 편하게 앉아 있는 자세 사진을 누끼 따서 지하철 좌석에다가 절묘하게 합성해 놓은 바람에 진짜 1호선 광인이라고 해도 모자람이 없었다.

대체 저건 또 무슨 맥락으로 올라온 건가 싶어 서예현의 손에서 휴대폰을 낚아채 게시글 제목과 본문을 살폈다.

제목: “이제 윤이든 보면 생각나는 건 1호선”

본문: 왜 당황했냐 그냥 뻔뻔하게 밀고 나가지

자기가 콘프로스트라고 정정하지만 않았으면 다들 가사 실수한 줄도 몰랐겠구먼

-ㅈㄴ 위화감 1도 없네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단소가 화룡점정임 윤이든 소품 선정 능력 미쳤다

저런 사진을 찾는 게 더 힘들겠다. 분명히 멀쩡한 사진이 있었는데도 서예현이 일부러 굳이 굳이 이걸 찾았다는 것에 서예현의 랩 실력을 건다.

“이건 또 어디에서 찾은 거야?”

“DTB 6 2화 윤이든 개량 한복 치니까 제일 위에 뜨더라. 나도 이런 고퀄 합성 사진인 줄은 몰랐어.”

그렇댄다. 서예현의 랩 실력은 그렇게 가 버렸다. 요즘 좀 늘고 있었는데 안타깝게 됐다.

서예현의 랩 실력이 유독 자주 삼도천을 건너는 건 기분 탓일 것이다.

“가능하던데?”

나 대신 견하준이 서예현의 의문에 대답해 주었다.

“하준아, 아무리 윤이든을 향한 믿음이 굳건해도 이건 이제 우리 그룹이 1호선 그룹이 되느냐 마냐의 기로에 놓인 아주 중요한 사안이거든. 잠깐 그 믿음을 덜어 내 보는 게 어떨까.”

“나도 아니면 아니라고 확실히 말하지. 그런데 어제 이든이가 스케치한 거 봤거든. 괜찮아 보여서 굳이 안 말렸어. 일영 누나도 오케이했고.”

LnL 소속 스타일리스트, 미감에 살고 미감에 죽는 김일영 실장님의 이름이 나오자 다들 더 의심이 깊어졌는지 이해가 아닌 반박을 해 댔다.

“일영 누나가 그걸 오케이 했다고요? 무슨 연속 두 번이나 그딴 옷을 DTB에 몰래 챙겨 가서 입었냐고 형을 잡도리한 게 아니라여?”

“우리 내우주 시절 코디 사진 보고 헛구역질하셨던 그 누님이 개량 한복 무대 의상을 오케이했다고? 모두의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코디는 쓰레기라는 신념을 가진 그 누님이?”

이 믿음이 부족한 어린양들에게, 내가 어제 그렸던 코디 스케치와 일영 누나랑 주고받았던 메시지를 증거로 보여주었다.

“와, 이게 진짜 DTB랑 같은 옷이야?”

“형이 이렇게만 입었으면 제가 엘리베이터에서 형을 앞집 영감님으로 착각할 일도 없었을 텐데, 그거 참 유감이네요.”

“지금 이건 그림이라서 그런 거 아니에요? 실착은 또 다를 수도…”

말끝을 흐리던 류재희가 갑자기 눈을 빛냈다.

“내일은 무조건 다 같이 이든이 형 따라가야 해요.”

“왜?”

“만약 이상하면 어떻게든 이든이 형 무대 올라가기 전까지 만류해야죠. 그러려면 제가 봤을 때 최소 네 명은 있어야 해요. 최소 네 명이 동시에 옆에서 쪼아야지 이든이 형이 먹금을 못 해요.”

이래서 눈치 빠른 막내는 성가시다니까. 하지만 류재희도 내가 기획한 ‘인식 바꾸기용 힙버전 개량 한복’ 무대 의상을 직접 보면 박수 칠 거라는 자신이 있어서 그냥 내버려뒀다.

아아니, 자기들이 막방 응원하러 온다는데 내가 막을 필요가 있나.

“그게 이든이 형의 기상천외 패션을 막지 못한 저희가 일수호랑이와 1호선 광인 2연속 타격을 받은 데이드림에게 드릴 수 있는 유일한 속죄 방법이에요.”

말만 들으면 아주 회귀 전 미니 2집 의상이랑 우주 전쟁 컨셉 의상 입고 방송 나간 줄 알겠네. 너희들은 기억 못 하겠지만 회귀 전 우리는 이거보다 더한 구린 의상들 입고 무대 섰어, 인마들아.

내가 이 의상들을 입는 것에 거리낌과 쪽팔림이 없는 이유도 회귀 전 온갖 구린 무대 의상으로 알게 모르게 단련된 덕분이었다.

후… 너희는 일수호랑이랑 1호선 광인이 쓰냐? 나는 이 정도면 충분히 달다.

서예현과 김도빈이 공감하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는 와중, 유일하게 심드렁한 얼굴의 견하준만이 내 심정을 대변해 주고 있었다.

“속죄까지야…”

“그러니까. 아무리 그래도 힙합 전사 견하준보다는 개량 한복이 덜 쇼크이지 않나.”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덧붙이자 견하준이 무슨 개소리를 하느냐는 듯한 얼굴로 나를 돌아보았다.

설마 너도 네가 나보다 낫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거냐.

나도 뭘 입든 네 힙합 전사 패션보다는 어울린다고 생각하고 당당하게 입고 나갔던 건데.

그렇지만 객관적으로 봐도 내가 더 낫긴 했기에, 견하준의 착각은 그거 참 유감이었다.

***

“선배님, 안녕하세요! 이번에 선배님께서 작곡해 주신 곡으로 컴백한 탑테이지입니다!”

“오, 이번 곡 잘 들었어요. 운 좋게 활동 기간 하루 겹쳤네.”

앨범을 챙겨 내 대기실로 인사를 하러 온, 오늘 으로 컴백하는 후배 그룹을 반갑게 맞이했다.

내 곡으로 컴백한 그룹이었으니 친분이 딱히 없었어도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좋은 곡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저희 지금 차트 역대 최고 순위에요.”

“아, 진짜요?”

아야-

오랜만의 초심통이 나를 지졌다. 팬 앞에서만 금지어 발언을 안 하면 되는데 아진짜요가 금지어로 감지되었다는 건, 이 후배 그룹 멤버 중 내 팬이 있다는 소리다.

이제는 후배들 앞에서도 함부로 아진짜요 못 하겠네. 이런 젠장.

웃으며 형식상의 감사 인사와 덕담을 주고받고 있는데 막내로 추정되는 멤버가 눈을 반짝이며 조심스럽게 물어 왔다.

“선배님, 그런데 혹시 지금 입고 계시는 옷 말인데요. 이번에 DTB에서 입은 거랑 똑같은 옷이에요? 색깔은 똑같은 거 같은데 지금 좀 긴가민가해서…”

어, 그래. 그것까지 눈치챈 걸 보니까 네가 팬이구나.

“뭐가 긴가민가해요?”

“이미지가 완전 달라서요. 이전에는 엄… 생활한복이구나- 했는데 지금은 진짜 트랜디해 보여요.”

후배의 말이 끝나자마자 류재희를 향해 거 보라는 듯이 씩 웃었다.

진실을 들은 후배 그룹이 인사를 마치고 대기실을 나섰다. 문이 닫히자마자 몸을 일으켜 류재희의 앞으로 성큼 걸어가 앞섬을 풀어헤친 개량 한복 저고리를 잡고 류재희의 눈앞에서 가볍게 흔들었다.

“거봐, 내가 뭐라고 했냐. 네 눈에 쓰인 콩깍지 때문에 멋있어 보이는 게 아니라고 했지. 야, 무려 예현이 형도 인정했잖아. 저 형이 내 기분 좋으라고 입에 발린 말을 해 주는 꼴 봤어?”

다른 멤버들이 모두 ‘이건 솔직히 멋있다’며 순순히 인정하는 가운데, 류재희만 홀로 이 패션이 멋있어 보이는 건 혹시라도 내 모든 걸 따라 하고 싶은 본인의 카피캣 기질 때문이 아닐까 하며 끊임없이 자신의 안목을 의심해 댔기 때문이다.

언제는 스타일리쉬하게 입으면 유행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하더니, 막상 스타일리쉬하게 입으니까 본인 눈의 콩깍지라고 의심을 하다니.

심지어 류재희는 “이든이 형이 입만 다물면 멋있긴 해서 그걸 6년 가까이 보아온 다른 멤버들도 알게 모르게 콩깍지가 쓰여 있을 수 있다”고 발언함으로써 야유와 항의를 받았다.

멤버가 아닌 제삼자의 아주 객관적인 시선으로 이루어진 평가까지 듣고 난 후에야 류재희는 마음을 놓고 나를 쪼는 것을 포기했다.

다시 소파로 향하는 동안, 내 움직임에 따라 허리의 벨트에 매달린 묵직한 노리개가 달랑거렸다.

자기도 곡 팔아서 감사 인사를 듣고 싶다고 희망 사항을 말하던 김도빈이 문득 궁금증이 들었는지 내게 질문했다.

“그런데 형은 곡 주는 기준이 뭐예요?”

“난 딱 두 개만 봐. 1번, 관상. 2번, 예의랑 의리.”

참고로 1번을 풀이하자면, 내가 기억하는 미래까지 사고 치는 멤버가 한 명도 없는 그룹.

2번을 풀이하면, 내 장례식에 얼굴 비춘 그룹.

이상이다.

방금 그 후배 그룹은 내가 내 장례식 문상객 보고 작성한 ‘기특한 친구들 명단’에 이름을 올린 그룹이었다.

그래서 나름 신경 써서 작곡해 주긴 했는데 내 프로듀싱을 거치지 않은 결과물을 들어보니까 편곡이 좀 미스라서 아쉬웠다.

그래도 덕분에 의 순위는 아직 굳건했다.

“방송 끝나고 올릴 사진이나 찍자. 도빈이 빼고 누가 좀 찍어봐. 기왕이면 잘 나오게.”

그렇게 전신 샷을 한 20장은 찍고, 사녹을 시작하기 전에 팬들에게 인사하며 슬쩍 물었다.

“데이드림, 오늘 무대 의상 어때요?”

사방에서 들려오는 긍정적인 대답에 드디어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그리고 나름 수습해 보려 했던 내 노력의 결과는…

DTB가 또 한 번 일 냈다…개량 한복 열풍

▏ 힙합과 만난 개량 한복의 대중화

“나는 분명히 10을 계획했단 말이지. 그런데 왜 또 100이 되어 있냐?”

“형 이쯤 되면 도화살 낀 거 아니에여? 살풀이 굿 한번 해 봐요.”

“어, 그래. 굿-.”

그러니까, 난 이게 이렇게까지 유행을 탈 줄은 몰랐다. 나는 그저 적당히 인식만 바꾸려 했을 뿐인데.

진짜 왜 이래. 또 뭐가 문제였던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