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ự Trở Lại Của Một Thần Tượng Đã Mất Đi Lý Tưởng Ban Đầu RAW - C571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568화(570/579)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568
화
***
트트블 촬영에서 돌아온 김도빈은 이번 여행지였던 튀르키예에서 가져온 기념품들을 캐리어에서 주섬주섬 꺼냈다.
체감상 물건이 3, 먹을 것이 7이었다.
“디저트를 좋아하는 하준이 형을 위해서 제가 또 물어물어 맛있는 브랜드만 골라 사 왔죠.”
디저트를 견하준의 품 안 가득 안겨 준 김도빈이 특유의 입 모양을 하고선 뿌듯하게 웃었다.
레브에서 소문난 디저트 러버인 견하준을 위해서 김도빈은 트트블 촬영을 다녀올 때마다 해외 촬영이면 그 나라 대표 디저트를, 국내 촬영이면 그 지역 특산 디저트 같은 걸 사 왔다.
오죽하면 견하준이 서예현의 눈치가 보여서 김도빈한테 사 오는 건 좋은데 매번 사 오지 말고 약간 텀을 두는 게 어떠냐고 말할 정도였다.
참고로 견하준이 눈에 띄게 기뻐했을 때는 김도빈이 프랑스 촬영을 다녀온 때였다. 그로부터 한 일주일 동안은 김도빈이 좋아하는 반찬만 식탁에 올라왔다.
“튀르키예가 또 디저트로 유명하잖아요. 그런데 좀 달아요.”
김도빈은 유명한 초딩 입맛이었다. 우리 입맛에 더럽게 단 것도 혼자서 맛있다고 먹곤 했다.
그런 김도빈이 달다고 말할 정도면… 벌써 서예현의 얼굴에는 질색하는 기색이 걸려 있었다.
“디저트가 그 맛에 먹는 거지. 달지 않은 디저트 찾으려면 디저트를 왜 먹어.”
견하준은 잔뜩 디저트 부심을 부리며 바클라바라는 디저트를 한 입 베어 물었다.
“…….”
그리고 그대로 고장났다.
“하준이 형, 못 먹겠으면 그냥 이든이 형 줘요.”
견하준의 얼굴 앞에서 손을 두어 번 휘저은 류재희가 태연하게 말했다. 내가 잔반 처리반이냐.
“왜, 맛없어?”
“아니, 맛이 없는 건 아닌데 너무 달아서 이가 아리고 머리가 아픈 맛…?”
“대체 얼마나 단 거야?”
내 손아귀에 들어가기 전, 낚아채듯 견하준의 손에서 바클라바를 회수한 서예현이 견하준이 베어 문 곳의 반대쪽 끄트머리를 아주아주 조금 떼어 내서 입에 넣었다.
“형이 개미야? 개미 먹이만큼 먹고 맛이 느껴져?”
내 빈정거림에 서예현이 질린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느껴져. 이만큼 먹어도 단맛이 빡 느껴진다니까? 이만큼만 먹어도 단맛이 혀를 막 자극하는데 이런 걸 한 입이나 먹었으니 고장날 만도…”
나도 궁금해서 한 입 먹어 봤다.
“오우, 혈당 스파이크 오는 맛이네. 도빈아, 이건 너희 부모님 건강 생각해서라도 가져다드리지 마라.”
“헐, 남들이 먹었을 때는 그 정도예요? 트트블 형들도 이 썩는 맛, 건강 훅 가는 맛이라고 그러더라고요. 엄마 아빠 먹지 말라 하고 형한테나 먹으라고 해야겠다.”
류재희도 한 입 시식하자마자 바클라바를 내게 넘기며 아메리카노를 찾아 댔다.
동생들이란 왜 항상 못 먹을 음식을 형한테 막 넘겨 대는 걸까.
김도빈이 가져온 다른 튀르키예 대표 디저트인 로쿰은 의외로 많이 달지 않아서, 바클라바 한 입에 충격받은 견하준이 놀란 심신을 겨우 진정시킬 수 있었다.
“왜 사람들이 달지 않는 디저트를 찾아 대는지 뼈저리게 느꼈어.”
견하준이 깊은 깨달음을 얻은 듯한 얼굴로 로쿰을 목구멍 너머로 꿀꺽 삼키고 말했다.
저걸 먹고 먹어서 상대적으로 덜 달게 느껴지는 건지, 아니면 진짜 단맛이 적은지는 모르겠다.
카이막이라는 버터 비스무리한 것도 가져왔는데 이건 꿀이랑 같이 먹어야 한다니까 서예현이 펄쩍 뛰어서 시식이 무산될 뻔했다.
“나중에 갑자기 카이막이 한국 유명 프로에 소개돼서 유행할 수도 있잖아요. 그때 한국에서 야매로 만든 카이막을 먹으면서 오늘을 후회할 수도 있다고요. 아, 그때 튀르키예에서 사 온 그 원조 카이막을 한 번이라도 먹어봤어야 했는데! 이러면서.”
하지만 김도빈 특유의 논리적인 듯하면서도 논리 없는 헛소리 덕분에 우리는 무사히 카이막까지 시식을 해 볼 수 있었다.
혹시나 싶어서 김도빈한테 이번에 사 온 디저트 이름을 다 읊어 보라고 시켰지만, 아쉽게도 로쿰과 바클라바, 카이막, 기타 등등은 오디처럼 버그 키워드가 아닌 모양이었다.
하긴, 장례식에서 봤던 피도 눈물도 없어 보이던 다크모드 김도빈이 튀르키예 디저트를 바리바리 사 와서 나랑 사이좋게 나눠 먹을 리가 없지.
아니, 그렇게 치면 회귀 전 서예현이 오디를 가져와서 나랑 밥상머리에서 술안주로 먹었던 것도 말이 안 되는 일이긴 하는데.
“도빈아.”
진지하게 김도빈을 부르자 김도빈이 하나도 무서워하지 않는 얼굴로 대꾸했다.
“저는 형이 저를 그렇게 부를 때마다 무서워요. 그 뒤에 꼭 즐거운 작곡 놀이 하러 가자는 말이 붙을 것만 같다고요.”
버그로 기억을 찾으려면 그 당시의 대화와 상황을 고스란히 재현을 해야 한다.
나를 무서워하지도, 껄끄러워하지도 않는 김도빈이랑 과거 재현을 하라고? 지금의 김도빈이 다크모드 김도빈이 되는 것보다 내가 기억을 다 찾는 게 더 빠르겠다.
게다가 예전의 나는 김도빈을 도비라고 불렀다. 과거의 호칭부터 큰 장벽이었다.
아니, 시바. 김도빈이 그 별명 싫어하는 거 뻔히 아는데도 도비라고 불러 재끼면 내가 뭐가 돼.
어쩔 수 없이 회유책을 찾아 보았다.
“자, 지금부터 내가 너를 도비라고 부르고 있다고 상정을 하고 대화를 해 보자.”
“네? 저를 도비라고 부를 거라고요? 에이, 형. 제가 그 별명 싫어하는 거 알면서.”
“아니, 그러니까. 나는 너를 당연히 김도빈이라고 부를 건데, 네가 나한테 대답할 때 내가 너를 도비라고 불렀다고 상상을 하면서 대답을 해 보라고.”
“넹? 그게 대체 뭔 소리예요?”
첫 번째 시도는 김도빈의 두뇌 이슈 때문에 시도도 해 보지 못하고 끝이 났다.
말갛고 해맑은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는 김도빈을 보고 있으니, 문득 다크모드 김도빈한테도 똑같이 요구를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걔는 좀 말귀를 알아먹었으려나. 그렇다고 현재의 김도빈이 다크모드가 되는 꼴을 보고 싶다는 건 아니고.
대화로 버그 이끌어 내기는 그른 것 같고, 서예현 버그에서 본 장면에서 힌트를 얻어 과거를 재현하는 2차 시도를 해 보기로 했다.
“야, 도빈아.”
“엥, 이제부터 도비라고 부른다고 하지 않았어요?”
김도빈의 대답 덕분에 나는 나머지 셋한테 한꺼번에 천하의 쓰레기를 보는 듯한 눈빛을 받게 되었다.
“내가 언제! 알아서 네 머릿속에서 치환을 하랬지 내가 언제 너를 도비라고 부른댔냐!”
“저게 대체 무슨 소리야?”
“이든이 형이 아무래도 셀프 억까 상황과 도빈이 형한테 스트레스를 선사해 주는 상황을 동시에 만드는 게 목표 같은데요.”
서예현도 알아듣지 못하는 걸 보니 김도빈의 두뇌만 문제가 아니었나 보다. 류재희급은 되어야지 알아들을 수 있는 너무 고차원적인 요구였구나.
“오늘까지 악보 써 와라. 가사도 포함해서.”
분명 버그가 보여 준 5회차 기억 속에서의 나는 김도빈과 류재희한테도 악보를 받았다고 했다.
‘이전에 김도빈이랑 류재희도 똑같이 내 노래 코드를 들고 와서 이 곡 한번 만들어 보라더라. 딱 봐도 기억 있는 꼴들이라 어쩌려나 봤더니 겨우 그 생각밖에 못 해. 존나 실망이었지.’
그러니 2회차인지 3회차인지 4회차인지 모를 이때의 기억이라도 되살려 보자는 거다. 5회차 기억 속 대화에서 김도빈한테 악보를 받았다는 걸 유추했듯이, 이런 식으로라도 힌트를 얻을 수 있으니까.
그리고 김도빈은 내가 미션을 준 지 다섯 시간 만에 악보를 그려 왔다.
김도빈이 내게 악보를 건낼 때 잠깐 심장이 긴장감으로 인해 뛰었지만, 그 두근거림이 무색하게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때랑 다르게 악보가 너무 전문적이라서 그런가…? 그때 김도빈도 서예현처럼 손으로 썼나? 확실히 그때의 김도빈은 작곡을 배우지 않았을 텐데. 본인 특기였던 춤에 몰두했지.
아니면 그때 김도빈이 들고 온 게 올라올나가 아니라 다른 곡이라서? 그때 내가 다른 그룹에 줬던 곡들이 꽤 될 텐데.
“쉽지 않다, 쉽지 않아…”
“왜요? 분명 완벽한 악보일 텐데. 이거 틀리면 형 악보도 틀린 거예요. 형이 쓴 악보 보고 똑같이 쓴 거거든요.”
한탄하듯 앓는 소리에 김도빈이 아무렇지 않게 사실을 자진 납세했다. 어쩐지 더럽게 빨리도 그려오더라.
“야, 도빈아. 네가 보는 소설이나 만화에서 그런 건 안 나오냐? 키워드… 이걸 뭐라 하냐.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단어? 잊은 단어? 아무튼 그런 거를 찾는 법 같은 거.”
“많이 들었는데 무심코 넘긴 단어나 문장이 제일 중요한 거라는 전개가 클리셰이긴 하죠.”
“그런데 사람 불안하게 왜 그런 걸 물어보냐고 나한테 안 물어보냐. 설마 내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약간 좀 긴가 민가 해요. 그때 데뷔 초에 형을 회귀자라고 의심했다가 형이 역으로 막 저한테… 잠깐, 이 낯선 기억은 뭐지? 원찬스 때랑 비슷한 이 기시감은 뭐지?”
야, 시스템 나와! 사후 처리를 대체 어떻게 한 거야!
[시스템은 덮어쓰기에 대한 경고를 충분히 했습니다.]
[과거를 굳이 바꾸어 덮어쓰기에 혼동을 준 건 프로젝트 대상자님의 선택입니다.]
삿된 것이 내 작업실을 넘어 숙소까지 침범했다고 난리를 치는 김도빈을 보며 이마를 짚었다. 거참 기억 한 번 찾기 힘들다.
***
W카운트다운에서의 이번 활동 마지막 음방 스케줄.
“오늘 1위 공약은, 음… 앵콜 무대에서 내일 방영하는 DTB 2화 의상 스포로 가겠습니다.”
예고편에서 모자이크로 꽁꽁 가려 준 덕분에 내 2화 패션을 향한 시청자들의 궁금증은 제법 커진 상태였다.
-일수호랑이페니와이즈도 봤는데 대체 뭐가 더 놀랄 게 있다고 모자이크로 가려놓은 거임 대체
-전형적인 어그로ㅋㅋ 저래놓고 막상 까보면 별거 아닐 확률 10000%
└상대는 가슴골 셔츠 다음에 크롭티를 입고 온 윤이든임
뭐, 이런 반응들도 있고-
-1차 예선 후기는 넘쳐났는데 왜 2차 예선 후기는 보이지를 않냐ㅠㅠㅠ 또 뭐가 나올까 걱정돼 죽겠는데ㅠㅠ
-설마 Explicit 티저가 떡밥 아니었을까? 큐티-청량-섹시?
-모자이크가 나온 이상 또 마음의 준비를 할 수밖에…. 분명 이든이 심사위원으로 나오고 있는데 왜 디티비 4때보다 더 쫄리냐….
호기심과 걱정이 반반처럼 보이는 데이드림의 반응도 심심찮게 보였다.
W카운트다운은 DTB와 같은 Wnet 프로그램에다가, 방영일이 딱 하루 차이가 나기 때문에 DTB 스포에 아주 최적화된 음방이었다.
아이돌 윤이든을 받아들이지 못한 놈들의 2화 의상 궁금증은 알 바 아니었다. 너튜브에 스포 떴다고 올라오면 보든가.
1위 후보 인터뷰를 하러 온 MC가 건네준 마이크를 잡고 내가 준비해 온 1위 공약을 당당하게 말했다.
마지막 순서로 무대를 하고, 드디어 1위 발표의 시간.
“6월 셋째 주 W카운트다운 영광의 1위는…! 축하드립니다, !”
이제 몇 번을 1위 트로피를 혼자 받아 봤다고, 처음과 달리 허둥지둥하지 않고 능숙하게 한 팔에는 트로피를, 한 손에는 마이크를 잡고 수상 소감을 발표했다. 옆구리에 대충 챙겨 온 스포 의상이 무용지물이 되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나 홀로 남은 앵콜 무대 위에 서서, 한복을 현대식으로 재해석한 두루마기 코트를 어깨에 가볍게 걸쳤다.
이 정도면 DTB 의상 스포는 충분히 됐겠지?
***
-한복? 나쁘지 않은데???
-오히려 멋있는데 모자이크를 대체 왜 해 놓은 거야? 진짜 그냥 어그로용이었나보다ㅋㅋㅋ
-두루마기 코트에 용 새겨져 있는데 혹시 그 남색 모자이크가 청룡 동물잠옷이라는 뜻 아님?
-두루마기… 두루마기 휴지… 화장실… 락스… 락스타? 락스타 컨셉인가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568화(570/579)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568
화
***
트트블 촬영에서 돌아온 김도빈은 이번 여행지였던 튀르키예에서 가져온 기념품들을 캐리어에서 주섬주섬 꺼냈다.
체감상 물건이 3, 먹을 것이 7이었다.
“디저트를 좋아하는 하준이 형을 위해서 제가 또 물어물어 맛있는 브랜드만 골라 사 왔죠.”
디저트를 견하준의 품 안 가득 안겨 준 김도빈이 특유의 입 모양을 하고선 뿌듯하게 웃었다.
레브에서 소문난 디저트 러버인 견하준을 위해서 김도빈은 트트블 촬영을 다녀올 때마다 해외 촬영이면 그 나라 대표 디저트를, 국내 촬영이면 그 지역 특산 디저트 같은 걸 사 왔다.
오죽하면 견하준이 서예현의 눈치가 보여서 김도빈한테 사 오는 건 좋은데 매번 사 오지 말고 약간 텀을 두는 게 어떠냐고 말할 정도였다.
참고로 견하준이 눈에 띄게 기뻐했을 때는 김도빈이 프랑스 촬영을 다녀온 때였다. 그로부터 한 일주일 동안은 김도빈이 좋아하는 반찬만 식탁에 올라왔다.
“튀르키예가 또 디저트로 유명하잖아요. 그런데 좀 달아요.”
김도빈은 유명한 초딩 입맛이었다. 우리 입맛에 더럽게 단 것도 혼자서 맛있다고 먹곤 했다.
그런 김도빈이 달다고 말할 정도면… 벌써 서예현의 얼굴에는 질색하는 기색이 걸려 있었다.
“디저트가 그 맛에 먹는 거지. 달지 않은 디저트 찾으려면 디저트를 왜 먹어.”
견하준은 잔뜩 디저트 부심을 부리며 바클라바라는 디저트를 한 입 베어 물었다.
“…….”
그리고 그대로 고장났다.
“하준이 형, 못 먹겠으면 그냥 이든이 형 줘요.”
견하준의 얼굴 앞에서 손을 두어 번 휘저은 류재희가 태연하게 말했다. 내가 잔반 처리반이냐.
“왜, 맛없어?”
“아니, 맛이 없는 건 아닌데 너무 달아서 이가 아리고 머리가 아픈 맛…?”
“대체 얼마나 단 거야?”
내 손아귀에 들어가기 전, 낚아채듯 견하준의 손에서 바클라바를 회수한 서예현이 견하준이 베어 문 곳의 반대쪽 끄트머리를 아주아주 조금 떼어 내서 입에 넣었다.
“형이 개미야? 개미 먹이만큼 먹고 맛이 느껴져?”
내 빈정거림에 서예현이 질린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느껴져. 이만큼 먹어도 단맛이 빡 느껴진다니까? 이만큼만 먹어도 단맛이 혀를 막 자극하는데 이런 걸 한 입이나 먹었으니 고장날 만도…”
나도 궁금해서 한 입 먹어 봤다.
“오우, 혈당 스파이크 오는 맛이네. 도빈아, 이건 너희 부모님 건강 생각해서라도 가져다드리지 마라.”
“헐, 남들이 먹었을 때는 그 정도예요? 트트블 형들도 이 썩는 맛, 건강 훅 가는 맛이라고 그러더라고요. 엄마 아빠 먹지 말라 하고 형한테나 먹으라고 해야겠다.”
류재희도 한 입 시식하자마자 바클라바를 내게 넘기며 아메리카노를 찾아 댔다.
동생들이란 왜 항상 못 먹을 음식을 형한테 막 넘겨 대는 걸까.
김도빈이 가져온 다른 튀르키예 대표 디저트인 로쿰은 의외로 많이 달지 않아서, 바클라바 한 입에 충격받은 견하준이 놀란 심신을 겨우 진정시킬 수 있었다.
“왜 사람들이 달지 않는 디저트를 찾아 대는지 뼈저리게 느꼈어.”
견하준이 깊은 깨달음을 얻은 듯한 얼굴로 로쿰을 목구멍 너머로 꿀꺽 삼키고 말했다.
저걸 먹고 먹어서 상대적으로 덜 달게 느껴지는 건지, 아니면 진짜 단맛이 적은지는 모르겠다.
카이막이라는 버터 비스무리한 것도 가져왔는데 이건 꿀이랑 같이 먹어야 한다니까 서예현이 펄쩍 뛰어서 시식이 무산될 뻔했다.
“나중에 갑자기 카이막이 한국 유명 프로에 소개돼서 유행할 수도 있잖아요. 그때 한국에서 야매로 만든 카이막을 먹으면서 오늘을 후회할 수도 있다고요. 아, 그때 튀르키예에서 사 온 그 원조 카이막을 한 번이라도 먹어봤어야 했는데! 이러면서.”
하지만 김도빈 특유의 논리적인 듯하면서도 논리 없는 헛소리 덕분에 우리는 무사히 카이막까지 시식을 해 볼 수 있었다.
혹시나 싶어서 김도빈한테 이번에 사 온 디저트 이름을 다 읊어 보라고 시켰지만, 아쉽게도 로쿰과 바클라바, 카이막, 기타 등등은 오디처럼 버그 키워드가 아닌 모양이었다.
하긴, 장례식에서 봤던 피도 눈물도 없어 보이던 다크모드 김도빈이 튀르키예 디저트를 바리바리 사 와서 나랑 사이좋게 나눠 먹을 리가 없지.
아니, 그렇게 치면 회귀 전 서예현이 오디를 가져와서 나랑 밥상머리에서 술안주로 먹었던 것도 말이 안 되는 일이긴 하는데.
“도빈아.”
진지하게 김도빈을 부르자 김도빈이 하나도 무서워하지 않는 얼굴로 대꾸했다.
“저는 형이 저를 그렇게 부를 때마다 무서워요. 그 뒤에 꼭 즐거운 작곡 놀이 하러 가자는 말이 붙을 것만 같다고요.”
버그로 기억을 찾으려면 그 당시의 대화와 상황을 고스란히 재현을 해야 한다.
나를 무서워하지도, 껄끄러워하지도 않는 김도빈이랑 과거 재현을 하라고? 지금의 김도빈이 다크모드 김도빈이 되는 것보다 내가 기억을 다 찾는 게 더 빠르겠다.
게다가 예전의 나는 김도빈을 도비라고 불렀다. 과거의 호칭부터 큰 장벽이었다.
아니, 시바. 김도빈이 그 별명 싫어하는 거 뻔히 아는데도 도비라고 불러 재끼면 내가 뭐가 돼.
어쩔 수 없이 회유책을 찾아 보았다.
“자, 지금부터 내가 너를 도비라고 부르고 있다고 상정을 하고 대화를 해 보자.”
“네? 저를 도비라고 부를 거라고요? 에이, 형. 제가 그 별명 싫어하는 거 알면서.”
“아니, 그러니까. 나는 너를 당연히 김도빈이라고 부를 건데, 네가 나한테 대답할 때 내가 너를 도비라고 불렀다고 상상을 하면서 대답을 해 보라고.”
“넹? 그게 대체 뭔 소리예요?”
첫 번째 시도는 김도빈의 두뇌 이슈 때문에 시도도 해 보지 못하고 끝이 났다.
말갛고 해맑은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는 김도빈을 보고 있으니, 문득 다크모드 김도빈한테도 똑같이 요구를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걔는 좀 말귀를 알아먹었으려나. 그렇다고 현재의 김도빈이 다크모드가 되는 꼴을 보고 싶다는 건 아니고.
대화로 버그 이끌어 내기는 그른 것 같고, 서예현 버그에서 본 장면에서 힌트를 얻어 과거를 재현하는 2차 시도를 해 보기로 했다.
“야, 도빈아.”
“엥, 이제부터 도비라고 부른다고 하지 않았어요?”
김도빈의 대답 덕분에 나는 나머지 셋한테 한꺼번에 천하의 쓰레기를 보는 듯한 눈빛을 받게 되었다.
“내가 언제! 알아서 네 머릿속에서 치환을 하랬지 내가 언제 너를 도비라고 부른댔냐!”
“저게 대체 무슨 소리야?”
“이든이 형이 아무래도 셀프 억까 상황과 도빈이 형한테 스트레스를 선사해 주는 상황을 동시에 만드는 게 목표 같은데요.”
서예현도 알아듣지 못하는 걸 보니 김도빈의 두뇌만 문제가 아니었나 보다. 류재희급은 되어야지 알아들을 수 있는 너무 고차원적인 요구였구나.
“오늘까지 악보 써 와라. 가사도 포함해서.”
분명 버그가 보여 준 5회차 기억 속에서의 나는 김도빈과 류재희한테도 악보를 받았다고 했다.
‘이전에 김도빈이랑 류재희도 똑같이 내 노래 코드를 들고 와서 이 곡 한번 만들어 보라더라. 딱 봐도 기억 있는 꼴들이라 어쩌려나 봤더니 겨우 그 생각밖에 못 해. 존나 실망이었지.’
그러니 2회차인지 3회차인지 4회차인지 모를 이때의 기억이라도 되살려 보자는 거다. 5회차 기억 속 대화에서 김도빈한테 악보를 받았다는 걸 유추했듯이, 이런 식으로라도 힌트를 얻을 수 있으니까.
그리고 김도빈은 내가 미션을 준 지 다섯 시간 만에 악보를 그려 왔다.
김도빈이 내게 악보를 건낼 때 잠깐 심장이 긴장감으로 인해 뛰었지만, 그 두근거림이 무색하게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때랑 다르게 악보가 너무 전문적이라서 그런가…? 그때 김도빈도 서예현처럼 손으로 썼나? 확실히 그때의 김도빈은 작곡을 배우지 않았을 텐데. 본인 특기였던 춤에 몰두했지.
아니면 그때 김도빈이 들고 온 게 올라올나가 아니라 다른 곡이라서? 그때 내가 다른 그룹에 줬던 곡들이 꽤 될 텐데.
“쉽지 않다, 쉽지 않아…”
“왜요? 분명 완벽한 악보일 텐데. 이거 틀리면 형 악보도 틀린 거예요. 형이 쓴 악보 보고 똑같이 쓴 거거든요.”
한탄하듯 앓는 소리에 김도빈이 아무렇지 않게 사실을 자진 납세했다. 어쩐지 더럽게 빨리도 그려오더라.
“야, 도빈아. 네가 보는 소설이나 만화에서 그런 건 안 나오냐? 키워드… 이걸 뭐라 하냐.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단어? 잊은 단어? 아무튼 그런 거를 찾는 법 같은 거.”
“많이 들었는데 무심코 넘긴 단어나 문장이 제일 중요한 거라는 전개가 클리셰이긴 하죠.”
“그런데 사람 불안하게 왜 그런 걸 물어보냐고 나한테 안 물어보냐. 설마 내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약간 좀 긴가 민가 해요. 그때 데뷔 초에 형을 회귀자라고 의심했다가 형이 역으로 막 저한테… 잠깐, 이 낯선 기억은 뭐지? 원찬스 때랑 비슷한 이 기시감은 뭐지?”
야, 시스템 나와! 사후 처리를 대체 어떻게 한 거야!
삿된 것이 내 작업실을 넘어 숙소까지 침범했다고 난리를 치는 김도빈을 보며 이마를 짚었다. 거참 기억 한 번 찾기 힘들다.
***
W카운트다운에서의 이번 활동 마지막 음방 스케줄.
“오늘 1위 공약은, 음… 앵콜 무대에서 내일 방영하는 DTB 2화 의상 스포로 가겠습니다.”
예고편에서 모자이크로 꽁꽁 가려 준 덕분에 내 2화 패션을 향한 시청자들의 궁금증은 제법 커진 상태였다.
-일수호랑이페니와이즈도 봤는데 대체 뭐가 더 놀랄 게 있다고 모자이크로 가려놓은 거임 대체
-전형적인 어그로ㅋㅋ 저래놓고 막상 까보면 별거 아닐 확률 10000%
└상대는 가슴골 셔츠 다음에 크롭티를 입고 온 윤이든임
뭐, 이런 반응들도 있고-
-1차 예선 후기는 넘쳐났는데 왜 2차 예선 후기는 보이지를 않냐ㅠㅠㅠ 또 뭐가 나올까 걱정돼 죽겠는데ㅠㅠ
-설마 Explicit 티저가 떡밥 아니었을까? 큐티-청량-섹시?
-모자이크가 나온 이상 또 마음의 준비를 할 수밖에…. 분명 이든이 심사위원으로 나오고 있는데 왜 디티비 4때보다 더 쫄리냐….
호기심과 걱정이 반반처럼 보이는 데이드림의 반응도 심심찮게 보였다.
W카운트다운은 DTB와 같은 Wnet 프로그램에다가, 방영일이 딱 하루 차이가 나기 때문에 DTB 스포에 아주 최적화된 음방이었다.
아이돌 윤이든을 받아들이지 못한 놈들의 2화 의상 궁금증은 알 바 아니었다. 너튜브에 스포 떴다고 올라오면 보든가.
1위 후보 인터뷰를 하러 온 MC가 건네준 마이크를 잡고 내가 준비해 온 1위 공약을 당당하게 말했다.
마지막 순서로 무대를 하고, 드디어 1위 발표의 시간.
“6월 셋째 주 W카운트다운 영광의 1위는…! 축하드립니다, !”
이제 몇 번을 1위 트로피를 혼자 받아 봤다고, 처음과 달리 허둥지둥하지 않고 능숙하게 한 팔에는 트로피를, 한 손에는 마이크를 잡고 수상 소감을 발표했다. 옆구리에 대충 챙겨 온 스포 의상이 무용지물이 되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나 홀로 남은 앵콜 무대 위에 서서, 한복을 현대식으로 재해석한 두루마기 코트를 어깨에 가볍게 걸쳤다.
이 정도면 DTB 의상 스포는 충분히 됐겠지?
***
-한복? 나쁘지 않은데???
-오히려 멋있는데 모자이크를 대체 왜 해 놓은 거야? 진짜 그냥 어그로용이었나보다ㅋㅋㅋ
-두루마기 코트에 용 새겨져 있는데 혹시 그 남색 모자이크가 청룡 동물잠옷이라는 뜻 아님?
-두루마기… 두루마기 휴지… 화장실… 락스… 락스타? 락스타 컨셉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