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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ự Trở Lại Của Một Thần Tượng Đã Mất Đi Lý Tưởng Ban Đầu RAW - C5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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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562화(565/579)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562화
물론 견하준과 류재희는 나를 만류했다.
“저나 하준이 형이 떠 볼 테니까 형은 제발 가만히 있어요. 형은 가만히 있는 게 도와주는 거예요.”
“그래, 이든아. 예현이 형을 더 우울하게 만들지 말고 그냥 우리한테 맡겨.”
진지한 상담이 될 리가 없다는 게 그 이유였다.
하지만 원래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은 법이다. 그리고 내가 서예현의 우울을 해소하는 걸 성공시킨다면 리더의 권위를 바로 세우는 데에 한몫할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서예현이 잠들기 직전의 늦은 밤, 무작정 서예현의 방에 쳐들어가는 방법을 택했다.
똑똑-
노크를 하고 들어가자 벌써 잘 준비를 마쳤던 서예현이 당황한 얼굴로 상체를 벌떡 일으켰다.
“뭐야?”
대답 대신 의자를 끌어 앉아 서예현과 대면 구도를 만들었다. 슬럼프 때는 같은 방을 썼기에 서로의 침대에 누워서 상담하는 게 가능했지만 지금은 각방이라 그게 불가능했다.
“뭐긴 뭐야. 형이 요새 우울해한다길, 아니 하는 것 같아서 리더로서 상담 왔지. 나는 원인이 나라고 생각하는데 하준이랑 막내는 또 생각이 다르데? 그래서 확실하게 형한테 물어보려고.”
“누가 우울해한다는 거야? 내가?”
서에현이 떨떠름한 얼굴로 물었다. 연예계 짬밥이 쌓이다 보니까 연기를 못 하는 서예현도 표정 숨기는 건 이제 제법 잘했다.
다만, 표정처럼 기가 찬다는 감정이 팍팍 담긴 목소리였다면 역시 견하준과 류재희가 잘못 봤나 보다 하고 속아 넘어갔을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연기를 더럽게도 못하는 서예현은 마치 국어책을 읽듯 당황 한 점 없는 목소리로 참으로 정직하게 물었기에 누가 들어도 우울해 보이는 게 본인이 맞는 거 같았다.
내가 대답 대신 눈을 가늘게 뜨자 눈 크기를 원래대로 되돌린 서예현이 양 볼을 두어 번 치며 힘없이 물었다.
“…티 났어?”
물론 나는 견하준이 말해 주기 전까지는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고민을 믿고 털어놓을 만한 믿음직한 리더로 보이기 위해 고개를 끄덕였다.
“원인이 너란 것도 티 났어?”
“오, 그건 그냥 찍은 건데. 맞았나 보네?”
“망할… 그럼 그렇지.”
원인이 나라는 걸 굳이 묻지 않아도 자진 납세한 서예현의 얼굴이 울적해졌다.
“놀랍게도 네가 딱히 뭘 잘못한 건 아니야.”
“그게 왜 놀라운지부터 말해 줄래. 진짜 하나도 안 놀라운데.”
“우울한 것도 아니고… 내가 그냥 좀 생각이 많아져서 그래.”
“경청해 줄 테니까 털어놔 봐. 형도 나 슬럼프 때 이야기 들어줬잖아. 이렇게 쌤쌤 치는 거지.”
아무래도 본인에게 심리적으로 빚진 게 있는 사람에게 더 쉽게 털어 놓지 않을까 해서 슬럼프 때의 이야기를 슬쩍 꺼내 봤더니 서예현은 냉큼 미끼를 물었다.
“네 솔로 앨범이랑 솔로 무대가 생각보다 더 멋있어서.”
내가 예측했던 이유이긴 하지만 직접 서예현의 입으로 들으니까 생각이 복잡해져 갔다. 내 속도 모르고 쓰게 웃은 서예현이 말을 이어나갔다.
“그래서 그걸 보고 나도 욕심이 나는데, 이 실력이랑 역량으로는 내 욕심이 사치 같잖아. 그래서 좀 씁쓸했어. 우울했던 게 아니고.”
레브 다섯 멤버 중 음악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건 서예현이 유일했다.
나야 뭐, 힙합 서바이벌 우승까지 할 정도로 뛰어난 랩 실력의 소유자에다가 지금까지의 결과물로 작곡 능력도 증명했고.
류재희와 견하준은 보컬 경연과 솔로곡 차트 순위로 본인들의 실력을 증명했다.
김도빈은 보컬 실력이 부족하긴 하지만 음악을 몸으로 표현하는 댄스 실력은 우리 중 누구보다 가장 뛰어났다. 춤 잘 추는 아이돌 하면 김도빈이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였으니.
김도빈의 음역대와 보컬 실력에 걸맞는 곡을 준다면 퍼포먼스만으로도 충분히 혼자서 무대를 압도할 수 있을 터였다.
음악성으로 인정받는 그룹인 레브에서 오직 서예현만이 내세울 수 있는 음악적 재능이 없었다.
서예현이 저 외모로 이 그룹에 큰 기여를 하고 있는 건 모두 인정하는 사실이었다. 따지자면 당연히 서예현도 레브에 빠져서는 안 되는 핵심 멤버였다.
아무도 서예현한테 너는 레브에서 쓸모없는 존재라고 감히 말하지 못했다. 랩이나 보컬, 댄스 실력을 가지고 물어뜯는 안티들도 서예현의 얼굴은 인정했다.
그리고 서예현 자신도 그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그렇게 칼로리와 피부 관리에 집착하는 거고.
“형은 음악에 딱히 관심 없었던 거 아니었어? 나는 형이 녹음실이랑 연습실에서의 생고생 때문에 별로 안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그래서 나는 서예현이 적어도 본인이 기여를 덜하는 음악에 대해서는 열등감이나 미련을 느끼지 않을 거라 지레짐작했었다.
하지만 서예현은…
“잘하진 못해도 좋아할 수는 있잖아. 내가 할 수 있는 게 적을 뿐이지, 애정과 욕심이 없었던 건 아니라고.”
내 생각보다 더 음악에 진심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내 음악을 향한 동경으로 빛나는 눈을 나라는 사람 자체를 향한 동경으로 착각한 게 내 패착이었다.
나는 서예현이 드디어 맛이 간 줄 알았지. 아니면 내 솔로 앨범이 서예현조차 나한테 감화시킨 끝내주는 명반이거나.
하긴, 지금도 그렇지만 회귀 전에도 명품 앰버서더, 기업·은행 광고 모델, 각종 CF, 화보, 시상식 MC, 브랜드 론칭 및 오프닝 행사, 패션쇼 등 춤과 노래를 필요로 하지 않고도 서예현을 부르는 곳이 그렇게 많았는데.
그룹을 탈퇴하면 더 이상 안무를 연습하지도, 녹음실에서 보정되지 않은 제 실력을 마주하며 거듭 다시 부르지 않아도 되는데도.
되돌아보니 서예현이 레브에 남아 있었던 이유가 정말로 딱히 없었다. 실제로 탈퇴를 갈겼던 과거의 나보다도 더.
“내가 왜 모델 에이전시, 배우 에이전시 명함 두고 아이돌 기획사라는 LnL에 왔는데. 참고로 그때는 내 키가 5센티는 더 클 줄 알았고 연기력은 연기 학원만 다니면 늘 줄 알았어. 그 두 선택지에 자신감이 없어서 LnL으로 온 게 아니야.”
모든 게 애매해서 아이돌로 계속 남아 있었던 게 아니라, 그저 음악이 좋아서 아이돌로 계속 남아 있었다는 사실을 오늘 처음 알게 되었다.
같은 그룹에 몸담고 있던 세월은 회귀 전후를 통틀어 10년이 넘는데, 아직도 새로이 알게 되는 사실이 있다는 게 참…
“언제는 차가운 무대에 홀로 유기하지 말라더니.”
“너는 내가 솔로 활동 하고 싶다고 하면 어떻게든 내게 맞는 곡이랑 가이드 만들어 올 게 분명하잖아. 내가 그걸 100프로로 소화를 하지 못 해서 문제지. 그래서 그냥 솔로 욕심 없는 척했어.”
후속곡 안무 연습 시간이 너무 적어 무대에서 실수할까 봐 지레 포기해 버린 것과 같은 결이었다. 완벽하지 못하면 도전조차 주저하는 게 말이다.
이렇게 보면 서예현도 참으로 초심을 잃지 않고 한결같았다.
“으으, 이거 털어놓기 싫어서 표정 관리 최대한 한다고 한 건데 그걸 딱 알아채냐. 평소에는 눈치도 없던 놈이.”
서예현이 앓는 소리를 내며 뒷머리를 마구 헤집었다.
나는 알아채지 못했다. 견하준이랑 류재희가 알아챘을 뿐이다. 원망하려면 나를 원망하지 말고 그 둘을 원망해라.
“나도 너나 하준이나 막내처럼, 그 정도 수준으로 멋있게 솔로 무대 하고 싶은데 그건 내 이상이고, 현실은 차가운 법이잖아. 나 때문에 괜히 레브 음악 이미지까지 깎일 수도 있고. 그저 현실 직시를 한 거야.”
나처럼 멋있게 솔로 앨범을 내고 싶었지만 본인 상상과 현실과의 괴리감을 깨닫고 기분이 우울해진 거라는 내 추론이 결론적으로는 맞았다.
이건 서예현이 본인의 이상만큼 실력을 끌어올려 현실로 만들지 않는 이상, 내가 어떻게 해 줄 수가 없는 부분이었다. 본인이 현실 직시를 너무 잘 하고 있는데 어떡하나.
“형이 솔로 활동할 때만이라도 형이랑 내 랩 실력 서로 바꿔 줘?”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서예현은 헛소리라고 투덜거렸지만 이미 시스템은 나랑 견하준의 랩 실력, 그리고 보컬 실력을 바꾼 전적이 있었다.
그러니 서예현과 내 랩 실력을 바꾸는 것도 이론상으로는 충분히 가능했다. 랜덤 티켓을 까다 보면 그 아이템이 나올지 어떻게 아는가.
그룹의 존속을 위해서라고 하면 시스템이 아이템 하나쯤은 던져 줄지도?
그래 봤자 온전한 서예현의 실력은 아니니 서예현이 느끼는 그 씁쓸함은 사라지지 않겠지만. 서예현의 랩 실력을 떠맡게 되는 내 복장도 터질 게 분명하고.
“우리 멤버들은 다 좋은데 다들 자신감이 없어.”
자신감 이슈가 없었던 멤버가 나를 제외하면 김도빈밖에 없는 게 말이 되냐고. 사실 우리 중 제일 기존쎄는 김도빈일지도 몰랐다.
투덜거리자 서예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했다.
“나도 그게 참 미스테리야. 내가 막내나 하준이 실력이었으면 세상 무서울 거 없이 살았을 텐데. 어떻게 그 실력으로 자신감이 없을 수가 있지?”
“형은 그 얼굴을 갖고 살면서도 자신감이 없잖아. 똑같은 거지, 뭐.”
“다르거든? 나는 관리된 내 얼굴에 충분히 자신감 있거든?”
견하준이랑 류재희는 본인 실력에 겸손하기라도 하지, 본인이 자신있는 분야에는 자신감이 넘쳐나는 이 인간을 걱정하는 게 맞는 건가?
원래 본인이 부족한 걸 마주하는 태도는 이게 정상 아닌가?
“취소, 취소. 형 자신감 진짜 넘쳐난다. 솔로 무대에서도 자신감 넘쳐나게 만들어 줄게.”
이렇게 보니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그냥 서예현이 100프로 소화하게 굴리면 되지.
* * *
DTB 방영까지 D-5.
조별 미션 중간 점검이 다가온 걸 보니 1화 방영일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게 확 와닿았다.
다섯 팀 중에서 DTB 조별 음원 미션 프로듀서 중간 점검권을 따낸 건 바로 최형진이었다.
나 때처럼 조장들 불러 놓고 무대 투표로 승부하라고 했으면 절대 따내지 못할 라인업이었지만, 이번에는 방영 일자까지 시간이 부족해 조장들의 무대 준비 시간을 빼지 못해서 그랬는지 매칭 미션으로 바꾸었다.
중간 점검을 맡기고 싶은 프로듀서를 적고, 그 프로듀서가 팀 비트를 만든 프로듀서와 일치한다면 중간 점검권을 주는 형식이었는데, 운 좋게 내 비트가 걸리고 꿋꿋하게 중간 점검 프로듀서에 내 이름을 써낸 최형진이 당첨이 된 것이다.
내 비트를 가져간 팀의 작업물은 조장이 꼭 최형진이 아니더라도 기대가 될 수밖에 없었다. 일부러 잘 살려야지만 진가가 드러나는 고난이도의 비트로 만들어 놨기 때문이다.
조별 미션 중간 점검 하루 전.
[최형진- 야 내일 ㅈㄴ 갈궈 우리 조원 새끼들 숨도 못 쉬게] 오후 6:30
왜인지 2년 전 조별 미션의 내 뒷수작이 떠올리게 하는 문자가 도착했다. 예상이 가는 상황에 입꼬리를 삐딱하게 올렸다.
그거 내 전문이긴 하지.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562화(565/579)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562화

물론 견하준과 류재희는 나를 만류했다.

“저나 하준이 형이 떠 볼 테니까 형은 제발 가만히 있어요. 형은 가만히 있는 게 도와주는 거예요.”

“그래, 이든아. 예현이 형을 더 우울하게 만들지 말고 그냥 우리한테 맡겨.”

진지한 상담이 될 리가 없다는 게 그 이유였다.

하지만 원래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은 법이다. 그리고 내가 서예현의 우울을 해소하는 걸 성공시킨다면 리더의 권위를 바로 세우는 데에 한몫할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서예현이 잠들기 직전의 늦은 밤, 무작정 서예현의 방에 쳐들어가는 방법을 택했다.

똑똑-

노크를 하고 들어가자 벌써 잘 준비를 마쳤던 서예현이 당황한 얼굴로 상체를 벌떡 일으켰다.

“뭐야?”

대답 대신 의자를 끌어 앉아 서예현과 대면 구도를 만들었다. 슬럼프 때는 같은 방을 썼기에 서로의 침대에 누워서 상담하는 게 가능했지만 지금은 각방이라 그게 불가능했다.

“뭐긴 뭐야. 형이 요새 우울해한다길, 아니 하는 것 같아서 리더로서 상담 왔지. 나는 원인이 나라고 생각하는데 하준이랑 막내는 또 생각이 다르데? 그래서 확실하게 형한테 물어보려고.”

“누가 우울해한다는 거야? 내가?”

서에현이 떨떠름한 얼굴로 물었다. 연예계 짬밥이 쌓이다 보니까 연기를 못 하는 서예현도 표정 숨기는 건 이제 제법 잘했다.

다만, 표정처럼 기가 찬다는 감정이 팍팍 담긴 목소리였다면 역시 견하준과 류재희가 잘못 봤나 보다 하고 속아 넘어갔을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연기를 더럽게도 못하는 서예현은 마치 국어책을 읽듯 당황 한 점 없는 목소리로 참으로 정직하게 물었기에 누가 들어도 우울해 보이는 게 본인이 맞는 거 같았다.

내가 대답 대신 눈을 가늘게 뜨자 눈 크기를 원래대로 되돌린 서예현이 양 볼을 두어 번 치며 힘없이 물었다.

“…티 났어?”

물론 나는 견하준이 말해 주기 전까지는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고민을 믿고 털어놓을 만한 믿음직한 리더로 보이기 위해 고개를 끄덕였다.

“원인이 너란 것도 티 났어?”

“오, 그건 그냥 찍은 건데. 맞았나 보네?”

“망할… 그럼 그렇지.”

원인이 나라는 걸 굳이 묻지 않아도 자진 납세한 서예현의 얼굴이 울적해졌다.

“놀랍게도 네가 딱히 뭘 잘못한 건 아니야.”

“그게 왜 놀라운지부터 말해 줄래. 진짜 하나도 안 놀라운데.”

“우울한 것도 아니고… 내가 그냥 좀 생각이 많아져서 그래.”

“경청해 줄 테니까 털어놔 봐. 형도 나 슬럼프 때 이야기 들어줬잖아. 이렇게 쌤쌤 치는 거지.”

아무래도 본인에게 심리적으로 빚진 게 있는 사람에게 더 쉽게 털어 놓지 않을까 해서 슬럼프 때의 이야기를 슬쩍 꺼내 봤더니 서예현은 냉큼 미끼를 물었다.

“네 솔로 앨범이랑 솔로 무대가 생각보다 더 멋있어서.”

내가 예측했던 이유이긴 하지만 직접 서예현의 입으로 들으니까 생각이 복잡해져 갔다. 내 속도 모르고 쓰게 웃은 서예현이 말을 이어나갔다.

“그래서 그걸 보고 나도 욕심이 나는데, 이 실력이랑 역량으로는 내 욕심이 사치 같잖아. 그래서 좀 씁쓸했어. 우울했던 게 아니고.”

레브 다섯 멤버 중 음악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건 서예현이 유일했다.

나야 뭐, 힙합 서바이벌 우승까지 할 정도로 뛰어난 랩 실력의 소유자에다가 지금까지의 결과물로 작곡 능력도 증명했고.

류재희와 견하준은 보컬 경연과 솔로곡 차트 순위로 본인들의 실력을 증명했다.

김도빈은 보컬 실력이 부족하긴 하지만 음악을 몸으로 표현하는 댄스 실력은 우리 중 누구보다 가장 뛰어났다. 춤 잘 추는 아이돌 하면 김도빈이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였으니.

김도빈의 음역대와 보컬 실력에 걸맞는 곡을 준다면 퍼포먼스만으로도 충분히 혼자서 무대를 압도할 수 있을 터였다.

음악성으로 인정받는 그룹인 레브에서 오직 서예현만이 내세울 수 있는 음악적 재능이 없었다.

서예현이 저 외모로 이 그룹에 큰 기여를 하고 있는 건 모두 인정하는 사실이었다. 따지자면 당연히 서예현도 레브에 빠져서는 안 되는 핵심 멤버였다.

아무도 서예현한테 너는 레브에서 쓸모없는 존재라고 감히 말하지 못했다. 랩이나 보컬, 댄스 실력을 가지고 물어뜯는 안티들도 서예현의 얼굴은 인정했다.

그리고 서예현 자신도 그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그렇게 칼로리와 피부 관리에 집착하는 거고.

“형은 음악에 딱히 관심 없었던 거 아니었어? 나는 형이 녹음실이랑 연습실에서의 생고생 때문에 별로 안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그래서 나는 서예현이 적어도 본인이 기여를 덜하는 음악에 대해서는 열등감이나 미련을 느끼지 않을 거라 지레짐작했었다.

하지만 서예현은…

“잘하진 못해도 좋아할 수는 있잖아. 내가 할 수 있는 게 적을 뿐이지, 애정과 욕심이 없었던 건 아니라고.”

내 생각보다 더 음악에 진심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내 음악을 향한 동경으로 빛나는 눈을 나라는 사람 자체를 향한 동경으로 착각한 게 내 패착이었다.

나는 서예현이 드디어 맛이 간 줄 알았지. 아니면 내 솔로 앨범이 서예현조차 나한테 감화시킨 끝내주는 명반이거나.

하긴, 지금도 그렇지만 회귀 전에도 명품 앰버서더, 기업·은행 광고 모델, 각종 CF, 화보, 시상식 MC, 브랜드 론칭 및 오프닝 행사, 패션쇼 등 춤과 노래를 필요로 하지 않고도 서예현을 부르는 곳이 그렇게 많았는데.

그룹을 탈퇴하면 더 이상 안무를 연습하지도, 녹음실에서 보정되지 않은 제 실력을 마주하며 거듭 다시 부르지 않아도 되는데도.

되돌아보니 서예현이 레브에 남아 있었던 이유가 정말로 딱히 없었다. 실제로 탈퇴를 갈겼던 과거의 나보다도 더.

“내가 왜 모델 에이전시, 배우 에이전시 명함 두고 아이돌 기획사라는 LnL에 왔는데. 참고로 그때는 내 키가 5센티는 더 클 줄 알았고 연기력은 연기 학원만 다니면 늘 줄 알았어. 그 두 선택지에 자신감이 없어서 LnL으로 온 게 아니야.”

모든 게 애매해서 아이돌로 계속 남아 있었던 게 아니라, 그저 음악이 좋아서 아이돌로 계속 남아 있었다는 사실을 오늘 처음 알게 되었다.

같은 그룹에 몸담고 있던 세월은 회귀 전후를 통틀어 10년이 넘는데, 아직도 새로이 알게 되는 사실이 있다는 게 참…

“언제는 차가운 무대에 홀로 유기하지 말라더니.”

“너는 내가 솔로 활동 하고 싶다고 하면 어떻게든 내게 맞는 곡이랑 가이드 만들어 올 게 분명하잖아. 내가 그걸 100프로로 소화를 하지 못 해서 문제지. 그래서 그냥 솔로 욕심 없는 척했어.”

후속곡 안무 연습 시간이 너무 적어 무대에서 실수할까 봐 지레 포기해 버린 것과 같은 결이었다. 완벽하지 못하면 도전조차 주저하는 게 말이다.

이렇게 보면 서예현도 참으로 초심을 잃지 않고 한결같았다.

“으으, 이거 털어놓기 싫어서 표정 관리 최대한 한다고 한 건데 그걸 딱 알아채냐. 평소에는 눈치도 없던 놈이.”

서예현이 앓는 소리를 내며 뒷머리를 마구 헤집었다.

나는 알아채지 못했다. 견하준이랑 류재희가 알아챘을 뿐이다. 원망하려면 나를 원망하지 말고 그 둘을 원망해라.

“나도 너나 하준이나 막내처럼, 그 정도 수준으로 멋있게 솔로 무대 하고 싶은데 그건 내 이상이고, 현실은 차가운 법이잖아. 나 때문에 괜히 레브 음악 이미지까지 깎일 수도 있고. 그저 현실 직시를 한 거야.”

나처럼 멋있게 솔로 앨범을 내고 싶었지만 본인 상상과 현실과의 괴리감을 깨닫고 기분이 우울해진 거라는 내 추론이 결론적으로는 맞았다.

이건 서예현이 본인의 이상만큼 실력을 끌어올려 현실로 만들지 않는 이상, 내가 어떻게 해 줄 수가 없는 부분이었다. 본인이 현실 직시를 너무 잘 하고 있는데 어떡하나.

“형이 솔로 활동할 때만이라도 형이랑 내 랩 실력 서로 바꿔 줘?”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서예현은 헛소리라고 투덜거렸지만 이미 시스템은 나랑 견하준의 랩 실력, 그리고 보컬 실력을 바꾼 전적이 있었다.

그러니 서예현과 내 랩 실력을 바꾸는 것도 이론상으로는 충분히 가능했다. 랜덤 티켓을 까다 보면 그 아이템이 나올지 어떻게 아는가.

그룹의 존속을 위해서라고 하면 시스템이 아이템 하나쯤은 던져 줄지도?

그래 봤자 온전한 서예현의 실력은 아니니 서예현이 느끼는 그 씁쓸함은 사라지지 않겠지만. 서예현의 랩 실력을 떠맡게 되는 내 복장도 터질 게 분명하고.

“우리 멤버들은 다 좋은데 다들 자신감이 없어.”

자신감 이슈가 없었던 멤버가 나를 제외하면 김도빈밖에 없는 게 말이 되냐고. 사실 우리 중 제일 기존쎄는 김도빈일지도 몰랐다.

투덜거리자 서예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했다.

“나도 그게 참 미스테리야. 내가 막내나 하준이 실력이었으면 세상 무서울 거 없이 살았을 텐데. 어떻게 그 실력으로 자신감이 없을 수가 있지?”

“형은 그 얼굴을 갖고 살면서도 자신감이 없잖아. 똑같은 거지, 뭐.”

“다르거든? 나는 관리된 내 얼굴에 충분히 자신감 있거든?”

견하준이랑 류재희는 본인 실력에 겸손하기라도 하지, 본인이 자신있는 분야에는 자신감이 넘쳐나는 이 인간을 걱정하는 게 맞는 건가?

원래 본인이 부족한 걸 마주하는 태도는 이게 정상 아닌가?

“취소, 취소. 형 자신감 진짜 넘쳐난다. 솔로 무대에서도 자신감 넘쳐나게 만들어 줄게.”

이렇게 보니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그냥 서예현이 100프로 소화하게 굴리면 되지.

* * *

DTB 방영까지 D-5.

조별 미션 중간 점검이 다가온 걸 보니 1화 방영일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게 확 와닿았다.

다섯 팀 중에서 DTB 조별 음원 미션 프로듀서 중간 점검권을 따낸 건 바로 최형진이었다.

나 때처럼 조장들 불러 놓고 무대 투표로 승부하라고 했으면 절대 따내지 못할 라인업이었지만, 이번에는 방영 일자까지 시간이 부족해 조장들의 무대 준비 시간을 빼지 못해서 그랬는지 매칭 미션으로 바꾸었다.

중간 점검을 맡기고 싶은 프로듀서를 적고, 그 프로듀서가 팀 비트를 만든 프로듀서와 일치한다면 중간 점검권을 주는 형식이었는데, 운 좋게 내 비트가 걸리고 꿋꿋하게 중간 점검 프로듀서에 내 이름을 써낸 최형진이 당첨이 된 것이다.

내 비트를 가져간 팀의 작업물은 조장이 꼭 최형진이 아니더라도 기대가 될 수밖에 없었다. 일부러 잘 살려야지만 진가가 드러나는 고난이도의 비트로 만들어 놨기 때문이다.

조별 미션 중간 점검 하루 전.

왜인지 2년 전 조별 미션의 내 뒷수작이 떠올리게 하는 문자가 도착했다. 예상이 가는 상황에 입꼬리를 삐딱하게 올렸다.

그거 내 전문이긴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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