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ự Trở Lại Của Một Thần Tượng Đã Mất Đi Lý Tưởng Ban Đầu RAW - C565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563화(564/579)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563
화
프로듀서 중간 점검권 찬스 사용일 당일.
“안녕하십니까!”
카메라가 설치된 G-TE 조 작업실로 들어가자마자 우렁찬 인사가 들려왔다. G-TE 조는 총 다섯 명이었다.
최형진은 시즌에서 두 번이나 가장 난이도 극악인 다섯 명 조에 당첨된 셈이었다. 최형진의 눈가가 퀭해 보이는 걸 보아하니 어지간히 고생한 듯싶었다.
그러니까 조원들을 존나게 갈궈 달라고 했겠지. 조원들이 말 잘 듣고 예뻤으면 프로듀서에게 갈굼 외주를 부탁했겠냐.
잔뜩 긴장한 채로 군기가 들어 있는 G-TE 조 조원들을 보며 고개를 까딱했다.
흠, 오늘은 패션으로 기선 제압을 하지도 않았는데 왜 저렇게 바짝 쫄아 있는 건지 모를 일이었다.
참고로 오늘의 패션은 ‘점검’이라는 콘셉트에 맞게 정비공 콘셉트였다.
물론 점프슈트는 처럼 스X지 실험맨 복장은 아니었다. 우리 데이드림 PTSD 일으킬 일 있나.
이너로는 흰색 반팔 티를 입고, 검은색 점프슈트 소매 한쪽을 대충 빼서 허리에 묶고, 반대쪽 소매는 두어 번 걷어 올려 팔목이 드러나게 했다.
무대 의상도 이랬으면 언금 수준까지는 안 갔을 텐데.
조원들과 가볍게 악수를 나누고 니지어스가 눈치 있게 빼준 의자에 털썩 앉았다.
“작업은 어디까지 된 거예요?”
“지금 1차 녹음본 나온 상태입니다. 중간 점검 받고 완성본 녹음할 계획이었습니다.”
그래도 카메라 앞이라고 최형진이 예의 차려서 내 질문에 대답했다.
“그럼 일단 들어보고 피드백 갑시다.”
내 손짓에 스피커를 통해서 낯익은 비트와 함께 G-TE 조의 1차 녹음본이 흘러나왔다.
기대를 하긴 했지만 어제 최형진의 문자를 받고 어느 정도 각오도 하긴 했다. 하지만 이 결과물은 기대도 각오도 모두 깨부수기 충분했다. 안 좋은 쪽의 의미로 말이다.
하-
곡이 끝나자마자 헛웃음이 절로 터져 나왔다. 가슴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아주 진심 어린 헛웃음이었다.
“뭐 하자는 거지?”
헛웃음 섞인 혼잣말에 분위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아랑곳하지 않고 다섯 명을 쭉 훑으며 나직하게 물었다.
“여기 다섯 분은 지금 뭐 하고 싶으신 거예요?”
조원 다섯 명은 서로의 눈치를 보기만 바빴다. 유독 조장도 아닌 한 명한테 따가운 눈길이 쏟아지는 걸 보니 제일 목소리가 컸거나 고집을 부렸거나, 둘 중 하나인 것 같았다.
아무튼, 나한테 러브액츄얼리 테라피를 받기 전의 투혁처럼 곡의 밸런스를 깨는 요주 인물일 거란 소리다.
“이거 지금 중간 점검 아니에요? 중간 점검권이 경연도 안 하고 얻어걸리니까 대충 체크 받으면 될 것 같고 그런가? 중간 점검이면 중간 정도 완성된 걸 들고 와야지, 왜 버려야 하는 습작물을 들고 와.”
짜증 어린 한숨을 내쉬며 미간을 문지르자 참가자들의 몸도 내가 숨을 쉴 때마다 움찔거렸다.
“이건 어디 뜯어고치라고 피드백도 못 주겠어.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싹 갈아엎어야 하는 수준이야. 건진 게 그나마 훅밖에 없어요. 아, 착각하지는 마세요. 훅이 좋다는 게 아니라 ‘그나마’ 훅이 제일 낫다는 거니까.”
쏟아지는 혹평에 다섯 명의 안색이 시커멓게 죽어갔다. 하지만 내 알 바 아니었다. 이미 최형진의 부탁도 머릿속에서 싸그리 날아간 지 오래였다.
“이 비트를 이렇게밖에 못 살린다고?”
100%로 살리는 건 기대도 안 했고, 그래도 적어도 70%까지는 끌어올리지 않을까 했는데 무슨 겨우 30%를 웃돌고 있으니 내가 기가 막히지 않고 배기겠는가.
“첫 번째 벌스부터 힘이 빠지는데 5분 가까이 되는 곡을 누가 들어. 순서 왜 이렇게 해 놨어요?”
꼽주기가 목적인 내 질문에 니지어스가 일러바치듯 냉큼 말했다.
“무조건 자기가 해야 한대요.”
다른 조원들에게 유독 따가운 눈길을 많이 받았던 참가자가 니지어스를 향해 눈을 한 번 흘기고는 조심스럽게 손을 들었다.
“왜 도입부 고집했어요? 본인 랩핑이 이 비트에 도입부 맡을 스타일 아닌 거 자기도 잘 알잖아. 왜, 도입부 맡으면 판정단들한테 각인은 되니까 탈락할 일이 없을 것 같아서?”
찔린 표정으로 고개를 숙인 참가자가 입술을 꾹 깨물며 대답했다.
“아닙니다.”
“그래, 아니면 다행이네요. 적어도 이게 팀플이라는 건 알고 있다는 거 아니야.”
화살이 첫 번째 벌스를 맡은 참가자한테 향하자 한시름 놓고 있는 다른 조원들한테도 잊지 않고 경고와 독설을 던졌다.
“도입부만 문제 아니니까 다른 분들도 그렇게 대놓고 안도하지 마시고. 곡에 전반적으로 아주 개성이 넘쳐나요. 겉멋도 넘쳐나고.”
짝- 짝-
냉소하며 박수를 치자, 다른 조원들의 표정이 다시 죽상으로 변했다.
“개성 좋죠, 개성 좋아. 말이 좋아서 개성이지, 경연곡을 만든 게 아니라 이 팀 내에서 나는 안 떨어지겠다고 서로 경쟁하고 있는 거 같아요. 이미 여러분들은 이 팀이 꼴찌고, 이중에서 한 명 떨어질 거라고 확정을 해 놓은 거 같다고.”
쏟아지는 독설에 작업실은 거의 초상집이나 다름없는 분위기가 되었다. 그렇게 깝죽거리기를 좋아하던 니지어스도 심각한 얼굴로 고개를 푹 숙인 채 입을 다물고 있었다.
최형진의 입꼬리는 꿈틀거리는 것 같긴 하더라.
“G-TE, 조장으로서 중심 딱 잡고 조율을 해야죠. 조원들에게 끌려다니면 어떡해. 이건 딱 전형적인 ‘사공이 너무 많아서 배가 산으로 간 결과물’이야. 1등을 해서 다 같이 붙을 생각을 해야지, 왜 여기에서 서로 떨어뜨릴 생각을 해.”
그래서 잊지 않고 조장도 갈궈 주었다.
여기는 이렇게 갈궈도 불화 조장 어쩌고로 초심도가 떨어질 일이 없다는 거 하나는 좋았다.
우리 유리 멘탈 레브 멤버들은 이렇게 갈구면 그날로 초심도 다 깎여서 데뷔 초로 회귀하는 날인데.
나중에 이 부분 회차가 방영되면 꼭 멤버들이랑 같이 시청해야겠다. 내가 얼마나 본인들을 부드럽게 대하고 있는지 우리 멤버들도 봐야 한다.
“대중들은 음원 파트 누구 파트인지 나눠서 안 들어요. 그냥 곡 하나를 전체적으로 듣지. 그거 명심하고 뜯어고쳐요. 훅 임펙트도 좀 더 살리고.”
진심 어린 마지막 충고를 건네며 최형진의 어깨를 손바닥으로 턱턱 두드렸다.
“이거 최선 아니잖아. 그렇죠?”
그렇다고 말해, 이 새끼들아. 내 비트를 그따위로 활용한 게 최선이 아니라고 말하라고.
최형진만 자기가 진심으로 꼽먹은 줄도 모르고 밝은 얼굴로 나를 배웅했다.
최형진의 평소 이미지 덕분에 우리 사이에 물밑 거래가 이루어졌다는 의혹보다는 면전에서 독설을 들어도 부러지지 않는 팬심 정도로 받아들여질 것 같긴 했지만.
중간 점검을 마치고 지원이 형한테 문자를 보냈다.
[드디어 저도 2년 전 중간 점검 때의 형이 이해가 갑니다] 오후 7:30
[지원이형- 내가 너 그럴 줄 알았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후 7:31
이제야 그때의 지원이 형을 마음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때는 나한테까지 연기가 아니라 진심으로 독설을 날렸다고 서운해했는데. 역시 사람은 겪어 봐야지 안다니까.
그래서 저녁에 온 최형진의 문자도 지원이 형이랑 기막힌 연극을 펼쳤다고 굳게 믿고 있던 과거의 내가 생각나는 바람에 차마 킬킬거리며 넘길 수가 없었다.
[최형진- 야 윤이든 고맙다] 오후 8:11
[최형진- 덕분에 새끼들 위기감 제대로 왔는지 기강 제대로 잡힘] 오후 8:12
[고맙긴 뭘]
[너한테도 한 소린데]
[욕듣고 고맙다고 한 놈 처음 본다] 오후 8:28
[그리고 프로듀서 친목질로 올라갔다는 소리 듣기 싫으면 이제 DTB 끝날 때까지 웬만하면 문자 하지 마라] 오후 8:29
최형진의 실력 정도면 프로듀서(나) 인맥발로 올라갔다는 소리는 나오지 않을 테지만, 그래도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들 필요는 없었다.
생각해 보니까 예전의 최형진도 랩을 못하는 축에 속했다. 물론 서예현보다는 잘하는 편이긴 했지만.
나중에 최형진에게 랩 실력 어떻게 늘렸냐고 물어보면 되겠군. 그 방법으로 서예현을 뒤지게 굴리면 되는 거다.
“예현 형, 내가 방법을 찾았어. 어떻게든 형을 솔로 무대에 자신감 넘치는 상태로 세워 줄게.”
“갑자기 우울함이 싹 가셨다고 말하면 그 계획 취소해 줄 거야?”
“그럴 리가.”
서예현은 내가 아는 사람 중에 제일 징하고 독한 인간이니까 충분히 최형진만큼 할 수 있을 거다.
***
D-3
DROP THE BEAT Season 6 [DTB6 예고편 최초 공개]
[올해도 어김없이 돌아왔다!]
[여전히 꺼지지 않은 DROP THE BEAT의 불꽃!]
인산인해를 이룬 1차 예선 대기 장소와 1차 예선에 참가했던 유명인 극소수를 잠깐 비춘 화면이 1차 예선이 이루어지는 체육관 안으로 넘어갔다.
[??: 어, 어우…]
[??: 첫판부터 장난 아니네요.]
심사를 보는 큼지막한 주황색 모자이크 덩어리와 그 주변에서 수군거리는 목소리들이 지나가고.
[??: 제가 정말 여러 번 나왔는데… 이번 시즌이 제일 힘든 거 같아요.]
[??: 이거 나는 납득 못 하는데? 쟤네가 나를 평가해?]
[??: 미쳤네. 저걸 다 건다고?]
[??: 아, 이제야 좀 힙합서바 같네.]
예고편 단골 등장 장면인, 얼굴을 가린 래퍼들의 신경전이 지나갔다.
[더 강렬한 룰로 돌아온 랩 배틀!]
[과연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수많은 장면들이 차마 눈에 담기도 힘들 만큼 빠른 속도로 지나갔다.
[윤이든: 떠나는 길에 곡조 한 곡쯤은 괜찮잖아요?]
남색 모자이크 덩어리 밑에 윤이든이라는 이름을 단 자막이 나왔다. 배경음으로 애절한 단소 아리랑이 흘러나왔다.
화면이 검은색으로 바뀌며 DTB의 상징이 된 합격 목걸이가 화면에 쾅! 하고 박혔다.
[6월 16일 금요일 밤 11시 첫 방송]
-뭐임??? 윤이든은 왜 저렇게 모자이크를 해놓은 거임???
-내가 뭘 본거지
-ㅆㅂㅋㅋㅋㅋ 저걸 저렇게 가려놓네ㅋㅋㅋㅋㅋ
-본격 참가자들보다 프로듀서를 더 많이 비추는 방송이 될 거라고 예고라도 해 주는 거…?
-힙합서바에 곡조는 또 왜 나와 ㅅㅂ
-이든아 또 무슨짓했어!!!!!!!
“이런 미친! 왜 나를 저렇게 검열 삭제를 해 놔! 저러니까 더 이상하잖아!”
자신에게 모자이크 떡칠을 해 놓은 시즌 6 예고편을 본 윤이든이 발악했지만 별 일 아니니 넘어가도록 하자.
그로부터 사흘 후.
드디어 무성한 후기로 대중들의 궁금증을 자극했던 DTB 시즌 6 1화가 방영되었다.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563화(564/579)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563
화
프로듀서 중간 점검권 찬스 사용일 당일.
“안녕하십니까!”
카메라가 설치된 G-TE 조 작업실로 들어가자마자 우렁찬 인사가 들려왔다. G-TE 조는 총 다섯 명이었다.
최형진은 시즌에서 두 번이나 가장 난이도 극악인 다섯 명 조에 당첨된 셈이었다. 최형진의 눈가가 퀭해 보이는 걸 보아하니 어지간히 고생한 듯싶었다.
그러니까 조원들을 존나게 갈궈 달라고 했겠지. 조원들이 말 잘 듣고 예뻤으면 프로듀서에게 갈굼 외주를 부탁했겠냐.
잔뜩 긴장한 채로 군기가 들어 있는 G-TE 조 조원들을 보며 고개를 까딱했다.
흠, 오늘은 패션으로 기선 제압을 하지도 않았는데 왜 저렇게 바짝 쫄아 있는 건지 모를 일이었다.
참고로 오늘의 패션은 ‘점검’이라는 콘셉트에 맞게 정비공 콘셉트였다.
물론 점프슈트는 처럼 스X지 실험맨 복장은 아니었다. 우리 데이드림 PTSD 일으킬 일 있나.
이너로는 흰색 반팔 티를 입고, 검은색 점프슈트 소매 한쪽을 대충 빼서 허리에 묶고, 반대쪽 소매는 두어 번 걷어 올려 팔목이 드러나게 했다.
무대 의상도 이랬으면 언금 수준까지는 안 갔을 텐데.
조원들과 가볍게 악수를 나누고 니지어스가 눈치 있게 빼준 의자에 털썩 앉았다.
“작업은 어디까지 된 거예요?”
“지금 1차 녹음본 나온 상태입니다. 중간 점검 받고 완성본 녹음할 계획이었습니다.”
그래도 카메라 앞이라고 최형진이 예의 차려서 내 질문에 대답했다.
“그럼 일단 들어보고 피드백 갑시다.”
내 손짓에 스피커를 통해서 낯익은 비트와 함께 G-TE 조의 1차 녹음본이 흘러나왔다.
기대를 하긴 했지만 어제 최형진의 문자를 받고 어느 정도 각오도 하긴 했다. 하지만 이 결과물은 기대도 각오도 모두 깨부수기 충분했다. 안 좋은 쪽의 의미로 말이다.
하-
곡이 끝나자마자 헛웃음이 절로 터져 나왔다. 가슴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아주 진심 어린 헛웃음이었다.
“뭐 하자는 거지?”
헛웃음 섞인 혼잣말에 분위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아랑곳하지 않고 다섯 명을 쭉 훑으며 나직하게 물었다.
“여기 다섯 분은 지금 뭐 하고 싶으신 거예요?”
조원 다섯 명은 서로의 눈치를 보기만 바빴다. 유독 조장도 아닌 한 명한테 따가운 눈길이 쏟아지는 걸 보니 제일 목소리가 컸거나 고집을 부렸거나, 둘 중 하나인 것 같았다.
아무튼, 나한테 러브액츄얼리 테라피를 받기 전의 투혁처럼 곡의 밸런스를 깨는 요주 인물일 거란 소리다.
“이거 지금 중간 점검 아니에요? 중간 점검권이 경연도 안 하고 얻어걸리니까 대충 체크 받으면 될 것 같고 그런가? 중간 점검이면 중간 정도 완성된 걸 들고 와야지, 왜 버려야 하는 습작물을 들고 와.”
짜증 어린 한숨을 내쉬며 미간을 문지르자 참가자들의 몸도 내가 숨을 쉴 때마다 움찔거렸다.
“이건 어디 뜯어고치라고 피드백도 못 주겠어.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싹 갈아엎어야 하는 수준이야. 건진 게 그나마 훅밖에 없어요. 아, 착각하지는 마세요. 훅이 좋다는 게 아니라 ‘그나마’ 훅이 제일 낫다는 거니까.”
쏟아지는 혹평에 다섯 명의 안색이 시커멓게 죽어갔다. 하지만 내 알 바 아니었다. 이미 최형진의 부탁도 머릿속에서 싸그리 날아간 지 오래였다.
“이 비트를 이렇게밖에 못 살린다고?”
100%로 살리는 건 기대도 안 했고, 그래도 적어도 70%까지는 끌어올리지 않을까 했는데 무슨 겨우 30%를 웃돌고 있으니 내가 기가 막히지 않고 배기겠는가.
“첫 번째 벌스부터 힘이 빠지는데 5분 가까이 되는 곡을 누가 들어. 순서 왜 이렇게 해 놨어요?”
꼽주기가 목적인 내 질문에 니지어스가 일러바치듯 냉큼 말했다.
“무조건 자기가 해야 한대요.”
다른 조원들에게 유독 따가운 눈길을 많이 받았던 참가자가 니지어스를 향해 눈을 한 번 흘기고는 조심스럽게 손을 들었다.
“왜 도입부 고집했어요? 본인 랩핑이 이 비트에 도입부 맡을 스타일 아닌 거 자기도 잘 알잖아. 왜, 도입부 맡으면 판정단들한테 각인은 되니까 탈락할 일이 없을 것 같아서?”
찔린 표정으로 고개를 숙인 참가자가 입술을 꾹 깨물며 대답했다.
“아닙니다.”
“그래, 아니면 다행이네요. 적어도 이게 팀플이라는 건 알고 있다는 거 아니야.”
화살이 첫 번째 벌스를 맡은 참가자한테 향하자 한시름 놓고 있는 다른 조원들한테도 잊지 않고 경고와 독설을 던졌다.
“도입부만 문제 아니니까 다른 분들도 그렇게 대놓고 안도하지 마시고. 곡에 전반적으로 아주 개성이 넘쳐나요. 겉멋도 넘쳐나고.”
짝- 짝-
냉소하며 박수를 치자, 다른 조원들의 표정이 다시 죽상으로 변했다.
“개성 좋죠, 개성 좋아. 말이 좋아서 개성이지, 경연곡을 만든 게 아니라 이 팀 내에서 나는 안 떨어지겠다고 서로 경쟁하고 있는 거 같아요. 이미 여러분들은 이 팀이 꼴찌고, 이중에서 한 명 떨어질 거라고 확정을 해 놓은 거 같다고.”
쏟아지는 독설에 작업실은 거의 초상집이나 다름없는 분위기가 되었다. 그렇게 깝죽거리기를 좋아하던 니지어스도 심각한 얼굴로 고개를 푹 숙인 채 입을 다물고 있었다.
최형진의 입꼬리는 꿈틀거리는 것 같긴 하더라.
“G-TE, 조장으로서 중심 딱 잡고 조율을 해야죠. 조원들에게 끌려다니면 어떡해. 이건 딱 전형적인 ‘사공이 너무 많아서 배가 산으로 간 결과물’이야. 1등을 해서 다 같이 붙을 생각을 해야지, 왜 여기에서 서로 떨어뜨릴 생각을 해.”
그래서 잊지 않고 조장도 갈궈 주었다.
여기는 이렇게 갈궈도 불화 조장 어쩌고로 초심도가 떨어질 일이 없다는 거 하나는 좋았다.
우리 유리 멘탈 레브 멤버들은 이렇게 갈구면 그날로 초심도 다 깎여서 데뷔 초로 회귀하는 날인데.
나중에 이 부분 회차가 방영되면 꼭 멤버들이랑 같이 시청해야겠다. 내가 얼마나 본인들을 부드럽게 대하고 있는지 우리 멤버들도 봐야 한다.
“대중들은 음원 파트 누구 파트인지 나눠서 안 들어요. 그냥 곡 하나를 전체적으로 듣지. 그거 명심하고 뜯어고쳐요. 훅 임펙트도 좀 더 살리고.”
진심 어린 마지막 충고를 건네며 최형진의 어깨를 손바닥으로 턱턱 두드렸다.
“이거 최선 아니잖아. 그렇죠?”
그렇다고 말해, 이 새끼들아. 내 비트를 그따위로 활용한 게 최선이 아니라고 말하라고.
최형진만 자기가 진심으로 꼽먹은 줄도 모르고 밝은 얼굴로 나를 배웅했다.
최형진의 평소 이미지 덕분에 우리 사이에 물밑 거래가 이루어졌다는 의혹보다는 면전에서 독설을 들어도 부러지지 않는 팬심 정도로 받아들여질 것 같긴 했지만.
중간 점검을 마치고 지원이 형한테 문자를 보냈다.
이제야 그때의 지원이 형을 마음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때는 나한테까지 연기가 아니라 진심으로 독설을 날렸다고 서운해했는데. 역시 사람은 겪어 봐야지 안다니까.
그래서 저녁에 온 최형진의 문자도 지원이 형이랑 기막힌 연극을 펼쳤다고 굳게 믿고 있던 과거의 내가 생각나는 바람에 차마 킬킬거리며 넘길 수가 없었다.
최형진의 실력 정도면 프로듀서(나) 인맥발로 올라갔다는 소리는 나오지 않을 테지만, 그래도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들 필요는 없었다.
생각해 보니까 예전의 최형진도 랩을 못하는 축에 속했다. 물론 서예현보다는 잘하는 편이긴 했지만.
나중에 최형진에게 랩 실력 어떻게 늘렸냐고 물어보면 되겠군. 그 방법으로 서예현을 뒤지게 굴리면 되는 거다.
“예현 형, 내가 방법을 찾았어. 어떻게든 형을 솔로 무대에 자신감 넘치는 상태로 세워 줄게.”
“갑자기 우울함이 싹 가셨다고 말하면 그 계획 취소해 줄 거야?”
“그럴 리가.”
서예현은 내가 아는 사람 중에 제일 징하고 독한 인간이니까 충분히 최형진만큼 할 수 있을 거다.
***
D-3
DROP THE BEAT Season 6 [DTB6 예고편 최초 공개]
[올해도 어김없이 돌아왔다!]
[여전히 꺼지지 않은 DROP THE BEAT의 불꽃!]
인산인해를 이룬 1차 예선 대기 장소와 1차 예선에 참가했던 유명인 극소수를 잠깐 비춘 화면이 1차 예선이 이루어지는 체육관 안으로 넘어갔다.
심사를 보는 큼지막한 주황색 모자이크 덩어리와 그 주변에서 수군거리는 목소리들이 지나가고.
예고편 단골 등장 장면인, 얼굴을 가린 래퍼들의 신경전이 지나갔다.
수많은 장면들이 차마 눈에 담기도 힘들 만큼 빠른 속도로 지나갔다.
남색 모자이크 덩어리 밑에 윤이든이라는 이름을 단 자막이 나왔다. 배경음으로 애절한 단소 아리랑이 흘러나왔다.
화면이 검은색으로 바뀌며 DTB의 상징이 된 합격 목걸이가 화면에 쾅! 하고 박혔다.
-뭐임??? 윤이든은 왜 저렇게 모자이크를 해놓은 거임???
-내가 뭘 본거지
-ㅆㅂㅋㅋㅋㅋ 저걸 저렇게 가려놓네ㅋㅋㅋㅋㅋ
-본격 참가자들보다 프로듀서를 더 많이 비추는 방송이 될 거라고 예고라도 해 주는 거…?
-힙합서바에 곡조는 또 왜 나와 ㅅㅂ
-이든아 또 무슨짓했어!!!!!!!
“이런 미친! 왜 나를 저렇게 검열 삭제를 해 놔! 저러니까 더 이상하잖아!”
자신에게 모자이크 떡칠을 해 놓은 시즌 6 예고편을 본 윤이든이 발악했지만 별 일 아니니 넘어가도록 하자.
그로부터 사흘 후.
드디어 무성한 후기로 대중들의 궁금증을 자극했던 DTB 시즌 6 1화가 방영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