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ự Trở Lại Của Một Thần Tượng Đã Mất Đi Lý Tưởng Ban Đầu RAW - C563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560화(562/579)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560화
너도 알고 나도 알고 모두가 아는 네 명이 스튜디오로 뻘쭘하게 들어왔다.
내가 솔로 앨범 발매 기념 OA 라이브에 부를 만한 게스트가 멤버들밖에 더 있겠냐.
사실 솔로 컴백인 김에 멤버들 말고 용철이 형을 특별 게스트로 부를까도 생각을 해 봤는데, 그러면 정말로 내 음악 세계와 이번 앨범의 곡 메이킹 과정, 곡의 의미만 진지하게 이야기하다가 라이브가 끝날 것 같아서 그냥 멤버들을 불렀다.
리메이크한 곡에 얽힌 추억을 회상하는 도중에 용철이 형이 또 주성이 형 결혼식 때처럼 흑역사를 깔 위험도 있고, 겸사겸사.
결코 팬들 앞에서까지 흑역사가 까일까 봐 용철이 형을 부르지 않은 건 아니다. 데이드림도 용철이 형보다는 멤버들이 더 익숙하고 편하고 반갑겠지, 뭐.
용철이 형은 응원만 해 줬지만, 멤버들은 모두 내 솔로 앨범에 기여를 한 바가 있었으므로 이 자리에 부르는 게 맞긴 했다.
그리고 분위기 살리는 데에도 이런 인재들이 없었다. 일단 김도빈이랑 류재희만 있어도 오디오가 빌 일이 없다.
“스페셜 게스트는 막 나올 일이 없는 깜짝 손님, 이런 개념 아니에요? 저희는 그냥 고정 멤버잖아요. 이게 무슨 트트블에 제가 스페셜 게스트로 나오는 소리예요.”
역시 김도빈은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들어오자마자 즉시 오디오를 채워 주었다.
“원래대로라면 내 ‘솔로’앨범 발매 기념 라방이니까 나 혼자 했어야 했는데 너희들을 불렀으니까 스페셜 게스트지. 이제 납득됐니, 도빈아?”
“어우, 형. 빙의한 무언가한테 조종당하는 거 같아요. 원래대로 해 주세요.”
“납득됐냐? 어?”
항상 하던 대로 해 주자 김도빈의 표정이 단번에 밝아졌다. 아무래도 내가 다정하고 부드러운 말에 거부 반응을 보이는 김도빈의 이상 취향을 정립하는 데에 한몫해버린 것 같다.
“자, 스페셜 게스트도 왔으니 준비해 온 간식을 구워 보겠습니다.”
알파벳 모양으로 찍어 낸 쿠키 반죽이 담긴 팬을 번쩍 들어올려 오븐으로 향했다.
“사실 숙소에서 구워 보려고 했는데 오븐이 고장났어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오븐이 있는 이 스튜디오를 섭외를 했고요.”
“지금 채팅창에 질문이 쏟아지고 있어요. 오븐 온도를 높이기에 바쁜 이든이 형 대신 답해 드리자면, 음방 첫방 역조공으로 알파벳 관련된 걸 하고 싶다고 이든이 형이 그랬거든요. Abc 초콜릿은 너무 성의 없다고 고심하다가 직접 구운 알파벳 모양 쿠키는 어떠냐는 의견이 나왔는데, 다들 아시다시피 이든이 형 요리 실력이…”
“아니지, 막내야. 이제 요리 노답은 너밖에 없어. 나는 데이드림 앞에서 내 실력을 증명을 했다고.”
“그 이후로 형이 한 번도 요리를 성공한 적이 없어서 그때 잠깐 형한테 대장금 귀신인지 대령숙수 귀신인지 들렸다는 걸로 결론 났잖아요.”
귀신이 아니라 템빨이라고. 나를 귀신 들렸던 놈으로 만들어 기어이 나를 요리 개노답 2형제로 다시 끌어들인 류재희가 말을 이었다.
“아무튼, 그래서 미리 한 번 간 보기용으로 만들어 보기로 한 게 저 쿠키예요. 하준이 형도 아니고 예현이 형이 옆에서 막 훈수를 둬서 결과물이 어떨지는 모르겠어요. 이든이 형, 오븐 예열하고 넣으래요.”
레시피대로 타이머를 15분에 맞춰 놓고 오븐을 닫은 후, 다시 자리에 돌아와 앉았다.
“쿠키가 오븐에서 구워지는 동안, 저희는 이든이 솔로앨범 이야기를 해 볼까요?”
견하준이 판을 깔아 주자마자 진지하게 자세를 잡고 앨범 설명을 시작했다.
“먼저 [α-betⅠ]을 간단하게 소개해 드리자면, ED, 그러니까 제 과거를 담은 앨범입니다. 음악을 시작한 이후부터 지금까지의 스토리와 과거의 음악들을 담은 앨범이고요, 그런 의미를 담은 앨범인 만큼 제가 a부터 z까지 메이킹 과정에 관여를 했습니다.”
손을 뻗어 내가 10년간 걸어온 길이 고스란히 담긴 앨범을 들어 올렸다.
“작사, 작곡, 프로듀싱은 제가 도맡았고, 컨포랑 앨범 자켓 디자인까지 제가 싹 참여했습니다.”
앨범 자켓 디자인은 블랙에서 골드로, 어두운 색에서 밝은 색으로 변화하는 강렬한 그라데이션을 활용했고, 텍스처를 살려서 거칠었고 날것이었던 과거와 어느 정도 다듬어진 현재가 대비되도록 했다.
“컨셉이 과거라서 타이틀곡도 E로 시작하는 곡이랑, D로 시작하는 곡, 이렇게 더블 타이틀곡으로 채택했어요. 과거형에 붙이는 ED랑 제 옛 래퍼명 ED. 여기도 의미가 중의적이네요.”
다행히도 류재희는 ED로 차트 순위를 맞추고 싶었다는 나 혼자만의 소소한 소망을 데이드림한테 굳이 말하지 않았다. 1위 할 곡이 1위 하는 거지, 뭐.
“앨범명은 어떻게 지었는지 궁금해요, 라고 질문을 해주셨네요.”
“[α-betⅠ]이라는 앨범명은 생각하기 귀찮으니까 알파벳 순으로 집어넣어 놓고 알파벳이라는 이름을 붙인 게 아니고요.”
앨범명과 트랙 리스트가 공개되고 제일 많이 들었던 말을 답변의 서두로 꺼내며 이를 깍 깨물고 미소 지었다.
마커 뚜껑을 이빨로 깨물어서 한쪽 손으로 열고 화이트보드에 쓱쓱 글자를 적어 내렸다.
Alphabet
Alpha=α/bet
“α가 그리스 글자의 첫 번째 글자잖아요. 가장 밝은 별을 알파성이라고 하고 무리의 우두머리를 알파라고 하기도 하죠. 그래서 이 앨범에서는 모든 의미로의 ‘첫 번째’라고 해석했습니다.”
첫 번째 솔로 앨범. 첫 번째로 작업했던 곡. 지금까지의 내 작업물 중 최상위 퀄리티의 곡. 내가 가 보지 못했던 또 하나의 길의 첫번째 걸음.
“그리고 bet은 ‘베팅하다’, 그리고 ‘틀림없다’. 이 두 개를 앨범 이름 그대로 연결 지으시면 앨범명의 의미를 대충 이해하실 수 있을 거예요.”
“잠깐만요! 이해가 안 됩니다! 뜻이 여러 개인데 어떻게 해석하는 거죠?”
평소였으면 알아서 해석하라고 윽박질렀을 테지만, 다른 이들도 궁금해할 만한 점을 콕 집은 김도빈의 질문에 친절하게 답해 주었다.
“어떻게 해석하시든 상관 없습니다. 그건 이제 해석하는 사람의 자유예요, 자유. ‘첫 번째 앨범에 베팅하다’라고 생각하셔도 되고, ‘이 앨범의 곡들이 최상위임이 틀림없다’ 이렇게 해석하셔도 되겠네요.”
내가 앨범명을 짜며 생각했던 해석을 예시로 들어 설명했다.
“아, ‘알파벳 순이라서 알파벳이구나’라고 해석하셔도 돼요. 다만 이제 생각하기 귀찮다는 이유로 이렇게 짓지는 않았다는 거죠. 이 앨범명에 이런 여러 의미가 담겨 있다- 정도로 알아주시면 되겠습니다.”
이 정도면 대충 지었다는 오해는 충분히 풀렸겠지.
“해석은 여러 개지만 형의 첫 의도는 뭐였는지 궁금하다는데요.”
“다른 사람도 아니고 데이드림 앞이니까 양심 고백하자면, 방금 제가 든 예시 중에서 두 번째와 세 번째의 의미로 먼저 앨범명을 짜고 첫 번째 해석을 나중에 끼워 넣었어요.”
진지한 얼굴로 내 설명을 듣다가 손깍지 낀 손을 턱에 댄 채로 고심하던 서예현이 입을 열었다.
“이건 솔직히 우리 멤버들도 아무도 눈치를 못 챘을 거 같은데.”
“아, 나는 눈치챘어.”
다들 동조하듯 고개를 끄덕이는 와중, 견하준이 자기는 빼 달라는 듯 슬쩍 손을 들었다.
“이든이는 가사 쓸 때도 다의어로 언어유희 하는 방식을 많이 써서, 저 앨범명에도 의미가 두 개 이상은 있을 줄 알았어.”
역시 나를 제일 잘 아는 건 견하준밖에 없었다.
앨범명 해석을 끝내고, 타이틀곡인 와 을 시작으로 트랙리스트의 나머지 수록곡들도 신나게 하나씩 설명하던 도중.
오븐 타이머가 울리며 쿠키의 완성을 알렸다.
“과연 역조공을 할 수 있을 만한 결과물일 것인가!”
“냄새는 맛있게 나는데요?”
“거 봐, 내가 뭐랬어. 설탕 덜 넣어도 잘 완성된다고 했잖아.”
반죽을 만드는 동안 옆에서 계속 설탕 좀 줄이라고 난리를 쳐 댔던 서예현이 잔뜩 높아진 콧대로 으스댔다.
버터가 얼마나 들어갔는지 눈으로 보고 있던 서예현은 이 쿠키를 먹을 리가 없었고, 견하준은 의외로 사양했다.
그리고 한 입 무는 순간, 어째서 디저트 러버 견하준이 이 쿠키를 사양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얼얼한 턱을 문지르며 쿠키 시식 소감을 말했다. 목구멍으로 넘기지도 못해서 시식이라 하기도 민망했다.
“와, 이빨 나갈 뻔.”
“쿠키가 아니라 돌인데요? 형, 연금술 배우셨어요? 밀가루랑 설탕이랑 버터랑 기타 등등으로 어떻게 분자 구조도 다른 돌을 연성하신 거예요?”
내가 김도빈을 헤드록으로 응징하고 있는 동안, 견하준이 실패 이유를 설명해 주었다.
“설탕을 너무 적게 넣어서 그래. 쿠키 반죽이 부드러워지려면 설탕을 정량 넣어야하는데 정량의 절반만 넣었으니까.”
역시 디저트 러버답게 견하준은 실패의 이유를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어쩐지 디저트 좋아하던 녀석이 내 쿠키는 한사코 안 받더라.
실패의 원흉이나 다름없는 서예현에게 따가운 눈길을 보내다가 문득 떠오른 기억에 견하준을 휙 돌아보았다. 분명 견하준도 그 옆에 있었다.
“준아, 그러면 왜 예현 형이 저당쿠키 만들라고 설탕 반절을 가져갔을 때 안 말렸냐…?”
“예현이 형이 두 눈으로 결과를 직접 보고 저당 쿠키의 미련을 버리길 바라서? 왠지 예현이 형이라면 팬분들 건강을 생각해서 역조공 쿠키도 저당으로 만들라고 할 것 같았거든.”
서예현이 찔린 사람마냥 눈동자를 굴려 댔다.
“예현이 형, 여러 일몽이들이 마음은 고맙지만 그렇게까지 안 챙겨 줘도 된대요.”
우리가 버터와 밀가루, 설탕 가득 든 쿠키를 먹는 꼴을 보지 않아도 되는 서예현만 행복하게 됐다.
돌 쿠키 역조공 플랜을 묻기 위해 다급히 화제를 바꿀 만한 조커를 뽑아들었다.
“그러면 멤버들은 대체 어느 과정에 참가했느냐. 저희 멤버들은 뮤직비디오에 출연했습니다.”
채팅창이 또 한 번 터져 나갔다. 뮤비에서 못 봤는데 도대체 어디에 나왔냐는 질문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면 이든이 형 타이틀곡 뮤비들 리액션이랑 함께 까메오로 나온 레브 찾기! 동시에 진행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뮤직비디오부터 먼저 재생되었다.
“이든이 형이랑 옷 벗기 내기로 포커 치는 상대방 손이 제 손이에요. 저는 어디까지 벗었냐고요? 노코멘트 할게요.”
“여기 러시안룰렛 게임에서 억울하게 총 맞는 진행자가 바로 접니다. 네, 윤이든이 저를 죽였어요.”
뮤비에는 류재희와 서예현이 카메오로 등장했다.
서예현은 유일하게 앞모습이 나왔지만 러시안룰렛 진행자는 가면을 쓰고 있었기에 서예현이라는 걸 모를 만도 했다.
“여기 교실에서 이든이 형 앞자리에 후드집업 입고 앉아 있는 게 저예요! 학창 시절 이든이 형의 동급생 1 역할을 맡았습니다!”
“방금 18번 채널에서 이든이 컵라면 한 젓가락 뺏어 먹은 손이 저예요. 18번 채널 컨셉이 연습생 시절의 저희라서.”
“골프채 든 이든이 형을 피해서 후다닥 도망가는 이 옷자락이 제 옷자락입니다.”
“아, 그리고 여기. 이든이에게 DTB 합격 목걸이 걸어주는 것도 저예요. 제가 옷을 헐렁하게 입어서 그런가, 아무도 못 알아보셨네요.”
“이든이 형한테 대상 트로피 건네주는 사람도 저였어여. 이건 진짜 몰랐죠?”
뮤비에는 김도빈과 견하준이 카메오로 소소하게 등장했다.
“그때도 느낀 건데 지금 다시 봐도 새삼 안어울린다.”
“왜 이렇게 표정이 열받지…? 귀여움과는 거리가 먼 인간이 ‘이러면 귀여워 보이겠지?’ 생각하는 게 너무 노골적으로 보여서 그런가?”
멤버들은 청량 큐티 콘셉트를 소화하는 나를 향한 혹평들도 빼놓지 않았다.
아, 꼬우면 다음 활동에서 단체로 청량큐티 콘셉트 해 보든가.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560화(562/579)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560화
너도 알고 나도 알고 모두가 아는 네 명이 스튜디오로 뻘쭘하게 들어왔다.
내가 솔로 앨범 발매 기념 OA 라이브에 부를 만한 게스트가 멤버들밖에 더 있겠냐.
사실 솔로 컴백인 김에 멤버들 말고 용철이 형을 특별 게스트로 부를까도 생각을 해 봤는데, 그러면 정말로 내 음악 세계와 이번 앨범의 곡 메이킹 과정, 곡의 의미만 진지하게 이야기하다가 라이브가 끝날 것 같아서 그냥 멤버들을 불렀다.
리메이크한 곡에 얽힌 추억을 회상하는 도중에 용철이 형이 또 주성이 형 결혼식 때처럼 흑역사를 깔 위험도 있고, 겸사겸사.
결코 팬들 앞에서까지 흑역사가 까일까 봐 용철이 형을 부르지 않은 건 아니다. 데이드림도 용철이 형보다는 멤버들이 더 익숙하고 편하고 반갑겠지, 뭐.
용철이 형은 응원만 해 줬지만, 멤버들은 모두 내 솔로 앨범에 기여를 한 바가 있었으므로 이 자리에 부르는 게 맞긴 했다.
그리고 분위기 살리는 데에도 이런 인재들이 없었다. 일단 김도빈이랑 류재희만 있어도 오디오가 빌 일이 없다.
“스페셜 게스트는 막 나올 일이 없는 깜짝 손님, 이런 개념 아니에요? 저희는 그냥 고정 멤버잖아요. 이게 무슨 트트블에 제가 스페셜 게스트로 나오는 소리예요.”
역시 김도빈은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들어오자마자 즉시 오디오를 채워 주었다.
“원래대로라면 내 ‘솔로’앨범 발매 기념 라방이니까 나 혼자 했어야 했는데 너희들을 불렀으니까 스페셜 게스트지. 이제 납득됐니, 도빈아?”
“어우, 형. 빙의한 무언가한테 조종당하는 거 같아요. 원래대로 해 주세요.”
“납득됐냐? 어?”
항상 하던 대로 해 주자 김도빈의 표정이 단번에 밝아졌다. 아무래도 내가 다정하고 부드러운 말에 거부 반응을 보이는 김도빈의 이상 취향을 정립하는 데에 한몫해버린 것 같다.
“자, 스페셜 게스트도 왔으니 준비해 온 간식을 구워 보겠습니다.”
알파벳 모양으로 찍어 낸 쿠키 반죽이 담긴 팬을 번쩍 들어올려 오븐으로 향했다.
“사실 숙소에서 구워 보려고 했는데 오븐이 고장났어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오븐이 있는 이 스튜디오를 섭외를 했고요.”
“지금 채팅창에 질문이 쏟아지고 있어요. 오븐 온도를 높이기에 바쁜 이든이 형 대신 답해 드리자면, 음방 첫방 역조공으로 알파벳 관련된 걸 하고 싶다고 이든이 형이 그랬거든요. Abc 초콜릿은 너무 성의 없다고 고심하다가 직접 구운 알파벳 모양 쿠키는 어떠냐는 의견이 나왔는데, 다들 아시다시피 이든이 형 요리 실력이…”
“아니지, 막내야. 이제 요리 노답은 너밖에 없어. 나는 데이드림 앞에서 내 실력을 증명을 했다고.”
“그 이후로 형이 한 번도 요리를 성공한 적이 없어서 그때 잠깐 형한테 대장금 귀신인지 대령숙수 귀신인지 들렸다는 걸로 결론 났잖아요.”
귀신이 아니라 템빨이라고. 나를 귀신 들렸던 놈으로 만들어 기어이 나를 요리 개노답 2형제로 다시 끌어들인 류재희가 말을 이었다.
“아무튼, 그래서 미리 한 번 간 보기용으로 만들어 보기로 한 게 저 쿠키예요. 하준이 형도 아니고 예현이 형이 옆에서 막 훈수를 둬서 결과물이 어떨지는 모르겠어요. 이든이 형, 오븐 예열하고 넣으래요.”
레시피대로 타이머를 15분에 맞춰 놓고 오븐을 닫은 후, 다시 자리에 돌아와 앉았다.
“쿠키가 오븐에서 구워지는 동안, 저희는 이든이 솔로앨범 이야기를 해 볼까요?”
견하준이 판을 깔아 주자마자 진지하게 자세를 잡고 앨범 설명을 시작했다.
“먼저 [α-betⅠ]을 간단하게 소개해 드리자면, ED, 그러니까 제 과거를 담은 앨범입니다. 음악을 시작한 이후부터 지금까지의 스토리와 과거의 음악들을 담은 앨범이고요, 그런 의미를 담은 앨범인 만큼 제가 a부터 z까지 메이킹 과정에 관여를 했습니다.”
손을 뻗어 내가 10년간 걸어온 길이 고스란히 담긴 앨범을 들어 올렸다.
“작사, 작곡, 프로듀싱은 제가 도맡았고, 컨포랑 앨범 자켓 디자인까지 제가 싹 참여했습니다.”
앨범 자켓 디자인은 블랙에서 골드로, 어두운 색에서 밝은 색으로 변화하는 강렬한 그라데이션을 활용했고, 텍스처를 살려서 거칠었고 날것이었던 과거와 어느 정도 다듬어진 현재가 대비되도록 했다.
“컨셉이 과거라서 타이틀곡도 E로 시작하는 곡이랑, D로 시작하는 곡, 이렇게 더블 타이틀곡으로 채택했어요. 과거형에 붙이는 ED랑 제 옛 래퍼명 ED. 여기도 의미가 중의적이네요.”
다행히도 류재희는 ED로 차트 순위를 맞추고 싶었다는 나 혼자만의 소소한 소망을 데이드림한테 굳이 말하지 않았다. 1위 할 곡이 1위 하는 거지, 뭐.
“앨범명은 어떻게 지었는지 궁금해요, 라고 질문을 해주셨네요.”
“[α-betⅠ]이라는 앨범명은 생각하기 귀찮으니까 알파벳 순으로 집어넣어 놓고 알파벳이라는 이름을 붙인 게 아니고요.”
앨범명과 트랙 리스트가 공개되고 제일 많이 들었던 말을 답변의 서두로 꺼내며 이를 깍 깨물고 미소 지었다.
마커 뚜껑을 이빨로 깨물어서 한쪽 손으로 열고 화이트보드에 쓱쓱 글자를 적어 내렸다.
Alphabet
Alpha=α/bet
“α가 그리스 글자의 첫 번째 글자잖아요. 가장 밝은 별을 알파성이라고 하고 무리의 우두머리를 알파라고 하기도 하죠. 그래서 이 앨범에서는 모든 의미로의 ‘첫 번째’라고 해석했습니다.”
첫 번째 솔로 앨범. 첫 번째로 작업했던 곡. 지금까지의 내 작업물 중 최상위 퀄리티의 곡. 내가 가 보지 못했던 또 하나의 길의 첫번째 걸음.
“그리고 bet은 ‘베팅하다’, 그리고 ‘틀림없다’. 이 두 개를 앨범 이름 그대로 연결 지으시면 앨범명의 의미를 대충 이해하실 수 있을 거예요.”
“잠깐만요! 이해가 안 됩니다! 뜻이 여러 개인데 어떻게 해석하는 거죠?”
평소였으면 알아서 해석하라고 윽박질렀을 테지만, 다른 이들도 궁금해할 만한 점을 콕 집은 김도빈의 질문에 친절하게 답해 주었다.
“어떻게 해석하시든 상관 없습니다. 그건 이제 해석하는 사람의 자유예요, 자유. ‘첫 번째 앨범에 베팅하다’라고 생각하셔도 되고, ‘이 앨범의 곡들이 최상위임이 틀림없다’ 이렇게 해석하셔도 되겠네요.”
내가 앨범명을 짜며 생각했던 해석을 예시로 들어 설명했다.
“아, ‘알파벳 순이라서 알파벳이구나’라고 해석하셔도 돼요. 다만 이제 생각하기 귀찮다는 이유로 이렇게 짓지는 않았다는 거죠. 이 앨범명에 이런 여러 의미가 담겨 있다- 정도로 알아주시면 되겠습니다.”
이 정도면 대충 지었다는 오해는 충분히 풀렸겠지.
“해석은 여러 개지만 형의 첫 의도는 뭐였는지 궁금하다는데요.”
“다른 사람도 아니고 데이드림 앞이니까 양심 고백하자면, 방금 제가 든 예시 중에서 두 번째와 세 번째의 의미로 먼저 앨범명을 짜고 첫 번째 해석을 나중에 끼워 넣었어요.”
진지한 얼굴로 내 설명을 듣다가 손깍지 낀 손을 턱에 댄 채로 고심하던 서예현이 입을 열었다.
“이건 솔직히 우리 멤버들도 아무도 눈치를 못 챘을 거 같은데.”
“아, 나는 눈치챘어.”
다들 동조하듯 고개를 끄덕이는 와중, 견하준이 자기는 빼 달라는 듯 슬쩍 손을 들었다.
“이든이는 가사 쓸 때도 다의어로 언어유희 하는 방식을 많이 써서, 저 앨범명에도 의미가 두 개 이상은 있을 줄 알았어.”
역시 나를 제일 잘 아는 건 견하준밖에 없었다.
앨범명 해석을 끝내고, 타이틀곡인 와 을 시작으로 트랙리스트의 나머지 수록곡들도 신나게 하나씩 설명하던 도중.
오븐 타이머가 울리며 쿠키의 완성을 알렸다.
“과연 역조공을 할 수 있을 만한 결과물일 것인가!”
“냄새는 맛있게 나는데요?”
“거 봐, 내가 뭐랬어. 설탕 덜 넣어도 잘 완성된다고 했잖아.”
반죽을 만드는 동안 옆에서 계속 설탕 좀 줄이라고 난리를 쳐 댔던 서예현이 잔뜩 높아진 콧대로 으스댔다.
버터가 얼마나 들어갔는지 눈으로 보고 있던 서예현은 이 쿠키를 먹을 리가 없었고, 견하준은 의외로 사양했다.
그리고 한 입 무는 순간, 어째서 디저트 러버 견하준이 이 쿠키를 사양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얼얼한 턱을 문지르며 쿠키 시식 소감을 말했다. 목구멍으로 넘기지도 못해서 시식이라 하기도 민망했다.
“와, 이빨 나갈 뻔.”
“쿠키가 아니라 돌인데요? 형, 연금술 배우셨어요? 밀가루랑 설탕이랑 버터랑 기타 등등으로 어떻게 분자 구조도 다른 돌을 연성하신 거예요?”
내가 김도빈을 헤드록으로 응징하고 있는 동안, 견하준이 실패 이유를 설명해 주었다.
“설탕을 너무 적게 넣어서 그래. 쿠키 반죽이 부드러워지려면 설탕을 정량 넣어야하는데 정량의 절반만 넣었으니까.”
역시 디저트 러버답게 견하준은 실패의 이유를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어쩐지 디저트 좋아하던 녀석이 내 쿠키는 한사코 안 받더라.
실패의 원흉이나 다름없는 서예현에게 따가운 눈길을 보내다가 문득 떠오른 기억에 견하준을 휙 돌아보았다. 분명 견하준도 그 옆에 있었다.
“준아, 그러면 왜 예현 형이 저당쿠키 만들라고 설탕 반절을 가져갔을 때 안 말렸냐…?”
“예현이 형이 두 눈으로 결과를 직접 보고 저당 쿠키의 미련을 버리길 바라서? 왠지 예현이 형이라면 팬분들 건강을 생각해서 역조공 쿠키도 저당으로 만들라고 할 것 같았거든.”
서예현이 찔린 사람마냥 눈동자를 굴려 댔다.
“예현이 형, 여러 일몽이들이 마음은 고맙지만 그렇게까지 안 챙겨 줘도 된대요.”
우리가 버터와 밀가루, 설탕 가득 든 쿠키를 먹는 꼴을 보지 않아도 되는 서예현만 행복하게 됐다.
돌 쿠키 역조공 플랜을 묻기 위해 다급히 화제를 바꿀 만한 조커를 뽑아들었다.
“그러면 멤버들은 대체 어느 과정에 참가했느냐. 저희 멤버들은 뮤직비디오에 출연했습니다.”
채팅창이 또 한 번 터져 나갔다. 뮤비에서 못 봤는데 도대체 어디에 나왔냐는 질문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면 이든이 형 타이틀곡 뮤비들 리액션이랑 함께 까메오로 나온 레브 찾기! 동시에 진행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뮤직비디오부터 먼저 재생되었다.
“이든이 형이랑 옷 벗기 내기로 포커 치는 상대방 손이 제 손이에요. 저는 어디까지 벗었냐고요? 노코멘트 할게요.”
“여기 러시안룰렛 게임에서 억울하게 총 맞는 진행자가 바로 접니다. 네, 윤이든이 저를 죽였어요.”
뮤비에는 류재희와 서예현이 카메오로 등장했다.
서예현은 유일하게 앞모습이 나왔지만 러시안룰렛 진행자는 가면을 쓰고 있었기에 서예현이라는 걸 모를 만도 했다.
“여기 교실에서 이든이 형 앞자리에 후드집업 입고 앉아 있는 게 저예요! 학창 시절 이든이 형의 동급생 1 역할을 맡았습니다!”
“방금 18번 채널에서 이든이 컵라면 한 젓가락 뺏어 먹은 손이 저예요. 18번 채널 컨셉이 연습생 시절의 저희라서.”
“골프채 든 이든이 형을 피해서 후다닥 도망가는 이 옷자락이 제 옷자락입니다.”
“아, 그리고 여기. 이든이에게 DTB 합격 목걸이 걸어주는 것도 저예요. 제가 옷을 헐렁하게 입어서 그런가, 아무도 못 알아보셨네요.”
“이든이 형한테 대상 트로피 건네주는 사람도 저였어여. 이건 진짜 몰랐죠?”
뮤비에는 김도빈과 견하준이 카메오로 소소하게 등장했다.
“그때도 느낀 건데 지금 다시 봐도 새삼 안어울린다.”
“왜 이렇게 표정이 열받지…? 귀여움과는 거리가 먼 인간이 ‘이러면 귀여워 보이겠지?’ 생각하는 게 너무 노골적으로 보여서 그런가?”
멤버들은 청량 큐티 콘셉트를 소화하는 나를 향한 혹평들도 빼놓지 않았다.
아, 꼬우면 다음 활동에서 단체로 청량큐티 콘셉트 해 보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