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ự Trở Lại Của Một Thần Tượng Đã Mất Đi Lý Tưởng Ban Đầu RAW - C557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554화(556/579)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554화
* * *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 덕분에 더욱 화사해 보이는 야외 결혼식장을 한번 훑어보며 한 모 양은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어젯밤까지 오늘 날씨를 걱정하던 예비 신부의 바람이 하늘에 닿은 건지, 날씨가 참 화창했다.
오늘 이 결혼식의 주인공 중 한 명인 신부, 한아연 씨는 한 모 양의 친언니이자 소중한 덕질 메이트이기도 했다.
언니랑 한집에서 같이 자는 마지막 밤이었던 어젯밤, 결혼해도 계속 덕질 같이 하고 콘서트도 같이 가 줄 거냐고 울먹이며 묻다가 한바탕 터진 눈물 덕분에 부은 눈두덩이를 문지르며 한 모 양은 트러스 위에 흰 천과 프로젝터 스크린이 걸리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언니가 친구 갈아서 영상 준비했다더니. 저 스크린에서 상영되려나?’
몸을 돌린 한 모 양이 예식장을 벗어나자 등 뒤에서 낯선 멜로디의 음향이 들려왔다.
무슨 노래인지는 몰라도 노래가 참 좋았다. 하지만 그녀는 멜로디 이후로 이어지는 마이크 테스트의 음성까지는 듣지 못했다.
“와우, 주성이 형! 못 알아볼 뻔?”
“결혼 축하한다.”
슬슬 하객들로 북적거리기 시작하는 예식장 앞쪽으로 가자, 꽤 친해 보이는 이들의 장난스러운 축하를 받고 있는 예비 형부의 모습이 한 모 양의 눈에 들어왔다.
눈이 마주쳐 어색하게 인사를 건네자, 예비 형부가 주변 사람들에게 그녀를 처제라고 소개했다.
“그런데 막내 아직 안 왔어요?”
“너희들보다 훨씬 빨리 와서 지금 저기 안에서 축가 리허설 대기 중이다. 아, 맞다. 태훈아, 막내네 식권 빼 놨냐?”
“아니? 그냥 지금 용철이한테 다섯 장 넘기면 되지 않나? 야, 용철아. 이거 니가 갖고 있다가 이따 막내 줘라.”
축의금 접수대에 앉아서 손짓하는 남자에게 다가가 식권 다섯 장을 받아 드는 이는 한 모 양이 유일하게 얼굴과 래퍼명, 심지어 본명까지 다 알고 있는 래퍼였다.
‘헉, D.I다!’
D.I 외 이름 모를 여러 래퍼들을 보고 있자, 예비 형부의 직업이 래퍼라는 걸 듣고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 어색하게 고개만 끄덕이고 있던 과거 인사 자리에서의 기억이 되살아났다.
“혹시 그러면 랩네임이… JX요? 아, 그렇구나… 혹시 DTB 나오셨어요? 아, 안 나오셨구나…”
DTB로 유명세를 떨친 D.I나 BQ9, 스코언 같은 래퍼였으면 그나마 DTB에 나와서 부른 대표곡이라도 막 던져 보면서 분위기를 어떻게든 화기애애하게 풀어 봤을 텐데.
힙합이라곤 오직 DTB 4로만 간접 체험한 K-POP 외길 한 모 양과 예비 형부와의 거리감은 참으로 멀었다.
예비 형부의 직업을 듣고 어머니가 뒷목을 잡았던 그날까지 1+1로 회상하며 한모 양은 신부 대기실로 향했다.
“아연아, 축가 공연은 누가 한대?”
“나도 몰라. 오빠가 진짜 유명한 가수 불렀다고 아주 자신만만하게 말하긴 했는데, 내가 계속 물어봐도 비밀이라고 말을 안 해 줘.”
“D.I 왔던데 혹시 D.I가 랩하는 거 아니야? 그러면 결혼식장 분위기 장난 아니겠다.”
“야, 안 돼. 어른들 그 분위기에 못 끼신다고. 그러면 바로 울엄마 뒷목 잡기 시즌 2야. 여운아! 혹시 누가 축가 리허설 하는지 보고 왔어?”
친구들과 대화하다가 저를 부르는 언니의 물음에 한 모 양은 그녀가 보고 온 것을 착실하게 말해 주었다.
“아니, 스크린 걸리는 거랑 사운드 체크하는 것만 보고 왔는데?”
한 모 양은 언니의 지시에 따라 리허설 장면을 염탐하러 가다가, 혼주 한복을 차려입은 어머니에게 붙들려 꼼짝없이 친척 어른들과 부모님의 지인들에게 인사를 드릴 수밖에 없었다.
슬슬 하객들로 하나둘 채워지기 시작하는 결혼식장을 보다가 한모 양도 가장 앞쪽인 가족석을 찾아 앉았다.
결혼식 사회자는 신랑 지인이 맡았다.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같은 크루였다는데 솔직히 무슨 말인지는 못 알아들었다.
옆쪽에 설치된 프로젝터 스크린에 신랑 신부가 함께했던 세월을 사진과 동영상을 모아 만든 영상도 상영되고, 주례 대신 한모 양의 아버지가 편지도 읽고, 신랑과 신부가 혼인 서약서도 함께 읽고 하며 결혼식은 차근차근 진행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축가 공연 차례.
“축가 공연을 빼놓을 수 없겠죠? 신랑과 오랜 인연을 이어 온 분이 특별히 축가를 준비했다고 합니다. 자, 큰 박수로 맞이해 주세요!”
본인 안의 선입견을 걷어 보려고 해도 ‘진짜 축가로 랩하는 거 아니야?’라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쏟아지는 박수 갈채 속에서 축가 가수가 등장하는 대신, 신랑 신부의 연애 일대기를 보여주었던 프로젝터 스크린에 갑자기 다시 불이 들어왔다.
영상이 틀어지자마자 보이는 다섯 명의 얼굴은 한모 양한테 참으로 익숙했다.
-Dream of me! 안녕하세요, 레브입니다!
한 모 양은 신부와 똑같은 모양새로 입을 틀어막았다. 자매가 덕질하던 아이돌이 결혼식에 깜짝 영상으로 등장했는데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
가장 앞자리에 얼굴마담 서예현과 나란히 서 있던, 단정해 보이려고 최대한 노력한 낯인 쓰리피스 정장 차림 윤이든이 마이크를 잡고 축사를 읊었다.
-오늘, 두 분의 새로운 시작을 축하하는 자리에 이렇게나마 얼굴을 비칠 수 있어서 정말 영광입니다. 두 분의 평생에 단 한 번뿐인 이 순간을 노래로 조금이나마 더 빛낼 수 있길 바라며, 진심을 담아 축가를 선물해 드리겠습니다.
이마를 덮은 앞머리 때문에 평소보다 아주 살짝 인상이 누그러져 보이는 윤이든이 시원스럽게 웃으며 축하 인사를 내뱉었다.
-주성이 형, 결혼 축하해요. 형수님, 결혼 축하드립니다!
[어쩌면 운명이었을까
너와 내가 마주친 그 순간]
축사가 끝남과 동시에 견하준의 목소리가 부드럽게 울리며 곡의 시작을 알렸다. 그녀가 사운드 체크를 할 때 아주 잠깐 들었던 바로 그 멜로디였다.
레브의 전 앨범 곡을 꿰뚫고 있는 한 모 양은 이 곡이 어디에서도 들은 적 없는 낯선 곡이라는 걸 바로 알아챘다. 이래서 레브가 축가 가수라는 걸 몰랐지! 비록 영상 편지이긴 하지만!
미공개 곡 최초 공개! 팬에게 있어서 최고의 순간이 아니겠는가.
갑자기 한모 양의 마음속, 형부를 향한 호감도가 팍 오르는 게 느껴졌다. 신부 또한 감동한 듯 입을 살짝 벌리고 스크린을 바라보고 있었다.
래퍼 라인인 윤이든과 서예현이 앞자리에 우뚝 서 있고 노래는 뒷자리의 두 보컬 라인이 다 부르긴 해도, 그럼에도 최고의 선물이었다.
노래가 1절의 절정에 다다랐을 때, 갑작스럽게 스크린이 검게 물들었다.
하지만 노래는 끊기지 않고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방송 사고인가?’
아니, 그렇다기에는 노랫소리가 아까와 달리 영상에서 나오는 음성이 아니라 저 스크린 뒤에서 나오는 것 같은…
순간, 스크린과 트러스를 둘러싼 흰 천이 바닥으로 추락하며-
[이제 시작되는 이야기
우리만의 무대 위에서]
눈앞에, 진짜 레브가 있었다.
레브 멤버들이 영상 속에서 막 튀어나온 것처럼, 영상 속 모습과 구도, 포즈 그대로 능청스럽게 축가를 이어나갔다.
헤어와 의상도 영상 속 모습 그대로라 더욱 생경함을 더해 주었다.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마주한 내 가수의 실물에 한 모 양은 무의식적으로 돌고래 비명을 질렀다가 입을 틀어막았다.
다른 하객들도 비명에 가까운 환호성을 내지르고 있었기에 다행히도 한 모 양에게 시선 집중이 될 일은 없었다.
그룹 이름은 몰라도 멤버들이 TV에서 한 번쯤은 본 얼굴들이라, 결혼식에 참석한 어른들도 연예인이 왔다는 것쯤은 쉬이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압도적인 반응을 보인 사람이 있었으니.
“어떡해! 어떡해! 대박! 진짜 레브, 아! 말도 안 돼!”
결혼식의 주인공인 신부가 감격의 비명을 지르며 신랑의 팔을 퍽퍽 쳐 대고 있었다.
예상했던 것보다 더욱 격렬한 반응에 신랑이 고스란히 그 손길을 맞아 주며 움찔거렸다.
“이든이 인별 단체 사진, 그거 오빠 아니라며!”
“아니, 그건 좀 말 못할 사정이…”
그 사이, 레브 멤버들은 자연스럽게 신부를 향해 손을 내밀며 축가를 이어갔다.
납작한 스크린 속 영상이 아닌 생생하고 선명한 3D의 모습에 신부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평생 콘서트 1열을 잡아 본 적이 없던 한 모 양 역시 가족이라 1열에서 관람할 수 있어서 너무 다행이라고 속으로 감격의 눈물을 삼키고 있었다.
오늘 이 결혼식은 평생 잊지 못할 순간이 될 터였다.
* * *
뻔한 축가 공연은 가라. 이것이 내 모토였다.
기왕 초대 가수로 축가를 부르러 가는 건데, 평범하게 등장하는 건 재미와 임팩트가 없지 않은가.
그렇다고 ‘이 결혼 반댈세!’ 하면서 등장하면 크루 형들이 미는 전남친 밈에 화력만 높여 주는 꼴이고. 결혼식 주인공이 주성이 형만 아니었어도 이걸로 밀고 나갔을 거다.
외국에서 유행하는, 하객석에 앉아 있거나 직원으로 분장하고 있다가 서프라이즈로 축가를 부르는 건 우리가 마스크와 모자로 얼굴을 칭칭 감고 있지 않는 이상은 불가능했다. 남의 결혼식에 그러고 있는 건 민폐 하객이라는 류재희의 강력한 주장으로 인해 그 계획은 완전 폐기되었다.
그렇게 고심하다가 결국 내가 낸 아이디어는 바로 ‘LIVE LETTER 프로젝트’였다.
처음에 우리의 영상 편지로 시작된 공연이 우리가 영상 속 모습 그대로 등장하며 현실로 고스란히 이어지는, 살아 움직이는 영상 편지 콘셉트.
연예인 초대 가수 등장으로 1차 서프라이즈, 그리고 영상 속에서만 볼 수 있다는 아쉬움을 단번에 날려 버리는 2차 서프라이즈까지 무대 한 방에 연출할 수 있었다.
그래서 영상이 끊길 때와 우리가 등장할 때의 타이밍을 맞추는 것이 제일 중요했다.
축가도 축가였지만 영상 편지에서 ‘갓 튀어나온 모습’을 제대로 연출하기 위해 우리는 등장 타이밍을 제일 집중적으로 연습했다.
평범하게 가면 안 되겠느냐는 서예현의 투덜거림은 덤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렇게 형수님이 격하게 우리의 축가 공연을 반기는 모습을 보니 고생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랩 대신 열심히 화음을 넣는 내게 주성이 형이 슬쩍 엄지를 치켜올려 주었다.
거 봐, 평범하게 갔으면 이런 감동이 나왔겠냐고.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554화(556/579)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55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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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 덕분에 더욱 화사해 보이는 야외 결혼식장을 한번 훑어보며 한 모 양은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어젯밤까지 오늘 날씨를 걱정하던 예비 신부의 바람이 하늘에 닿은 건지, 날씨가 참 화창했다.
오늘 이 결혼식의 주인공 중 한 명인 신부, 한아연 씨는 한 모 양의 친언니이자 소중한 덕질 메이트이기도 했다.
언니랑 한집에서 같이 자는 마지막 밤이었던 어젯밤, 결혼해도 계속 덕질 같이 하고 콘서트도 같이 가 줄 거냐고 울먹이며 묻다가 한바탕 터진 눈물 덕분에 부은 눈두덩이를 문지르며 한 모 양은 트러스 위에 흰 천과 프로젝터 스크린이 걸리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언니가 친구 갈아서 영상 준비했다더니. 저 스크린에서 상영되려나?’
몸을 돌린 한 모 양이 예식장을 벗어나자 등 뒤에서 낯선 멜로디의 음향이 들려왔다.
무슨 노래인지는 몰라도 노래가 참 좋았다. 하지만 그녀는 멜로디 이후로 이어지는 마이크 테스트의 음성까지는 듣지 못했다.
“와우, 주성이 형! 못 알아볼 뻔?”
“결혼 축하한다.”
슬슬 하객들로 북적거리기 시작하는 예식장 앞쪽으로 가자, 꽤 친해 보이는 이들의 장난스러운 축하를 받고 있는 예비 형부의 모습이 한 모 양의 눈에 들어왔다.
눈이 마주쳐 어색하게 인사를 건네자, 예비 형부가 주변 사람들에게 그녀를 처제라고 소개했다.
“그런데 막내 아직 안 왔어요?”
“너희들보다 훨씬 빨리 와서 지금 저기 안에서 축가 리허설 대기 중이다. 아, 맞다. 태훈아, 막내네 식권 빼 놨냐?”
“아니? 그냥 지금 용철이한테 다섯 장 넘기면 되지 않나? 야, 용철아. 이거 니가 갖고 있다가 이따 막내 줘라.”
축의금 접수대에 앉아서 손짓하는 남자에게 다가가 식권 다섯 장을 받아 드는 이는 한 모 양이 유일하게 얼굴과 래퍼명, 심지어 본명까지 다 알고 있는 래퍼였다.
‘헉, D.I다!’
D.I 외 이름 모를 여러 래퍼들을 보고 있자, 예비 형부의 직업이 래퍼라는 걸 듣고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 어색하게 고개만 끄덕이고 있던 과거 인사 자리에서의 기억이 되살아났다.
“혹시 그러면 랩네임이… JX요? 아, 그렇구나… 혹시 DTB 나오셨어요? 아, 안 나오셨구나…”
DTB로 유명세를 떨친 D.I나 BQ9, 스코언 같은 래퍼였으면 그나마 DTB에 나와서 부른 대표곡이라도 막 던져 보면서 분위기를 어떻게든 화기애애하게 풀어 봤을 텐데.
힙합이라곤 오직 DTB 4로만 간접 체험한 K-POP 외길 한 모 양과 예비 형부와의 거리감은 참으로 멀었다.
예비 형부의 직업을 듣고 어머니가 뒷목을 잡았던 그날까지 1+1로 회상하며 한모 양은 신부 대기실로 향했다.
“아연아, 축가 공연은 누가 한대?”
“나도 몰라. 오빠가 진짜 유명한 가수 불렀다고 아주 자신만만하게 말하긴 했는데, 내가 계속 물어봐도 비밀이라고 말을 안 해 줘.”
“D.I 왔던데 혹시 D.I가 랩하는 거 아니야? 그러면 결혼식장 분위기 장난 아니겠다.”
“야, 안 돼. 어른들 그 분위기에 못 끼신다고. 그러면 바로 울엄마 뒷목 잡기 시즌 2야. 여운아! 혹시 누가 축가 리허설 하는지 보고 왔어?”
친구들과 대화하다가 저를 부르는 언니의 물음에 한 모 양은 그녀가 보고 온 것을 착실하게 말해 주었다.
“아니, 스크린 걸리는 거랑 사운드 체크하는 것만 보고 왔는데?”
한 모 양은 언니의 지시에 따라 리허설 장면을 염탐하러 가다가, 혼주 한복을 차려입은 어머니에게 붙들려 꼼짝없이 친척 어른들과 부모님의 지인들에게 인사를 드릴 수밖에 없었다.
슬슬 하객들로 하나둘 채워지기 시작하는 결혼식장을 보다가 한모 양도 가장 앞쪽인 가족석을 찾아 앉았다.
결혼식 사회자는 신랑 지인이 맡았다.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같은 크루였다는데 솔직히 무슨 말인지는 못 알아들었다.
옆쪽에 설치된 프로젝터 스크린에 신랑 신부가 함께했던 세월을 사진과 동영상을 모아 만든 영상도 상영되고, 주례 대신 한모 양의 아버지가 편지도 읽고, 신랑과 신부가 혼인 서약서도 함께 읽고 하며 결혼식은 차근차근 진행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축가 공연 차례.
“축가 공연을 빼놓을 수 없겠죠? 신랑과 오랜 인연을 이어 온 분이 특별히 축가를 준비했다고 합니다. 자, 큰 박수로 맞이해 주세요!”
본인 안의 선입견을 걷어 보려고 해도 ‘진짜 축가로 랩하는 거 아니야?’라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쏟아지는 박수 갈채 속에서 축가 가수가 등장하는 대신, 신랑 신부의 연애 일대기를 보여주었던 프로젝터 스크린에 갑자기 다시 불이 들어왔다.
영상이 틀어지자마자 보이는 다섯 명의 얼굴은 한모 양한테 참으로 익숙했다.
-Dream of me! 안녕하세요, 레브입니다!
한 모 양은 신부와 똑같은 모양새로 입을 틀어막았다. 자매가 덕질하던 아이돌이 결혼식에 깜짝 영상으로 등장했는데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
가장 앞자리에 얼굴마담 서예현과 나란히 서 있던, 단정해 보이려고 최대한 노력한 낯인 쓰리피스 정장 차림 윤이든이 마이크를 잡고 축사를 읊었다.
-오늘, 두 분의 새로운 시작을 축하하는 자리에 이렇게나마 얼굴을 비칠 수 있어서 정말 영광입니다. 두 분의 평생에 단 한 번뿐인 이 순간을 노래로 조금이나마 더 빛낼 수 있길 바라며, 진심을 담아 축가를 선물해 드리겠습니다.
이마를 덮은 앞머리 때문에 평소보다 아주 살짝 인상이 누그러져 보이는 윤이든이 시원스럽게 웃으며 축하 인사를 내뱉었다.
-주성이 형, 결혼 축하해요. 형수님, 결혼 축하드립니다!
너와 내가 마주친 그 순간]
축사가 끝남과 동시에 견하준의 목소리가 부드럽게 울리며 곡의 시작을 알렸다. 그녀가 사운드 체크를 할 때 아주 잠깐 들었던 바로 그 멜로디였다.
레브의 전 앨범 곡을 꿰뚫고 있는 한 모 양은 이 곡이 어디에서도 들은 적 없는 낯선 곡이라는 걸 바로 알아챘다. 이래서 레브가 축가 가수라는 걸 몰랐지! 비록 영상 편지이긴 하지만!
미공개 곡 최초 공개! 팬에게 있어서 최고의 순간이 아니겠는가.
갑자기 한모 양의 마음속, 형부를 향한 호감도가 팍 오르는 게 느껴졌다. 신부 또한 감동한 듯 입을 살짝 벌리고 스크린을 바라보고 있었다.
래퍼 라인인 윤이든과 서예현이 앞자리에 우뚝 서 있고 노래는 뒷자리의 두 보컬 라인이 다 부르긴 해도, 그럼에도 최고의 선물이었다.
노래가 1절의 절정에 다다랐을 때, 갑작스럽게 스크린이 검게 물들었다.
하지만 노래는 끊기지 않고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방송 사고인가?’
아니, 그렇다기에는 노랫소리가 아까와 달리 영상에서 나오는 음성이 아니라 저 스크린 뒤에서 나오는 것 같은…
순간, 스크린과 트러스를 둘러싼 흰 천이 바닥으로 추락하며-
우리만의 무대 위에서]
눈앞에, 진짜 레브가 있었다.
레브 멤버들이 영상 속에서 막 튀어나온 것처럼, 영상 속 모습과 구도, 포즈 그대로 능청스럽게 축가를 이어나갔다.
헤어와 의상도 영상 속 모습 그대로라 더욱 생경함을 더해 주었다.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마주한 내 가수의 실물에 한 모 양은 무의식적으로 돌고래 비명을 질렀다가 입을 틀어막았다.
다른 하객들도 비명에 가까운 환호성을 내지르고 있었기에 다행히도 한 모 양에게 시선 집중이 될 일은 없었다.
그룹 이름은 몰라도 멤버들이 TV에서 한 번쯤은 본 얼굴들이라, 결혼식에 참석한 어른들도 연예인이 왔다는 것쯤은 쉬이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압도적인 반응을 보인 사람이 있었으니.
“어떡해! 어떡해! 대박! 진짜 레브, 아! 말도 안 돼!”
결혼식의 주인공인 신부가 감격의 비명을 지르며 신랑의 팔을 퍽퍽 쳐 대고 있었다.
예상했던 것보다 더욱 격렬한 반응에 신랑이 고스란히 그 손길을 맞아 주며 움찔거렸다.
“이든이 인별 단체 사진, 그거 오빠 아니라며!”
“아니, 그건 좀 말 못할 사정이…”
그 사이, 레브 멤버들은 자연스럽게 신부를 향해 손을 내밀며 축가를 이어갔다.
납작한 스크린 속 영상이 아닌 생생하고 선명한 3D의 모습에 신부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평생 콘서트 1열을 잡아 본 적이 없던 한 모 양 역시 가족이라 1열에서 관람할 수 있어서 너무 다행이라고 속으로 감격의 눈물을 삼키고 있었다.
오늘 이 결혼식은 평생 잊지 못할 순간이 될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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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한 축가 공연은 가라. 이것이 내 모토였다.
기왕 초대 가수로 축가를 부르러 가는 건데, 평범하게 등장하는 건 재미와 임팩트가 없지 않은가.
그렇다고 ‘이 결혼 반댈세!’ 하면서 등장하면 크루 형들이 미는 전남친 밈에 화력만 높여 주는 꼴이고. 결혼식 주인공이 주성이 형만 아니었어도 이걸로 밀고 나갔을 거다.
외국에서 유행하는, 하객석에 앉아 있거나 직원으로 분장하고 있다가 서프라이즈로 축가를 부르는 건 우리가 마스크와 모자로 얼굴을 칭칭 감고 있지 않는 이상은 불가능했다. 남의 결혼식에 그러고 있는 건 민폐 하객이라는 류재희의 강력한 주장으로 인해 그 계획은 완전 폐기되었다.
그렇게 고심하다가 결국 내가 낸 아이디어는 바로 ‘LIVE LETTER 프로젝트’였다.
처음에 우리의 영상 편지로 시작된 공연이 우리가 영상 속 모습 그대로 등장하며 현실로 고스란히 이어지는, 살아 움직이는 영상 편지 콘셉트.
연예인 초대 가수 등장으로 1차 서프라이즈, 그리고 영상 속에서만 볼 수 있다는 아쉬움을 단번에 날려 버리는 2차 서프라이즈까지 무대 한 방에 연출할 수 있었다.
그래서 영상이 끊길 때와 우리가 등장할 때의 타이밍을 맞추는 것이 제일 중요했다.
축가도 축가였지만 영상 편지에서 ‘갓 튀어나온 모습’을 제대로 연출하기 위해 우리는 등장 타이밍을 제일 집중적으로 연습했다.
평범하게 가면 안 되겠느냐는 서예현의 투덜거림은 덤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렇게 형수님이 격하게 우리의 축가 공연을 반기는 모습을 보니 고생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랩 대신 열심히 화음을 넣는 내게 주성이 형이 슬쩍 엄지를 치켜올려 주었다.
거 봐, 평범하게 갔으면 이런 감동이 나왔겠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