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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ự Trở Lại Của Một Thần Tượng Đã Mất Đi Lý Tưởng Ban Đầu RAW - C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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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550화(552/579)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550화
“그런데 네 평소 스타일이랑 너무 거리가 멀지 않아? 입는 네가 더 스트레스 받을 거 같은데. 너 평소 패션에도 엄청 신경 쓰잖아.”
지원이 형의 염려 섞인 말에 형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부러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대꾸했다.
“저도 평소 제 스타일대로 옷 입고 싶죠. 그런데 제 원죄가 이렇게 깊은 걸 어떻게 합니까. 초창기에 기강 빡 잡아 놔야지 시즌 5보다는 좀 가라앉죠.”
그리고 내가 이 정도 파격적인 패션은 입어야지 DTB를 패션쇼로 만들어 놓은 장본인 주제에 프로듀서 자리에 앉아서 고고한 척하고 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있다.
작년, DTB 시즌 5에서도 방송에 얼굴 비치지도 않았는데 얼마나 많은 욕을 들어먹었던가.
이렇게 스타일을 살짝 내려놓는 한이 있더라도 컨셉충 놈들을 적극적으로 제압하여 패션쇼로 바뀐 DTB를 수습하려는 의지가 보여야 시청자들의 눈에 업보를 청산하려는 노력으로 비칠 수 있단 말이다.
이 광인의 천옷 패션도 그것까지 다아 계산하고 내놓은 패션이었다. 나를 향한 공격거리는 최소화하는 편이 낫다.
이런 패션을 방송에서 선보이는 건 나만 스트레스를 받지만, 내가 욕먹는 건 우리 팬들과 내 주변인들까지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 거니까 말이다.
DTB에서 나를 응원한다는 이유만으로 힙합 엄석대 놈들한테 빠순이라고 대댓으로 욕 들어먹는 데이드림을 서치퀘하다가 내가 직접 봤는데, 이 정도 옷쯤이야 씨발 당연히 감수할 수 있지.
물론 우리 데이드림은 지지 않고 용맹한 맹수처럼 힙합 엄석대를 묵사발을 내줬지만 그게 마음에 걸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이래서 내가 미친 새끼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 거다. 미친 새끼는 이 정도 계산도 안 하고 그냥 취향이라 아무 생각 없이 막 입는 게 미친 새끼고.
그래도 고등학교 시절 국사 선생님처럼 통짜 허리 핏에 어정쩡한 누빔 개량 한복은 입지 않았다. 나름 핏이 사는 얇은 천 개량한복이었다.
나를 본 용철이 형이 매우 충격받은 얼굴로 말했다.
“잠깐만… 2차 예선은 프로듀서 팀별로 앉아야 하잖아.”
나랑 나란히 앉기 싫냐는 물음 대신 아쉬운 가득한 한탄을 던져 주었다.
“그러게, 형 의상도 가져올 걸 그랬다. 같이 맞춰 입었으면 통일성 있고 좋았을걸.”
“너는 인마, 나한테 머리 자르고 나가라고 충고해 줬을 때는 언제고 너는 이런 옷을 입고 와. 얼굴값을 해야지, 엉?”
용철이 형이 메이크업 끝난 내 양 볼을 쭉 잡아 늘였다. 덕분에 방송 들어가기 전에 수정 메이크업은 확정이었다.
용철이 형한테 진정한 이유를 말하면 이 형 감성에 또 눈물 글썽거리면서 다 컸다고 내 스냅백을 벗겨 세팅 다 해 놓은 내 머리까지 헤집으려 할 게 뻔하기에 그건 DTB 시즌 6이 끝난 후 아주 나- 중에 말하기로 결심했다.
작년까지는 시즌 4에서 하던 대로 프로듀서 여덟 명이 개인 심사를 했지만, 시즌 5에서 ALL PASS가 하나도 안 나와서 다시 프로듀서 팀별로 심사하는 것으로 바뀌었단다.
하긴, 내가 나왔던 시즌 4에서도 2차 예선에서 ALL PASS를 받았던 사람은 단 네 명뿐이었지. 나, 스코언, A01, IJM이었던가.
ALL PASS 네 명 중에서 두 명이 세미파이널-파이널 진출 루트를 밟았으니 2차 에선 ALL PASS는 우승 후보에 대한 기대감과 흥미를 높여 주는 일종의 장치이기도 했다.
유피처럼 ALL PASS를 포기하고 3차 예선에서 반전에 몰빵하면 모를까, 순수 실력으로도 ALL PASS가 한 명도 안 나오는 건 좀 그렇긴 하지.
수정 메이크업을 마치고 촬영 시간이 다가오자, 스태프한테 안내받은 루트로 우르르 심사석으로 향했다.
프로듀서 자리는 테이블 형식이었던 이전 시즌과 달리 편하게 늘어져 있을 수 있는 소파였다. 덕분에 결과가 뜨는 스크린으로 옷이 가려지지 않아 매우 마음에 들었다.
참가자들이 2차 예선을 선보여야 하는 무대도, 그 무대와 조금 떨어져 있는 심사석도 꽤 높았다.
참가들이 설 무대에는 하강 리프트가 설치되어 있었다. 합격하면 들어왔던 뒤쪽의 문이 열리고, 탈락하면 그대로 리프트가 하강.
이제 DTB가 시각적 효과로 충격을 주기로 했구나.
어깨 축 처진 상태로 나왔던 문으로 다시 들어가는 것보단 밑으로 떨어뜨려 버리는 게 더 극단적으로 보이긴 하지.
네 팀이 각 소파에 자리를 잡고 앉은 후, 지급 받은 패드의 PASS/FAIL 선택 사용법까지 듣자 본격적으로 2차 예선 심사가 시작되었다.
컨셉충 낌새를 보이는 놈이 무대에 오르면, 들고 있던 단소를 보란 듯이 손바닥에 두어 번 탁탁 내리쳤다. 그러면 대부분은 얌전하게 랩만 했다.
이 광인의 천옷 패션과 단소 공격도 무시하고 컨셉충 짓을 하는 놈들은 내 손을 떠난 거다. 내가 티라노 풍선 옷을 입고 박수치고 있어도 그 앞에서 컨셉질을 할 놈들이었다.
심사위원으로 앉아 있는 프로듀서를 저격하여 디스하면 멋있다고 생각하는 건지, 아니면 그게 힙합 정신이라고 생각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프로듀서들을 디스하는 걸로 60초 채우는 인간들도 제법 되었다.
그 디스의 가장 단골 대상은 물론 여덟 명 중 ‘아직’ 솔로 앨범도 없는 나였다.
하지만 그들의 공통점, 디스하면서도 하나같이 나랑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웃으면 박자 놓쳐서 그러구나- 이해는 되긴 하지만, 눈도 못 마주치면서 무슨 디스는 디스냐. 때려치워라.
한 참가자는 앨범 하나 없는 놈이 무슨 프로듀서로 앉아 있냐고 나를 디스하면서 DTB 4 후광 다 꺼진 나를 보면 연상되는 건 이제 1호선이라고 하다가 갑자기 고개 저으면서 콘푸로스트라고 정정하는 바람에 박자가 밀려 가사를 더듬다가 결국 탈락했다.
콘푸로스트 코스프레 그게 나 말하는 거였냐? 아니 왜 콘푸로스트야? 설마… 그 포장 상자에 그려진 호랑이 캐릭터?
뒤늦게 몰려오는 깨달음에 단소를 손안에서 펜 돌리듯 휙휙 돌리면서 고개를 끄덕이고 있자 무대 위 다음 차례 참가자가 박자를 잠깐 놓쳤다.
정신 차리라는 신호로 허공을 때리듯 단소를 휘둘러 주자 공기가 아닌 자기가 맞기라도 하는 듯 움찔거렸다. 누가 보면 내가 공기 파동을 이용해서 간접 폭행하고 있는 줄 알겠네.
물론 탈락이었다.
2차 예선 심사를 진행하다 보니 내가 1차 예선에서 보지 못했던, 낯익은 얼굴들도 제법 보였다.
내 인맥으로 아는 사이가 아니라 국힙에 관심 있다면 웬만하면 다 알 정도의 네임드 래퍼가 DTB 2차 예선 무대에 올라왔다.
시즌 3에서는 플로디크, 시즌 4에서는 스코언, 시즌 5에서는 자미로, 시즌 6에서는 HYEQ(헥)인가. 시즌마다 한 명씩은 나왔다.
“와, HYEQ 아니에요?”
“세상에, 귀하신 분이 이런 누추한 곳에…”
확실히 감탄 나올 수준의 랩과 여유로운 태도에, 단소로 물개박수를 치며 용철이 형과 함께 PASS 버튼을 눌렀다.
비록 이쪽을 한 번 보고 필사적으로 외면하면서 랩을 했지만 그래도 잘한 건 잘한 거였다. 나 그렇게 치사한 사람 아니다.
드디어 첫 ALL PASS가 나왔다. 하지만 HYEQ은 당연한 결과라는 듯 담담한 표정으로 프로듀서들에게 인사를 꾸벅 하고선 몸을 돌려 합격자 문으로 빠져나갔다.
후배 걸그룹 멤버도 잔뜩 긴장한 얼굴로 2차 예선이 이루어지는 무대 위로 올라왔다.
레브랑 활동이 두어 번인가 겹쳤나. 올해로 3년 차인데 히트곡 몇 개가 터지며 대중들한테도 제법 이름을 알린 그룹이었다. 저기도 회귀 전 레브처럼 비주얼멤이 제일 유명했던가.
회귀 전 DTB 시즌 6에서는 나오지 않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회귀 전에는 아이돌들이 그렇게까지 많이 나오지 않았다. 시즌 4까지는 소소하게 나오다가 내가 시즌 4에서 우승하고 그다음부터 몰린 거지.
긴장 풀라는 의미로 구면인 내가 단소를 흔들어 주자 후배는 더욱 뻣뻣하게 굳었다. 반응 왜 그래요. 우리 이런 거 랑 자컨에서 입어 봐서 익숙하잖아. 걸그룹은 이런 거 안 입나…?
그래도 긴장한 것치곤 꽤 잘했다. 적은 파트에 가려져 드러나지 못한 실력이었다.
듣자 하니 지원이 형이 저 그룹 프로듀싱 해 주다가 DTB 한번 나가 보라고 추천해 줬다던데. 저 형은 DTB 전도사야, 뭐야?
아쉽게도 후배는 ALL PASS를 이루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3 PASS를 받으며 칭찬과 함께 합격자 문으로 나갔다.
그다음 참가자는 얼굴이 낯익은 게 아니라 래퍼명과 목소리가 낯익은 이였다. 그러고 보니 얼굴을 한 번도 검색해 볼 생각을 안 했군.
“벌써 3년 전인가요. 그렇게 살벌하게 DTB랑 DTB 나온 래퍼들을 디스하셨던 분이 어째서 마음을 바꿔서 DTB에 나오게 되셨는지 궁금하네요.”
마이크를 잡은 BQ9이 커디보이를 향해 냉소와 비꼼 섞인 질문을 던졌다. 뒷머리를 머리를 긁적이던 커디보이가 잠깐 뜸 들이다가 대답했다.
“그때 하도 뒤에서 음침하게 디스했다는 말을 너무 많이 들어서… 이번에는 앞에서 디스해 보려고요.”
용기는 참 가상했다.
그때 용철이 형은 몇 초 까고 나만 한 바가지 깠던 것과 정반대로, 커디보이는 이번에는 시즌 3에 있었던 프로듀서들과 BQ9에 이어 용철이 형까지 60초 중 55초간 디스하고 나머지 5초만 나한테 투자했다.
[이분은 입 대기 무서워서 PASS]
마지막 단어는 본인의 희망 사항을 담아 세게 발음한 것 같았지만, 프로듀서 네 팀이 모두 PASS 대신 FAIL을 띄우며 커디보이는 그렇게 장렬하게 탈락했다.
그래도 한때는 고백 공격과 맞고백 공격을 주고받았던 사이인데 안타깝게 되었다.
허망한 얼굴로 점점 바닥을 향해 꺼지는 리프트를 타고 내려가는 커디보이를 위해 단소로 아리랑을 연주해 주었다. 이별 OST였다.
♪~ ♪♬~ ♬♪♬
“뭐지…? 왜 쓸데없이 잘 불어?”
당혹감 어린 평가가 주변에서 들려왔다.
덕분에 커디보이는 마지막 가는 길에 박수를 들으며 갈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커디보이가 아니라 내 단소 연주를 향한 박수였다.
프로듀서들을 향해 선전포고나 잘 부탁한다는 인사를 날리는 대신, 감탄사부터 날리고 보는 참가자도 있었다.
“와씨, 저 고등학교 윤리 쌤인 줄 알았어요! 개똑같아!”
“핏은 다르잖냐, 규찬아.”
“그, 그러긴 하죠… 와, 단소까지 재현했어. 우리 윤리 쌤은 그걸로 애들 머리 두들기고 다녔는데, 형, 아니 프로듀서님은 그걸로 뭐 하려고요? 거리가 못 두들길 거린데?”
니지어스가 내가 들고 있는 단소에 관심을 보이자 BQ9이 대신 대답해 주었다.
“탈락하면 기념으로 불어 주던데요. 듣고 싶으면 무대 하기 전에 미리 말해요. 탈락시켜 드릴게.”
니지어스가 격하게 고개를 저었다.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550화(552/579)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550화

“그런데 네 평소 스타일이랑 너무 거리가 멀지 않아? 입는 네가 더 스트레스 받을 거 같은데. 너 평소 패션에도 엄청 신경 쓰잖아.”

지원이 형의 염려 섞인 말에 형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부러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대꾸했다.

“저도 평소 제 스타일대로 옷 입고 싶죠. 그런데 제 원죄가 이렇게 깊은 걸 어떻게 합니까. 초창기에 기강 빡 잡아 놔야지 시즌 5보다는 좀 가라앉죠.”

그리고 내가 이 정도 파격적인 패션은 입어야지 DTB를 패션쇼로 만들어 놓은 장본인 주제에 프로듀서 자리에 앉아서 고고한 척하고 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있다.

작년, DTB 시즌 5에서도 방송에 얼굴 비치지도 않았는데 얼마나 많은 욕을 들어먹었던가.

이렇게 스타일을 살짝 내려놓는 한이 있더라도 컨셉충 놈들을 적극적으로 제압하여 패션쇼로 바뀐 DTB를 수습하려는 의지가 보여야 시청자들의 눈에 업보를 청산하려는 노력으로 비칠 수 있단 말이다.

이 광인의 천옷 패션도 그것까지 다아 계산하고 내놓은 패션이었다. 나를 향한 공격거리는 최소화하는 편이 낫다.

이런 패션을 방송에서 선보이는 건 나만 스트레스를 받지만, 내가 욕먹는 건 우리 팬들과 내 주변인들까지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 거니까 말이다.

DTB에서 나를 응원한다는 이유만으로 힙합 엄석대 놈들한테 빠순이라고 대댓으로 욕 들어먹는 데이드림을 서치퀘하다가 내가 직접 봤는데, 이 정도 옷쯤이야 씨발 당연히 감수할 수 있지.

물론 우리 데이드림은 지지 않고 용맹한 맹수처럼 힙합 엄석대를 묵사발을 내줬지만 그게 마음에 걸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이래서 내가 미친 새끼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 거다. 미친 새끼는 이 정도 계산도 안 하고 그냥 취향이라 아무 생각 없이 막 입는 게 미친 새끼고.

그래도 고등학교 시절 국사 선생님처럼 통짜 허리 핏에 어정쩡한 누빔 개량 한복은 입지 않았다. 나름 핏이 사는 얇은 천 개량한복이었다.

나를 본 용철이 형이 매우 충격받은 얼굴로 말했다.

“잠깐만… 2차 예선은 프로듀서 팀별로 앉아야 하잖아.”

나랑 나란히 앉기 싫냐는 물음 대신 아쉬운 가득한 한탄을 던져 주었다.

“그러게, 형 의상도 가져올 걸 그랬다. 같이 맞춰 입었으면 통일성 있고 좋았을걸.”

“너는 인마, 나한테 머리 자르고 나가라고 충고해 줬을 때는 언제고 너는 이런 옷을 입고 와. 얼굴값을 해야지, 엉?”

용철이 형이 메이크업 끝난 내 양 볼을 쭉 잡아 늘였다. 덕분에 방송 들어가기 전에 수정 메이크업은 확정이었다.

용철이 형한테 진정한 이유를 말하면 이 형 감성에 또 눈물 글썽거리면서 다 컸다고 내 스냅백을 벗겨 세팅 다 해 놓은 내 머리까지 헤집으려 할 게 뻔하기에 그건 DTB 시즌 6이 끝난 후 아주 나- 중에 말하기로 결심했다.

작년까지는 시즌 4에서 하던 대로 프로듀서 여덟 명이 개인 심사를 했지만, 시즌 5에서 ALL PASS가 하나도 안 나와서 다시 프로듀서 팀별로 심사하는 것으로 바뀌었단다.

하긴, 내가 나왔던 시즌 4에서도 2차 예선에서 ALL PASS를 받았던 사람은 단 네 명뿐이었지. 나, 스코언, A01, IJM이었던가.

ALL PASS 네 명 중에서 두 명이 세미파이널-파이널 진출 루트를 밟았으니 2차 에선 ALL PASS는 우승 후보에 대한 기대감과 흥미를 높여 주는 일종의 장치이기도 했다.

유피처럼 ALL PASS를 포기하고 3차 예선에서 반전에 몰빵하면 모를까, 순수 실력으로도 ALL PASS가 한 명도 안 나오는 건 좀 그렇긴 하지.

수정 메이크업을 마치고 촬영 시간이 다가오자, 스태프한테 안내받은 루트로 우르르 심사석으로 향했다.

프로듀서 자리는 테이블 형식이었던 이전 시즌과 달리 편하게 늘어져 있을 수 있는 소파였다. 덕분에 결과가 뜨는 스크린으로 옷이 가려지지 않아 매우 마음에 들었다.

참가자들이 2차 예선을 선보여야 하는 무대도, 그 무대와 조금 떨어져 있는 심사석도 꽤 높았다.

참가들이 설 무대에는 하강 리프트가 설치되어 있었다. 합격하면 들어왔던 뒤쪽의 문이 열리고, 탈락하면 그대로 리프트가 하강.

이제 DTB가 시각적 효과로 충격을 주기로 했구나.

어깨 축 처진 상태로 나왔던 문으로 다시 들어가는 것보단 밑으로 떨어뜨려 버리는 게 더 극단적으로 보이긴 하지.

네 팀이 각 소파에 자리를 잡고 앉은 후, 지급 받은 패드의 PASS/FAIL 선택 사용법까지 듣자 본격적으로 2차 예선 심사가 시작되었다.

컨셉충 낌새를 보이는 놈이 무대에 오르면, 들고 있던 단소를 보란 듯이 손바닥에 두어 번 탁탁 내리쳤다. 그러면 대부분은 얌전하게 랩만 했다.

이 광인의 천옷 패션과 단소 공격도 무시하고 컨셉충 짓을 하는 놈들은 내 손을 떠난 거다. 내가 티라노 풍선 옷을 입고 박수치고 있어도 그 앞에서 컨셉질을 할 놈들이었다.

심사위원으로 앉아 있는 프로듀서를 저격하여 디스하면 멋있다고 생각하는 건지, 아니면 그게 힙합 정신이라고 생각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프로듀서들을 디스하는 걸로 60초 채우는 인간들도 제법 되었다.

그 디스의 가장 단골 대상은 물론 여덟 명 중 ‘아직’ 솔로 앨범도 없는 나였다.

하지만 그들의 공통점, 디스하면서도 하나같이 나랑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웃으면 박자 놓쳐서 그러구나- 이해는 되긴 하지만, 눈도 못 마주치면서 무슨 디스는 디스냐. 때려치워라.

한 참가자는 앨범 하나 없는 놈이 무슨 프로듀서로 앉아 있냐고 나를 디스하면서 DTB 4 후광 다 꺼진 나를 보면 연상되는 건 이제 1호선이라고 하다가 갑자기 고개 저으면서 콘푸로스트라고 정정하는 바람에 박자가 밀려 가사를 더듬다가 결국 탈락했다.

콘푸로스트 코스프레 그게 나 말하는 거였냐? 아니 왜 콘푸로스트야? 설마… 그 포장 상자에 그려진 호랑이 캐릭터?

뒤늦게 몰려오는 깨달음에 단소를 손안에서 펜 돌리듯 휙휙 돌리면서 고개를 끄덕이고 있자 무대 위 다음 차례 참가자가 박자를 잠깐 놓쳤다.

정신 차리라는 신호로 허공을 때리듯 단소를 휘둘러 주자 공기가 아닌 자기가 맞기라도 하는 듯 움찔거렸다. 누가 보면 내가 공기 파동을 이용해서 간접 폭행하고 있는 줄 알겠네.

물론 탈락이었다.

2차 예선 심사를 진행하다 보니 내가 1차 예선에서 보지 못했던, 낯익은 얼굴들도 제법 보였다.

내 인맥으로 아는 사이가 아니라 국힙에 관심 있다면 웬만하면 다 알 정도의 네임드 래퍼가 DTB 2차 예선 무대에 올라왔다.

시즌 3에서는 플로디크, 시즌 4에서는 스코언, 시즌 5에서는 자미로, 시즌 6에서는 HYEQ(헥)인가. 시즌마다 한 명씩은 나왔다.

“와, HYEQ 아니에요?”

“세상에, 귀하신 분이 이런 누추한 곳에…”

확실히 감탄 나올 수준의 랩과 여유로운 태도에, 단소로 물개박수를 치며 용철이 형과 함께 PASS 버튼을 눌렀다.

비록 이쪽을 한 번 보고 필사적으로 외면하면서 랩을 했지만 그래도 잘한 건 잘한 거였다. 나 그렇게 치사한 사람 아니다.

드디어 첫 ALL PASS가 나왔다. 하지만 HYEQ은 당연한 결과라는 듯 담담한 표정으로 프로듀서들에게 인사를 꾸벅 하고선 몸을 돌려 합격자 문으로 빠져나갔다.

후배 걸그룹 멤버도 잔뜩 긴장한 얼굴로 2차 예선이 이루어지는 무대 위로 올라왔다.

레브랑 활동이 두어 번인가 겹쳤나. 올해로 3년 차인데 히트곡 몇 개가 터지며 대중들한테도 제법 이름을 알린 그룹이었다. 저기도 회귀 전 레브처럼 비주얼멤이 제일 유명했던가.

회귀 전 DTB 시즌 6에서는 나오지 않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회귀 전에는 아이돌들이 그렇게까지 많이 나오지 않았다. 시즌 4까지는 소소하게 나오다가 내가 시즌 4에서 우승하고 그다음부터 몰린 거지.

긴장 풀라는 의미로 구면인 내가 단소를 흔들어 주자 후배는 더욱 뻣뻣하게 굳었다. 반응 왜 그래요. 우리 이런 거 랑 자컨에서 입어 봐서 익숙하잖아. 걸그룹은 이런 거 안 입나…?

그래도 긴장한 것치곤 꽤 잘했다. 적은 파트에 가려져 드러나지 못한 실력이었다.

듣자 하니 지원이 형이 저 그룹 프로듀싱 해 주다가 DTB 한번 나가 보라고 추천해 줬다던데. 저 형은 DTB 전도사야, 뭐야?

아쉽게도 후배는 ALL PASS를 이루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3 PASS를 받으며 칭찬과 함께 합격자 문으로 나갔다.

그다음 참가자는 얼굴이 낯익은 게 아니라 래퍼명과 목소리가 낯익은 이였다. 그러고 보니 얼굴을 한 번도 검색해 볼 생각을 안 했군.

“벌써 3년 전인가요. 그렇게 살벌하게 DTB랑 DTB 나온 래퍼들을 디스하셨던 분이 어째서 마음을 바꿔서 DTB에 나오게 되셨는지 궁금하네요.”

마이크를 잡은 BQ9이 커디보이를 향해 냉소와 비꼼 섞인 질문을 던졌다. 뒷머리를 머리를 긁적이던 커디보이가 잠깐 뜸 들이다가 대답했다.

“그때 하도 뒤에서 음침하게 디스했다는 말을 너무 많이 들어서… 이번에는 앞에서 디스해 보려고요.”

용기는 참 가상했다.

그때 용철이 형은 몇 초 까고 나만 한 바가지 깠던 것과 정반대로, 커디보이는 이번에는 시즌 3에 있었던 프로듀서들과 BQ9에 이어 용철이 형까지 60초 중 55초간 디스하고 나머지 5초만 나한테 투자했다.

마지막 단어는 본인의 희망 사항을 담아 세게 발음한 것 같았지만, 프로듀서 네 팀이 모두 PASS 대신 FAIL을 띄우며 커디보이는 그렇게 장렬하게 탈락했다.

그래도 한때는 고백 공격과 맞고백 공격을 주고받았던 사이인데 안타깝게 되었다.

허망한 얼굴로 점점 바닥을 향해 꺼지는 리프트를 타고 내려가는 커디보이를 위해 단소로 아리랑을 연주해 주었다. 이별 OST였다.

♪~ ♪♬~ ♬♪♬

“뭐지…? 왜 쓸데없이 잘 불어?”

당혹감 어린 평가가 주변에서 들려왔다.

덕분에 커디보이는 마지막 가는 길에 박수를 들으며 갈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커디보이가 아니라 내 단소 연주를 향한 박수였다.

프로듀서들을 향해 선전포고나 잘 부탁한다는 인사를 날리는 대신, 감탄사부터 날리고 보는 참가자도 있었다.

“와씨, 저 고등학교 윤리 쌤인 줄 알았어요! 개똑같아!”

“핏은 다르잖냐, 규찬아.”

“그, 그러긴 하죠… 와, 단소까지 재현했어. 우리 윤리 쌤은 그걸로 애들 머리 두들기고 다녔는데, 형, 아니 프로듀서님은 그걸로 뭐 하려고요? 거리가 못 두들길 거린데?”

니지어스가 내가 들고 있는 단소에 관심을 보이자 BQ9이 대신 대답해 주었다.

“탈락하면 기념으로 불어 주던데요. 듣고 싶으면 무대 하기 전에 미리 말해요. 탈락시켜 드릴게.”

니지어스가 격하게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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