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ự Trở Lại Của Một Thần Tượng Đã Mất Đi Lý Tưởng Ban Đầu RAW - C539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536화(538/549)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536화
내가 잘못 들었나 싶어 낙하산을 찍어 누르는 것도 멈추고 돌아보자 낙하산을 질색하는 얼굴로 쳐다보는 견하준이 보였다.
KICKS랑 정이서도 견하준의 성격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기에 충격받은 얼굴로 견하준을 보고 있었다. 쟤 욕하는 거 처음 듣는다는 KICKS 멤버 놈들의 쑥덕거림도 간간이 들려왔다.
“하준이가 윤이든화 됐는데…? 얼마나 빡쳤으면…”
“끼리끼리 is science라는 말이 이든이 형이랑 하준이 형한테는 평생 적용 안 되는 말일 줄 알았는데. 기왕 바뀌면 이든이 형이 하준이형화가 되는 게, 아니, 잠깐만. 그러면 그것대로 또 호런데?”
견하준의 뒤쪽에서 들려오는 우리 멤버들의 목소리에 안도했다. 이게 레브에서 아무도 믿지 않아 나 혼자 간직하는 우담바라급 전설이 되지 않아서 다행이다.
육성으로 욕하는 견하준이라니, 3천 년에 한 번 피는 전설의 꽃보다 더 희귀했다.
어느새 내 옆으로 와 있는 류재희한테 왜 왔냐고 목소리 낮게 깔고 묻자 류재희가 한숨과 함께 대꾸했다.
“형이 계속 안 와서, 혹시 삼자대면을 하준이 형이 아니라 형이 하고 있는 거 아닌가 걱정돼서 뜯어말리려고 달려왔죠.”
“무슨 걱정까지 하고 그러냐. 내가 뭐 다구리라도 당하겠냐?”
“그래서 형이 아니라 형을 삼자대면으로 마주치는 나머지 둘을 걱정했어요.”
이 자식들아, 나를 걱정해야지 왜 남의 그룹이랑 낙하산을 걱정하고 자빠졌냐.
견하준이 한 발짝 앞으로 나오자 드디어 내가 몇 달 전부터 기획했던 삼자대면이 성사되었다.
질색하는 감정을 한순간에 싹 걷어 내고 평소 자주 짓는 다정한 미소를 얼굴에 걸친 견하준이 다시 입을 열었다.
“아, 멋대로 나랑 화해했다는 언플용으로 써먹으려고 이든이한테 곡 뜯어 가려 한 건 별거 아니고, 활동 시기가 겹친 건 사람 면전에서 지랄할 정도의 일이야?”
와! 우담바라를 하루에 두 번이나 보다니! 오늘은 아무래도 로또를 사 봐야겠다.
옆에서 자꾸 류재희가 근묵자흑이라고 중얼거렸다. 나도 초심도 때문에 욕을 거의 못 하고 살았는데 왜 자꾸 내가 원인으로 지목되는 건지 더럽게 억울했다.
하지만 또 우담바라 견하준의 말투가 너무 내 말투라서 부정할 수가 없었다, 젠장.
아무렇지 않게 다정하게 웃으면서 조곤조곤 지랄이라는 단어를 내뱉고 있는 모습은 인상을 구기는 것보다 압박감이 몇 배는 더 느껴졌다.
나도 한 번 나중에 써먹어 봐야겠다.
“남의 자리 차지하는 건 아무렇지 않아 하면서 왜 겨우 활동 일자 겹친 걸로 난리인지 모르겠네. 왜, 설마 사람 하나 밀어내면서 나중에 이 정도 반격 당할 각오도 안 했어?”
“그러게 말이야. 대체 왜 열불을 내는지 모르겠네. 이게 오히려 형한테 이득 아니야?”
최현민도 끼어들어 낙하산 공격에 가세했다.
“실력도 안 되면서 빽으로 하준이 형 쫓아내고 들어왔다는 낙하산 논란도 해결하고, 형 없는 KICKS가 형보다 더 망할 거라는 걸 동시에 보여 줄 절호의 기회잖아. 같달 차트보다 더 정확한 결과가 어디 있어?”
이 새끼는 뭐냐는 듯한 아주 못마땅한 눈으로 저를 보고 있는 견하준이 보이지 않는 모양이었다.
견하준 입장에서는 겨 묻은 개가 똥 묻은 개 나무라는 꼴이었다. 겨보다 똥이 더 더러우니 똥 묻은 개를 낙하산이라고 하겠다. 솔직히 최현민을 비롯한 KICKS가 낙하산한테 한 치의 잘못도 없이 결백한 것도 아니고.
정이서도 그렇게 생각하는지 최현민의 말에는 시종일관 비소로 대응했다.
“왜 갑자기 견하준 편을 들고 그래. 쫓겨날 사람 고르라고 할 때는 다들 좋아라 하면서 골라 놓고. 이제 또 나 쫓아내야 하니까 견하준한테 붙은 거야? 둘 다 참 벨도 없다.”
뚜둑-
내가 손마디를 가볍게 꺾자 서예현과 류재희가 양옆에서 즉시 내 팔을 덥석 잡았다. 내 말이 맞았지 않냐는 듯, 견하준을 돌아보는 류재희의 표정이 아주 의기양양했다.
“아, 놔 봐. 안 팰 테니까 놔 봐. 야, 너 양심이라는 건 있냐? 최현민 패는 데 하준이는 왜 끌어들여? 벨도 없는 건 나랑 견하준 뒷담 열심히 받아 적어서 나한테 퍼다 나르던 너겠지.”
어라, 왜 초심도가 안 깎이지? 싶었다가 내가 욕설을 안 했다는 걸 깨달았다. 세상에, 이제 내가 견하준보다 욕설을 덜 하다니! 초심통의 힘은 위대했다.
내 말 덕분에 KICKS 놈들이 낙하산을 보는 눈빛에 여기에서 더 띠꺼워질 수 있구나 싶을 만큼 띠꺼워졌다.
이제까지 딱히 참전하지 않고 팔짱 끼고 관조만 하고 있던 권윤성도 말을 보탰다.
“애초에 네가 디그린 데뷔조 못 들었다고 뉴본 낙하산 짓거리만 안 했으면 애들이 그때 팀장님한테 불려 가서 데뷔조에서 제일 안 친한 사람 이름 대는 일도 없었겠지. 누가 들으면 다 같이 짜고 견하준 몰표 나오게 몰아간 줄 알겠네.”
그거 아니었어? 낙하산이 내게 했던 말은 그런 뉘앙스였는데.
하지만 권윤성의 말을 들으니까 생각나는 일이 있었다.
“아니, 잠깐만. 그 상담이 그 목적이었어?”
내 기준으로 제법 오래 전 기억이라 흐릿하긴 하지만 뉴본에 있을 때, 신인 개발팀 팀장님이 갑자기 나를 불러서 데뷔조 애들이랑 잘 지내고 있는지, 혹시 사이 소원한 친구는 없는지 물어본 적이 있었다.
데뷔 전에 팀워크나 팀 분위기 때문에 으레 하는 상담인 줄 알고 저희 다 같이 사이좋게 지낸다고 대답하고선 아주 짧은 상담을 마치고 나왔는데.
이게 그거였어? 왜 나는 나한테는 안 물어보고, 저 자식들 말만 듣고 견하준을 쫓아냈나 했더니.
만약 이름을 대기라도 했으면 그 녀석도 데뷔조에서 내쳐질 후보군에 올랐겠지.
나도 하마터면 낙하산 피해자 양성에 한몫할 뻔했다는 걸 깨닫고 나니 등골이 오싹했다.
이번 활동을 끝으로 앞으로 또 만날 일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저 낙하산을 만날 일이 생긴다면 저놈 말은 한 일 푼만 믿어야겠다.
차연호는 그냥 파트별 묵비권 행사라도 하지, 저 자식은 사실을 교묘하게 악편해 대고 있지 않은가.
얼떨결에 리더 둘의 서포트를 받게 된 최현민이 어깨를 으쓱하며 얄밉게 물었다.
“그리고 우리가 언제 쫓아냈어? 형이 제 발로 나갔지.”
“아, 사람 개무시하고 카메라 앞에서만 챙기는 척 한 것도 계속 그룹에 남아 있으라는 시그널이었구나. 내가 그걸 몰랐네.”
한 마디도 지지 않고 맞받아치는 낙하산의 모습은 견하준의 신경을 계속 거슬리게 하고 있었다.
“하나만 물어보자. 과연 네 노래가 잘됐어도 네가 우리한테 지금처럼 활동 날짜 겹친 거 가지고 패악질을 부렸을까?”
견하준의 냉소 섞인 질문에, 이제까지 잘만 대꾸하며 맞받아치던 낙하산의 입이 꾹 다물렸다. 조롱조의 웃음을 얼굴에 걸친 최현민이 부러 말꼬리를 길게 늘이며 키득거렸다.
“글쎄-, 나는 이서 형이 우리 앞에서 기분 나쁘게 쪼개고 있었을 거라는 데에 윤성이 형이 애지중지하는 한정판 운동화 걸게.”
“내 운동화를 왜 걸어, 새끼야!”
권윤성이 버럭 화내면서 내 쪽을 힐끔 돌아봤다. 설마 그 운동화가 내가 예전에 연습생 생활 같이할 때 생일선물로 던져 줬던 그 한정판 운동화냐.
만약 정이서가 셋 중 제일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면 낙하산 논란은 오히려 실력을 본 정당한 멤버 교체라고 포장되었을 것이며, 음원 성적으로 따돌림 가해자였던 KICKS 참교육을 해 냈다고 바이럴이 됐겠지.
그래, 정이서가 분노한 건 삼파전 구도가 아니었다. 정확히 말하면 삼파전 구도에서 가장 아래에 있는 자신의 성적이었다.
그리고 견하준은 그 점을 정확히 캐치했고 말이다.
“밀려나 보니까 어때? 노력한 모든 게 물거품이 되는 기분은? 믿었던 사람한테 발등 찍힌 것 같은 느낌은? 너도 이번에 직접 겪어 보니까 꽤 좆같지 않아?”
정말로 어지간히 좆같았나 보다. 이쯤 되니 견하준이 오늘 비속어를 얼마나 더 내뱉을 것인가 궁금하기까지 했다.
“LUMYN 준비하세요.”
“네? 벌써요?”
머리만 문 틈으로 내민 스탭의 말에 한 열로 쭈르르 앉은 채 정자세로 귀 기울이고 있던 후배 그룹 중 한 명이 멍청한 얼굴로 대꾸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옆에서 치는 손길들에 본인이 무슨 말을 했는지를 깨닫고 황급히 몸을 일으켰다.
미련이 남은 얼굴로 대기실을 벗어나는 걸 보니 제법 흥미진진하게 듣고 있었던 모양이다.
입단속이야 KICKS가 알아서 시켜 줄 것이다.
한 발짝 더 정이서와 가까워진 견하준이 입꼬리만 끌어당겨 웃으며 정이서의 어깨를 툭툭 쳤다. 시바, 저것도 내 습관이잖아.
“뺏기는 기분도 어떤지 느끼게 해 줄게, 곧.”
입술을 꽉 깨물고 있던 정이서가 나를 돌아보며 최후의 발악을 시작했다.
“일부러 이딴 곡 준 거지! 나 엿 먹이려고! 여기까지 다 계산되어 있었던 거지!”
“너 지금 내 곡을 이딴 곡이라고 했냐?”
일부러 맞춤형 최악의 곡을 주긴 했지만 남이 내 곡을 이딴 곡이라고 비하하는 건 못 참는다.
그 곡 만드는 데에 내 노력과 시간이 얼마나 들어갔는데 ‘이딴 곡’?
눈 돌아간 내가 정이서 앞에 있던 견하준을 밀치고 정이서의 멱살을 잡으려고 하자 멤버들이 내 팔과 허리에 매달려 말렸다.
견하준만 내 귀에 “이든아, 쟤가 이딴 곡이래.”라고 속삭이며 나를 부채질해 대고 있었다.
“하준아! 말려야지 불난 집에 기름까지 끼얹으면 어떡해!”
용케 그 속삭임을 들은 서예현이 비명처럼 외쳤다.
“네가 명곡을 좆같이 불러 놓고 왜 노래 탓하고 지랄이야, 새끼야. 네가 소화 못 하겠다고 판단했으면 다른 곡 외주 받아서 쳐 부르든가. 꾸역꾸역 내 곡으로 타이틀곡 밀고 나갔으면서 나한테 지랄이네. 너 씨발 내가 진짜 만만하냐?”
[비속어가 감지되었습니다.]
[초심도 -2]
“에이, 이든이 형. 헛소리에 너무 열 내지 마. 본인 실력 딸리는 거 아니까 괜히 형한테 책임 돌리려고 지랄하는 거잖아.”
최현민이 예전처럼 넉살 좋게 치대며 나를 진정시켰다. 인정하긴 좀 짜증 나지만 이건 최현민 따라올 놈이 없었다. 류재희는 인성을 탑재하고 있기 때문에 최현민만큼 입에 발린 소리를 못 했다.
괜히 따지러 왔다가 본전도 찾지 못한 낙하산이 먼저 본인 대기실로 도망치듯 돌아가고, 우리도 견하준한테 배정된 대기실로 돌아왔다.
“다 같이 온 게 진짜 최고의 판단이었다. 얘를 고양이라고 하는 팬분들이 방금 그 광경을 봤어야 했는데. 그러면 바로 멧돼지로 바뀔 텐데.”
서예현이 헝클어진 머리를 정리하며 한탄조로 중얼거렸다. 아니, 덩치 큰 고양잇과 맹수들이 얼마나 많은데 갑자기 종족을 돼지로 틀고 난리야.
“그렇게 음침하게 굴더니 결국 마지막은 솔직해졌네.”
그 말을 하는 견하준의 얼굴이 오랜만에 참으로 후련해 보여 마음이 놓였다.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536화(538/549)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536화
내가 잘못 들었나 싶어 낙하산을 찍어 누르는 것도 멈추고 돌아보자 낙하산을 질색하는 얼굴로 쳐다보는 견하준이 보였다.
KICKS랑 정이서도 견하준의 성격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기에 충격받은 얼굴로 견하준을 보고 있었다. 쟤 욕하는 거 처음 듣는다는 KICKS 멤버 놈들의 쑥덕거림도 간간이 들려왔다.
“하준이가 윤이든화 됐는데…? 얼마나 빡쳤으면…”
“끼리끼리 is science라는 말이 이든이 형이랑 하준이 형한테는 평생 적용 안 되는 말일 줄 알았는데. 기왕 바뀌면 이든이 형이 하준이형화가 되는 게, 아니, 잠깐만. 그러면 그것대로 또 호런데?”
견하준의 뒤쪽에서 들려오는 우리 멤버들의 목소리에 안도했다. 이게 레브에서 아무도 믿지 않아 나 혼자 간직하는 우담바라급 전설이 되지 않아서 다행이다.
육성으로 욕하는 견하준이라니, 3천 년에 한 번 피는 전설의 꽃보다 더 희귀했다.
어느새 내 옆으로 와 있는 류재희한테 왜 왔냐고 목소리 낮게 깔고 묻자 류재희가 한숨과 함께 대꾸했다.
“형이 계속 안 와서, 혹시 삼자대면을 하준이 형이 아니라 형이 하고 있는 거 아닌가 걱정돼서 뜯어말리려고 달려왔죠.”
“무슨 걱정까지 하고 그러냐. 내가 뭐 다구리라도 당하겠냐?”
“그래서 형이 아니라 형을 삼자대면으로 마주치는 나머지 둘을 걱정했어요.”
이 자식들아, 나를 걱정해야지 왜 남의 그룹이랑 낙하산을 걱정하고 자빠졌냐.
견하준이 한 발짝 앞으로 나오자 드디어 내가 몇 달 전부터 기획했던 삼자대면이 성사되었다.
질색하는 감정을 한순간에 싹 걷어 내고 평소 자주 짓는 다정한 미소를 얼굴에 걸친 견하준이 다시 입을 열었다.
“아, 멋대로 나랑 화해했다는 언플용으로 써먹으려고 이든이한테 곡 뜯어 가려 한 건 별거 아니고, 활동 시기가 겹친 건 사람 면전에서 지랄할 정도의 일이야?”
와! 우담바라를 하루에 두 번이나 보다니! 오늘은 아무래도 로또를 사 봐야겠다.
옆에서 자꾸 류재희가 근묵자흑이라고 중얼거렸다. 나도 초심도 때문에 욕을 거의 못 하고 살았는데 왜 자꾸 내가 원인으로 지목되는 건지 더럽게 억울했다.
하지만 또 우담바라 견하준의 말투가 너무 내 말투라서 부정할 수가 없었다, 젠장.
아무렇지 않게 다정하게 웃으면서 조곤조곤 지랄이라는 단어를 내뱉고 있는 모습은 인상을 구기는 것보다 압박감이 몇 배는 더 느껴졌다.
나도 한 번 나중에 써먹어 봐야겠다.
“남의 자리 차지하는 건 아무렇지 않아 하면서 왜 겨우 활동 일자 겹친 걸로 난리인지 모르겠네. 왜, 설마 사람 하나 밀어내면서 나중에 이 정도 반격 당할 각오도 안 했어?”
“그러게 말이야. 대체 왜 열불을 내는지 모르겠네. 이게 오히려 형한테 이득 아니야?”
최현민도 끼어들어 낙하산 공격에 가세했다.
“실력도 안 되면서 빽으로 하준이 형 쫓아내고 들어왔다는 낙하산 논란도 해결하고, 형 없는 KICKS가 형보다 더 망할 거라는 걸 동시에 보여 줄 절호의 기회잖아. 같달 차트보다 더 정확한 결과가 어디 있어?”
이 새끼는 뭐냐는 듯한 아주 못마땅한 눈으로 저를 보고 있는 견하준이 보이지 않는 모양이었다.
견하준 입장에서는 겨 묻은 개가 똥 묻은 개 나무라는 꼴이었다. 겨보다 똥이 더 더러우니 똥 묻은 개를 낙하산이라고 하겠다. 솔직히 최현민을 비롯한 KICKS가 낙하산한테 한 치의 잘못도 없이 결백한 것도 아니고.
정이서도 그렇게 생각하는지 최현민의 말에는 시종일관 비소로 대응했다.
“왜 갑자기 견하준 편을 들고 그래. 쫓겨날 사람 고르라고 할 때는 다들 좋아라 하면서 골라 놓고. 이제 또 나 쫓아내야 하니까 견하준한테 붙은 거야? 둘 다 참 벨도 없다.”
뚜둑-
내가 손마디를 가볍게 꺾자 서예현과 류재희가 양옆에서 즉시 내 팔을 덥석 잡았다. 내 말이 맞았지 않냐는 듯, 견하준을 돌아보는 류재희의 표정이 아주 의기양양했다.
“아, 놔 봐. 안 팰 테니까 놔 봐. 야, 너 양심이라는 건 있냐? 최현민 패는 데 하준이는 왜 끌어들여? 벨도 없는 건 나랑 견하준 뒷담 열심히 받아 적어서 나한테 퍼다 나르던 너겠지.”
어라, 왜 초심도가 안 깎이지? 싶었다가 내가 욕설을 안 했다는 걸 깨달았다. 세상에, 이제 내가 견하준보다 욕설을 덜 하다니! 초심통의 힘은 위대했다.
내 말 덕분에 KICKS 놈들이 낙하산을 보는 눈빛에 여기에서 더 띠꺼워질 수 있구나 싶을 만큼 띠꺼워졌다.
이제까지 딱히 참전하지 않고 팔짱 끼고 관조만 하고 있던 권윤성도 말을 보탰다.
“애초에 네가 디그린 데뷔조 못 들었다고 뉴본 낙하산 짓거리만 안 했으면 애들이 그때 팀장님한테 불려 가서 데뷔조에서 제일 안 친한 사람 이름 대는 일도 없었겠지. 누가 들으면 다 같이 짜고 견하준 몰표 나오게 몰아간 줄 알겠네.”
그거 아니었어? 낙하산이 내게 했던 말은 그런 뉘앙스였는데.
하지만 권윤성의 말을 들으니까 생각나는 일이 있었다.
“아니, 잠깐만. 그 상담이 그 목적이었어?”
내 기준으로 제법 오래 전 기억이라 흐릿하긴 하지만 뉴본에 있을 때, 신인 개발팀 팀장님이 갑자기 나를 불러서 데뷔조 애들이랑 잘 지내고 있는지, 혹시 사이 소원한 친구는 없는지 물어본 적이 있었다.
데뷔 전에 팀워크나 팀 분위기 때문에 으레 하는 상담인 줄 알고 저희 다 같이 사이좋게 지낸다고 대답하고선 아주 짧은 상담을 마치고 나왔는데.
이게 그거였어? 왜 나는 나한테는 안 물어보고, 저 자식들 말만 듣고 견하준을 쫓아냈나 했더니.
만약 이름을 대기라도 했으면 그 녀석도 데뷔조에서 내쳐질 후보군에 올랐겠지.
나도 하마터면 낙하산 피해자 양성에 한몫할 뻔했다는 걸 깨닫고 나니 등골이 오싹했다.
이번 활동을 끝으로 앞으로 또 만날 일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저 낙하산을 만날 일이 생긴다면 저놈 말은 한 일 푼만 믿어야겠다.
차연호는 그냥 파트별 묵비권 행사라도 하지, 저 자식은 사실을 교묘하게 악편해 대고 있지 않은가.
얼떨결에 리더 둘의 서포트를 받게 된 최현민이 어깨를 으쓱하며 얄밉게 물었다.
“그리고 우리가 언제 쫓아냈어? 형이 제 발로 나갔지.”
“아, 사람 개무시하고 카메라 앞에서만 챙기는 척 한 것도 계속 그룹에 남아 있으라는 시그널이었구나. 내가 그걸 몰랐네.”
한 마디도 지지 않고 맞받아치는 낙하산의 모습은 견하준의 신경을 계속 거슬리게 하고 있었다.
“하나만 물어보자. 과연 네 노래가 잘됐어도 네가 우리한테 지금처럼 활동 날짜 겹친 거 가지고 패악질을 부렸을까?”
견하준의 냉소 섞인 질문에, 이제까지 잘만 대꾸하며 맞받아치던 낙하산의 입이 꾹 다물렸다. 조롱조의 웃음을 얼굴에 걸친 최현민이 부러 말꼬리를 길게 늘이며 키득거렸다.
“글쎄-, 나는 이서 형이 우리 앞에서 기분 나쁘게 쪼개고 있었을 거라는 데에 윤성이 형이 애지중지하는 한정판 운동화 걸게.”
“내 운동화를 왜 걸어, 새끼야!”
권윤성이 버럭 화내면서 내 쪽을 힐끔 돌아봤다. 설마 그 운동화가 내가 예전에 연습생 생활 같이할 때 생일선물로 던져 줬던 그 한정판 운동화냐.
만약 정이서가 셋 중 제일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면 낙하산 논란은 오히려 실력을 본 정당한 멤버 교체라고 포장되었을 것이며, 음원 성적으로 따돌림 가해자였던 KICKS 참교육을 해 냈다고 바이럴이 됐겠지.
그래, 정이서가 분노한 건 삼파전 구도가 아니었다. 정확히 말하면 삼파전 구도에서 가장 아래에 있는 자신의 성적이었다.
그리고 견하준은 그 점을 정확히 캐치했고 말이다.
“밀려나 보니까 어때? 노력한 모든 게 물거품이 되는 기분은? 믿었던 사람한테 발등 찍힌 것 같은 느낌은? 너도 이번에 직접 겪어 보니까 꽤 좆같지 않아?”
정말로 어지간히 좆같았나 보다. 이쯤 되니 견하준이 오늘 비속어를 얼마나 더 내뱉을 것인가 궁금하기까지 했다.
“LUMYN 준비하세요.”
“네? 벌써요?”
머리만 문 틈으로 내민 스탭의 말에 한 열로 쭈르르 앉은 채 정자세로 귀 기울이고 있던 후배 그룹 중 한 명이 멍청한 얼굴로 대꾸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옆에서 치는 손길들에 본인이 무슨 말을 했는지를 깨닫고 황급히 몸을 일으켰다.
미련이 남은 얼굴로 대기실을 벗어나는 걸 보니 제법 흥미진진하게 듣고 있었던 모양이다.
입단속이야 KICKS가 알아서 시켜 줄 것이다.
한 발짝 더 정이서와 가까워진 견하준이 입꼬리만 끌어당겨 웃으며 정이서의 어깨를 툭툭 쳤다. 시바, 저것도 내 습관이잖아.
“뺏기는 기분도 어떤지 느끼게 해 줄게, 곧.”
입술을 꽉 깨물고 있던 정이서가 나를 돌아보며 최후의 발악을 시작했다.
“일부러 이딴 곡 준 거지! 나 엿 먹이려고! 여기까지 다 계산되어 있었던 거지!”
“너 지금 내 곡을 이딴 곡이라고 했냐?”
일부러 맞춤형 최악의 곡을 주긴 했지만 남이 내 곡을 이딴 곡이라고 비하하는 건 못 참는다.
그 곡 만드는 데에 내 노력과 시간이 얼마나 들어갔는데 ‘이딴 곡’?
눈 돌아간 내가 정이서 앞에 있던 견하준을 밀치고 정이서의 멱살을 잡으려고 하자 멤버들이 내 팔과 허리에 매달려 말렸다.
견하준만 내 귀에 “이든아, 쟤가 이딴 곡이래.”라고 속삭이며 나를 부채질해 대고 있었다.
“하준아! 말려야지 불난 집에 기름까지 끼얹으면 어떡해!”
용케 그 속삭임을 들은 서예현이 비명처럼 외쳤다.
“네가 명곡을 좆같이 불러 놓고 왜 노래 탓하고 지랄이야, 새끼야. 네가 소화 못 하겠다고 판단했으면 다른 곡 외주 받아서 쳐 부르든가. 꾸역꾸역 내 곡으로 타이틀곡 밀고 나갔으면서 나한테 지랄이네. 너 씨발 내가 진짜 만만하냐?”
“에이, 이든이 형. 헛소리에 너무 열 내지 마. 본인 실력 딸리는 거 아니까 괜히 형한테 책임 돌리려고 지랄하는 거잖아.”
최현민이 예전처럼 넉살 좋게 치대며 나를 진정시켰다. 인정하긴 좀 짜증 나지만 이건 최현민 따라올 놈이 없었다. 류재희는 인성을 탑재하고 있기 때문에 최현민만큼 입에 발린 소리를 못 했다.
괜히 따지러 왔다가 본전도 찾지 못한 낙하산이 먼저 본인 대기실로 도망치듯 돌아가고, 우리도 견하준한테 배정된 대기실로 돌아왔다.
“다 같이 온 게 진짜 최고의 판단이었다. 얘를 고양이라고 하는 팬분들이 방금 그 광경을 봤어야 했는데. 그러면 바로 멧돼지로 바뀔 텐데.”
서예현이 헝클어진 머리를 정리하며 한탄조로 중얼거렸다. 아니, 덩치 큰 고양잇과 맹수들이 얼마나 많은데 갑자기 종족을 돼지로 틀고 난리야.
“그렇게 음침하게 굴더니 결국 마지막은 솔직해졌네.”
그 말을 하는 견하준의 얼굴이 오랜만에 참으로 후련해 보여 마음이 놓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