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ự Trở Lại Của Một Thần Tượng Đã Mất Đi Lý Tưởng Ban Đầu RAW - C53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533화(535/549)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533화
* * *
메인 보컬은 그룹에 필수 불가결한 존재다.
그룹의 음악적 정체성을 상징하는 메인 보컬은 단순한 보컬 포지션을 넘어, 그룹의 음악성과 아이덴티티를 결정짓는 핵심 축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레브의 메인 보컬인 류재희는 본인이 그룹에 꼭 필요한 존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아니, 생각하지 못했다.
일단, 레브에는 그룹의 음악성과 정체성을 책임지는 프로듀싱 멤버인 윤이든이 떡하니 존재하고 있었다. 류재희 그가 ‘레브의 음악’ 하면 떠오르는 1순위가 아니었다는 뜻이다.
음악성을 보컬으로만 따져도 음색으로는 독보적이고 실력 역시 빠지지 않는 리드 보컬 견하준이 있었다.
인지도? 데뷔 초부터 미친 외모로 화제성을 모았던 서예현과 효륜랩부터 슬랜더대전, DTB까지 무얼 하든 스타성이 타고난 윤이든, 이 투톱 체제 밑에서 고만고만한 셋이라고 위안을 삼은 적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현재 견하준은 대히트를 기록한 드라마의 주조연을 맡아 배우로서 신인상을 수상했고, 김도빈은 주말 시청률을 책임지는 공중파 예능에서 확실한 캐릭터를 가진 막내로 자리 잡으며 인지도를 단숨에 끌어올렸다.
류재희가 따라잡기 힘들 정도로.
의도하지 않아야만 웃긴 김도빈의 약점을 발판 삼아 예능 포지션을 틈새 공략해 보려던 적도 있었다. 노력으로 될 줄 알았건만 이것도 타고나야 하더라.
그가 분석하고 계산해서 내놓는 재치 있는 말보다 윤이든이나 김도빈이 아무 생각 없이 툭툭 내뱉는 말이 오히려 더 큰 반응을 얻는다는 현실은 씁쓸하기만 했다.
물론 류재희한테는 막내라는 확실하고 대체 불가능한 포지션이 있긴 했다. 하지만 이건 오직 나이만으로 거저 얻은 포지션이기에 특별하지 않았다.
팬들한테나 먹히지 대중들이 레브 막내가 누구인지 알 게 뭐겠는가.
어떻게든 본인의 확실한 캐릭터를 만들려고 아등바등 노력하는 모습을 본 팬들은 류재희한테 야망캐라는 이미지를 붙여 주었다.
하지만 류재희는 그룹에서 독보적으로 주목을 받고 싶다거나 인기를 독차지하고 싶은 게 아니다. 이건 야망보다는 인정 욕구에 가까웠다.
그는 그저 멤버들과 함께 발맞춰 걷고 싶을 뿐이었다.
그렇지만 멤버들은 저만치 앞으로 훅 걸어가는데 그 혼자만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만 같았다.
기실, 류재희의 삶은 언제나 그랬다.
어렸을 때는 어린 동생들보다 손이 덜 간다는 이유로 뒷전이 되었으며 그가 본인 욕심을 포기하면서까지 노력해야만 착한 아들이라는 칭찬이나마 얻을 수 있었다.
TK에서도 노래 잘하는 연습생이라는 타이틀이 있긴 했지만 날고 기는 재능러들만 모여 있는 대형 기획사에서 류재희는 그저 월말 평가 때마다 본인의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연습생 1일뿐이었다.
누명을 쓰고 쉽사리 쫓겨날 만큼. 류재희가 대체 불가능한 독보적인 보컬이었으면 TK에서 그를 쫓아냈겠는가.
서예현은 사회면 진출 남돌을 다수 보유한 TK가 데인 게 많아 실력보다는 인성을 더 중요시해서 깐깐하게 원칙을 지킨답시고 알아보지도 않고 류재희 같은 보컬을 멍청하게 내보냈다고 위로 차원에서 말했지만, 글쎄.
어쨌든 TK도 류재희의 상품성이 없다고 판단한 거 아닌가. TK 역시 기업인 만큼 손해 보는 짓은 하지 않을 테니.
메인 보컬이라는 포지션을 지니고도 팀에서 제일 주목받지 못한 본인의 신세를 보니 TK의 판단이 정말로 맞는 것만 같아서 더 우울하기도 했다.
하필 또 레브는 김노담 대표의 미친 운 아래, 하나같이 타고난 녀석들만 모인 그룹이었다.
외모를 타고난 서예현, 음악적 재능과 어그로를 타고난 윤이든, 독보적인 음색과 연기 실력에 그리고 특정 수요층을 미치게 만드는 면을 타고난 견하준, 의도치 않은 개그와 행운을 타고난 김도빈.
거기에 안주하지 않고 노력까지 하는 이 미친 재능러들 사이에서 오직 보컬 실력밖에 내세울 게 없는 류재희는 멤버들의 몇 배를 더 노력해야 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열등감에 매몰되지 않게 도운 것도 멤버들이었다.
랩이든 보컬이든 댄스든 류재희가 들이는 노력의 몇 배를 이를 악물며 해내서 아웃풋을 내는 서예현.
본인 분야가 아니면 쉽사리 외주 맡겨 버리는 윤이든.
예민함을 어떻게든 잘 포장하고 사는 견하준.
눈치는 없지만 생뚱맞게 분위기 풀기 일등 공신에 가끔 본질을 찌르는 김도빈.
다들 완벽하지만은 않았기에 류재희도 그 틈바구니에서 완벽하지 않은 사람으로 온전히 서 있을 수 있었으며, 멤버들을 보며 본인의 단점을 마주하는 태도를 배울 수 있었다.
류재희의 카피캣 행동은 윤이든의 패션에만 국한된 게 아니었다.
유소년기와 청소년기의 환경으로 인해 강제로 어른스러워져야만 했던 류재희는 레브에서 다시 천천히 성장할 기회를 얻고 한발 한발 나아갔다.
그리고 그렇게 노력하던 류재희에게 마침내 기회가 찾아왔다.
그것도 본인이 가장 자랑스럽게 내세울 수 있었던 보컬 능력으로 말이다.
약간의 운, 타고난 실력에 더해진 노력, 그리고 그가 하루도 빠지지 않고 모니터링하며 지금까지 찬찬히 쌓아 왔던 방송 캐릭터 구축 능력.
류재희는 준비된 사람이었고 자신한테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고 낚아챘다.
덕분에 로 류재희라는 아이돌 보컬을 대중들에게 아주 강렬하게 각인시키는 데 성공했다.
인정 욕구를 충족시키니 본인에게 있는지도 몰랐던 승부욕이 슬그머니 고개를 내밀더라.
처음에는 그저 이 보컬 경연 예능이 보컬로서의 본인이 인정받을 수 있는 수단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인정이고 뭐고 순수하게 이 경연에서 우승을 하고 싶어졌다.
“저도 몰랐는데 의외로 저, 승부욕이 굉장히 강했나 봐요.”
윤이든한테만 살짝 털어놓자 윤이든이 그가 투정을 부릴 때마다 그를 보는 얼굴로 피식 웃었다.
“몰랐냐? 네가 알테어 대상 받는 거 보면서 눈 빛낼 때부터 알아봤는데, 나는.”
류재희는 대상 욕심을 본인이 가진 인정 욕구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했지만 윤이든은 그 본질을 정확히 꿰뚫어 봤다.
본인의 감정이랑 똑 닮은 눈으로 막내가 무대를 보고 있는데 모를 리가.
“그래서, 이번 3라운드 경연곡 편곡 방향 어떻게 할지 감은 좀 잡았냐?”
“검색해 봤는데 블루스 느낌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블루스 느낌을 살려 봤는데 그렇게 하면 원곡이랑 별로 달라지는 게 없는 것 같아요.”
“너는 이걸 꼭 알앤비로 부르고 싶어? 알앤비로 이걸 부르지 않으면 죽기 직전에도 이걸 알앤비로 못 부른 게 후회돼서 막 숨이 꼴깍꼴깍 넘어갈 것 같은 수준이냐?”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시비 거는 것이라 생각하겠지만 이미 윤이든식 화법에 익숙해진 류재희는 단번에 알 수 있었다.
R&B가 아니라 다른 방향으로 틀어 보라는 충고였다.
“형이 바꾸고 싶은 부분을 중점으로 가라고 했잖아요. 그런데 제가 딱 원곡을 듣고 생각한 게 너무 생뚱맞아서 어쩔 수 없이 알앤비를 유지했거든요.”
“네가 생각한 게 뭔데?”
스스로 생각해도 자신이 떠올린 방향에 확신이 없었던 류재희가 조심스럽게 대답하자, 윤이든이 시원하게 손가락을 딱! 튕겼다. 정답이라는 신호였다.
“진짜 그걸로 편곡하라고요? 느낌은 알겠는데 어디에서부터 갈아엎어야 할지 감이 안 오는데 어떡해요? 경연까지 나흘 남았는데…”
R&B였으면 충분했을 텐데, 이건 나흘 안에 편곡과 무대 연습까지 혼자 힘으로 끝맺기에는 턱도 없었다.
류재희는 본인의 손을 떠난 것 같은 이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믿음직스러운 사람에게 외주를 맡겨라.
류재희가 윤이든에게서 배운 삶의 태도였다.
“이든이 형, 저 4강까지 갈 수 있게 도와줄 수 있죠?”
“너는 무슨 그런 당연한 말을 하고 그러냐.”
시원스럽게 돌아오는 믿음직한 답변에 류재희는 이번 라운드도 우승할 수 있겠다는 직감이 문득 들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쩐지 한풀이가 되는 듯한 느낌이었다.
* * *
오늘은 KICKS 컴백, 즉 개싸움 삼파전까지 D-1.
그리고 드디어 3라운드에서 류재희의 무대와 그 결과가 공개되는 날이기도 했다.
하루 걸러 하루마다 재미있는 일이 생기다니. 도저히 따분할 새가 없었다.
왜 술, 마약 이런 거 하면서 인생 골로 꼬라박냐? 그냥 살아도 이렇게 도파민이 터지는데.
이제까지의 는 미친 라인업 조에 당첨되었던 1라운드를 제외하곤 물 만난 물고기가 된 류재희의 재롱잔치를 보는 느낌으로 시청하고 있었다면. 이번에 방영되는 3라운드 류재희 경연 무대는 존나 경건하게 시청했다.
물론 나 혼자만 경건하고 다른 녀석들은 이전 화를 보는 것과 별반 다를 것 없이 보고 있었다.
회귀 전 류재희가 이 라운드에서 탈락했다는 걸 나밖에 모르고 있으니 그럴 만도 했다. 물론 이번에는 내가 개입했기에 붙으리라고 확신하긴 하지만 류재희가 과거에 탈락한 라운드라 괜히 쫄렸다.
그런데 이걸 과거라고 해야 해, 미래라고 해야 해? 과거? 미래? 과거? 미래?
뭐, 소파 정중앙을 또 떡하니 차지하고 앉은 류재희의 얼굴이 더럽게 평온해 보이는 걸 보아하니 결과는 좋은 것 같지만.
3라운드는 2주에 거쳐 방영되었고, 저번 주에 강력한 우승 후보인 노강열을 비롯한 네 명의 가수가 경연 무대를 선보였다.
오늘은 류재희 외 세 명이 무대를 할 차례였다.
[MC: 이번 라운드에서는 득표 수가 가장 높은 상위 네 명만이 다음 라운드에 진출할 수 있습니다.]
3라운드의 룰을 설명하는 저번 주 영상이 흑백으로 짧게 나왔다.
현재 3라운드까지 올라온 여덟 명은 모두 실력으로는 절대 깔 수 없는 가수들이었다. 경력으로만 보면 류재희가 제일 아마추어 수준이니 말 다 했지.
류재희는 마지막 순서였다. 댄스곡을 R&B로 편곡하여 고음 차력쇼 무대를 선보이신 최은정 선배님이 바로 앞 순서라 남몰래 가슴을 쓸어내렸다.
류재희 무대만 따로 너튜브에서 클립으로 봐서 몰랐는데 연속 두 번으로 R&B 무대를 본 청중들의 피로감도 류재희의 탈락에 한몫 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처음은 신선해도 두 번은 지루한 법이다.
[류재희- 도시의 푸른밤(원곡: 이상권)]
기존 블루스 특유의 느릿하고 감성적인 리듬에 하우스풍의 드럼 비트를 추가해 빠르게 바꾼 템포. 베이스 라인에 추가된 그루브. 감미롭고 담담한 보컬은 파워풀한 창법으로. 클라이맥스에 삽입된 EDM 스타일의 드롭과 신디사이저 사운드.
그리고 곡에 완벽하게 들어맞아 시선을 떼기 힘든 무대 퍼포먼스까지.
빈티지한 느낌의 멜로디가 현대적이고 세련된 사운드의 댄스곡으로 재탄생한 무대가 화려하게 펼쳐졌다.
참고로 편곡 외주 윤이든, 안무 외주 김도빈이었다.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533화(535/549)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53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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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보컬은 그룹에 필수 불가결한 존재다.
그룹의 음악적 정체성을 상징하는 메인 보컬은 단순한 보컬 포지션을 넘어, 그룹의 음악성과 아이덴티티를 결정짓는 핵심 축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레브의 메인 보컬인 류재희는 본인이 그룹에 꼭 필요한 존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아니, 생각하지 못했다.
일단, 레브에는 그룹의 음악성과 정체성을 책임지는 프로듀싱 멤버인 윤이든이 떡하니 존재하고 있었다. 류재희 그가 ‘레브의 음악’ 하면 떠오르는 1순위가 아니었다는 뜻이다.
음악성을 보컬으로만 따져도 음색으로는 독보적이고 실력 역시 빠지지 않는 리드 보컬 견하준이 있었다.
인지도? 데뷔 초부터 미친 외모로 화제성을 모았던 서예현과 효륜랩부터 슬랜더대전, DTB까지 무얼 하든 스타성이 타고난 윤이든, 이 투톱 체제 밑에서 고만고만한 셋이라고 위안을 삼은 적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현재 견하준은 대히트를 기록한 드라마의 주조연을 맡아 배우로서 신인상을 수상했고, 김도빈은 주말 시청률을 책임지는 공중파 예능에서 확실한 캐릭터를 가진 막내로 자리 잡으며 인지도를 단숨에 끌어올렸다.
류재희가 따라잡기 힘들 정도로.
의도하지 않아야만 웃긴 김도빈의 약점을 발판 삼아 예능 포지션을 틈새 공략해 보려던 적도 있었다. 노력으로 될 줄 알았건만 이것도 타고나야 하더라.
그가 분석하고 계산해서 내놓는 재치 있는 말보다 윤이든이나 김도빈이 아무 생각 없이 툭툭 내뱉는 말이 오히려 더 큰 반응을 얻는다는 현실은 씁쓸하기만 했다.
물론 류재희한테는 막내라는 확실하고 대체 불가능한 포지션이 있긴 했다. 하지만 이건 오직 나이만으로 거저 얻은 포지션이기에 특별하지 않았다.
팬들한테나 먹히지 대중들이 레브 막내가 누구인지 알 게 뭐겠는가.
어떻게든 본인의 확실한 캐릭터를 만들려고 아등바등 노력하는 모습을 본 팬들은 류재희한테 야망캐라는 이미지를 붙여 주었다.
하지만 류재희는 그룹에서 독보적으로 주목을 받고 싶다거나 인기를 독차지하고 싶은 게 아니다. 이건 야망보다는 인정 욕구에 가까웠다.
그는 그저 멤버들과 함께 발맞춰 걷고 싶을 뿐이었다.
그렇지만 멤버들은 저만치 앞으로 훅 걸어가는데 그 혼자만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만 같았다.
기실, 류재희의 삶은 언제나 그랬다.
어렸을 때는 어린 동생들보다 손이 덜 간다는 이유로 뒷전이 되었으며 그가 본인 욕심을 포기하면서까지 노력해야만 착한 아들이라는 칭찬이나마 얻을 수 있었다.
TK에서도 노래 잘하는 연습생이라는 타이틀이 있긴 했지만 날고 기는 재능러들만 모여 있는 대형 기획사에서 류재희는 그저 월말 평가 때마다 본인의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연습생 1일뿐이었다.
누명을 쓰고 쉽사리 쫓겨날 만큼. 류재희가 대체 불가능한 독보적인 보컬이었으면 TK에서 그를 쫓아냈겠는가.
서예현은 사회면 진출 남돌을 다수 보유한 TK가 데인 게 많아 실력보다는 인성을 더 중요시해서 깐깐하게 원칙을 지킨답시고 알아보지도 않고 류재희 같은 보컬을 멍청하게 내보냈다고 위로 차원에서 말했지만, 글쎄.
어쨌든 TK도 류재희의 상품성이 없다고 판단한 거 아닌가. TK 역시 기업인 만큼 손해 보는 짓은 하지 않을 테니.
메인 보컬이라는 포지션을 지니고도 팀에서 제일 주목받지 못한 본인의 신세를 보니 TK의 판단이 정말로 맞는 것만 같아서 더 우울하기도 했다.
하필 또 레브는 김노담 대표의 미친 운 아래, 하나같이 타고난 녀석들만 모인 그룹이었다.
외모를 타고난 서예현, 음악적 재능과 어그로를 타고난 윤이든, 독보적인 음색과 연기 실력에 그리고 특정 수요층을 미치게 만드는 면을 타고난 견하준, 의도치 않은 개그와 행운을 타고난 김도빈.
거기에 안주하지 않고 노력까지 하는 이 미친 재능러들 사이에서 오직 보컬 실력밖에 내세울 게 없는 류재희는 멤버들의 몇 배를 더 노력해야 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열등감에 매몰되지 않게 도운 것도 멤버들이었다.
랩이든 보컬이든 댄스든 류재희가 들이는 노력의 몇 배를 이를 악물며 해내서 아웃풋을 내는 서예현.
본인 분야가 아니면 쉽사리 외주 맡겨 버리는 윤이든.
예민함을 어떻게든 잘 포장하고 사는 견하준.
눈치는 없지만 생뚱맞게 분위기 풀기 일등 공신에 가끔 본질을 찌르는 김도빈.
다들 완벽하지만은 않았기에 류재희도 그 틈바구니에서 완벽하지 않은 사람으로 온전히 서 있을 수 있었으며, 멤버들을 보며 본인의 단점을 마주하는 태도를 배울 수 있었다.
류재희의 카피캣 행동은 윤이든의 패션에만 국한된 게 아니었다.
유소년기와 청소년기의 환경으로 인해 강제로 어른스러워져야만 했던 류재희는 레브에서 다시 천천히 성장할 기회를 얻고 한발 한발 나아갔다.
그리고 그렇게 노력하던 류재희에게 마침내 기회가 찾아왔다.
그것도 본인이 가장 자랑스럽게 내세울 수 있었던 보컬 능력으로 말이다.
약간의 운, 타고난 실력에 더해진 노력, 그리고 그가 하루도 빠지지 않고 모니터링하며 지금까지 찬찬히 쌓아 왔던 방송 캐릭터 구축 능력.
류재희는 준비된 사람이었고 자신한테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고 낚아챘다.
덕분에 로 류재희라는 아이돌 보컬을 대중들에게 아주 강렬하게 각인시키는 데 성공했다.
인정 욕구를 충족시키니 본인에게 있는지도 몰랐던 승부욕이 슬그머니 고개를 내밀더라.
처음에는 그저 이 보컬 경연 예능이 보컬로서의 본인이 인정받을 수 있는 수단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인정이고 뭐고 순수하게 이 경연에서 우승을 하고 싶어졌다.
“저도 몰랐는데 의외로 저, 승부욕이 굉장히 강했나 봐요.”
윤이든한테만 살짝 털어놓자 윤이든이 그가 투정을 부릴 때마다 그를 보는 얼굴로 피식 웃었다.
“몰랐냐? 네가 알테어 대상 받는 거 보면서 눈 빛낼 때부터 알아봤는데, 나는.”
류재희는 대상 욕심을 본인이 가진 인정 욕구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했지만 윤이든은 그 본질을 정확히 꿰뚫어 봤다.
본인의 감정이랑 똑 닮은 눈으로 막내가 무대를 보고 있는데 모를 리가.
“그래서, 이번 3라운드 경연곡 편곡 방향 어떻게 할지 감은 좀 잡았냐?”
“검색해 봤는데 블루스 느낌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블루스 느낌을 살려 봤는데 그렇게 하면 원곡이랑 별로 달라지는 게 없는 것 같아요.”
“너는 이걸 꼭 알앤비로 부르고 싶어? 알앤비로 이걸 부르지 않으면 죽기 직전에도 이걸 알앤비로 못 부른 게 후회돼서 막 숨이 꼴깍꼴깍 넘어갈 것 같은 수준이냐?”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시비 거는 것이라 생각하겠지만 이미 윤이든식 화법에 익숙해진 류재희는 단번에 알 수 있었다.
R&B가 아니라 다른 방향으로 틀어 보라는 충고였다.
“형이 바꾸고 싶은 부분을 중점으로 가라고 했잖아요. 그런데 제가 딱 원곡을 듣고 생각한 게 너무 생뚱맞아서 어쩔 수 없이 알앤비를 유지했거든요.”
“네가 생각한 게 뭔데?”
스스로 생각해도 자신이 떠올린 방향에 확신이 없었던 류재희가 조심스럽게 대답하자, 윤이든이 시원하게 손가락을 딱! 튕겼다. 정답이라는 신호였다.
“진짜 그걸로 편곡하라고요? 느낌은 알겠는데 어디에서부터 갈아엎어야 할지 감이 안 오는데 어떡해요? 경연까지 나흘 남았는데…”
R&B였으면 충분했을 텐데, 이건 나흘 안에 편곡과 무대 연습까지 혼자 힘으로 끝맺기에는 턱도 없었다.
류재희는 본인의 손을 떠난 것 같은 이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믿음직스러운 사람에게 외주를 맡겨라.
류재희가 윤이든에게서 배운 삶의 태도였다.
“이든이 형, 저 4강까지 갈 수 있게 도와줄 수 있죠?”
“너는 무슨 그런 당연한 말을 하고 그러냐.”
시원스럽게 돌아오는 믿음직한 답변에 류재희는 이번 라운드도 우승할 수 있겠다는 직감이 문득 들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쩐지 한풀이가 되는 듯한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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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KICKS 컴백, 즉 개싸움 삼파전까지 D-1.
그리고 드디어 3라운드에서 류재희의 무대와 그 결과가 공개되는 날이기도 했다.
하루 걸러 하루마다 재미있는 일이 생기다니. 도저히 따분할 새가 없었다.
왜 술, 마약 이런 거 하면서 인생 골로 꼬라박냐? 그냥 살아도 이렇게 도파민이 터지는데.
이제까지의 는 미친 라인업 조에 당첨되었던 1라운드를 제외하곤 물 만난 물고기가 된 류재희의 재롱잔치를 보는 느낌으로 시청하고 있었다면. 이번에 방영되는 3라운드 류재희 경연 무대는 존나 경건하게 시청했다.
물론 나 혼자만 경건하고 다른 녀석들은 이전 화를 보는 것과 별반 다를 것 없이 보고 있었다.
회귀 전 류재희가 이 라운드에서 탈락했다는 걸 나밖에 모르고 있으니 그럴 만도 했다. 물론 이번에는 내가 개입했기에 붙으리라고 확신하긴 하지만 류재희가 과거에 탈락한 라운드라 괜히 쫄렸다.
그런데 이걸 과거라고 해야 해, 미래라고 해야 해? 과거? 미래? 과거? 미래?
뭐, 소파 정중앙을 또 떡하니 차지하고 앉은 류재희의 얼굴이 더럽게 평온해 보이는 걸 보아하니 결과는 좋은 것 같지만.
3라운드는 2주에 거쳐 방영되었고, 저번 주에 강력한 우승 후보인 노강열을 비롯한 네 명의 가수가 경연 무대를 선보였다.
오늘은 류재희 외 세 명이 무대를 할 차례였다.
3라운드의 룰을 설명하는 저번 주 영상이 흑백으로 짧게 나왔다.
현재 3라운드까지 올라온 여덟 명은 모두 실력으로는 절대 깔 수 없는 가수들이었다. 경력으로만 보면 류재희가 제일 아마추어 수준이니 말 다 했지.
류재희는 마지막 순서였다. 댄스곡을 R&B로 편곡하여 고음 차력쇼 무대를 선보이신 최은정 선배님이 바로 앞 순서라 남몰래 가슴을 쓸어내렸다.
류재희 무대만 따로 너튜브에서 클립으로 봐서 몰랐는데 연속 두 번으로 R&B 무대를 본 청중들의 피로감도 류재희의 탈락에 한몫 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처음은 신선해도 두 번은 지루한 법이다.
기존 블루스 특유의 느릿하고 감성적인 리듬에 하우스풍의 드럼 비트를 추가해 빠르게 바꾼 템포. 베이스 라인에 추가된 그루브. 감미롭고 담담한 보컬은 파워풀한 창법으로. 클라이맥스에 삽입된 EDM 스타일의 드롭과 신디사이저 사운드.
그리고 곡에 완벽하게 들어맞아 시선을 떼기 힘든 무대 퍼포먼스까지.
빈티지한 느낌의 멜로디가 현대적이고 세련된 사운드의 댄스곡으로 재탄생한 무대가 화려하게 펼쳐졌다.
참고로 편곡 외주 윤이든, 안무 외주 김도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