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ự Trở Lại Của Một Thần Tượng Đã Mất Đi Lý Tưởng Ban Đầu RAW - C521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518화(520/52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518화
자, 상황을 정리해 보자.
지금 우리 망할 멤버들은 과거 기억이 내가 바꿔 놓은 모범 기억으로 덮어쓰기가 됐는데도 그 당시의 개판 콩가루 기억을 아직 보유 중이다.
그리고 두 기억이 공존하는 걸 내 작업실의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다.
돌아오자마자 일방적이라도 멤버들과 무사히 다시 만난 해후를 나눌 새도 없이 내 작업실을 사수해야 하게 생겼다.
“물리적 퇴마! 답은 물리적 퇴마뿐이에요! 형이 그 건물 사서 건물 싹 밀어 버려요!”
“도빈아, 돌았니?”
다시 사람 부산스럽게 만드는 익숙한 김도빈이 반가우면서도 그 차분한 장례식 김도빈의 1%만 닮았으면 하는 양가적인 감정이 동시에 느껴졌다.
왜 내 작업실이 갑자기 귀신의 집이 된 건지 도저히 영문을 모르겠어서 경위를 들어봤더니, 내가 스스로 불러 온 재앙이긴 하더라.
이 모든 게 다 내가 류재희한테 했던 데자뷰라이팅에서부터 시작되었다니.
아니? 생각해 보니까 시스템이 나한테 능력치 교환 대상자가 견하준이 맞느냐고 한 번만 확인 과정을 거쳤으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도 않았겠지?
그러므로 이건 내 탓이 아니라 시스템 탓이다.
봐라, 얘도 양심이 있어서 그놈의 [ㄴ] 자도 안 띄우지 않냐.
‘그래서 대체 어떻게 된 일인데?’
[덮어쓰기 진행 중에 멤버 분들이 부분 기억을 떠올려 그 부분의 기억이 완벽히 덮어쓰기가 되지 않고 섞인 채로 남았습니다.]
[대략 0.159%의 확률로 일어날 수 있는 버그입니다.]
버그 일어날 일도 많다.
아니, 이놈들은 기껏 바꿔 놨더니 하필 왜 딱 덮어쓰기 하고 있을 때 추억팔이를 하고 난리야. 그러면 혹시 다른 부분도 덮어쓰기가 안 된 거 아니야?
[프로젝트 대상자님이 바꾼 다른 과거의 기억을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또 내가 바꿨던 과거가 뭐가 있더라… 큰 흐름을 어긋나게 하면 못 돌아간다고 하도 겁을 줘 대서
“너희 데뷔 초반에 후속곡 활동 막 시작했을 때 우리가 스폰 그룹이라고 뒷담인가 앞담인가 까던 그 신인 그룹 기억나냐? 순서 맨 앞이었던?”
“그런 그룹이 있었어요?”
눈을 깜빡이며 묻는 김도빈의 모습을 보니 그냥 기억력 이슈로 몰아가도 될 것 같기도 했다.
“아, 걔네? 당연히 기억하지. 스폰이라길래 나 콕 집어서 나한테 욕하는 줄 알았거든.”
다행인지 불행인지 서예현이 기억하고 있었다. 기억하는 이유가 좀 이상하긴 하지만 여하튼.
그리고 서예현이 기억하는 내 해결 방식 역시 내가 이번에 과거로 가서 바꾸었던 그 평화적인 해결법이었다. 뒤늦게 그때의 일을 기억해 낸 다른 멤버들도 모두 동일한 기억을 가지고 있었다.
“봐 봐, 이건 기억이 하나잖아. 그런데 왜 후속곡 활동만 기억이 두 개냐고. 우리 다섯 명이 단체로 기억 조작 당한 것도 아니고.”
왜긴 왜야. 기억 조작을 시도했는데 거기만 너희들이 열심히 추팔하느라 덮어쓰기가 안 돼서 그렇지.
“나는 빼 줘. 나는 우리가 다 같이 으쌰으쌰 했던 기억 하나밖에 없다고.”
“그건 형이 그 작업실에 제일 오래 있어서 삿된 기운에 완전히 잡아먹혀서 그래요. 생각해 보니까 가이드 녹음 때문에 작업실에 자주 갔던 하준이 형도…!”
진실을 알고 있는 나와 그런 걸 안 믿는 견하준을 제외하고, 다들 이 기억이 정말로 작업실에 도사리고 있는 무언가에 의해 조작된 게 아닌지 의심 중이었다.
데자뷰라이팅으로 인해 작업실에 제일 크게 의심을 가지고 있는 류재희가 딱- 손가락을 튕기며 입을 열었다.
“그게 정말 작업실이라는 장소의 문제인지 정확히 확인하려면 이든이 형 작업실에 안 들어갔으면서 그때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사람한테 물어보면 되잖아요.”
막내야! 지능 외주를 주라니까 왜 이 형을 곤란하게 하는 데에 그 지능을 쓰고 그러냐!
“그런 사람이 있어? 우리 다 윤이든 작업실에 들어갔잖아.”
“있죠. 후속곡 활동으로 의견이 갈렸던 우리 멤버들 외의 사람이. 그리고 지금까지도 LnL에 남아 있는 사람이.”
서예현의 물음에 류재희가 입꼬리를 삐뚜름하게 끌어올리며 대답했다.
“대표님!”
“그러네! 대표님한테 물어보면 되겠네!”
시발,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이게 이렇게까지 색출을 해야 할 일이야?
대표님이 시간이 없어서 우리 면담 요청을 한 1년 정도 거절하길 속으로 싹싹 빌었으나 우리 대표님은 마침 시간도 빈다고 바로 흔쾌히 오케이하셨다.
그렇게 마주하게 된 대표님.
“대표님, 혹시 저희 후속곡 활동 전에 회의했던 거 기억나세요? 왜, 그때 있잖아요. 대표님은 1주일 더 하라 하시고, 이든이 형은 무조건 후속곡 활동해야 한다고 밀어붙이고.”
“어, 어. 너희들이 말하니까 기억난다.”
“그때 이든이 형만 후속곡 활동 밀어붙이지 않았어요?”
“이든이만? 아니? 너희 다 후속곡 하고 싶다고 했잖아. 그래서 그냥 오케이했지. 너희들이 다 생각이 있다고 하니까.”
덮어쓰기 당시 추억 회상을 하지 않았던 대표님은 옳게 된 기억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면 혹시 PPT도 기억나세요? 보노보노 말고 깔끔한 PPT요.”
“기억나지.”
대표님의 기억이 이 의심의 결정타였다.
“거 봐요! 이 작업실이 문제라니까요! 얼른 팔아 버리고 작업실 이사 가요, 형!”
“시꺼, 인마. 멀쩡한 작업실을 왜 바꿔.”
결국 작업실 한 구석에 인터넷에서 프린트한 임시 부적을 붙여놓는 걸로 임시 해결을 보았다. 내 미감에 어긋나서 볼 때마다 거슬려 뒤질 것 같긴 했다.
“뭔 눈 뜨자마자 아주….”
여기 더 있기 무섭다고 작업실에서 우르르 나가는 웬수 같은 멤버 놈들 뒤에 대고 투덜거리고 있자 견하준이 픽 웃으며 나를 달랬다.
“저 셋은 원래 저런 거 잘 믿고 겁도 많잖아. 네가 이해해.”
“쟤네가 이상한 거 아니냐? 너도 나처럼 기억 하나밖에 없다면서.”
김도빈의 말을 떠올리고 말하자 견하준이 어깨를 으쓱했다.
“나도 일단 기억이 두 개긴 해. 작업실에 이상한 게 있다는 것만 안 믿는 거지.”
다섯 명 중에 나만 다르다는 걸 내 입으로 까발린 꼴이 됐군. 벽지에 테이프 자국이 생길까 봐 부적을 떼어버리고 견하준과 함께 나란히 나오는 길에, 견하준이 물었다.
“그러면 이든이 너는 둘 중에 무슨 기억이 진짜일 것 같아?”
“당연히 내가 가진 기억이 진짜지.”
내 당당한 대답에 견하준이 오묘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한바탕 기억 조작 소동이 휩쓸고 난 뒤에야 반지하 숙소 매트리스가 아닌 내 독방 침대에 누워 무사히 다시 돌아온 안도감과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그리고 이번 에러 현상으로 인해 알게 된 사실을 차근차근 정리해 보았다.
먼저, 차연호 이 새끼의 말은 적당히 걸러 들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자의적인 1분런도 아닐뿐더러, 견하준도 조문했잖아, 시발롬아. 자기가 안 봐 놓고 이렇게 이빨을 까네. 내 장례식이라 내가 팩트 체크 못 할 줄 알았냐?
괜히 그놈의 1분런 때문에 견하준한테 틱틱거렸네.
그나저나 내가 왜 견하준한테 기억을 떠맡아 달라고 했을까. 그리고 견하준은 그걸 왜 수락한 걸까.
버그에서 봤던 기억에 따르면 분명 위험도 시스템 보유자였던 나는 이전 기억이 확실하게 있었다.
스물일곱부터 서른한 살까지의 기억이 사라진 건 오직 초심도 시스템을 보유했을 때 뿐.
[위험도 시스템의 양면으로 탄생한 시스템이죠.]
[프로젝트 대상자의 선의, 많은 이들의 염원, 그리고 당신의 선택에 의해 적용된 시스템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초심도 시스템은 분명히 자신을 ‘내 선택’에 의해 적용된 시스템이라 소개했다.
위험도 시스템을 가지고 있었던 내가 초심도 시스템의 프로젝트 대상자가 된 이유는 결국 내가 스스로 선택해서 이루어진 일이었다는 소리다.
물론 전혀 내 기억에는 없지만.
위험도 시스템을 보유한 마지막 회차인 6회차가 그 열쇠였다. 키워드 역시 6회차의 기억에서 찾을 수 있으리란 걸 직감했다.
두 번째, 회귀 전의 멤버들도 나를 완전히 놓지 않았다. 그러니 내 태도에 따라서 달라지는 녀석들이라고 홀로 쓸쓸해할 필요도 없었다.
지금의 이 풍경을 나만 바랐던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된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이번의 10주년 콘서트는 다섯 명이 서야지. 암, 그렇고말고.
* * *
2월 중순.
오랜만에 OVER LEVEL 크루가 모였다.
맨날 모이던 고깃집이나 술집이 아니라 주성이 형의 주도하에 제법 가격대 있는 레스토랑에서 모인 터라 다들 평소처럼 시끌벅적하게 떠들지 못하고 뚝딱거리고만 있었다.
“내가 검색해 보니까 여기 가격대 꽤 있던데. 주성이 올해 DTB 나가? 지금 우리 크루 세 번째 슈스 배출 밑밥 까는 거야?”
참고로 첫 번째는 나였고 두 번째는 용철이 형이었다.
“나간다고 다 슈스 되나. 야처럼 얼굴 철판 딱 깔고 뻔뻔하게 도라이짓 할 기개가 있어야제.”
“또라이짓이라뇨. 스타성이지.”
내 등을 콱콱 두드리며 킬킬거리는 태훈이 형의 말에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나 참, 내가 언제 또라이짓을 했다고. 그냥 평범한 쇼맨십이었지.
대화 주제는 짠돌이 주성이 형이 돈 쓰는 이유 추론에서 며칠 전 있었던 아이돌 교통 사고로 흘러갔다. 내 체감상으로는 한 달도 더 된 이야기였지만 현실 시간대에서는 며칠도 안 된 이야기이긴 했다.
“사고 난 게 5인조 인기 보이 그룹이라 해서 혹시 얘네 그룹인가 하고 깜짝 놀랐잖아. 그런데 알고 보니까 알테언가 걔네는 6인조더만. 언론이 똑바로 사실을 전해 줘야지. 안 그러냐?”
그 사고 때문에 에러 뜨기 직전까지 우리 크루가 모여 있는 단체 채팅방이 시끌시끌했기에 형들이 그 5인조 인기 보이 그룹이 레브인 줄 알고 걱정했던 건 잘 알고 있었다.
“야, 이든아. 누가 제일 문자 빨리 넣었든?”
세민이 형의 물음에 단체 채팅방과 개인톡의 채팅 시간을 모조리 확인한 후 1등을 산출했다.
“용철이 형이 제일 빨랐고 그 다음으로 상열이 형. 1분 차이네요.”
1등에게는 이 윤이든 님의 무한한 감사의 마음과 아무 부탁 수용 1회권을 드립니다. 2등은 뭐… 무한한 감사나 드려야지. 원래 세상은 1등만 기억하니까 너무 섭섭해하지 마쇼.
“그런데 한 명 혼수상태라지 않았냐? 그 음주 운전이 진짜 심하게 박아 버렸나 보네. 어떻게 박으면 사람이 혼수상태가 나오냐.”
“깨어났다던데요?”
“아, 깨어났어?”
회귀 전에 사고로 혼수상태였던 멤버는 일주일 지나서 일어났는데 차연호는 이틀인가 사흘 만에 깨어난 걸 보니 정말 튼튼한가 보다.
아니면 갈 곳 없어진 위험도 시스템이 차연호를 어떻게 해서든지 지져서라도 깨웠거나.
물론 차연호 병문안은 안 갔다. 내가 왜 가.
“그런데 이 자식은 사람 불러 놓고 왜 안 와?”
크루 형 하나의 투덜거림이 끝나자마자 한 손에 쇼핑백을 든 주성이 형이 우리가 앉아 있는 테이블로 헐레벌떡 뛰어왔다.
“쟤도 양반은 못 된다.”
상열이 형이 혀를 차며 말했다.
“쏘리, 제일 중요한 걸 깜빡해서 다시 집 좀 들르느라.”
손에 든 쇼핑백을 흔들어 보이며 늦은 이유를 밝힌 주성이 형이 자리에 앉지도 않고 일어선 상태로 엄숙하게 선언했다.
“그럼, 중대 발표가 있겠습니다.”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518화(520/52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518화
자, 상황을 정리해 보자.
지금 우리 망할 멤버들은 과거 기억이 내가 바꿔 놓은 모범 기억으로 덮어쓰기가 됐는데도 그 당시의 개판 콩가루 기억을 아직 보유 중이다.
그리고 두 기억이 공존하는 걸 내 작업실의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다.
돌아오자마자 일방적이라도 멤버들과 무사히 다시 만난 해후를 나눌 새도 없이 내 작업실을 사수해야 하게 생겼다.
“물리적 퇴마! 답은 물리적 퇴마뿐이에요! 형이 그 건물 사서 건물 싹 밀어 버려요!”
“도빈아, 돌았니?”
다시 사람 부산스럽게 만드는 익숙한 김도빈이 반가우면서도 그 차분한 장례식 김도빈의 1%만 닮았으면 하는 양가적인 감정이 동시에 느껴졌다.
왜 내 작업실이 갑자기 귀신의 집이 된 건지 도저히 영문을 모르겠어서 경위를 들어봤더니, 내가 스스로 불러 온 재앙이긴 하더라.
이 모든 게 다 내가 류재희한테 했던 데자뷰라이팅에서부터 시작되었다니.
아니? 생각해 보니까 시스템이 나한테 능력치 교환 대상자가 견하준이 맞느냐고 한 번만 확인 과정을 거쳤으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도 않았겠지?
그러므로 이건 내 탓이 아니라 시스템 탓이다.
봐라, 얘도 양심이 있어서 그놈의 [ㄴ] 자도 안 띄우지 않냐.
‘그래서 대체 어떻게 된 일인데?’
버그 일어날 일도 많다.
아니, 이놈들은 기껏 바꿔 놨더니 하필 왜 딱 덮어쓰기 하고 있을 때 추억팔이를 하고 난리야. 그러면 혹시 다른 부분도 덮어쓰기가 안 된 거 아니야?
또 내가 바꿨던 과거가 뭐가 있더라… 큰 흐름을 어긋나게 하면 못 돌아간다고 하도 겁을 줘 대서
“너희 데뷔 초반에 후속곡 활동 막 시작했을 때 우리가 스폰 그룹이라고 뒷담인가 앞담인가 까던 그 신인 그룹 기억나냐? 순서 맨 앞이었던?”
“그런 그룹이 있었어요?”
눈을 깜빡이며 묻는 김도빈의 모습을 보니 그냥 기억력 이슈로 몰아가도 될 것 같기도 했다.
“아, 걔네? 당연히 기억하지. 스폰이라길래 나 콕 집어서 나한테 욕하는 줄 알았거든.”
다행인지 불행인지 서예현이 기억하고 있었다. 기억하는 이유가 좀 이상하긴 하지만 여하튼.
그리고 서예현이 기억하는 내 해결 방식 역시 내가 이번에 과거로 가서 바꾸었던 그 평화적인 해결법이었다. 뒤늦게 그때의 일을 기억해 낸 다른 멤버들도 모두 동일한 기억을 가지고 있었다.
“봐 봐, 이건 기억이 하나잖아. 그런데 왜 후속곡 활동만 기억이 두 개냐고. 우리 다섯 명이 단체로 기억 조작 당한 것도 아니고.”
왜긴 왜야. 기억 조작을 시도했는데 거기만 너희들이 열심히 추팔하느라 덮어쓰기가 안 돼서 그렇지.
“나는 빼 줘. 나는 우리가 다 같이 으쌰으쌰 했던 기억 하나밖에 없다고.”
“그건 형이 그 작업실에 제일 오래 있어서 삿된 기운에 완전히 잡아먹혀서 그래요. 생각해 보니까 가이드 녹음 때문에 작업실에 자주 갔던 하준이 형도…!”
진실을 알고 있는 나와 그런 걸 안 믿는 견하준을 제외하고, 다들 이 기억이 정말로 작업실에 도사리고 있는 무언가에 의해 조작된 게 아닌지 의심 중이었다.
데자뷰라이팅으로 인해 작업실에 제일 크게 의심을 가지고 있는 류재희가 딱- 손가락을 튕기며 입을 열었다.
“그게 정말 작업실이라는 장소의 문제인지 정확히 확인하려면 이든이 형 작업실에 안 들어갔으면서 그때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사람한테 물어보면 되잖아요.”
막내야! 지능 외주를 주라니까 왜 이 형을 곤란하게 하는 데에 그 지능을 쓰고 그러냐!
“그런 사람이 있어? 우리 다 윤이든 작업실에 들어갔잖아.”
“있죠. 후속곡 활동으로 의견이 갈렸던 우리 멤버들 외의 사람이. 그리고 지금까지도 LnL에 남아 있는 사람이.”
서예현의 물음에 류재희가 입꼬리를 삐뚜름하게 끌어올리며 대답했다.
“대표님!”
“그러네! 대표님한테 물어보면 되겠네!”
시발,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이게 이렇게까지 색출을 해야 할 일이야?
대표님이 시간이 없어서 우리 면담 요청을 한 1년 정도 거절하길 속으로 싹싹 빌었으나 우리 대표님은 마침 시간도 빈다고 바로 흔쾌히 오케이하셨다.
그렇게 마주하게 된 대표님.
“대표님, 혹시 저희 후속곡 활동 전에 회의했던 거 기억나세요? 왜, 그때 있잖아요. 대표님은 1주일 더 하라 하시고, 이든이 형은 무조건 후속곡 활동해야 한다고 밀어붙이고.”
“어, 어. 너희들이 말하니까 기억난다.”
“그때 이든이 형만 후속곡 활동 밀어붙이지 않았어요?”
“이든이만? 아니? 너희 다 후속곡 하고 싶다고 했잖아. 그래서 그냥 오케이했지. 너희들이 다 생각이 있다고 하니까.”
덮어쓰기 당시 추억 회상을 하지 않았던 대표님은 옳게 된 기억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면 혹시 PPT도 기억나세요? 보노보노 말고 깔끔한 PPT요.”
“기억나지.”
대표님의 기억이 이 의심의 결정타였다.
“거 봐요! 이 작업실이 문제라니까요! 얼른 팔아 버리고 작업실 이사 가요, 형!”
“시꺼, 인마. 멀쩡한 작업실을 왜 바꿔.”
결국 작업실 한 구석에 인터넷에서 프린트한 임시 부적을 붙여놓는 걸로 임시 해결을 보았다. 내 미감에 어긋나서 볼 때마다 거슬려 뒤질 것 같긴 했다.
“뭔 눈 뜨자마자 아주….”
여기 더 있기 무섭다고 작업실에서 우르르 나가는 웬수 같은 멤버 놈들 뒤에 대고 투덜거리고 있자 견하준이 픽 웃으며 나를 달랬다.
“저 셋은 원래 저런 거 잘 믿고 겁도 많잖아. 네가 이해해.”
“쟤네가 이상한 거 아니냐? 너도 나처럼 기억 하나밖에 없다면서.”
김도빈의 말을 떠올리고 말하자 견하준이 어깨를 으쓱했다.
“나도 일단 기억이 두 개긴 해. 작업실에 이상한 게 있다는 것만 안 믿는 거지.”
다섯 명 중에 나만 다르다는 걸 내 입으로 까발린 꼴이 됐군. 벽지에 테이프 자국이 생길까 봐 부적을 떼어버리고 견하준과 함께 나란히 나오는 길에, 견하준이 물었다.
“그러면 이든이 너는 둘 중에 무슨 기억이 진짜일 것 같아?”
“당연히 내가 가진 기억이 진짜지.”
내 당당한 대답에 견하준이 오묘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한바탕 기억 조작 소동이 휩쓸고 난 뒤에야 반지하 숙소 매트리스가 아닌 내 독방 침대에 누워 무사히 다시 돌아온 안도감과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그리고 이번 에러 현상으로 인해 알게 된 사실을 차근차근 정리해 보았다.
먼저, 차연호 이 새끼의 말은 적당히 걸러 들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자의적인 1분런도 아닐뿐더러, 견하준도 조문했잖아, 시발롬아. 자기가 안 봐 놓고 이렇게 이빨을 까네. 내 장례식이라 내가 팩트 체크 못 할 줄 알았냐?
괜히 그놈의 1분런 때문에 견하준한테 틱틱거렸네.
그나저나 내가 왜 견하준한테 기억을 떠맡아 달라고 했을까. 그리고 견하준은 그걸 왜 수락한 걸까.
버그에서 봤던 기억에 따르면 분명 위험도 시스템 보유자였던 나는 이전 기억이 확실하게 있었다.
스물일곱부터 서른한 살까지의 기억이 사라진 건 오직 초심도 시스템을 보유했을 때 뿐.
그리고 초심도 시스템은 분명히 자신을 ‘내 선택’에 의해 적용된 시스템이라 소개했다.
위험도 시스템을 가지고 있었던 내가 초심도 시스템의 프로젝트 대상자가 된 이유는 결국 내가 스스로 선택해서 이루어진 일이었다는 소리다.
물론 전혀 내 기억에는 없지만.
위험도 시스템을 보유한 마지막 회차인 6회차가 그 열쇠였다. 키워드 역시 6회차의 기억에서 찾을 수 있으리란 걸 직감했다.
두 번째, 회귀 전의 멤버들도 나를 완전히 놓지 않았다. 그러니 내 태도에 따라서 달라지는 녀석들이라고 홀로 쓸쓸해할 필요도 없었다.
지금의 이 풍경을 나만 바랐던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된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이번의 10주년 콘서트는 다섯 명이 서야지. 암, 그렇고말고.
* * *
2월 중순.
오랜만에 OVER LEVEL 크루가 모였다.
맨날 모이던 고깃집이나 술집이 아니라 주성이 형의 주도하에 제법 가격대 있는 레스토랑에서 모인 터라 다들 평소처럼 시끌벅적하게 떠들지 못하고 뚝딱거리고만 있었다.
“내가 검색해 보니까 여기 가격대 꽤 있던데. 주성이 올해 DTB 나가? 지금 우리 크루 세 번째 슈스 배출 밑밥 까는 거야?”
참고로 첫 번째는 나였고 두 번째는 용철이 형이었다.
“나간다고 다 슈스 되나. 야처럼 얼굴 철판 딱 깔고 뻔뻔하게 도라이짓 할 기개가 있어야제.”
“또라이짓이라뇨. 스타성이지.”
내 등을 콱콱 두드리며 킬킬거리는 태훈이 형의 말에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나 참, 내가 언제 또라이짓을 했다고. 그냥 평범한 쇼맨십이었지.
대화 주제는 짠돌이 주성이 형이 돈 쓰는 이유 추론에서 며칠 전 있었던 아이돌 교통 사고로 흘러갔다. 내 체감상으로는 한 달도 더 된 이야기였지만 현실 시간대에서는 며칠도 안 된 이야기이긴 했다.
“사고 난 게 5인조 인기 보이 그룹이라 해서 혹시 얘네 그룹인가 하고 깜짝 놀랐잖아. 그런데 알고 보니까 알테언가 걔네는 6인조더만. 언론이 똑바로 사실을 전해 줘야지. 안 그러냐?”
그 사고 때문에 에러 뜨기 직전까지 우리 크루가 모여 있는 단체 채팅방이 시끌시끌했기에 형들이 그 5인조 인기 보이 그룹이 레브인 줄 알고 걱정했던 건 잘 알고 있었다.
“야, 이든아. 누가 제일 문자 빨리 넣었든?”
세민이 형의 물음에 단체 채팅방과 개인톡의 채팅 시간을 모조리 확인한 후 1등을 산출했다.
“용철이 형이 제일 빨랐고 그 다음으로 상열이 형. 1분 차이네요.”
1등에게는 이 윤이든 님의 무한한 감사의 마음과 아무 부탁 수용 1회권을 드립니다. 2등은 뭐… 무한한 감사나 드려야지. 원래 세상은 1등만 기억하니까 너무 섭섭해하지 마쇼.
“그런데 한 명 혼수상태라지 않았냐? 그 음주 운전이 진짜 심하게 박아 버렸나 보네. 어떻게 박으면 사람이 혼수상태가 나오냐.”
“깨어났다던데요?”
“아, 깨어났어?”
회귀 전에 사고로 혼수상태였던 멤버는 일주일 지나서 일어났는데 차연호는 이틀인가 사흘 만에 깨어난 걸 보니 정말 튼튼한가 보다.
아니면 갈 곳 없어진 위험도 시스템이 차연호를 어떻게 해서든지 지져서라도 깨웠거나.
물론 차연호 병문안은 안 갔다. 내가 왜 가.
“그런데 이 자식은 사람 불러 놓고 왜 안 와?”
크루 형 하나의 투덜거림이 끝나자마자 한 손에 쇼핑백을 든 주성이 형이 우리가 앉아 있는 테이블로 헐레벌떡 뛰어왔다.
“쟤도 양반은 못 된다.”
상열이 형이 혀를 차며 말했다.
“쏘리, 제일 중요한 걸 깜빡해서 다시 집 좀 들르느라.”
손에 든 쇼핑백을 흔들어 보이며 늦은 이유를 밝힌 주성이 형이 자리에 앉지도 않고 일어선 상태로 엄숙하게 선언했다.
“그럼, 중대 발표가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