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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ự Trở Lại Của Một Thần Tượng Đã Mất Đi Lý Tưởng Ban Đầu RAW - C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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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517화(519/52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517화
몇 미터 떨어진 곳에 내 영정사진이 있는데 내가 멀쩡하게 살아 있어서 너도 당황스럽겠지, 물론. 누가 그러더만. 장례식에서 하면 안 되는 행동 1순위가 부활이라고.
하지만 기억 재생인 줄로만 알았다가 기억 속 친구랑 이렇게 일대일 면담을 하고 있는 나도 참 당황스럽단다.
“제가… 보이세요…?”
내 말이 끝나자마자 견하준의 표정이 굉장히 떨떠름해졌다.
보이나 보다.
존댓말이 아니라 반말로 할 걸 그랬다.
그러면 눈앞에서 손을 휘젓고 같이 문자 읽기 타임을 가졌던 것도 자기 잡아가려 하는 귀신인 줄 알고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있었던 건가 진지하게 고찰하고 있다가.
갑자기 든 생각에 멈칫했다.
이 견하준은 나랑 같은 기억을 공유하고 결국은 나를 먼저 끊어냈던, 그 견하준이었다.
평생 마주할 일이 없을 거라 생각했던 녀석을 막상 앞에 두니 말문이 막혔다. 모든 진위를 알게 된 이상, 나는 너한테 무슨 말을 해야 하는 거지? 원망? 사과?
결국 오해를 푼 건 지금 내 앞의 너와 나의 관계에서 나 혼자지 않나. 내가 일방적으로 기억 없는 너를 붙들고, 과거의 우리 사이에서 밟아갔던 지뢰들을 떠올리며 반면교사 삼아 이번에는 완벽한 정답을 찾아냈을 뿐이니까.
기억은 사람의 자아를, 사람의 세계를 형성하는 것이라 했지.
그렇다면 내 앞의 견하준과, 나와 함께 대상을 받은 견하준은 다른 사람인가.
후자의 견하준도 내 이정표였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지만 내 주저를, 원망을, 미안함을, 회귀 전으로 인해 파생된 그 모든 감정을 본디 받아야 할 녀석은 아무래도 전자가 아닌가.
“너…”
내가 무어라 입을 열려고 하자 고개를 저은 견하준이 비상계단 문이 있는 쪽이 아닌 빈소가 있는 쪽으로 내 등을 떠밀었다.
“뒤돌아보지 않기로 결심했으면 앞만 보고 가.”
그리고 그렇게 내가 가야 하는 방향을 알려준 견하준은 그 반대편인, 비상계단 문이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복도가 현실성 없을 정도로 길게 늘어났다. 이건 현실이 아니라 한낱 기억이라는 걸 알려주기라도 하듯이.
그렇다면, 타인의 기억까지 끌어안은 채 시스템이 보유한 한정된 기억 속 세계에서 저 견하준은 계속해서…
“야, 견하준!”
비상계단 문이 있는 쪽을 향해 한 발짝 내디딜수록 복도는 계속해서 길어질 뿐이었다.
“야!”
비상계단 문을 열고 사라질 때까지 견하준은 끝까지 뒤 한번 돌아보지 않았다. 나만 내 장례식장 건물 복도에 덩그러니 남겨졌다.
나를 내 장례식에 던져 놓고 코빼기도 보이지 않던 시스템이 드디어 눈앞에 다시 나타났다.
[잔여 위험도 시스템 99% 제거 완료]
“99프로? 이 지랄을 해 놓고 99프로? 야, 인마! 멀쩡히 살아있는 사람한테 본인 장례식을, 본인 얼굴 떡하니 박힌 영정사진을 보여줘 놓고 100프로 제거를 못 했다고? 1프로는? 1프로 어디 갔어?”
[잔여 위험도 시스템 1%는 ‘키워드’에 위치하고 있는 걸로 확인되었습니다.]
[이제 잔여 위험도 시스템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다만, 완전한 제거를 위하여 계약 ‘키워드’를 떠올려 주시길 바랍니다.]
[계약 조건에 따라 본 시스템은 프로젝트 대상자에게 키워드를 말씀드리는 게 불가능합니다.]
키워드.
차연호도 시스템과 관련해서 한 번 언급했던 적이 있던 단어였다. 차연호의 키워드는 숙주라고 했었나. 키워드를 찾아내면 시스템이 의도적으로 막아놨던 기억이 모두 돌아온다고 했지.
메커니즘이 비슷한 거 같은데, 위험도 시스템이랑 무슨 사이야, 이거?
[위험도 시스템의 양면으로 탄생한 시스템이죠.]
[프로젝트 대상자의 선의, 많은 이들의 염원, 그리고 당신의 선택에 의해 적용된 시스템이기도 하고요.]
음, 탄생 과정이 복잡하구먼?
아무튼 내가 선의를 베풀어서 다 돌려받는다는 소리 아닌가. 장하다, 나 자신. 그런데 선의를 베푼 결과 치고는 사람을 막 지져대는 게, 씁…
“키워드는 어떻게 찾는데?”
[기억을 찾다 보면 저절로 떠오를 겁니다.]
[조건: 단어가 키워드라고 인지를 하고 있어야 합니다.]
결국 기억의 파편을 계속해서 열어나가긴 해야 한다는 소리였다. 하지만 내 장례식을 내 눈으로 보고 온 이상, 이것보다 더 충격적이고 보기 힘든 기억은 없을 것만 같았다. 이렇게 멘탈 극기훈련을 시켜 주는군.
“내가 키워드를 떠올리면 이곳의 견하준도 내 기억을 떠안을 필요가 없어지겠네.”
[맞습니다.]
헛웃음과 함께 손바닥으로 얼굴을 쓸어내리며 죄책감을 투덜거림으로 승화하여 중얼거렸다.
“머저리 자식, 누가 떠안아 달라고 했어?”
[네, 했습니다.]
예상치 못한 답변에 뻣뻣하게 굳었다. 엥, 견하준이 자발적으로 한 게 아니었다고?
“했다고? 내가?”
[ㅇ]
시바, 혹시 내가 복수한답시고 견하준한테 일방적으로 넘긴 건 아니겠지? 설마 그래서 견하준이 내 말 읽씹을…
내가 불안에 떨든 말든 시스템은 사무적인 말투로 이제 돌아갈 시간임을 알렸다.
[저장된 최근 시간대로 귀환합니다.]
[덮어쓰기가 진행됩니다.]
* * *
칠흑 같은 어둠뿐이었던 시야에 점차 빛이 돌아오자 천천히 눈을 깜빡였다.
시야에 낯익은 천장이 들어왔다. 저 천장이 어느 곳의 천장인지 깨닫자마자 등골이 서늘해지며 식은땀이 맺히기 시작했다.
분명히 작업실에서 암전됐는데 어째서 눈 뜨니까 복층 숙소 거실의 천장이 보이는 건지 모르겠다.
깨어나지 않는 놈을 병원에 안 데려가고 숙소로 데려온 걸 고마워해야 해, 잡도리를 해야 해?
극악무도한 위험도 시스템 놈의 습격과 에러에도 무사히 돌아온 건 정말 기뻤다. 당연히 기쁘지. 5년 간의 서사를 다시 쌓지 않아도 되니까.
거실에 있는 장식장의 맨 꼭대기를 장식하고 있는 대상 트로피들도 그대로였다. 확실히 내가 쌓아 올린 그 시간대라는 소리다.
하지만 산 너머 산이라고.
대체 최소 6시간, 최대 하루 동안 아무리 깨워도 일어나지 않고 정신을 잃고 있었던 이유를 무어라 설명해야 할지 막막했다.
이건 심지어 초자연적인 이유 아닌가. 이걸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건 김도빈 밖에 없을 거다.
“와씨, 죽겠네…”
드러누워서 한탄 같은 중얼거림을 내뱉고 있자 불쑥, 류재희가 얼굴을 내 위로 들이밀었다.
한 달 동안 지겹도록 또 봤던 열일곱 살 앳된 류재희의 얼굴보다 내 장례식에서 봤던 스물여덟 살 류재희의 얼굴이 더 깊이 기억에 남아서 그런지, 낯설다거나 오랜만이라거나 하는 감상은 딱히 느껴지지 않았다.
“이든이 형!”
눈물범벅이 되어 있을 줄 알았던 류재희의 얼굴은 물기 하나 없이 멀끔했다. 마치 내 장례식에 왔던 김도빈의 얼굴마냥.
내가 잘못됐다고 오해할 일은 없었다는 소리군. 덕분에 한숨 놓을 수 있었다.
“잠을 왜 그렇게 오래 자요! 좀 일어나 보라고 해도 눈도 안 뜨고선 계속 시간 카운트나 하고 있고!”
눈 뜨자마자 바가지를 박박 긁어대는 걸 보니 추궁으로 진땀 뺄 일은 없어 보였다.
휴, 하마터면 차연호랑 나란히 혼수상태 아이돌로 이름 올릴 뻔했네.
“나 몇 시간 자든?”
지금 거의 과거로 돌아가 한 달을 살고 온 터라 시간 감각이 제대로 어긋나 있었다.
“저희 갔을 때 형이 한창 자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저희 가기 전에 몇 시간 주무셨는지는 모르고 지금까지는 다섯 시간인가 여섯 시간인가 주무셨어요.”
그 한 달간의 시간이 여기에서는 겨우 여섯 시간에서 열 시간 남짓이었다니, 기분이 묘했다. 내가 바꾼 과거는 잘 적용됐으려나.
한 달 만에 다시 내게 익숙한 우리 멤버들을 만난 소감을 말 해보자면-
‘다들 용 됐네.’
분명 나이는 데뷔 초 때가 훨씬 어렸는데 왜 스타일이나 얼굴은 지금이 훨씬 나아 보이냐.
시간을 너무 점프해대서 그런가 지끈거리는 미간을 문지르며 상체를 일으켰다. 그런데 내가 자고 있었다는 걸로 알면서도 왜 다 같이 모여있어? 불안하게.
툭, 서예현이 견하준을 살짝 쳤다. 영 내키지 않는다는 표정의 견하준이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
“애들이랑 예현이 형 말로는 네 작업실이 좀 이상하대.”
설마 데자뷰라이팅 때문에…? 그렇게 계속 기절시키지 말고 그냥 보컬 실력 올려주는 약 먹었다고 거짓말을 칠 걸 그랬나? 그 약 진짜 있긴 있던데.
지레 찔리는 일이 있어서 차마 물어보지도, 적극적으로 부정하지도 못하고 있자 스케일을 축소시킨 견하준의 설명이 답답했는지 서예현이 직접 나섰다.
“진지하게 들어. 네 작업실에 아무래도 이상한 게 붙은 것 같아. 그러니까 좀… 뭐라고 해야 하지. 삿된 게 붙은 거 같거든.”
서예현의 입에서 김도빈이 할 만한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순간 내가 맞는 시간대로 돌아온 게 맞나 의심할 정도였다. 어디 이상한 평행우주에 떨궈놓은 거 아니야?
“막내야! 얼마나 호들갑을 떨어댔길래 예현이 형까지 이러고 있냐!”
“아니, 지금 네 명이 같은 경험을 했다고! 그래서 제일 그 작업실에 오래 있었던 너도 혹시 우리랑 똑같은 현상을 겪는가 확인 좀 해 보려고 해도 너는 일어날 생각일랑 하지를 않고!”
서예현이 어지간히 갑갑했는지 가슴을 두드려 댔다.
“형.”
김도빈이 쓸데없이 진지한 얼굴로 나를 불렀다. 그 모습에 내 장례식에서의 김도빈이 생각났지만 그 김도빈은 분위기부터 시커메서 지금 이 오타쿠짭막내와 근본부터 달랐다.
“혹시 형도 우리가 체계적이고 합리적으로 후속곡 활동을 이뤄낸 이상한 기억이 있나요?”
당연히 있지. 내가 덮어쓰기 한다 해서 좋아라 하고 바꾼 건데.
그런데 그걸 ‘이상한 기억’이라고 칭하는 게 영 마음에 걸렸다. 덮어쓰기가 됐으면 이걸 오리지널 기억으로 받아들여야 하지 않나?
“그러면 너는 뭐라고 기억하는데?”
“우리 그때 개판 났잖아요. 기억 안 나요? 어떡해! 이든이 형도 오염됐나 봐!”
김도빈이 내지르는 외적 비명과 내 마음속의 내적 비명이 완벽하게 겹쳤다.
시스템 나와! 시스템! 덮어쓰기 한다며!
왜 인마들이 내가 옳게 바로잡은 완벽한 기억을 이상한 기억으로 여기면서 콩가루 기억을 원래 기억이라 굳게 믿고 있는 건데?
물론 그 콩가루 기억이 원래 기억이긴 하지만! 그래도!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517화(519/52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517화

몇 미터 떨어진 곳에 내 영정사진이 있는데 내가 멀쩡하게 살아 있어서 너도 당황스럽겠지, 물론. 누가 그러더만. 장례식에서 하면 안 되는 행동 1순위가 부활이라고.

하지만 기억 재생인 줄로만 알았다가 기억 속 친구랑 이렇게 일대일 면담을 하고 있는 나도 참 당황스럽단다.

“제가… 보이세요…?”

내 말이 끝나자마자 견하준의 표정이 굉장히 떨떠름해졌다.

보이나 보다.

존댓말이 아니라 반말로 할 걸 그랬다.

그러면 눈앞에서 손을 휘젓고 같이 문자 읽기 타임을 가졌던 것도 자기 잡아가려 하는 귀신인 줄 알고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있었던 건가 진지하게 고찰하고 있다가.

갑자기 든 생각에 멈칫했다.

이 견하준은 나랑 같은 기억을 공유하고 결국은 나를 먼저 끊어냈던, 그 견하준이었다.

평생 마주할 일이 없을 거라 생각했던 녀석을 막상 앞에 두니 말문이 막혔다. 모든 진위를 알게 된 이상, 나는 너한테 무슨 말을 해야 하는 거지? 원망? 사과?

결국 오해를 푼 건 지금 내 앞의 너와 나의 관계에서 나 혼자지 않나. 내가 일방적으로 기억 없는 너를 붙들고, 과거의 우리 사이에서 밟아갔던 지뢰들을 떠올리며 반면교사 삼아 이번에는 완벽한 정답을 찾아냈을 뿐이니까.

기억은 사람의 자아를, 사람의 세계를 형성하는 것이라 했지.

그렇다면 내 앞의 견하준과, 나와 함께 대상을 받은 견하준은 다른 사람인가.

후자의 견하준도 내 이정표였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지만 내 주저를, 원망을, 미안함을, 회귀 전으로 인해 파생된 그 모든 감정을 본디 받아야 할 녀석은 아무래도 전자가 아닌가.

“너…”

내가 무어라 입을 열려고 하자 고개를 저은 견하준이 비상계단 문이 있는 쪽이 아닌 빈소가 있는 쪽으로 내 등을 떠밀었다.

“뒤돌아보지 않기로 결심했으면 앞만 보고 가.”

그리고 그렇게 내가 가야 하는 방향을 알려준 견하준은 그 반대편인, 비상계단 문이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복도가 현실성 없을 정도로 길게 늘어났다. 이건 현실이 아니라 한낱 기억이라는 걸 알려주기라도 하듯이.

그렇다면, 타인의 기억까지 끌어안은 채 시스템이 보유한 한정된 기억 속 세계에서 저 견하준은 계속해서…

“야, 견하준!”

비상계단 문이 있는 쪽을 향해 한 발짝 내디딜수록 복도는 계속해서 길어질 뿐이었다.

“야!”

비상계단 문을 열고 사라질 때까지 견하준은 끝까지 뒤 한번 돌아보지 않았다. 나만 내 장례식장 건물 복도에 덩그러니 남겨졌다.

나를 내 장례식에 던져 놓고 코빼기도 보이지 않던 시스템이 드디어 눈앞에 다시 나타났다.

“99프로? 이 지랄을 해 놓고 99프로? 야, 인마! 멀쩡히 살아있는 사람한테 본인 장례식을, 본인 얼굴 떡하니 박힌 영정사진을 보여줘 놓고 100프로 제거를 못 했다고? 1프로는? 1프로 어디 갔어?”

키워드.

차연호도 시스템과 관련해서 한 번 언급했던 적이 있던 단어였다. 차연호의 키워드는 숙주라고 했었나. 키워드를 찾아내면 시스템이 의도적으로 막아놨던 기억이 모두 돌아온다고 했지.

메커니즘이 비슷한 거 같은데, 위험도 시스템이랑 무슨 사이야, 이거?

음, 탄생 과정이 복잡하구먼?

아무튼 내가 선의를 베풀어서 다 돌려받는다는 소리 아닌가. 장하다, 나 자신. 그런데 선의를 베푼 결과 치고는 사람을 막 지져대는 게, 씁…

“키워드는 어떻게 찾는데?”

결국 기억의 파편을 계속해서 열어나가긴 해야 한다는 소리였다. 하지만 내 장례식을 내 눈으로 보고 온 이상, 이것보다 더 충격적이고 보기 힘든 기억은 없을 것만 같았다. 이렇게 멘탈 극기훈련을 시켜 주는군.

“내가 키워드를 떠올리면 이곳의 견하준도 내 기억을 떠안을 필요가 없어지겠네.”

헛웃음과 함께 손바닥으로 얼굴을 쓸어내리며 죄책감을 투덜거림으로 승화하여 중얼거렸다.

“머저리 자식, 누가 떠안아 달라고 했어?”

예상치 못한 답변에 뻣뻣하게 굳었다. 엥, 견하준이 자발적으로 한 게 아니었다고?

“했다고? 내가?”

시바, 혹시 내가 복수한답시고 견하준한테 일방적으로 넘긴 건 아니겠지? 설마 그래서 견하준이 내 말 읽씹을…

내가 불안에 떨든 말든 시스템은 사무적인 말투로 이제 돌아갈 시간임을 알렸다.

* * *

칠흑 같은 어둠뿐이었던 시야에 점차 빛이 돌아오자 천천히 눈을 깜빡였다.

시야에 낯익은 천장이 들어왔다. 저 천장이 어느 곳의 천장인지 깨닫자마자 등골이 서늘해지며 식은땀이 맺히기 시작했다.

분명히 작업실에서 암전됐는데 어째서 눈 뜨니까 복층 숙소 거실의 천장이 보이는 건지 모르겠다.

깨어나지 않는 놈을 병원에 안 데려가고 숙소로 데려온 걸 고마워해야 해, 잡도리를 해야 해?

극악무도한 위험도 시스템 놈의 습격과 에러에도 무사히 돌아온 건 정말 기뻤다. 당연히 기쁘지. 5년 간의 서사를 다시 쌓지 않아도 되니까.

거실에 있는 장식장의 맨 꼭대기를 장식하고 있는 대상 트로피들도 그대로였다. 확실히 내가 쌓아 올린 그 시간대라는 소리다.

하지만 산 너머 산이라고.

대체 최소 6시간, 최대 하루 동안 아무리 깨워도 일어나지 않고 정신을 잃고 있었던 이유를 무어라 설명해야 할지 막막했다.

이건 심지어 초자연적인 이유 아닌가. 이걸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건 김도빈 밖에 없을 거다.

“와씨, 죽겠네…”

드러누워서 한탄 같은 중얼거림을 내뱉고 있자 불쑥, 류재희가 얼굴을 내 위로 들이밀었다.

한 달 동안 지겹도록 또 봤던 열일곱 살 앳된 류재희의 얼굴보다 내 장례식에서 봤던 스물여덟 살 류재희의 얼굴이 더 깊이 기억에 남아서 그런지, 낯설다거나 오랜만이라거나 하는 감상은 딱히 느껴지지 않았다.

“이든이 형!”

눈물범벅이 되어 있을 줄 알았던 류재희의 얼굴은 물기 하나 없이 멀끔했다. 마치 내 장례식에 왔던 김도빈의 얼굴마냥.

내가 잘못됐다고 오해할 일은 없었다는 소리군. 덕분에 한숨 놓을 수 있었다.

“잠을 왜 그렇게 오래 자요! 좀 일어나 보라고 해도 눈도 안 뜨고선 계속 시간 카운트나 하고 있고!”

눈 뜨자마자 바가지를 박박 긁어대는 걸 보니 추궁으로 진땀 뺄 일은 없어 보였다.

휴, 하마터면 차연호랑 나란히 혼수상태 아이돌로 이름 올릴 뻔했네.

“나 몇 시간 자든?”

지금 거의 과거로 돌아가 한 달을 살고 온 터라 시간 감각이 제대로 어긋나 있었다.

“저희 갔을 때 형이 한창 자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저희 가기 전에 몇 시간 주무셨는지는 모르고 지금까지는 다섯 시간인가 여섯 시간인가 주무셨어요.”

그 한 달간의 시간이 여기에서는 겨우 여섯 시간에서 열 시간 남짓이었다니, 기분이 묘했다. 내가 바꾼 과거는 잘 적용됐으려나.

한 달 만에 다시 내게 익숙한 우리 멤버들을 만난 소감을 말 해보자면-

‘다들 용 됐네.’

분명 나이는 데뷔 초 때가 훨씬 어렸는데 왜 스타일이나 얼굴은 지금이 훨씬 나아 보이냐.

시간을 너무 점프해대서 그런가 지끈거리는 미간을 문지르며 상체를 일으켰다. 그런데 내가 자고 있었다는 걸로 알면서도 왜 다 같이 모여있어? 불안하게.

툭, 서예현이 견하준을 살짝 쳤다. 영 내키지 않는다는 표정의 견하준이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

“애들이랑 예현이 형 말로는 네 작업실이 좀 이상하대.”

설마 데자뷰라이팅 때문에…? 그렇게 계속 기절시키지 말고 그냥 보컬 실력 올려주는 약 먹었다고 거짓말을 칠 걸 그랬나? 그 약 진짜 있긴 있던데.

지레 찔리는 일이 있어서 차마 물어보지도, 적극적으로 부정하지도 못하고 있자 스케일을 축소시킨 견하준의 설명이 답답했는지 서예현이 직접 나섰다.

“진지하게 들어. 네 작업실에 아무래도 이상한 게 붙은 것 같아. 그러니까 좀… 뭐라고 해야 하지. 삿된 게 붙은 거 같거든.”

서예현의 입에서 김도빈이 할 만한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순간 내가 맞는 시간대로 돌아온 게 맞나 의심할 정도였다. 어디 이상한 평행우주에 떨궈놓은 거 아니야?

“막내야! 얼마나 호들갑을 떨어댔길래 예현이 형까지 이러고 있냐!”

“아니, 지금 네 명이 같은 경험을 했다고! 그래서 제일 그 작업실에 오래 있었던 너도 혹시 우리랑 똑같은 현상을 겪는가 확인 좀 해 보려고 해도 너는 일어날 생각일랑 하지를 않고!”

서예현이 어지간히 갑갑했는지 가슴을 두드려 댔다.

“형.”

김도빈이 쓸데없이 진지한 얼굴로 나를 불렀다. 그 모습에 내 장례식에서의 김도빈이 생각났지만 그 김도빈은 분위기부터 시커메서 지금 이 오타쿠짭막내와 근본부터 달랐다.

“혹시 형도 우리가 체계적이고 합리적으로 후속곡 활동을 이뤄낸 이상한 기억이 있나요?”

당연히 있지. 내가 덮어쓰기 한다 해서 좋아라 하고 바꾼 건데.

그런데 그걸 ‘이상한 기억’이라고 칭하는 게 영 마음에 걸렸다. 덮어쓰기가 됐으면 이걸 오리지널 기억으로 받아들여야 하지 않나?

“그러면 너는 뭐라고 기억하는데?”

“우리 그때 개판 났잖아요. 기억 안 나요? 어떡해! 이든이 형도 오염됐나 봐!”

김도빈이 내지르는 외적 비명과 내 마음속의 내적 비명이 완벽하게 겹쳤다.

시스템 나와! 시스템! 덮어쓰기 한다며!

왜 인마들이 내가 옳게 바로잡은 완벽한 기억을 이상한 기억으로 여기면서 콩가루 기억을 원래 기억이라 굳게 믿고 있는 건데?

물론 그 콩가루 기억이 원래 기억이긴 하지만! 그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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