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ự Trở Lại Của Một Thần Tượng Đã Mất Đi Lý Tưởng Ban Đầu RAW - C517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516화(516/52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516화
죽었다는 걸 차연호한테 들어서 알고 있었긴 해도 별로 와닿지는 않았는데, 이런 식으로 확인 사살을 당하니까 이제야 좀 실감이 났다.
“거짓말…”
견하준이 망연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무언가에 홀린 듯 덥석 휴대폰을 집어 든 견하준이 지금껏 읽지 않았던 문자의 내 번호로 전화를 걸어 댔다. 죽었으니 당연히 받을 리가 없었다.
이제 받으면 착신아리 찍는 거지, 뭐.
예전에 기억의 파편에서 봤을 때 내 전화를 그렇게 씹었다더니 입장 반전 쌤통이다 싶으면서도, 견하준은 의도적으로 씹은 거고 나는 못 받은 거라고 생각하니 왠지 진 느낌이었다.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켜 닥치는 대로 검은색 옷을 옷걸이에서 잡아 끌어 낸 견하준이 대충 외투를 걸치고 탁자 위에 올려져 있던 차 키를 챙겼다.
막 현관문을 나서려던 찰나, 손에서 느껴지는 진동에 아주 실낱같은 희망을 담고 견하준이 휴대폰 화면을 내려다보았다.
하지만 휴대폰 화면에 찍힌 건, ‘서예현’이라는 이름 석 자.
그를 보자마자 견하준에 눈동자에 담겼던 빛이 꺼졌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 이제는 쌤통이라는 생각도 안 들었다. 그저 끊었던 담배가 미친 듯이 당길 뿐이었다.
무의식적으로 담배를 무는 모션을 취하다가 멋쩍게 입가를 손가락으로 쓸었다.
전화를 받고 차 키를 대충 현관 앞쪽에 던져 놓은 견하준이 집을 나섰다. 앞에 차 한 대가 딱 대기 중이었다.
운전석에 앉아 있는 건 김도빈이었다.
서예현 저 인간은 아직도 면허를 안 땄느냐고, 내가 재촉 안 하면 평생 안 딸 줄 알았다고 혀를 쯧쯧 차려다가 버그에서 본 기억이 떠올라 슬그머니 혀를 원위치시켰다.
맞다, 그때 초보 운전이랬지. 그래도 면허는 땄네.
“도빈이가 먼저 너 데리러 가자고 하더라고.”
“하준이 형 경황 없이 가다가 혹여나 사고 날까 봐 걱정돼서요.”
서예현과 김도빈의 말에 견하준이 미약하게나마 입꼬리를 끌어올려 웃으려다가 그것마저도 실패하고 고개를 떨구었다.
나도 류재희와 견하준의 사이에 대충 끼어 앉았다. 3D 스크린 관람이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은데 VR 체험형 관람이라.
다행히 아무도 그 후로 말을 안 하고 조용히 가서 딱히 소외되는 느낌은 안 들었다. 류재희는 그 큰 덩치에 걸맞지 않게 연신 손수건을 눈가에 댄 채로 훌쩍거리고 있었다.
사람이 넷인데 오직 한 명만 울고 있다. 오냐, 이거 다 기억한다.
차가 드디어 장례식장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견하준은 다른 멤버들과 같이 가야 한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한 것처럼 걸음을 빨리하기 시작했다.
그 빠른 걸음이 뜀박질에 가까워질 무렵, 견하준의 어깨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져 있던 외투가 바닥으로 떨어져 흘렀다. 저 녀석은 그것도 눈치채지 못하고 이 추운 날 외투도 없이 계속 앞만 본 채로 내 빈소로 향하고 있었다.
복도에 널브러진 외투를 주워 주려고 손을 뻗어 봐도 내 손은 외투를 그대로 통과했다.
그 외투를 주운 건 김도빈이었다. 내게는 참 낯선 얼굴과 분위기를 한 채로 견하준의 외투를 주워 든 김도빈이 멈춰 서 버린 류재희의 등을 떠밀었다.
이미 서예현은 견하준의 이름을 부르며 그를 뒤쫓아가고 있었다. 나도 걸음을 한결 빨리 해서 먼저 간 둘을 앞질렀다.
제일 먼저 보이는 건 내 영정 사진이었다. 저거 내 회귀 전 포털 사이트 인물 검색 프로필 사진인데.
덕분에 이 상황이 더 현실감이 없었다. 사실 찐 장례식이 아니라 무슨 재현 드라마 같은 거 아니야?
모여서 눈물 쏟고 있는 학창 시절 친구들. 내가 프로듀싱한 그룹들. 권윤성과 최현민을 비롯한 KICKS 멤버들, 그리고 낙하산.
저건 또 왜 왔어?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은 데 큰 일조를 한 놈 아닌가? 차연호? 저 자식은 왜 저기 있어? 얼굴에 슬픔 한 점 없는 차연호는 누가 봐도 조문하러 온 면상은 아니었다.
그리고…
“의리 한번 끝내준다, 우리 오버레벨 크루 형들. 그렇게 일방적으로 손절 친 새끼가 뭐가 이쁘다고 장례식까지 찾아오고.”
소주잔을 내려놓고 결국 흐느끼며 눈물을 쏟는 용철이 형과 그 옆에서 씁쓸한 표정으로 등을 두드려 주거나 마찬가지로 눈가에 맺힌 물기를 연신 훔치는 형들을 조금 떨어진 곳에서 지켜보며 괜히 뒷머리를 긁적였다.
차마 형들을 더 보고 있기 힘들어서 고개를 돌리자 이번에는 상주 자리에 있는 가족들이 보였다.
뭐가 그렇게 못마땅한지 내 영정 사진을 노려보는 친조부의 눈에 맺힌 눈물과, 처음으로 보는 초점 없는 아버지의 눈을 마주하니 내가 팔순잔치 효륜디스랩과는 비교도 안 되게 끝내주는 불효를 했음을 깨달았다.
“급성약물중독이라나. 모르지, 죽을라고 약 먹었는지 아니면 먹다가 가 버린 건지. 유서도 없이 가서 가족들만 미치는 거지…”
“뭐가 됐든 젊은 나이에 안타깝게 됐어. 에휴, 외동아들 보낸 이든이 엄마는 어떻게 살아, 이제. 울다가 실신해서 실려 갔잖아.”
에이씨, 엄마 치트키는 반칙이지. 접객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뒷머리를 거칠게 쓸어올렸다.
다시 한번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마침내 견하준이 빈소에 도착하자 시간을 확인했다.
견하준은 빈소에 들어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저 빈소 앞에서 신발도 벗지 않고 우두커니 서서 내 영정 사진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답지 않게 잔뜩 구겨 신은 신발이 뒤늦게 눈에 들어왔다.
손가락 끝이 새하얗게 질릴 정도로 생명줄마냥 꾹 붙들고 있는 휴대폰도.
“아니잖아… 너 이렇게 죽을 녀석 아니잖아, 윤이든….”
잔뜩 뭉개진 중얼거림이 너무나도 창백하게 질려서 곧 쓰러질 것만 같은 꼴의 견하준에게서 흘러나왔다.
상태가 심상치 않다 싶더니 결국 주저앉아 가쁜 숨을 토해 내는 견하준을 복잡한 시선으로 내려다보았다.
거 봐, 우리는 끝까지 서로를 몰랐잖아, 준아. 마지막까지 틀렸잖냐.
너는 내가 이렇게 허무하게 죽어 버릴지 몰랐고, 나는 네가 내 빈소조차 들어가지 못하고 그 앞에서 이렇게 무너졌을지 몰랐지.
씨발, 이게 어떻게 1분 런이야.
견하준이 머문 시간이야 딱 1분이 맞긴 했지만 직접 눈앞에서 보니까 견하준을 원망할 수도 없었다.
저 기레기 놈들은 사람이 죽었는데 뭐가 그렇게 특종이라고 계속 찍어 대고 난리야. 애가 과호흡이 왔는데.
서예현에게 부축받아 겨우 빈소를 빠져나가는 견하준을 따라 나섰다. 그런 나를 막내 라인이 스쳐 지나 빈소로 들어갔다.
사람 인적이 드문 복도에 멈춰 서자마자 견하준이 스르륵 주저앉았다. 속눈썹을 내리깐 서예현이 깊은 한숨을 내쉬며 한탄했다.
“그때 그냥 밀어붙여서라도 자리 좀 만들 걸 그랬다. 네 이름 운만 뗐는데도 윤이든이 너무 날카롭게 반응하는 바람에…”
그때인가, 서예현이 오디 가져 왔을 때 견하준으로 운을 띄웠던.
아마 그때의 서예현은 나랑 견하준이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려고 했던 모양이다. 다만 그때의 나는 이제 완전히 견하준한테 꼴받은 상태여서 만날 생각이 없었고.
“안 봤을걸요.”
하염없이 멍하니 허공만 보고 있던 견하준이 나지막하게 읊조렸다.
“평생 얼굴 보고 살지 말쟤요. 걔는 한 번 한 말은 지키는 애라 정말 안 봤을 거예요.”
허망한 목소리에는 후회조차 한 점 담겨 있지 않았다. 아무것도 담기지 않는 목소리를 나는 처음 들었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지킬 필요는 없었잖아…”
툭-
뒤늦은 눈물이 견하준의 눈에서 흘러내렸다.
조문을 마치고 온 김도빈이 짧은 한숨을 뱉으며 본인이 챙긴 그의 외투를 입을 틀어막은 채로 끅끅거리는 견하준의 어깨 위에 얹어 주었다.
막내 라인에게 견하준을 맡긴 서예현이 다시 빈소로 향했다.
언제 또 서예현의 절을 받을까 싶어 절이나 받으러 가려다가 내가 지금 이렇게 멀쩡히 살아있는데 절 두 번 받기는 영 찝찝해서 그냥 포기하고 견하준의 옆에 남았다.
다 없던 일이 되고 너랑 나는 이제 오만과 오해로 인해 절교할 일이 없다는 걸 지금의 네가 들을 수 있을까.
이제는 지워진 시간이라고 해도, 너는 이 기억을 홀로 떠안고 있었다는 거 아니냐.
“조금만 더, 좀만 더 자주 찾아가 볼 걸…! 형 집에 있는 술도 좀 버리고, 병원도 좀 데려가고, 내가 그랬으면, 흐허헝…”
옆에서 숨넘어갈 듯이 울고 있는 류재희와 퍽 비교되게, 차분하게 가라앉은 김도빈의 얼굴에는 물기 한 점 없었다.
“후회해 봤자 뭐 해. 시간을 돌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리고 돌아가 봤자 그 형이 얼마나 바뀌겠어?”
냉소적인 김도빈의 말에 입을 떡 벌리고 김도빈의 어깨를 붙잡아 흔들 어댔다.
“얌마, 도빈아! 너 이런 놈 아니었잖아! 회귀인가 뭔가 하면 드라마틱하게 바뀐다고 눈물 질질 짜고 있어야 하잖아!”
물론 물리력 행사를 하지 못하는 상태라 김도빈은 별 이상함을 느끼지 못했다.
오타쿠 같지 않는 김도빈도 충격인데 내 장례식에서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는 김도빈도 꽤 충격이었다.
하긴, 그때의 김도빈은 나랑 별로 유대감도 없었으니까. 서예현과는 막판에 화해하기라도 했지, 그때의 김도빈도 그때의 나도 서로한테 먼저 손 내밀 성격이 아니었으니까.
“그래도, 저 형 곡으로 나오는 5인조 레브도 어떨까 궁금했는데. 결국은…”
쓰게 웃은 김도빈이 말끝을 흐렸다.
그래, 탈퇴한 내가 죄인이다, 죄인이야. 그래도 나를 치기 전에 김노담 대표님부터 매우 쳐라. 1차적 원인은 그쪽이다.
서예현이 조문을 마치고 돌아왔다.
“가자.”
서예현의 말에 류재희의 부축을 받아 겨우 비척이며 몸을 일으킨 견하준이 고개를 저었다.
“먼저 차로 가 있어요. 조문하고 올 테니까.”
“괜찮겠어?”
“…마지막만은 마주하고 싶어서.”
먼저 멤버들을 보낸 견하준이 빈소로 가다가 멈칫했다.
“평생 얼굴 보지 말랬는데 기어이 비춘다고 싫어하려나.”
“아니, 그건 아닌데 힘들면 그냥 가도 돼, 인마. 네 그 허여멀겋게 질려서 툭 치면 쓰러질 것 같은 얼굴 마주하는 게 더 고역이다.”
당사자인 내가 옆에서 솔직한 심정을 말해 줬지만 견하준에게 들릴 리가 없었다.
견하준이 떨리는 손으로 흰 국화 한 송이를 헌화하는 동안 나는 빈소랑 접객실을 두리번거렸다. 흠, 차연호가 없네. 내가 잘못 봤나?
결국 겨우 조문을 마친 견하준이 빈소를 나와 비상 계단이 있는 까마득한 복도로 걸어갔다. 나 역시 견하준의 옆을 따라 걸었다.
끝이 없는 복도를 걷는 듯한 느낌에 머리를 긁적이고 있는데 견하준이 힐긋 나를 돌아보았다.
그 찰나, 눈이 마주친 듯한 착각이 들었다. 슬그머니 견하준의 뒤로 향하자 견하준이 다시 고개를 돌려 나를 돌아보았다.
아니, 착각이 아니었다.
분명히 견하준과 눈이 마주쳤다.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516화(516/52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516화
죽었다는 걸 차연호한테 들어서 알고 있었긴 해도 별로 와닿지는 않았는데, 이런 식으로 확인 사살을 당하니까 이제야 좀 실감이 났다.
“거짓말…”
견하준이 망연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무언가에 홀린 듯 덥석 휴대폰을 집어 든 견하준이 지금껏 읽지 않았던 문자의 내 번호로 전화를 걸어 댔다. 죽었으니 당연히 받을 리가 없었다.
이제 받으면 착신아리 찍는 거지, 뭐.
예전에 기억의 파편에서 봤을 때 내 전화를 그렇게 씹었다더니 입장 반전 쌤통이다 싶으면서도, 견하준은 의도적으로 씹은 거고 나는 못 받은 거라고 생각하니 왠지 진 느낌이었다.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켜 닥치는 대로 검은색 옷을 옷걸이에서 잡아 끌어 낸 견하준이 대충 외투를 걸치고 탁자 위에 올려져 있던 차 키를 챙겼다.
막 현관문을 나서려던 찰나, 손에서 느껴지는 진동에 아주 실낱같은 희망을 담고 견하준이 휴대폰 화면을 내려다보았다.
하지만 휴대폰 화면에 찍힌 건, ‘서예현’이라는 이름 석 자.
그를 보자마자 견하준에 눈동자에 담겼던 빛이 꺼졌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 이제는 쌤통이라는 생각도 안 들었다. 그저 끊었던 담배가 미친 듯이 당길 뿐이었다.
무의식적으로 담배를 무는 모션을 취하다가 멋쩍게 입가를 손가락으로 쓸었다.
전화를 받고 차 키를 대충 현관 앞쪽에 던져 놓은 견하준이 집을 나섰다. 앞에 차 한 대가 딱 대기 중이었다.
운전석에 앉아 있는 건 김도빈이었다.
서예현 저 인간은 아직도 면허를 안 땄느냐고, 내가 재촉 안 하면 평생 안 딸 줄 알았다고 혀를 쯧쯧 차려다가 버그에서 본 기억이 떠올라 슬그머니 혀를 원위치시켰다.
맞다, 그때 초보 운전이랬지. 그래도 면허는 땄네.
“도빈이가 먼저 너 데리러 가자고 하더라고.”
“하준이 형 경황 없이 가다가 혹여나 사고 날까 봐 걱정돼서요.”
서예현과 김도빈의 말에 견하준이 미약하게나마 입꼬리를 끌어올려 웃으려다가 그것마저도 실패하고 고개를 떨구었다.
나도 류재희와 견하준의 사이에 대충 끼어 앉았다. 3D 스크린 관람이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은데 VR 체험형 관람이라.
다행히 아무도 그 후로 말을 안 하고 조용히 가서 딱히 소외되는 느낌은 안 들었다. 류재희는 그 큰 덩치에 걸맞지 않게 연신 손수건을 눈가에 댄 채로 훌쩍거리고 있었다.
사람이 넷인데 오직 한 명만 울고 있다. 오냐, 이거 다 기억한다.
차가 드디어 장례식장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견하준은 다른 멤버들과 같이 가야 한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한 것처럼 걸음을 빨리하기 시작했다.
그 빠른 걸음이 뜀박질에 가까워질 무렵, 견하준의 어깨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져 있던 외투가 바닥으로 떨어져 흘렀다. 저 녀석은 그것도 눈치채지 못하고 이 추운 날 외투도 없이 계속 앞만 본 채로 내 빈소로 향하고 있었다.
복도에 널브러진 외투를 주워 주려고 손을 뻗어 봐도 내 손은 외투를 그대로 통과했다.
그 외투를 주운 건 김도빈이었다. 내게는 참 낯선 얼굴과 분위기를 한 채로 견하준의 외투를 주워 든 김도빈이 멈춰 서 버린 류재희의 등을 떠밀었다.
이미 서예현은 견하준의 이름을 부르며 그를 뒤쫓아가고 있었다. 나도 걸음을 한결 빨리 해서 먼저 간 둘을 앞질렀다.
제일 먼저 보이는 건 내 영정 사진이었다. 저거 내 회귀 전 포털 사이트 인물 검색 프로필 사진인데.
덕분에 이 상황이 더 현실감이 없었다. 사실 찐 장례식이 아니라 무슨 재현 드라마 같은 거 아니야?
모여서 눈물 쏟고 있는 학창 시절 친구들. 내가 프로듀싱한 그룹들. 권윤성과 최현민을 비롯한 KICKS 멤버들, 그리고 낙하산.
저건 또 왜 왔어?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은 데 큰 일조를 한 놈 아닌가? 차연호? 저 자식은 왜 저기 있어? 얼굴에 슬픔 한 점 없는 차연호는 누가 봐도 조문하러 온 면상은 아니었다.
그리고…
“의리 한번 끝내준다, 우리 오버레벨 크루 형들. 그렇게 일방적으로 손절 친 새끼가 뭐가 이쁘다고 장례식까지 찾아오고.”
소주잔을 내려놓고 결국 흐느끼며 눈물을 쏟는 용철이 형과 그 옆에서 씁쓸한 표정으로 등을 두드려 주거나 마찬가지로 눈가에 맺힌 물기를 연신 훔치는 형들을 조금 떨어진 곳에서 지켜보며 괜히 뒷머리를 긁적였다.
차마 형들을 더 보고 있기 힘들어서 고개를 돌리자 이번에는 상주 자리에 있는 가족들이 보였다.
뭐가 그렇게 못마땅한지 내 영정 사진을 노려보는 친조부의 눈에 맺힌 눈물과, 처음으로 보는 초점 없는 아버지의 눈을 마주하니 내가 팔순잔치 효륜디스랩과는 비교도 안 되게 끝내주는 불효를 했음을 깨달았다.
“급성약물중독이라나. 모르지, 죽을라고 약 먹었는지 아니면 먹다가 가 버린 건지. 유서도 없이 가서 가족들만 미치는 거지…”
“뭐가 됐든 젊은 나이에 안타깝게 됐어. 에휴, 외동아들 보낸 이든이 엄마는 어떻게 살아, 이제. 울다가 실신해서 실려 갔잖아.”
에이씨, 엄마 치트키는 반칙이지. 접객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뒷머리를 거칠게 쓸어올렸다.
다시 한번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마침내 견하준이 빈소에 도착하자 시간을 확인했다.
견하준은 빈소에 들어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저 빈소 앞에서 신발도 벗지 않고 우두커니 서서 내 영정 사진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답지 않게 잔뜩 구겨 신은 신발이 뒤늦게 눈에 들어왔다.
손가락 끝이 새하얗게 질릴 정도로 생명줄마냥 꾹 붙들고 있는 휴대폰도.
“아니잖아… 너 이렇게 죽을 녀석 아니잖아, 윤이든….”
잔뜩 뭉개진 중얼거림이 너무나도 창백하게 질려서 곧 쓰러질 것만 같은 꼴의 견하준에게서 흘러나왔다.
상태가 심상치 않다 싶더니 결국 주저앉아 가쁜 숨을 토해 내는 견하준을 복잡한 시선으로 내려다보았다.
거 봐, 우리는 끝까지 서로를 몰랐잖아, 준아. 마지막까지 틀렸잖냐.
너는 내가 이렇게 허무하게 죽어 버릴지 몰랐고, 나는 네가 내 빈소조차 들어가지 못하고 그 앞에서 이렇게 무너졌을지 몰랐지.
씨발, 이게 어떻게 1분 런이야.
견하준이 머문 시간이야 딱 1분이 맞긴 했지만 직접 눈앞에서 보니까 견하준을 원망할 수도 없었다.
저 기레기 놈들은 사람이 죽었는데 뭐가 그렇게 특종이라고 계속 찍어 대고 난리야. 애가 과호흡이 왔는데.
서예현에게 부축받아 겨우 빈소를 빠져나가는 견하준을 따라 나섰다. 그런 나를 막내 라인이 스쳐 지나 빈소로 들어갔다.
사람 인적이 드문 복도에 멈춰 서자마자 견하준이 스르륵 주저앉았다. 속눈썹을 내리깐 서예현이 깊은 한숨을 내쉬며 한탄했다.
“그때 그냥 밀어붙여서라도 자리 좀 만들 걸 그랬다. 네 이름 운만 뗐는데도 윤이든이 너무 날카롭게 반응하는 바람에…”
그때인가, 서예현이 오디 가져 왔을 때 견하준으로 운을 띄웠던.
아마 그때의 서예현은 나랑 견하준이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려고 했던 모양이다. 다만 그때의 나는 이제 완전히 견하준한테 꼴받은 상태여서 만날 생각이 없었고.
“안 봤을걸요.”
하염없이 멍하니 허공만 보고 있던 견하준이 나지막하게 읊조렸다.
“평생 얼굴 보고 살지 말쟤요. 걔는 한 번 한 말은 지키는 애라 정말 안 봤을 거예요.”
허망한 목소리에는 후회조차 한 점 담겨 있지 않았다. 아무것도 담기지 않는 목소리를 나는 처음 들었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지킬 필요는 없었잖아…”
툭-
뒤늦은 눈물이 견하준의 눈에서 흘러내렸다.
조문을 마치고 온 김도빈이 짧은 한숨을 뱉으며 본인이 챙긴 그의 외투를 입을 틀어막은 채로 끅끅거리는 견하준의 어깨 위에 얹어 주었다.
막내 라인에게 견하준을 맡긴 서예현이 다시 빈소로 향했다.
언제 또 서예현의 절을 받을까 싶어 절이나 받으러 가려다가 내가 지금 이렇게 멀쩡히 살아있는데 절 두 번 받기는 영 찝찝해서 그냥 포기하고 견하준의 옆에 남았다.
다 없던 일이 되고 너랑 나는 이제 오만과 오해로 인해 절교할 일이 없다는 걸 지금의 네가 들을 수 있을까.
이제는 지워진 시간이라고 해도, 너는 이 기억을 홀로 떠안고 있었다는 거 아니냐.
“조금만 더, 좀만 더 자주 찾아가 볼 걸…! 형 집에 있는 술도 좀 버리고, 병원도 좀 데려가고, 내가 그랬으면, 흐허헝…”
옆에서 숨넘어갈 듯이 울고 있는 류재희와 퍽 비교되게, 차분하게 가라앉은 김도빈의 얼굴에는 물기 한 점 없었다.
“후회해 봤자 뭐 해. 시간을 돌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리고 돌아가 봤자 그 형이 얼마나 바뀌겠어?”
냉소적인 김도빈의 말에 입을 떡 벌리고 김도빈의 어깨를 붙잡아 흔들 어댔다.
“얌마, 도빈아! 너 이런 놈 아니었잖아! 회귀인가 뭔가 하면 드라마틱하게 바뀐다고 눈물 질질 짜고 있어야 하잖아!”
물론 물리력 행사를 하지 못하는 상태라 김도빈은 별 이상함을 느끼지 못했다.
오타쿠 같지 않는 김도빈도 충격인데 내 장례식에서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는 김도빈도 꽤 충격이었다.
하긴, 그때의 김도빈은 나랑 별로 유대감도 없었으니까. 서예현과는 막판에 화해하기라도 했지, 그때의 김도빈도 그때의 나도 서로한테 먼저 손 내밀 성격이 아니었으니까.
“그래도, 저 형 곡으로 나오는 5인조 레브도 어떨까 궁금했는데. 결국은…”
쓰게 웃은 김도빈이 말끝을 흐렸다.
그래, 탈퇴한 내가 죄인이다, 죄인이야. 그래도 나를 치기 전에 김노담 대표님부터 매우 쳐라. 1차적 원인은 그쪽이다.
서예현이 조문을 마치고 돌아왔다.
“가자.”
서예현의 말에 류재희의 부축을 받아 겨우 비척이며 몸을 일으킨 견하준이 고개를 저었다.
“먼저 차로 가 있어요. 조문하고 올 테니까.”
“괜찮겠어?”
“…마지막만은 마주하고 싶어서.”
먼저 멤버들을 보낸 견하준이 빈소로 가다가 멈칫했다.
“평생 얼굴 보지 말랬는데 기어이 비춘다고 싫어하려나.”
“아니, 그건 아닌데 힘들면 그냥 가도 돼, 인마. 네 그 허여멀겋게 질려서 툭 치면 쓰러질 것 같은 얼굴 마주하는 게 더 고역이다.”
당사자인 내가 옆에서 솔직한 심정을 말해 줬지만 견하준에게 들릴 리가 없었다.
견하준이 떨리는 손으로 흰 국화 한 송이를 헌화하는 동안 나는 빈소랑 접객실을 두리번거렸다. 흠, 차연호가 없네. 내가 잘못 봤나?
결국 겨우 조문을 마친 견하준이 빈소를 나와 비상 계단이 있는 까마득한 복도로 걸어갔다. 나 역시 견하준의 옆을 따라 걸었다.
끝이 없는 복도를 걷는 듯한 느낌에 머리를 긁적이고 있는데 견하준이 힐긋 나를 돌아보았다.
그 찰나, 눈이 마주친 듯한 착각이 들었다. 슬그머니 견하준의 뒤로 향하자 견하준이 다시 고개를 돌려 나를 돌아보았다.
아니, 착각이 아니었다.
분명히 견하준과 눈이 마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