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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ự Trở Lại Của Một Thần Tượng Đã Mất Đi Lý Tưởng Ban Đầu RAW - C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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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513화(513/52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513화
* * *
“당신이잖아! 이든이 형이 찾아낸 증거 없앤 거!”
이제 하다 하다 저보다 훨씬 새파랗게 어린놈한테까지 멱살을 다 잡혀 보네. 류재희에게 거칠게 멱살을 틀어 잡힌 채, 당시의 차연호가 했던 생각이었다.
옆에 있는 놈이 말리는 시늉을 해 봤지만 팔을 잡고 흔드는 손에 힘 하나 들어가지 않은 게 그의 눈으로도 아주 잘 보였다.
“증거? 무슨 증거?”
비웃음을 띤 채로 묻자 이를 까득 간 류재희가 그를 죽일 듯이 노려보며 짓씹듯 말했다.
“다 듣고 왔으니까 발뺌할 생각하지 마.”
입 한번 가볍군. 차연호가 냉소를 내뱉었다. 하긴, 한 번 배신한 놈이 두 번은 배신하지 않으리란 법 있나.
“이든이 형이 당신이 한 짓 때문에 얼마나 듣지 않아도 될 욕을 듣고, 얼마나 힘들어했는데…!”
“그렇게 안쓰러웠으면 진작 찾아내서 이렇게 대신 따져 주지 그랬어. 왜 그때는 입 다물고 있다가 지금 와서 이래? 윤이든이 죽으니까 그때 외면했던 죄책감이라도 느끼는 건가?”
면전에서 쏟아지는 빈정거림에 차연호의 멱살을 쥔 류재희의 손이 벌벌 떨렸다.
푹, 한숨을 한 번 내쉬고선 류재희의 손을 부드럽게 그의 멱살로부터 떼어 낸 서예현이 류재희를 부축하며 입을 열었다.
“그 녀석이 죽기 전부터 그 일 전말을 찾아보긴 했죠. 그 녀석은 본인이 직접 찾아볼 생각 따윈 없어 보여서.”
서예현과 차연호의 시선이 똑바로 마주했다. 사이가 좋지 않아서 그룹 활동 때는 서로 말도 섞지 않을 정도라고 들었는데 죽고 나서야 숭고한 척하는 게 퍽 우스웠다.
“그 녀석은 무얼 바랄까. 당신의 만행을 까발려서 한 그룹을 망치는 일이 있더라도 본인의 결백이 세상에 드러나길 바랄까, 아니면 더는 죽을 만큼 욕먹는 사람이 나오질 않길 바랄까.”
짧은 한숨 같은 비소를 내뱉은 서예현이 덧붙이듯 중얼거렸다.
“모르겠네. 이제 물어볼 사람도 없어서.”
차연호 그한테 따져 묻는 것 같은 독백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하준이는 지금 촬영 중인 드라마까지 중도 하차할 정도라. 당신은 친구가 죽고도 카메라에 얼굴 들이밀 수는 있었지만, 걔는 지금 그것도 못한다고.”
서예현의 그 말은 한창 성대 결절로 노래까지 부를 수 없게 된 그때의 차연호한테 닿지조차 않았다.
본인의 비극이 그 무엇보다도 가장 커서 객관적인 판단이 되지 않던 그때의 차연호한테는.
“이든이 형이 케이제이 선배를 죽음으로 몰아간 대가를 치러야 한다면, 당신한테도 똑같은 논리를 적용할 수 있다는 것쯤은 알아둬.”
류재희의 선전 포고도 그저 우스웠을 뿐이다. 이제 차연호는 잃을 것이 없었기에.
그리고 그 뒤로는…
차연호는 다시 눈을 감았다. 기억이 다시 빠르게 감기기 시작했다.
* * *
잠이 안 왔다.
스트레스 때문인지 아니면 좋은 집에서 고작 1년 정도 살았다고 낯설고 불편해진 반지하 때문인 건지.
뒤척거리고 싶었지만 지금은 매트리스 하나에서 성인 남성 셋이 구겨져 자고 있는 와중이라, 옆에 있는 잠귀 밝은 견하준이 깰까 봐 움직이지도 못했다.
서예현이야 뭐, 한 번 잠이 들면 업어 가도 모를 정도니 신경 쓸 필요 없고.
다시금 도지기 시작하는 불면증을 고칠 수 있는 방법은 딱 하나밖에 없었다.
다시 대상을 탄 최근 시간대로 돌아가는 것.
지금 이게 내 스트레스의 원흉이라고. 삐끗하면 돌아가지 못하는 시간대에서 똑같은 거 또 하고 있으니까 이러는 거 아니야.
하지만 이 좁은 공간에서 뻣뻣하게 누워 있는 것도 퍽 고역이었기에 아주 조심스럽게 상체를 일으켰다. 내 딴에는 최대한 노력했지만 이불이 내려가서 그런지 역시나 견하준은 귀신같이 알아채고 눈을 떴다.
“안 자…? 내일 사녹 스케줄 있는데 일찍 자야지.”
잠에 취한 채 견하준이 가물가물한 목소리로 내게 말을 걸었다.
눈을 반쯤 감은 상태에서도 선명하게 파인 미간의 골은 숙면을 방해받은 것에 대한 짜증이 고스란히 묻어 있었지만 목소리는 얼굴과 달리 평온했다.
저게 잠을 방해받은 견하준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임을 잘 알았기에 별말 하지 않고 몸을 마저 일으켰다.
“영 잠이 안 와서 거실 소파에서 누워 있다가 자려고. 내가 옆에서 계속 뒤척거리면 너도 계속 깰 거 아니야.”
견하준의 목 끝까지 다시 이불을 덮어 주고 살금살금 방을 빠져 나왔다.
거실 소파에 드러누우니 발목이 팔걸이 밖으로 삐져나왔다. 이때는 소파도 더럽게 작았구나. 후텁지근한 열대야의 밤공기는 생각을 차분하게 정리하는 데에 도움을…
시발, 진짜 방음 더럽게 안 되네.
벌떡, 몸을 일으켜 소음의 근원지를 노려보았다. 문이 살짝 열려 있는 류재희와 김도빈의 방이었다.
성큼성큼 문 쪽으로 다가가 벌컥 문을 열어젖히자 너튜브 영상을 보고 있던 김도빈이 놀라서 고개를 들었다.
류재희의 잠귀가 밝지 않아서 다행이지.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김도빈의 저 버릇을 고치기 위해서라도 견하준과 룸메이트를 일찍이 시켰어야 했다.
견하준의 며칠 간의 편안한 숙면을 희생하면 김도빈이 건강한 수면 패턴을 가질 수 있었을 텐데. 이걸로 큰 흐름이 어긋나지 않으면 당장 방을 바꿔야…
[ㄴ]
이제는 묻지 않아도 시스템이 알아서 판단해 주었다. 안 된단다.
아무래도 견하준이나 김도빈 둘 중 하나가 탈퇴하는 결과를 낳는가 보다. 아니면 막내 라인의 유대감이 덜 쌓이거나.
“너 새벽인데 안 자냐?”
그러니까 키가 안 크지- 라고 한 소리 하려다가 또 김도빈이 그걸 꼬투리 잡아서 나를 회귀자로 몰아갈 게 뻔하니 그냥 속으로 삼켰다.
“잠이 안 와요.”
“그렇구나, 잠이 안 오는구나. 빨리 자라. 휴대폰 그만 보고.”
순순히 휴대폰을 내려놓은 김도빈은 다시 침대에 눕는 대신 몸을 마저 일으켜 방에서 나왔다. 내가 무어라 하기도 전에 소파에 털썩 앉은 녀석은 나도 얼른 앉으라는 듯 옆자리를 손으로 팡팡 두드려 댔다.
“뭐냐. 빨리 자라니까 왜 나오고 난리냐. 청개구리냐?”
“원래 진지한 이야기는 새벽 감성에 하는 거예요.”
“나는 너랑 진지한 이야기를 할 생각이 딱히 없단다.”
“엥, 왜 없어요. 그룹 내 유일한 이해자인 저랑 함께 저희 그룹의 미래를 진지하게 설계해 나가야죠.”
“무슨 프로포즈하냐, 씨…”
목 끝까지 올라온 욕설을 겨우 삼켰다. 하마터면 초심도가 깎일 뻔했다.
지금 나의 속 터지는 마음을 알지도 못하면서 유일한 이해자는 개뿔이.
시바, 세뇌 아이템 같은 거 없나. 저 자식 머릿속에 나는 회귀자가 아니라고 콱 박아 줄 수 있을 만한.
“그리고 그거 아직도 믿고 있냐? 너도 참 징하다. 내가 회귀했으면 로또 번호 찍고 있었지 후속곡 활동하자고 했겠냐?”
“형이 후속곡 활동을 확신에 차서 주장했잖아요. 반드시 성공할 거라는 확신으로.”
김도빈이 나를 끊임없이 회귀자라고 의심한 이유는 내 성격이 갑자기 변해서도, 내가 했던 일이 우리를 성공의 첫 단계로 이끌어서도 아니었다.
“미래를 아니까 그럴 수 있는 거잖아요.”
내 확신 어린 말이 미래를 보고 온 것만 같아 보여서. 그게 이유였다.
피식 웃으며 김도빈에게 진실을 말해 주었다.
“나는 확신한 적 없어.”
그때고 지금이고, 나는 우리의 성공을 확신하며 일을 밀어붙인 적이 없었다. 그때의 내가 유일하게 확신할 수 있었던 건 오직 내 음악뿐이었다.
물론 중간에 슬럼프를 겪으며 조금 흔들리긴 했지만 어쨌건.
미래를 아니까 확신할 수 있다고?
아니, 오히려 미래를 알았기에 미래를 몰랐을 때보다 더욱 불안했지. 내가 아는 미래와 똑같이 흘러가지 않을까 봐.
“요령에 기댈 생각 하지 말고 노력이나 해, 인마. 막말로 미래 알면 어쩔 건데. 뭐 하게.”
“음… 일단 체급 큰 선배님들 컴백 일자 피하고, 메가 히트곡 우리 곡으로 만들고, 빵 뜨는 컨셉 미리 하고, 히트 치는 예능 무조건 나가고, 유행어랑 유행 패션 창시자 되고….”
“곡 나올 때마다 평생 빈집 털이 하고 살게? 그리고 인마, 남의 노력으로 만든 곡이랑 컨셉 막 가져가도 되냐? 유행어랑 유행 패션도 결국 남 거잖아. 너만 기억하고 있다고 남의 거 도둑질하는 게 회귀야?”
썩어빠진 마인드를 싹 고쳐 주는 내 잔소리에 김도빈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아니, 전국민이 다 아는 메가 히트곡
같은 노래 우리 걸로 해서 그 관심이랑 인기를 다 우리 걸로 만들고 싶지 않아요? 확정된 성공이잖아요.”
’m>
“그 확정된 성공이 무슨 의미가 있는데?”
“회귀자한테는 확정된 성공이 공식이라고요. 실패했으니깐 회귀를 했고 또 그래서 성공하는 거에 집착하게 되는데, 형은, 음…. 대체 뭐지, 이 형은?”
“안 했다고. 너 지금 내가 뭐만 하면 회귀했다고 의심하는데 내가 너랑 똑같이 해 줄까? 엉? 왜 안 자고 나랑 진지한 대화를 하려 드냐? 너 회귀했냐? 회귀해서 지금 나 떠 보려고 그러는 거냐?”
윽박지르자 김도빈이 다급하게 고개를 젓고는 방으로 후다닥 들어갔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이야, 우리 도빈이가 깨우기도 전에 일어났어. 도빈아, 회귀했냐? 미래를 겪고 오니까 아침 시간이 소중하게 느껴지든?”
“네가 웬일로 말하기도 전에 수저를 놓고 있냐? 미래 겪고 돌아오니까 밥상머리 예절을 지켜야 할 것 같고 그러냐?”
“도빈아, 셀카를 왜 그 각도로 찍냐? 미래에서 유행하는 각도냐? 미리 유행시키게?”
“웬일로 네가 프라푸치노를 안 먹고 라떼를 먹냐? 회귀해서 입맛이 바뀌었냐?”
“으아아악! 그만! 그만요! 항복! 제가 잘못했어요! 다시는 의심 안 할게요!”
“얘는 또 왜 이래? 너 도빈이한테 물들었어?”
머리를 쥐어뜯으며 발악하는 김도빈 옆에서 서예현이 질색하며 내게 한마디 했다. 빙의 의심설은 집어치웠나 보다.
왜 이러긴. 역지사지를 온몸으로 체감시켜 주려고 그러지.
* * *
공중파 음방 스케줄 사전 녹화 대기실.
“어라? 여기 사람 있는데?”
불쑥 나타난 익숙한 얼굴들을 보고 올리고 있던 입꼬리를 내렸다. 내가 우리한테 거하게 엿을 먹인 낙하산을 보고 표정 관리에 성공할 수 있을까.
이제 권윤성한테도, 최현민에게도, 내 뒷담을 깐 나머지 녀석들한테도 딱히 유감은 없었지만 정이서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이 큰 흐름에 한몫을 하고 있었기에 신중해야 했다.
그때 돌아와서 KICKS 놈들과의 첫 만남이 어땠더라…
다시 한번 기억을 쥐어짜고 있는 사이, 최현민이 세상 반가운 목소리로 나와 견하준을 불렀다.
“어, 이든이 형! 하준이 형!”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513화(513/52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513화

* * *

“당신이잖아! 이든이 형이 찾아낸 증거 없앤 거!”

이제 하다 하다 저보다 훨씬 새파랗게 어린놈한테까지 멱살을 다 잡혀 보네. 류재희에게 거칠게 멱살을 틀어 잡힌 채, 당시의 차연호가 했던 생각이었다.

옆에 있는 놈이 말리는 시늉을 해 봤지만 팔을 잡고 흔드는 손에 힘 하나 들어가지 않은 게 그의 눈으로도 아주 잘 보였다.

“증거? 무슨 증거?”

비웃음을 띤 채로 묻자 이를 까득 간 류재희가 그를 죽일 듯이 노려보며 짓씹듯 말했다.

“다 듣고 왔으니까 발뺌할 생각하지 마.”

입 한번 가볍군. 차연호가 냉소를 내뱉었다. 하긴, 한 번 배신한 놈이 두 번은 배신하지 않으리란 법 있나.

“이든이 형이 당신이 한 짓 때문에 얼마나 듣지 않아도 될 욕을 듣고, 얼마나 힘들어했는데…!”

“그렇게 안쓰러웠으면 진작 찾아내서 이렇게 대신 따져 주지 그랬어. 왜 그때는 입 다물고 있다가 지금 와서 이래? 윤이든이 죽으니까 그때 외면했던 죄책감이라도 느끼는 건가?”

면전에서 쏟아지는 빈정거림에 차연호의 멱살을 쥔 류재희의 손이 벌벌 떨렸다.

푹, 한숨을 한 번 내쉬고선 류재희의 손을 부드럽게 그의 멱살로부터 떼어 낸 서예현이 류재희를 부축하며 입을 열었다.

“그 녀석이 죽기 전부터 그 일 전말을 찾아보긴 했죠. 그 녀석은 본인이 직접 찾아볼 생각 따윈 없어 보여서.”

서예현과 차연호의 시선이 똑바로 마주했다. 사이가 좋지 않아서 그룹 활동 때는 서로 말도 섞지 않을 정도라고 들었는데 죽고 나서야 숭고한 척하는 게 퍽 우스웠다.

“그 녀석은 무얼 바랄까. 당신의 만행을 까발려서 한 그룹을 망치는 일이 있더라도 본인의 결백이 세상에 드러나길 바랄까, 아니면 더는 죽을 만큼 욕먹는 사람이 나오질 않길 바랄까.”

짧은 한숨 같은 비소를 내뱉은 서예현이 덧붙이듯 중얼거렸다.

“모르겠네. 이제 물어볼 사람도 없어서.”

차연호 그한테 따져 묻는 것 같은 독백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하준이는 지금 촬영 중인 드라마까지 중도 하차할 정도라. 당신은 친구가 죽고도 카메라에 얼굴 들이밀 수는 있었지만, 걔는 지금 그것도 못한다고.”

서예현의 그 말은 한창 성대 결절로 노래까지 부를 수 없게 된 그때의 차연호한테 닿지조차 않았다.

본인의 비극이 그 무엇보다도 가장 커서 객관적인 판단이 되지 않던 그때의 차연호한테는.

“이든이 형이 케이제이 선배를 죽음으로 몰아간 대가를 치러야 한다면, 당신한테도 똑같은 논리를 적용할 수 있다는 것쯤은 알아둬.”

류재희의 선전 포고도 그저 우스웠을 뿐이다. 이제 차연호는 잃을 것이 없었기에.

그리고 그 뒤로는…

차연호는 다시 눈을 감았다. 기억이 다시 빠르게 감기기 시작했다.

* * *

잠이 안 왔다.

스트레스 때문인지 아니면 좋은 집에서 고작 1년 정도 살았다고 낯설고 불편해진 반지하 때문인 건지.

뒤척거리고 싶었지만 지금은 매트리스 하나에서 성인 남성 셋이 구겨져 자고 있는 와중이라, 옆에 있는 잠귀 밝은 견하준이 깰까 봐 움직이지도 못했다.

서예현이야 뭐, 한 번 잠이 들면 업어 가도 모를 정도니 신경 쓸 필요 없고.

다시금 도지기 시작하는 불면증을 고칠 수 있는 방법은 딱 하나밖에 없었다.

다시 대상을 탄 최근 시간대로 돌아가는 것.

지금 이게 내 스트레스의 원흉이라고. 삐끗하면 돌아가지 못하는 시간대에서 똑같은 거 또 하고 있으니까 이러는 거 아니야.

하지만 이 좁은 공간에서 뻣뻣하게 누워 있는 것도 퍽 고역이었기에 아주 조심스럽게 상체를 일으켰다. 내 딴에는 최대한 노력했지만 이불이 내려가서 그런지 역시나 견하준은 귀신같이 알아채고 눈을 떴다.

“안 자…? 내일 사녹 스케줄 있는데 일찍 자야지.”

잠에 취한 채 견하준이 가물가물한 목소리로 내게 말을 걸었다.

눈을 반쯤 감은 상태에서도 선명하게 파인 미간의 골은 숙면을 방해받은 것에 대한 짜증이 고스란히 묻어 있었지만 목소리는 얼굴과 달리 평온했다.

저게 잠을 방해받은 견하준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임을 잘 알았기에 별말 하지 않고 몸을 마저 일으켰다.

“영 잠이 안 와서 거실 소파에서 누워 있다가 자려고. 내가 옆에서 계속 뒤척거리면 너도 계속 깰 거 아니야.”

견하준의 목 끝까지 다시 이불을 덮어 주고 살금살금 방을 빠져 나왔다.

거실 소파에 드러누우니 발목이 팔걸이 밖으로 삐져나왔다. 이때는 소파도 더럽게 작았구나. 후텁지근한 열대야의 밤공기는 생각을 차분하게 정리하는 데에 도움을…

시발, 진짜 방음 더럽게 안 되네.

벌떡, 몸을 일으켜 소음의 근원지를 노려보았다. 문이 살짝 열려 있는 류재희와 김도빈의 방이었다.

성큼성큼 문 쪽으로 다가가 벌컥 문을 열어젖히자 너튜브 영상을 보고 있던 김도빈이 놀라서 고개를 들었다.

류재희의 잠귀가 밝지 않아서 다행이지.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김도빈의 저 버릇을 고치기 위해서라도 견하준과 룸메이트를 일찍이 시켰어야 했다.

견하준의 며칠 간의 편안한 숙면을 희생하면 김도빈이 건강한 수면 패턴을 가질 수 있었을 텐데. 이걸로 큰 흐름이 어긋나지 않으면 당장 방을 바꿔야…

이제는 묻지 않아도 시스템이 알아서 판단해 주었다. 안 된단다.

아무래도 견하준이나 김도빈 둘 중 하나가 탈퇴하는 결과를 낳는가 보다. 아니면 막내 라인의 유대감이 덜 쌓이거나.

“너 새벽인데 안 자냐?”

그러니까 키가 안 크지- 라고 한 소리 하려다가 또 김도빈이 그걸 꼬투리 잡아서 나를 회귀자로 몰아갈 게 뻔하니 그냥 속으로 삼켰다.

“잠이 안 와요.”

“그렇구나, 잠이 안 오는구나. 빨리 자라. 휴대폰 그만 보고.”

순순히 휴대폰을 내려놓은 김도빈은 다시 침대에 눕는 대신 몸을 마저 일으켜 방에서 나왔다. 내가 무어라 하기도 전에 소파에 털썩 앉은 녀석은 나도 얼른 앉으라는 듯 옆자리를 손으로 팡팡 두드려 댔다.

“뭐냐. 빨리 자라니까 왜 나오고 난리냐. 청개구리냐?”

“원래 진지한 이야기는 새벽 감성에 하는 거예요.”

“나는 너랑 진지한 이야기를 할 생각이 딱히 없단다.”

“엥, 왜 없어요. 그룹 내 유일한 이해자인 저랑 함께 저희 그룹의 미래를 진지하게 설계해 나가야죠.”

“무슨 프로포즈하냐, 씨…”

목 끝까지 올라온 욕설을 겨우 삼켰다. 하마터면 초심도가 깎일 뻔했다.

지금 나의 속 터지는 마음을 알지도 못하면서 유일한 이해자는 개뿔이.

시바, 세뇌 아이템 같은 거 없나. 저 자식 머릿속에 나는 회귀자가 아니라고 콱 박아 줄 수 있을 만한.

“그리고 그거 아직도 믿고 있냐? 너도 참 징하다. 내가 회귀했으면 로또 번호 찍고 있었지 후속곡 활동하자고 했겠냐?”

“형이 후속곡 활동을 확신에 차서 주장했잖아요. 반드시 성공할 거라는 확신으로.”

김도빈이 나를 끊임없이 회귀자라고 의심한 이유는 내 성격이 갑자기 변해서도, 내가 했던 일이 우리를 성공의 첫 단계로 이끌어서도 아니었다.

“미래를 아니까 그럴 수 있는 거잖아요.”

내 확신 어린 말이 미래를 보고 온 것만 같아 보여서. 그게 이유였다.

피식 웃으며 김도빈에게 진실을 말해 주었다.

“나는 확신한 적 없어.”

그때고 지금이고, 나는 우리의 성공을 확신하며 일을 밀어붙인 적이 없었다. 그때의 내가 유일하게 확신할 수 있었던 건 오직 내 음악뿐이었다.

물론 중간에 슬럼프를 겪으며 조금 흔들리긴 했지만 어쨌건.

미래를 아니까 확신할 수 있다고?

아니, 오히려 미래를 알았기에 미래를 몰랐을 때보다 더욱 불안했지. 내가 아는 미래와 똑같이 흘러가지 않을까 봐.

“요령에 기댈 생각 하지 말고 노력이나 해, 인마. 막말로 미래 알면 어쩔 건데. 뭐 하게.”

“음… 일단 체급 큰 선배님들 컴백 일자 피하고, 메가 히트곡 우리 곡으로 만들고, 빵 뜨는 컨셉 미리 하고, 히트 치는 예능 무조건 나가고, 유행어랑 유행 패션 창시자 되고….”

“곡 나올 때마다 평생 빈집 털이 하고 살게? 그리고 인마, 남의 노력으로 만든 곡이랑 컨셉 막 가져가도 되냐? 유행어랑 유행 패션도 결국 남 거잖아. 너만 기억하고 있다고 남의 거 도둑질하는 게 회귀야?”

썩어빠진 마인드를 싹 고쳐 주는 내 잔소리에 김도빈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아니, 전국민이 다 아는 메가 히트곡

같은 노래 우리 걸로 해서 그 관심이랑 인기를 다 우리 걸로 만들고 싶지 않아요? 확정된 성공이잖아요.”

’m>

“그 확정된 성공이 무슨 의미가 있는데?”

“회귀자한테는 확정된 성공이 공식이라고요. 실패했으니깐 회귀를 했고 또 그래서 성공하는 거에 집착하게 되는데, 형은, 음…. 대체 뭐지, 이 형은?”

“안 했다고. 너 지금 내가 뭐만 하면 회귀했다고 의심하는데 내가 너랑 똑같이 해 줄까? 엉? 왜 안 자고 나랑 진지한 대화를 하려 드냐? 너 회귀했냐? 회귀해서 지금 나 떠 보려고 그러는 거냐?”

윽박지르자 김도빈이 다급하게 고개를 젓고는 방으로 후다닥 들어갔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이야, 우리 도빈이가 깨우기도 전에 일어났어. 도빈아, 회귀했냐? 미래를 겪고 오니까 아침 시간이 소중하게 느껴지든?”

“네가 웬일로 말하기도 전에 수저를 놓고 있냐? 미래 겪고 돌아오니까 밥상머리 예절을 지켜야 할 것 같고 그러냐?”

“도빈아, 셀카를 왜 그 각도로 찍냐? 미래에서 유행하는 각도냐? 미리 유행시키게?”

“웬일로 네가 프라푸치노를 안 먹고 라떼를 먹냐? 회귀해서 입맛이 바뀌었냐?”

“으아아악! 그만! 그만요! 항복! 제가 잘못했어요! 다시는 의심 안 할게요!”

“얘는 또 왜 이래? 너 도빈이한테 물들었어?”

머리를 쥐어뜯으며 발악하는 김도빈 옆에서 서예현이 질색하며 내게 한마디 했다. 빙의 의심설은 집어치웠나 보다.

왜 이러긴. 역지사지를 온몸으로 체감시켜 주려고 그러지.

* * *

공중파 음방 스케줄 사전 녹화 대기실.

“어라? 여기 사람 있는데?”

불쑥 나타난 익숙한 얼굴들을 보고 올리고 있던 입꼬리를 내렸다. 내가 우리한테 거하게 엿을 먹인 낙하산을 보고 표정 관리에 성공할 수 있을까.

이제 권윤성한테도, 최현민에게도, 내 뒷담을 깐 나머지 녀석들한테도 딱히 유감은 없었지만 정이서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이 큰 흐름에 한몫을 하고 있었기에 신중해야 했다.

그때 돌아와서 KICKS 놈들과의 첫 만남이 어땠더라…

다시 한번 기억을 쥐어짜고 있는 사이, 최현민이 세상 반가운 목소리로 나와 견하준을 불렀다.

“어, 이든이 형! 하준이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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