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ự Trở Lại Của Một Thần Tượng Đã Mất Đi Lý Tưởng Ban Đầu RAW - C512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511화(511/52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511화
윤이든의 빈소는 여느 자녀상 빈소의 분위기와 별반 다를 바 없었다.
텅 빈 눈으로 조문객들을 맞는 윤이든의 아버지, 보이지 않는 윤이든의 어머니.
억지로라도 공부를 시켰으면 제 명 다 채우고 살았을 걸 뭣하러 딴따라를 시켜서 애를 단명하게 만드냐고 상주 앞에서 목에 핏대 세워 소리치는 노인과 사돈어른, 제일 힘든 아범 앞에서 말이 너무 심한 거 아니냐고 그런 노인에게 따져 묻는 다른 노인.
혀를 쯧쯧 차는 어른들, 분향소 옆 접객실에서 들려오는 사인을 쑥덕거리는 목소리들.
눈물만 쏟고 있는 윤이든의 친구로 보이는 이들. 언뜻 깡소주를 들이키고 있는 게 보이는 당시 DTB 시즌 3 준우승자. KICKS와 네이비 등, 윤이든과 연이 있는 낯익은 연예계 동료들.
팬들의 통곡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는다는 것만 빼면 차연호 그가 방금 지나쳐 왔던 권정준의 빈소와 비슷했다. 제법 많이 보이는 기자들까지.
윤이든 개인은 이제 한물 간 작곡가이자 프로듀서로 대중에게 잊혀져 가는 퇴물 연예인이나 마찬가지였지만, 저기 몰린 기자들은 한때 그와 같은 그룹에 있었던 이들 때문이리라.
대한민국 톱스타 반열에 이름을 올린 서예현과 이제는 드라마를 넘어 스크린까지 진출하여 천만 배우로 자리 잡은 견하준.
1년 전, 레브는 윤이든을 제외한 네 명으로 재결합하는 행보를 보였고, 윤이든을 언급하는 일은 최대한 자제해 왔다.
원래 탈퇴한 멤버는 최대한 언급하지 않는 게 서로에게 좋기도 하고, 게다가 윤이든은 권정준의 사망 건과 영 좋지 않은 행태로 엮여 있기까지 했으니.
현재 성공가도를 달리는 그들이 과연 전(前) 멤버의 장례식에 올까. 그게 이 장례식을 그저 흥밋거리, 기삿거리로만 여기는 이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차연호는 그 답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빠르게 울리는 셔터 소리와 눈 아프게 터지는 플래시가 그를 대신하여 답을 말해 주었다.
“견하준!”
다급하게 울리는 서예현의 목소리가 외투도 없이 잔뜩 흐트러진 꼴로 빈소에 막 도착한 이의 뒤를 따라붙었다.
창백하게 질린 얼굴을 한 채, 신발도 벗지 못하고 영정사진을 마주했다.
손끝이 희게 질리도록 꽉 붙들고 있는 휴대폰의 화면에는 부고 문자가 아직도 떠 있었다.
파리한 입술 틈에서 흘러나오는 잔뜩 뭉개진 중얼거림은 불편한 마음으로 이 꼴을 다시 관망하고 있는 차연호한테는 온전히 닿지 않았다.
주춤거리며 뒷걸음질 치다가 입을 틀어막으며 주저앉는 몸을 서예현이 황급히 부축했다. 헛구역질이 끝나도 숨소리는 진정되지 않고 더욱 거칠어지기만 했다. 과호흡의 징조였다.
특종거리라도 잡았다는 듯 징그럽게도 울려 대는 셔터 소리와 플래시 역시 과호흡 유발에 한몫 했을 터였다.
조문은커녕 똑바로 서 있기도 어려워 보이는 견하준을 서예현이 겨우 부축하여 빈소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저 모습이 어떻게 왜곡되고 어떤 식으로 가십거리로 소비될지 견하준 그 자신이 누구보다도 잘 알았을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티지 못했던 거겠지.
이게 차연호가 전에 윤이든에게 말했던 ‘견하준 빈소 1분 런’의 진실이었다. 물론 차연호는 그렇게 가볍게 칭하진 않았다.
그건 오직 빈소 조문 대상 당사자만 할 수 있는 요약이다. 당사자가 해도 미친 것 같긴 하지만.
‘멍청하긴. 저게 평생의 한으로 남을 텐데.’
과거의 차연호는 조문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견하준을 보며 그리 생각했다. 냉정하게 끊어 낸 줄만 알았더니 저와 별반 다른 게 없다는 걸 확인한 것 같아서.
그냥, 사람은 좋지만, 아니 본인에게는 누구보다 좋은 사람이지만 남한테는 쓰레기인, 괜히 마음의 짐을 얹어대는 친구를 둔 그들은 그게 차이점이었을 뿐이다.
끝의 끝까지 놓지 않은 놈과. 한 번 놓아 버린 놈. 둘 중에 누가 더 나아 보이냐고 한다면, 글쎄….
한발 늦게 다른 멤버와 함께 도착한 레브 막내가 조문록에 이름을 쓰고 봉투를 조의함에 넣으려다가 손만 잔뜩 떨고 넣지를 못하자 그 옆에 서 있던 멤버가 짧은 한숨을 내쉬고 대신 조의금 봉투를 조의함에 툭 넣었다.
“정신 차려. 우리라도 조문하고 가야지.”
저런 멤버도 레브에 있었던가. 퍽 낯선 멤버를 보던 차연호는 그게 본인이 레브 회귀자라고 두 번째로 의심했던 김도빈임을 깨달았다.
지금 이미지와 180도 다른 모습이라 바로 알아보지 못했다.
현재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차분하고, 일찍이 지친 삶을 살아가는 이 특유의 짙고 깊은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다.
이런 걸 보면 회귀의 가장 큰 수혜자는 그와 권정준이 아니라 레브 놈들이지 않을까. 알테어는 그의 선택으로 금이 갔는데, 왜 레브는…
서예현이 분향소에 다시 돌아와 절을 두 번 올리는 것까지 지켜보던 차연호가 입을 열었다.
“계속 봐야 해?”
잔뜩 가라앉은 차연호의 목소리에 과거의 시간이 다시 빠르게 흘러갔다.
류재희한테 멱살을 잡힌 모습에서 시간이 다시 멈추더니 그날의 기억이 느릿하게 재생되었다.
* * *
한 달은 더럽게 길었다. 그건 정말 확실했다.
이제 겨우 2주일이 지났다는 걸 믿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아직도 우리집 시스템은 집에 가자는 소리를 하지 않았다.
시발, 물론 여기도 집이긴 했지만 독방 쓰는 우리 최신 복층 집으로 보내 달라!
차연호 이 새끼는 아직까지 이놈의 위험도 시스템인가 뭔가 안 잡아 가고 뭐 하는 거야.
하루에만 초심도 20점이 훅 깎였던 기념비적인 레브의 첫 팬싸는 이번엔 초심도 감점 0점을 기록하며 무사히 끝났다.
[From. 이든]
데이드림, 기체후일향만강하셨어요? 오늘 드디어 레브가 첫 팬싸인회를 가졌는데요, 어쩌고저쩌고…
쓰다 보니 어느새 휴대폰 기준으로 20줄이 넘어 있었다. 과거의 나도 이만큼은 썼겠지, 물론 이전에 겪긴 했겠지만 그래도 첫 팬싸인횐데.
과거의 나 자신을 굳게 믿으며 글을 업로드했다.
그래, 이런 때도 있었지. 글을 올리고 30분 동안 댓글이 겨우 10개 남짓 달렸을 때도 있었지. 신선한 기분으로 댓글을 구경하다가 낯익은 댓글을 발견했다.
-아니야! 오늘 이든이 너무너무너무 잘했어!!! 너무 능숙해서 갓 데뷔한 신인이 아니라 아이돌 10년 차인 줄 알았잖아☺☺
다만 과거와는 아주 살짝 다른.
저번에는 7년 차인 줄 알았다고 하지 않았나…?
3년이나 늘었는데 이거 큰 흐름에 지장 없겠지? 그렇겠지? 시스템! 시스템!!!!
[ㅇ]
지장 없댄다. 다행이었다.
아직 내 카피캣 짓을 하다가 삿된 가오와 허세에 물들지 않은 순수한 영혼 상태인 류재희에게 슬쩍 물었다. 류재희의 마음 속 깊은 곳에 내재된 순수한 진심을 듣기 위해서는 이 방법밖에 없었다.
“야, 막내야. 너는 만약에 미래에 솔로 앨범 나온다고 하면 어떤 장르랑 컨셉으로 하고 싶냐?”
미래라는 단어가 내 입에서 나오자마자 김도빈이 미어캣처럼 고개를 쭉 빼고 나를 돌아보았다. 이쯤 되면 귀에 센서가 달린 게 아닌가 싶다. 아직도 저놈의 회귀 의심은 버리지 않은 모양이다.
“발라드! 성숙! 청량! 봄 아니면 여름 감성! 계절 감성은 발매되는 날짜 맞춰서!”
잔뜩 들뜬 목소리로 줄줄 나오는 답은 체감상 몇 주 전에 원래 시간대에서 들었던 답이랑 똑같았다.
큐티 콘셉트가 취향이 아니었던 거구나. 하도 본인을 햄스터라고 자기 PR해서 당연히 속내는 큐티가 취향일 줄 알았지.
그렇게 돌아온 지 2주차, 큰 흐름대로 활동이 끝나고 후속곡인 활동 준비로 접어들었다.
작업하고 있었던 내 솔로곡들이 참으로 그리웠다.
김도빈이 안무 초안을 이틀 만에 짜는 것에 성공했지만 조금 급하게 짜서 그런가, 원래 안무와는 이곳저곳 다른 부분들이 보였다.
프로의심러 김도빈도 없겠다, 나는 내 몸과 머리가 기억하는 안무로 마음껏 수정했다.
김도빈이 의심해 봤자 다 같이 의견 내서 수정했다고 하면 그만이었다. 그래서 그 핑계를 위해 견하준과 서예현도 적극적으로 참여시켰다.
물론 둘의 의견은 은근슬쩍 기각되며 내가 짜는 안무로 채워졌다.
“여기에서 허리를 더 꺾자.”
“그러면 보기에는 괜찮긴 해도 난이도가 더 높아지지 않을까?”
서예현이 못 따라올까 걱정되는지 견하준이 서예현을 힐긋거리며 물었다.
“내가 한 번 해 보고 판단을 해 볼게.”
서예현이 굉장히 결연한 얼굴로 거울에 기대고 있던 몸을 일으켰다. 누가 보면 큰 결심이라도 한 줄. 어차피 본인한테 선택권은 없음에도….
그래도 무조건 쉽게 만드라고만 했던 과거보다는 훨씬 적극적이었다. 역시 본인 참여형이 답이었던 건가.
“저희 왔어요.”
성인이 된 지 몇 년이 지난 녀석들이 교복을 입은 모습을 보자 새삼 또 이 염병할 짓을 다시 반복하고 있다는 게 실감났다.
“숙소 가서 옷부터 갈아입고 와.”
“그럴 줄 알고 트레이닝복 챙겨 왔죠!”
견하준의 한소리에 김도빈이 당당하게 가방에서 트레이닝복을 꺼냈다. 착실하게 학교 다니는 우리 막내는 미처 챙기지 못했는지 김도빈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형, 나 트레이닝복 바지 좀.”
“아, 싫어. 넌 숙소 가서 갈아입고 와.”
“씁-.”
김도빈을 향해 경고성 소리를 한 번 내주자마자 김도빈이 곧바로 태세 전환하며 류재희한테 트레이닝복 바지를 내밀었다.
“-라고 하면 너무 정 없지? 자, 여기!”
류재희가 밝은 얼굴로 트레이닝복 바지를 받아 들자마자 내게 달려온 김도빈이 속닥거리며 물었다.
“저 트레이닝복 바지로 혹시 저랑 류재의 사이가 틀어졌나요? 형은 지금 그걸 막으신 건가요?”
아니. 그냥 네가 감히 우리 두뇌 외주 담당을 똥개 훈련 시키고 있는 게 마음에 안 들어서 그런 건데.
그리고 우리 막내가 그렇게 쪼잔하고 속 좁아 보이냐? 막내가 너냐?
“도빈아, 헛소리 다 했으면 빨리 옷이나 갈아입고 와라.”
막내 라인이 옷을 갈아입고 오자 안무 연습이 시작되었다.
“이 부분을 못하는구나. 도빈이한테 일대일로 배울래, 아니면 내가 알려줘?”
계속 똑같은 부분을 실수하는 서예현을 잡고 물어보자 서예현이 잔뜩 떨리는 눈동자로 물었다.
“너 왜 막말을 안 해…?”
“그렇구나, 형은 나한테 막말을 듣고 10만 원을 받고 싶었구나.”
“쟤 아무리 봐도 윤이든 아닌 것 같아!”
서예현이 파드득 떨며 내게 멀어져 김도빈 쪽으로 달려갔다. 그런 서예현을 두고 슬금슬금 다가온 김도빈이 목소리 잔뜩 낮춰 물었다.
“형, 혹시 예현이 형한테 1,000만 원 뜯겼어요? 그래서 지금 그렇게 주의하는 거예요?”
한 놈은 빙의 의심, 한 놈은 회귀 의심.
아주 가지가지 한다.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511화(511/52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511화
윤이든의 빈소는 여느 자녀상 빈소의 분위기와 별반 다를 바 없었다.
텅 빈 눈으로 조문객들을 맞는 윤이든의 아버지, 보이지 않는 윤이든의 어머니.
억지로라도 공부를 시켰으면 제 명 다 채우고 살았을 걸 뭣하러 딴따라를 시켜서 애를 단명하게 만드냐고 상주 앞에서 목에 핏대 세워 소리치는 노인과 사돈어른, 제일 힘든 아범 앞에서 말이 너무 심한 거 아니냐고 그런 노인에게 따져 묻는 다른 노인.
혀를 쯧쯧 차는 어른들, 분향소 옆 접객실에서 들려오는 사인을 쑥덕거리는 목소리들.
눈물만 쏟고 있는 윤이든의 친구로 보이는 이들. 언뜻 깡소주를 들이키고 있는 게 보이는 당시 DTB 시즌 3 준우승자. KICKS와 네이비 등, 윤이든과 연이 있는 낯익은 연예계 동료들.
팬들의 통곡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는다는 것만 빼면 차연호 그가 방금 지나쳐 왔던 권정준의 빈소와 비슷했다. 제법 많이 보이는 기자들까지.
윤이든 개인은 이제 한물 간 작곡가이자 프로듀서로 대중에게 잊혀져 가는 퇴물 연예인이나 마찬가지였지만, 저기 몰린 기자들은 한때 그와 같은 그룹에 있었던 이들 때문이리라.
대한민국 톱스타 반열에 이름을 올린 서예현과 이제는 드라마를 넘어 스크린까지 진출하여 천만 배우로 자리 잡은 견하준.
1년 전, 레브는 윤이든을 제외한 네 명으로 재결합하는 행보를 보였고, 윤이든을 언급하는 일은 최대한 자제해 왔다.
원래 탈퇴한 멤버는 최대한 언급하지 않는 게 서로에게 좋기도 하고, 게다가 윤이든은 권정준의 사망 건과 영 좋지 않은 행태로 엮여 있기까지 했으니.
현재 성공가도를 달리는 그들이 과연 전(前) 멤버의 장례식에 올까. 그게 이 장례식을 그저 흥밋거리, 기삿거리로만 여기는 이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차연호는 그 답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빠르게 울리는 셔터 소리와 눈 아프게 터지는 플래시가 그를 대신하여 답을 말해 주었다.
“견하준!”
다급하게 울리는 서예현의 목소리가 외투도 없이 잔뜩 흐트러진 꼴로 빈소에 막 도착한 이의 뒤를 따라붙었다.
창백하게 질린 얼굴을 한 채, 신발도 벗지 못하고 영정사진을 마주했다.
손끝이 희게 질리도록 꽉 붙들고 있는 휴대폰의 화면에는 부고 문자가 아직도 떠 있었다.
파리한 입술 틈에서 흘러나오는 잔뜩 뭉개진 중얼거림은 불편한 마음으로 이 꼴을 다시 관망하고 있는 차연호한테는 온전히 닿지 않았다.
주춤거리며 뒷걸음질 치다가 입을 틀어막으며 주저앉는 몸을 서예현이 황급히 부축했다. 헛구역질이 끝나도 숨소리는 진정되지 않고 더욱 거칠어지기만 했다. 과호흡의 징조였다.
특종거리라도 잡았다는 듯 징그럽게도 울려 대는 셔터 소리와 플래시 역시 과호흡 유발에 한몫 했을 터였다.
조문은커녕 똑바로 서 있기도 어려워 보이는 견하준을 서예현이 겨우 부축하여 빈소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저 모습이 어떻게 왜곡되고 어떤 식으로 가십거리로 소비될지 견하준 그 자신이 누구보다도 잘 알았을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티지 못했던 거겠지.
이게 차연호가 전에 윤이든에게 말했던 ‘견하준 빈소 1분 런’의 진실이었다. 물론 차연호는 그렇게 가볍게 칭하진 않았다.
그건 오직 빈소 조문 대상 당사자만 할 수 있는 요약이다. 당사자가 해도 미친 것 같긴 하지만.
‘멍청하긴. 저게 평생의 한으로 남을 텐데.’
과거의 차연호는 조문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견하준을 보며 그리 생각했다. 냉정하게 끊어 낸 줄만 알았더니 저와 별반 다른 게 없다는 걸 확인한 것 같아서.
그냥, 사람은 좋지만, 아니 본인에게는 누구보다 좋은 사람이지만 남한테는 쓰레기인, 괜히 마음의 짐을 얹어대는 친구를 둔 그들은 그게 차이점이었을 뿐이다.
끝의 끝까지 놓지 않은 놈과. 한 번 놓아 버린 놈. 둘 중에 누가 더 나아 보이냐고 한다면, 글쎄….
한발 늦게 다른 멤버와 함께 도착한 레브 막내가 조문록에 이름을 쓰고 봉투를 조의함에 넣으려다가 손만 잔뜩 떨고 넣지를 못하자 그 옆에 서 있던 멤버가 짧은 한숨을 내쉬고 대신 조의금 봉투를 조의함에 툭 넣었다.
“정신 차려. 우리라도 조문하고 가야지.”
저런 멤버도 레브에 있었던가. 퍽 낯선 멤버를 보던 차연호는 그게 본인이 레브 회귀자라고 두 번째로 의심했던 김도빈임을 깨달았다.
지금 이미지와 180도 다른 모습이라 바로 알아보지 못했다.
현재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차분하고, 일찍이 지친 삶을 살아가는 이 특유의 짙고 깊은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다.
이런 걸 보면 회귀의 가장 큰 수혜자는 그와 권정준이 아니라 레브 놈들이지 않을까. 알테어는 그의 선택으로 금이 갔는데, 왜 레브는…
서예현이 분향소에 다시 돌아와 절을 두 번 올리는 것까지 지켜보던 차연호가 입을 열었다.
“계속 봐야 해?”
잔뜩 가라앉은 차연호의 목소리에 과거의 시간이 다시 빠르게 흘러갔다.
류재희한테 멱살을 잡힌 모습에서 시간이 다시 멈추더니 그날의 기억이 느릿하게 재생되었다.
* * *
한 달은 더럽게 길었다. 그건 정말 확실했다.
이제 겨우 2주일이 지났다는 걸 믿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아직도 우리집 시스템은 집에 가자는 소리를 하지 않았다.
시발, 물론 여기도 집이긴 했지만 독방 쓰는 우리 최신 복층 집으로 보내 달라!
차연호 이 새끼는 아직까지 이놈의 위험도 시스템인가 뭔가 안 잡아 가고 뭐 하는 거야.
하루에만 초심도 20점이 훅 깎였던 기념비적인 레브의 첫 팬싸는 이번엔 초심도 감점 0점을 기록하며 무사히 끝났다.
데이드림, 기체후일향만강하셨어요? 오늘 드디어 레브가 첫 팬싸인회를 가졌는데요, 어쩌고저쩌고…
쓰다 보니 어느새 휴대폰 기준으로 20줄이 넘어 있었다. 과거의 나도 이만큼은 썼겠지, 물론 이전에 겪긴 했겠지만 그래도 첫 팬싸인횐데.
과거의 나 자신을 굳게 믿으며 글을 업로드했다.
그래, 이런 때도 있었지. 글을 올리고 30분 동안 댓글이 겨우 10개 남짓 달렸을 때도 있었지. 신선한 기분으로 댓글을 구경하다가 낯익은 댓글을 발견했다.
-아니야! 오늘 이든이 너무너무너무 잘했어!!! 너무 능숙해서 갓 데뷔한 신인이 아니라 아이돌 10년 차인 줄 알았잖아☺☺
다만 과거와는 아주 살짝 다른.
저번에는 7년 차인 줄 알았다고 하지 않았나…?
3년이나 늘었는데 이거 큰 흐름에 지장 없겠지? 그렇겠지? 시스템! 시스템!!!!
지장 없댄다. 다행이었다.
아직 내 카피캣 짓을 하다가 삿된 가오와 허세에 물들지 않은 순수한 영혼 상태인 류재희에게 슬쩍 물었다. 류재희의 마음 속 깊은 곳에 내재된 순수한 진심을 듣기 위해서는 이 방법밖에 없었다.
“야, 막내야. 너는 만약에 미래에 솔로 앨범 나온다고 하면 어떤 장르랑 컨셉으로 하고 싶냐?”
미래라는 단어가 내 입에서 나오자마자 김도빈이 미어캣처럼 고개를 쭉 빼고 나를 돌아보았다. 이쯤 되면 귀에 센서가 달린 게 아닌가 싶다. 아직도 저놈의 회귀 의심은 버리지 않은 모양이다.
“발라드! 성숙! 청량! 봄 아니면 여름 감성! 계절 감성은 발매되는 날짜 맞춰서!”
잔뜩 들뜬 목소리로 줄줄 나오는 답은 체감상 몇 주 전에 원래 시간대에서 들었던 답이랑 똑같았다.
큐티 콘셉트가 취향이 아니었던 거구나. 하도 본인을 햄스터라고 자기 PR해서 당연히 속내는 큐티가 취향일 줄 알았지.
그렇게 돌아온 지 2주차, 큰 흐름대로 활동이 끝나고 후속곡인 활동 준비로 접어들었다.
작업하고 있었던 내 솔로곡들이 참으로 그리웠다.
김도빈이 안무 초안을 이틀 만에 짜는 것에 성공했지만 조금 급하게 짜서 그런가, 원래 안무와는 이곳저곳 다른 부분들이 보였다.
프로의심러 김도빈도 없겠다, 나는 내 몸과 머리가 기억하는 안무로 마음껏 수정했다.
김도빈이 의심해 봤자 다 같이 의견 내서 수정했다고 하면 그만이었다. 그래서 그 핑계를 위해 견하준과 서예현도 적극적으로 참여시켰다.
물론 둘의 의견은 은근슬쩍 기각되며 내가 짜는 안무로 채워졌다.
“여기에서 허리를 더 꺾자.”
“그러면 보기에는 괜찮긴 해도 난이도가 더 높아지지 않을까?”
서예현이 못 따라올까 걱정되는지 견하준이 서예현을 힐긋거리며 물었다.
“내가 한 번 해 보고 판단을 해 볼게.”
서예현이 굉장히 결연한 얼굴로 거울에 기대고 있던 몸을 일으켰다. 누가 보면 큰 결심이라도 한 줄. 어차피 본인한테 선택권은 없음에도….
그래도 무조건 쉽게 만드라고만 했던 과거보다는 훨씬 적극적이었다. 역시 본인 참여형이 답이었던 건가.
“저희 왔어요.”
성인이 된 지 몇 년이 지난 녀석들이 교복을 입은 모습을 보자 새삼 또 이 염병할 짓을 다시 반복하고 있다는 게 실감났다.
“숙소 가서 옷부터 갈아입고 와.”
“그럴 줄 알고 트레이닝복 챙겨 왔죠!”
견하준의 한소리에 김도빈이 당당하게 가방에서 트레이닝복을 꺼냈다. 착실하게 학교 다니는 우리 막내는 미처 챙기지 못했는지 김도빈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형, 나 트레이닝복 바지 좀.”
“아, 싫어. 넌 숙소 가서 갈아입고 와.”
“씁-.”
김도빈을 향해 경고성 소리를 한 번 내주자마자 김도빈이 곧바로 태세 전환하며 류재희한테 트레이닝복 바지를 내밀었다.
“-라고 하면 너무 정 없지? 자, 여기!”
류재희가 밝은 얼굴로 트레이닝복 바지를 받아 들자마자 내게 달려온 김도빈이 속닥거리며 물었다.
“저 트레이닝복 바지로 혹시 저랑 류재의 사이가 틀어졌나요? 형은 지금 그걸 막으신 건가요?”
아니. 그냥 네가 감히 우리 두뇌 외주 담당을 똥개 훈련 시키고 있는 게 마음에 안 들어서 그런 건데.
그리고 우리 막내가 그렇게 쪼잔하고 속 좁아 보이냐? 막내가 너냐?
“도빈아, 헛소리 다 했으면 빨리 옷이나 갈아입고 와라.”
막내 라인이 옷을 갈아입고 오자 안무 연습이 시작되었다.
“이 부분을 못하는구나. 도빈이한테 일대일로 배울래, 아니면 내가 알려줘?”
계속 똑같은 부분을 실수하는 서예현을 잡고 물어보자 서예현이 잔뜩 떨리는 눈동자로 물었다.
“너 왜 막말을 안 해…?”
“그렇구나, 형은 나한테 막말을 듣고 10만 원을 받고 싶었구나.”
“쟤 아무리 봐도 윤이든 아닌 것 같아!”
서예현이 파드득 떨며 내게 멀어져 김도빈 쪽으로 달려갔다. 그런 서예현을 두고 슬금슬금 다가온 김도빈이 목소리 잔뜩 낮춰 물었다.
“형, 혹시 예현이 형한테 1,000만 원 뜯겼어요? 그래서 지금 그렇게 주의하는 거예요?”
한 놈은 빙의 의심, 한 놈은 회귀 의심.
아주 가지가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