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ự Trở Lại Của Một Thần Tượng Đã Mất Đi Lý Tưởng Ban Đầu RAW - C510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509화(509/52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509화
잠깐, 진지하게 생각을 해 보자.
여기에서 내가 회귀한 게 맞다고 긍정을 한다면 서예현과 함께 후속곡 활동 반대 양대 산맥이었던 김도빈의 협조는 쉽게 구할 수 있다.
그러면 이제 나는 4대 1로 서예현만 상대, 아니 설득하면 되는 거다.
막말로 내가 진짜 미래를 보고 왔고, 후속곡 활동으로 우리가 무조건 뜨니까 협조하라고 하면 저 오타쿠가 협조를 안 하겠어?
눈을 빛내면서 적극 협조할 게 뻔히 보였다.
이 선택지의 문제점은 김도빈이 다른 멤버들 앞에서 설득한답시고 회귀 사실을 깠다가 나까지 김도빈과 싸잡혀 씹덕 취급을 받을 수 있다는 것.
귀신 들렸다는 것도 아니고 시간을 거슬러 돌아왔다는 건 정말로 김도빈만 생각해 낼 만한 이야기가 아닌가.
하지만 만약 내가 긍정했다가 큰 흐름이 바뀐다면?
이럴 때는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고, 내 추론보다 시스템의 답이 훨씬 정확하다. 나를 믿지 말고 시스템을 믿자.
도와줘요, 시스템!
[딱히 추천하진 않습니다.]
[큰 흐름에는 지장이 없겠지만 본인 입으로 최근 시간대의 일이 실제 있었던 일이라는 걸 긍정한다면 나중에 덮어쓰기를 할 때 오류로 인식되어 새로운 루트 개척으로 판단될 위험이 있습니다.]
시스템이 평소처럼 싸가지 없이 자음 하나 던지고 가지 않고 이렇게 정중하게 이야기를 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면 내 입으로 긍정하지만 않으면 되는 건가?’
어쨌건 김도빈이 한 번 의심을 시작한 이상, 의심을 지우는 방법은 그때랑 똑같이 개판 치는 것밖에 없지만 그렇게 한다면 초심도가 깎일 위험이 더 컸다.
그래, 일단은 저 녀석이 왜 내가 회귀했다고 저렇게 확신에 차서 묻고 있는지부터 알아내는 게 먼저다.
“훼기?”
“아니요, 그 회귀라고 시간을 거슬러 돌아왔다는 용어인데요. 돌 회 자에 돌아올 귀를 써서 회귀예요. 실패한 미래에서 되돌아온 경우라고 해야 하나. 네.”
모른 척하자 김도빈은 묻지도 않은 용어 설명을 시작했다.
“대체 그런 생각을 하게 된 이유가 뭐냐?”
“보통 빙의랑 회귀, 두 개가 있거든요? 사람 자체가 바뀐 줄 알았는데 형이랑 제일 오래 알고 지낸 하준이 형은 형한테서 이질감을 못 느꼈어요. 그러니까 형은 다른 영혼이 빙의한 게 아니라 이든이 형은 맞는데 미래에서 회귀한 거예요.”
“장난하냐?”
저딴 게 이유…? 진짜로 소 뒷걸음질 치다가 쥐 잡은 격 아니냐고.
내가 표정을 구기자 잠깐 흠칫한 김도빈이 와다다 말을 쏟아냈다.
“그것뿐만이 아니라도 갑자기 유하고 친근감 있게 변한 형의 태도와 성격, 벌써부터 던지는 후속 활동 떡밥, 를 후속곡으로 대놓고 미는 행동까지. 이건 대놓고 ‘나 회귀자다!’라고 말하는 꼴이잖아요.”
이 말 하면서 안경 올리려고 굳이 굳이 그 안경을 쓰고 온 거냐?
한 손가락으로 안경 추켜올리기까지 잊지 않고 해 준 김도빈은 자기 말이 맞지 않냐는 듯 의기양양한 얼굴로 나를 보고 있었다.
“도빈아.”
김도빈의 어깨에 턱, 양손을 얹고 진지하게 김도빈을 불렀다. 김도빈이 눈을 빛내며 고개를 격하게 끄덕였다.
“헛소리 다 했냐?”
본인의 상상과 내 대답이 매우 달랐던지 김도빈이 다시 눈을 열심히 굴려 댔다.
“네가 나를 훠궈인가 회귀인가 아무튼 그걸 해서 미래를 안다고 의심할 정도면 지금 내가 하는 일들이 꽤 신뢰가 간다는 소리잖냐? 자, 그러면 네가 나한테 협조를 해야겠냐, 안 해야겠냐.”
내가 선택한 전략은 선택지 3이었다.
후속곡 활동 회유 대란까지만 나를 회귀자인지 아닌지 아리송하게 두고 후속곡 활동이 확정되자마자 김도빈한테 인생의 쓴맛을 보여 줘서 그 믿음을 집어치우게 만든다.
어쨌든 내 입으로 긍정을 한 건 아니잖아?
내 몸에 타투 박힌 이후로 겁대가리가 사라진 김도빈이 아니라 아직은 나한테 공포심과 거리감이 있는 김도빈이라 다행이었다.
이 김도빈은 예전처럼 윽박 몇 번 질러 주면 다시 겁먹고 그 생각을 집어치울 거다.
“혹시 회귀 사실을 남한테 밝히면 안 되는 페널티라도 있으세요? 그렇다면 눈을 세 번 깜빡이고 헛기침을 세 번 내뱉어 주세요.”
“헛소리 좀 하지 말고, 인마! 협조할 거냐고 안 할 거냐고!”
아리송하게 두긴 개뿔. 김도빈은 쓸데없는 곳에서 예리했다. 제에발 레코딩할 때 음정과 감정을 이런 거 반만이라도 예리하게 잡아 줬으면 좋겠다.
결국 평소처럼 윽박 지르다가 사례가 다 들려서 기침을 내뱉자 김도빈이 쓸데없이 맑은 눈동자로 물었다.
“정확히 딱 세 번 기침하셨는데 방금 거 헛기침이에요, 기침이에요?”
결국 큰소리 때문에 잠에서 깬 견하준이 나랑 김도빈을 각자의 방으로 보내고 나서야 한숨 돌릴 수 있었다.
차라리 스폰 의혹이 양반이라고 생각하게 될 줄이야. 대체 어떻게 해야지 큰 흐름을 깨지 않으면서 김도빈의 회귀자 의혹을 종식할 수 있는 거지. 벌써부터 앞길이 캄캄했다.
* * *
“우리 차트인했어요!”
류재희의 한껏 들뜬 목소리를 들으며 습관처럼 차트를 확인했다.
[95위-new ‘Reve – One Chance’ ♥14,095]
큰 흐름의 시작이었던 차트인 성공으로 드디어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잠깐만, 이게 95위였나? 100위 아니었어? 완전 턱걸이했다고 좋아했던 거 같은데? 운이 너무 많이 적용돼서 그런가?
‘이거 흐름 바꾼 거 아니지? 나 다시 돌아갈 수 있지?’
[ㅇ]
시스템이 매우 친절하게 자음 하나를 던져 줬다. 덕분에 마음이 좀 놓였다.
그냥 이 자리에서 매니저 형에게 말하려다가 부담스러울 만큼 초롱초롱한 눈동자로 나를 보고 있는 김도빈을 의식해서 문자로 대신했다.
[형 혹시 대표님이 우리 부르시면 무조건 2시간만 미뤄 줘]
[내가 배탈 났다는 핑계를 대서라도 무조건 2시간만]
어리둥절한 얼굴로 내 문자를 보다가 대표님의 전화를 받으며 숙소를 나간 매니저 형한테 몇분 후에 답장이 도착했다.
[매니저형- 일단 너 배탈 심하게 나서 약 먹이고 2시간 뒤에 너희들 데리고 간다고 했다]
[매니저형- 그런데 갑자기 왜? 마음의 준비하려고?]
[매니저형- 너무 걱정하지 마 설마 물 들어오는데 데뷔곡 성적 안 좋다고 해체 시키겠냐]
해체까진 걱정 안 했다. 그래도 이상함을 느끼지 않고 이렇게라도 오해해 줘서 다행이었다.
좋아, 일단 두 시간은 벌었고.
그러면 이제 두 시간 내에 초심도를 유지하며 멤버들을 후속곡 활동에 동의하도록 설득해야 한다.
“다들 좀 모여 봐. 의논할 게 있으니까.”
이때쯤 우리가 회의를 했던가? 자칫하면 회의 횟수가 달라져서 큰 흐름이 바뀔 수 있으므로 레브 회의 유무는 중요했다.
언제 처음 했더라…? 회의를 한 것만 1,000회가 넘는데 1회를 기억할 수 있을 리가. 젠장, 기억력 이슈 무슨 일인데!
[제1회 레브 회의]
[부제 : 다음 앨범 타이틀곡]
보다 못했는지 시스템이 친히 알려줬다. 사랑해요, 시스템. 너는 정말 최고의 시스템이야.
다음 앨범 타이틀곡이 제1회 레브 회의 주제인 걸 보니 지금 시점에서는 회의라는 걸 안 했군.
다섯 명이 좁디좁은 거실에 빙 둘러앉아 모이니 이 반지하 숙소가 얼마나 좁았는지 새삼 실감이 났다.
“자, 우리의 수록곡 가 타이틀곡인 를 제치고 차트인을 했다. 그러면 우리는 뭘 해야 하냐.”
번쩍 손을 든 김도빈이 당당하게 외쳤다.
“기뻐해야 해요!”
서예현이 양옆의 눈치를 보다가 소심하게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짝, 짝짝짝-
김도빈이 힘차게 그 뒤를 잇고, 류재희와 견하준도 얼떨결에 따라 치기 시작하며 갑자기 분위기가 축하 타임이 되었다.
그때는 우리끼리 싸우느라 기뻐하지도 못했는데. 감성에 젖어 있다가 이럴 때가 아니라는 걸 깨닫고 나라도 정신을 차렸다.
“다 기뻐했냐? 그럼 이제 우리 앞일 이야기를 하자.”
탕탕, 바닥을 가볍게 두어 번 두드리자 박수 소리가 멈췄다.
“수록곡이 차트인 한 시점에서 우리한테 주어진 선택지는 두 개다. 하나는 로 일주일 활동을 더 하는 거.”
손가락 하나를 펼쳐 들자 우리 중 제일 머리가 잘 돌아가는 류재희가 영 마음에 안 드는 선택지라는 듯이 콧잔등을 찡긋했다.
“다른 하나는 활동을 이번 주까지로 단축하고 일주일간 준비 시간을 가진 후에 로 후속곡 활동을 하는 거.”
물론 내가 할 일은 무조건 후자에 모두가 찬성하도록 만드는 거였다.
“먼저 후자, 후속곡 활동에 찬성하는 사람, 손.”
내가 말을 끝내자마자 쓱, 손을 들자 김도빈이 냉큼 따라 들었다. 그럴 줄 알았다.
견하준과 류재희도 그때처럼 후속곡 활동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는지 이쪽으로 의견을 보태 주고 있었다.
“그러면 예현이 형은 전자에 찬성?”
“잠깐만, 지금 고민 중이야.”
예상과 사뭇 다른 답이 돌아왔다. 나는 서예현이 강경 활동파일 줄로만 알았는데 퍽 의외였다.
“나도 내우주를 한 주 더 하는 것보다는 후속곡 활동이 나을 것 같긴 하거든. 그런데 지금 걱정되는 건, 새로운 안무를 내가 일주일 만에 익힐 수가 있냐는 거야.”
서예현이 깊은 한숨을 내쉬며 순순히 제 속을 털어놓았다.
“다들 알다시피 내가 내우주 안무를 익히는 데만 한 달이 넘게 걸렸잖아.”
데뷔 전은 너무 오래 전이라 기억이 흐릿했는데 그걸 한 달이나 걸려서 외웠어? 겨우 외웠다는 게 빈말이 아니라 진짜였구나. 과거의 서예현은 나름 큰 결심을 했던 거였다.
“이제 노래가 좀 뜨고 우리한테 조금이나마 관심이 올 중요한 시기인데 내가 계속 실수를 해서 무대 완성도를 떨어뜨리면 그게 더 우리 그룹에 악수로 다가올 것 같아서 그래.”
마른세수를 한 서예현이 시선을 떨궜다. 서예현의 진심을 이 상황에서 서예현의 입으로 직접 듣게 되자 기분이 묘했다.
나는 그저 뒤늦은 변명이라고, 속내는 내게 반박하고 싶어서인 게 분명하다고 생각했는데 정말로 서예현은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다는 게.
내가 생각보다 더 나랑 부딪히던 초반의 서예현을 색안경을 쓰고 보고 있었던 것 같아서.
“제가 도와드릴게요, 형. 후속곡 활동은 무조건 해야 해요. 설명하기는 힘든데 이건 진짜 무조건 해야만 해요!”
김도빈이 아주 적극적으로 나서서 서예현을 설득했다.
내가 회귀했다는 걸 저만큼이나 굳게 믿고 있는 것 같아서 속이 답답해졌다. 저 굳은 믿음을 대체 어떻게 무너뜨려야 하냐고.
깊은 한숨을 연거푸 내쉰 서예현이 입을 열었다.
“4대 1이면 다수결이니까… 어쩔 수 없지. 일주일 동안 최대한 최선을 다해 볼게.”
의견 모으기가 겨우 10분 만에 가능한 일이었다니.
아니, 그러면 진짜 그 모든 사달이 내가 멤버들 의견을 무시하고 그냥 혼자 정하고 통보를 해서였다고?
“아, 하나만 더. 윤이든이 나한테 막말 안 한다고 약속하면. 나는 또 꼭두각시 인형도 나보다 관절 잘 움직일 거라는급의 막말을 다시 들으면서 연습하고 싶지 않아.”
“막말 한 마디에 10만 원. 비싸다, 비싸. 10만 원.”
“얘 진짜 왜 이래! 저번 주부터 계속 이상해! 원래 이런 놈 아니었잖아!”
“이든이 형이 다 사정이 있어서 그래요! 너무 수상하게 보지 마세요!”
“얌마, 김도빈! 너는 나서지 좀 마, 인마! 네가 나를 더 수상하게 만들고 있어, 지금!”
그러면 이제 대표님 설득이라는 작은 산 하나만이 남았군.
참고로 1시간 50분이라는 시간은 작은 산을 넘기 위한 준비물을 만드는 데에 아주 충분한 시간이었다.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509화(509/52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509화
잠깐, 진지하게 생각을 해 보자.
여기에서 내가 회귀한 게 맞다고 긍정을 한다면 서예현과 함께 후속곡 활동 반대 양대 산맥이었던 김도빈의 협조는 쉽게 구할 수 있다.
그러면 이제 나는 4대 1로 서예현만 상대, 아니 설득하면 되는 거다.
막말로 내가 진짜 미래를 보고 왔고, 후속곡 활동으로 우리가 무조건 뜨니까 협조하라고 하면 저 오타쿠가 협조를 안 하겠어?
눈을 빛내면서 적극 협조할 게 뻔히 보였다.
이 선택지의 문제점은 김도빈이 다른 멤버들 앞에서 설득한답시고 회귀 사실을 깠다가 나까지 김도빈과 싸잡혀 씹덕 취급을 받을 수 있다는 것.
귀신 들렸다는 것도 아니고 시간을 거슬러 돌아왔다는 건 정말로 김도빈만 생각해 낼 만한 이야기가 아닌가.
하지만 만약 내가 긍정했다가 큰 흐름이 바뀐다면?
이럴 때는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고, 내 추론보다 시스템의 답이 훨씬 정확하다. 나를 믿지 말고 시스템을 믿자.
도와줘요, 시스템!
시스템이 평소처럼 싸가지 없이 자음 하나 던지고 가지 않고 이렇게 정중하게 이야기를 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면 내 입으로 긍정하지만 않으면 되는 건가?’
어쨌건 김도빈이 한 번 의심을 시작한 이상, 의심을 지우는 방법은 그때랑 똑같이 개판 치는 것밖에 없지만 그렇게 한다면 초심도가 깎일 위험이 더 컸다.
그래, 일단은 저 녀석이 왜 내가 회귀했다고 저렇게 확신에 차서 묻고 있는지부터 알아내는 게 먼저다.
“훼기?”
“아니요, 그 회귀라고 시간을 거슬러 돌아왔다는 용어인데요. 돌 회 자에 돌아올 귀를 써서 회귀예요. 실패한 미래에서 되돌아온 경우라고 해야 하나. 네.”
모른 척하자 김도빈은 묻지도 않은 용어 설명을 시작했다.
“대체 그런 생각을 하게 된 이유가 뭐냐?”
“보통 빙의랑 회귀, 두 개가 있거든요? 사람 자체가 바뀐 줄 알았는데 형이랑 제일 오래 알고 지낸 하준이 형은 형한테서 이질감을 못 느꼈어요. 그러니까 형은 다른 영혼이 빙의한 게 아니라 이든이 형은 맞는데 미래에서 회귀한 거예요.”
“장난하냐?”
저딴 게 이유…? 진짜로 소 뒷걸음질 치다가 쥐 잡은 격 아니냐고.
내가 표정을 구기자 잠깐 흠칫한 김도빈이 와다다 말을 쏟아냈다.
“그것뿐만이 아니라도 갑자기 유하고 친근감 있게 변한 형의 태도와 성격, 벌써부터 던지는 후속 활동 떡밥, 를 후속곡으로 대놓고 미는 행동까지. 이건 대놓고 ‘나 회귀자다!’라고 말하는 꼴이잖아요.”
이 말 하면서 안경 올리려고 굳이 굳이 그 안경을 쓰고 온 거냐?
한 손가락으로 안경 추켜올리기까지 잊지 않고 해 준 김도빈은 자기 말이 맞지 않냐는 듯 의기양양한 얼굴로 나를 보고 있었다.
“도빈아.”
김도빈의 어깨에 턱, 양손을 얹고 진지하게 김도빈을 불렀다. 김도빈이 눈을 빛내며 고개를 격하게 끄덕였다.
“헛소리 다 했냐?”
본인의 상상과 내 대답이 매우 달랐던지 김도빈이 다시 눈을 열심히 굴려 댔다.
“네가 나를 훠궈인가 회귀인가 아무튼 그걸 해서 미래를 안다고 의심할 정도면 지금 내가 하는 일들이 꽤 신뢰가 간다는 소리잖냐? 자, 그러면 네가 나한테 협조를 해야겠냐, 안 해야겠냐.”
내가 선택한 전략은 선택지 3이었다.
후속곡 활동 회유 대란까지만 나를 회귀자인지 아닌지 아리송하게 두고 후속곡 활동이 확정되자마자 김도빈한테 인생의 쓴맛을 보여 줘서 그 믿음을 집어치우게 만든다.
어쨌든 내 입으로 긍정을 한 건 아니잖아?
내 몸에 타투 박힌 이후로 겁대가리가 사라진 김도빈이 아니라 아직은 나한테 공포심과 거리감이 있는 김도빈이라 다행이었다.
이 김도빈은 예전처럼 윽박 몇 번 질러 주면 다시 겁먹고 그 생각을 집어치울 거다.
“혹시 회귀 사실을 남한테 밝히면 안 되는 페널티라도 있으세요? 그렇다면 눈을 세 번 깜빡이고 헛기침을 세 번 내뱉어 주세요.”
“헛소리 좀 하지 말고, 인마! 협조할 거냐고 안 할 거냐고!”
아리송하게 두긴 개뿔. 김도빈은 쓸데없는 곳에서 예리했다. 제에발 레코딩할 때 음정과 감정을 이런 거 반만이라도 예리하게 잡아 줬으면 좋겠다.
결국 평소처럼 윽박 지르다가 사례가 다 들려서 기침을 내뱉자 김도빈이 쓸데없이 맑은 눈동자로 물었다.
“정확히 딱 세 번 기침하셨는데 방금 거 헛기침이에요, 기침이에요?”
결국 큰소리 때문에 잠에서 깬 견하준이 나랑 김도빈을 각자의 방으로 보내고 나서야 한숨 돌릴 수 있었다.
차라리 스폰 의혹이 양반이라고 생각하게 될 줄이야. 대체 어떻게 해야지 큰 흐름을 깨지 않으면서 김도빈의 회귀자 의혹을 종식할 수 있는 거지. 벌써부터 앞길이 캄캄했다.
* * *
“우리 차트인했어요!”
류재희의 한껏 들뜬 목소리를 들으며 습관처럼 차트를 확인했다.
큰 흐름의 시작이었던 차트인 성공으로 드디어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잠깐만, 이게 95위였나? 100위 아니었어? 완전 턱걸이했다고 좋아했던 거 같은데? 운이 너무 많이 적용돼서 그런가?
‘이거 흐름 바꾼 거 아니지? 나 다시 돌아갈 수 있지?’
시스템이 매우 친절하게 자음 하나를 던져 줬다. 덕분에 마음이 좀 놓였다.
그냥 이 자리에서 매니저 형에게 말하려다가 부담스러울 만큼 초롱초롱한 눈동자로 나를 보고 있는 김도빈을 의식해서 문자로 대신했다.
어리둥절한 얼굴로 내 문자를 보다가 대표님의 전화를 받으며 숙소를 나간 매니저 형한테 몇분 후에 답장이 도착했다.
해체까진 걱정 안 했다. 그래도 이상함을 느끼지 않고 이렇게라도 오해해 줘서 다행이었다.
좋아, 일단 두 시간은 벌었고.
그러면 이제 두 시간 내에 초심도를 유지하며 멤버들을 후속곡 활동에 동의하도록 설득해야 한다.
“다들 좀 모여 봐. 의논할 게 있으니까.”
이때쯤 우리가 회의를 했던가? 자칫하면 회의 횟수가 달라져서 큰 흐름이 바뀔 수 있으므로 레브 회의 유무는 중요했다.
언제 처음 했더라…? 회의를 한 것만 1,000회가 넘는데 1회를 기억할 수 있을 리가. 젠장, 기억력 이슈 무슨 일인데!
보다 못했는지 시스템이 친히 알려줬다. 사랑해요, 시스템. 너는 정말 최고의 시스템이야.
다음 앨범 타이틀곡이 제1회 레브 회의 주제인 걸 보니 지금 시점에서는 회의라는 걸 안 했군.
다섯 명이 좁디좁은 거실에 빙 둘러앉아 모이니 이 반지하 숙소가 얼마나 좁았는지 새삼 실감이 났다.
“자, 우리의 수록곡 가 타이틀곡인 를 제치고 차트인을 했다. 그러면 우리는 뭘 해야 하냐.”
번쩍 손을 든 김도빈이 당당하게 외쳤다.
“기뻐해야 해요!”
서예현이 양옆의 눈치를 보다가 소심하게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짝, 짝짝짝-
김도빈이 힘차게 그 뒤를 잇고, 류재희와 견하준도 얼떨결에 따라 치기 시작하며 갑자기 분위기가 축하 타임이 되었다.
그때는 우리끼리 싸우느라 기뻐하지도 못했는데. 감성에 젖어 있다가 이럴 때가 아니라는 걸 깨닫고 나라도 정신을 차렸다.
“다 기뻐했냐? 그럼 이제 우리 앞일 이야기를 하자.”
탕탕, 바닥을 가볍게 두어 번 두드리자 박수 소리가 멈췄다.
“수록곡이 차트인 한 시점에서 우리한테 주어진 선택지는 두 개다. 하나는 로 일주일 활동을 더 하는 거.”
손가락 하나를 펼쳐 들자 우리 중 제일 머리가 잘 돌아가는 류재희가 영 마음에 안 드는 선택지라는 듯이 콧잔등을 찡긋했다.
“다른 하나는 활동을 이번 주까지로 단축하고 일주일간 준비 시간을 가진 후에 로 후속곡 활동을 하는 거.”
물론 내가 할 일은 무조건 후자에 모두가 찬성하도록 만드는 거였다.
“먼저 후자, 후속곡 활동에 찬성하는 사람, 손.”
내가 말을 끝내자마자 쓱, 손을 들자 김도빈이 냉큼 따라 들었다. 그럴 줄 알았다.
견하준과 류재희도 그때처럼 후속곡 활동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는지 이쪽으로 의견을 보태 주고 있었다.
“그러면 예현이 형은 전자에 찬성?”
“잠깐만, 지금 고민 중이야.”
예상과 사뭇 다른 답이 돌아왔다. 나는 서예현이 강경 활동파일 줄로만 알았는데 퍽 의외였다.
“나도 내우주를 한 주 더 하는 것보다는 후속곡 활동이 나을 것 같긴 하거든. 그런데 지금 걱정되는 건, 새로운 안무를 내가 일주일 만에 익힐 수가 있냐는 거야.”
서예현이 깊은 한숨을 내쉬며 순순히 제 속을 털어놓았다.
“다들 알다시피 내가 내우주 안무를 익히는 데만 한 달이 넘게 걸렸잖아.”
데뷔 전은 너무 오래 전이라 기억이 흐릿했는데 그걸 한 달이나 걸려서 외웠어? 겨우 외웠다는 게 빈말이 아니라 진짜였구나. 과거의 서예현은 나름 큰 결심을 했던 거였다.
“이제 노래가 좀 뜨고 우리한테 조금이나마 관심이 올 중요한 시기인데 내가 계속 실수를 해서 무대 완성도를 떨어뜨리면 그게 더 우리 그룹에 악수로 다가올 것 같아서 그래.”
마른세수를 한 서예현이 시선을 떨궜다. 서예현의 진심을 이 상황에서 서예현의 입으로 직접 듣게 되자 기분이 묘했다.
나는 그저 뒤늦은 변명이라고, 속내는 내게 반박하고 싶어서인 게 분명하다고 생각했는데 정말로 서예현은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다는 게.
내가 생각보다 더 나랑 부딪히던 초반의 서예현을 색안경을 쓰고 보고 있었던 것 같아서.
“제가 도와드릴게요, 형. 후속곡 활동은 무조건 해야 해요. 설명하기는 힘든데 이건 진짜 무조건 해야만 해요!”
김도빈이 아주 적극적으로 나서서 서예현을 설득했다.
내가 회귀했다는 걸 저만큼이나 굳게 믿고 있는 것 같아서 속이 답답해졌다. 저 굳은 믿음을 대체 어떻게 무너뜨려야 하냐고.
깊은 한숨을 연거푸 내쉰 서예현이 입을 열었다.
“4대 1이면 다수결이니까… 어쩔 수 없지. 일주일 동안 최대한 최선을 다해 볼게.”
의견 모으기가 겨우 10분 만에 가능한 일이었다니.
아니, 그러면 진짜 그 모든 사달이 내가 멤버들 의견을 무시하고 그냥 혼자 정하고 통보를 해서였다고?
“아, 하나만 더. 윤이든이 나한테 막말 안 한다고 약속하면. 나는 또 꼭두각시 인형도 나보다 관절 잘 움직일 거라는급의 막말을 다시 들으면서 연습하고 싶지 않아.”
“막말 한 마디에 10만 원. 비싸다, 비싸. 10만 원.”
“얘 진짜 왜 이래! 저번 주부터 계속 이상해! 원래 이런 놈 아니었잖아!”
“이든이 형이 다 사정이 있어서 그래요! 너무 수상하게 보지 마세요!”
“얌마, 김도빈! 너는 나서지 좀 마, 인마! 네가 나를 더 수상하게 만들고 있어, 지금!”
그러면 이제 대표님 설득이라는 작은 산 하나만이 남았군.
참고로 1시간 50분이라는 시간은 작은 산을 넘기 위한 준비물을 만드는 데에 아주 충분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