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ự Trở Lại Của Một Thần Tượng Đã Mất Đi Lý Tưởng Ban Đầu RAW - C499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498화(498/509)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498화
감동적인 생일 이벤트란 무엇이냐.
토크 타임에 케이크가 등장하며 팬들과 나머지 멤버들이 입을 모아 장엄한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 주는 게 정석 아닌가.
생일의 당사자는 그걸 들으며 감동에 잠기고 말이다.
그런 정석 이벤트를 서예현에게 선사해 주기에는 너무 시시했다. 자고로 생일이면 생일 깜짝 카메라 정도는 해 줘야 하는 법.
하지만 콘서트에서 멤버들끼리 싸운 걸로 분위기 심각해진 깜짝 카메라는 불가능했다. 무대에서 싸운 티 내라고?
그리고 생일 당사자도 자기 생일을 까먹고 있으니 멤버들이 생일을 잊어버리고 챙겨 주지 않아서 속상한 깜짝 카메라도 불가능하다.
그래서 콘서트에서 맞이하는 생일이라는 걸 이용하여 깜짝 카메라를 준비했다.
류재희가 콘서트에서 서예현 생일 이벤트를 준비하자고 일주일 전부터 우리를 불러 모은 덕분에 준비할 시간은 충분했다. 서예현의 눈을 피해서 준비하느라 얼마나 마음 졸였는지 모른다.
처음부터 감동을 연출하는 것이었다면 다들 별 의욕 없이 준비를 했겠지만 서예현을 속이는 깜짝 카메라였기 때문에 다들 두 팔 걷어붙이고 적극적으로 임했다.
“이 조합이면 역시 일주일 안에 해 낼 줄 알았어여. 솔직히 이틀만 있어도 뚝딱 했을걸요.”
“예현이 형 반응 진짜 궁금하다. 꿈인 줄 알고 자기 뺨 때리는 거 아니야?”
“솔직히 저도 이런 악몽 한 번씩 꾸긴 했어요. 그런데 이건 진짜 현실에서 이루어지는 거라… 와, 예현이 형 식은땀 제대로 나겠는데요.”
물론 준비 과정이 조금 힘들긴 했지만 깜짝 카메라에 당하는 서예현의 얼굴을 상상하면 절로 힘이 났다.
리허설 때도 김도빈이 서예현의 시선을 잡아끄는 틈을 타서 FOH로 가 Inst와 vcr 등을 한 번 더 꼼꼼하게 체크했다.
그리고 드디어 시작된 올해 투어의 마지막 콘서트.
무대는 우리가 계속 연습하고 공연해 왔던 셋리스트 순서 그대로 평탄하게 쭉쭉 이어지고 있었다.
“오늘 예현이 형 무대에서 거의 날아다니는데요? 무슨 좋은 일 있으세요?”
“마지막이니까 최선을 다해야죠. 아니, 잠깐만. 왜 은퇴 선언하는 거 같지? 이번 투어 콘서트 마지막이라는 소리예요!”
짧은 토크 타임과 솔로곡, 그리고 듀엣곡 무대를 모두 무사히 마치고 다시 단체 무대가 이어졌다.
와 를 차례로 부르고 를 부를 순서였다.
하지만 흘러나오는 멜로디는 의 멜로디가 아니었다.
누가 봐도 음향 사고인 상황. 서예현이 당황한 낯빛으로 우리를 돌아보았지만 견하준이 천연덕스럽게 그 낯선 곡의 도입부를 부르자 그렇지 않아도 큰 눈이 더욱 크게 뜨였다.
마이크를 든 손으로 견하준을 가리키며 ‘뭐야?’, ‘뭔데?’, ‘왜 이래?’ 등의 말을 입 모양으로 필사적으로 전했지만 류재희가 화음을 넣기 시작하자 견하준의 돌발 행동이 아님을 깨닫고 표정이 더욱 아연해졌다.
우리가 곡에 맞추어 안무까지 시작하자 서예현은 거의 정신을 놓은 얼굴이었다.
어떻게든 엉거주춤하게나마 따라 추려 해 보는 것 같지만 처음 보는 안무를 첫눈에 바로 따면 그게 김도빈이지 서예현이겠는가.
눈동자가 미친 듯이 흔들리던 서예현은 이제는 약하게 자기 뺨까지 두드려 대고 있었다. 꿈인지 현실인지 체크하는 모양이다.
삼인성호(三人成虎)라고, 옛말 틀린 거 하나 없다. 네 사람이 작정하고 속이면 원래 없던 곡인지 알면서도 긴가민가하지 않는가.
[눈에 선해 당황해할 너의 얼굴
그 얼굴 한 번 보려고 열심히 준비했어]
상상만 했던 반응을 고스란히 구현해 주고 있는 서예현을 보며 얼굴 한가득 미소를 띤 류재희가 열창했다.
[이건 단 한 사람만을 위한 생일 노래
한 시간 만에 쓴 거니까 너무 감동은 하지 말고]
내 랩 파트를 듣고 나서야 서예현은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지를 깨달은 듯 이마를 짚었다.
그랬다.
우리가 짠 서예현 생일 깜짝 카메라는 바로 내가 작곡한 서예현의 생일 축하 노래를 콘서트에서 셋리스트 순서 곡 대신 부르는 거였다.
‘마치 원래 있던 곡처럼 뻔뻔하게’ 부르는 게 포인트였다.
안무 짜는 건 당연히 김도빈이 맡았다.
이제 서예현도 대충 상황 파악을 마쳤으니 넓은 대형 안무를 그만두고 생일 주인공 주변으로 자연스레 몰려들었다.
[생일 축하합니다 싸랑하는 예현이 형
이든이 형이 자꾸 ‘친애하는’으로 쓰려고 해서 ‘싸랑하는’으로 타협했어요
우리의 프라이드 우리의 얼굴 레브의 자랑스러운 맏형
생일 축하합니다]
마지막 소절은 네 명이 다 같이 불렀다. 견하준 목소리가 유독 작게 들리는 건 기분 탓일 것이다. 하긴, 견하준은 작사 단계에서부터 이 파트 가사를 별로 마음에 들어 하지 않긴 했다.
노래를 마치자마자 색색의 콘페티와 폭죽이 터져 나오며 서예현의 생일을 축하했다.
주문 제작한 3단 케이크도 수레에 실어져 등장했다.
이번에는 팬들의 이벤트 차례였다. 공연장 객석을 가득 메운 [HAPPY 예현 DAY♥] 슬로건과 함께 생일 축하 노래 떼창이 이어졌다.
팬들 목소리를 묻히게 하기 싫어서 우리는 마지막 소절만 따라 불렀다.
서예현은 우리의 깜짝 카메라 이벤트를 눈치챘을 때는 이마 짚다가 발 굴려 대더니 데이드림의 깜짝 이벤트에는 눈물을 글썽이고 있었다.
“이렇게 많은 분들이 축하해 주셔서… 정말로 평생 잊지 못할 생일이 될 것 같아요.”
눈물을 훔치며 서예현이 마이크에 대고 목멘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멤버들이 준비한 이벤트도… 아니, 오늘 생일인 걸 아침에 부모님이 보내주신 생일 축하 문자를 받고 알았거든요. 그런데 멤버들이 아무도 제 생일 축하를 안 하는 거예요. 그래서 아, 얘네 콘서트에서 이벤트 해 주려고 그러는가 보다, 예상했는데 이런 이벤트일 줄은…”
“원하신다면 우리가 부른 생일 축하 노래 정식 발매하고 따박 따박 들어오는 저작권료를 평생 생일 선물로 드리겠습니다, 형님. 콜?”
평소의 서예현이었다면 단호하게 거절했을 테지만 자기가 들어도 노래가 좋긴 좋았는지 바로 대답하지 못하고 망설였다.
“마지막 소절 가사만 바꿔서 생일 노래라는 걸 가리고 발매하는 건 안 될까…?”
“아니, 이건 생일 노래라서 의미가 있는 건데 그걸 가리고 발매하는 게 말이 돼? 데이드림, 안 그래요?”
네에-!
관객석에서 들려오는 우렁찬 긍정의 대답에 결국 서예현이 팔을 들어 올려 X 자를 만들어 보였다.
객석에서 다시 들려오는 아쉬움의 탄성에 무대 위에 선 다섯 명이 동시에 웃음을 터트렸다.
***
허니혀니 @yhhoneydream
태어나줘서 고마워
우리에게 와 줘서 정말 고마워
(케이크_커팅_예현.jpg) (팬이_던져준_생일_모자쓴_예현.jpg)
(팬_이벤트_보는_예현.jpg) (멤버들에게_생일축하_받는_예현.jpg)
#happy_birthday_예현
#세상에서_제일_빛나는_별_서예현
#HAPPY_예현_DAY♥
공유 5912 인용 115 마음에 들어요 10.7k
***
드디어 올해의 투어가 끝났다.
물론 2월까지 연말 시상식을 비롯한 연말, 연초 행사들이 줄줄이 있었지만 그래도 일단 큰 산 하나는 넘은 샘 아닌가.
[필수 조건- 3만 명의 팬들을 실망시킨 당신, 3천만 명의 팬들을 기쁘게 만들어라! (10,000,000/30,000,000)]
정말 오랫동안 확인 안 했던 필수 퀘스트 상태창이 눈앞에 떴다.
어차피 맨날 들여다보고 있다고 이 수치가 높아지는 건 아니었으므로 그냥 방치해 놓고 한 10주년에나 기념으로 한 번 열어 보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알아서 보여 주는구나. 아주 고오맙다.
그래도 3분의 1을 채운 숫자를 보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아직도 2천만 명이나 남았긴 하지만 1천만 명도 아득했던 과거에 비하면 훨씬 나았다.
하긴, 뮤직비디오가 1억 뷰를 찍었다고 하면 그 시청자 중 1,000분의 1이 우리 팬이 되었다고 해도 10만 명이다.
올라가는 숫자 추이만 본다면 공연장에서 팬들을 만나는 게 아니라 그냥 우리 팬이 된 사람들이 카운트되는 모양이다. 아주 다행히 탈덕해도 깎이지는 않는 것 같고.
우리 곡을 듣고 우리가 나온 영상 보는 걸로 카운트됐으면 진작 3천만 명 채우고 끝났을 텐데 이 카운트 조건이 좀 아쉬울 따름이긴 했다.
그래도 늙어서 노인정에서까지 랩 안 해도 될 각이 보여서 참으로 다행이었다.
평생 퀘스트로 죽기 직전까지 짊어지고 가야 할 줄. 저 무한 회귀 페널티를 이용해서 영생을 사는 생각도 해 봤는데 영생을 살기 전에 사람이 차연호처럼 될 것 같아서 때려치웠다.
참고로 차연호처럼 된다는 말은 맛이 갔다는 소리다.
“그러고 보니까 일주일 뒤가 크리스마스네. 이렇게 또 한 해가 가는구나.”
“그러게요. 제가 한 달 후면 스물두 살이라니.”류재희의 중얼거림에 다들 입을 떡 벌린 채로 막내를 돌아보았다.
“뭐라고? 막내가 스물두 살이라고?”
분명히 열일곱 살이었는데 언제 맏형인 서예현의 데뷔 당시 나이도 넘은 거지? 같은 시간을 두 번 반복하고 있는데도 시간 참 빨랐다.
내가 점점 내 마지막 기억인 스물여덟 살의 나이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걸 자각하니 기분이 묘했다.
물론 서른한 살까지 살았다지만 내게 제일 선명한 기억은 스물여덟 살 때까지의 기억이었으니.
세월의 무상함을 떠들다가 또 크리스마스로 화제가 돌아갔다.
“그러고 보니까 형은 크리스마스랑 생일 선물 따로 받았어요? 저 어렸을 때 친구가 형처럼 크리스마스랑 생일 딱 일주일 차이였는데 걔는 맨날 그거 합쳐서 받았거든요.”
“아니. 그래서 어렸을 때는 좋았지. 생일 선물이랑 크리스마스 선물을 일주일 간격으로 받을 수 있었거든.”
김도빈과 서예현의 질답에 류재희가 참으로 신기한 소리를 들었다는 듯이 말했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진짜 받았어요? 와… 저는 교회도 안 다니면서 무슨 크리스마스냐고 어렸을 때 선물 받은 적이 한 번도 없었거든요. 그래서 그때, 마이돌 관찰카메라 찍을 때 마니또였나? 그걸로 크리스마스 선물 받은 게 마지막이었어요.”
시발, 그놈의 5만 원 리미트. 그때 선물인 피어싱 귀걸이는 류재희의 성의 때문에 불편하지만 아직도 한 번씩 차고 다니는 중이었다.
음이온 팔찌랑 스냅백은… 지금 이 숙소까지 따라왔긴 하다. 나름 아낀다는 증거였다. 비록 쓰고 다닌 적은 한 번도 없지만.
“그때 소원이 크리스마스 때 집에 딱 트리 있는 거였는데 지금은 숙소라서 아직까지 제 로망은 실천을 못 하고 있네요.”
류재희가 말할수록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우리가 형들이 돼서 그런 것도 못 챙겨 주고. 물론 다 같이 바쁘긴 했다만.
그렇지 않아도 바빠서 우리끼리 크리스마스 챙긴 지 좀 됐긴 하지.
“오랜만에 크리스마스나 제대로 보내자.”
“저희 크리스마스 뮤직대전 대기실에서 보내야 하는데요.”
“아, 맞다.”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498화(498/509)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498화
감동적인 생일 이벤트란 무엇이냐.
토크 타임에 케이크가 등장하며 팬들과 나머지 멤버들이 입을 모아 장엄한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 주는 게 정석 아닌가.
생일의 당사자는 그걸 들으며 감동에 잠기고 말이다.
그런 정석 이벤트를 서예현에게 선사해 주기에는 너무 시시했다. 자고로 생일이면 생일 깜짝 카메라 정도는 해 줘야 하는 법.
하지만 콘서트에서 멤버들끼리 싸운 걸로 분위기 심각해진 깜짝 카메라는 불가능했다. 무대에서 싸운 티 내라고?
그리고 생일 당사자도 자기 생일을 까먹고 있으니 멤버들이 생일을 잊어버리고 챙겨 주지 않아서 속상한 깜짝 카메라도 불가능하다.
그래서 콘서트에서 맞이하는 생일이라는 걸 이용하여 깜짝 카메라를 준비했다.
류재희가 콘서트에서 서예현 생일 이벤트를 준비하자고 일주일 전부터 우리를 불러 모은 덕분에 준비할 시간은 충분했다. 서예현의 눈을 피해서 준비하느라 얼마나 마음 졸였는지 모른다.
처음부터 감동을 연출하는 것이었다면 다들 별 의욕 없이 준비를 했겠지만 서예현을 속이는 깜짝 카메라였기 때문에 다들 두 팔 걷어붙이고 적극적으로 임했다.
“이 조합이면 역시 일주일 안에 해 낼 줄 알았어여. 솔직히 이틀만 있어도 뚝딱 했을걸요.”
“예현이 형 반응 진짜 궁금하다. 꿈인 줄 알고 자기 뺨 때리는 거 아니야?”
“솔직히 저도 이런 악몽 한 번씩 꾸긴 했어요. 그런데 이건 진짜 현실에서 이루어지는 거라… 와, 예현이 형 식은땀 제대로 나겠는데요.”
물론 준비 과정이 조금 힘들긴 했지만 깜짝 카메라에 당하는 서예현의 얼굴을 상상하면 절로 힘이 났다.
리허설 때도 김도빈이 서예현의 시선을 잡아끄는 틈을 타서 FOH로 가 Inst와 vcr 등을 한 번 더 꼼꼼하게 체크했다.
그리고 드디어 시작된 올해 투어의 마지막 콘서트.
무대는 우리가 계속 연습하고 공연해 왔던 셋리스트 순서 그대로 평탄하게 쭉쭉 이어지고 있었다.
“오늘 예현이 형 무대에서 거의 날아다니는데요? 무슨 좋은 일 있으세요?”
“마지막이니까 최선을 다해야죠. 아니, 잠깐만. 왜 은퇴 선언하는 거 같지? 이번 투어 콘서트 마지막이라는 소리예요!”
짧은 토크 타임과 솔로곡, 그리고 듀엣곡 무대를 모두 무사히 마치고 다시 단체 무대가 이어졌다.
와 를 차례로 부르고 를 부를 순서였다.
하지만 흘러나오는 멜로디는 의 멜로디가 아니었다.
누가 봐도 음향 사고인 상황. 서예현이 당황한 낯빛으로 우리를 돌아보았지만 견하준이 천연덕스럽게 그 낯선 곡의 도입부를 부르자 그렇지 않아도 큰 눈이 더욱 크게 뜨였다.
마이크를 든 손으로 견하준을 가리키며 ‘뭐야?’, ‘뭔데?’, ‘왜 이래?’ 등의 말을 입 모양으로 필사적으로 전했지만 류재희가 화음을 넣기 시작하자 견하준의 돌발 행동이 아님을 깨닫고 표정이 더욱 아연해졌다.
우리가 곡에 맞추어 안무까지 시작하자 서예현은 거의 정신을 놓은 얼굴이었다.
어떻게든 엉거주춤하게나마 따라 추려 해 보는 것 같지만 처음 보는 안무를 첫눈에 바로 따면 그게 김도빈이지 서예현이겠는가.
눈동자가 미친 듯이 흔들리던 서예현은 이제는 약하게 자기 뺨까지 두드려 대고 있었다. 꿈인지 현실인지 체크하는 모양이다.
삼인성호(三人成虎)라고, 옛말 틀린 거 하나 없다. 네 사람이 작정하고 속이면 원래 없던 곡인지 알면서도 긴가민가하지 않는가.
그 얼굴 한 번 보려고 열심히 준비했어]
상상만 했던 반응을 고스란히 구현해 주고 있는 서예현을 보며 얼굴 한가득 미소를 띤 류재희가 열창했다.
한 시간 만에 쓴 거니까 너무 감동은 하지 말고]
내 랩 파트를 듣고 나서야 서예현은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지를 깨달은 듯 이마를 짚었다.
그랬다.
우리가 짠 서예현 생일 깜짝 카메라는 바로 내가 작곡한 서예현의 생일 축하 노래를 콘서트에서 셋리스트 순서 곡 대신 부르는 거였다.
‘마치 원래 있던 곡처럼 뻔뻔하게’ 부르는 게 포인트였다.
안무 짜는 건 당연히 김도빈이 맡았다.
이제 서예현도 대충 상황 파악을 마쳤으니 넓은 대형 안무를 그만두고 생일 주인공 주변으로 자연스레 몰려들었다.
이든이 형이 자꾸 ‘친애하는’으로 쓰려고 해서 ‘싸랑하는’으로 타협했어요
우리의 프라이드 우리의 얼굴 레브의 자랑스러운 맏형
생일 축하합니다]
마지막 소절은 네 명이 다 같이 불렀다. 견하준 목소리가 유독 작게 들리는 건 기분 탓일 것이다. 하긴, 견하준은 작사 단계에서부터 이 파트 가사를 별로 마음에 들어 하지 않긴 했다.
노래를 마치자마자 색색의 콘페티와 폭죽이 터져 나오며 서예현의 생일을 축하했다.
주문 제작한 3단 케이크도 수레에 실어져 등장했다.
이번에는 팬들의 이벤트 차례였다. 공연장 객석을 가득 메운 [HAPPY 예현 DAY♥] 슬로건과 함께 생일 축하 노래 떼창이 이어졌다.
팬들 목소리를 묻히게 하기 싫어서 우리는 마지막 소절만 따라 불렀다.
서예현은 우리의 깜짝 카메라 이벤트를 눈치챘을 때는 이마 짚다가 발 굴려 대더니 데이드림의 깜짝 이벤트에는 눈물을 글썽이고 있었다.
“이렇게 많은 분들이 축하해 주셔서… 정말로 평생 잊지 못할 생일이 될 것 같아요.”
눈물을 훔치며 서예현이 마이크에 대고 목멘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멤버들이 준비한 이벤트도… 아니, 오늘 생일인 걸 아침에 부모님이 보내주신 생일 축하 문자를 받고 알았거든요. 그런데 멤버들이 아무도 제 생일 축하를 안 하는 거예요. 그래서 아, 얘네 콘서트에서 이벤트 해 주려고 그러는가 보다, 예상했는데 이런 이벤트일 줄은…”
“원하신다면 우리가 부른 생일 축하 노래 정식 발매하고 따박 따박 들어오는 저작권료를 평생 생일 선물로 드리겠습니다, 형님. 콜?”
평소의 서예현이었다면 단호하게 거절했을 테지만 자기가 들어도 노래가 좋긴 좋았는지 바로 대답하지 못하고 망설였다.
“마지막 소절 가사만 바꿔서 생일 노래라는 걸 가리고 발매하는 건 안 될까…?”
“아니, 이건 생일 노래라서 의미가 있는 건데 그걸 가리고 발매하는 게 말이 돼? 데이드림, 안 그래요?”
네에-!
관객석에서 들려오는 우렁찬 긍정의 대답에 결국 서예현이 팔을 들어 올려 X 자를 만들어 보였다.
객석에서 다시 들려오는 아쉬움의 탄성에 무대 위에 선 다섯 명이 동시에 웃음을 터트렸다.
***
허니혀니 @yhhoneydream
태어나줘서 고마워
우리에게 와 줘서 정말 고마워
(케이크_커팅_예현.jpg) (팬이_던져준_생일_모자쓴_예현.jpg)
(팬_이벤트_보는_예현.jpg) (멤버들에게_생일축하_받는_예현.jpg)
#happy_birthday_예현
#세상에서_제일_빛나는_별_서예현
#HAPPY_예현_DAY♥
공유 5912 인용 115 마음에 들어요 10.7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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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올해의 투어가 끝났다.
물론 2월까지 연말 시상식을 비롯한 연말, 연초 행사들이 줄줄이 있었지만 그래도 일단 큰 산 하나는 넘은 샘 아닌가.
정말 오랫동안 확인 안 했던 필수 퀘스트 상태창이 눈앞에 떴다.
어차피 맨날 들여다보고 있다고 이 수치가 높아지는 건 아니었으므로 그냥 방치해 놓고 한 10주년에나 기념으로 한 번 열어 보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알아서 보여 주는구나. 아주 고오맙다.
그래도 3분의 1을 채운 숫자를 보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아직도 2천만 명이나 남았긴 하지만 1천만 명도 아득했던 과거에 비하면 훨씬 나았다.
하긴, 뮤직비디오가 1억 뷰를 찍었다고 하면 그 시청자 중 1,000분의 1이 우리 팬이 되었다고 해도 10만 명이다.
올라가는 숫자 추이만 본다면 공연장에서 팬들을 만나는 게 아니라 그냥 우리 팬이 된 사람들이 카운트되는 모양이다. 아주 다행히 탈덕해도 깎이지는 않는 것 같고.
우리 곡을 듣고 우리가 나온 영상 보는 걸로 카운트됐으면 진작 3천만 명 채우고 끝났을 텐데 이 카운트 조건이 좀 아쉬울 따름이긴 했다.
그래도 늙어서 노인정에서까지 랩 안 해도 될 각이 보여서 참으로 다행이었다.
평생 퀘스트로 죽기 직전까지 짊어지고 가야 할 줄. 저 무한 회귀 페널티를 이용해서 영생을 사는 생각도 해 봤는데 영생을 살기 전에 사람이 차연호처럼 될 것 같아서 때려치웠다.
참고로 차연호처럼 된다는 말은 맛이 갔다는 소리다.
“그러고 보니까 일주일 뒤가 크리스마스네. 이렇게 또 한 해가 가는구나.”
“그러게요. 제가 한 달 후면 스물두 살이라니.”류재희의 중얼거림에 다들 입을 떡 벌린 채로 막내를 돌아보았다.
“뭐라고? 막내가 스물두 살이라고?”
분명히 열일곱 살이었는데 언제 맏형인 서예현의 데뷔 당시 나이도 넘은 거지? 같은 시간을 두 번 반복하고 있는데도 시간 참 빨랐다.
내가 점점 내 마지막 기억인 스물여덟 살의 나이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걸 자각하니 기분이 묘했다.
물론 서른한 살까지 살았다지만 내게 제일 선명한 기억은 스물여덟 살 때까지의 기억이었으니.
세월의 무상함을 떠들다가 또 크리스마스로 화제가 돌아갔다.
“그러고 보니까 형은 크리스마스랑 생일 선물 따로 받았어요? 저 어렸을 때 친구가 형처럼 크리스마스랑 생일 딱 일주일 차이였는데 걔는 맨날 그거 합쳐서 받았거든요.”
“아니. 그래서 어렸을 때는 좋았지. 생일 선물이랑 크리스마스 선물을 일주일 간격으로 받을 수 있었거든.”
김도빈과 서예현의 질답에 류재희가 참으로 신기한 소리를 들었다는 듯이 말했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진짜 받았어요? 와… 저는 교회도 안 다니면서 무슨 크리스마스냐고 어렸을 때 선물 받은 적이 한 번도 없었거든요. 그래서 그때, 마이돌 관찰카메라 찍을 때 마니또였나? 그걸로 크리스마스 선물 받은 게 마지막이었어요.”
시발, 그놈의 5만 원 리미트. 그때 선물인 피어싱 귀걸이는 류재희의 성의 때문에 불편하지만 아직도 한 번씩 차고 다니는 중이었다.
음이온 팔찌랑 스냅백은… 지금 이 숙소까지 따라왔긴 하다. 나름 아낀다는 증거였다. 비록 쓰고 다닌 적은 한 번도 없지만.
“그때 소원이 크리스마스 때 집에 딱 트리 있는 거였는데 지금은 숙소라서 아직까지 제 로망은 실천을 못 하고 있네요.”
류재희가 말할수록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우리가 형들이 돼서 그런 것도 못 챙겨 주고. 물론 다 같이 바쁘긴 했다만.
그렇지 않아도 바빠서 우리끼리 크리스마스 챙긴 지 좀 됐긴 하지.
“오랜만에 크리스마스나 제대로 보내자.”
“저희 크리스마스 뮤직대전 대기실에서 보내야 하는데요.”
“아,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