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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ự Trở Lại Của Một Thần Tượng Đã Mất Đi Lý Tưởng Ban Đầu RAW - C4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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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489화(489/509)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489화
“자, 저기 앞에 분홍색 별들이 보이시죠? 이곳이 바로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입니다.”
분홍색 별들이 박힌 앞쪽의 도보를 가리킨 MC가 매끄럽게 진행을 이끌어 나갔다.
“그러면 미션을 발표하겠습니다.”
내일 일정의 운명을 건 미션이라고 하니 양 팀에 긴장감이 맴돌았다.
“어제 제가 한국이랑 외국 인생 영화를 아침까지 적어 오라고 숙제를 내 드렸죠. 본인 팀에서 나온 인생 영화. 배우도 좋고, 감독도 좋습니다. 여기 명예의 거리에서 이름을 찾아서 찍어 오시면 됩니다. 단, 동명이인은 불가능합니다.”
한국인 배우 몇 명이 할리우드 거리에 손도장이랑 이름을 올렸다고 뉴스에 떴긴 한데 그 배우가 나온 영화를 우리 멤버들이 적었으려나?
“영화 열 개 중에 하나만 골라서 찍어 오셔도 됩니다. 갯수는 결과에 상관없습니다. 무조건 하나 이상만! 미션을 ‘먼저’ 성공하는 팀이 승자 팀이 됩니다.”
이번 미션은 미션 내용을 미리 알고 있었던 MC를 제외하고 진행되었다. 팀원 수도 5대 5로 딱 맞아떨어져서 공정한 경쟁이 될 수 있었다.
“잠깐만요, 이의 있습니다. 온전히 양심에만 맡기시는 겁니까? 만약에 익숙한 배우 이름을 바로 발견하고 인생 영화를 바꿔서 우기면 어떡합니까?”
“성수 씨, 제가 왜 굳이 적어 오라고 했겠습니까. 다 거기까지 내다보고 제가 시킨 겁니다.”
갸륵한 표정을 지은 MC가 김도빈과 개그맨한테 각각 코팅을 마친 종이를 전달했다.
어쩐지 종이 한 장에 다 써 오라고 하더라.
“자, 그럼 지금부터 미션 시작!”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에 두 팀이 재빠르게 흩어졌다.
“일단 팀별로 하나만 찍으면 된다고 했으니까 여기 중에서 골라 보죠.”
발뺌도 못하게 딱 박제된 우리의 해외 인생 영화 목록을 김도빈한테서 받아 들었다.
서예현의 필체로 멋들어지게 쓴 영화 제목이 제일 위에 보였다. 서예현이 슬그머니 시선을 내리며 변명하듯 중얼거렸다.
“해외 영화 쓰라니까 막상 이것밖에 생각이 안 나더라.”
미국 유명 코믹스의 로봇 수트 입은 재벌이 날아다니며 빔 쏘는 히어로 영화였다.
반지 찾으러 여정 떠나는 영화를 쓰려고도 해 봤지만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봤을 때 딱히 재미있게 본 건 아니라서 차마 적지는 못했단다.
그 말을 하는 서예현의 얼굴은 매우 멋쩍어 보였지만 검색해 보자마자 위치가 어디 있는지까지 알려주는 블로그와 리뷰가 주르륵 나오자 서예현은 거의 개국공신 취급을 받았다.본인이 적은 영화가 미션에 큰 기여를 하는 걸 알게 되자마자 슬며시 의기양양해지는 얼굴이 좀 웃겼다.
일단 서예현 차례에서 게임이 끝난 것 같긴 했지만 그래도 방송인지라 멤버들의 인생 영화 언급은 계속해서 이어나갔다.
견하준이 적은 인생 영화는 나름 영화를 꽤 본다고 자부하는 나도 처음 들어 보는 영화였다.
“이거 독립 영환데. 그리고 미국 영화도 아니고… 아마 내 거는 이번 미션 수행에 도움이 안 될 거야.”
견하준은 방송보다 본인의 신념을 택했다.
영화 감상이 취미인 견하준의 영화 취향은 꽤 확고하고 마이너틱했다. 나도 한 마이너 했지만 우리의 마이너 뜻은 결이 달랐다.
이쪽은 굉장히 심오하고 철학적인 미장센을 선호했기에 스토리보다는 그저 겉으로만 보이는 미감을 중요시하는 나랑은 취향이 더럽게 안 겹쳤다.
어쩌다가 하나씩 겹치는 정도? 둘 다 잡은 경우는 손에 꼽히니까.
“다음으로 이든이 형 인생 영화는… 이거 뭐예요?”
뭐긴 뭐야. 내 인생작이지.
나도 견하준과 같은 선택을 했다.
미션을 쉽게 갈 생각 따위는 버리고 내 신념에 따라 적은 영화였다. 미국 유명 래퍼가 본인의 일대기를 모티브로 만들어 직접 주연으로 출연한 영화.
내가 사랑하는 색감 좋고 연출 좋고 미감 좋은 영화들도 많았지만 그런 요소들이 하나도 없는데도 구매 소장까지 하게 만들고 계속 재탕하게 만드는 게 바로 인생 영화 아닐까.
특히 그 랩배틀은 아직도 심심할 때마다 재탕하는 명장면이었다.
“할리우드 영화야?”
“어, 할리우드 영화는 맞아.”
“형, 그러면 여기에 누구 나와요? 주연 배우 누구예요?”
내가 당당하게 그 래퍼의 이름을 내뱉자 더 물을 것도, 검색할 것도 없이 빠르게 바로 다음 순서로 패싱되었다.
그다음, 김도빈의 인생 영화는 바로…
“어쩐지 매년 크리스마스마다 챙겨 보더라.”
“제 나름의 연례행사인데요. 이거 안 보면 그해 크리스마스를 그냥 넘긴 거 같아요.”
크리스마스에 혼자 집에 있다가 집을 트랩 하우스로 개조해서 도둑 2인조 잡는 영화였다. 야무지게 몇 번째 시리즈인지까지 적어 놨다.
“그런데 왜 1편도 아니고 2편이냐?”
“2편이 더 재미있으니까요. 그리고 호텔 룸서비스 간식 먹는 장면이 진짜 기가 막혀요. 그렇게 해 보는 게 한때 제 꿈이자 로망이었잖아요. 예현이 형이 없으면 오늘 당장도 이룰 수 있는 소망이긴 한데…”
“뭐라고, 도빈아?”
정말 김도빈다운 이유였다.
마지막으로 류재희의 인생 영화는 가장 유명한 마법 학교 판타지 소설을 영화화한 바로 그 영화였다.
“이게 제일 재미있었어요. 맨날 명절이나 크리스마스에 특선 영화로 틀어 주기도 했고.”
류재희도 꼼꼼하게 1편의 제목을 풀로 써 놓았다.
검색해 보니까 여기도 사람들이 많이 찾는 스팟에, 서예현의 인생 영화와 같이 주연 배우들이 다 같이 모여서 찍은 손도장이 있다더라.
더 먼저 발견하는 것을 찾아서 찍으면 되니 우리한테 있어서 나쁠 것은 없었다.
“이래서 취향이 대중적이어야 하는가 봐.”
견하준이 짧은 한숨을 내쉬며 한탄했다.
사람이 많이 모인 곳에서 서예현의 인생 영화 주연 배우의 이름과 손도장을 발견하고 그것을 찍어서 돌아가던 중.
“형들, 잠깐만요.”
류재희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우리를 멈춰 세웠다.
“함정이 하나 있는 것 같아요.”
류재희가 진지한 얼굴로 손가락 하나를 들어 올렸다.
“뭔데?”
“명예의 거리와 극장 앞 손도장은 달라요. 분명 미션 조건은 ‘명예의 거리’라고 했어요. 그러니까 이 명예의 거리에 나온 배우나 감독을 찾아야 해요.”
우리 막내가 5인분의 두뇌 외주를 맡다 보니까 두뇌 작동이 좀 늦었던 모양이다. 그래도 뒤늦게라도 작동해서 다행이었다.
“그러네? 트트블 고정 페널인 내가 이거 하나를 못 집어내다니…!”
김도빈이 충걱 먹은 얼굴로 머리를 감싸안았다.
“얌마, 너는 트트블 짬밥이 얼만데 그걸 막내보다도 늦게 알아채! 아니다, 너 무인도에서 하는 꼬라지 보니까 그럴 것 같았다.”
애초에 무인도에서 하는 꼴을 본 이후라 김도빈한테는 아무런 기대가 없었기에 딱히 성질도 나지 않았다.
“잠깐만, 만약 우리 중 한 명도 여기 명예의 거리에 있는 배우나 감독이 나온 영화를 안 썼으면….”
“그러면 우리는 뭘 해 보지도 못하고 겸허히 패배를 받아들여야만 하겠죠. 그것이 바로 트러블 트레블이니까요.”
빠르게 검색을 시작했다. 일단 서예현과 류재희의 인생 영화 배우와 감독은 저 목록에 없었다.
견하준의 인생 영화는 당연히 패스요, 내 인생 영화도 있을 리가 없었다.
그렇지만…
“있어! 도빈이 인생 영화 주연 배우가 명예의 거리에 있어!”
김도빈은 또 의외의 곳에서 본인의 행운력을 터트렸다. 주연 배우가 당당하게 명예의 거리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야, 이름 찾는 거에도 행운력 한 번 더 발휘해 봐! 아무 데나 가 봐! 빨리, 빨리!”
하지만 이름 찾는 것도 일이었다.
분명히 머슬 비치까지는 오랜만에 상체 조져서 힐링이었는데. 우리랑 마찬가지로 찾고 있어야 할 팀이 보이지 않아서 더욱 불안감이 증폭되었다.
우리처럼 손도장을 찍어 갔을 확률도 배제할 수는 없겠지만, 만약 먼저 성공했다면 끝이지, 뭐.
“얘들아, 사진 찍었어! 가자!”
견하준이 그 배우의 이름을 발견하여 사진을 찍고 알리자마자 우리는 MC를 향해 힘껏 달렸다.
먼저 도착해 있는 팀을 보자 패배를 직감했다.
“아, 아쉽게도 한발 늦었습니다, 레브 팀. 이번 미션의 우승은 팀!”
패배를 깔끔하게 인정하고 박수를 쳤다.
“여기 일정에는 놀이공원이라고 적혀 있는데 우리는 100% 못 갈 거 같거든? 극한의 상황이 뭘까. 스카이다이빙? 패러글라이딩? 번지점프?”
“뭔가 셋 다 이든이 형이 잘할 것 같아요.”
“은근슬쩍 나한테 떠넘기려고. 네가 뛰어, 인마.”
호텔로 돌아가서도 우리는 내일 일정을 어떻게든 유추해 보려 노력했다. 하지만 딱히 생각나는 것은 없었다.
그리고 다음 날.
“오늘 일정은 바로바로… 놀이공원입니다!”
“저희도 놀이공원 가요?”
얼떨떨한 물음에 MC가 인자하게 웃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두 팀 모두 오늘 일정과 미션은 놀이공원에서 진행됩니다.”
우리의 예측과 다른 전개에 멤버들끼리 서로 시선을 교환했다.
“어제 미션에서 우승한 팀은 이 차에 탑승하세요.”
잔뜩 들뜬 걸음으로 팀이 배정된 버스에 탔다.
“그리고 어제 미션에서 패배한 레브 팀은 이 차를 탑승하시면 됩니다.”
메인 PD인 정 PD가 우리한테 배정된 버스에 탑승하는 걸 보니까 미션이 호락호락하지 않으리란 게 아주 잘 예상되었다.
버스가 한참을 달리고 달리던 중, 정 PD가 우리에게 질문을 던졌다.
“여러분, LA, 혹은 LA 근교에 혹시 무슨 놀이동산이 있는지 아시나요?”
“디즈니랜드요!”
“유니버설 스튜디오?”
“네, 맞습니다. 이 두 곳이 제일 유명하죠. 제일 많은 관광객들이 가는 곳이기도 하고요.”
“트트블 팀은 어디로 갔어요?”
“트트블 팀은 지금 유니버설 스튜디오로 향하고 있습니다.”
“헐, 그러면 우리는… 디즈니랜드?”
“극한 상황이라며. 디즈니랜드에서 극한 상황을 겪을 일이 있어?”
“키즈 구역에서 놀이기구를 타는 게 미션 아닐까요. 그거 진짜 극한 상황인데.”
우리가 멋대로 목적지를 디즈니랜드라 판단 내리고 미션을 유추하는 동안에도 정 PD의 얼굴에 걸린 은은한 미소는 사라지지 않았다.
“자, 도착했습니다! 다들 내려주세요.”
PD의 지시에 따라 차에서 내리자마자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곳은 디즈니랜드가 아니라는 걸.
하지만 이곳도 나름 네임드였다.
‘나 여기 너튜브 영상에서 본 거 같은데.’
극한의 롤러코스터들이 모여 있는 바로 그 놀이동산.
“식스플래그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으아아아악-
끄아아-
저 높은 곳에서 롤러코스터가 수직 낙하하며 울리는 비명이 우리를 반갑게 맞이했다.
마치 이것이 우리의 미래라는 것처럼.
그리고 나는…
단 한 번도 입 다물고 롤러코스터를 타 본 적이 없었다.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489화(489/509)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489화

“자, 저기 앞에 분홍색 별들이 보이시죠? 이곳이 바로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입니다.”

분홍색 별들이 박힌 앞쪽의 도보를 가리킨 MC가 매끄럽게 진행을 이끌어 나갔다.

“그러면 미션을 발표하겠습니다.”

내일 일정의 운명을 건 미션이라고 하니 양 팀에 긴장감이 맴돌았다.

“어제 제가 한국이랑 외국 인생 영화를 아침까지 적어 오라고 숙제를 내 드렸죠. 본인 팀에서 나온 인생 영화. 배우도 좋고, 감독도 좋습니다. 여기 명예의 거리에서 이름을 찾아서 찍어 오시면 됩니다. 단, 동명이인은 불가능합니다.”

한국인 배우 몇 명이 할리우드 거리에 손도장이랑 이름을 올렸다고 뉴스에 떴긴 한데 그 배우가 나온 영화를 우리 멤버들이 적었으려나?

“영화 열 개 중에 하나만 골라서 찍어 오셔도 됩니다. 갯수는 결과에 상관없습니다. 무조건 하나 이상만! 미션을 ‘먼저’ 성공하는 팀이 승자 팀이 됩니다.”

이번 미션은 미션 내용을 미리 알고 있었던 MC를 제외하고 진행되었다. 팀원 수도 5대 5로 딱 맞아떨어져서 공정한 경쟁이 될 수 있었다.

“잠깐만요, 이의 있습니다. 온전히 양심에만 맡기시는 겁니까? 만약에 익숙한 배우 이름을 바로 발견하고 인생 영화를 바꿔서 우기면 어떡합니까?”

“성수 씨, 제가 왜 굳이 적어 오라고 했겠습니까. 다 거기까지 내다보고 제가 시킨 겁니다.”

갸륵한 표정을 지은 MC가 김도빈과 개그맨한테 각각 코팅을 마친 종이를 전달했다.

어쩐지 종이 한 장에 다 써 오라고 하더라.

“자, 그럼 지금부터 미션 시작!”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에 두 팀이 재빠르게 흩어졌다.

“일단 팀별로 하나만 찍으면 된다고 했으니까 여기 중에서 골라 보죠.”

발뺌도 못하게 딱 박제된 우리의 해외 인생 영화 목록을 김도빈한테서 받아 들었다.

서예현의 필체로 멋들어지게 쓴 영화 제목이 제일 위에 보였다. 서예현이 슬그머니 시선을 내리며 변명하듯 중얼거렸다.

“해외 영화 쓰라니까 막상 이것밖에 생각이 안 나더라.”

미국 유명 코믹스의 로봇 수트 입은 재벌이 날아다니며 빔 쏘는 히어로 영화였다.

반지 찾으러 여정 떠나는 영화를 쓰려고도 해 봤지만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봤을 때 딱히 재미있게 본 건 아니라서 차마 적지는 못했단다.

그 말을 하는 서예현의 얼굴은 매우 멋쩍어 보였지만 검색해 보자마자 위치가 어디 있는지까지 알려주는 블로그와 리뷰가 주르륵 나오자 서예현은 거의 개국공신 취급을 받았다.본인이 적은 영화가 미션에 큰 기여를 하는 걸 알게 되자마자 슬며시 의기양양해지는 얼굴이 좀 웃겼다.

일단 서예현 차례에서 게임이 끝난 것 같긴 했지만 그래도 방송인지라 멤버들의 인생 영화 언급은 계속해서 이어나갔다.

견하준이 적은 인생 영화는 나름 영화를 꽤 본다고 자부하는 나도 처음 들어 보는 영화였다.

“이거 독립 영환데. 그리고 미국 영화도 아니고… 아마 내 거는 이번 미션 수행에 도움이 안 될 거야.”

견하준은 방송보다 본인의 신념을 택했다.

영화 감상이 취미인 견하준의 영화 취향은 꽤 확고하고 마이너틱했다. 나도 한 마이너 했지만 우리의 마이너 뜻은 결이 달랐다.

이쪽은 굉장히 심오하고 철학적인 미장센을 선호했기에 스토리보다는 그저 겉으로만 보이는 미감을 중요시하는 나랑은 취향이 더럽게 안 겹쳤다.

어쩌다가 하나씩 겹치는 정도? 둘 다 잡은 경우는 손에 꼽히니까.

“다음으로 이든이 형 인생 영화는… 이거 뭐예요?”

뭐긴 뭐야. 내 인생작이지.

나도 견하준과 같은 선택을 했다.

미션을 쉽게 갈 생각 따위는 버리고 내 신념에 따라 적은 영화였다. 미국 유명 래퍼가 본인의 일대기를 모티브로 만들어 직접 주연으로 출연한 영화.

내가 사랑하는 색감 좋고 연출 좋고 미감 좋은 영화들도 많았지만 그런 요소들이 하나도 없는데도 구매 소장까지 하게 만들고 계속 재탕하게 만드는 게 바로 인생 영화 아닐까.

특히 그 랩배틀은 아직도 심심할 때마다 재탕하는 명장면이었다.

“할리우드 영화야?”

“어, 할리우드 영화는 맞아.”

“형, 그러면 여기에 누구 나와요? 주연 배우 누구예요?”

내가 당당하게 그 래퍼의 이름을 내뱉자 더 물을 것도, 검색할 것도 없이 빠르게 바로 다음 순서로 패싱되었다.

그다음, 김도빈의 인생 영화는 바로…

“어쩐지 매년 크리스마스마다 챙겨 보더라.”

“제 나름의 연례행사인데요. 이거 안 보면 그해 크리스마스를 그냥 넘긴 거 같아요.”

크리스마스에 혼자 집에 있다가 집을 트랩 하우스로 개조해서 도둑 2인조 잡는 영화였다. 야무지게 몇 번째 시리즈인지까지 적어 놨다.

“그런데 왜 1편도 아니고 2편이냐?”

“2편이 더 재미있으니까요. 그리고 호텔 룸서비스 간식 먹는 장면이 진짜 기가 막혀요. 그렇게 해 보는 게 한때 제 꿈이자 로망이었잖아요. 예현이 형이 없으면 오늘 당장도 이룰 수 있는 소망이긴 한데…”

“뭐라고, 도빈아?”

정말 김도빈다운 이유였다.

마지막으로 류재희의 인생 영화는 가장 유명한 마법 학교 판타지 소설을 영화화한 바로 그 영화였다.

“이게 제일 재미있었어요. 맨날 명절이나 크리스마스에 특선 영화로 틀어 주기도 했고.”

류재희도 꼼꼼하게 1편의 제목을 풀로 써 놓았다.

검색해 보니까 여기도 사람들이 많이 찾는 스팟에, 서예현의 인생 영화와 같이 주연 배우들이 다 같이 모여서 찍은 손도장이 있다더라.

더 먼저 발견하는 것을 찾아서 찍으면 되니 우리한테 있어서 나쁠 것은 없었다.

“이래서 취향이 대중적이어야 하는가 봐.”

견하준이 짧은 한숨을 내쉬며 한탄했다.

사람이 많이 모인 곳에서 서예현의 인생 영화 주연 배우의 이름과 손도장을 발견하고 그것을 찍어서 돌아가던 중.

“형들, 잠깐만요.”

류재희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우리를 멈춰 세웠다.

“함정이 하나 있는 것 같아요.”

류재희가 진지한 얼굴로 손가락 하나를 들어 올렸다.

“뭔데?”

“명예의 거리와 극장 앞 손도장은 달라요. 분명 미션 조건은 ‘명예의 거리’라고 했어요. 그러니까 이 명예의 거리에 나온 배우나 감독을 찾아야 해요.”

우리 막내가 5인분의 두뇌 외주를 맡다 보니까 두뇌 작동이 좀 늦었던 모양이다. 그래도 뒤늦게라도 작동해서 다행이었다.

“그러네? 트트블 고정 페널인 내가 이거 하나를 못 집어내다니…!”

김도빈이 충걱 먹은 얼굴로 머리를 감싸안았다.

“얌마, 너는 트트블 짬밥이 얼만데 그걸 막내보다도 늦게 알아채! 아니다, 너 무인도에서 하는 꼬라지 보니까 그럴 것 같았다.”

애초에 무인도에서 하는 꼴을 본 이후라 김도빈한테는 아무런 기대가 없었기에 딱히 성질도 나지 않았다.

“잠깐만, 만약 우리 중 한 명도 여기 명예의 거리에 있는 배우나 감독이 나온 영화를 안 썼으면….”

“그러면 우리는 뭘 해 보지도 못하고 겸허히 패배를 받아들여야만 하겠죠. 그것이 바로 트러블 트레블이니까요.”

빠르게 검색을 시작했다. 일단 서예현과 류재희의 인생 영화 배우와 감독은 저 목록에 없었다.

견하준의 인생 영화는 당연히 패스요, 내 인생 영화도 있을 리가 없었다.

그렇지만…

“있어! 도빈이 인생 영화 주연 배우가 명예의 거리에 있어!”

김도빈은 또 의외의 곳에서 본인의 행운력을 터트렸다. 주연 배우가 당당하게 명예의 거리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야, 이름 찾는 거에도 행운력 한 번 더 발휘해 봐! 아무 데나 가 봐! 빨리, 빨리!”

하지만 이름 찾는 것도 일이었다.

분명히 머슬 비치까지는 오랜만에 상체 조져서 힐링이었는데. 우리랑 마찬가지로 찾고 있어야 할 팀이 보이지 않아서 더욱 불안감이 증폭되었다.

우리처럼 손도장을 찍어 갔을 확률도 배제할 수는 없겠지만, 만약 먼저 성공했다면 끝이지, 뭐.

“얘들아, 사진 찍었어! 가자!”

견하준이 그 배우의 이름을 발견하여 사진을 찍고 알리자마자 우리는 MC를 향해 힘껏 달렸다.

먼저 도착해 있는 팀을 보자 패배를 직감했다.

“아, 아쉽게도 한발 늦었습니다, 레브 팀. 이번 미션의 우승은 팀!”

패배를 깔끔하게 인정하고 박수를 쳤다.

“여기 일정에는 놀이공원이라고 적혀 있는데 우리는 100% 못 갈 거 같거든? 극한의 상황이 뭘까. 스카이다이빙? 패러글라이딩? 번지점프?”

“뭔가 셋 다 이든이 형이 잘할 것 같아요.”

“은근슬쩍 나한테 떠넘기려고. 네가 뛰어, 인마.”

호텔로 돌아가서도 우리는 내일 일정을 어떻게든 유추해 보려 노력했다. 하지만 딱히 생각나는 것은 없었다.

그리고 다음 날.

“오늘 일정은 바로바로… 놀이공원입니다!”

“저희도 놀이공원 가요?”

얼떨떨한 물음에 MC가 인자하게 웃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두 팀 모두 오늘 일정과 미션은 놀이공원에서 진행됩니다.”

우리의 예측과 다른 전개에 멤버들끼리 서로 시선을 교환했다.

“어제 미션에서 우승한 팀은 이 차에 탑승하세요.”

잔뜩 들뜬 걸음으로 팀이 배정된 버스에 탔다.

“그리고 어제 미션에서 패배한 레브 팀은 이 차를 탑승하시면 됩니다.”

메인 PD인 정 PD가 우리한테 배정된 버스에 탑승하는 걸 보니까 미션이 호락호락하지 않으리란 게 아주 잘 예상되었다.

버스가 한참을 달리고 달리던 중, 정 PD가 우리에게 질문을 던졌다.

“여러분, LA, 혹은 LA 근교에 혹시 무슨 놀이동산이 있는지 아시나요?”

“디즈니랜드요!”

“유니버설 스튜디오?”

“네, 맞습니다. 이 두 곳이 제일 유명하죠. 제일 많은 관광객들이 가는 곳이기도 하고요.”

“트트블 팀은 어디로 갔어요?”

“트트블 팀은 지금 유니버설 스튜디오로 향하고 있습니다.”

“헐, 그러면 우리는… 디즈니랜드?”

“극한 상황이라며. 디즈니랜드에서 극한 상황을 겪을 일이 있어?”

“키즈 구역에서 놀이기구를 타는 게 미션 아닐까요. 그거 진짜 극한 상황인데.”

우리가 멋대로 목적지를 디즈니랜드라 판단 내리고 미션을 유추하는 동안에도 정 PD의 얼굴에 걸린 은은한 미소는 사라지지 않았다.

“자, 도착했습니다! 다들 내려주세요.”

PD의 지시에 따라 차에서 내리자마자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곳은 디즈니랜드가 아니라는 걸.

하지만 이곳도 나름 네임드였다.

‘나 여기 너튜브 영상에서 본 거 같은데.’

극한의 롤러코스터들이 모여 있는 바로 그 놀이동산.

“식스플래그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으아아아악-

끄아아-

저 높은 곳에서 롤러코스터가 수직 낙하하며 울리는 비명이 우리를 반갑게 맞이했다.

마치 이것이 우리의 미래라는 것처럼.

그리고 나는…

단 한 번도 입 다물고 롤러코스터를 타 본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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