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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ự Trở Lại Của Một Thần Tượng Đã Mất Đi Lý Tưởng Ban Đầu RAW - C4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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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480화(480/509)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480화
“조심히 내려가라!”
“내년 여름에 또 한 번 오렴. 그때 와서 이번에 못 쉰 것까지 편하게 쉬다가 가.”
“하하…”
병원에서 잠깐 외출 나오신 김도빈의 이모님과 이모부의 배웅을 받으며 엿새 동안 참 많은 일이 있었던 민박집을 떠났다.
“거 봐, 내 말대로 템플스테이 갔으면 산에서 피톤치드 느끼면서 편하게 휴식하다가 왔을 거 아니야.”
“일단 고기와 중국집 배달 음식을 양껏 먹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문제라고, 그게!”
그래도 서예현이 날뛰는 강도는 평소보다 덜했다. 고된 노동으로 인해 섭취한 칼로리보다 소모한 칼로리가 더 많아서 아무도 살이 찌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한테도, 서예현한테도 나름 해피엔딩이었다.
“그래도 이불 다섯 개 접고 겹쳐서 자니까 바닥에서도 잘만 하더라. 그냥 바닥에서 자는 것보단 등이 덜 배겼어. 그러니까 다음에는 꼭 템플스테이 가자.”
“그러겠지. 그 정도로 이불을 쌓아 놓으면 그냥 침대잖아. 그리고 템플스테이에 만약 1인 1이불이면 우리 이불 다 형이 깔고 자게?”
내 태클에 서예현의 눈동자가 마구 흔들렸다. 그래도 꿋꿋이 아니라고 대답하지 않는 걸 보아하니 본인의 숙면을 위해 우리의 이불을 다 뜯고도 남을 것 같았다.
나와의 갈등이 없으니 서예현도 철이 안 드는구나, 쯧쯧.
이제는 딱히 갈등이 일어날 건덕지도 없으니 이번에 서예현이 철들 일은 요원한 것 같았다.
이렇게 휴가 엿새가 순식간에 훌쩍 지났다.
일한 건 사흘, 정확히는 이틀하고 반뿐이었지만 체감상으로는 엿새 내내 일만 하다 온 것 같았다.
서예현은 숙소에 오자마자 곧바로 짐을 싸서 ‘카이사르!’를 외치며 본가로 향했다.
“다녀오겠습니다…”
류재희는 숙소로 돌아와서도 숨 돌릴 틈도 없이 음악 방송 MC 스케줄을 소화하러 가야만 했다.
“잘 다녀와, 류재.”
본인 이모네 민박을 선택지로 내밀었다가 멤버들을 노동 지옥의 늪에 빠뜨린 김도빈은 평소처럼 류재희를 약 올리는 대신 얌전한 모습으로 스케줄을 가는 류재희를 배웅했다.
“도빈이 너는 이번 주에 트트블 촬영 없냐?”
“이번 주에는 없고요, 다음 주에도 게스트 특집 서울 촬영이라 하루 만에 끝날걸요. 그래서 그냥 숙소 안 오고 본가에서 왔다 갔다 하려고요.”
개인 스케줄이 있는 막내 라인을 보니 DTB를 올해가 아닌 작년에 나간 게 참으로 다행으로 느껴졌다. 지금이 한창 본선 준비하느라 바쁠 때 아닌가.
이렇게 바쁜 일정에도 짬을 내서 기꺼이 약속을 잡아준 용철이 형에 대한 감동은 커져만 갔다. 용철이 형이 자기 팀 참가자 피처링 요청을 해도 기꺼이 받아 줄 용의가 있었다.
“형, 숙소에서 나갈 거예요? 하준이 형은 집 간대요.”
의의를 알 수 없는 굉장히 뜬금없는 김도빈의 질문에 눈썹을 치키자 김도빈이 보충 설명을 덧붙였다.
“형도 숙소 나가면 재희 혼자 남으니까 제가 남으려고요. 일주일 내내 밤에 혼자 있으면 심심하잖아요.”
외로워할 막내 걱정도 다 하고, 김도빈도 많이 컸네.
“제가 집 같이 가자고 했는데 재희가 자기는 약속 많이 잡혀서 그냥 숙소에 있을 거래요.”
“너는 집 가라. 내가 남아 있을 테니까.”
어차피 나도 약속이 줄줄이 잡힌 터라 본가에 가 있어도 집에 있는 시간보다 바깥에 있는 시간이 훨씬 길었기에 숙소에 남아 있는 편이 동선에 더 편하기도 했다.
나와 류재희가 숙소에 남는다는 소식을 들은 견하준이 우리의 끼니를 걱정하며 곰국 지옥 시즌 2를 만들어 주려 해서 필사적으로 거절했다.
술 마신 다음 날에 해장으로 곰국에 고춧가루 뿌려서 들이키는 건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다고.
그렇게 멤버들을 본가로 보내고 하루 후.
“형, 택배 시켰어요?”
류재희가 큰 박스를 들고 숙소 안으로 들어오며 물었다.
“아니? 시킨 거 없는데? 다른 멤버가 시킨 거 아니야?”
“식품이라 냉장 보관이라는데요. 일단 뜯어서 냉장고에 넣어 놓기는 해야겠는데, 이거 뜯는다고 단톡방에 올릴게요?”
뜯어 보니 박스 안에는 샐러드 팩이 가득했다. 타이밍 한 번 기가 막히게 배달 음식이 배달 완료됐다는 문자와 단체 채팅방 속 서예현의 채팅이 동시에 도착했다.
[서예현- 도빈이한테 들었는데] 오전 9:11
[서예현- 윤이든이랑 막내랑 숙소 남는다며?]
[서예현- 배달음식 시켜 먹지 말라고 내가 마음 썼어] 오전 9:12
[서예현- 안 질리게 토핑 있는 샐러드로 시켰으니까 배달음식 먹지 말고 그거 먹어] 오전 9:13
씨바, 어떻게 감동이 이틀을 안 가게 만드냐.
* * *
힙합이 대중문화의 메인스트림으로 올라오며 드디어 시대를 탄 크루 형들도 곡 작업이니, 피처링이니, 앨범 작업이니, 랩 레슨이니 덩달아 바빠진 터라 이렇게 다 같이 모이는 것도 참 오랜만이었다.
차가 하도 막히는 바람에 약속 시간보다 살짝 늦은 시간에 약속 장소로 도착했다.
“야, 그래도 금마한테는 비밀로 해야지.”
“아직도 그 지랄이냐? 내가 너 때문에 커플링 말곤 반지를 못 껴, 반지를! 새꺄!”
무슨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문 너머가 시끌벅적했다.
하지만 내가 문을 열고 들어가자 방금까지만 해도 시끌벅적하게 떠들고 있었던 형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입을 꾹 다물었다.
아니, 지금 나 왕따 시키는 건가? 다른 사람들도 아닌 우리 형들이?
“뭐야, 뭔데. 왜 그러는데.”
주성이 형이 입을 열려고 하자 빠르게 틀어막은 태훈이 형이 침중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알라고 하지 마라. 니 상처받는다.”
눈을 부릅뜬 주성이 형이 급하게 고개를 흔들었다. 빨리 말 좀 해 달라고 다른 형들을 돌아보자 다들 태훈이 형과 똑같은 얼굴로 입을 다물고 있었다.
하지만 몇몇의 입꼬리가 씰룩거리는 걸 보아하니 태훈이 형이 분위기 잡고 있는 만큼 심각한 일은 아닌 것 같았다.
애초에 태훈이 형이 분위기 잡고 있는 것부터 심각하지 않은 일이라는 방증이긴 했다.
푸하-
드디어 얼굴에서 태훈이 형의 손을 떼어 낸 주성이 형이 인상을 잔뜩 구기며 태훈이 형을 향해 삿대질했다.
“아연이한테 프로포즈하려고 집단 지성 좀 빌렸다. 그런데 이 새끼가 네 귀에 들어가면 안 된다고 헛소리를 하잖아!”
진짜로 별 게 아니긴 하군… 이 아니라. 이 크루에 드디어 유부남이 생기는 건가. 물론 형수님이 받아 주셔야 성립되는 사실이긴 하지만.
“이야, 임마 잔인하다 잔인해. 남친 앞에서 다른 여자한테 프로포즈한다고 기어이 밝히네.”
“아니, 열애설 난 지가 언젠데 아직도 우려먹냐고요.”
혀를 차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태훈이 형에게 투덜거렸다. 주성이 형도 이 환장한 열애설을 계속 우려먹는 게 어지간히 지긋지긋했는지 새로운 떡밥으로 퇴치를 시도했다.
“그렇게 치면 쟤가 작년에 고백한 문케이는 뭔데?”
“차였잖음.”
“커플링 한 번 나눠 껴 보지도 못하고 이든이가 일방적으로 차였으니까 커플은 아니지.”
“맞네, 우리 성이처럼 열애설도 안 나고, 커플링도 안 끼고.”
“게다가 우리 이든이는 문케이한테 준비해 간 그 커플링까지 뜯겼잖아. 그 커플링은 문케이 여친 손가락에 고이…”
“그게 뜯긴 거냐. 깽값이지.”
주성이 형은 포기하지 않고 내게 고백 공격을 날렸다가 맞고백 공격으로 K.O 당한 커디보이와 러브 액츄얼리 스케치북 고백을 당한 투혁의 사례까지 아득바득 끌고 왔지만 먹힐 리가 없었다.
“이렇게 들으니까 새삼 너 여기저기 많이도 찔러 보고 다녔다. 그런데 왜 고백 갈긴 놈이 죄다 남자냐?”
기정이 형의 놀림 섞인 물음에 안주로 나온 뻥튀기 과자 하나를 입에 던져 넣으며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그래도 내가 명색이 아이돌인데 여자한테 할 순 없잖수. 내가 만약에 여자분한테 이런 식으로 공개 고백을 하면 우리 그룹 막내가 빠따 들고 쫓아온다니까.”
장난식으로라도 못 하지, 그건. 긴 머리 남성이었던 주성이 형과의 스캔들도 대가리 아플 정도였는데.
“마, 팀에서 형 노릇 좀 한다더니 이거 완전히 막내한테 잡혀 사네.”
태훈이 형이 내 머리를 마구 헤집으며 낄낄거렸다.
생각해 보니까 그러네. 내가 크루 형들한테 빠따 들고 쫓아갔다? 이건 상상도 못 할 일인데 류재희는 이게 가능하잖아.
내가 ‘적당한 서열은 잡혀 있어야 한다 vs 김도빈이면 몰라도 류재희는 선을 딱 알고 칼같이 지키니까 괜찮다’로 고민하는 동안, 형들은 주성이 형이 다시 솔로로 돌아오는 방법을 전해 주고 있었다.
“레이블 공연 한다매. 거기 제수씨 초대해서 공개 프로포즈 갈겨.”
“아니면 지금부터 앨범 만들어. 앨범 곡으로 프로포즈하기 어때? track 1. 나랑, track 2. 평생을, track 3. 함께해, track4. 줄래, track 5. 결혼하자. 크, 아이디어 찢었다.”
“야, 좋다, 좋다! 곡 다섯 곡만 만들어!”
쭉 남탕 루트 타고 살아온 나도 저건 아니란 걸 바로 알겠다. 무슨 팬송 만드나.
“그냥 정석 프로포즈 하쇼. 호텔 방 잡아서 꽃이랑 풍선으로 꾸며 놓고 프로포즈 링 주면서 하면 되지. 형들 말한 것처럼 프로포즈하면 형수님 도망가겠네.”
“너무 심플하지 않아? 정성과 고민을 너무 안 들인 것 같지 않아?”
별걱정을 다 하는 주성이 형한테 만고불변의 진리를 알려주었다.
“classic is best. 그리고 돈 많이 들이면 심플할 수가 없죠, 형.”
그렇게 주성이 형의 프로포즈에서부터 요즘 근황에 이어 이제 DTB 시즌 5로 화제가 넘어갔다.
“DTB 암흑기가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은 몰랐다. 솔직히 심사하는 나도 재미가 없는데 시청자들은 어쩌겠어. 인물이 없어, 인물이.”
“용철아, 그 인물 기준이 얘는 아니지?”
“이든이는 논외지. 한 스코언 정도만 되도 만족하겠는데 이번 시즌에는 그 정도 급도 없잖아.”
“이든아, 대가리 박아라. 네가 기준을 너무 높여 놨다. 야, 스코언급이면 씨, 시즌 3 비큐급이지.”
“내가 봤을 땐 얘를 프로듀서로라도 세워서 계속 이 화력을 이어나갔어야 했는데, 덥넷이 그놈의 레이블 프로듀서 체제를 너무 고집해.”
“그러니까 말이야. 내년에 원백 형도 DTB 프로듀서 그만둔다던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 우리 레이블에 원백 형 대신해서 프로듀서 할 만큼의 인재는 없어 보여서.”
용철이 형도 고민이 많아 보였다. 내가 기억하기로는 원백이 DTB 프로듀서 그만 두고 덥넷도 레이블 프로듀서 체제 고집을 포기하면서 적당히 타협하던데. 그래서 아마 유피가 원백 자리로 들어왔던가.
“아, 이든아.”
한숨을 푹푹 내쉬던 용철이 형이 문득 생각났다는 표정으로 나를 불렀다.
“혹시 지원이 형이 너한테 피처링 관련해서 뭐 부탁한 거 있냐?”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480화(480/509)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480화

“조심히 내려가라!”

“내년 여름에 또 한 번 오렴. 그때 와서 이번에 못 쉰 것까지 편하게 쉬다가 가.”

“하하…”

병원에서 잠깐 외출 나오신 김도빈의 이모님과 이모부의 배웅을 받으며 엿새 동안 참 많은 일이 있었던 민박집을 떠났다.

“거 봐, 내 말대로 템플스테이 갔으면 산에서 피톤치드 느끼면서 편하게 휴식하다가 왔을 거 아니야.”

“일단 고기와 중국집 배달 음식을 양껏 먹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문제라고, 그게!”

그래도 서예현이 날뛰는 강도는 평소보다 덜했다. 고된 노동으로 인해 섭취한 칼로리보다 소모한 칼로리가 더 많아서 아무도 살이 찌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한테도, 서예현한테도 나름 해피엔딩이었다.

“그래도 이불 다섯 개 접고 겹쳐서 자니까 바닥에서도 잘만 하더라. 그냥 바닥에서 자는 것보단 등이 덜 배겼어. 그러니까 다음에는 꼭 템플스테이 가자.”

“그러겠지. 그 정도로 이불을 쌓아 놓으면 그냥 침대잖아. 그리고 템플스테이에 만약 1인 1이불이면 우리 이불 다 형이 깔고 자게?”

내 태클에 서예현의 눈동자가 마구 흔들렸다. 그래도 꿋꿋이 아니라고 대답하지 않는 걸 보아하니 본인의 숙면을 위해 우리의 이불을 다 뜯고도 남을 것 같았다.

나와의 갈등이 없으니 서예현도 철이 안 드는구나, 쯧쯧.

이제는 딱히 갈등이 일어날 건덕지도 없으니 이번에 서예현이 철들 일은 요원한 것 같았다.

이렇게 휴가 엿새가 순식간에 훌쩍 지났다.

일한 건 사흘, 정확히는 이틀하고 반뿐이었지만 체감상으로는 엿새 내내 일만 하다 온 것 같았다.

서예현은 숙소에 오자마자 곧바로 짐을 싸서 ‘카이사르!’를 외치며 본가로 향했다.

“다녀오겠습니다…”

류재희는 숙소로 돌아와서도 숨 돌릴 틈도 없이 음악 방송 MC 스케줄을 소화하러 가야만 했다.

“잘 다녀와, 류재.”

본인 이모네 민박을 선택지로 내밀었다가 멤버들을 노동 지옥의 늪에 빠뜨린 김도빈은 평소처럼 류재희를 약 올리는 대신 얌전한 모습으로 스케줄을 가는 류재희를 배웅했다.

“도빈이 너는 이번 주에 트트블 촬영 없냐?”

“이번 주에는 없고요, 다음 주에도 게스트 특집 서울 촬영이라 하루 만에 끝날걸요. 그래서 그냥 숙소 안 오고 본가에서 왔다 갔다 하려고요.”

개인 스케줄이 있는 막내 라인을 보니 DTB를 올해가 아닌 작년에 나간 게 참으로 다행으로 느껴졌다. 지금이 한창 본선 준비하느라 바쁠 때 아닌가.

이렇게 바쁜 일정에도 짬을 내서 기꺼이 약속을 잡아준 용철이 형에 대한 감동은 커져만 갔다. 용철이 형이 자기 팀 참가자 피처링 요청을 해도 기꺼이 받아 줄 용의가 있었다.

“형, 숙소에서 나갈 거예요? 하준이 형은 집 간대요.”

의의를 알 수 없는 굉장히 뜬금없는 김도빈의 질문에 눈썹을 치키자 김도빈이 보충 설명을 덧붙였다.

“형도 숙소 나가면 재희 혼자 남으니까 제가 남으려고요. 일주일 내내 밤에 혼자 있으면 심심하잖아요.”

외로워할 막내 걱정도 다 하고, 김도빈도 많이 컸네.

“제가 집 같이 가자고 했는데 재희가 자기는 약속 많이 잡혀서 그냥 숙소에 있을 거래요.”

“너는 집 가라. 내가 남아 있을 테니까.”

어차피 나도 약속이 줄줄이 잡힌 터라 본가에 가 있어도 집에 있는 시간보다 바깥에 있는 시간이 훨씬 길었기에 숙소에 남아 있는 편이 동선에 더 편하기도 했다.

나와 류재희가 숙소에 남는다는 소식을 들은 견하준이 우리의 끼니를 걱정하며 곰국 지옥 시즌 2를 만들어 주려 해서 필사적으로 거절했다.

술 마신 다음 날에 해장으로 곰국에 고춧가루 뿌려서 들이키는 건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다고.

그렇게 멤버들을 본가로 보내고 하루 후.

“형, 택배 시켰어요?”

류재희가 큰 박스를 들고 숙소 안으로 들어오며 물었다.

“아니? 시킨 거 없는데? 다른 멤버가 시킨 거 아니야?”

“식품이라 냉장 보관이라는데요. 일단 뜯어서 냉장고에 넣어 놓기는 해야겠는데, 이거 뜯는다고 단톡방에 올릴게요?”

뜯어 보니 박스 안에는 샐러드 팩이 가득했다. 타이밍 한 번 기가 막히게 배달 음식이 배달 완료됐다는 문자와 단체 채팅방 속 서예현의 채팅이 동시에 도착했다.

씨바, 어떻게 감동이 이틀을 안 가게 만드냐.

* * *

힙합이 대중문화의 메인스트림으로 올라오며 드디어 시대를 탄 크루 형들도 곡 작업이니, 피처링이니, 앨범 작업이니, 랩 레슨이니 덩달아 바빠진 터라 이렇게 다 같이 모이는 것도 참 오랜만이었다.

차가 하도 막히는 바람에 약속 시간보다 살짝 늦은 시간에 약속 장소로 도착했다.

“야, 그래도 금마한테는 비밀로 해야지.”

“아직도 그 지랄이냐? 내가 너 때문에 커플링 말곤 반지를 못 껴, 반지를! 새꺄!”

무슨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문 너머가 시끌벅적했다.

하지만 내가 문을 열고 들어가자 방금까지만 해도 시끌벅적하게 떠들고 있었던 형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입을 꾹 다물었다.

아니, 지금 나 왕따 시키는 건가? 다른 사람들도 아닌 우리 형들이?

“뭐야, 뭔데. 왜 그러는데.”

주성이 형이 입을 열려고 하자 빠르게 틀어막은 태훈이 형이 침중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알라고 하지 마라. 니 상처받는다.”

눈을 부릅뜬 주성이 형이 급하게 고개를 흔들었다. 빨리 말 좀 해 달라고 다른 형들을 돌아보자 다들 태훈이 형과 똑같은 얼굴로 입을 다물고 있었다.

하지만 몇몇의 입꼬리가 씰룩거리는 걸 보아하니 태훈이 형이 분위기 잡고 있는 만큼 심각한 일은 아닌 것 같았다.

애초에 태훈이 형이 분위기 잡고 있는 것부터 심각하지 않은 일이라는 방증이긴 했다.

푸하-

드디어 얼굴에서 태훈이 형의 손을 떼어 낸 주성이 형이 인상을 잔뜩 구기며 태훈이 형을 향해 삿대질했다.

“아연이한테 프로포즈하려고 집단 지성 좀 빌렸다. 그런데 이 새끼가 네 귀에 들어가면 안 된다고 헛소리를 하잖아!”

진짜로 별 게 아니긴 하군… 이 아니라. 이 크루에 드디어 유부남이 생기는 건가. 물론 형수님이 받아 주셔야 성립되는 사실이긴 하지만.

“이야, 임마 잔인하다 잔인해. 남친 앞에서 다른 여자한테 프로포즈한다고 기어이 밝히네.”

“아니, 열애설 난 지가 언젠데 아직도 우려먹냐고요.”

혀를 차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태훈이 형에게 투덜거렸다. 주성이 형도 이 환장한 열애설을 계속 우려먹는 게 어지간히 지긋지긋했는지 새로운 떡밥으로 퇴치를 시도했다.

“그렇게 치면 쟤가 작년에 고백한 문케이는 뭔데?”

“차였잖음.”

“커플링 한 번 나눠 껴 보지도 못하고 이든이가 일방적으로 차였으니까 커플은 아니지.”

“맞네, 우리 성이처럼 열애설도 안 나고, 커플링도 안 끼고.”

“게다가 우리 이든이는 문케이한테 준비해 간 그 커플링까지 뜯겼잖아. 그 커플링은 문케이 여친 손가락에 고이…”

“그게 뜯긴 거냐. 깽값이지.”

주성이 형은 포기하지 않고 내게 고백 공격을 날렸다가 맞고백 공격으로 K.O 당한 커디보이와 러브 액츄얼리 스케치북 고백을 당한 투혁의 사례까지 아득바득 끌고 왔지만 먹힐 리가 없었다.

“이렇게 들으니까 새삼 너 여기저기 많이도 찔러 보고 다녔다. 그런데 왜 고백 갈긴 놈이 죄다 남자냐?”

기정이 형의 놀림 섞인 물음에 안주로 나온 뻥튀기 과자 하나를 입에 던져 넣으며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그래도 내가 명색이 아이돌인데 여자한테 할 순 없잖수. 내가 만약에 여자분한테 이런 식으로 공개 고백을 하면 우리 그룹 막내가 빠따 들고 쫓아온다니까.”

장난식으로라도 못 하지, 그건. 긴 머리 남성이었던 주성이 형과의 스캔들도 대가리 아플 정도였는데.

“마, 팀에서 형 노릇 좀 한다더니 이거 완전히 막내한테 잡혀 사네.”

태훈이 형이 내 머리를 마구 헤집으며 낄낄거렸다.

생각해 보니까 그러네. 내가 크루 형들한테 빠따 들고 쫓아갔다? 이건 상상도 못 할 일인데 류재희는 이게 가능하잖아.

내가 ‘적당한 서열은 잡혀 있어야 한다 vs 김도빈이면 몰라도 류재희는 선을 딱 알고 칼같이 지키니까 괜찮다’로 고민하는 동안, 형들은 주성이 형이 다시 솔로로 돌아오는 방법을 전해 주고 있었다.

“레이블 공연 한다매. 거기 제수씨 초대해서 공개 프로포즈 갈겨.”

“아니면 지금부터 앨범 만들어. 앨범 곡으로 프로포즈하기 어때? track 1. 나랑, track 2. 평생을, track 3. 함께해, track4. 줄래, track 5. 결혼하자. 크, 아이디어 찢었다.”

“야, 좋다, 좋다! 곡 다섯 곡만 만들어!”

쭉 남탕 루트 타고 살아온 나도 저건 아니란 걸 바로 알겠다. 무슨 팬송 만드나.

“그냥 정석 프로포즈 하쇼. 호텔 방 잡아서 꽃이랑 풍선으로 꾸며 놓고 프로포즈 링 주면서 하면 되지. 형들 말한 것처럼 프로포즈하면 형수님 도망가겠네.”

“너무 심플하지 않아? 정성과 고민을 너무 안 들인 것 같지 않아?”

별걱정을 다 하는 주성이 형한테 만고불변의 진리를 알려주었다.

“classic is best. 그리고 돈 많이 들이면 심플할 수가 없죠, 형.”

그렇게 주성이 형의 프로포즈에서부터 요즘 근황에 이어 이제 DTB 시즌 5로 화제가 넘어갔다.

“DTB 암흑기가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은 몰랐다. 솔직히 심사하는 나도 재미가 없는데 시청자들은 어쩌겠어. 인물이 없어, 인물이.”

“용철아, 그 인물 기준이 얘는 아니지?”

“이든이는 논외지. 한 스코언 정도만 되도 만족하겠는데 이번 시즌에는 그 정도 급도 없잖아.”

“이든아, 대가리 박아라. 네가 기준을 너무 높여 놨다. 야, 스코언급이면 씨, 시즌 3 비큐급이지.”

“내가 봤을 땐 얘를 프로듀서로라도 세워서 계속 이 화력을 이어나갔어야 했는데, 덥넷이 그놈의 레이블 프로듀서 체제를 너무 고집해.”

“그러니까 말이야. 내년에 원백 형도 DTB 프로듀서 그만둔다던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 우리 레이블에 원백 형 대신해서 프로듀서 할 만큼의 인재는 없어 보여서.”

용철이 형도 고민이 많아 보였다. 내가 기억하기로는 원백이 DTB 프로듀서 그만 두고 덥넷도 레이블 프로듀서 체제 고집을 포기하면서 적당히 타협하던데. 그래서 아마 유피가 원백 자리로 들어왔던가.

“아, 이든아.”

한숨을 푹푹 내쉬던 용철이 형이 문득 생각났다는 표정으로 나를 불렀다.

“혹시 지원이 형이 너한테 피처링 관련해서 뭐 부탁한 거 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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