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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ự Trở Lại Của Một Thần Tượng Đã Mất Đi Lý Tưởng Ban Đầu RAW - C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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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479화(479/509)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479화
내가 이번에는 이긴 걸로 기뻐하든 말든 겨우 오디 반 그릇 먹은 걸로 멘탈이 깨진 서예현은 당장 운동해야 한다고 평상에서 뛰쳐 나갔다.
마당을 미친 듯이 뛰고 있는 서예현한테는 본인이 섭취한 오디 칼로리를 반드시 다 소모하고 자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아니, 그러면 설마 본인은 이거 가져와서 한두 개 먹고 끝내려고 했던 거냐? 하긴, 31살 기억 속 서예현도 계속 오디를 주워 먹고 있긴 하더라.
침묵이 어색해서였는지 진짜 오디를 좋아해서 그랬는지 이제 알 길은 없지만.
그릇에 아직 반이나 남은 오디를 슬쩍 집어 하나를 입에 던져넣었다. 기억에서 느껴지던 그 맛 그대로였다.
어디 미슐랭 쓰리스타 레스토랑 간 기억은 파편으로 없나? 영 어두컴컴한 기억만 되찾게 해 주지 말고 이런 좋은 기억도 찾아줘서 환기를 시켜줘야지, 어?
쓸데없는 생각을 하면서 손을 뻗어 맥주캔을 집어 들다가 기억 속, 타투 염증으로 벌겋게 부어올라 있던 그 부위에 시선이 닿았다.
아무래도 견하준과의 절연, 케이제이 자살에 대한 대중의 비난과 증인이나 증거에 관련한 인간 불신, 거기에 슬럼프까지 제대로 겹쳐서 서른 살의 난 그렇게 건강도 안 챙길 정도로 무너진 모양이다.
아무리 그래도 타투를 그렇게, 씨… 진짜 C형 간염으로 죽은 거 아니야?
역시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는 좋은 계기였다.
기억 속 서예현의 말로는 연습생이 케이제이 때문에 자살했다는데, 내가 딱히 본인 죗값을 치른 케이제이의 죽음에 죄책감을 느꼈을 것 같지는 않았다.
아마 내가 증인이나 증거만 제대로 제시했어도 욕의 3분의 2 정도는 덜 먹었을 텐데. 어차피 3분의 1은 케이제이가 죽은 이상, 일이 어떻게 되든 먹을 욕이니 논외로 치고.
‘그러면 차연호는 지금 그 연습생의 자살을 막으려는 건가?’
[차연호- 네가 정보 전달받은 그 신월 전 연습생, 걔 누구야]
그렇다면 신월 전 연습생을 나한테서 찾은 이유도 대략 설명이 된다. 내가 정보를 전달받았다는 걸로 봐서는 그 연습생이 스물아홉 살 이후에 일어날 일의 열쇠가 될 확률이 높다.
그리고 그건 나도 막고 싶은 일이므로 최선을 다해 협조해 줄 수 있었다. 애초에 내 목적은 케이제이를 나락 보내는 게 아니었으니까. 그저 창작자가 본인의 창작물에 정당한 권리를 갖는 세상을 바랐을 뿐이지. 그 과정에서 표절범과 착취범을 족쳤을 뿐이고.
하지만 나는 과거나 현재나 똑같이 신월과는 연이 없었다. 그러니 신월 연습생들과 알고 지냈을 리도 만무했다.
‘작곡 커뮤니티? 흠, 거기는 내가 첫 번째로 폭로한 지 1년 후에 닫혔는데.’
회귀 전의 기준으로 생각해 보려고 해도 쉬이 감이 오지 않았다. 기억을 더 찾아야 가능하다고 판단을 내린 후, 두 번째 기억으로 고찰을 옮겨 가려던 찰나.
“나 이제 들어가서 잘래. 여기에 계속 있으면 또 오디 과다 섭취할 것 같아. 너도 피곤해 보이는데 빨리 들어와서 자.”
드디어 한밤중의 생쇼를 끝낸 서예현이 숨을 몰아쉬며 내게 손짓했다. 손에 들고 있던 맥주캔을 가볍게 흔들어 보이며 유하게 대꾸했다.
“나도 이것만 마시고 들어가려고. 형 먼저 들어가서 자고 있어.”
“적당히 마시고 들어와. 너 내일 술 덜 깨면 자칫하다간 음주 운전된다.”
“별걱정을. 그러면 도빈이한테 운전 시키면 돼. 걔도 내 차에 보험 들어져 있으니까.”
“어, 나한테만 시키지 마.”
“일주일 만에 운전면허 따 놓고 왜 그러십니까, 형님. 설마 제가 해드리는 운전 연수가 두려우신 겁니까? 도빈이의 반도 안 잡았는데 무서워하면 형님이 도빈이보다 더 쫄보라는 소리밖에 더 되겠습니까.”
“그런 도발에 내가 넘어갈 줄 알아?”
“도발이 아니라 그저 팩트 나열입니다, 형님.”
“아오, 저 형님체 오랜만에 들으니까 진짜 열받아!”
그러고 보니 기억 속에서는 내가 서예현의 음주 운전을 걱정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서예현이 내가 음주 운전으로 걸릴 걸 걱정하고 있다니.
서예현이 들어가자마자 평상에 다시 드러누웠다. 서늘한 평상 바닥이 등에 닿으며 훅 올랐던 술기운이 조금이나마 가라앉았다.
5회차라는 기억 속의 내게 위험도 시스템이 있었던 이상, 이 5회차는 내가 현재 보유 중인 초심도 시스템이 아니라 차연호, 그리고 위험도 시스템이랑 엮인, 그러니까 차연호가 기억하고 있는 그 여러 개라는 회차일 확률이 높았다.
패치하시겠냐고 뜨던 ■■ 시스템이 현재의 초심도 시스템과 폰트와 색상이 똑같은 걸 보면 초심도로 인한 두 번의 회귀는 5회차 이후의 일이니 저 5회차 안에 포함이 되지 않은 게 확실하다.
위험도 시스템을 보유한 나 역시 차연호처럼 서른한 살 때까지의 기억이 있는 걸로 보이고.
그리고 맥락상으로 봤을 때는 멤버들도 한 사람당 한 회차씩 가장 처음의 기억이 있었던 것 같고. 악보 가져오고 내 말에 벙쪘던 서예현을 보니 내게도 기억이 있는 건 아무래도 몰랐던 눈치였지만.
짜식들, 그때도 내심 부르고 싶었구나.
아니면… 그 곡으로 우리가 받지 못한 신인상을 네이비가 받았던 게 멤버들의 기억에도 깊숙이 남았을 수도. 아님 말고.
다만 걸리는 건, 계속 거슬리게 경고를 띄우던 위험도 상태창이었다.
그래, 현재 차연호한테 있다는 그거.
‘위험도는 경고가 아니야. 나를, 숙주를 극한으로 몰아가는 일종의 위장이었지.’
그게 나한테 있었다는 건, 내가 숙주였다는 뜻인데. 그러면 왜 현재는 차연호가 숙주가 되어 버린 건지도 알아내야 했다.
‘한 번 더 정준이의 죽음을 마주한 내가 그 이후에 네 탈퇴 후 족족 시간을 돌린 거지.’
이 말에 따르면 애시당초에 시간을 돌릴 수 있는 선택권이 내게는 전혀 없었고 모든 회귀는 차연호를 주체로 이루어졌으며, 위험도 시스템이 제시한 ‘성공’이라는 목표는 그저 위험도처럼 나를 극한으로 몰아가려 한 위장일 가능성이 높았다.
그룹이 잘되는 선택지를 서예현이 제시해도 그것에 굳이 위험도 수치를 올리며 멤버들을 짐으로 여기게 몰아가던 것부터 답이 나왔다.
그리고 결론적으로.
‘이번에 내가 정준이를 살리지 못하면 끝이야. 그게 본질적인 내기의 시작이었으니까.’
이 말이 회귀의 모든 시작점이 차연호임을 말해 주고 있었다.
내가 시간을 돌렸으면 어떻게 차연호가 내 죽음 뒤를 기억하고 있겠냐.
자살한 케이제이, 그 죽음에 제대로 얽힌 나. 그리고 그러한 결말을 바꾸고 싶어 하는 차연호.
차연호가 본인 입으로 내 장례식에 왔었다고 실토했었지.
절연한 친구가 내 빈소에 1분도 있다 가지 않았다고 조롱했던 놈이 과연 순수한 추모의 목적으로 내 장례식에 왔을까?
내 죽음을 거보라고 물어뜯기에 바쁜 놈이 만약 차연호라면.
내 장례식에 와서 그 꼴을 눈에 담으며 비웃을 정도로, 그 정도로 내게 원망이 깊었다면, 나를 숙주 삼아 괴롭히는 선택도 충분히 할 수 있지 않을까.
현재는 본인이 숙주 꼴이 된 걸 보아하니 단순히 괴롭힘만이 이유의 전부는 아닌 것 같지만.
뭐, 나도 그 연습생의 죽음을 막고 싶으니 그 건에 관한 협조 정도야 기꺼이 해 주겠다지만 그래도…
‘완전한 협조는 못 해 주겠군.’
전혀 좋은 일로 엮인 게 아닌 놈이 내 뒤통수를 언제 어떻게 칠 줄 알고.
한 번 이렇게 의심스러움을 자각하고 나자 갑자기 모든 패를 깐 행동도, 내게 유해진 태도도 모두 의심스럽기 짝이 없게만 느껴졌다.
애초부터 차연호를 안 믿긴 했지만.
생각을 대충 정리하고 평상에 뉘였던 몸을 일으켰다.
그래도 9월이라고 슬슬 가을의 초입에 접어들고 있기라도 하는 듯, 밤바람이 선선했다.
방으로 돌아오자 무려 이불 다섯 개를 쌓아 놓고 그 위에서 퍼질러 자는 서예현의 모습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저 정도면 침대보다 더 푹신하겠다. 진작 저렇게 자면 되지 뭐 하러 나와서 나한테 개꿈 같은 기억 버그를 선사해 줘?
서예현한테서 시선을 거두자 마치 테트리스라도 하듯 이리저리 개판으로 잠들어 있는 막내 라인의 모습이 보였다. 하필 서예현이 둘 사이의 큼직한 공간을 떡하니 차지하고 있는 바람에 내가 잘 만한 공간이 없었다.
혀를 차며 몸을 누일 공간을 찾다가 그나마 두 다리 뻗고 잘 수 있는 공간을 찾아냈다.
침대가 위치한 곳의 바로 옆쪽이었다. 잠귀가 더럽게 밝은 견하준의 옆자리는 다들 기피하는 자리였기에 비워 놓은 게 분명했다.
발소리가 나지 않게 까치발을 들고 조심히 빈 공간으로 향했다. 침대 옆으로 다가가 눕기 직전, 곤히 잠들어 있는 견하준을 돌아보았다.
회귀 전에 그 서예현도 나를 찾아왔는데, 인마. 이제 와서 궁금하긴 하다. 회귀 전의 서예현이 내게 전해 주려던 네 소식이 대체 무엇이었는지.
이제는 영영 들을 수 없는 소식이긴 해도.
아니면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6회차에서 우리가 화해했을지도 모르지.
스물여덟 살 때 절연했던 기억을 찾았어도 딱히 아무렇지 않은 걸 보면.
서예현이랑 류재희도 데뷔 초로 다시 돌아와도 꼴 보기 싫지까지는 않았던 걸 보면 무의식적으로 영향은 끼치는 모양인데.
김도빈이야 뭐… 갈등이 있었다기보다는 아예 대화를 안 하고 살았으니 어색하고 데면데면한 편에 더 가까워서 애초부터 서예현보단 덜 꼴보기 싫었고.
물론 내 희망 사항이긴 했다. 견하준이 기억이 있었던 게 2회차인지 6회차인지, 6회차가 정말로 실존하는지도 아직은 모르니까.
이번이 몇 회차인지는 나중에 차연호한테 이번 기억을 미끼로 들으면 될 일이다.
한숨으로도 잠귀 밝은 견하준이 깰까 봐 답답한 속에도 한숨을 삼키고 뒷머리만 헤집다가 침대 옆의 바닥에 대충 누워 눈을 감았다.
마지막으로, ■■ 시스템.
초심도는 세 글자인데 왜 네모는 두 개냐. 정황상 이게 우리집 시스템인 건 확실한데.
우리집 시스템이 지금 나한테 있는 걸 보니까 내가 결국은 이걸 패치하는 것에 동의한 모양인데 대체 무슨 과정을 거친 건지 감도 안 왔다.
만약 6회차가 실존한다면, 그 6회차에서 이 시스템이 패치가 되면서 내가 위험도 시스템의 숙주 신세에서 벗어나고 그 여파로 차연호가 대신 숙주가 된 거라면…
‘그럼 우리집 시스템은 단순히 초심도가 아닌가?’
이 ■■가 차연호가 말했던, 기억을 되찾을 수 있는 키워드라는 직감이 들었다.
오랜만에 머리를 너무 많이 쓴 탓에 영 피곤했다.
아무래도 내일 운전은 김도빈한테 시켜야겠다. 오늘 마신 맥주 핑계면 충분하겠지.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479화(479/509)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479화

내가 이번에는 이긴 걸로 기뻐하든 말든 겨우 오디 반 그릇 먹은 걸로 멘탈이 깨진 서예현은 당장 운동해야 한다고 평상에서 뛰쳐 나갔다.

마당을 미친 듯이 뛰고 있는 서예현한테는 본인이 섭취한 오디 칼로리를 반드시 다 소모하고 자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아니, 그러면 설마 본인은 이거 가져와서 한두 개 먹고 끝내려고 했던 거냐? 하긴, 31살 기억 속 서예현도 계속 오디를 주워 먹고 있긴 하더라.

침묵이 어색해서였는지 진짜 오디를 좋아해서 그랬는지 이제 알 길은 없지만.

그릇에 아직 반이나 남은 오디를 슬쩍 집어 하나를 입에 던져넣었다. 기억에서 느껴지던 그 맛 그대로였다.

어디 미슐랭 쓰리스타 레스토랑 간 기억은 파편으로 없나? 영 어두컴컴한 기억만 되찾게 해 주지 말고 이런 좋은 기억도 찾아줘서 환기를 시켜줘야지, 어?

쓸데없는 생각을 하면서 손을 뻗어 맥주캔을 집어 들다가 기억 속, 타투 염증으로 벌겋게 부어올라 있던 그 부위에 시선이 닿았다.

아무래도 견하준과의 절연, 케이제이 자살에 대한 대중의 비난과 증인이나 증거에 관련한 인간 불신, 거기에 슬럼프까지 제대로 겹쳐서 서른 살의 난 그렇게 건강도 안 챙길 정도로 무너진 모양이다.

아무리 그래도 타투를 그렇게, 씨… 진짜 C형 간염으로 죽은 거 아니야?

역시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는 좋은 계기였다.

기억 속 서예현의 말로는 연습생이 케이제이 때문에 자살했다는데, 내가 딱히 본인 죗값을 치른 케이제이의 죽음에 죄책감을 느꼈을 것 같지는 않았다.

아마 내가 증인이나 증거만 제대로 제시했어도 욕의 3분의 2 정도는 덜 먹었을 텐데. 어차피 3분의 1은 케이제이가 죽은 이상, 일이 어떻게 되든 먹을 욕이니 논외로 치고.

‘그러면 차연호는 지금 그 연습생의 자살을 막으려는 건가?’

그렇다면 신월 전 연습생을 나한테서 찾은 이유도 대략 설명이 된다. 내가 정보를 전달받았다는 걸로 봐서는 그 연습생이 스물아홉 살 이후에 일어날 일의 열쇠가 될 확률이 높다.

그리고 그건 나도 막고 싶은 일이므로 최선을 다해 협조해 줄 수 있었다. 애초에 내 목적은 케이제이를 나락 보내는 게 아니었으니까. 그저 창작자가 본인의 창작물에 정당한 권리를 갖는 세상을 바랐을 뿐이지. 그 과정에서 표절범과 착취범을 족쳤을 뿐이고.

하지만 나는 과거나 현재나 똑같이 신월과는 연이 없었다. 그러니 신월 연습생들과 알고 지냈을 리도 만무했다.

‘작곡 커뮤니티? 흠, 거기는 내가 첫 번째로 폭로한 지 1년 후에 닫혔는데.’

회귀 전의 기준으로 생각해 보려고 해도 쉬이 감이 오지 않았다. 기억을 더 찾아야 가능하다고 판단을 내린 후, 두 번째 기억으로 고찰을 옮겨 가려던 찰나.

“나 이제 들어가서 잘래. 여기에 계속 있으면 또 오디 과다 섭취할 것 같아. 너도 피곤해 보이는데 빨리 들어와서 자.”

드디어 한밤중의 생쇼를 끝낸 서예현이 숨을 몰아쉬며 내게 손짓했다. 손에 들고 있던 맥주캔을 가볍게 흔들어 보이며 유하게 대꾸했다.

“나도 이것만 마시고 들어가려고. 형 먼저 들어가서 자고 있어.”

“적당히 마시고 들어와. 너 내일 술 덜 깨면 자칫하다간 음주 운전된다.”

“별걱정을. 그러면 도빈이한테 운전 시키면 돼. 걔도 내 차에 보험 들어져 있으니까.”

“어, 나한테만 시키지 마.”

“일주일 만에 운전면허 따 놓고 왜 그러십니까, 형님. 설마 제가 해드리는 운전 연수가 두려우신 겁니까? 도빈이의 반도 안 잡았는데 무서워하면 형님이 도빈이보다 더 쫄보라는 소리밖에 더 되겠습니까.”

“그런 도발에 내가 넘어갈 줄 알아?”

“도발이 아니라 그저 팩트 나열입니다, 형님.”

“아오, 저 형님체 오랜만에 들으니까 진짜 열받아!”

그러고 보니 기억 속에서는 내가 서예현의 음주 운전을 걱정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서예현이 내가 음주 운전으로 걸릴 걸 걱정하고 있다니.

서예현이 들어가자마자 평상에 다시 드러누웠다. 서늘한 평상 바닥이 등에 닿으며 훅 올랐던 술기운이 조금이나마 가라앉았다.

5회차라는 기억 속의 내게 위험도 시스템이 있었던 이상, 이 5회차는 내가 현재 보유 중인 초심도 시스템이 아니라 차연호, 그리고 위험도 시스템이랑 엮인, 그러니까 차연호가 기억하고 있는 그 여러 개라는 회차일 확률이 높았다.

패치하시겠냐고 뜨던 ■■ 시스템이 현재의 초심도 시스템과 폰트와 색상이 똑같은 걸 보면 초심도로 인한 두 번의 회귀는 5회차 이후의 일이니 저 5회차 안에 포함이 되지 않은 게 확실하다.

위험도 시스템을 보유한 나 역시 차연호처럼 서른한 살 때까지의 기억이 있는 걸로 보이고.

그리고 맥락상으로 봤을 때는 멤버들도 한 사람당 한 회차씩 가장 처음의 기억이 있었던 것 같고. 악보 가져오고 내 말에 벙쪘던 서예현을 보니 내게도 기억이 있는 건 아무래도 몰랐던 눈치였지만.

짜식들, 그때도 내심 부르고 싶었구나.

아니면… 그 곡으로 우리가 받지 못한 신인상을 네이비가 받았던 게 멤버들의 기억에도 깊숙이 남았을 수도. 아님 말고.

다만 걸리는 건, 계속 거슬리게 경고를 띄우던 위험도 상태창이었다.

그래, 현재 차연호한테 있다는 그거.

‘위험도는 경고가 아니야. 나를, 숙주를 극한으로 몰아가는 일종의 위장이었지.’

그게 나한테 있었다는 건, 내가 숙주였다는 뜻인데. 그러면 왜 현재는 차연호가 숙주가 되어 버린 건지도 알아내야 했다.

‘한 번 더 정준이의 죽음을 마주한 내가 그 이후에 네 탈퇴 후 족족 시간을 돌린 거지.’

이 말에 따르면 애시당초에 시간을 돌릴 수 있는 선택권이 내게는 전혀 없었고 모든 회귀는 차연호를 주체로 이루어졌으며, 위험도 시스템이 제시한 ‘성공’이라는 목표는 그저 위험도처럼 나를 극한으로 몰아가려 한 위장일 가능성이 높았다.

그룹이 잘되는 선택지를 서예현이 제시해도 그것에 굳이 위험도 수치를 올리며 멤버들을 짐으로 여기게 몰아가던 것부터 답이 나왔다.

그리고 결론적으로.

‘이번에 내가 정준이를 살리지 못하면 끝이야. 그게 본질적인 내기의 시작이었으니까.’

이 말이 회귀의 모든 시작점이 차연호임을 말해 주고 있었다.

내가 시간을 돌렸으면 어떻게 차연호가 내 죽음 뒤를 기억하고 있겠냐.

자살한 케이제이, 그 죽음에 제대로 얽힌 나. 그리고 그러한 결말을 바꾸고 싶어 하는 차연호.

차연호가 본인 입으로 내 장례식에 왔었다고 실토했었지.

절연한 친구가 내 빈소에 1분도 있다 가지 않았다고 조롱했던 놈이 과연 순수한 추모의 목적으로 내 장례식에 왔을까?

내 죽음을 거보라고 물어뜯기에 바쁜 놈이 만약 차연호라면.

내 장례식에 와서 그 꼴을 눈에 담으며 비웃을 정도로, 그 정도로 내게 원망이 깊었다면, 나를 숙주 삼아 괴롭히는 선택도 충분히 할 수 있지 않을까.

현재는 본인이 숙주 꼴이 된 걸 보아하니 단순히 괴롭힘만이 이유의 전부는 아닌 것 같지만.

뭐, 나도 그 연습생의 죽음을 막고 싶으니 그 건에 관한 협조 정도야 기꺼이 해 주겠다지만 그래도…

‘완전한 협조는 못 해 주겠군.’

전혀 좋은 일로 엮인 게 아닌 놈이 내 뒤통수를 언제 어떻게 칠 줄 알고.

한 번 이렇게 의심스러움을 자각하고 나자 갑자기 모든 패를 깐 행동도, 내게 유해진 태도도 모두 의심스럽기 짝이 없게만 느껴졌다.

애초부터 차연호를 안 믿긴 했지만.

생각을 대충 정리하고 평상에 뉘였던 몸을 일으켰다.

그래도 9월이라고 슬슬 가을의 초입에 접어들고 있기라도 하는 듯, 밤바람이 선선했다.

방으로 돌아오자 무려 이불 다섯 개를 쌓아 놓고 그 위에서 퍼질러 자는 서예현의 모습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저 정도면 침대보다 더 푹신하겠다. 진작 저렇게 자면 되지 뭐 하러 나와서 나한테 개꿈 같은 기억 버그를 선사해 줘?

서예현한테서 시선을 거두자 마치 테트리스라도 하듯 이리저리 개판으로 잠들어 있는 막내 라인의 모습이 보였다. 하필 서예현이 둘 사이의 큼직한 공간을 떡하니 차지하고 있는 바람에 내가 잘 만한 공간이 없었다.

혀를 차며 몸을 누일 공간을 찾다가 그나마 두 다리 뻗고 잘 수 있는 공간을 찾아냈다.

침대가 위치한 곳의 바로 옆쪽이었다. 잠귀가 더럽게 밝은 견하준의 옆자리는 다들 기피하는 자리였기에 비워 놓은 게 분명했다.

발소리가 나지 않게 까치발을 들고 조심히 빈 공간으로 향했다. 침대 옆으로 다가가 눕기 직전, 곤히 잠들어 있는 견하준을 돌아보았다.

회귀 전에 그 서예현도 나를 찾아왔는데, 인마. 이제 와서 궁금하긴 하다. 회귀 전의 서예현이 내게 전해 주려던 네 소식이 대체 무엇이었는지.

이제는 영영 들을 수 없는 소식이긴 해도.

아니면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6회차에서 우리가 화해했을지도 모르지.

스물여덟 살 때 절연했던 기억을 찾았어도 딱히 아무렇지 않은 걸 보면.

서예현이랑 류재희도 데뷔 초로 다시 돌아와도 꼴 보기 싫지까지는 않았던 걸 보면 무의식적으로 영향은 끼치는 모양인데.

김도빈이야 뭐… 갈등이 있었다기보다는 아예 대화를 안 하고 살았으니 어색하고 데면데면한 편에 더 가까워서 애초부터 서예현보단 덜 꼴보기 싫었고.

물론 내 희망 사항이긴 했다. 견하준이 기억이 있었던 게 2회차인지 6회차인지, 6회차가 정말로 실존하는지도 아직은 모르니까.

이번이 몇 회차인지는 나중에 차연호한테 이번 기억을 미끼로 들으면 될 일이다.

한숨으로도 잠귀 밝은 견하준이 깰까 봐 답답한 속에도 한숨을 삼키고 뒷머리만 헤집다가 침대 옆의 바닥에 대충 누워 눈을 감았다.

마지막으로, ■■ 시스템.

초심도는 세 글자인데 왜 네모는 두 개냐. 정황상 이게 우리집 시스템인 건 확실한데.

우리집 시스템이 지금 나한테 있는 걸 보니까 내가 결국은 이걸 패치하는 것에 동의한 모양인데 대체 무슨 과정을 거친 건지 감도 안 왔다.

만약 6회차가 실존한다면, 그 6회차에서 이 시스템이 패치가 되면서 내가 위험도 시스템의 숙주 신세에서 벗어나고 그 여파로 차연호가 대신 숙주가 된 거라면…

‘그럼 우리집 시스템은 단순히 초심도가 아닌가?’

이 ■■가 차연호가 말했던, 기억을 되찾을 수 있는 키워드라는 직감이 들었다.

오랜만에 머리를 너무 많이 쓴 탓에 영 피곤했다.

아무래도 내일 운전은 김도빈한테 시켜야겠다. 오늘 마신 맥주 핑계면 충분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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