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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ự Trở Lại Của Một Thần Tượng Đã Mất Đi Lý Tưởng Ban Đầu RAW - C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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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457화(457/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457화
드라마는 여주인공이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는 모습으로 시작되었다.
퇴근하고 명절 선물 세트로 인해 캐롯마켓에 싸게 나온 스팸과 참치, 식용유를 싹쓸이하던 여주인공은 캐롯마켓에서 무려 맞선 자리 대타 단기 알바를 찾아낸다.
[이혜라 씨를 찾습니다. 이해라, 이예라도 환영. 이혜라라면 내 이름인데? 잠깐만… 뭐라고? 맞선자리 한 번 대신 나가 주면 100만 원?]
“대놓고 막장으로 나가기로 했구나. 캐롯마켓에서 동명이인 대타 급구라니. 저게 성사될 확률이 얼마나 된다고. 캐롯마켓 같은 구에 이혜라 씨가 있을 확률이 얼마나 된다고! 저건 현실성이 없어! 돈 줘야 하는 당위성 만들어 주느라 또 이름은 특이하지? 그런데 또 동성동본 피하려고 성은 특이한 거 못 쓰지? 희귀 성씨면 건너 건너 친척이니까?”
지금까지 드라마를 같이 본 적이 없어서 몰랐지만 서예현은 드라마에 현실성을 깐깐하게 따지는 타입인 듯했다.
하지만 나도 회귀 전에 처음 이 드라마를 봤을 때는 서예현과 똑같은 생각을 했기에 할 말은 없었다.
회차가 지날수록 저건 뇌 빼고 보는 드라마라는 걸 깨닫고 혼자 시비 거는 걸 그만뒀지. 서예현도 빨리 깨닫기만을 바랄 뿐이다.
“그러니까 드라마죠. 재밌는뎅.”
“원래 어설픈 막장보다는 대놓고 막장으로 가는 편이 더 재미있는 법이에요.”
반대로 김도빈과 류재희는 아무 생각 없이 감상하는 타입이었다.
[저는 결혼할 생각 없거든요. 그러니 맞선 상대가 혜라 씨에게 아주 학을 떼게 만들어 주세요. 어른들 입에서 다시는 ‘맞선’ 소리가 나오지 못하게.]
[어디까지 해도 괜찮을까요? 기왕 100만 원이나 받으니 제 인권은 잠시 내려놓고 고객님 맞춤형으로 해 드릴게요! 신발 벗고 테이블에 다리 올리기? 코 후비기?]
[아니, 그것까진… 제 인권도 생각해 주시겠어요…?]
“그래도 동명이인 구한 이유는 나름 논리적이다. 상대가 이름 부를 때 적응 못하고 반응 늦게 하면 수상해서 대타 세운 거 들킬 확률이 높아지니까.”
“돈 받으면 다 해! 나도 돈 받으면 윤이든 대타 서라고 해도 내가 윤이든이라고 세뇌하고 바로바로 반응할 수 있어!”
“아니, 이 형님은 왜 이렇게 드라마를 다큐로 받아?”
여주인공의 맞선 대타 계약 과정을 모두 보여 준 드라마는 이제 남주인공 화면으로 넘어갔다. 남주인공은 현대 미술 작가였다.
[선배도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이 나이에 결혼이라니.]
[그 나이에 대기업 상무 달고 있는 건 말이 되고? 하여간 우리나라 혈연 낙하산 꽂는 건 알아줘야 한다니까.]
[그래서, 저 대신 맞선 한 번만 대신 나가 줄래요?]
[너 내 말 안 듣고 있지. 그리고 내가 왜 네 맞선을 대신 나가?]
“하준이 형이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견하준이 등장했다.
김도빈의 외침에 안고 있던 소파 쿠션에 얼굴을 그대로 푹 묻은 견하준은 겨우 고개를 들어 티비 화면 속 제가 연기하는 모습을 마주했다.
“야, 준아. 보기 힘들면 보지 마. 우리가 대신 봐 줄 테니까.”
“아니야. 내 눈으로 봐야지 내 연기 어디가 어색했는지,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 알지.”
끄응, 앓는 소리를 내면서도 견하준의 눈은 티비 스크린에 고정되어 있었다.
[이쪽 김유환이 나가든 그쪽 김유환이 나가든 알 게 뭐예요? 어찌 됐건 김유환만 나가면 되잖아. 안 그래요?]
[만약 내가 마음에 들어서 애프터 신청하면 어떡하려고?]
[애프터 신청 안 받게 선배가 자알 대처하셔야죠. 기왕이면 상대분이 집에 가셔서 절대 그 개자식이랑 결혼 못 한다고 학을 뗄 정도로 부탁드려요.]
[아무튼, 나는 싫다.]
[흐음, 이 조건에도?]
남주인공의 동명이인 대학 동아리 후배로 나오는 견하준은 시종일관 나긋하게 웃고 있지만 오만하고 냉소적인 면이 가끔 돋보이는 연기를 훌륭하게 소화해 내고 있었다.
“아니, 협업 프로젝트 해 준다는 꼬임에 저렇게 넘어간다고? 계약서도 안 쓰고 낙하산이 말하는 구두 계약을 뭘 믿고? 쟤 등신이야?”
“예현이 형, 아무리 그래도 사람한테 등신이라뇨. 그림만 그려서 세상 물정을 모를 수도 있죠.”
“야, 여주인공이 훨씬 손핸데? 여주는 겨우 100만 원 받았는데 남주인공 쟤는 대기업이랑 콜라보하면 저작권자인 쟤한테 들어오는 돈이 얼마야? 혜라 씨, 너무 짜다! 좀 더 쳐 주지!”
“에이, 어차피 둘이 이어질 거 아니에요. 결혼하면 공동재산 되잖아여.”
“아니지, 차라리 저기에서 혜라 씨들처럼 현금 100만 원 쿨거래가 낫지. 현금 거래라 세금도 안 떼일 거 아니야. 저거 무산되면 남주인공이 받는 돈은 0원이야. 하준이는 맞선 끝나고 입 싹 씻으면 그만이라니까? 저 등신, 계약서도 안 썼잖아. 구두 계약이 효력이 있냐고.”
“아니, 형님. 세금 떼더라도 만약 콜라보 되면 들어오는 돈이 백만 원이랑 비교가 되겠습니까? 그리고 여주인공이랑 남주인공이 만나야 하는데 당연히 콜라보는 성사되겠죠. 하준이랑 주인공 혜라 씨랑 같은 회사잖슴까. 하준이가 구두 계약이라고 발 빼면 이 드라마 2화에서 끝납니다.”
“류재류재, 그런데 회장 손자면 20대 중반에 상무 달어? 찐?”
“이든이 형, 진짜예요?”
“왜 쥐뿔도 없는 나한테 물어. 우리 집은 대기업이 아니라 부동산이거든?”
“하준이 형이 삼성 부회장보다 상무 빨리 달았는데? 드라마적 허용인가 봐요.”
하지만 다들 견하준의 연기는 신경도 쓰지 않고 드라마 내용을 따지기에 바빴다.
덕분에 자기 연기를 보는 견하준의 표정은 한결 편해졌다. 언제든지 얼굴을 박기 위해 꽉 쥐고 있던 쿠션도 무릎에 얌전히 놓아 둔 상태였다.
흠, 설마 DTB 4에서 무대를 씹어먹는 내 모습을 보면서도 내 칭찬은커녕 비트만 칭송하고 누가 올라갈지 토론만 하던 멤버들의 모습을 견하준이 잊은 건가.
이 그룹에서 훈훈함이 존재할 때는 나를 제외하고 누구 하나 아플 때밖에 없었다.
1화는 두 주인공이 마침내 맞선 장소에 도착한 장면에서 끝났다. 견하준의 목소리가 드라마 엔딩 OST로 부드럽게 울리며 다음 화 예고편을 짧게 보여주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김유환이라고 합니다.]
[이혜라예요.]
[와, 그 남자 보통 또라이가 아니더라. 이혜라 씨, 맞선 파토 내려고 대타 세우신 건 정말 훌륭한 선택이었어요.]
[그 여자 진짜 미쳤던데? 너 설마 다 알고 나 대타로 보냈냐?]
“다음 화가 진짜 연기 차력쇼야. 연기 공부도 할 겸 촬영하는 거 봤는데 미쳤더라.”
견하준이 약간은 질린 얼굴로 우리에게 2화를 조금 스포해 주었다.
그러고 보니 1화는 잔잔하고 2화에서부터 입소문을 타며 떴었지. 내가 제일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는 화이기도 하고. 이번에는 뒤늦게 보지 말고 본방 사수해야겠다.
이렇게 다 같이 모여서 드라마에 한 마디씩 얹으며 보니까 재미가 두 배였다.
“그런데 솔직히 고백하면 하준이 형이 안 나왔어도 봤을 듯요. 1화부터 엄청 재미있는데요? 용두사미만 안 나면 명작 반열에는 오를 거 같은데.”
“그러니까. 윤이든이 하도 강력하게 이걸 밀어붙여서 아리송했는데 역시 윤이든 감 안 죽었네. 태클 걸 곳은 많은데 오히려 다 내려놓은 막장이라 재미는 있다. 계속 볼 만해.”
그렇게 태클을 걸며 시청하던 서예현도 내 선택이 나쁘지 않았음을 순순히 인정했다. 이제 김정서 작가님의 드라마가 거하게 망하면 나를 향한 신뢰는 수직 상승하다 못해 하늘을 뚫겠군.
“와, 하준이 형이 부른 드라마 OST는 벌써 실시간 차트인 했네. 다들 빠르시다.”
위클리 서치 퀘스트로 견하준 드라마 반응을 서치하려다가 류재희의 말에 바로 방향을 틀어 음원 차트부터 확인했다.
당연하다. 드라마는 견하준만 열일했지만 견하준이 부른 드라마 OST는 작사·작곡한 내 지분도 제법 크지 않은가.
[92위-new ‘견하준 – Merry-go-round’ ♥1701]
겨우 드라마 1화가 막 끝난 후의 순위치고 나쁘지 않았다. 여기에서 더 올라가겠지.
물론 드라마빨이 아니더라도 곡만으로 주목받고 음원차트 순위가 오를 자신도 충분히 있었다. 당연하지, 누가 만든 노랜데.
“그럼 뭐해. 어차피 김정서 작가님 드라마 방영하면 관심이랑 시청자들은 다 거기로 몰릴 텐데.”
안도하든지 아쉬워하든지 둘 중에 하나만 해라, 준아. 대놓고 막장인 드라마가 부끄럽긴 해도 본인이 찍은 드라마가 주목받는 게 나쁘진 않은 모양이었다.
“하긴, 그 드라마는 주연 배우 확정부터 기사 엄청 나왔잖아. 김정서 작가님 드라마에 최진, 강세영 주연이라고.”
최진은 주연을 맡은 전작들이 연달아 히트 치며 확실히 믿고 보는 배우로 탄탄하게 자리 잡은 대세 남배우였다. 강세영 역시 이름만 대면 다들 아는 유명 여배우고 말이다.
주연 배우는 회귀 전이랑 같았기에 더 마음이 놓였지. 그 드라마가 주목을 받으며 견하준 드라마를 씹어먹는 일은 회귀 전과 마찬가지로 확실히 없을 것 같아서.
견하준이 제안 받았던 그 배역도 회귀 전 그 배역을 맡았던 아이돌이 차지했다.
의외로 발이 넓은 김도빈이 제가 들어온 김정서 작가님 드라마 관련 소식을 꺼냈다.
“저도 건너 건너 전해 들은 거긴 한데, 하준이 형한테 캐스팅 왔던 배역 있잖아요, 거기에 위즈 우경해 선배님 들어갔는데 최진이랑 한바탕했대요. 최진이 아이돌 그룹 출신 엄청 무시해서.”
“따지자면 경해 선배님이 연기도 더 경력 높은 거 아닌가? 아역 출신이잖아. 최진 배우는 20대에 데뷔였고.”
“그러니까요. 그런 경력 가진 사람도 아이돌 출신이랍시고 무시하는데 배우로서 첫 촬영인 하준이 형은 얼마나 더 무시했겠어요.”
“여기서는 무시 안 받지?”
“응, 우리 이번에 컴백했을 때도 노래 잘 들었다고 덕담도 해 주시고 촬영장 익숙해지게 다들 많이 도와주셔.”
“오히려 다행이네. 만약 최진이 무시했어도 너는 한 대 치지도 못하고 속으로만 삭혔을 거 아니냐.”
“나는 이든이 네가 연기 재능이 없어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해. 배우랑 치고받고 싸우다가 뉴스 뜰 일은 없을 거 아니야.”
견하준이 장난스럽게 웃으며 맞받아쳤다. 그럴 일은 없을 거라는 말은 차마 못 했다.
“그런데 그 드라마 꽤 이전에 기사 띄우고 홍보하지 않았나? 아직도 런칭을 안 했네?”
“기대작이라서 더 준비할 게 많나 보지.”
심드렁하게 대꾸하며 오늘 드라마를 본 데이드림의 반응을 읽어 주었다. 이름하여 칭찬 외주.
“드라마 보면서 준이 네 연기 어색한 곳 한 군데도 없었댄다. 그리고 오, 엔딩 OST가 좋았대.”
서예현이 나를 힐끔 돌아보며 중얼거렸다.
“은근슬쩍 자기 칭찬까지 끼워 넣네.”
흠, 티 났나…?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457화(457/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457화

드라마는 여주인공이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는 모습으로 시작되었다.

퇴근하고 명절 선물 세트로 인해 캐롯마켓에 싸게 나온 스팸과 참치, 식용유를 싹쓸이하던 여주인공은 캐롯마켓에서 무려 맞선 자리 대타 단기 알바를 찾아낸다.

“대놓고 막장으로 나가기로 했구나. 캐롯마켓에서 동명이인 대타 급구라니. 저게 성사될 확률이 얼마나 된다고. 캐롯마켓 같은 구에 이혜라 씨가 있을 확률이 얼마나 된다고! 저건 현실성이 없어! 돈 줘야 하는 당위성 만들어 주느라 또 이름은 특이하지? 그런데 또 동성동본 피하려고 성은 특이한 거 못 쓰지? 희귀 성씨면 건너 건너 친척이니까?”

지금까지 드라마를 같이 본 적이 없어서 몰랐지만 서예현은 드라마에 현실성을 깐깐하게 따지는 타입인 듯했다.

하지만 나도 회귀 전에 처음 이 드라마를 봤을 때는 서예현과 똑같은 생각을 했기에 할 말은 없었다.

회차가 지날수록 저건 뇌 빼고 보는 드라마라는 걸 깨닫고 혼자 시비 거는 걸 그만뒀지. 서예현도 빨리 깨닫기만을 바랄 뿐이다.

“그러니까 드라마죠. 재밌는뎅.”

“원래 어설픈 막장보다는 대놓고 막장으로 가는 편이 더 재미있는 법이에요.”

반대로 김도빈과 류재희는 아무 생각 없이 감상하는 타입이었다.

“그래도 동명이인 구한 이유는 나름 논리적이다. 상대가 이름 부를 때 적응 못하고 반응 늦게 하면 수상해서 대타 세운 거 들킬 확률이 높아지니까.”

“돈 받으면 다 해! 나도 돈 받으면 윤이든 대타 서라고 해도 내가 윤이든이라고 세뇌하고 바로바로 반응할 수 있어!”

“아니, 이 형님은 왜 이렇게 드라마를 다큐로 받아?”

여주인공의 맞선 대타 계약 과정을 모두 보여 준 드라마는 이제 남주인공 화면으로 넘어갔다. 남주인공은 현대 미술 작가였다.

“하준이 형이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견하준이 등장했다.

김도빈의 외침에 안고 있던 소파 쿠션에 얼굴을 그대로 푹 묻은 견하준은 겨우 고개를 들어 티비 화면 속 제가 연기하는 모습을 마주했다.

“야, 준아. 보기 힘들면 보지 마. 우리가 대신 봐 줄 테니까.”

“아니야. 내 눈으로 봐야지 내 연기 어디가 어색했는지,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 알지.”

끄응, 앓는 소리를 내면서도 견하준의 눈은 티비 스크린에 고정되어 있었다.

남주인공의 동명이인 대학 동아리 후배로 나오는 견하준은 시종일관 나긋하게 웃고 있지만 오만하고 냉소적인 면이 가끔 돋보이는 연기를 훌륭하게 소화해 내고 있었다.

“아니, 협업 프로젝트 해 준다는 꼬임에 저렇게 넘어간다고? 계약서도 안 쓰고 낙하산이 말하는 구두 계약을 뭘 믿고? 쟤 등신이야?”

“예현이 형, 아무리 그래도 사람한테 등신이라뇨. 그림만 그려서 세상 물정을 모를 수도 있죠.”

“야, 여주인공이 훨씬 손핸데? 여주는 겨우 100만 원 받았는데 남주인공 쟤는 대기업이랑 콜라보하면 저작권자인 쟤한테 들어오는 돈이 얼마야? 혜라 씨, 너무 짜다! 좀 더 쳐 주지!”

“에이, 어차피 둘이 이어질 거 아니에요. 결혼하면 공동재산 되잖아여.”

“아니지, 차라리 저기에서 혜라 씨들처럼 현금 100만 원 쿨거래가 낫지. 현금 거래라 세금도 안 떼일 거 아니야. 저거 무산되면 남주인공이 받는 돈은 0원이야. 하준이는 맞선 끝나고 입 싹 씻으면 그만이라니까? 저 등신, 계약서도 안 썼잖아. 구두 계약이 효력이 있냐고.”

“아니, 형님. 세금 떼더라도 만약 콜라보 되면 들어오는 돈이 백만 원이랑 비교가 되겠습니까? 그리고 여주인공이랑 남주인공이 만나야 하는데 당연히 콜라보는 성사되겠죠. 하준이랑 주인공 혜라 씨랑 같은 회사잖슴까. 하준이가 구두 계약이라고 발 빼면 이 드라마 2화에서 끝납니다.”

“류재류재, 그런데 회장 손자면 20대 중반에 상무 달어? 찐?”

“이든이 형, 진짜예요?”

“왜 쥐뿔도 없는 나한테 물어. 우리 집은 대기업이 아니라 부동산이거든?”

“하준이 형이 삼성 부회장보다 상무 빨리 달았는데? 드라마적 허용인가 봐요.”

하지만 다들 견하준의 연기는 신경도 쓰지 않고 드라마 내용을 따지기에 바빴다.

덕분에 자기 연기를 보는 견하준의 표정은 한결 편해졌다. 언제든지 얼굴을 박기 위해 꽉 쥐고 있던 쿠션도 무릎에 얌전히 놓아 둔 상태였다.

흠, 설마 DTB 4에서 무대를 씹어먹는 내 모습을 보면서도 내 칭찬은커녕 비트만 칭송하고 누가 올라갈지 토론만 하던 멤버들의 모습을 견하준이 잊은 건가.

이 그룹에서 훈훈함이 존재할 때는 나를 제외하고 누구 하나 아플 때밖에 없었다.

1화는 두 주인공이 마침내 맞선 장소에 도착한 장면에서 끝났다. 견하준의 목소리가 드라마 엔딩 OST로 부드럽게 울리며 다음 화 예고편을 짧게 보여주었다.

“다음 화가 진짜 연기 차력쇼야. 연기 공부도 할 겸 촬영하는 거 봤는데 미쳤더라.”

견하준이 약간은 질린 얼굴로 우리에게 2화를 조금 스포해 주었다.

그러고 보니 1화는 잔잔하고 2화에서부터 입소문을 타며 떴었지. 내가 제일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는 화이기도 하고. 이번에는 뒤늦게 보지 말고 본방 사수해야겠다.

이렇게 다 같이 모여서 드라마에 한 마디씩 얹으며 보니까 재미가 두 배였다.

“그런데 솔직히 고백하면 하준이 형이 안 나왔어도 봤을 듯요. 1화부터 엄청 재미있는데요? 용두사미만 안 나면 명작 반열에는 오를 거 같은데.”

“그러니까. 윤이든이 하도 강력하게 이걸 밀어붙여서 아리송했는데 역시 윤이든 감 안 죽었네. 태클 걸 곳은 많은데 오히려 다 내려놓은 막장이라 재미는 있다. 계속 볼 만해.”

그렇게 태클을 걸며 시청하던 서예현도 내 선택이 나쁘지 않았음을 순순히 인정했다. 이제 김정서 작가님의 드라마가 거하게 망하면 나를 향한 신뢰는 수직 상승하다 못해 하늘을 뚫겠군.

“와, 하준이 형이 부른 드라마 OST는 벌써 실시간 차트인 했네. 다들 빠르시다.”

위클리 서치 퀘스트로 견하준 드라마 반응을 서치하려다가 류재희의 말에 바로 방향을 틀어 음원 차트부터 확인했다.

당연하다. 드라마는 견하준만 열일했지만 견하준이 부른 드라마 OST는 작사·작곡한 내 지분도 제법 크지 않은가.

겨우 드라마 1화가 막 끝난 후의 순위치고 나쁘지 않았다. 여기에서 더 올라가겠지.

물론 드라마빨이 아니더라도 곡만으로 주목받고 음원차트 순위가 오를 자신도 충분히 있었다. 당연하지, 누가 만든 노랜데.

“그럼 뭐해. 어차피 김정서 작가님 드라마 방영하면 관심이랑 시청자들은 다 거기로 몰릴 텐데.”

안도하든지 아쉬워하든지 둘 중에 하나만 해라, 준아. 대놓고 막장인 드라마가 부끄럽긴 해도 본인이 찍은 드라마가 주목받는 게 나쁘진 않은 모양이었다.

“하긴, 그 드라마는 주연 배우 확정부터 기사 엄청 나왔잖아. 김정서 작가님 드라마에 최진, 강세영 주연이라고.”

최진은 주연을 맡은 전작들이 연달아 히트 치며 확실히 믿고 보는 배우로 탄탄하게 자리 잡은 대세 남배우였다. 강세영 역시 이름만 대면 다들 아는 유명 여배우고 말이다.

주연 배우는 회귀 전이랑 같았기에 더 마음이 놓였지. 그 드라마가 주목을 받으며 견하준 드라마를 씹어먹는 일은 회귀 전과 마찬가지로 확실히 없을 것 같아서.

견하준이 제안 받았던 그 배역도 회귀 전 그 배역을 맡았던 아이돌이 차지했다.

의외로 발이 넓은 김도빈이 제가 들어온 김정서 작가님 드라마 관련 소식을 꺼냈다.

“저도 건너 건너 전해 들은 거긴 한데, 하준이 형한테 캐스팅 왔던 배역 있잖아요, 거기에 위즈 우경해 선배님 들어갔는데 최진이랑 한바탕했대요. 최진이 아이돌 그룹 출신 엄청 무시해서.”

“따지자면 경해 선배님이 연기도 더 경력 높은 거 아닌가? 아역 출신이잖아. 최진 배우는 20대에 데뷔였고.”

“그러니까요. 그런 경력 가진 사람도 아이돌 출신이랍시고 무시하는데 배우로서 첫 촬영인 하준이 형은 얼마나 더 무시했겠어요.”

“여기서는 무시 안 받지?”

“응, 우리 이번에 컴백했을 때도 노래 잘 들었다고 덕담도 해 주시고 촬영장 익숙해지게 다들 많이 도와주셔.”

“오히려 다행이네. 만약 최진이 무시했어도 너는 한 대 치지도 못하고 속으로만 삭혔을 거 아니냐.”

“나는 이든이 네가 연기 재능이 없어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해. 배우랑 치고받고 싸우다가 뉴스 뜰 일은 없을 거 아니야.”

견하준이 장난스럽게 웃으며 맞받아쳤다. 그럴 일은 없을 거라는 말은 차마 못 했다.

“그런데 그 드라마 꽤 이전에 기사 띄우고 홍보하지 않았나? 아직도 런칭을 안 했네?”

“기대작이라서 더 준비할 게 많나 보지.”

심드렁하게 대꾸하며 오늘 드라마를 본 데이드림의 반응을 읽어 주었다. 이름하여 칭찬 외주.

“드라마 보면서 준이 네 연기 어색한 곳 한 군데도 없었댄다. 그리고 오, 엔딩 OST가 좋았대.”

서예현이 나를 힐끔 돌아보며 중얼거렸다.

“은근슬쩍 자기 칭찬까지 끼워 넣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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