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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ự Trở Lại Của Một Thần Tượng Đã Mất Đi Lý Tưởng Ban Đầu RAW - C3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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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384화(384/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384화
우리가 숙소를 옮긴다는 건 이미 매니저 형한테 이전에도 다 같이 들은 적이 있었기에 다들 이게 불러 놓고 말할 거리냐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아무도 이 말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한 건가. 이런 눈치 없는 놈들. 심지어 나도 듣자마자 바로 대표님한테 이의를 제기할 정도였는데.
눈치라고는 다들 더럽게 없는 우리 멤버들을 보며 혀를 차고 있으니 류재희가 떨떠름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갑자기 왜 이렇게 기분이 영 그렇지…? 마치 눈치 더럽게 없는 사람한테 눈치로 무시 당한 기분…?”
그래, 그거라도 깨달은 막내 너는 특별히 눈치를 반만 말아먹었다고 평가해 주마.
내 말을 곰곰이 곱씹고 있던 서예현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잠깐만, 일주일 후라고? 설마 이삿짐을 싸기 시작해야 하는 날짜가 아니라 이사 날짜가 일주일 후?”
“어어, 이사 날짜가 일주일 후.”
드디어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건지 나머지 멤버들의 얼굴도 급 진지해졌다.
“그러면 최소한 오늘부터 이삿짐을 싸기 시작해야 하겠네. 신정에는 가요빅매치 때문에 하루를 통으로 날리니까.”
견하준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렇게 되면 사실상 엿새 만에 버릴 거 버리고 이삿짐을 싹 싸야 한다는 소리였다.
연말 약속 잡는 건 꿈도 못 꾸겠군. 룸메이트를 바꿀 때, 방의 짐을 옮기는 데에만 꼬박 하루가 걸렸던 걸 상기하며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 왜 이렇게 이사 날짜를 빠듯하게 잡은 거야? 잡았으면 최소 2주일 전에는 알려주든가.”
서예현이 골 아프다는 표정으로 미간을 문지르며 중얼거렸다. 내가 대표님 앞에서 했던 소리와 토씨 하나 틀리지 않아 약간 소름이 끼쳤다.
저 인간 혹시 나랑 뇌 공유하나? 내가 생각해도 김도빈이 할 법한 헛생각을 애써 머릿속에서 쫓아내며 대표님한테 듣고 왔던 말을 그대로 전달해 주었다.
“안 그래도 나도 따졌는데 반지하 숙소에서 이사할 때, 짐 싸는 데 일주일도 안 걸려서 이번에도 일주일이면 충분할 줄 알았다나.”
“그때는 숙소가 하도 좁아서 그랬고! 심지어 나 빼고 너희들은 다 계절만 바뀌면 본가에 짐 가져다 놨잖아! 숙소에 도저히 짐 둘 자리가 없어서!”
내 대답을 들은 서예현이 환장하겠다는 얼굴로 가슴을 두드려 댔다.
지금은 반지하에서 살던 때와 달리 드레스룸으로 쓸 수 있는 방까지 있었기에 우리는 마음 놓고 계절에 맞지 않은 옷들과 잡화들과 선물 등의 짐들을 드레스룸에 쌓아 놨다.
그 말인즉슨, 우리가 싸야 하는 이삿짐은 처음 했던 숙소 이사 때보다 몇 배가 늘어났다는 소리였다.
“일단 최대한 짐 싸 보고, 도저히 안 되겠으면 미뤄 달라고 해야지. 내가 이삿짐 포장용 박스는 받아왔다.”
현관에 세워 놨던, 아직 조립하지 않은 포장용 박스를 턱짓했다.
“방금까지 내가 하고 있었던 고민이 참 쓸데없이 느껴진다. 이런 식으로 고민 해결을 하게 해 주다니, 참 고마운 소속사야.”
견하준이 은근히 뼈 있는 말을 내뱉으며 드러누워 있던 소파에서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당장 일주일 앞으로 훅 다가 온 이사 앞에서 연기 고민은 뒷전이 되었나 보다.
그래도 저런 모습을 몇 번 봤다고 멤버들은 이제 견하준이 저래도 딱히 놀라거나 의외라는 반응을 보이진 않았다.
하긴, 착하고 다정하고 어른스러운 이미지를 쭉 유지하기에는 지금까지 참 많은 일이 있었지.
“자, 지금부터 짐 싸자. 일단 드레스룸부터 정리하는 게 좋을 거 같아. 버릴 것들은 버리고, 각자 자기 것들 챙겨서 짐 안 섞이게 박스에 넣어 놔.”
그래도 여전히 그룹의 엄마 같은 면모는 변하지 않았다. 방금도 나도 모르게 ‘네, 엄마’라고 대답할 뻔했으니.
견하준의 재촉에 다들 비척비척 몸을 일으켰다. 모두의 시선이 드레스룸으로 향했다.
말이 드레스룸이지 본인의 옷과 잡화 등은 본인의 방 옷장에 넣고 사는 터라 저 드레스룸은 다섯 명의 옷가지와 물건들이 모두 섞인 창고와 다름없었다.
“청소할 때 들어가면 저기 장난 아니던데… 거의 짐더미의 산이던데요.”
“하, 이럴 줄 알았으면 평소에 정리 좀 하고 살걸.”
뒤늦은 한탄을 내뱉으며 벌컥, 드레스룸의 문을 열었다.
우리 다섯이 숙소 생활에서 부딪히지 않은 이유는 간단했다. 생활 청결도가 다들 엇비슷했기 때문이다.
특별히 지저분하게 숙소를 쓰는 놈도 없었고 특별히 깔끔 떠는 놈도 없었다.
그나마 깔끔하게 사는 놈들은 서예현과 견하준이었지만 우리 다섯 중에서 ‘그나마’ 치우고 사는 거지 결벽증 수준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곳까지 깨끗이 치우고 사느냐 하면 그건 또 아니었다.
자기 방과 같이 눈에 보이는 곳만 깔끔하게 정리하고 살지. 그 둘이 계절이 지난 옷을 드레스룸에 대충 던져넣던 걸 나도 봤다.
그래서 평소에는 굳게 닫혀 있어 ‘눈에 보이지 않는 곳’인 드레스룸은…
“이거 오늘 하루로 다 정리될 수준이 아닌 것 같은데여….”
“우리 분명 옷 정리하고 물품 정리하자고 드레스룸 만들지 않았어? 왜 거대한 쓰레기통이 되어 있지…?”
“아무도 청소하면서 여길 정리할 생각을 안 했다는 게 참 개탄스럽다.”
“우리가 그럼 그렇지, 뭐.”
개판이나 다름없었다.
일단 우리가 정신 차리고 제일 먼저 시작한 일은 대충 쌓여 있는 옷더미에서 각자 자기 여름옷들을 분류하여 찾기였다.
“이거 누구 거지?”
“딱 봐도 형 거잖아. 우리 중에서 그 색깔 파스텔 톤 어울리는 사람이 형밖에 더 있냐고.”
“이 반팔 셔츠… 내 건가?”
“아니, 그거 내 거다, 준아. 이게 네 거 같은데?”
“윤이든! 이거 네 거 아니야?”
“그런가?”
“어? 그거 제 거예요, 형!”
아무리 각자의 패션 취향이 확고하다지만 디자인이 거기서 거기인 반팔 티와 반팔 셔츠의 소유주를 한눈에 구분하기는 어려웠다.
특히 패션 취향이 겹치는 지점이 있다면 더더욱.
“아오, 류재희 너 이제부터 내 패션 따라 사지 마라. 네 옷이랑 내 옷이랑 구별하기 귀찮아 죽겠네.”
“아, 왜요. 이제부터 안 섞이게 잘 정리하면 되잖아요.”
특히 내 패션을 따라 하던 류재희와 내 옷을 구분하기가 제일 힘들었다. 예전이었다면 덩치 차로 구별했겠지만 이제는 류재희가 많이 자라 버려 그 방법도 쉽지 않았다.
“하준이 너랑 나랑도 은근 겹치는 옷이 많네?”
“아무래도 여름옷은 형이 니트를 못 입으니까 단정한 스타일로 입어서 그런 거 아니야?”
“에휴, 그러니까 말이야. 여름에 이사했으면 이것들이 다 겨울옷이라서 내 옷만 찾기 쉬웠을 텐데.”
저쪽도 의도치 않게 겹쳐 버린 여름 패션 스타일로 난관을 겪고 있는 듯했다.
“후드티 발견하면 이쪽으로 던져 주세요!”
오직 반팔 후드티를 휙휙 한 쪽으로 던져 대고 있는 김도빈만이 머리가 빠개지는 이 고통을 겪지 않아도 되었다.
“아니, 겨울옷도 이 모양이었을 거 아니야. 다들 어떻게 찾은 거야?”
“몇 개 먼저 가져가고 필요할 때마다 여기 들러서 주워 입었지. 몇 달 그러다 보니까 알아서 겨울옷들이 방 옷장에 다 들어가 있데?”
“헐, 저도요.”
“헉, 나도 그랬는데.”
“…내가 한 짓이랑 너무 똑같아서 할 말이 없다.”
꼬박 몇 시간을 투자하고 나서야 우리는 겨우 쌓여있는 옷더미의 산을 처리할 수 있었다. 이걸로 끝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저 옷걸이에 걸린 옷들도 우리가 소유주별로 구별해 놨을 리가 없겠지…?”
“우리가 그렇게 섬세한 짓을 했을 리가.”
또 한 번 자기 옷 찾기가 시작되었다.
해가 뉘엿뉘엿 질 때가 되고 나서야 옷 정리가 끝났다. 그렇지만 그건 제일 난이도가 낮은 일이요, 개고생의 서막이었다.
“저 신발 박스는 아무래도 하나씩 다 열어 보는 수밖에 없겠죠?”
“야, 모자! 스냅백들은 다 윤이든 거겠고, 캡모자 이거 누구 거야?”
“스냅백이라고 다 내 거 아니거든? 야, 김도빈! 가져가라! 잠깐만, 그 캡모자 내 거 같은데?”
“오, 이거 백팩 누구 거예요? 어디서 샀어요?”
“내 거다, 인마! 내 패션 노리는 게 아주 본능에 박혀 있어!”
결국 드레스룸을 정리하다가 지친 우리는 물건 소유주 찾기를 그만두었다. 오늘 드레스룸을 다 정리하자고 제일 먼저 제안했던 견하준이 가장 먼저 백기를 들었다.
“그냥 각자 방 정리부터 먼저 하자. 이러다가 일주일 동안 여기만 붙잡고 있게 생겼다.”
“그래, 여기는 제일 나중에 치워. 정 안 되면 그냥 박스 몇 개에다가 다 담아서 이사한 숙소에서 다시 주인 찾기 하면 되지.”
생각해 보니 굳이 여기에서 각자의 옷과 물건들을 찾는답시고 시간을 낭비할 필요는 없었다.
“다음 숙소에서는 진짜 드레스룸 잘 정리해 놓고 살자. 본인 옷들은 딱딱 구분해서.”
서예현이 제 옷들을 한 가득 품에 안아들며 퍽 지친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지만 이사를 간 다음 숙소의 드레스룸도 이 꼴이 되리란 건 뻔했다.
방들의 중간 부분에 큰 쓰레기 봉투를 둔 우리는 일단 방에 있는 쓸데없는 것들을 버리기부터 시작했다. 그래도 한 번 이사 경험이 있었기에 불필요한 것들은 미련 없이 버릴 수 있었다.
“짐 정리할 때 팬분들이 주신 선물들은 버려지지 않게 다들 조심하고.”
내 경고에 다들 쓰레기 봉투 앞까지 가져온 것들을 괜히 다시 확인하고 있었다. 류재희가 슬쩍 제안했다.
“우리도 이제 팬분들께 서포트 받지 말까요? 선배 그룹들도 이제 슬슬 안 받는 분위기던데.”
“그러자. 굳이 팬들 돈 쓰고 시간 쓰게 하냐.”
나중에 소속사에 말해서 공지를 때려야겠다고 생각하며 마저 짐 정리를 시작했다.
내가 줬던 박스로는 부족했는지 여분 박스를 받으러 온 류재희가 혀를 내둘렀다.
“짐 너무 많은데요? 서포트 받은 건 본가에 잠깐 가져다 놔야겠어요. 이사하느라 잃어버릴 수도 있고 하니까.”
흠, 분명히 포춘 쿠키가 오지랖을 부려 보라고 했었지.
“서포트 받은 걸 가져가고 다른 걸 본가에 둬.”
“왜요? 이사 도중에 잃어버리면 갑갑하지 않나? 잃어버린 걸로 말 나올 수도 있고요.”
“네 본가에 뒀다가 중고나라에 팔리는 걸 팬분들이 발견하는 것보다는 낫겠지.”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나를 보는 류재희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형, 아무리 그래도 제 동생이에요. 이 말은 못 들은 걸로 할게요.”
휙, 몸을 돌려 멀어지는 류재희의 등을 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야, 아무리 재희 동생이 그래도 그렇지, 앞에서 대놓고 그런 말을 하면 어떡해.”
서예현이 타박했지만 이 정도 오지랖은 부리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내가 언급한 일은 실제로 회귀 전에도 있었던 일이었으니까.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384화(384/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384화

우리가 숙소를 옮긴다는 건 이미 매니저 형한테 이전에도 다 같이 들은 적이 있었기에 다들 이게 불러 놓고 말할 거리냐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아무도 이 말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한 건가. 이런 눈치 없는 놈들. 심지어 나도 듣자마자 바로 대표님한테 이의를 제기할 정도였는데.

눈치라고는 다들 더럽게 없는 우리 멤버들을 보며 혀를 차고 있으니 류재희가 떨떠름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갑자기 왜 이렇게 기분이 영 그렇지…? 마치 눈치 더럽게 없는 사람한테 눈치로 무시 당한 기분…?”

그래, 그거라도 깨달은 막내 너는 특별히 눈치를 반만 말아먹었다고 평가해 주마.

내 말을 곰곰이 곱씹고 있던 서예현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잠깐만, 일주일 후라고? 설마 이삿짐을 싸기 시작해야 하는 날짜가 아니라 이사 날짜가 일주일 후?”

“어어, 이사 날짜가 일주일 후.”

드디어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건지 나머지 멤버들의 얼굴도 급 진지해졌다.

“그러면 최소한 오늘부터 이삿짐을 싸기 시작해야 하겠네. 신정에는 가요빅매치 때문에 하루를 통으로 날리니까.”

견하준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렇게 되면 사실상 엿새 만에 버릴 거 버리고 이삿짐을 싹 싸야 한다는 소리였다.

연말 약속 잡는 건 꿈도 못 꾸겠군. 룸메이트를 바꿀 때, 방의 짐을 옮기는 데에만 꼬박 하루가 걸렸던 걸 상기하며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 왜 이렇게 이사 날짜를 빠듯하게 잡은 거야? 잡았으면 최소 2주일 전에는 알려주든가.”

서예현이 골 아프다는 표정으로 미간을 문지르며 중얼거렸다. 내가 대표님 앞에서 했던 소리와 토씨 하나 틀리지 않아 약간 소름이 끼쳤다.

저 인간 혹시 나랑 뇌 공유하나? 내가 생각해도 김도빈이 할 법한 헛생각을 애써 머릿속에서 쫓아내며 대표님한테 듣고 왔던 말을 그대로 전달해 주었다.

“안 그래도 나도 따졌는데 반지하 숙소에서 이사할 때, 짐 싸는 데 일주일도 안 걸려서 이번에도 일주일이면 충분할 줄 알았다나.”

“그때는 숙소가 하도 좁아서 그랬고! 심지어 나 빼고 너희들은 다 계절만 바뀌면 본가에 짐 가져다 놨잖아! 숙소에 도저히 짐 둘 자리가 없어서!”

내 대답을 들은 서예현이 환장하겠다는 얼굴로 가슴을 두드려 댔다.

지금은 반지하에서 살던 때와 달리 드레스룸으로 쓸 수 있는 방까지 있었기에 우리는 마음 놓고 계절에 맞지 않은 옷들과 잡화들과 선물 등의 짐들을 드레스룸에 쌓아 놨다.

그 말인즉슨, 우리가 싸야 하는 이삿짐은 처음 했던 숙소 이사 때보다 몇 배가 늘어났다는 소리였다.

“일단 최대한 짐 싸 보고, 도저히 안 되겠으면 미뤄 달라고 해야지. 내가 이삿짐 포장용 박스는 받아왔다.”

현관에 세워 놨던, 아직 조립하지 않은 포장용 박스를 턱짓했다.

“방금까지 내가 하고 있었던 고민이 참 쓸데없이 느껴진다. 이런 식으로 고민 해결을 하게 해 주다니, 참 고마운 소속사야.”

견하준이 은근히 뼈 있는 말을 내뱉으며 드러누워 있던 소파에서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당장 일주일 앞으로 훅 다가 온 이사 앞에서 연기 고민은 뒷전이 되었나 보다.

그래도 저런 모습을 몇 번 봤다고 멤버들은 이제 견하준이 저래도 딱히 놀라거나 의외라는 반응을 보이진 않았다.

하긴, 착하고 다정하고 어른스러운 이미지를 쭉 유지하기에는 지금까지 참 많은 일이 있었지.

“자, 지금부터 짐 싸자. 일단 드레스룸부터 정리하는 게 좋을 거 같아. 버릴 것들은 버리고, 각자 자기 것들 챙겨서 짐 안 섞이게 박스에 넣어 놔.”

그래도 여전히 그룹의 엄마 같은 면모는 변하지 않았다. 방금도 나도 모르게 ‘네, 엄마’라고 대답할 뻔했으니.

견하준의 재촉에 다들 비척비척 몸을 일으켰다. 모두의 시선이 드레스룸으로 향했다.

말이 드레스룸이지 본인의 옷과 잡화 등은 본인의 방 옷장에 넣고 사는 터라 저 드레스룸은 다섯 명의 옷가지와 물건들이 모두 섞인 창고와 다름없었다.

“청소할 때 들어가면 저기 장난 아니던데… 거의 짐더미의 산이던데요.”

“하, 이럴 줄 알았으면 평소에 정리 좀 하고 살걸.”

뒤늦은 한탄을 내뱉으며 벌컥, 드레스룸의 문을 열었다.

우리 다섯이 숙소 생활에서 부딪히지 않은 이유는 간단했다. 생활 청결도가 다들 엇비슷했기 때문이다.

특별히 지저분하게 숙소를 쓰는 놈도 없었고 특별히 깔끔 떠는 놈도 없었다.

그나마 깔끔하게 사는 놈들은 서예현과 견하준이었지만 우리 다섯 중에서 ‘그나마’ 치우고 사는 거지 결벽증 수준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곳까지 깨끗이 치우고 사느냐 하면 그건 또 아니었다.

자기 방과 같이 눈에 보이는 곳만 깔끔하게 정리하고 살지. 그 둘이 계절이 지난 옷을 드레스룸에 대충 던져넣던 걸 나도 봤다.

그래서 평소에는 굳게 닫혀 있어 ‘눈에 보이지 않는 곳’인 드레스룸은…

“이거 오늘 하루로 다 정리될 수준이 아닌 것 같은데여….”

“우리 분명 옷 정리하고 물품 정리하자고 드레스룸 만들지 않았어? 왜 거대한 쓰레기통이 되어 있지…?”

“아무도 청소하면서 여길 정리할 생각을 안 했다는 게 참 개탄스럽다.”

“우리가 그럼 그렇지, 뭐.”

개판이나 다름없었다.

일단 우리가 정신 차리고 제일 먼저 시작한 일은 대충 쌓여 있는 옷더미에서 각자 자기 여름옷들을 분류하여 찾기였다.

“이거 누구 거지?”

“딱 봐도 형 거잖아. 우리 중에서 그 색깔 파스텔 톤 어울리는 사람이 형밖에 더 있냐고.”

“이 반팔 셔츠… 내 건가?”

“아니, 그거 내 거다, 준아. 이게 네 거 같은데?”

“윤이든! 이거 네 거 아니야?”

“그런가?”

“어? 그거 제 거예요, 형!”

아무리 각자의 패션 취향이 확고하다지만 디자인이 거기서 거기인 반팔 티와 반팔 셔츠의 소유주를 한눈에 구분하기는 어려웠다.

특히 패션 취향이 겹치는 지점이 있다면 더더욱.

“아오, 류재희 너 이제부터 내 패션 따라 사지 마라. 네 옷이랑 내 옷이랑 구별하기 귀찮아 죽겠네.”

“아, 왜요. 이제부터 안 섞이게 잘 정리하면 되잖아요.”

특히 내 패션을 따라 하던 류재희와 내 옷을 구분하기가 제일 힘들었다. 예전이었다면 덩치 차로 구별했겠지만 이제는 류재희가 많이 자라 버려 그 방법도 쉽지 않았다.

“하준이 너랑 나랑도 은근 겹치는 옷이 많네?”

“아무래도 여름옷은 형이 니트를 못 입으니까 단정한 스타일로 입어서 그런 거 아니야?”

“에휴, 그러니까 말이야. 여름에 이사했으면 이것들이 다 겨울옷이라서 내 옷만 찾기 쉬웠을 텐데.”

저쪽도 의도치 않게 겹쳐 버린 여름 패션 스타일로 난관을 겪고 있는 듯했다.

“후드티 발견하면 이쪽으로 던져 주세요!”

오직 반팔 후드티를 휙휙 한 쪽으로 던져 대고 있는 김도빈만이 머리가 빠개지는 이 고통을 겪지 않아도 되었다.

“아니, 겨울옷도 이 모양이었을 거 아니야. 다들 어떻게 찾은 거야?”

“몇 개 먼저 가져가고 필요할 때마다 여기 들러서 주워 입었지. 몇 달 그러다 보니까 알아서 겨울옷들이 방 옷장에 다 들어가 있데?”

“헐, 저도요.”

“헉, 나도 그랬는데.”

“…내가 한 짓이랑 너무 똑같아서 할 말이 없다.”

꼬박 몇 시간을 투자하고 나서야 우리는 겨우 쌓여있는 옷더미의 산을 처리할 수 있었다. 이걸로 끝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저 옷걸이에 걸린 옷들도 우리가 소유주별로 구별해 놨을 리가 없겠지…?”

“우리가 그렇게 섬세한 짓을 했을 리가.”

또 한 번 자기 옷 찾기가 시작되었다.

해가 뉘엿뉘엿 질 때가 되고 나서야 옷 정리가 끝났다. 그렇지만 그건 제일 난이도가 낮은 일이요, 개고생의 서막이었다.

“저 신발 박스는 아무래도 하나씩 다 열어 보는 수밖에 없겠죠?”

“야, 모자! 스냅백들은 다 윤이든 거겠고, 캡모자 이거 누구 거야?”

“스냅백이라고 다 내 거 아니거든? 야, 김도빈! 가져가라! 잠깐만, 그 캡모자 내 거 같은데?”

“오, 이거 백팩 누구 거예요? 어디서 샀어요?”

“내 거다, 인마! 내 패션 노리는 게 아주 본능에 박혀 있어!”

결국 드레스룸을 정리하다가 지친 우리는 물건 소유주 찾기를 그만두었다. 오늘 드레스룸을 다 정리하자고 제일 먼저 제안했던 견하준이 가장 먼저 백기를 들었다.

“그냥 각자 방 정리부터 먼저 하자. 이러다가 일주일 동안 여기만 붙잡고 있게 생겼다.”

“그래, 여기는 제일 나중에 치워. 정 안 되면 그냥 박스 몇 개에다가 다 담아서 이사한 숙소에서 다시 주인 찾기 하면 되지.”

생각해 보니 굳이 여기에서 각자의 옷과 물건들을 찾는답시고 시간을 낭비할 필요는 없었다.

“다음 숙소에서는 진짜 드레스룸 잘 정리해 놓고 살자. 본인 옷들은 딱딱 구분해서.”

서예현이 제 옷들을 한 가득 품에 안아들며 퍽 지친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지만 이사를 간 다음 숙소의 드레스룸도 이 꼴이 되리란 건 뻔했다.

방들의 중간 부분에 큰 쓰레기 봉투를 둔 우리는 일단 방에 있는 쓸데없는 것들을 버리기부터 시작했다. 그래도 한 번 이사 경험이 있었기에 불필요한 것들은 미련 없이 버릴 수 있었다.

“짐 정리할 때 팬분들이 주신 선물들은 버려지지 않게 다들 조심하고.”

내 경고에 다들 쓰레기 봉투 앞까지 가져온 것들을 괜히 다시 확인하고 있었다. 류재희가 슬쩍 제안했다.

“우리도 이제 팬분들께 서포트 받지 말까요? 선배 그룹들도 이제 슬슬 안 받는 분위기던데.”

“그러자. 굳이 팬들 돈 쓰고 시간 쓰게 하냐.”

나중에 소속사에 말해서 공지를 때려야겠다고 생각하며 마저 짐 정리를 시작했다.

내가 줬던 박스로는 부족했는지 여분 박스를 받으러 온 류재희가 혀를 내둘렀다.

“짐 너무 많은데요? 서포트 받은 건 본가에 잠깐 가져다 놔야겠어요. 이사하느라 잃어버릴 수도 있고 하니까.”

흠, 분명히 포춘 쿠키가 오지랖을 부려 보라고 했었지.

“서포트 받은 걸 가져가고 다른 걸 본가에 둬.”

“왜요? 이사 도중에 잃어버리면 갑갑하지 않나? 잃어버린 걸로 말 나올 수도 있고요.”

“네 본가에 뒀다가 중고나라에 팔리는 걸 팬분들이 발견하는 것보다는 낫겠지.”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나를 보는 류재희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형, 아무리 그래도 제 동생이에요. 이 말은 못 들은 걸로 할게요.”

휙, 몸을 돌려 멀어지는 류재희의 등을 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야, 아무리 재희 동생이 그래도 그렇지, 앞에서 대놓고 그런 말을 하면 어떡해.”

서예현이 타박했지만 이 정도 오지랖은 부리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내가 언급한 일은 실제로 회귀 전에도 있었던 일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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