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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ự Trở Lại Của Một Thần Tượng Đã Mất Đi Lý Tưởng Ban Đầu RAW - C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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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36화(36/475)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36화
티저가 공개되자 k-pop 판이 떠들썩하게 뒤집혔다…… 까지는 어림도 없고.
그냥 아도라 리허설 남돌 그 그룹, 혹은 원찬스 그룹이 컴백한다고 소소하게 화제가 됐다.
“와, 그런데 이사는 리얼리티 일정이 미뤄져도 안 가네.”
“몰라, 듣기로는 대표님이 괜찮은 매물 나오기를 기다리고 계신다는데.”
“시발, 이러다 평생 이사 못 가겠네. 그냥 여기보다 살 만한 집 나오면 적당히 가면 되지 뭔 놈의 괜찮은 매물 이 지랄.”
굳이 굳이 소파 두고 소파를 등받이로만 쓴 채로 바닥에 앉아 거칠게 욕설을 내뱉는 서예현의 말에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초심도 때문에 욕을 못 하는 터라 대신 욕을 내뱉어 주니 아주 시원하게 대리 만족이 됐다.
그래도 회귀 전보다는 나았다.
왜냐하면 회귀 전에는 3년 동안 대표님이 괜찮은 매물을 찾아보지도 않고, 우리를 이 곰팡이 슨 반지하 숙소에 방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표님의 사무실도 3년간 낡은 3층 건물 그대로였으므로 그 방치에 욕은 나왔지만 그래도 쌍욕까지는 안 나왔다.
방송사 측과 미팅도 간단하게 마쳤건만 그쪽의 일정 때문에 리얼리티 촬영은 음원 공개 이후로 미루어졌다.
‘오히려 잘됐지.’
어차피 우리 음방 활동은 연말 시상식이네 뭔 가요대전이네 하며 12월 중순만 되어도 싹둑 잘릴 텐데.
그때 리얼리티가 방영되면 활동 기간이 그다지 짧아 보이지는 않으니까.
“그래도 곰팡이 슨 벽지는 새로 도배했잖아요.”
소파에 드러누운 내 옆에 앉아 너튜브에 뜬 티저 스트리밍을 돌리던 류재희가 불쑥 끼어들었다.
“그러게. 차암 아쉽다.”
“다행이다가 아니고요?”
“그거까지 방송 탔으면 대표님 수명도 길어지시고 내 모니터링 타임도 끝내주게 즐거워졌을 텐데 말이야.”
내 이마에 묵직하게 올려진 류재희의 스마트폰을 치우라는 경고의 의미로 툭툭 쳤다.
슬그머니 폰을 내린 류재희가 내 화면에 띄워진 부동산 매물들을 봤는지 호들갑을 떨어댔다.
“설마 형이 직접 저희 숙소 알아보고 계시는 거예요? 헐, 역시 레브의 갓리더……!”
“뭐라냐. 내 개인 작업실 알아보고 있는데.”
심드렁하니 부정하자 류재희가 나보고 매정한 개인주의자라고 징징거렸다.
초심도가 깎이지 않은 걸 보니 이 정도는 괜찮은 것 같았다.
용철이 형이 자기 개인 작업실 위층이 다음 달에 비워질 거라고 귀띔해 주긴 했다.
하지만 내 기준으로는 용철이 형의 작업실도 좁았기에 아쉽지만 거기는 후보에서 예선 탈락.
회귀 직전 쓰던, 넓고 반듯하고, 전망 좋고, 햇빛 잘 들어오고, 최신식 장비가 쫙 깔린 내 작업실에 다시 입성하게 되기까진 얼마나 걸리려나.
“하아아…….”
무거운 한숨이 터져 나왔다.
가끔 회귀 전 두고 온 것들을 향한 미련이 지금처럼 비죽 올라오곤 했다.
차라리 회귀 전이 아예 실패뿐이었던, 그리하여 아무것도 이룬 게 없는, 보잘것없고 하찮은 삶이었다면 미련도 없었을 텐데.
회귀 전의 내가 이룬 것들은 분명 존재했다.
그리하여 과거인 동시에 미래인, 이제는 사라진 시간대에 미련으로 두고 왔기에.
내가 있는 이곳이 다시 바닥임을 실감할 때마다 문득 그리워지는 건 불가항력이었다.
나는 회귀를 원하지 않았다. 이 회귀는 실패로 얼룩졌던 내 삶에 대한 보상이 아니었다.
이건 내게 내려진 형벌이었다.
가장 행복한 순간에 강제로 끌어내려져, 조금만 삐끗하면 다시 바위를 밀어 올리는 시시포스처럼 끝없이 시간을 반복해야만 하는.
하지만 우습게도 만약 지금의 내게 만약 회귀 전으로 돌아가고 싶냐 묻는다면 수십, 수백 번을 고민하다가 겨우 ‘아니’라고 대답하겠지.
딱 그 정도의 미련이다. 이제는 그만 털어 버려야 할.
입술을 꾹 깨물고 있자 류재희의 서늘한 손이 내 눈가를 덮었다.
시야가 가려지자 장난스럽게 키득거리는 목소리만이 들려왔다.
“하긴, 이제 내일 뮤비랑 음원 공개죠. 형도 긴장을 다 하시는구나.”
그래, 알아서 착각해 주면 나야 고맙지.
착각하는 부분이 영 마음에 들진 않지만, 딱히 정정하기도 귀찮아서 굳이 입을 열진 않았다.
“무슨 걱정이에요. 차트 역주행시킨 원찬스도 작곡하셨으면서.”
제법 길어진 내 앞머리를 고양이처럼 툭툭 치며 손장난하는 류재희의 말에 담긴 굳건한 믿음에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그 훈훈한 분위기를 단번에 박살 내 놓은 건 서예현의 이죽거림이었다.
“하나 성공시켰다고 다음 것도 성공시킨다는 보장이 어딨냐?”
“그런가? 하긴, 그러면 부담스러우니까 더 긴장되긴 하겠다. 그래도 이번 노래 좋은데…….”
저 팔랑귀 자식. 서예현이 몇 마디 했다고 홀라당 넘어가 ‘그런가?’나 중얼거리고 있는 꼴에 절로 쯧쯧거림이 나왔다.
삐딱하게 입꼬리 올려 웃으며 내 눈을 가리고 있는 손을 잡아 내렸다.
위에서 나를 빤히 보고 있는 눈과 시선을 마주했다.
“야, 나는 내 음악의 성패를 의심해 본 적이 없어.”
내 삶은 실패를 겪었을지언정 적어도 내 음악으로는 단 한 번도 실패를 겪은 적이 없으니까.
* * *
김 모 양은 현재 구글 서버 시간의 숫자가 점차 60을 향해 올라가는 걸 초조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다리를 덜덜 떨고 있었다.
혈육이 무슨 티켓팅하냐고 한 소리 하고 간 터라 긴장은 가라앉았지만, 그래도 떨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녀의 ‘내 새끼들’의 소속사가 뮤비 같은 가성비 저가 뮤비를 세상에 내놓은 전적이 있다면 더더욱!
돈 쓰기 싫다고 딱 티저 부분만 잘 찍어 놨으면 어떻게 할 거냐고!
이든이 걱정하지 말라고는 했지만. 혹시 소속사의 외압에 의해 작성된 글일 가능성도 있기에 그녀는 마음을 완전히 놓지 못했다.
현재 시각은 11월 17일 오후 5시 59분 59초.
숫자가 6시 00분 00초로 바뀌는 순간, 김 모 양은 너튜브 레브 채널을 띄워 놓은 창에서 새로 고침을 연타했다.
두어 번 새로 고침를 누르자, 영상 하나가 떴다.
[Reve(레브) – ‘All Right or Night’ Official M/V]
썸네일은 스프레이 통을 금방이라도 뿌릴 듯이 들고 있는 예현이었다.
일단 썸네일 화질과 예현의 코디는 매우 괜찮아 보였다.
전체화면으로 키우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재생 버튼을 클릭했다.
전학생으로 보이는 여자가 교실로 들어오고, 쭈뼛거리는 걸음으로 교탁 앞에 서면서 뮤직비디오가 시작되었다.
전학생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려 주는 선생님을 잠깐 비춘 화면은 곧 학생들 쪽으로 전환되었다.
단정히 허리를 펴고 앉아 있는 하준.
후드를 쓴 채로 책상에 엎드려 있는 이든.
옆자리 여학생과 무어라 속닥거리는 예현.
뿔테안경을 올리며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는 도빈.
손가락으로 휘휘 헤어밴드를 돌리는 유제를 한 번씩 클로즈업한 카메라가 다시 줌아웃하는 동시에 학교 종소리가 울렸다.
그리고 종소리의 끝 음과 도입부 멜로디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며 노래가 시작되었다.
하준의 청량한 인트로가 서막을 열었다.
전학생은 하준에게 학교 이곳저곳과 그녀가 쓸 사물함을 안내받는다.
옆자리에 앉아 대화를 나누고, 책을 펼쳐 이것저것 물어보기도 하며 둘은 점점 친분을 쌓아 간다.
도서관에서 우연히 마주한 전학생과 하준은 책상 끝에 나란히 마주 앉아 책을 읽는다.
창가를 등지고 앉아 책에 시선을 고정한 채 페이지를 넘기는 하준에게로 햇빛이 쏟아지는 장면을 전학생은 턱을 괴고 힐끔거린다.
떠나기 전, 하준은 책갈피가 끼워진 시집 한 권을 건넨다.
시집의 제목은 Shakespeare Sonnets.
/
툭, 예현과 부딪힌 전학생이 안고 있던 책을 와르르 놓쳤다.
몸을 굽혀 책을 황급히 줍던 전학생에게 가지런히 쌓인 책더미가 내밀어진다.
고개를 들자 그녀와 마찬가지로 무릎을 굽힌 채 앞에 쪼그려 앉아 있는 예현의 얼굴이 보인다.
예현을 그녀가 다시 만난 건 홀로 밥을 먹고 있던 학생 식당에서였다.
전학생이 제 앞자리에 턱 앉은 예현을 놀란 눈으로 보자 빵을 한 입 베어 물며 그가 태평하게 손을 흔든다.
/
학교 뒤편 으슥한 곳의 벽에 기대어 있던 이가 문 하얀 막대기에 전학생이 반사적으로 입을 가리며 뒷걸음질 치자 입에서 사탕을 빼 막대사탕임을 확인시켜 주며 이든이 씩 웃었다.
곧, 어슬렁어슬렁 걸어오는 양아치들을 보고 전학생이 움츠리자, 어깨에 팔을 턱 얹은 이든이 그녀를 데리고 양아치들 곁을 자연스럽게 스쳐 지나갔다.
푹 숙이고 있던 고개를 살며시 옆으로 돌리고, 눈이 마주치자 이든이 가볍게 한쪽 눈을 찡긋한다.
/
전학생이 뿔테안경을 쓴 도빈과 부딪혀 그가 쓰고 있는 안경이 툭 떨어졌다.
제 맨얼굴을 보고도 놀라지 않는 전학생의 모습에 도빈은 나 모르냐는 듯 자신의 얼굴을 가리킨다.
고개를 젓자 입을 부루퉁하게 내민 도빈은 제 인별 피드를 보여 주며 그가 인별 셀럽임을 알려 준다.
같이 셀카를 찍기도 하고 인별 맞팔도 하며 그들은 계단에 앉아 화기애애한 대화를 나눈다.
/
노을 진 하늘의 야외코트에서 골대를 향해 농구공을 던지고 있던 유제가 뒤를 돌자, 그를 구경하는 전학생과 마주쳤다.
손을 잡고 농구 골대 앞까지 데려온 유제가 농구공 하나를 주워 건넸다.
전학생이 제 도움으로 골대 안에 공을 던져 넣는 것에 성공하자, 유제가 밝게 웃으며 하이파이브를 청한다.
예현의 랩 파트가 시작되며 장면이 짧게 짧게 지나갔다.
전학생은 하준이 다른 여학생에게 공부를 가르쳐 주는 장면을 보고 교실로 들어가려는 발걸음을 돌린다.
여러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대화하면서 복도를 걸어가는 예현의 웃는 얼굴을 보고 아무도 없는 제 옆을 돌아본다.
무대 위 밴드 공연에서 스탠딩마이크를 쥔 채 스포트라이트와 사람들의 환호를 한 몸에 받는 이든을 무대 저 멀리에서 멍하니 바라본다.
인별 피드에 올라온 도빈의 사진에 좋아요가 순식간에 다다닥 찍히는 걸 보다가 휴대폰 화면을 끈다.
농구 시합에서 마지막 골을 넣은 유제에게 팀원들이 달려드는 걸 보다가 몸을 돌려 체육관 밖으로 나간다.
이어진 이든의 랩 파트가 끝나자 하준의 고음이 verse 1을 마무리했다.
후렴구와 함께 체육관 같은 곳에서 찍은 단체 안무 씬이 나왔다.
군무라기보다 자유분방한 안무는 경쾌한 느낌이 강했다.
verse 2는 도빈의 목소리로 시작되었다.
벌컥 열리는 사물함 안으로 다섯 개의 손이 차례로 편지를 안에 두고 갔다.
마지막 편지가 사물함 안에 놓이는 것과 전학생의 손이 편지를 꺼내는 장면이 이어졌다.
사물함 안의 편지는 하나뿐이었다.
편지를 펼치자 Come to me라는 짧은 문장과 함께 날짜와 장소가 적혀 있었다.
화면이 검게 바뀌고 다시 밝아지자, 큰 저택 앞에 서 있는 전학생의 뒷모습이 보였다.
주저하다가 초인종을 누르자 문이 벌컥 열렸다.
예의 그 헤어 밴드를 쓴 채 환하게 웃으며 마중 나온 유제의 손에 이끌려 저택 안에 들어가니.
외국 하이틴 영화에서 흔히 보이던 하우스 파티 장면이 펼쳐졌다.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36화(36/475)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36화

티저가 공개되자 k-pop 판이 떠들썩하게 뒤집혔다…… 까지는 어림도 없고.

그냥 아도라 리허설 남돌 그 그룹, 혹은 원찬스 그룹이 컴백한다고 소소하게 화제가 됐다.

“와, 그런데 이사는 리얼리티 일정이 미뤄져도 안 가네.”

“몰라, 듣기로는 대표님이 괜찮은 매물 나오기를 기다리고 계신다는데.”

“시발, 이러다 평생 이사 못 가겠네. 그냥 여기보다 살 만한 집 나오면 적당히 가면 되지 뭔 놈의 괜찮은 매물 이 지랄.”

굳이 굳이 소파 두고 소파를 등받이로만 쓴 채로 바닥에 앉아 거칠게 욕설을 내뱉는 서예현의 말에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초심도 때문에 욕을 못 하는 터라 대신 욕을 내뱉어 주니 아주 시원하게 대리 만족이 됐다.

그래도 회귀 전보다는 나았다.

왜냐하면 회귀 전에는 3년 동안 대표님이 괜찮은 매물을 찾아보지도 않고, 우리를 이 곰팡이 슨 반지하 숙소에 방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표님의 사무실도 3년간 낡은 3층 건물 그대로였으므로 그 방치에 욕은 나왔지만 그래도 쌍욕까지는 안 나왔다.

방송사 측과 미팅도 간단하게 마쳤건만 그쪽의 일정 때문에 리얼리티 촬영은 음원 공개 이후로 미루어졌다.

‘오히려 잘됐지.’

어차피 우리 음방 활동은 연말 시상식이네 뭔 가요대전이네 하며 12월 중순만 되어도 싹둑 잘릴 텐데.

그때 리얼리티가 방영되면 활동 기간이 그다지 짧아 보이지는 않으니까.

“그래도 곰팡이 슨 벽지는 새로 도배했잖아요.”

소파에 드러누운 내 옆에 앉아 너튜브에 뜬 티저 스트리밍을 돌리던 류재희가 불쑥 끼어들었다.

“그러게. 차암 아쉽다.”

“다행이다가 아니고요?”

“그거까지 방송 탔으면 대표님 수명도 길어지시고 내 모니터링 타임도 끝내주게 즐거워졌을 텐데 말이야.”

내 이마에 묵직하게 올려진 류재희의 스마트폰을 치우라는 경고의 의미로 툭툭 쳤다.

슬그머니 폰을 내린 류재희가 내 화면에 띄워진 부동산 매물들을 봤는지 호들갑을 떨어댔다.

“설마 형이 직접 저희 숙소 알아보고 계시는 거예요? 헐, 역시 레브의 갓리더……!”

“뭐라냐. 내 개인 작업실 알아보고 있는데.”

심드렁하니 부정하자 류재희가 나보고 매정한 개인주의자라고 징징거렸다.

초심도가 깎이지 않은 걸 보니 이 정도는 괜찮은 것 같았다.

용철이 형이 자기 개인 작업실 위층이 다음 달에 비워질 거라고 귀띔해 주긴 했다.

하지만 내 기준으로는 용철이 형의 작업실도 좁았기에 아쉽지만 거기는 후보에서 예선 탈락.

회귀 직전 쓰던, 넓고 반듯하고, 전망 좋고, 햇빛 잘 들어오고, 최신식 장비가 쫙 깔린 내 작업실에 다시 입성하게 되기까진 얼마나 걸리려나.

“하아아…….”

무거운 한숨이 터져 나왔다.

가끔 회귀 전 두고 온 것들을 향한 미련이 지금처럼 비죽 올라오곤 했다.

차라리 회귀 전이 아예 실패뿐이었던, 그리하여 아무것도 이룬 게 없는, 보잘것없고 하찮은 삶이었다면 미련도 없었을 텐데.

회귀 전의 내가 이룬 것들은 분명 존재했다.

그리하여 과거인 동시에 미래인, 이제는 사라진 시간대에 미련으로 두고 왔기에.

내가 있는 이곳이 다시 바닥임을 실감할 때마다 문득 그리워지는 건 불가항력이었다.

나는 회귀를 원하지 않았다. 이 회귀는 실패로 얼룩졌던 내 삶에 대한 보상이 아니었다.

이건 내게 내려진 형벌이었다.

가장 행복한 순간에 강제로 끌어내려져, 조금만 삐끗하면 다시 바위를 밀어 올리는 시시포스처럼 끝없이 시간을 반복해야만 하는.

하지만 우습게도 만약 지금의 내게 만약 회귀 전으로 돌아가고 싶냐 묻는다면 수십, 수백 번을 고민하다가 겨우 ‘아니’라고 대답하겠지.

딱 그 정도의 미련이다. 이제는 그만 털어 버려야 할.

입술을 꾹 깨물고 있자 류재희의 서늘한 손이 내 눈가를 덮었다.

시야가 가려지자 장난스럽게 키득거리는 목소리만이 들려왔다.

“하긴, 이제 내일 뮤비랑 음원 공개죠. 형도 긴장을 다 하시는구나.”

그래, 알아서 착각해 주면 나야 고맙지.

착각하는 부분이 영 마음에 들진 않지만, 딱히 정정하기도 귀찮아서 굳이 입을 열진 않았다.

“무슨 걱정이에요. 차트 역주행시킨 원찬스도 작곡하셨으면서.”

제법 길어진 내 앞머리를 고양이처럼 툭툭 치며 손장난하는 류재희의 말에 담긴 굳건한 믿음에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그 훈훈한 분위기를 단번에 박살 내 놓은 건 서예현의 이죽거림이었다.

“하나 성공시켰다고 다음 것도 성공시킨다는 보장이 어딨냐?”

“그런가? 하긴, 그러면 부담스러우니까 더 긴장되긴 하겠다. 그래도 이번 노래 좋은데…….”

저 팔랑귀 자식. 서예현이 몇 마디 했다고 홀라당 넘어가 ‘그런가?’나 중얼거리고 있는 꼴에 절로 쯧쯧거림이 나왔다.

삐딱하게 입꼬리 올려 웃으며 내 눈을 가리고 있는 손을 잡아 내렸다.

위에서 나를 빤히 보고 있는 눈과 시선을 마주했다.

“야, 나는 내 음악의 성패를 의심해 본 적이 없어.”

내 삶은 실패를 겪었을지언정 적어도 내 음악으로는 단 한 번도 실패를 겪은 적이 없으니까.

* * *

김 모 양은 현재 구글 서버 시간의 숫자가 점차 60을 향해 올라가는 걸 초조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다리를 덜덜 떨고 있었다.

혈육이 무슨 티켓팅하냐고 한 소리 하고 간 터라 긴장은 가라앉았지만, 그래도 떨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녀의 ‘내 새끼들’의 소속사가 뮤비 같은 가성비 저가 뮤비를 세상에 내놓은 전적이 있다면 더더욱!

돈 쓰기 싫다고 딱 티저 부분만 잘 찍어 놨으면 어떻게 할 거냐고!

이든이 걱정하지 말라고는 했지만. 혹시 소속사의 외압에 의해 작성된 글일 가능성도 있기에 그녀는 마음을 완전히 놓지 못했다.

현재 시각은 11월 17일 오후 5시 59분 59초.

숫자가 6시 00분 00초로 바뀌는 순간, 김 모 양은 너튜브 레브 채널을 띄워 놓은 창에서 새로 고침을 연타했다.

두어 번 새로 고침를 누르자, 영상 하나가 떴다.

썸네일은 스프레이 통을 금방이라도 뿌릴 듯이 들고 있는 예현이었다.

일단 썸네일 화질과 예현의 코디는 매우 괜찮아 보였다.

전체화면으로 키우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재생 버튼을 클릭했다.

전학생으로 보이는 여자가 교실로 들어오고, 쭈뼛거리는 걸음으로 교탁 앞에 서면서 뮤직비디오가 시작되었다.

전학생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려 주는 선생님을 잠깐 비춘 화면은 곧 학생들 쪽으로 전환되었다.

단정히 허리를 펴고 앉아 있는 하준.

후드를 쓴 채로 책상에 엎드려 있는 이든.

옆자리 여학생과 무어라 속닥거리는 예현.

뿔테안경을 올리며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는 도빈.

손가락으로 휘휘 헤어밴드를 돌리는 유제를 한 번씩 클로즈업한 카메라가 다시 줌아웃하는 동시에 학교 종소리가 울렸다.

그리고 종소리의 끝 음과 도입부 멜로디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며 노래가 시작되었다.

하준의 청량한 인트로가 서막을 열었다.

전학생은 하준에게 학교 이곳저곳과 그녀가 쓸 사물함을 안내받는다.

옆자리에 앉아 대화를 나누고, 책을 펼쳐 이것저것 물어보기도 하며 둘은 점점 친분을 쌓아 간다.

도서관에서 우연히 마주한 전학생과 하준은 책상 끝에 나란히 마주 앉아 책을 읽는다.

창가를 등지고 앉아 책에 시선을 고정한 채 페이지를 넘기는 하준에게로 햇빛이 쏟아지는 장면을 전학생은 턱을 괴고 힐끔거린다.

떠나기 전, 하준은 책갈피가 끼워진 시집 한 권을 건넨다.

시집의 제목은 Shakespeare Sonne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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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 예현과 부딪힌 전학생이 안고 있던 책을 와르르 놓쳤다.

몸을 굽혀 책을 황급히 줍던 전학생에게 가지런히 쌓인 책더미가 내밀어진다.

고개를 들자 그녀와 마찬가지로 무릎을 굽힌 채 앞에 쪼그려 앉아 있는 예현의 얼굴이 보인다.

예현을 그녀가 다시 만난 건 홀로 밥을 먹고 있던 학생 식당에서였다.

전학생이 제 앞자리에 턱 앉은 예현을 놀란 눈으로 보자 빵을 한 입 베어 물며 그가 태평하게 손을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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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뒤편 으슥한 곳의 벽에 기대어 있던 이가 문 하얀 막대기에 전학생이 반사적으로 입을 가리며 뒷걸음질 치자 입에서 사탕을 빼 막대사탕임을 확인시켜 주며 이든이 씩 웃었다.

곧, 어슬렁어슬렁 걸어오는 양아치들을 보고 전학생이 움츠리자, 어깨에 팔을 턱 얹은 이든이 그녀를 데리고 양아치들 곁을 자연스럽게 스쳐 지나갔다.

푹 숙이고 있던 고개를 살며시 옆으로 돌리고, 눈이 마주치자 이든이 가볍게 한쪽 눈을 찡긋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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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학생이 뿔테안경을 쓴 도빈과 부딪혀 그가 쓰고 있는 안경이 툭 떨어졌다.

제 맨얼굴을 보고도 놀라지 않는 전학생의 모습에 도빈은 나 모르냐는 듯 자신의 얼굴을 가리킨다.

고개를 젓자 입을 부루퉁하게 내민 도빈은 제 인별 피드를 보여 주며 그가 인별 셀럽임을 알려 준다.

같이 셀카를 찍기도 하고 인별 맞팔도 하며 그들은 계단에 앉아 화기애애한 대화를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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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 진 하늘의 야외코트에서 골대를 향해 농구공을 던지고 있던 유제가 뒤를 돌자, 그를 구경하는 전학생과 마주쳤다.

손을 잡고 농구 골대 앞까지 데려온 유제가 농구공 하나를 주워 건넸다.

전학생이 제 도움으로 골대 안에 공을 던져 넣는 것에 성공하자, 유제가 밝게 웃으며 하이파이브를 청한다.

예현의 랩 파트가 시작되며 장면이 짧게 짧게 지나갔다.

전학생은 하준이 다른 여학생에게 공부를 가르쳐 주는 장면을 보고 교실로 들어가려는 발걸음을 돌린다.

여러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대화하면서 복도를 걸어가는 예현의 웃는 얼굴을 보고 아무도 없는 제 옆을 돌아본다.

무대 위 밴드 공연에서 스탠딩마이크를 쥔 채 스포트라이트와 사람들의 환호를 한 몸에 받는 이든을 무대 저 멀리에서 멍하니 바라본다.

인별 피드에 올라온 도빈의 사진에 좋아요가 순식간에 다다닥 찍히는 걸 보다가 휴대폰 화면을 끈다.

농구 시합에서 마지막 골을 넣은 유제에게 팀원들이 달려드는 걸 보다가 몸을 돌려 체육관 밖으로 나간다.

이어진 이든의 랩 파트가 끝나자 하준의 고음이 verse 1을 마무리했다.

후렴구와 함께 체육관 같은 곳에서 찍은 단체 안무 씬이 나왔다.

군무라기보다 자유분방한 안무는 경쾌한 느낌이 강했다.

verse 2는 도빈의 목소리로 시작되었다.

벌컥 열리는 사물함 안으로 다섯 개의 손이 차례로 편지를 안에 두고 갔다.

마지막 편지가 사물함 안에 놓이는 것과 전학생의 손이 편지를 꺼내는 장면이 이어졌다.

사물함 안의 편지는 하나뿐이었다.

편지를 펼치자 Come to me라는 짧은 문장과 함께 날짜와 장소가 적혀 있었다.

화면이 검게 바뀌고 다시 밝아지자, 큰 저택 앞에 서 있는 전학생의 뒷모습이 보였다.

주저하다가 초인종을 누르자 문이 벌컥 열렸다.

예의 그 헤어 밴드를 쓴 채 환하게 웃으며 마중 나온 유제의 손에 이끌려 저택 안에 들어가니.

외국 하이틴 영화에서 흔히 보이던 하우스 파티 장면이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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