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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ự Trở Lại Của Một Thần Tượng Đã Mất Đi Lý Tưởng Ban Đầu RAW - C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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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341화(341/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341화
종목도 보지 않고 휴대폰으로 무언가를 검색하던 서예현이 매니저 형을 불렀다. 차를 타고 숙소 근처 스포츠센터에 도착하자마자 서예현이 김도빈에게 가볍게 배구공 하나를 던졌다.
착-
김도빈은 그것을 어렵지 않게 허공에서 받아냈다.
“그런데 공은 왜요?”
“도빈아, 토스 열 번 하고 리시브 열 번 해 봐.”
서예현의 요구에 김도빈이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제법 진지하게 자세를 잡았다.
“오, 전문 용어 나왔다. 형도 혹시 애니 봤어?”
“내가 도빈이야?”
“형, 저 형 옆에 있어요. 그렇게 질색하시면 전 슬퍼요. 제가 뭐 어때서요.”
담백한 감탄사를 질색으로 돌려준 서예현이 제 발치를 구르는 배구공 하나를 집어 들더니 손가락 하나로 빙그르르 돌리며 말했다.
“사실 경기 규칙 물어보려고 했는데 그것보다 일단 기본 동작이라도 가능한지 보는 게 먼저 같아서. 경기 규칙은 외우기라도 하면 되지, 며칠 연습한다고 단기간에 실력이 확 성장하기는 불가능하잖아.”
“그건 그렇지.”
팔을 쫙 펴고 팔목 부분으로 공을 받았다가 튕기기를 연속 열 번 성공한 김도빈이 당당하게 말했다.
“봤죠? 토스 열 번 성공했어요.”
“…네가 방금 한 건 리시브야, 도빈아.”
이마를 짚은 서예현이 이걸 뭐 어디에서부터 지적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얼굴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토스는 이거라고 팔을 올려서 손끝으로 공을 던졌다가 받는 동작 시범을 보이던 서예현은 네 번 만에 공을 떨어뜨렸다. “아, 맞다!”를 외치며 옆에서 손쉽게 토스 동작 열 번을 성공한 김도빈과 퍽 대조되는 풍경이었다.
토스랑 리시브도 구별 못 하는 김도빈이냐, 토스 열 번도 못 해내는 서예현이냐.
토스 동작 스무 번째까지 해낸 김도빈의 옆으로 다가가 공이 김도빈의 손끝에 닿기 전에 휙, 낚아채며 타박했다.
“애니메이션 봤다며. 애니에서 뭘 본 거야?”
“청춘, 스포츠맨십, 열정, 재능, 경쟁, 성장.”
“그런 쓸데없는 걸 보지 말고 배구 애니면 배구하는 방법이나 봐라.”
혀를 차며 스포츠센터 벽에 붙어 있는 농구 골대를 향해 공을 가볍게 던졌다. 포물선을 그린 배구공이 그물도 스치지 않고 깔끔하게 들어갔다.
“그걸 볼 거였으면 너튜브 강의 영상을 봤죠. 왜 애니를 보겠어요.”
굉장히 한심한 놈 보는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김도빈이 무회전 서브를 외치면서 위로 높이 던진 공을 힘껏 뛰어올라 손바닥으로 강하게 내리쳤다.
공이 존나게 돌아가고 있는데 무회전 서브는 얼어죽을.
무엇보다 김도빈한테 한심한 놈 취급을 받은 게 영 기분이 그랬다.
아무튼 김도빈이 배구, 내가 축구를 선점하고, 계주는 이전처럼 류재희가 맡기로 했다.
제일 어려서 제일 팔팔하고 다리도 그때보다 더 길어졌으니 더욱 유리할 것 같다며 우리는 만장일치로 류재희를 계주로 밀어 넣었다.
“난 단거리 달리기로 할게. 제일 짧게 끝나고 깔끔할 거 같아. 라인 다 따로 있어서 남들이랑 부딪힐 일도 없고.”
견하준은 사라진 씨름 대신 단거리 달리기를 택했다.
“양궁 세 명은, 예현이 형이랑 누구누구 나가죠?”
“평균 점수 1.5점인 쟤네 둘 빼고 이렇게 셋이서 나가자.”
손가락으로 허공에 원을 그려 나랑 김도빈을 한데 묶은 서예현이 우리 둘을 날리는 시늉을 했다.
어차피 나는 양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회귀 전후를 통틀어 아주 잘 알고 있었기에 딱히 반박하지 않고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내가 돋보이지 않는 건 굳이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연습에서는 잘했다가 실전에서는 거하게 말아먹었던 김도빈은 그 제안에 동의하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1.5점이라뇨! 저 3점도 쐈어요!”
김도빈의 격렬한 반박에 팔짱을 낀 류재희가 턱을 치켜올렸다.
“3점 쏘고 0점 쐈잖아. 0 더하기 3이 뭐야? 3이지? 3을 2로 나눠 봐. 1.5지?”
“거기에다가 2점도 쐈잖아. 2점 세 번에 3점 한 번, 0범 한 번. 다 더하면 9점이니까 이걸 5로 나누면… 1.8점이네!”
“그렇구나, 0.3점 더 올랐구나.”
“그래, 1.5점이 아니라니까? 그러니까 평균 1.5인 이든이 형이랑 묶으면 안 되지.”
“아니,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말문이 막힌 류재희가 도움을 청하듯 서예현을 돌아봤지만 이미 수 차례 김도빈의 무논리 공격에 당한 전적이 있던 서예현은 슬그머니 시선을 피했다.
우리 다섯 명 중에서 제일 장수할 팔자 한 명 고르라고 한다면 역시 김도빈이 아닐까. 대화하면서 상대의 수명이 깎여서 문제지.
* * *
촬영 당일.
“아, 또 흰색이야. 다른 색 좀 주지.”
우리 대기실에 이름표와 함께 놓여 있는 아체대 유니폼을 본 류재희가 흔치 않게 질색하며 불평을 터트렸다.
“왜? 그래도 흰색이 무난하니 좋지 않냐?”
바람막이로 바뀐 유니폼의 소매를 꿰어 입으며 묻자 류재희가 손에 닿기도 싫은 걸 들어 올리듯 두 손가락으로 바람막이 유니폼을 달랑달랑 잡고선 말했다.
“저지일 때는 그나마 나았는데 바람막이라서 무대 의상 생각나잖아요. 하필 바지도 흰색이고.”
지퍼를 목 끝까지 잠그다가 멈칫하고 거울을 보자 활동 때의 망령 같은 모습이 거울에 비쳤다.
“야야, 지퍼 내려! 끝까지 올리지 마! 으아아, 겨우 잊었는데!”
서예현의 히스테릭한 외침에 황급히 지퍼를 다시 내렸다.
내가 노래 자체를 싫어했다면 컨셉부터 활동까지, 그 모든 걸 우리 다섯 중에서 제일 끔찍이도 싫어하는 건 바로 서예현이었다.
그럴 만도 했다. 우리가 로 180도 달라진 급격한 반전을 꾀하고 나서 허구한 날 올라오던 게 아이돌 헤메코의 중요성이라는 제목과 저 얼굴도 살리지 못하는 헤메코라는 내용을 달고 올라온 서예현의 뮤비와 무대 사진이었으니까.
심지어 그 사진은 지금까지도 최근 사진이 추가되어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끌올됐다. 우리는 서예현이라는 든든한 비주얼멤 방패 덕분에 다행히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받았다.
“갑자기 입기 싫다…”
막 소매 한쪽을 꿰어 입었던 견하준의 얼굴에도 류재희와 비슷한 질색이 서렸다.
“우리한테 왜 이래. 차라리 다른 색깔을 주지.”
워너비인 보라색을 또 놓치고 실망한 얼굴로 유니폼을 툭툭 쳐 대던 김도빈이 뚱한 얼굴로 유니폼을 덥석 집어 들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제 어깨를 덥석 잡는 서예현의 손길에 놀라서 유니폼을 손에서 떨어뜨렸다.
“그래, 도빈아. 말 잘했다! 염색! 염색을 하는 거야! 그러면 조금이나마 덜 무대 의상 같아지겠지! 오렌지주스라도 부을까? 짧은 시간 만에 잘 물들만한 게 뭐가 있지?”
“이든이 형! 예현이 형 눈이 돌았어요!”
“왜 형 혼자 팀을 막 바꾸려고 그래! 염색하면 팀이 바뀐다고!”
“팀이 바뀌는 게 아니라 그냥 여벌로 둔 새 옷을 한 벌 더 주지 않을까. 예현이 형, 형이 열심히 염색을 해서 옷 색을 바꿔도 어쨌든 이거 무조건 입긴 해야 해요.”
다급한 외침에 겨우 견하준과 함께 서예현을 김도빈에게서 떼어 내 진정시켰다.
개막식을 위해 대기실을 나서면서도 다섯 명 모두 절대로 목 끝까지 지퍼를 잠그지 않았다. 서예현은 아예 지퍼를 올리지 않고 풀어헤친 모양새였다.
같은 색깔 옷끼리 모여선 개막식이 끝나자 색깔이 우수수 흩어져 섞였다. 각자 안면 있는 이들에게 다가가 반갑게 인사를 나누기도 하고, 같은 그룹끼리만 모여있기도 했다.
“어, 선배님!”
왜인지 낯익은 얼굴이 내게 반갑게 아는 척을 해 왔다.
누구였더라. 내가 곡 팔았던 그룹인가? USB와 기억의 콜라보로 슬럼프 기간에도 내가 회귀 전 곡을 팔았던 그룹들을 기억하고 곡을 보내 줄 수 있었다.
내가 눈을 깜빡이기도 전에 그가 우렁차게 뒷말을 덧붙였다.
“늦었지만 DTB 우승 축하드립니다!”
그제야 나는 이 얼굴을 어디에서 봤는지 기억해 냈다.
들키지 않게 슬쩍 시선을 내려 파란색 유니폼에 붙은 네디온 신희운이라는 이름표를 확인하고 원래 알고 있었던 것마냥 자연스럽게 말을 붙였다.
“아, 그때 희운 씨랑 나랑 1차 예선 대기 중에 만났죠?”
“기억하시네요!”
신희운의 얼굴이 곧바로 티 나게 환해졌다.
“그때도 선배님이 하고 오신 베레모 패션이 멋있다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방송 나가고 유행 타더라고요.”
“얘도 샀어요.”
신희운의 옆에 있던 같은 팀 멤버가 일러바치듯 장난스럽게 키득거렸다. 멤버를 팔꿈치로 툭 친 신희운이 멋쩍게 웃었다.
“선배님이 응원까지 해 주셨는데 1차 예선에서 바로 떨어져서 면목이 없었죠.”
내가?
딱히 응원의 말을 던져 준 기억은 없었던 터라 기억을 뒤지느라 눈을 가늘게 뜨자 뒷머리를 긁적이며 신희운이 다시 입을 열었다.
“잘하고 오라고 하셨는데 제가 바로 가사를 절어 버려서…”
신희운이 말끝을 흐렸다.
아, 그거 응원이 아니라 그냥 할 말 없어서 의례적으로 해 준 인사였는데. 하지만 부러 입 밖으로 진실을 꺼내어 긁어 부스럼을 만들지는 않았다.
“희운이 때문에 거의 반강제적으로 저희도 DTB 4 본방 사수했거든요.”
“결승에서 선배님께 투표해야 한다고 이 형이 저희를 얼마나 갈구던지.”
“싸이퍼랑 세미 파이널 무대 진짜 멋있었어요.”
네디온 멤버들이 한마디씩 보탰다. 몇몇은 정말 DTB 4를 재미있게 본 건지 나를 보는 눈빛이 아주 초롱초롱했다.
그래, 이거지. 요즘 막내 라인이 나를 보는 눈빛에 존경과 초롱초롱한 빛이 많이 사라져서 서운했는데 윤이든 아직 안 죽었네.
신희운과 번호를 교환하고 또 의례적인 인사와 함께 그를 종목전으로 보냈다.
뉴프레임이란 그룹의 KIBA라는 친구와 X10이라는 우리 1년 선배 그룹의 이로라는 선배도 슬그머니 다가와 혹시 내년에 방영할 DTB 5에 프로듀서로 나오냐며 내게 은근슬쩍 물었다.
이 둘의 공통점은 DTB 4에 나왔던 아이돌 래퍼들이었다. 정확히는 분할컷 편집은 피했지만 대신 단독샷 흑역사를 박제하게 된 아이돌 래퍼라고 해야 하나.
“제가 아시다시피 레이블을 못 들어가는 터라 참가자면 몰라도 프로듀서로는 못 나갈 거 같네요.”
“이번 시즌 우승했는데 다음 시즌에 또 나가시게요…?”
거참 농담도 못 하나.
곧, DTB 4에 얼굴을 비춘, 혹은 DTB에 관심이 있거나 DTB 4를 애청한 이들의 휴대폰 번호가 전화번호부에 가득 쌓였다.
DTB 본 놈들이 왜 이렇게 많아? 확실히 이맘때쯤의 힙합이, DTB가 대세는 대세였던 모양이다.
아이돌들의 아이돌이라고 키득거리며 나를 놀리는 김도빈을 응징해 주고 있는데, 갑자기 다른 색깔의 유니폼이 레브의 흰색 사이에 끼어들었다.
그리고 천연덕스럽게 우리 사이에 자리를 잡고 앉은 그는, 살짝 굳은 표정의 견하준과 당황한 표정의 나를 향해 여상한 얼굴로 손을 흔들어 주기까지 했다.
뭐지, 이 새끼?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341화(341/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341화

종목도 보지 않고 휴대폰으로 무언가를 검색하던 서예현이 매니저 형을 불렀다. 차를 타고 숙소 근처 스포츠센터에 도착하자마자 서예현이 김도빈에게 가볍게 배구공 하나를 던졌다.

착-

김도빈은 그것을 어렵지 않게 허공에서 받아냈다.

“그런데 공은 왜요?”

“도빈아, 토스 열 번 하고 리시브 열 번 해 봐.”

서예현의 요구에 김도빈이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제법 진지하게 자세를 잡았다.

“오, 전문 용어 나왔다. 형도 혹시 애니 봤어?”

“내가 도빈이야?”

“형, 저 형 옆에 있어요. 그렇게 질색하시면 전 슬퍼요. 제가 뭐 어때서요.”

담백한 감탄사를 질색으로 돌려준 서예현이 제 발치를 구르는 배구공 하나를 집어 들더니 손가락 하나로 빙그르르 돌리며 말했다.

“사실 경기 규칙 물어보려고 했는데 그것보다 일단 기본 동작이라도 가능한지 보는 게 먼저 같아서. 경기 규칙은 외우기라도 하면 되지, 며칠 연습한다고 단기간에 실력이 확 성장하기는 불가능하잖아.”

“그건 그렇지.”

팔을 쫙 펴고 팔목 부분으로 공을 받았다가 튕기기를 연속 열 번 성공한 김도빈이 당당하게 말했다.

“봤죠? 토스 열 번 성공했어요.”

“…네가 방금 한 건 리시브야, 도빈아.”

이마를 짚은 서예현이 이걸 뭐 어디에서부터 지적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얼굴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토스는 이거라고 팔을 올려서 손끝으로 공을 던졌다가 받는 동작 시범을 보이던 서예현은 네 번 만에 공을 떨어뜨렸다. “아, 맞다!”를 외치며 옆에서 손쉽게 토스 동작 열 번을 성공한 김도빈과 퍽 대조되는 풍경이었다.

토스랑 리시브도 구별 못 하는 김도빈이냐, 토스 열 번도 못 해내는 서예현이냐.

토스 동작 스무 번째까지 해낸 김도빈의 옆으로 다가가 공이 김도빈의 손끝에 닿기 전에 휙, 낚아채며 타박했다.

“애니메이션 봤다며. 애니에서 뭘 본 거야?”

“청춘, 스포츠맨십, 열정, 재능, 경쟁, 성장.”

“그런 쓸데없는 걸 보지 말고 배구 애니면 배구하는 방법이나 봐라.”

혀를 차며 스포츠센터 벽에 붙어 있는 농구 골대를 향해 공을 가볍게 던졌다. 포물선을 그린 배구공이 그물도 스치지 않고 깔끔하게 들어갔다.

“그걸 볼 거였으면 너튜브 강의 영상을 봤죠. 왜 애니를 보겠어요.”

굉장히 한심한 놈 보는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김도빈이 무회전 서브를 외치면서 위로 높이 던진 공을 힘껏 뛰어올라 손바닥으로 강하게 내리쳤다.

공이 존나게 돌아가고 있는데 무회전 서브는 얼어죽을.

무엇보다 김도빈한테 한심한 놈 취급을 받은 게 영 기분이 그랬다.

아무튼 김도빈이 배구, 내가 축구를 선점하고, 계주는 이전처럼 류재희가 맡기로 했다.

제일 어려서 제일 팔팔하고 다리도 그때보다 더 길어졌으니 더욱 유리할 것 같다며 우리는 만장일치로 류재희를 계주로 밀어 넣었다.

“난 단거리 달리기로 할게. 제일 짧게 끝나고 깔끔할 거 같아. 라인 다 따로 있어서 남들이랑 부딪힐 일도 없고.”

견하준은 사라진 씨름 대신 단거리 달리기를 택했다.

“양궁 세 명은, 예현이 형이랑 누구누구 나가죠?”

“평균 점수 1.5점인 쟤네 둘 빼고 이렇게 셋이서 나가자.”

손가락으로 허공에 원을 그려 나랑 김도빈을 한데 묶은 서예현이 우리 둘을 날리는 시늉을 했다.

어차피 나는 양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회귀 전후를 통틀어 아주 잘 알고 있었기에 딱히 반박하지 않고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내가 돋보이지 않는 건 굳이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연습에서는 잘했다가 실전에서는 거하게 말아먹었던 김도빈은 그 제안에 동의하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1.5점이라뇨! 저 3점도 쐈어요!”

김도빈의 격렬한 반박에 팔짱을 낀 류재희가 턱을 치켜올렸다.

“3점 쏘고 0점 쐈잖아. 0 더하기 3이 뭐야? 3이지? 3을 2로 나눠 봐. 1.5지?”

“거기에다가 2점도 쐈잖아. 2점 세 번에 3점 한 번, 0범 한 번. 다 더하면 9점이니까 이걸 5로 나누면… 1.8점이네!”

“그렇구나, 0.3점 더 올랐구나.”

“그래, 1.5점이 아니라니까? 그러니까 평균 1.5인 이든이 형이랑 묶으면 안 되지.”

“아니,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말문이 막힌 류재희가 도움을 청하듯 서예현을 돌아봤지만 이미 수 차례 김도빈의 무논리 공격에 당한 전적이 있던 서예현은 슬그머니 시선을 피했다.

우리 다섯 명 중에서 제일 장수할 팔자 한 명 고르라고 한다면 역시 김도빈이 아닐까. 대화하면서 상대의 수명이 깎여서 문제지.

* * *

촬영 당일.

“아, 또 흰색이야. 다른 색 좀 주지.”

우리 대기실에 이름표와 함께 놓여 있는 아체대 유니폼을 본 류재희가 흔치 않게 질색하며 불평을 터트렸다.

“왜? 그래도 흰색이 무난하니 좋지 않냐?”

바람막이로 바뀐 유니폼의 소매를 꿰어 입으며 묻자 류재희가 손에 닿기도 싫은 걸 들어 올리듯 두 손가락으로 바람막이 유니폼을 달랑달랑 잡고선 말했다.

“저지일 때는 그나마 나았는데 바람막이라서 무대 의상 생각나잖아요. 하필 바지도 흰색이고.”

지퍼를 목 끝까지 잠그다가 멈칫하고 거울을 보자 활동 때의 망령 같은 모습이 거울에 비쳤다.

“야야, 지퍼 내려! 끝까지 올리지 마! 으아아, 겨우 잊었는데!”

서예현의 히스테릭한 외침에 황급히 지퍼를 다시 내렸다.

내가 노래 자체를 싫어했다면 컨셉부터 활동까지, 그 모든 걸 우리 다섯 중에서 제일 끔찍이도 싫어하는 건 바로 서예현이었다.

그럴 만도 했다. 우리가 로 180도 달라진 급격한 반전을 꾀하고 나서 허구한 날 올라오던 게 아이돌 헤메코의 중요성이라는 제목과 저 얼굴도 살리지 못하는 헤메코라는 내용을 달고 올라온 서예현의 뮤비와 무대 사진이었으니까.

심지어 그 사진은 지금까지도 최근 사진이 추가되어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끌올됐다. 우리는 서예현이라는 든든한 비주얼멤 방패 덕분에 다행히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받았다.

“갑자기 입기 싫다…”

막 소매 한쪽을 꿰어 입었던 견하준의 얼굴에도 류재희와 비슷한 질색이 서렸다.

“우리한테 왜 이래. 차라리 다른 색깔을 주지.”

워너비인 보라색을 또 놓치고 실망한 얼굴로 유니폼을 툭툭 쳐 대던 김도빈이 뚱한 얼굴로 유니폼을 덥석 집어 들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제 어깨를 덥석 잡는 서예현의 손길에 놀라서 유니폼을 손에서 떨어뜨렸다.

“그래, 도빈아. 말 잘했다! 염색! 염색을 하는 거야! 그러면 조금이나마 덜 무대 의상 같아지겠지! 오렌지주스라도 부을까? 짧은 시간 만에 잘 물들만한 게 뭐가 있지?”

“이든이 형! 예현이 형 눈이 돌았어요!”

“왜 형 혼자 팀을 막 바꾸려고 그래! 염색하면 팀이 바뀐다고!”

“팀이 바뀌는 게 아니라 그냥 여벌로 둔 새 옷을 한 벌 더 주지 않을까. 예현이 형, 형이 열심히 염색을 해서 옷 색을 바꿔도 어쨌든 이거 무조건 입긴 해야 해요.”

다급한 외침에 겨우 견하준과 함께 서예현을 김도빈에게서 떼어 내 진정시켰다.

개막식을 위해 대기실을 나서면서도 다섯 명 모두 절대로 목 끝까지 지퍼를 잠그지 않았다. 서예현은 아예 지퍼를 올리지 않고 풀어헤친 모양새였다.

같은 색깔 옷끼리 모여선 개막식이 끝나자 색깔이 우수수 흩어져 섞였다. 각자 안면 있는 이들에게 다가가 반갑게 인사를 나누기도 하고, 같은 그룹끼리만 모여있기도 했다.

“어, 선배님!”

왜인지 낯익은 얼굴이 내게 반갑게 아는 척을 해 왔다.

누구였더라. 내가 곡 팔았던 그룹인가? USB와 기억의 콜라보로 슬럼프 기간에도 내가 회귀 전 곡을 팔았던 그룹들을 기억하고 곡을 보내 줄 수 있었다.

내가 눈을 깜빡이기도 전에 그가 우렁차게 뒷말을 덧붙였다.

“늦었지만 DTB 우승 축하드립니다!”

그제야 나는 이 얼굴을 어디에서 봤는지 기억해 냈다.

들키지 않게 슬쩍 시선을 내려 파란색 유니폼에 붙은 네디온 신희운이라는 이름표를 확인하고 원래 알고 있었던 것마냥 자연스럽게 말을 붙였다.

“아, 그때 희운 씨랑 나랑 1차 예선 대기 중에 만났죠?”

“기억하시네요!”

신희운의 얼굴이 곧바로 티 나게 환해졌다.

“그때도 선배님이 하고 오신 베레모 패션이 멋있다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방송 나가고 유행 타더라고요.”

“얘도 샀어요.”

신희운의 옆에 있던 같은 팀 멤버가 일러바치듯 장난스럽게 키득거렸다. 멤버를 팔꿈치로 툭 친 신희운이 멋쩍게 웃었다.

“선배님이 응원까지 해 주셨는데 1차 예선에서 바로 떨어져서 면목이 없었죠.”

내가?

딱히 응원의 말을 던져 준 기억은 없었던 터라 기억을 뒤지느라 눈을 가늘게 뜨자 뒷머리를 긁적이며 신희운이 다시 입을 열었다.

“잘하고 오라고 하셨는데 제가 바로 가사를 절어 버려서…”

신희운이 말끝을 흐렸다.

아, 그거 응원이 아니라 그냥 할 말 없어서 의례적으로 해 준 인사였는데. 하지만 부러 입 밖으로 진실을 꺼내어 긁어 부스럼을 만들지는 않았다.

“희운이 때문에 거의 반강제적으로 저희도 DTB 4 본방 사수했거든요.”

“결승에서 선배님께 투표해야 한다고 이 형이 저희를 얼마나 갈구던지.”

“싸이퍼랑 세미 파이널 무대 진짜 멋있었어요.”

네디온 멤버들이 한마디씩 보탰다. 몇몇은 정말 DTB 4를 재미있게 본 건지 나를 보는 눈빛이 아주 초롱초롱했다.

그래, 이거지. 요즘 막내 라인이 나를 보는 눈빛에 존경과 초롱초롱한 빛이 많이 사라져서 서운했는데 윤이든 아직 안 죽었네.

신희운과 번호를 교환하고 또 의례적인 인사와 함께 그를 종목전으로 보냈다.

뉴프레임이란 그룹의 KIBA라는 친구와 X10이라는 우리 1년 선배 그룹의 이로라는 선배도 슬그머니 다가와 혹시 내년에 방영할 DTB 5에 프로듀서로 나오냐며 내게 은근슬쩍 물었다.

이 둘의 공통점은 DTB 4에 나왔던 아이돌 래퍼들이었다. 정확히는 분할컷 편집은 피했지만 대신 단독샷 흑역사를 박제하게 된 아이돌 래퍼라고 해야 하나.

“제가 아시다시피 레이블을 못 들어가는 터라 참가자면 몰라도 프로듀서로는 못 나갈 거 같네요.”

“이번 시즌 우승했는데 다음 시즌에 또 나가시게요…?”

거참 농담도 못 하나.

곧, DTB 4에 얼굴을 비춘, 혹은 DTB에 관심이 있거나 DTB 4를 애청한 이들의 휴대폰 번호가 전화번호부에 가득 쌓였다.

DTB 본 놈들이 왜 이렇게 많아? 확실히 이맘때쯤의 힙합이, DTB가 대세는 대세였던 모양이다.

아이돌들의 아이돌이라고 키득거리며 나를 놀리는 김도빈을 응징해 주고 있는데, 갑자기 다른 색깔의 유니폼이 레브의 흰색 사이에 끼어들었다.

그리고 천연덕스럽게 우리 사이에 자리를 잡고 앉은 그는, 살짝 굳은 표정의 견하준과 당황한 표정의 나를 향해 여상한 얼굴로 손을 흔들어 주기까지 했다.

뭐지, 이 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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