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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ự Trở Lại Của Một Thần Tượng Đã Mất Đi Lý Tưởng Ban Đầu RAW - C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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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285화(285/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285화
[HIT!] DTB 4 유피와 윤이든, 조별 음원 미션에서 서로 저격?
유피 파트 가사: 누구처럼 시선 끌기에만 급급하지 않지 백지 없이도 번번이 보여 주는 내 반전
→ 윤이든 의상과 윤이든이 패자부활전에서 보여 줬던 백지 커닝 저격
윤이든 파트 가사: 눈에 힘주고 센 척하는 병아리들 이 판이 다 자기들 손안이라고 착각하는 머저리들
U급 I급 나눌 시간에 판 엎을 생각이나 해 버리는 패 되기 전에
→ 자꾸 서바이벌 통달하는 척하는 유피 쿨찐짓 저격
문제 시 아닐 수도
댓글 315
-일단 유피는 너무 대놓고 윤이든 저격이라 확실한데 윤이든이 유피 저격했다기에는 좀 애매함
-눈에 힘주고 어쩌고는 그냥 래퍼들 저격했다고 해도 이 판이 어쩌고 저거 들어맞는 건 유피밖에 없잖아 이번에 조별 음원 훅만 봐도ㅋㅋ
-윤이든이 유피 조 과정을 어떻게 알고 지 조별 음원 미션곡에 저런 저격을 날리겠냐고
└세기의 절친이자 라이벌인 지테가 유피 팀에 있잖음 사실 지테가 윤이든이 유피 팀에 심어 놓은 스파이였던 거임
└굳이 이번 미션 아니어도 유피 공수치 쿨찐짓이 한두 번이었냐?
-굳이 A급 B급도 아니고 U급이라고 한 것부터 너무나도 유피 저격 아니냐ㅋ
└븅딱아 누가 봐도 Underground랑 Idol 약자잖아 뭔 놈의 유피여 U 들어가면 씨발 다 유피 줄임말이냐? 왜, 킬링비트 가사에 있던 going up 뜻도 위로 가다가 아니라 유피한테 가다라고 우겨 보지?
-ㅅㅂ 이번 DTB 논란 ㅈㄴ 많네 무슨 논란이랑 대립이 하루 걸러 하나 나오냐
└‘대세의 숙명’
(댓글 더 보기)
조별 음원 미션 무대가 끝나고, 저격 가사 논란 글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왔다.
[1위- ‘윤이든, 라이조, 투혁, 니지어스 – Killing Beat’ ♥99,999+]
여전히 우리 조의 음원 미션 곡은 차트 1위를 유지하고 있었고, 함께 논란이 난 유피 조의 곡은…….
[6위- ‘유피, G-TE, 프리히트스타일, 안경훈, 더블티(TT) – 파노라마(Panorama)’ ♥89,997]
‘오, 벌써 6위? 상승 속도 빠르네.’
저격 논란 버프를 받아 급속도로 순위가 올라가고 있었다.
내 저격 가사는 회귀 전을 생각하고 쓴 가사였다.
회귀 전, 유피가 조별 음원 미션의 제 파트에 스코언 저격 은유 가사를 슬쩍 끼워 넣은 게 생각나서 말이다.
진짜로 빙빙 돌리고 돌린, 긴가민가한 은유라 음원이 발표되고 누군가가 이걸 찾아내어 글을 올린 이후 저격이 맞다/아니다로 활활 불탔지.
논란에 불을 지펴 놓고 저만 쏙 빠져나갈 구멍까지 만들어 놓은 유피는 그 전략으로 제 조의 음원 미션 곡을 화제로 만들어 순위를 높였다.
비록 1위는 하지 못했지만, 어차피 저는 조장이라 떨어질 일도 없고, 버즈량은 제 이름으로 충분히 확보했으니 유피로서는 손해 보는 것 하나 없이 이득만 얻은 셈이었다.
스코언 조의 곡도 그에 따라 잠깐 이슈가 되긴 했지만, 디스 비스무리한 것도 없었기에 금방 꺼졌고 말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분명 유피가 나를 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제가 도약할 발판으로 선택했고, 여전히 저와 함께 오르내리는 나를.
다만 남을 발판으로 쓰는 게 영 얄미워서 같이 이슈나 타라고 나도 가벼운 저격을 슬쩍 끼워 넣었을 뿐이다.
내가 아니라고 잡아떼고 모르쇠로 일관하면 충분히 빠져나갈 수 있을 만한 수준으로.
유피 쪽에서 각도기 박살 낸 채로 이렇게 대놓고 저격을 날릴 줄은 몰랐지만.
‘혹시 여유가 사라졌나?’
그럴 만도 했다. 회귀 전의, 내가 없던 DTB 시즌4의 유피는 갑자기 힙합판에 혜성처럼 등장한 무명 래퍼이자 다크호스로 주목을 한 몸에 받으며 스코언과 함께 투톱 체재를 완성시켰다.
거기에 툭툭 던지는 직설적인 말과 자신감 어린 태도, 그리고 그 자신감에 걸맞은 결과물을 보여 주며 제법 인기를 끌어모았고.
하지만 이번 시즌4에서는 그 관심이 모조리 내게 와 버렸기에 현재 유피를 향한 관심도는 회귀 전에 비해 반토막이 난 상태였다.
나도 억울했다. 내가 관심을 끌고 싶어서 끈 게 아니라 악편을 피하려 하다 보니까 어쩌다가 그렇게 된 거란 말이다.
“그런데 이게 그냥 유쾌하게 넘어가는 건 아니죠? 제가 봐도 좀 기분 나쁜데요.”
“나야 뭐, 아니라고 잡아떼면 그만이지만, 유피는 저격을 너무 대놓고 했잖아. 이런 예의 없는 저격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등 돌릴 거 각오했다고 봐야지.”
류재희의 말에 태평하게 대꾸해 주며 메시지가 쌓이는 DTB 음원 미션 조 단체 채팅방을 내려다보았다.
작업이 이루어졌던 몇 주일간 정말로 수고 많으셨다고 훈훈하게 나누는 인사를 보니 드디어 팀플이 끝났다는 게 실감 났다.
“아오, 왜 다들 팀플이라고 하면 진저리를 치는지 이제 알 것 같네.”
좋은 기억보다 힘들었던 기억이 압도적으로 많았던 조별 음원 미션을 떠올리며 툴툴거렸다.
“따지고 보면 우리 그룹 활동도 팀플 아니에요? 작업 과정도 메이킹이나 비하인드 영상으로 올린다고 DTB처럼 촬영하는 건 마찬가지잖아요.”
“그렇긴 하지. 그런데 적어도 악편의 위험은 없잖냐.”
오히려 그룹 이미지에 해가 되거나 논란이 될 만한 장면들은 알아서 잘 편집해 주지.
하지만 DTB는 그것들을 반긴다니까? 자르는 게 아니라 더욱 극대화시켜 준다니까?
자기네 조 갈등이 방송에 나온 그 정도는 아니었는데 악편 진짜 좆같다며 펑펑 울던 최화가 생각나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역시 니지어스랑 진심으로 아가리 배틀 한 판을 뜨지 않아 다행이었다.
자존심 긁힌 아이돌 래퍼로 편집되어 나갔을 걸 생각하면 아직도 등에 식은땀이 맺힌다니까.
그리고 서바이벌의 일회성 팀이랑 쭉 갈 팀이랑 같냐?
“그러고 보니까 이틀 후가 레브 데뷔 기념일 3주년이네요. 형, 그때 DTB 촬영 없죠?”
“엉, 어차피 순위 집계는 9일에 되니까 8일에는 안 부를걸.”
데뷔 기념일 라방 콘셉트나 잡자고 류재희가 멤버들을 불러 모았다.
“레브 제601회 회의를 개최하겠습니다! 주제는 데뷔 3주년 라방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
저걸 일일이 기록하고 있는 류재희도 류재희였다.
“저번에는 포틀럭 파티였던가?”
“그랬죠. 그 망할 체리 케이크에 묻혔지만.”
류재희가 눈을 찡그렸다. 나 같아도 체리 알러지로 병원까지 실려 간 사람한테 체리 케이크를 내놓으면 평생의 앙금으로 남아 잊지 못할 것 같긴 했다.
김도빈이 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저 초롱초롱한 눈빛을 보니 또 어떤 이상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왔을까 기대보다 걱정이 먼저 들었다.
“이번에는 이든이 형도 응원할 겸, 이든이 형이 입고 나왔던 DTB 의상 패션쇼 어때여?”
그래, 도빈아. 형은 너를 믿고 있었다. 니지어스 덕분에 너는 이제 제법 올려 치기가 됐단다.
다들 괜찮다고 생각했는지 사방에서 쏟아지는 박수에 김도빈의 콧대가 하늘 높이 치솟았다.
“그러면 의상은 뽑기를 해서 랜덤으로 입는 걸로 하는 거야?”
“야야야야, 이건 그렇게 막 뽑기로 성의 없이 하지 말고 어울릴 만한 사람이 입자. 나 이제 뽑기 그만하고 싶어.”
팔을 교차해 X를 그리며 서예현의 의견을 다급히 가로막았다.
파이트머니 최대 보유자라는 이 타이틀을 뽑기 제일 첫 순서로만 써먹을 수 있었던 터라 이제 뽑기라고만 해도 노이로제에 걸릴 것 같았다.
“그러면 일단 의상부터 정해야 하는데, 이슈된 의상이…….”
“베레모토끼모자가슴골크롭티킹스맨고백공격산악회장궁예.”
김도빈이 숨도 쉬지 않고 내 DTB 대서사시를 줄줄 읊었다. 그럼 대체 몇 개야?
“어라, 다섯 개 넘는데요?”
“이상한 건 빼자, 제발…….”
손바닥으로 얼굴을 쓸어내리며 서예현이 간절히 중얼거렸다. 그런 서예현을 향해 견하준이 진지하게 말했다.
“이상한 걸 빼면 남는 게 없어요, 형.”
준아……?
*   *   *
8월 8일. 레브의 데뷔 기념일.
벌써 3주년을 맞이한 데뷔 기념일이었다. 시간 참 빠르다 싶었다.
떨어진 라이브 방송 시작 신호에, 목 끝까지 올린 아이다스 져지를 입은 채로 카메라 앞으로 걸어 나왔다.
“Dream of me. 안녕하세요, 레브 윤이든입니다. 레브 데뷔 3주년을 맞아 이번 데뷔 기념일도 우리 데이드림과 함께하고자 이렇게 인사드립니다.”
레브 대표로 꾸벅 인사하고 큐카드에 적힌 글자를 읽었다.
“오늘 데뷔 3주년을 기념할 특별한 패션쇼가 있습니다.”
[다른 멤버들은요???]
[형 나 형 보려고 OA앱도 깔았어]
[패션쇼??]
큐카드 밑에 둔 폰을 통해 팬들의 실시간 채팅을 볼 수 있었다.
“네, 제가 현재 힙합 서바인 DTB에서 열심히 경쟁 중이잖아요. 그래서 저를 응원할 겸, 이 자리에서 멤버들이 이슈를 탔던 제 DTB 룩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등산복 없지?????]
[궁예룩 아니지??????]
[이래 놓고 등산복 나오면 나 진짜 울거야]
[이든아 왜 당사자인 너는 안 입었어ㅠㅠㅠㅠㅠ]
[아제발 궁예만 없어라]
[등산복 스포츠고글 나오는 순간 울아빠 스포츠고글 태울 준비 완]
[만약 등산복이랑 궁예룩 있어도 그거 당첨된 게 내새끼만 아니게 해 주세요 젭알]
“아니, 선두주자 리더십 룩이랑 궁예룩이 뭐 어때서요. 나름 괜찮지 않았어요?”
[나 처음에 궁예룩 보고 중2병인가 했어]
[등산복은 실드 불가]
그럼 뭐, 어쩔 수 없고.
“첫 번째로 선보일 패션은, 반전 매력으로 많은 이슈가 됐죠. 제게 품절남이라는 별명을 붙여 줬던 바로 그 의상!”
[베레모??]
[베레모구나!]
[베레모!!!!!]
내 멘트가 끝나자 김도빈이 당당하게 걸어 나왔다. 모자 밑을 꾹꾹 눌러 댈 때마다 토끼 귀가 방정맞게 쫑긋거렸다.
카메라 앞에서 잔뜩 귀여운 포즈를 잡으며 패션을 선보인 김도빈이 내 옆으로 다가와 섰다.
[잉 토끼모자네ㅋㅋㅋㅋㅋ]
[윤리다가 입었을 때는 저게 뭐지 했는데 도빈이가 입으니까 진짜 찰떡이다]
[반전매력 의상인데 모델 덕분에 반전이 사라졌어ㅋㅋ]
“모범생룩과 토끼 모자입니다. 연분홍색 머리까지 구현했으면 완벽했을 텐데, 그게 좀 아쉽네요.”
“저는 아직 이든이 형과 나란히 휑한 두피 걱정을 하고 싶지는 않…….”
“아직 안 휑하다고, 인마! 탈모 아직 안 왔어요!”
며칠 전에 뿌리 염색을 하고 온 탈색 머리의 정수리를 카메라 앞에 들이댔다. 김도빈이 제가 실언을 했다며 나를 다급히 말렸다.
“그런데 이건 뭘 품절시켰어요? 베레모 품절은 기억나는데. 이 인싸 토끼 모자였던가?”
“안경.”
“아, 맞다. 나도 샀지.”
멍청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김도빈을 옆에 둔 채로 계속 패션쇼를 진행했다.
“두 번째로 선보일 패션은, 아. 이것도 꽤 이슈가 된 패션이죠. 제 탈락 이유가 뭐다?”
“가슴골!”
김도빈이 척하면 척, 내 멘트를 받아 주었다.
“네, 맞습니다. 가슴골. 나와 주세요!”
가슴골이 돋보이는 오픈 셔츠를 입은 견하준이 성큼성큼 걸어 나왔다. 김도빈이 휘파람을 불어댔다.
“워후, 잘 어울린다! 완전 하준이 형 맞춤옷!”
“아, 그 말인즉슨…… 내가 입을 때는 안 어울렸다?”
내 나직한 읊조림에 채팅창이 ㅋ으로 도배되었다.
“아니요! 이든이 형은 태어났을 때부터 입고 태어난 것 같은 자연스러움을 자랑하는……!”
“아무 말 대잔치구나, 도빈아.”
견하준이 필사적으로 변명하는 김도빈을 내 마수에서부터 구해 주었다.
[와 그런데 진짜 가슴골 꽉찼어]
[그래 저런 남자들만 입고 다니면 우리가 윤이든병 뭐라고 하냐고 윤이든축복이라고 이름도 바꾸지]
[역시 몸 좋은 남자가 입으면 핏부터 다르구나]
견하준 찬양 채팅에서 눈을 떼고 계속해서 패션쇼를 진행했다.
“세 번째 패션은, 영화 명대사와 함께 붙어 유명해졌죠. Manner maketh man, 나와 주세요!”
제일 까리한 쓰리피스 정장에 당첨된 모델이 자신 있게 걸어 나왔다.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285화(285/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285화

유피 파트 가사: 누구처럼 시선 끌기에만 급급하지 않지 백지 없이도 번번이 보여 주는 내 반전

→ 윤이든 의상과 윤이든이 패자부활전에서 보여 줬던 백지 커닝 저격

윤이든 파트 가사: 눈에 힘주고 센 척하는 병아리들 이 판이 다 자기들 손안이라고 착각하는 머저리들

U급 I급 나눌 시간에 판 엎을 생각이나 해 버리는 패 되기 전에

→ 자꾸 서바이벌 통달하는 척하는 유피 쿨찐짓 저격

문제 시 아닐 수도

댓글 315

-일단 유피는 너무 대놓고 윤이든 저격이라 확실한데 윤이든이 유피 저격했다기에는 좀 애매함

-눈에 힘주고 어쩌고는 그냥 래퍼들 저격했다고 해도 이 판이 어쩌고 저거 들어맞는 건 유피밖에 없잖아 이번에 조별 음원 훅만 봐도ㅋㅋ

-윤이든이 유피 조 과정을 어떻게 알고 지 조별 음원 미션곡에 저런 저격을 날리겠냐고

└세기의 절친이자 라이벌인 지테가 유피 팀에 있잖음 사실 지테가 윤이든이 유피 팀에 심어 놓은 스파이였던 거임

└굳이 이번 미션 아니어도 유피 공수치 쿨찐짓이 한두 번이었냐?

-굳이 A급 B급도 아니고 U급이라고 한 것부터 너무나도 유피 저격 아니냐ㅋ

└븅딱아 누가 봐도 Underground랑 Idol 약자잖아 뭔 놈의 유피여 U 들어가면 씨발 다 유피 줄임말이냐? 왜, 킬링비트 가사에 있던 going up 뜻도 위로 가다가 아니라 유피한테 가다라고 우겨 보지?

-ㅅㅂ 이번 DTB 논란 ㅈㄴ 많네 무슨 논란이랑 대립이 하루 걸러 하나 나오냐

└‘대세의 숙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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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별 음원 미션 무대가 끝나고, 저격 가사 논란 글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왔다.

여전히 우리 조의 음원 미션 곡은 차트 1위를 유지하고 있었고, 함께 논란이 난 유피 조의 곡은…….

‘오, 벌써 6위? 상승 속도 빠르네.’

저격 논란 버프를 받아 급속도로 순위가 올라가고 있었다.

내 저격 가사는 회귀 전을 생각하고 쓴 가사였다.

회귀 전, 유피가 조별 음원 미션의 제 파트에 스코언 저격 은유 가사를 슬쩍 끼워 넣은 게 생각나서 말이다.

진짜로 빙빙 돌리고 돌린, 긴가민가한 은유라 음원이 발표되고 누군가가 이걸 찾아내어 글을 올린 이후 저격이 맞다/아니다로 활활 불탔지.

논란에 불을 지펴 놓고 저만 쏙 빠져나갈 구멍까지 만들어 놓은 유피는 그 전략으로 제 조의 음원 미션 곡을 화제로 만들어 순위를 높였다.

비록 1위는 하지 못했지만, 어차피 저는 조장이라 떨어질 일도 없고, 버즈량은 제 이름으로 충분히 확보했으니 유피로서는 손해 보는 것 하나 없이 이득만 얻은 셈이었다.

스코언 조의 곡도 그에 따라 잠깐 이슈가 되긴 했지만, 디스 비스무리한 것도 없었기에 금방 꺼졌고 말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분명 유피가 나를 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제가 도약할 발판으로 선택했고, 여전히 저와 함께 오르내리는 나를.

다만 남을 발판으로 쓰는 게 영 얄미워서 같이 이슈나 타라고 나도 가벼운 저격을 슬쩍 끼워 넣었을 뿐이다.

내가 아니라고 잡아떼고 모르쇠로 일관하면 충분히 빠져나갈 수 있을 만한 수준으로.

유피 쪽에서 각도기 박살 낸 채로 이렇게 대놓고 저격을 날릴 줄은 몰랐지만.

‘혹시 여유가 사라졌나?’

그럴 만도 했다. 회귀 전의, 내가 없던 DTB 시즌4의 유피는 갑자기 힙합판에 혜성처럼 등장한 무명 래퍼이자 다크호스로 주목을 한 몸에 받으며 스코언과 함께 투톱 체재를 완성시켰다.

거기에 툭툭 던지는 직설적인 말과 자신감 어린 태도, 그리고 그 자신감에 걸맞은 결과물을 보여 주며 제법 인기를 끌어모았고.

하지만 이번 시즌4에서는 그 관심이 모조리 내게 와 버렸기에 현재 유피를 향한 관심도는 회귀 전에 비해 반토막이 난 상태였다.

나도 억울했다. 내가 관심을 끌고 싶어서 끈 게 아니라 악편을 피하려 하다 보니까 어쩌다가 그렇게 된 거란 말이다.

“그런데 이게 그냥 유쾌하게 넘어가는 건 아니죠? 제가 봐도 좀 기분 나쁜데요.”

“나야 뭐, 아니라고 잡아떼면 그만이지만, 유피는 저격을 너무 대놓고 했잖아. 이런 예의 없는 저격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등 돌릴 거 각오했다고 봐야지.”

류재희의 말에 태평하게 대꾸해 주며 메시지가 쌓이는 DTB 음원 미션 조 단체 채팅방을 내려다보았다.

작업이 이루어졌던 몇 주일간 정말로 수고 많으셨다고 훈훈하게 나누는 인사를 보니 드디어 팀플이 끝났다는 게 실감 났다.

“아오, 왜 다들 팀플이라고 하면 진저리를 치는지 이제 알 것 같네.”

좋은 기억보다 힘들었던 기억이 압도적으로 많았던 조별 음원 미션을 떠올리며 툴툴거렸다.

“따지고 보면 우리 그룹 활동도 팀플 아니에요? 작업 과정도 메이킹이나 비하인드 영상으로 올린다고 DTB처럼 촬영하는 건 마찬가지잖아요.”

“그렇긴 하지. 그런데 적어도 악편의 위험은 없잖냐.”

오히려 그룹 이미지에 해가 되거나 논란이 될 만한 장면들은 알아서 잘 편집해 주지.

하지만 DTB는 그것들을 반긴다니까? 자르는 게 아니라 더욱 극대화시켜 준다니까?

자기네 조 갈등이 방송에 나온 그 정도는 아니었는데 악편 진짜 좆같다며 펑펑 울던 최화가 생각나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역시 니지어스랑 진심으로 아가리 배틀 한 판을 뜨지 않아 다행이었다.

자존심 긁힌 아이돌 래퍼로 편집되어 나갔을 걸 생각하면 아직도 등에 식은땀이 맺힌다니까.

그리고 서바이벌의 일회성 팀이랑 쭉 갈 팀이랑 같냐?

“그러고 보니까 이틀 후가 레브 데뷔 기념일 3주년이네요. 형, 그때 DTB 촬영 없죠?”

“엉, 어차피 순위 집계는 9일에 되니까 8일에는 안 부를걸.”

데뷔 기념일 라방 콘셉트나 잡자고 류재희가 멤버들을 불러 모았다.

“레브 제601회 회의를 개최하겠습니다! 주제는 데뷔 3주년 라방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

저걸 일일이 기록하고 있는 류재희도 류재희였다.

“저번에는 포틀럭 파티였던가?”

“그랬죠. 그 망할 체리 케이크에 묻혔지만.”

류재희가 눈을 찡그렸다. 나 같아도 체리 알러지로 병원까지 실려 간 사람한테 체리 케이크를 내놓으면 평생의 앙금으로 남아 잊지 못할 것 같긴 했다.

김도빈이 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저 초롱초롱한 눈빛을 보니 또 어떤 이상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왔을까 기대보다 걱정이 먼저 들었다.

“이번에는 이든이 형도 응원할 겸, 이든이 형이 입고 나왔던 DTB 의상 패션쇼 어때여?”

그래, 도빈아. 형은 너를 믿고 있었다. 니지어스 덕분에 너는 이제 제법 올려 치기가 됐단다.

다들 괜찮다고 생각했는지 사방에서 쏟아지는 박수에 김도빈의 콧대가 하늘 높이 치솟았다.

“그러면 의상은 뽑기를 해서 랜덤으로 입는 걸로 하는 거야?”

“야야야야, 이건 그렇게 막 뽑기로 성의 없이 하지 말고 어울릴 만한 사람이 입자. 나 이제 뽑기 그만하고 싶어.”

팔을 교차해 X를 그리며 서예현의 의견을 다급히 가로막았다.

파이트머니 최대 보유자라는 이 타이틀을 뽑기 제일 첫 순서로만 써먹을 수 있었던 터라 이제 뽑기라고만 해도 노이로제에 걸릴 것 같았다.

“그러면 일단 의상부터 정해야 하는데, 이슈된 의상이…….”

“베레모토끼모자가슴골크롭티킹스맨고백공격산악회장궁예.”

김도빈이 숨도 쉬지 않고 내 DTB 대서사시를 줄줄 읊었다. 그럼 대체 몇 개야?

“어라, 다섯 개 넘는데요?”

“이상한 건 빼자, 제발…….”

손바닥으로 얼굴을 쓸어내리며 서예현이 간절히 중얼거렸다. 그런 서예현을 향해 견하준이 진지하게 말했다.

“이상한 걸 빼면 남는 게 없어요, 형.”

준아……?

*   *   *

8월 8일. 레브의 데뷔 기념일.

벌써 3주년을 맞이한 데뷔 기념일이었다. 시간 참 빠르다 싶었다.

떨어진 라이브 방송 시작 신호에, 목 끝까지 올린 아이다스 져지를 입은 채로 카메라 앞으로 걸어 나왔다.

“Dream of me. 안녕하세요, 레브 윤이든입니다. 레브 데뷔 3주년을 맞아 이번 데뷔 기념일도 우리 데이드림과 함께하고자 이렇게 인사드립니다.”

레브 대표로 꾸벅 인사하고 큐카드에 적힌 글자를 읽었다.

“오늘 데뷔 3주년을 기념할 특별한 패션쇼가 있습니다.”

큐카드 밑에 둔 폰을 통해 팬들의 실시간 채팅을 볼 수 있었다.

“네, 제가 현재 힙합 서바인 DTB에서 열심히 경쟁 중이잖아요. 그래서 저를 응원할 겸, 이 자리에서 멤버들이 이슈를 탔던 제 DTB 룩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아니, 선두주자 리더십 룩이랑 궁예룩이 뭐 어때서요. 나름 괜찮지 않았어요?”

그럼 뭐, 어쩔 수 없고.

“첫 번째로 선보일 패션은, 반전 매력으로 많은 이슈가 됐죠. 제게 품절남이라는 별명을 붙여 줬던 바로 그 의상!”

내 멘트가 끝나자 김도빈이 당당하게 걸어 나왔다. 모자 밑을 꾹꾹 눌러 댈 때마다 토끼 귀가 방정맞게 쫑긋거렸다.

카메라 앞에서 잔뜩 귀여운 포즈를 잡으며 패션을 선보인 김도빈이 내 옆으로 다가와 섰다.

“모범생룩과 토끼 모자입니다. 연분홍색 머리까지 구현했으면 완벽했을 텐데, 그게 좀 아쉽네요.”

“저는 아직 이든이 형과 나란히 휑한 두피 걱정을 하고 싶지는 않…….”

“아직 안 휑하다고, 인마! 탈모 아직 안 왔어요!”

며칠 전에 뿌리 염색을 하고 온 탈색 머리의 정수리를 카메라 앞에 들이댔다. 김도빈이 제가 실언을 했다며 나를 다급히 말렸다.

“그런데 이건 뭘 품절시켰어요? 베레모 품절은 기억나는데. 이 인싸 토끼 모자였던가?”

“안경.”

“아, 맞다. 나도 샀지.”

멍청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김도빈을 옆에 둔 채로 계속 패션쇼를 진행했다.

“두 번째로 선보일 패션은, 아. 이것도 꽤 이슈가 된 패션이죠. 제 탈락 이유가 뭐다?”

“가슴골!”

김도빈이 척하면 척, 내 멘트를 받아 주었다.

“네, 맞습니다. 가슴골. 나와 주세요!”

가슴골이 돋보이는 오픈 셔츠를 입은 견하준이 성큼성큼 걸어 나왔다. 김도빈이 휘파람을 불어댔다.

“워후, 잘 어울린다! 완전 하준이 형 맞춤옷!”

“아, 그 말인즉슨…… 내가 입을 때는 안 어울렸다?”

내 나직한 읊조림에 채팅창이 ㅋ으로 도배되었다.

“아니요! 이든이 형은 태어났을 때부터 입고 태어난 것 같은 자연스러움을 자랑하는……!”

“아무 말 대잔치구나, 도빈아.”

견하준이 필사적으로 변명하는 김도빈을 내 마수에서부터 구해 주었다.

견하준 찬양 채팅에서 눈을 떼고 계속해서 패션쇼를 진행했다.

“세 번째 패션은, 영화 명대사와 함께 붙어 유명해졌죠. Manner maketh man, 나와 주세요!”

제일 까리한 쓰리피스 정장에 당첨된 모델이 자신 있게 걸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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