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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ự Trở Lại Của Một Thần Tượng Đã Mất Đi Lý Tưởng Ban Đầu RAW - C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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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262화(262/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262화
내 말을 믿지 못하는 니지어스에게 직접 그 시절의 내 믹스테이프까지 찾아 들려주었다.
욕설을 입에 달고 다니던 그 시절의 내가 가사에는 비속어를 쓰는 걸 딱히 좋아하지 않아서 참으로 다행이었다.
“형들, 제 가사가 그렇게 별로예요?”
니지어스는 타겟을 바꿔 라이조와 투혁을 붙잡고 물었지만, 대중의 평가가 음원 성적에 꽤 중요한 요소라는 걸 알고 있는 둘은 니지어스의 편을 들어 주는 대신 시선을 피했다.
“그럼 가사는 니지어스만 다시 고쳐서 써 오는 걸로 하고. 훅은 다 같이 짤까요, 아니면 각자 만들어서 제일 나은 걸 채택하는 걸로 갈까요?”
“각자 만들어서 들어 보고 괜찮은 부분들을 조합하든지 하죠. 꼭 하나만 채택할 필요는 없잖아요.”
라이조의 의견이 받아들여졌다. 사흘 후로 또 약속이 잡혔다.
“그럼 다 같이 점심 식사라도 하고 헤어질까요?”
“좋네요. 어차피 이후 일정도 없어서.”
“저도 찬성이요.”
니지어스는 여전히 제 가사가 반려당한 게 분한지 텐션 높일 때는 언제고 주둥이를 꾹 다물고 있었다.
투혁과 라이조를 향해 눈짓으로 양해를 구하자, 내가 뭘 말하려는 건지 눈치챈 둘이 고개를 끄덕였다.
“규찬아, 뭐 먹고 싶냐?”
“엥, 진짜 제가 정해도 돼요?”
언제 삐쳤나는 듯 벌떡 일어나 초밥을 외치는 니지어스를 보며 한시름 놓았다. 이 나이대 애들이 먹는 것만으로도 잘 풀어져서 다행이다.
친목 도모라는 의미 아래의 점심 식사를 간단히 마치고 터덜터덜 숙소로 돌아왔다.
“피곤해 죽겠다. 그냥 작업만 하고 싶은데 신경 쓸 게 왜 이렇게 많냐.”
소파에 털썩 드러누워 한탄하듯 중얼거리자 견하준이 물었다.
“왜, 팀원들 협조가 잘 안 돼?”
“어어, 훅 정하는 것도, 순서 정하는 것도 아니고 겨우 자기 파트 가사 쓰는 것부터 이러면 나중에는 어떨지 무섭다. 거기에다가 카메라 의식까지 하려니까 죽을 맛이야, 진짜.”
데뷔 초의 레브를 다시 이끄는 편이 지금 이 음원 조별 미션보단 나을 것 같다.
게다가 아직 투혁이라는 산은 넘지도 않았다. 훅과 순서와 녹음 과정에서는 또 어떤 시련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하하.
“존경한다, 막내야. 너는 계속 이렇게 신경 곤두세우고 머리 굴려 가면서 살았다는 거 아니야.”
류재희를 향해 엄지를 척 들어 올리자 류재희가 뿌듯하게 웃으며 대꾸했다.
“이제라도 알면 됐어요.”
그래, 앞으로도 많이 수고해 주라. 이 형은 DTB에서 체험한 것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구나.
“그런데 이건 뭐야?”
내가 한 아름 품에 안고 온 과자를 발견한 서예현이 눈썹을 치키며 물었다.
서예현도 시력과 지능이 있으니 이게 과자라는 걸 몰라서 묻는 말은 아닐 테고.
“오늘은 DTB 푸드 먹지 말라는 말 없었잖아. 그래서 사 왔지.”
“야야, 안 돼! 먹지 마! 밤 11시잖아! 그때 뭐 먹는 게 얼마나 살찌는지 알아? 너는 지금 서바도 찍잖아! 아이돌스럽게 하고 가면 뭐 해! 화면에 빵떡같이 나오는데!”
“알았어, 알았어. 나는 안 먹을게. 됐지? 애들 먹으라 해.”
서예현의 눈을 피해서 팝콘을 몰래 먹는 게 어지간히 짠해서 사 온 건데 나만 안 먹으면 됐지.
“자꾸 이든이 형한테서 월급날의 우리 아부지가 겹쳐 보여요.”
서예현이 손 닿지 않는 곳에 치우기 전에 과자 봉지를 잽싸게 사수하며 김도빈이 또 헛소리를 했다.
내 속을 긁어댔던 니지어스를 생각하자 우리 기특한 도빈이의 이 정도 헛소리쯤은 웃으며 넘길 수 있었다. 그래도 우리 짭막내가 훨 낫지.
* * *
[DROP THE BEAT SEASON 4 Ep.2]
-드디어 왔다 내 금요일 삶의 낙
-1화에 12부작어치 어그로 다 나온 거 같은데 과연 2화가 내 기대를 충족시켜 줄 수 있을 것인가
-예고편 토끼모자 뭔데ㅋㅋㅋㅋ 일주일 동안 궁금해 뒤질 뻔
[1차 예선을 통과한 110명의 래퍼들!]
[그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지는 2차 예선:래퍼 평가전]
[주어진 시간은 단 60초!]
[프로듀서 네 명 이상의 PASS를 얻어야지만 합격!]
분홍색으로 염색한 머리, 폼이 넉넉한 셔츠 위에 걸친 베이지색 니트조끼와 연청바지, 동그란 은테 안경을 쓴 윤이든이 대기실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와, 아이돌이다.]
[촬영장을 착각하셨나 싶었죠. 힙합 서바에 분홍 머리가 웬 말이야. 옷도 무슨…… 뮤비 촬영하러 온 것도 아니고.]
[가뜩이나 아이돌 래퍼가 그러고 오니까 기분이 좀 나빴죠. 힙합 무시하나?]
[안 더우시나……?]
마음의 소리와 함께 순간 시선이 집중되는 래퍼들의 모습이 화면에 담겼다.
[등장하자마자 모두의 시선을 잡아끄는 1人]
-이런 미친 청량이든이 일회성이 아니었단 말이야??? 이번에는 청순이든???
-범생이가 되고 싶은 양아치 컨셉인가
-쟤는 이제 아이돌 래퍼가 아니라 관종 컨셉으로 나가기로 한 거?
[윤이든: Dream of me. 아이돌 그룹 레브의 리더 겸 메인래퍼, 윤이든입니다.]
가장 최신곡인 의 뮤직비디오 장면과 함께 윤이든의 담담한 인사말이 울렸다.
-악!!! 그룹 인사말 쪽팔린다고 라방에서도 잘 안 해 주던 건데!!!!
-2화 보길 잘했다…… 청순이든에 그룹 인사말에 안경에 핑크이든에……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
-저는 아이돌 래퍼 윤이든이 아니고 언더래퍼 ED라고 했으면 힙합충들 싹 수거 가능했을 텐데 타겟을 잘못 잡음 ㅉㅉ
다시 인터뷰 화면으로 돌아와, 살짝 흐트러진 분홍색 머리카락을 쓱쓱 정리한 윤이든이 삐딱하게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Q.언더그라운드 래퍼들의 견제?]
[윤이든: 아이돌 래퍼 무시하는 분들은 아이돌을 ‘안’ 하신 건지, 아니면 ‘못’하신 건지. 저는 그게 참 궁금해요. 그렇게 할 만해 보이면 한번 도전해 보시는 게?]
-지금 저 모습만 봐도 아이돌 쉽지 않다
-와 존나 기존쎄네ㅋㅋㅋㅋㅋ
-저 말을 하면서도 재수 없어 보이지 않는 것도 능력이다
-와우 욕 한마디 없이 외모만으로 광역공격ㅋㅋㅋㅋㅋㅋㅋ
└외모만 뜻하는 게 아닐 텐데?
[Q. 앞으로의 각오 한마디]
[윤이든: 아이돌 래퍼보다 랩 못하는 놈이 욕이 아니게 되도록 만들어드리겠습니다. 그 말을 욕으로 하려면 일단 저를 뛰어넘고 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2차 예선에서 탈락!
└그러면 ㄹㅈㄷㅋㅋㅋㅋ
-아니 님은 아이돌 래퍼 예외라고요 앞으로 양학당할 놈들이 불쌍하지도 않냐
의자에 앉아 대기하던 윤이든의 앞으로 누군가가 쓱 다가왔다. 누군가의 등을 찍던 화면이 반대로 전환되며 상의에 붙인 ‘G-TE’라는 이름표가 확대되었다.
[G-TE: 이야, 이게 누구야? 오랜만이다?]
[윤이든: 누구세요?]
-아시발 공수치 지림……
-인싸에게 친한 척하다가 까인 아싸같네
-뭐지 둘이 아는 사이라고? 상상도 못한 조합인데
-쟤네 전에 멱살 잡고 싸운 적도 있을걸? 사이 개 안 좋았음
└기억난다 ED 언샤크 현피ㅋㅋㅋㅋ
└누가 이김?
└딱 보면 답이 나오지 않냐?
잠시 G-TE를 뚫어지라 쳐다보던 윤이든이 입을 열었다.
[윤이든: 형진이냐?]
[대체 이 둘은 무슨 사이일까?]
크게 뜬 윤이든의 눈과 커지는 동공이 클로즈업되며 화면에 담겼다.
약간 분한 기색을 내보이는 G-TE와 의외라는 듯한 윤이든의 모습이 번갈아 나왔다.
[크루는 달랐던 거 같고. 동갑내기 라이벌?]
[동갑이긴 한데 둘 사이가…… 좋지는 않았던 걸로 기억하거든요. 뭐라고 해야 하지? 서로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 사이?]
[만나면 일단 싸웠어요, 걔들은. 언샤크, 아니 G-TE는 맨날 윤이든 보고 언더에서 꺼지고 아이돌이나 하라고 하고, 윤이든은 맨날 G-TE 랩네임 일부러 바꿔 부르면서 속 긁고. 뭐라고 바꿔 불렀는지 아직도 기억나. 언시크, 죠스바…….]
G-TE와 윤이든의 과거를 기억하는 출연자들의 인터뷰가 짧게 이어졌다. 묘하게 둘을 라이벌로 엮는 듯한 인터뷰였다.
-죠스바 미쳤낰ㅋㅋㅋㅋㅋㅋ
[윤이든: 랩네임 개명했네? 내가 기억하기론 이전에는 언시크였던가?]
[G-TE: 그러는 너는 못 본 새에 아이돌 다 됐네.]
[윤이든: 왜, 네가 추천해 줬잖아. 아이돌 하라고.]
[예나 지금이나 여전해 보이는 두 사람의 사이]
-윤이든이 아이돌로 루트 튼 이유가 찐 G-TE 때문……?
└지테 개새끼야 저런 인재를 돌판으로 유출시키면 어떡하냐고
└이야 한 명이 길 벗어나서 라이벌 대치 끊겼다가 드디어 서바에서 다시 만난 것까지 서사 완성 그 자체네
-지테씨 우리 이든이가 아이돌할 수 있게 응원해 주셔서 ㄱㅅ합니다
└어딜 봐서 응원인데 누가 봐도 비꼬는 거잖어
└ㄱㅊ 우리 이든이는 알아서 응원으로 뇌내 필터링 했을 거임
-지테 깡 좋다 윤이든이 한 대 후려치면 바로 날아갈 것 같은데
-저쉑 지금도 언시크라고 하네ㅋㅋㅋㅋ
[G-TE: 뛰쳐나갔으면서 왜 다시 힙합 판으로 기어 들어와? 계속 그렇게 하트 춤이나 추고 살지.]
[윤이든: 아, 예. 계급장 떼고 래퍼 대 래퍼로 어디 한번 붙어봅시다. 그거 떼면 누가 더 불리한지 봐 보게.]
두 사람의 인터뷰가 교차 편집되었다.
-진정한 자강두천
-저번 시즌에서 악편으로 무리하게 열폭 서사 만들다가 욕 처먹고 이번 시즌에선 라이벌 서사로 방향 틀었나ㅋㅋ 객관적으로 지테가 윤이든에게 비빌 실력은 아닌데ㅋㅋㅋ
└그때는 비슷했나보지 윤이든 옛날 믹테 들어 보니까 지금이 실력 많이 늘어난 거드만
└뭐래 ㅅㅂ 그때도 지테는 윤이든한테 못 비볐어
└지테도 지금이 예전보다 ㅈㄴ 실력 오른 거임
[과연 2차 예선에서 예상치 못하게 마주한 두 래퍼의 운명은?]
[윤이든: 먼저 갑니다.]
손을 흔들며 성큼성큼 백스테이지로 향하는 윤이든의 뒷모습이 페이드아웃되더니, 흥미진진한 얼굴로 무대를 보고 있는 프로듀서 군단으로 바뀌었다.
-대체 심사방식은 왜 바꾼거냐 확률 더 극악 됐는데
-여기에서 올패스 나오는 게 가능하긴 하냐고
윤이든이 무대에 등장하자 각자 놀라거나 입을 틀어막거나 웃음을 터트리는 프로듀서들의 모습이 한 명씩 화면에 쭉 비쳤다.
벙쪄있는 D.I의 모습이 클로즈업되더니 짧은 프로듀서 개인 인터뷰가 등장했다.
[D.I: 쟤는…… 대체 왜 저러고 나온 거지? 어디 아픈가? 저런 애가 아닌데…….]
[G1: 재미있는 친구예요, 하여튼.]
[AJA: 저렇게 하고 오면 심사 기준이 더 까다로워지죠, 아무래도. TPO를 지키라는 건 아닌데, 그래도 선이란 게 있잖아요.]
-친한 동생의 일탈에 당황한 용철이
-G1 말대로 재밌기만 하구만 왜 AJA 혼자만 진지빨고 난리야?
-에휴 –꼰-
[몰틱: 준비됐어요?]
[윤이든: 아, 잠시만요. 마음의 준비 좀 하고요.]
몸을 휙 돌려 심사위원들에게 등을 보인 윤이든이 머리에 주섬주섬 무언가를 얹고 다시 몸을 돌렸다.
솜사탕 같은 연분홍색 머리 위에 얹힌 인싸 토끼 모자의 웃는 얼굴이 참으로 해맑았다.
[갑자기 등장하는 토끼 모자!?]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262화(262/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262화

내 말을 믿지 못하는 니지어스에게 직접 그 시절의 내 믹스테이프까지 찾아 들려주었다.

욕설을 입에 달고 다니던 그 시절의 내가 가사에는 비속어를 쓰는 걸 딱히 좋아하지 않아서 참으로 다행이었다.

“형들, 제 가사가 그렇게 별로예요?”

니지어스는 타겟을 바꿔 라이조와 투혁을 붙잡고 물었지만, 대중의 평가가 음원 성적에 꽤 중요한 요소라는 걸 알고 있는 둘은 니지어스의 편을 들어 주는 대신 시선을 피했다.

“그럼 가사는 니지어스만 다시 고쳐서 써 오는 걸로 하고. 훅은 다 같이 짤까요, 아니면 각자 만들어서 제일 나은 걸 채택하는 걸로 갈까요?”

“각자 만들어서 들어 보고 괜찮은 부분들을 조합하든지 하죠. 꼭 하나만 채택할 필요는 없잖아요.”

라이조의 의견이 받아들여졌다. 사흘 후로 또 약속이 잡혔다.

“그럼 다 같이 점심 식사라도 하고 헤어질까요?”

“좋네요. 어차피 이후 일정도 없어서.”

“저도 찬성이요.”

니지어스는 여전히 제 가사가 반려당한 게 분한지 텐션 높일 때는 언제고 주둥이를 꾹 다물고 있었다.

투혁과 라이조를 향해 눈짓으로 양해를 구하자, 내가 뭘 말하려는 건지 눈치챈 둘이 고개를 끄덕였다.

“규찬아, 뭐 먹고 싶냐?”

“엥, 진짜 제가 정해도 돼요?”

언제 삐쳤나는 듯 벌떡 일어나 초밥을 외치는 니지어스를 보며 한시름 놓았다. 이 나이대 애들이 먹는 것만으로도 잘 풀어져서 다행이다.

친목 도모라는 의미 아래의 점심 식사를 간단히 마치고 터덜터덜 숙소로 돌아왔다.

“피곤해 죽겠다. 그냥 작업만 하고 싶은데 신경 쓸 게 왜 이렇게 많냐.”

소파에 털썩 드러누워 한탄하듯 중얼거리자 견하준이 물었다.

“왜, 팀원들 협조가 잘 안 돼?”

“어어, 훅 정하는 것도, 순서 정하는 것도 아니고 겨우 자기 파트 가사 쓰는 것부터 이러면 나중에는 어떨지 무섭다. 거기에다가 카메라 의식까지 하려니까 죽을 맛이야, 진짜.”

데뷔 초의 레브를 다시 이끄는 편이 지금 이 음원 조별 미션보단 나을 것 같다.

게다가 아직 투혁이라는 산은 넘지도 않았다. 훅과 순서와 녹음 과정에서는 또 어떤 시련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하하.

“존경한다, 막내야. 너는 계속 이렇게 신경 곤두세우고 머리 굴려 가면서 살았다는 거 아니야.”

류재희를 향해 엄지를 척 들어 올리자 류재희가 뿌듯하게 웃으며 대꾸했다.

“이제라도 알면 됐어요.”

그래, 앞으로도 많이 수고해 주라. 이 형은 DTB에서 체험한 것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구나.

“그런데 이건 뭐야?”

내가 한 아름 품에 안고 온 과자를 발견한 서예현이 눈썹을 치키며 물었다.

서예현도 시력과 지능이 있으니 이게 과자라는 걸 몰라서 묻는 말은 아닐 테고.

“오늘은 DTB 푸드 먹지 말라는 말 없었잖아. 그래서 사 왔지.”

“야야, 안 돼! 먹지 마! 밤 11시잖아! 그때 뭐 먹는 게 얼마나 살찌는지 알아? 너는 지금 서바도 찍잖아! 아이돌스럽게 하고 가면 뭐 해! 화면에 빵떡같이 나오는데!”

“알았어, 알았어. 나는 안 먹을게. 됐지? 애들 먹으라 해.”

서예현의 눈을 피해서 팝콘을 몰래 먹는 게 어지간히 짠해서 사 온 건데 나만 안 먹으면 됐지.

“자꾸 이든이 형한테서 월급날의 우리 아부지가 겹쳐 보여요.”

서예현이 손 닿지 않는 곳에 치우기 전에 과자 봉지를 잽싸게 사수하며 김도빈이 또 헛소리를 했다.

내 속을 긁어댔던 니지어스를 생각하자 우리 기특한 도빈이의 이 정도 헛소리쯤은 웃으며 넘길 수 있었다. 그래도 우리 짭막내가 훨 낫지.

* * *

-드디어 왔다 내 금요일 삶의 낙

-1화에 12부작어치 어그로 다 나온 거 같은데 과연 2화가 내 기대를 충족시켜 줄 수 있을 것인가

-예고편 토끼모자 뭔데ㅋㅋㅋㅋ 일주일 동안 궁금해 뒤질 뻔

분홍색으로 염색한 머리, 폼이 넉넉한 셔츠 위에 걸친 베이지색 니트조끼와 연청바지, 동그란 은테 안경을 쓴 윤이든이 대기실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마음의 소리와 함께 순간 시선이 집중되는 래퍼들의 모습이 화면에 담겼다.

-이런 미친 청량이든이 일회성이 아니었단 말이야??? 이번에는 청순이든???

-범생이가 되고 싶은 양아치 컨셉인가

-쟤는 이제 아이돌 래퍼가 아니라 관종 컨셉으로 나가기로 한 거?

가장 최신곡인 의 뮤직비디오 장면과 함께 윤이든의 담담한 인사말이 울렸다.

-악!!! 그룹 인사말 쪽팔린다고 라방에서도 잘 안 해 주던 건데!!!!

-2화 보길 잘했다…… 청순이든에 그룹 인사말에 안경에 핑크이든에……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

-저는 아이돌 래퍼 윤이든이 아니고 언더래퍼 ED라고 했으면 힙합충들 싹 수거 가능했을 텐데 타겟을 잘못 잡음 ㅉㅉ

다시 인터뷰 화면으로 돌아와, 살짝 흐트러진 분홍색 머리카락을 쓱쓱 정리한 윤이든이 삐딱하게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지금 저 모습만 봐도 아이돌 쉽지 않다

-와 존나 기존쎄네ㅋㅋㅋㅋㅋ

-저 말을 하면서도 재수 없어 보이지 않는 것도 능력이다

-와우 욕 한마디 없이 외모만으로 광역공격ㅋㅋㅋㅋㅋㅋㅋ

└외모만 뜻하는 게 아닐 텐데?

-그리고 2차 예선에서 탈락!

└그러면 ㄹㅈㄷㅋㅋㅋㅋ

-아니 님은 아이돌 래퍼 예외라고요 앞으로 양학당할 놈들이 불쌍하지도 않냐

의자에 앉아 대기하던 윤이든의 앞으로 누군가가 쓱 다가왔다. 누군가의 등을 찍던 화면이 반대로 전환되며 상의에 붙인 ‘G-TE’라는 이름표가 확대되었다.

-아시발 공수치 지림……

-인싸에게 친한 척하다가 까인 아싸같네

-뭐지 둘이 아는 사이라고? 상상도 못한 조합인데

-쟤네 전에 멱살 잡고 싸운 적도 있을걸? 사이 개 안 좋았음

└기억난다 ED 언샤크 현피ㅋㅋㅋㅋ

└누가 이김?

└딱 보면 답이 나오지 않냐?

잠시 G-TE를 뚫어지라 쳐다보던 윤이든이 입을 열었다.

크게 뜬 윤이든의 눈과 커지는 동공이 클로즈업되며 화면에 담겼다.

약간 분한 기색을 내보이는 G-TE와 의외라는 듯한 윤이든의 모습이 번갈아 나왔다.

G-TE와 윤이든의 과거를 기억하는 출연자들의 인터뷰가 짧게 이어졌다. 묘하게 둘을 라이벌로 엮는 듯한 인터뷰였다.

-죠스바 미쳤낰ㅋㅋㅋㅋㅋㅋ

-윤이든이 아이돌로 루트 튼 이유가 찐 G-TE 때문……?

└지테 개새끼야 저런 인재를 돌판으로 유출시키면 어떡하냐고

└이야 한 명이 길 벗어나서 라이벌 대치 끊겼다가 드디어 서바에서 다시 만난 것까지 서사 완성 그 자체네

-지테씨 우리 이든이가 아이돌할 수 있게 응원해 주셔서 ㄱㅅ합니다

└어딜 봐서 응원인데 누가 봐도 비꼬는 거잖어

└ㄱㅊ 우리 이든이는 알아서 응원으로 뇌내 필터링 했을 거임

-지테 깡 좋다 윤이든이 한 대 후려치면 바로 날아갈 것 같은데

-저쉑 지금도 언시크라고 하네ㅋㅋㅋㅋ

두 사람의 인터뷰가 교차 편집되었다.

-진정한 자강두천

-저번 시즌에서 악편으로 무리하게 열폭 서사 만들다가 욕 처먹고 이번 시즌에선 라이벌 서사로 방향 틀었나ㅋㅋ 객관적으로 지테가 윤이든에게 비빌 실력은 아닌데ㅋㅋㅋ

└그때는 비슷했나보지 윤이든 옛날 믹테 들어 보니까 지금이 실력 많이 늘어난 거드만

└뭐래 ㅅㅂ 그때도 지테는 윤이든한테 못 비볐어

└지테도 지금이 예전보다 ㅈㄴ 실력 오른 거임

손을 흔들며 성큼성큼 백스테이지로 향하는 윤이든의 뒷모습이 페이드아웃되더니, 흥미진진한 얼굴로 무대를 보고 있는 프로듀서 군단으로 바뀌었다.

-대체 심사방식은 왜 바꾼거냐 확률 더 극악 됐는데

-여기에서 올패스 나오는 게 가능하긴 하냐고

윤이든이 무대에 등장하자 각자 놀라거나 입을 틀어막거나 웃음을 터트리는 프로듀서들의 모습이 한 명씩 화면에 쭉 비쳤다.

벙쪄있는 D.I의 모습이 클로즈업되더니 짧은 프로듀서 개인 인터뷰가 등장했다.

-친한 동생의 일탈에 당황한 용철이

-G1 말대로 재밌기만 하구만 왜 AJA 혼자만 진지빨고 난리야?

-에휴 –꼰-

몸을 휙 돌려 심사위원들에게 등을 보인 윤이든이 머리에 주섬주섬 무언가를 얹고 다시 몸을 돌렸다.

솜사탕 같은 연분홍색 머리 위에 얹힌 인싸 토끼 모자의 웃는 얼굴이 참으로 해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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