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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ự Trở Lại Của Một Thần Tượng Đã Mất Đi Lý Tưởng Ban Đầu RAW - C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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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25화(25/475)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25화
“예민한 천재 프로듀서 콘셉트 어떠냐?”
“십만 안티와 까팬 생성 가능이요.”
“그럼 묵묵하고 든든한 리더 롤은?”
“서열브레이커라는 호칭 얻은 이상 불가능이죠.”
“아오, 진짜 그냥 아기고양이 해?”
“그게 정말로 형한테 어울리는 콘셉트인지 양심에 손을 얹고 생각해 봅시다.”
[금지어 ‘아, 진짜’가 감지되었습니다.]
[초심도 –1]
이런 망할.
의견을 내는 족족 반대의 벽에 부딪히자 이번 활동 전까지 퀘스트를 완료할 수는 있을까 하는 회의감이 몰려왔다.
무슨 페널티가 걸릴지를 모르니 포기할 수도 없고, 원. 또 피 토하면 어떡할 건데.
“대체 내 이미지를 뭐로 밀고 나가야 하는 걸까. 사람들이 보는 내 모습은 대체 어떤 모습인가. 외부에 비치는 모습과 현실 사이에 괴리감이 있어도 되는가. 내 존재 의미는 무엇인가.”
넋 놓고 자아 성찰을 하고 있자 내 눈앞에 손을 휘적거린 류재희가 조언했다.
“형이 정답을 말해 놓고 그래요? 팬분들이 원하는 모습을 보여 달라니까요. 형이 하고 싶은 게 아니라. 모니터링하다 보면 다 나와요.”
“그래, 아기고양이.”
“소수 취향 잡으려다 대중 취향 놓치지 말고요.”
메이저를 가슴에 새기며 다시 모니터링에 돌입했다.
-하씨 윤이든 이얼굴로 기체후일향만강 이러고 있는다는 소리잖아 갭모에쩔어
-무표정vs눈웃음 나는 일단 눈웃음 압승인데 평소와 웃을 때의 갭차이가 좋은 거니까 가끔씩만 웃어 줘 이든아
-이든이 같은 애들이 90%의 확률로 귀여운 거 좋아하고 공포영화 무서워함
└이런 거 뭐라 하지? 낮이밤져?
└외강내유ㅋㅋㅋ 낮이밤져 가 왜 나와ㅋㅋㅋㅋㅋㅋ
내 이름을 서치했을 때 제일 많이 거론되는 건 갭이었다.
무표정과 웃는 얼굴, 팬분들이 예상하는 내 취향, 등등.
마지막은 둘 다 딱히인데, 귀여운 거 좋아하고 공포 장르 무서워하는 척이라도 해야 하나?
고민하며 계속 스크롤을 넘기던 중, 통화 수신 화면이 휴대폰에 떴다.
화면에 뜬, 저장되지 않은 낯선 번호에 받을까 무시할까 고민하다가 일단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
-야, 이 자식아! 번호를 바꿨으면 재깍재깍 연락해야지! 떴다고 사람 무시하고 그러는 거 아니다, 어?
내가 전화 첫인사를 마치기도 전에 자기소개도 씹어 드시고 와다다 쏟아붓는 말에 눈썹을 치켰다.
번호만큼 낯설지만, 왠지 모르게 신경 줄을 거스르는 목소리와 애꿎은 사람 쓰레기로 몰아가는 내용에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누구세요?”
-뭐? 누구세요? 누-구-세-요오? 너는 인마, 형 목소리도 못 알아듣냐? 준범이 형, 인마!
아, 김준범. 이름을 들으니 누구인지 기억났다.
언더 시절에 알고 지내던 인맥 중 하나였다.
자기 인맥 자랑하는 걸 낙으로 삼던 인간이라 딱히 좋아하던 편은 아니었다.
성공 여부로 사람 무시하고 급을 나눠 대서 데뷔하고 번호 바꾸는 김에 정리해 버렸지.
회귀 전에는 3년쯤 뒤에 첫 연락이 왔었던 기억이 뒤늦게 떠올랐다.
안 떴다고 사람 무시하시던 분이 할 소리는 아니신 듯.
아닌 척 힐끔힐끔 나를 보는 류재희의 모습에, 앉아 있던 소파에서 몸을 일으켜 숙소 밖으로 나가며 설렁설렁 대꾸했다.
“예에, 형. 오랜만이네요. 잘 지내셨어요?”
-아주 잘 지냈지. 새파랗게 어린 동생 놈 바뀐 번호 찾느라 개고생한 거 빼고는 잘 지냈다. 너 인마, 어린놈이 그렇게 살면 안 돼. 내가 언더에서 너 얼마나 챙겨 줬는데 이렇게 입을 싹 씻냐.
김준범은 그 후로도 쓸데없는 별별 잡소리(8할은 가암히 먼저 연락을 안 해서 용철이 형에게 번호를 물어보게 만든 나를 향한 타박)를 한참을 쏟아붓고 나서야 본론으로 들어갔다.
-너 피처링 작업, 생각 있냐?
언더든 오버든 그쪽이랑 협업할 생각 없다고 좋게좋게 돌려 말하려 했지만, 김준범은 내 대답도 듣기 전에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서라온 알지? 서라온. 다음 달에 컴백하는데 타이틀곡 피처링이 펑크 났댄다.
서라온은 올해 데뷔 10주년을 맞이하는 톱 여성 솔로 가수였다.
다음 달이면 올해 10월. 10주년 기념으로 낸 노래라면…….
‘미친, 무조건 잡아야 한다!’
. 3주간 차트 1위를 굳건히 지킨 히트곡이다.
그 이후로도 명곡으로 꼽히며 자주 들리는 스테디셀러가 되었지.
피처링은 아이돌 래퍼가 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노래에 비해 랩이 아쉽다는 평가를 받긴 했어도 덕분에 그룹 이름이랑 자기 이름 좀 알렸다.
음방 무대에도 같이 몇 번 서면서 얼굴을 알리는 건 덤.
아마 피처링 맡았던 놈이 방송에는 얼굴 못 비춘다고 발 뺀 모양이다.
그러니 회귀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이 아이돌 래퍼 찾지.
-거기 프로듀서가 나 친한 형이거든? 그 형이 급하게 대타 찾아서 내가 너 추천했다. 너네 그룹 노래, 그 뭐냐, 원찬스? 그거랑 언더 시절 작업물 몇 개 들려주니까 바로 오케이하더라. 존나 고맙지? 이거 흔한 기회 아니야, 짜식아.
그래, 짜식아. 착한 꼰대 인정한다.
가 떠서 망돌 신세를 조금이나마 벗어났기에 이번 기회가 내게 온 거겠지.
비록 대타라도 망돌 시절의 윤이든은 받지 못했던 제안임을 떠올리자 뿌듯함과 동시에 조금 씁쓸해졌다.
“어휴, 저야 좋죠. 엄청 감사하죠. 형 덕분에 제가 서라온 피처링도 다 들어가 보네요.”
열심히 아부성 싸바싸바를 던져 주니 경박한 웃음소리가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왔다.
경박하게 웃는 건 여전하군.
-그러면 오케이했다고 전해 주면 되냐?
“그런데 제가 최종 결정권은 없어서요. 일단 제가 오케이했다고는 하지 말고 저희 소속사로 연락해 달라고 전해 주시면 감사하겠슴다.”
-그래. 잘되면 다 내 덕분이니까 한 턱 쏴라. 알겠지? 나중에 입 싹 씻고 모른 척하면 이 형 섭하다?
“옙, 살펴 들어가십쇼!”
허공에 대고 90도 인사를 하다가 참 타이밍 나쁘게도 숙소 현관문을 열고 나온 서예현이랑 딱 마주쳤다.
“……뭐 하냐?”
떨떠름한 그 물음에 천천히 허리를 펴고 통화가 끊긴 휴대폰을 후드티 주머니에 집어넣으며 흥얼거렸다.
“이제 레브 청년가장은 나야, 나.”
“왜 저래?”
버스 운전사도 나야, 나.
레브가 윤이든 그룹으로 불리는 그날까지 나 자신, 파이팅.
가장답게 서예현의 시비 아닌 시비를 관대하게 넘기고 다시 숙소로 들어갔다.
그리고 두 시간 후.
나는 대표님의 소환을 받아 대표실에 있었다.
“ydc 엔터에서 이든이 너한테 피처링 제의가 들어왔더라고. 한 달 후에 발매될 서라온 타이틀곡이라던데 일단 너 의견 듣고 대답한다고 보류해 놨다.”
내게 피처링 제안이 왔다고 전하는 목소리가 영 담담하기 그지없어서 불안해졌다.
대표님 성격에 저 제안에 끌렸으면 이미 서라온 피처링 제의 왔다고 호들갑이란 호들갑은 다 떨고 있어야 하는데.
그리고 역시나 그 불안은 딱 들어맞았다.
“그거 꼭 해야 하나? 아니 내 말은, 레브 컴백 준비로도 바쁜데 남의 가수 피처링까지 할 여유가 있나 이거지.”
와, 이 기회를 차 버리려 하냐. 감 없는 건 알았지만 아예 넝쿨 채 굴러온 호박을 걷어차는 수준일 줄이야.
“대표님, 주식은 웬만하면 하지 마시고, 도박은 절대 손에도 대지 마십쇼.”
“갑자기?”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진심 어린 충고에 대표님이 어리둥절해하는 눈으로 물었다.
진심 이 정도로 감이 없는데도 안 망한 건 운빨에 스탯 몰빵한 게 분명하다.
“아니, 우리도 컴백 준비로 한창 바쁠 텐데 각이 어느 정도 나와야지 이름을 얹지. 타이틀곡이라는 노래는 들어 봤고?”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서라온 측에서 전달받은 건 아무것도 없었지만 회귀 전에 남의 목소리 피처링이 얹힌 완성본을 들은 것도 들은 거나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그 노래, 확실히 뜰 거는 같냐?”
“99.9% 뜹니다. 원찬스 후속곡으로 밀던 제 안목 못 믿으세요?”
0.1%는 원래 피처링한 놈 대신 내가 들어가는 변수 때문에 남겨 놓았다.
내 확신 어린 대답과 은근슬쩍 들춘 과거 일에 대표님은 고민에 빠져들었다.
그런 대표님의 고민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리고자 말했다.
“어차피 협업도 아니고 피처링은 시간 얼마 뺏기지도 않는데요. 이참에 저랑 레브 이름 알리면 좋죠. 노래 제목에 Feat. 윤이든 of Reve 박혀서 나오잖아요.”
“그래, 그럼 한번 해 봐라.”
마침내 승낙이 떨어졌다. 그래도 여전히 착잡한 표정을 지은 대표님이 한마디 덧붙였다.
“또 무리하다가 병원 실려 가지는 말고.”
그 말에 멋쩍게 뒷머리를 긁적였다. 그건 무리해서가 아니라 페널티 때문인데요.
* * *
“안무 초안 왔다.”
매니저한테 전달받은 태블릿을 흔들며 연습실로 입성하자 바닥에 널브러져 있던 멤버들이 몸을 일으켜 어기적어기적 다가왔다.
태블릿을 가운데에 두고 둥글게 둘러앉아 동영상을 재생하려 하자, 김도빈이 갑자기 심호흡했다.
“아, 잠깐만요. 저 마음의 준비 좀.”
“또 내우주 안무 같은 거 받아 오신 건 아니겠죠……?”
“다른 건 모르겠고 내가 보자마자 바로 따라 출 수 있는 수준이기만 했으면 좋겠다.”
“그 수준이면 춤이 아니라 율동 아닐까?”
내가 뭐 틀린 말 했냐. 나를 째려보는 서예현의 따가운 시선을 피하며 영상을 재생시켰다.
안무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댄스 장르의 빠른 비트에 걸맞게 파워풀하면서도 경쾌했다.
벌스 부분은 군무보다는 자유분방한 느낌이 강하고, 훅 부분은 통일감 있는 안무로 맞췄다.
회귀 전에 이 노래로 활동했던 후배 그룹의 안무와 비교했을 때도 전혀 밀리지 않았다.
쓰레기 곡으로 350만 원 날리셔서 돈 안 쓸 줄 알았더니 웬일이시래?
“괜찮은데?”
“동감이요. 몇 군데만 살짝 고치면 더 자연스러워질 거 같은데요.”
표정이 밝아진 김도빈이 동영상을 계속 돌려보며 의견을 얹었다.
끔찍했던 안무를 갈아엎은 일등 공신이었으니 이런 반응일만도 했다.
“참, 이번에 유명 MV 감독 섭외하시느라 퍼포먼스 디렉터는 섭외 못 하셨다는데. 그래서 안무 디렉터는 도빈이 너한테 맡긴다고 전해 달라신다.”
활동 때 멤버들이 스스로 안무를 짜고 익힌 훌륭한 사례를 보여 줬던 터라 퍼포먼스 쪽은 상대적으로 마음이 놓인 모양이다.
18살에게 안무 디렉팅 맡기는 좆소 기획사라니. 내 소속사긴 하지만 정말 노답이군.
“으아아! 더러워서 뜨고 만다, 내가!”
김도빈이 머리를 쥐어뜯으며 연습실 바닥을 뒹굴었다.
그런 김도빈에게 머리 좀 식히라고 얼음물을 굴려 준 견하준이 매우 의외라는 얼굴로 중얼거렸다.
“뮤비보단 노래로 승부해야 한다고 뮤비에 예산 아끼시던 분이 웬일이시래.”
“누가 대표님에게 또 가성비 뮤비 찍으면 빠따 들고 쳐들어간다고 협박 편지라도 보냈나 보지.”
심드렁하게 대꾸하며 속으로 뿌듯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휴, 뮤비 욕하는 글들만 싹 프린트해서 익명으로 대표실에 보낸 보람이 있군!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25화(25/475)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25화

“예민한 천재 프로듀서 콘셉트 어떠냐?”

“십만 안티와 까팬 생성 가능이요.”

“그럼 묵묵하고 든든한 리더 롤은?”

“서열브레이커라는 호칭 얻은 이상 불가능이죠.”

“아오, 진짜 그냥 아기고양이 해?”

“그게 정말로 형한테 어울리는 콘셉트인지 양심에 손을 얹고 생각해 봅시다.”

이런 망할.

의견을 내는 족족 반대의 벽에 부딪히자 이번 활동 전까지 퀘스트를 완료할 수는 있을까 하는 회의감이 몰려왔다.

무슨 페널티가 걸릴지를 모르니 포기할 수도 없고, 원. 또 피 토하면 어떡할 건데.

“대체 내 이미지를 뭐로 밀고 나가야 하는 걸까. 사람들이 보는 내 모습은 대체 어떤 모습인가. 외부에 비치는 모습과 현실 사이에 괴리감이 있어도 되는가. 내 존재 의미는 무엇인가.”

넋 놓고 자아 성찰을 하고 있자 내 눈앞에 손을 휘적거린 류재희가 조언했다.

“형이 정답을 말해 놓고 그래요? 팬분들이 원하는 모습을 보여 달라니까요. 형이 하고 싶은 게 아니라. 모니터링하다 보면 다 나와요.”

“그래, 아기고양이.”

“소수 취향 잡으려다 대중 취향 놓치지 말고요.”

메이저를 가슴에 새기며 다시 모니터링에 돌입했다.

-하씨 윤이든 이얼굴로 기체후일향만강 이러고 있는다는 소리잖아 갭모에쩔어

-무표정vs눈웃음 나는 일단 눈웃음 압승인데 평소와 웃을 때의 갭차이가 좋은 거니까 가끔씩만 웃어 줘 이든아

-이든이 같은 애들이 90%의 확률로 귀여운 거 좋아하고 공포영화 무서워함

└이런 거 뭐라 하지? 낮이밤져?

└외강내유ㅋㅋㅋ 낮이밤져 가 왜 나와ㅋㅋㅋㅋㅋㅋ

내 이름을 서치했을 때 제일 많이 거론되는 건 갭이었다.

무표정과 웃는 얼굴, 팬분들이 예상하는 내 취향, 등등.

마지막은 둘 다 딱히인데, 귀여운 거 좋아하고 공포 장르 무서워하는 척이라도 해야 하나?

고민하며 계속 스크롤을 넘기던 중, 통화 수신 화면이 휴대폰에 떴다.

화면에 뜬, 저장되지 않은 낯선 번호에 받을까 무시할까 고민하다가 일단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

-야, 이 자식아! 번호를 바꿨으면 재깍재깍 연락해야지! 떴다고 사람 무시하고 그러는 거 아니다, 어?

내가 전화 첫인사를 마치기도 전에 자기소개도 씹어 드시고 와다다 쏟아붓는 말에 눈썹을 치켰다.

번호만큼 낯설지만, 왠지 모르게 신경 줄을 거스르는 목소리와 애꿎은 사람 쓰레기로 몰아가는 내용에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누구세요?”

-뭐? 누구세요? 누-구-세-요오? 너는 인마, 형 목소리도 못 알아듣냐? 준범이 형, 인마!

아, 김준범. 이름을 들으니 누구인지 기억났다.

언더 시절에 알고 지내던 인맥 중 하나였다.

자기 인맥 자랑하는 걸 낙으로 삼던 인간이라 딱히 좋아하던 편은 아니었다.

성공 여부로 사람 무시하고 급을 나눠 대서 데뷔하고 번호 바꾸는 김에 정리해 버렸지.

회귀 전에는 3년쯤 뒤에 첫 연락이 왔었던 기억이 뒤늦게 떠올랐다.

안 떴다고 사람 무시하시던 분이 할 소리는 아니신 듯.

아닌 척 힐끔힐끔 나를 보는 류재희의 모습에, 앉아 있던 소파에서 몸을 일으켜 숙소 밖으로 나가며 설렁설렁 대꾸했다.

“예에, 형. 오랜만이네요. 잘 지내셨어요?”

-아주 잘 지냈지. 새파랗게 어린 동생 놈 바뀐 번호 찾느라 개고생한 거 빼고는 잘 지냈다. 너 인마, 어린놈이 그렇게 살면 안 돼. 내가 언더에서 너 얼마나 챙겨 줬는데 이렇게 입을 싹 씻냐.

김준범은 그 후로도 쓸데없는 별별 잡소리(8할은 가암히 먼저 연락을 안 해서 용철이 형에게 번호를 물어보게 만든 나를 향한 타박)를 한참을 쏟아붓고 나서야 본론으로 들어갔다.

-너 피처링 작업, 생각 있냐?

언더든 오버든 그쪽이랑 협업할 생각 없다고 좋게좋게 돌려 말하려 했지만, 김준범은 내 대답도 듣기 전에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서라온 알지? 서라온. 다음 달에 컴백하는데 타이틀곡 피처링이 펑크 났댄다.

서라온은 올해 데뷔 10주년을 맞이하는 톱 여성 솔로 가수였다.

다음 달이면 올해 10월. 10주년 기념으로 낸 노래라면…….

‘미친, 무조건 잡아야 한다!’

. 3주간 차트 1위를 굳건히 지킨 히트곡이다.

그 이후로도 명곡으로 꼽히며 자주 들리는 스테디셀러가 되었지.

피처링은 아이돌 래퍼가 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노래에 비해 랩이 아쉽다는 평가를 받긴 했어도 덕분에 그룹 이름이랑 자기 이름 좀 알렸다.

음방 무대에도 같이 몇 번 서면서 얼굴을 알리는 건 덤.

아마 피처링 맡았던 놈이 방송에는 얼굴 못 비춘다고 발 뺀 모양이다.

그러니 회귀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이 아이돌 래퍼 찾지.

-거기 프로듀서가 나 친한 형이거든? 그 형이 급하게 대타 찾아서 내가 너 추천했다. 너네 그룹 노래, 그 뭐냐, 원찬스? 그거랑 언더 시절 작업물 몇 개 들려주니까 바로 오케이하더라. 존나 고맙지? 이거 흔한 기회 아니야, 짜식아.

그래, 짜식아. 착한 꼰대 인정한다.

가 떠서 망돌 신세를 조금이나마 벗어났기에 이번 기회가 내게 온 거겠지.

비록 대타라도 망돌 시절의 윤이든은 받지 못했던 제안임을 떠올리자 뿌듯함과 동시에 조금 씁쓸해졌다.

“어휴, 저야 좋죠. 엄청 감사하죠. 형 덕분에 제가 서라온 피처링도 다 들어가 보네요.”

열심히 아부성 싸바싸바를 던져 주니 경박한 웃음소리가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왔다.

경박하게 웃는 건 여전하군.

-그러면 오케이했다고 전해 주면 되냐?

“그런데 제가 최종 결정권은 없어서요. 일단 제가 오케이했다고는 하지 말고 저희 소속사로 연락해 달라고 전해 주시면 감사하겠슴다.”

-그래. 잘되면 다 내 덕분이니까 한 턱 쏴라. 알겠지? 나중에 입 싹 씻고 모른 척하면 이 형 섭하다?

“옙, 살펴 들어가십쇼!”

허공에 대고 90도 인사를 하다가 참 타이밍 나쁘게도 숙소 현관문을 열고 나온 서예현이랑 딱 마주쳤다.

“……뭐 하냐?”

떨떠름한 그 물음에 천천히 허리를 펴고 통화가 끊긴 휴대폰을 후드티 주머니에 집어넣으며 흥얼거렸다.

“이제 레브 청년가장은 나야, 나.”

“왜 저래?”

버스 운전사도 나야, 나.

레브가 윤이든 그룹으로 불리는 그날까지 나 자신, 파이팅.

가장답게 서예현의 시비 아닌 시비를 관대하게 넘기고 다시 숙소로 들어갔다.

그리고 두 시간 후.

나는 대표님의 소환을 받아 대표실에 있었다.

“ydc 엔터에서 이든이 너한테 피처링 제의가 들어왔더라고. 한 달 후에 발매될 서라온 타이틀곡이라던데 일단 너 의견 듣고 대답한다고 보류해 놨다.”

내게 피처링 제안이 왔다고 전하는 목소리가 영 담담하기 그지없어서 불안해졌다.

대표님 성격에 저 제안에 끌렸으면 이미 서라온 피처링 제의 왔다고 호들갑이란 호들갑은 다 떨고 있어야 하는데.

그리고 역시나 그 불안은 딱 들어맞았다.

“그거 꼭 해야 하나? 아니 내 말은, 레브 컴백 준비로도 바쁜데 남의 가수 피처링까지 할 여유가 있나 이거지.”

와, 이 기회를 차 버리려 하냐. 감 없는 건 알았지만 아예 넝쿨 채 굴러온 호박을 걷어차는 수준일 줄이야.

“대표님, 주식은 웬만하면 하지 마시고, 도박은 절대 손에도 대지 마십쇼.”

“갑자기?”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진심 어린 충고에 대표님이 어리둥절해하는 눈으로 물었다.

진심 이 정도로 감이 없는데도 안 망한 건 운빨에 스탯 몰빵한 게 분명하다.

“아니, 우리도 컴백 준비로 한창 바쁠 텐데 각이 어느 정도 나와야지 이름을 얹지. 타이틀곡이라는 노래는 들어 봤고?”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서라온 측에서 전달받은 건 아무것도 없었지만 회귀 전에 남의 목소리 피처링이 얹힌 완성본을 들은 것도 들은 거나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그 노래, 확실히 뜰 거는 같냐?”

“99.9% 뜹니다. 원찬스 후속곡으로 밀던 제 안목 못 믿으세요?”

0.1%는 원래 피처링한 놈 대신 내가 들어가는 변수 때문에 남겨 놓았다.

내 확신 어린 대답과 은근슬쩍 들춘 과거 일에 대표님은 고민에 빠져들었다.

그런 대표님의 고민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리고자 말했다.

“어차피 협업도 아니고 피처링은 시간 얼마 뺏기지도 않는데요. 이참에 저랑 레브 이름 알리면 좋죠. 노래 제목에 Feat. 윤이든 of Reve 박혀서 나오잖아요.”

“그래, 그럼 한번 해 봐라.”

마침내 승낙이 떨어졌다. 그래도 여전히 착잡한 표정을 지은 대표님이 한마디 덧붙였다.

“또 무리하다가 병원 실려 가지는 말고.”

그 말에 멋쩍게 뒷머리를 긁적였다. 그건 무리해서가 아니라 페널티 때문인데요.

* * *

“안무 초안 왔다.”

매니저한테 전달받은 태블릿을 흔들며 연습실로 입성하자 바닥에 널브러져 있던 멤버들이 몸을 일으켜 어기적어기적 다가왔다.

태블릿을 가운데에 두고 둥글게 둘러앉아 동영상을 재생하려 하자, 김도빈이 갑자기 심호흡했다.

“아, 잠깐만요. 저 마음의 준비 좀.”

“또 내우주 안무 같은 거 받아 오신 건 아니겠죠……?”

“다른 건 모르겠고 내가 보자마자 바로 따라 출 수 있는 수준이기만 했으면 좋겠다.”

“그 수준이면 춤이 아니라 율동 아닐까?”

내가 뭐 틀린 말 했냐. 나를 째려보는 서예현의 따가운 시선을 피하며 영상을 재생시켰다.

안무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댄스 장르의 빠른 비트에 걸맞게 파워풀하면서도 경쾌했다.

벌스 부분은 군무보다는 자유분방한 느낌이 강하고, 훅 부분은 통일감 있는 안무로 맞췄다.

회귀 전에 이 노래로 활동했던 후배 그룹의 안무와 비교했을 때도 전혀 밀리지 않았다.

쓰레기 곡으로 350만 원 날리셔서 돈 안 쓸 줄 알았더니 웬일이시래?

“괜찮은데?”

“동감이요. 몇 군데만 살짝 고치면 더 자연스러워질 거 같은데요.”

표정이 밝아진 김도빈이 동영상을 계속 돌려보며 의견을 얹었다.

끔찍했던 안무를 갈아엎은 일등 공신이었으니 이런 반응일만도 했다.

“참, 이번에 유명 MV 감독 섭외하시느라 퍼포먼스 디렉터는 섭외 못 하셨다는데. 그래서 안무 디렉터는 도빈이 너한테 맡긴다고 전해 달라신다.”

활동 때 멤버들이 스스로 안무를 짜고 익힌 훌륭한 사례를 보여 줬던 터라 퍼포먼스 쪽은 상대적으로 마음이 놓인 모양이다.

18살에게 안무 디렉팅 맡기는 좆소 기획사라니. 내 소속사긴 하지만 정말 노답이군.

“으아아! 더러워서 뜨고 만다, 내가!”

김도빈이 머리를 쥐어뜯으며 연습실 바닥을 뒹굴었다.

그런 김도빈에게 머리 좀 식히라고 얼음물을 굴려 준 견하준이 매우 의외라는 얼굴로 중얼거렸다.

“뮤비보단 노래로 승부해야 한다고 뮤비에 예산 아끼시던 분이 웬일이시래.”

“누가 대표님에게 또 가성비 뮤비 찍으면 빠따 들고 쳐들어간다고 협박 편지라도 보냈나 보지.”

심드렁하게 대꾸하며 속으로 뿌듯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휴, 뮤비 욕하는 글들만 싹 프린트해서 익명으로 대표실에 보낸 보람이 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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