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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ự Trở Lại Của Một Thần Tượng Đã Mất Đi Lý Tưởng Ban Đầu RAW - C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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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218화(218/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218화
급하게 프롬 게시글을 하나 더 올리고 나서야 한숨 돌렸다.
-갑자기 이틀 만에 정상으로 돌아왔는데? 례술병이라는 게 이렇게 빨리 완치되는 거였어?
-이든이가 인별에 올릴 글 헷갈려서 잘못 올렸답니다 예술병 초기증상으로 의심하시던 분들 다들 해산!
-이전 게시글 올라왔을 때는 괘씸했는데 필사적으로 수습하려는 게 잘 보여서 이제는 짠해진닼ㅋㅋㅋㅋ
-술 취해서 인별이랑 헷갈린 거 아님ㅋ?
└그럼 술 취했어도 팬들 생각해서 팬카페 들어와서 글 남긴 거야? 좀 감동인 것 같기도…….
과거의 내가 대체 얼마나 깽판을 쳐 놓은 건지 감도 안 잡혔다. 게다가 내 기억에도 없는 서른 살 시절이라니.
[용철이형- 금연껌이라도 사다 줘?] 오전 10:11
뜬금없는 문자에 눈을 깜빡였다. 내가 금연한 지 지금 얼만데. 지금은 아예 리셋되어서 내가 담배를 피운 적이 없을 텐데?
무슨 헛소리냐고 답장을 보내려다가 무심코 고개를 든 나는 발견하고야 말았다.
책상 위의 담뱃갑을.
이 미친놈이 설마 담배도 피운 건가.
식겁하며 서치 퀘스트 겸 ‘윤이든 담배’, ‘레브 이든 담배’ ‘윤이든 흡연 목격’ 등을 다급히 검색해 봤지만, 천만다행으로 목격담이나 관련 글은 나오지 않았다.
자고로 이런 말이 있었지.
담배는 끊는 게 아니라 평생 참는 거라고. 눈앞에서 오랜만에 담배를 마주하니 손이 덜덜 떨렸다.
참으려 했지만 본능적으로 뻗어진 내 손은 홀린 듯이 담뱃갑을 덥석 집어 들었다.
‘와, 이건 내가 전에 피우던 담배보다 더 독한 건데?’
미친놈이 독한 것도 피웠네. 제 몸 아니라고 막 지른 건가, 아니면 이걸 피울 정도로 노답 꼴초가 된 건가.
담뱃갑을 소중히 감싼 채 살피고 있다가 문가에서 들리는 기척에 고개를 들었다.
팔짱을 낀 채로 문가에 기대어 있던 견하준과 눈이 마주쳤다.
따지고 보면 딱히 잘못한 것도 없는데 몸이 뻣뻣하게 굳었다. 부드럽게 웃은 견하준이 나직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게 뭘까?”
“으아아악! 폐암의 원인!”
소리 지르며 곧바로 방 밖으로 달려가 쓰레기통 안에 담뱃갑을 거칠게 처박았다.
내 눈에 띄지 않게 발로 콱콱 쓰레기 더미를 밟아 대고 있자 견하준이 내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그러다가 쓰레기 봉투 터진다, 이든아.”
“준아, 나 담배 같은 건 안 피우는 거 알지? 담배의 담 자도 모르는 사람이야, 내가.”
황급히 견하준의 어깨를 붙들고 거의 랩하는 속도로 와다다 말을 쏟아 냈다. 옆에서 류재희가 딕션 죽인다고 박수를 치고 갔다.
그런 내게 인자한 미소를 지어 준 견하준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꾸했다.
“그래, 라이터도 버리자.”
내가 친구에게 주는 믿음이 부족했구나. 책상과 옷을 뒤적이다가 책상에 올려진 라이터도 집어 들었다. 라이터는 쓰레기통에 처박는 대신 견하준을 향해 휙, 던졌다.
“이건 네가 가지고 있어라. 나중에 불 필요하면 쓰게.”
“라이터 불이 필요할 때가 어디 있어?”
“정전됐을 때 초에 불붙이든가, 아니면 케이크 초 불붙일 때 성냥 부러지면 대타용으로? 아니면 땔감에 불붙이기 용? 어쩌면 우리가 언젠가 예능 찍다가 무인도에 또 고립될지도 모르니까. 아무튼 내가 담배 피우고 싶을 때는 아니고. 진짜로 아니고!”
필사적으로 해명하자 잠시간 지그시 나를 쳐다보던 견하준이 라이터를 제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그렇게 라이터는 쓰레기통행을 피했다.
아침부터 감당 못 할 일들이 마구 쏟아지는 바람에 지친 얼굴로 마른세수하며 침대에 털썩 걸터앉았다.
“대체 이게 무슨 난리야?”
“형, 그런데 평행세계의 형이 온 이유가 있지 않을까요? 예를 들면 이런 미래가 있을 수 있으니, 너희들은 이렇게 되지 말라고 경각심을 주기 위해 왔다던가…….”
진지한 얼굴로 가설을 세우는 김도빈의 모습에 김샌 숨을 내쉬었다.
응, 경각심이고 뭐고 그거 그냥 회귀 페널티야. 내게 이 망할 초심도 시스템이 있는 이상, 그렇게 되기도 전에 데뷔 초로 또 회귀해서 부르고 있을 거다, 아마.
“그런데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형이 재계약도 안 하고 레브에서 탈퇴하고, 그 후로 작곡도 못 하게 됐을까요.”
김도빈이 덧붙인 중얼거림에 멈칫했다. 작곡을 못하게 됐다고? 내가?
손에 덕지덕지 새겨놨던 타투, 방 안을 굴러다니던 맥주캔과 수북이 쌓인 담배꽁초, 견하준의 얼굴이 뜨자마자 집어던졌던 휴대폰, 선반 위에 놓여 있던 수면제.
현재 내가 가진 수면제 거부 반응과 수면제를 입에 댔을 때의 시스템의 반응까지.
내 기억 속에서 마치 없었던 세월처럼 깨끗이 지워진 3년에 내게 뜬금없이 나타난 이 시스템의 답이 있음을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짧게 울리는 휴대폰의 진동에 강제로 상념에서 빠져나와 문자를 확인했다.
[A&R팀 이승연 팀장님- 이든 씨 곡 한 곡이 안 온 것 같은데 확인 부탁드려요] 오전 10:31
[A&R팀 이승연 팀장님- 아시다시피 모레가 이번 활동 기획 회의라서요] 오전 10:32
과거의 나 자신한테 화를 내려다가 작곡을 못 하게 되었다는 말을 떠올리고 혀를 두어 번 차는 걸로 끝냈다.
“김도빈, 가자.”
김도빈에게 맡겼다던 나머지 한 곡도 내가 직접 확인을 해 봐야 했다.
곡 마무리 작업을 했다던 김도빈을 끌고 작업실로 도착해 문을 열자마자 나를 반긴 것은…….
“와, 얼마나 피워댔으면 담배 쩐내가 나냐.”
이번 건강 검진에는 폐 엑스레이도 꼭 찍어 봐야겠다. 겉옷을 소파에 휙, 벗어 던지고 곧바로 모니터 앞 의자에 앉으니 김도빈이 나를 묘한 얼굴로 쳐다보았다.
“뭐, 왜 그렇게 봐?”
“위화감의 이유를 깨달아서요. 형은 맨날 이 작업실 의자에만 앉아 있었는데 악귀, 아니 평행세계의 형은 소파에만 있어서 낯설었구나.”
그 말에 왜인지 모를 불안함을 느낀 나는 성큼성큼 소파에 다가가 겉옷을 들어 올렸다. 선명한 담배빵이 눈에 들어왔다. 뒷목을 잡으며 소리 질렀다.
“이 미친놈이 소파에 담배빵을 지져 놔?”
역시 이 새끼가 그 새끼 맞네! 수면제 먹고 본 환각에선 담배를 이불에도 지져 끄더니, 이 새끼는 가정 교육을 어떻게 받았길래……!
시발, 부모가 같구나.
하긴, 호부견자라는 말도 존재하는데 가정 교육을 똑바로 받아도 그럴 수도 있지. 하마터면 할아버지께도 모자라 부모님께까지 거한 패륜을 선사할 뻔한 나는 터덜터덜 걸어와 다시 의자에 털썩, 앉았다.
“그런데 용케 컴퓨터 비밀번호는 알았다?”
컴퓨터를 켜 비밀번호를 입력하다가 문득 든 생각에 김도빈을 돌아보며 묻자, 김도빈이 입을 가리고 히죽거렸다. 저 개죽이 웃음에 왜인지 기분이 더러워졌다.
“형이 그렇게 레브를 사랑하시는 줄 몰랐죠. 세에상에, 컴퓨터 비밀번호가 레브 데뷔일이었을 줄이야.”
비밀번호 하나로 얼떨결에 사실 그룹을 아끼고 있었던 리더가 되어 버린 나는 억울했다. 그냥 회귀 전부터 계속 쓰던 비밀번호라 손에 익은 걸 어떡하라고?
“웃기지 마, 인마. 그냥 우리 데뷔일이 기억하기 편한 숫자라 해 놓은 거야. 0808, 얼마나 기억하기 쉽냐.”
“오, 그렇군여.”
여전히 히죽거리는 김도빈에게 오랜만에 두피 마사지를 내려 주었다.
오랜만의 두피 마사지가 시원한지 기쁨의 탄성을 내지르는 동생을 보고 있자니 참으로 뿌듯했다.
일단 김도빈이 마무리했다는 결과물부터 먼저 확인했다.
엉성하긴 했지만 그래도 못 들어 줄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몇 군데는 김도빈의 성장을 위해 짚고 가야 했다.
“도빈아, 여기에는 왜 이 코드를 넣은 거야? 아아니, 탓하는 거 아니야. 진짜로 내가 그냥 궁금해서 그래. 딱 들어도 멜로디가 중구난방이지 않아? 혼돈을 표현해 보고 싶었어?”
“도빈아, 메이저 코드 한 번 넣으면 마이너 코드 한 번 넣어야 해? 그게 규칙이야? 언제부터 음악에 그런 규칙이 있었어? 갑자기 반음 내리는 게 이 멜로디에 어울려? 진짜로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넣은 거야? 아니, 네 생각이고 네 결과물이잖아. 자유롭게 말해 봐.”
쏟아지는 내 질문에 김도빈이 키보드 앞에 머리를 박았다.
“노래 망쳐서 죄송합니다…….”
“딱히 망친 건 아니고. 어차피 마무리 작업은 금방 해. 그래도 네 이름도 작곡란에 올라가니까, 네가 작업한 부분들은 짚고 넘어가야지.”
“만약 이거 타이틀곡으로 했다가 노래 망하면 어떡해요?”
“그럼 내 능력 부족이지.”
작곡란에 나랑 나란히 이름을 올린다고 김도빈에게 책임까지 나눠질 생각은 애초에 없었다. 여전히 책상에 머리를 박은 채로 김도빈이 중얼거렸다.
“그러고 보니까 그 서른 살의 이든이 형한테 연도별로 히트 친 노래랑 컨셉 물어볼 걸 그랬어요. 그러면 거꾸러질 위험성도 없이 순탄하게 1군 프리패스였을 텐데.”
내가 봤을 땐 안 말해 줬을 확률이 99%다. 1%는 뭐, 아무래도 대가리에 총 맞은 것 같으니 일말의 가능성으로 남겨놨다.
“아니, 평행세계라 좀 다르려나? 도 우리 곡 아니라고 하고, 도 거기에서는 우리 곡이라고 하셨으니까…….”
회귀니 아마 차연호가 처럼 개입하지 않는 이상 히트곡은 똑같을 거다. 그리고 지금의 나 역시 대히트곡들은 잘 기억하고 있었다. 연도는 기억해도 날짜가 가물가물해서 문제였지.
내가 기억하고 있음에도 굳이 그 미래 지식을 써먹지 않는 이유는.
“그럼 그 그룹이 뜰 기회를, 그 곡을 작곡하고 그 컨셉을 기획한 사람들의 노력을 뺏는 거지.”
그건 정당하지 않았으니까. 내 노력이 전혀 들어가지 않았으니까.
혹자는 이렇게 말하기도 하겠지. 로또 번호처럼 미래 지식을 활용하는 것뿐이라고.
하지만 로또 번호 같은 거야 노력 하나 필요 없는 운의 영역이지만, 창작은 다르다. 그 영역은 온전히 창작자의 운이자 재능이자 노력이다.
그리고 내가 옳았음을 내게 그리 애증의 곡이었던 을 뺏기고 나서 다시 한번 확신했다.
그렇게 사랑하던 곡을, 그걸로 이룬 성공을 뺏긴 줄도 모르고 보내야만 했던 우리 멤버들을 보면서.
“나중에 더 잘되도록 이자까지 쳐서 갚아 줄 자신이 없으면 애초에 가져가면 안 돼. 그게 도둑질이나 표절이랑 다를 게 뭐냐.”
내게 네이비에게 내가 가져갔던 보다 더 좋은 곡을 준 것도 보답의 일종이었다.
그게 애초에 내가 작곡한 곡이기도 했지만, 으로 성공했던 확실한 미래를 내가 곡을 가져가 불확실하게 만들었으니 다시 성공의 확률을 높여 주는 게 기본 아닌가.
“우리는 우리 곡으로 최선을 다해서 성공한 그 곡들을, 그 컨셉들을 뛰어넘으면 되는 거다. 그 정도 용기도, 자신감도, 호승심도 없이 창작에 임하면 안 되지.”
쉽고 편안한 길을 위해 내 양심과 자존심마저 깎아 먹는 짓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게 내 삶의 모토였다.
나를 보는 김도빈의 눈이 존나게 초롱초롱해졌기에 부담스러워서 앞머리를 헤집으며 몸을 일으켰다.
아까부터 입이 영 심심해서 견딜 수가 있어야지.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218화(218/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218화

급하게 프롬 게시글을 하나 더 올리고 나서야 한숨 돌렸다.

-갑자기 이틀 만에 정상으로 돌아왔는데? 례술병이라는 게 이렇게 빨리 완치되는 거였어?

-이든이가 인별에 올릴 글 헷갈려서 잘못 올렸답니다 예술병 초기증상으로 의심하시던 분들 다들 해산!

-이전 게시글 올라왔을 때는 괘씸했는데 필사적으로 수습하려는 게 잘 보여서 이제는 짠해진닼ㅋㅋㅋㅋ

-술 취해서 인별이랑 헷갈린 거 아님ㅋ?

└그럼 술 취했어도 팬들 생각해서 팬카페 들어와서 글 남긴 거야? 좀 감동인 것 같기도…….

과거의 내가 대체 얼마나 깽판을 쳐 놓은 건지 감도 안 잡혔다. 게다가 내 기억에도 없는 서른 살 시절이라니.

뜬금없는 문자에 눈을 깜빡였다. 내가 금연한 지 지금 얼만데. 지금은 아예 리셋되어서 내가 담배를 피운 적이 없을 텐데?

무슨 헛소리냐고 답장을 보내려다가 무심코 고개를 든 나는 발견하고야 말았다.

책상 위의 담뱃갑을.

이 미친놈이 설마 담배도 피운 건가.

식겁하며 서치 퀘스트 겸 ‘윤이든 담배’, ‘레브 이든 담배’ ‘윤이든 흡연 목격’ 등을 다급히 검색해 봤지만, 천만다행으로 목격담이나 관련 글은 나오지 않았다.

자고로 이런 말이 있었지.

담배는 끊는 게 아니라 평생 참는 거라고. 눈앞에서 오랜만에 담배를 마주하니 손이 덜덜 떨렸다.

참으려 했지만 본능적으로 뻗어진 내 손은 홀린 듯이 담뱃갑을 덥석 집어 들었다.

‘와, 이건 내가 전에 피우던 담배보다 더 독한 건데?’

미친놈이 독한 것도 피웠네. 제 몸 아니라고 막 지른 건가, 아니면 이걸 피울 정도로 노답 꼴초가 된 건가.

담뱃갑을 소중히 감싼 채 살피고 있다가 문가에서 들리는 기척에 고개를 들었다.

팔짱을 낀 채로 문가에 기대어 있던 견하준과 눈이 마주쳤다.

따지고 보면 딱히 잘못한 것도 없는데 몸이 뻣뻣하게 굳었다. 부드럽게 웃은 견하준이 나직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게 뭘까?”

“으아아악! 폐암의 원인!”

소리 지르며 곧바로 방 밖으로 달려가 쓰레기통 안에 담뱃갑을 거칠게 처박았다.

내 눈에 띄지 않게 발로 콱콱 쓰레기 더미를 밟아 대고 있자 견하준이 내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그러다가 쓰레기 봉투 터진다, 이든아.”

“준아, 나 담배 같은 건 안 피우는 거 알지? 담배의 담 자도 모르는 사람이야, 내가.”

황급히 견하준의 어깨를 붙들고 거의 랩하는 속도로 와다다 말을 쏟아 냈다. 옆에서 류재희가 딕션 죽인다고 박수를 치고 갔다.

그런 내게 인자한 미소를 지어 준 견하준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꾸했다.

“그래, 라이터도 버리자.”

내가 친구에게 주는 믿음이 부족했구나. 책상과 옷을 뒤적이다가 책상에 올려진 라이터도 집어 들었다. 라이터는 쓰레기통에 처박는 대신 견하준을 향해 휙, 던졌다.

“이건 네가 가지고 있어라. 나중에 불 필요하면 쓰게.”

“라이터 불이 필요할 때가 어디 있어?”

“정전됐을 때 초에 불붙이든가, 아니면 케이크 초 불붙일 때 성냥 부러지면 대타용으로? 아니면 땔감에 불붙이기 용? 어쩌면 우리가 언젠가 예능 찍다가 무인도에 또 고립될지도 모르니까. 아무튼 내가 담배 피우고 싶을 때는 아니고. 진짜로 아니고!”

필사적으로 해명하자 잠시간 지그시 나를 쳐다보던 견하준이 라이터를 제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그렇게 라이터는 쓰레기통행을 피했다.

아침부터 감당 못 할 일들이 마구 쏟아지는 바람에 지친 얼굴로 마른세수하며 침대에 털썩 걸터앉았다.

“대체 이게 무슨 난리야?”

“형, 그런데 평행세계의 형이 온 이유가 있지 않을까요? 예를 들면 이런 미래가 있을 수 있으니, 너희들은 이렇게 되지 말라고 경각심을 주기 위해 왔다던가…….”

진지한 얼굴로 가설을 세우는 김도빈의 모습에 김샌 숨을 내쉬었다.

응, 경각심이고 뭐고 그거 그냥 회귀 페널티야. 내게 이 망할 초심도 시스템이 있는 이상, 그렇게 되기도 전에 데뷔 초로 또 회귀해서 부르고 있을 거다, 아마.

“그런데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형이 재계약도 안 하고 레브에서 탈퇴하고, 그 후로 작곡도 못 하게 됐을까요.”

김도빈이 덧붙인 중얼거림에 멈칫했다. 작곡을 못하게 됐다고? 내가?

손에 덕지덕지 새겨놨던 타투, 방 안을 굴러다니던 맥주캔과 수북이 쌓인 담배꽁초, 견하준의 얼굴이 뜨자마자 집어던졌던 휴대폰, 선반 위에 놓여 있던 수면제.

현재 내가 가진 수면제 거부 반응과 수면제를 입에 댔을 때의 시스템의 반응까지.

내 기억 속에서 마치 없었던 세월처럼 깨끗이 지워진 3년에 내게 뜬금없이 나타난 이 시스템의 답이 있음을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짧게 울리는 휴대폰의 진동에 강제로 상념에서 빠져나와 문자를 확인했다.

과거의 나 자신한테 화를 내려다가 작곡을 못 하게 되었다는 말을 떠올리고 혀를 두어 번 차는 걸로 끝냈다.

“김도빈, 가자.”

김도빈에게 맡겼다던 나머지 한 곡도 내가 직접 확인을 해 봐야 했다.

곡 마무리 작업을 했다던 김도빈을 끌고 작업실로 도착해 문을 열자마자 나를 반긴 것은…….

“와, 얼마나 피워댔으면 담배 쩐내가 나냐.”

이번 건강 검진에는 폐 엑스레이도 꼭 찍어 봐야겠다. 겉옷을 소파에 휙, 벗어 던지고 곧바로 모니터 앞 의자에 앉으니 김도빈이 나를 묘한 얼굴로 쳐다보았다.

“뭐, 왜 그렇게 봐?”

“위화감의 이유를 깨달아서요. 형은 맨날 이 작업실 의자에만 앉아 있었는데 악귀, 아니 평행세계의 형은 소파에만 있어서 낯설었구나.”

그 말에 왜인지 모를 불안함을 느낀 나는 성큼성큼 소파에 다가가 겉옷을 들어 올렸다. 선명한 담배빵이 눈에 들어왔다. 뒷목을 잡으며 소리 질렀다.

“이 미친놈이 소파에 담배빵을 지져 놔?”

역시 이 새끼가 그 새끼 맞네! 수면제 먹고 본 환각에선 담배를 이불에도 지져 끄더니, 이 새끼는 가정 교육을 어떻게 받았길래……!

시발, 부모가 같구나.

하긴, 호부견자라는 말도 존재하는데 가정 교육을 똑바로 받아도 그럴 수도 있지. 하마터면 할아버지께도 모자라 부모님께까지 거한 패륜을 선사할 뻔한 나는 터덜터덜 걸어와 다시 의자에 털썩, 앉았다.

“그런데 용케 컴퓨터 비밀번호는 알았다?”

컴퓨터를 켜 비밀번호를 입력하다가 문득 든 생각에 김도빈을 돌아보며 묻자, 김도빈이 입을 가리고 히죽거렸다. 저 개죽이 웃음에 왜인지 기분이 더러워졌다.

“형이 그렇게 레브를 사랑하시는 줄 몰랐죠. 세에상에, 컴퓨터 비밀번호가 레브 데뷔일이었을 줄이야.”

비밀번호 하나로 얼떨결에 사실 그룹을 아끼고 있었던 리더가 되어 버린 나는 억울했다. 그냥 회귀 전부터 계속 쓰던 비밀번호라 손에 익은 걸 어떡하라고?

“웃기지 마, 인마. 그냥 우리 데뷔일이 기억하기 편한 숫자라 해 놓은 거야. 0808, 얼마나 기억하기 쉽냐.”

“오, 그렇군여.”

여전히 히죽거리는 김도빈에게 오랜만에 두피 마사지를 내려 주었다.

오랜만의 두피 마사지가 시원한지 기쁨의 탄성을 내지르는 동생을 보고 있자니 참으로 뿌듯했다.

일단 김도빈이 마무리했다는 결과물부터 먼저 확인했다.

엉성하긴 했지만 그래도 못 들어 줄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몇 군데는 김도빈의 성장을 위해 짚고 가야 했다.

“도빈아, 여기에는 왜 이 코드를 넣은 거야? 아아니, 탓하는 거 아니야. 진짜로 내가 그냥 궁금해서 그래. 딱 들어도 멜로디가 중구난방이지 않아? 혼돈을 표현해 보고 싶었어?”

“도빈아, 메이저 코드 한 번 넣으면 마이너 코드 한 번 넣어야 해? 그게 규칙이야? 언제부터 음악에 그런 규칙이 있었어? 갑자기 반음 내리는 게 이 멜로디에 어울려? 진짜로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넣은 거야? 아니, 네 생각이고 네 결과물이잖아. 자유롭게 말해 봐.”

쏟아지는 내 질문에 김도빈이 키보드 앞에 머리를 박았다.

“노래 망쳐서 죄송합니다…….”

“딱히 망친 건 아니고. 어차피 마무리 작업은 금방 해. 그래도 네 이름도 작곡란에 올라가니까, 네가 작업한 부분들은 짚고 넘어가야지.”

“만약 이거 타이틀곡으로 했다가 노래 망하면 어떡해요?”

“그럼 내 능력 부족이지.”

작곡란에 나랑 나란히 이름을 올린다고 김도빈에게 책임까지 나눠질 생각은 애초에 없었다. 여전히 책상에 머리를 박은 채로 김도빈이 중얼거렸다.

“그러고 보니까 그 서른 살의 이든이 형한테 연도별로 히트 친 노래랑 컨셉 물어볼 걸 그랬어요. 그러면 거꾸러질 위험성도 없이 순탄하게 1군 프리패스였을 텐데.”

내가 봤을 땐 안 말해 줬을 확률이 99%다. 1%는 뭐, 아무래도 대가리에 총 맞은 것 같으니 일말의 가능성으로 남겨놨다.

“아니, 평행세계라 좀 다르려나? 도 우리 곡 아니라고 하고, 도 거기에서는 우리 곡이라고 하셨으니까…….”

회귀니 아마 차연호가 처럼 개입하지 않는 이상 히트곡은 똑같을 거다. 그리고 지금의 나 역시 대히트곡들은 잘 기억하고 있었다. 연도는 기억해도 날짜가 가물가물해서 문제였지.

내가 기억하고 있음에도 굳이 그 미래 지식을 써먹지 않는 이유는.

“그럼 그 그룹이 뜰 기회를, 그 곡을 작곡하고 그 컨셉을 기획한 사람들의 노력을 뺏는 거지.”

그건 정당하지 않았으니까. 내 노력이 전혀 들어가지 않았으니까.

혹자는 이렇게 말하기도 하겠지. 로또 번호처럼 미래 지식을 활용하는 것뿐이라고.

하지만 로또 번호 같은 거야 노력 하나 필요 없는 운의 영역이지만, 창작은 다르다. 그 영역은 온전히 창작자의 운이자 재능이자 노력이다.

그리고 내가 옳았음을 내게 그리 애증의 곡이었던 을 뺏기고 나서 다시 한번 확신했다.

그렇게 사랑하던 곡을, 그걸로 이룬 성공을 뺏긴 줄도 모르고 보내야만 했던 우리 멤버들을 보면서.

“나중에 더 잘되도록 이자까지 쳐서 갚아 줄 자신이 없으면 애초에 가져가면 안 돼. 그게 도둑질이나 표절이랑 다를 게 뭐냐.”

내게 네이비에게 내가 가져갔던 보다 더 좋은 곡을 준 것도 보답의 일종이었다.

그게 애초에 내가 작곡한 곡이기도 했지만, 으로 성공했던 확실한 미래를 내가 곡을 가져가 불확실하게 만들었으니 다시 성공의 확률을 높여 주는 게 기본 아닌가.

“우리는 우리 곡으로 최선을 다해서 성공한 그 곡들을, 그 컨셉들을 뛰어넘으면 되는 거다. 그 정도 용기도, 자신감도, 호승심도 없이 창작에 임하면 안 되지.”

쉽고 편안한 길을 위해 내 양심과 자존심마저 깎아 먹는 짓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게 내 삶의 모토였다.

나를 보는 김도빈의 눈이 존나게 초롱초롱해졌기에 부담스러워서 앞머리를 헤집으며 몸을 일으켰다.

아까부터 입이 영 심심해서 견딜 수가 있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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