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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ự Trở Lại Của Một Thần Tượng Đã Mất Đi Lý Tưởng Ban Đầu RAW - C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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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216화(216/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216화
“너는 지금 그 말이 나오냐? 내가 아무리 좀 내려놓았다지만 아직 견하준 얼굴 보기는 영 그렇거든?”
손바닥으로 얼굴을 쓸어내리며 윤이든이 한숨을 내쉬었다.
얼굴 보고 대화한 것도 아니고, 서른 살의 견하준에게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괜히 죄 없는 스물셋의 견하준에게 쏟아부은 터라, 영 껄끄러운 것도 있었다.
“엥, 당연히 오케이하실 줄 알고 하준이 형한테 형이 불렀다고 문자 넣었는데요.”
김도빈이 머리를 긁적였다.
“뭐? 너 내가 견하준 껄끄러워하는 거 안 보였냐?”
“오늘 연습할 때는 두 분 다 아무렇지 않아 하시길래 저는 당연히 두 분이서 푸신 줄 알았죠.”
지끈거리는 미간을 문지른 윤이든이 손을 내저었다.
“오지 말라고 빨리 다시 문자 넣어. 차라리 류재희 불러.”
“그건 사람 똥개 훈련 시키는 거예요, 형! 이미 문자 넣은 건 어쩔 수 없어요! 그냥 운명을 받아들이세요!”
“그건 또 무슨 궤변인데? 너 이제 내가 만만한가 보다? 봐주니까 아주 머리끝까지 기어오르려 하네?”
구마된 줄 알았건만 다시 깨어난 악귀이든의 면모에 김도빈이 발발 떨며 필사적으로 빌었다.
“죄송해요! 그런데 하준이 형도 무섭단 말이에요! 저는 하준이 형의 정색을 다시 마주하고 싶지 않아요! 저 한 번만 살려 주세요, 형!”
“내가 정색하는 건 괜찮고?”
“형 정색은 지금까지 많이 봐 와 온 덕분에 적응돼서 괜찮아요!”
자엽스럽게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들어온 견하준을 보자, 윤이든이 이마를 짚으며 투덜거렸다.
“빨리도 왔네.”
견하준이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기다린 건 아니고?”
“그럴 리가.”
AR을 몇 번 들은 견하준이 가사가 써진 악보를 들고 녹음 부스 안으로 들어갔다.
인정하긴 싫지만 견하준의 가이드보컬이 입혀진 곡이 훨씬 귀에 잘 들어왔다.
오랜만에 듣는 목소리에도 감상에 빠질 새도 없이 그는 수정을 시작했다.
“아, 여기가 어긋났네. 여기 코드를 이렇게 바꾸고…….”
견하준의 가이드보컬을 들으며 윤이든이 마우스를 딸깍거렸다. 바뀐 멜로디가 작업실에 울려 퍼졌다.
“이 멜로디대로 다시 불러 봐.”
이제야 제자리를 찾은 듯한 견하준의 음색을 들으며 윤이든은 물속에서 갓 빠져나온 사람처럼 숨을 내뱉었다.
그냥 코드 몇 개만 짚고 수정한 게 전부임에도 오랜 시간 그를 괴롭혀 왔던 슬럼프에게서 조금이나마 벗어난 듯한 기분이었다.
물론 지금 당장 작곡을 해 보라 하면 숨이 막혀 불가능하겠지만.
윤이든은 괜히 제 손을 내려다보며 쥐었다 펴기를 반복했다.
“실패 없는 성공은 독이야.”
쫙 보니 이제까지의 윤이든은 실패를 겪지 않았다. 도 외부 요인에 의해 그렇게 된 거지, 음악성으로만 보면 차트 1위를 차지하기엔 충분한 곡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곡은…….
“게다가 그 성공 하나에만 의지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더더욱.”
윤이든은 그 자신을 잘 알았다. 자신이 겪었던 일이기에 더더욱.
“그러니까…….”
윤이든은 견하준을 돌아보며 말하려다가 멈칫했다. 가끔씩 지친 얼굴을 하던 제 옛 친구가 생각나서.
이것도 견하준에게는 부담이겠지.
“아니다. 스스로가 이겨 내야지, 어쩌겠어. 어차피 그 상황이 되면 옆에서 뭐라고 위로하든 귀에 안 들어올 텐데.”
고개를 절레절레 젓자 그가 무슨 말을 하고 싶었는지 눈치챈 견하준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걱정하지 마. 옆에 있어 줄 테니까. 때로는 스스로가 이겨 내지 못하는 것도 있는 법이잖아.”
대답 없이 의자에 몸을 기댄 윤이든은 이제야 좀 익숙해져 가는 작업실 천장을 올려다보며 생각했다.
이런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면 그 좆같은 삶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   *   *
[시스템 안정화까지 97%]
이제는 정말로 미루고 미뤘던 마지막 미련을 마주할 차례였다.
통화음이 끊이지 않고 길게 울렸다. 울렁거리는 가슴을 애써 진정시키며 윤이든은 검색으로 마주한, 바뀐 과거를 상기했다.
분명 제 기억 속 DTB 시즌3의 준우승자였던 이용철은 우승자가 되어 있었고.
윤이든 그에게도, 이용철에게도 가슴 한편의 미련으로 남았던 세미파이널 무대는 윤이든과 D.I의 이름이 나란히 올라가 있었다.
얼굴을 마주할 용기는 있었지만 마주할 시간이 없었다. 계속해서 미뤄 댄 대가였다.
마침내 통화 연결음이 끊기고 상대방과 통화가 연결되었다.
-여보세요?
이용철의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자마자 윤이든은 꾹 쥐고 있던 담뱃갑을 만지작거렸다.
-여보세요, 윤이든 너 술 마셨냐? 무슨 이런 한밤중에 전화해서 입을 꾹 다물고 있어?
투덜거리는 목소리에 윤이든이 눈을 내리깔며 실소를 내뱉었다.
무어라고 해야 할까. 이런 머저리 새끼 손절 치고 속 시원했느냐고? 아니면 DTB 우승 축하한다고? 아니면…….
할 말을 정하지도 못한 채 무작정 건 통화였기에 더욱 갈피를 잡지 못했다.
-야, 너 계속 아무 말도 안 할 거면 끊는다?
“형, 나 담배 피워.”
-어, 어?
뜬금없는 말에 수화기 너머의 이용철이 당황했는지 버벅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고해성사하듯 내뱉은 윤이든이 손바닥으로 눈가를 꾹 누르며 계속해서 읊조렸다.
“그러니까, 씨발…… 혼 좀 내 줘. 형이 예전에 내 앞에서 담배 뻑뻑 피우는 새끼들 가리키면서 그랬잖아. 지금이나 나중이나 저 새끼들처럼 담배 피우면 아주 혼쭐 날 줄 알라고…….”
[비속어가 감지되었습니다.]
[초심도 –2]
윤이든이 엄연히 크루의 막내였던 시절.
서로 손절하는 미래는 상상도 하지 못할 정도로 친한 형 동생 사이였던 시절의 이야기를 꺼내 놓으며 윤이든이 손바닥에 얼굴을 묻었다.
-중독되기 전에 끊어, 짜식아. 담배 그까짓 거 뭐가 좋다고 피워, 어린놈이.
서른 살의 이용철이 서른 살의 윤이든에게 타박을 던졌다. 윤이든이 그 말에 실없이 웃었다.
“그러게. 다시는 안 피우려 했는데, 어느 순간 또 입에 대고 있더라고, 하하…….”
-힘들면 차라리 형이 술 사 줄 테니까 담배는 피우지 마, 인마. 너는 가뜩이나 아이돌이 담배 피우면 쓰냐?
윤이든이 위태로운 상태라는 걸 눈치챈 이용철이 부러 목소리를 가볍게 하며 그를 달랬다.
-무슨 일이 있었길래 안 그러던 놈이 갑자기 어리광이야?
“형은 여전하네, 정말…….”
윤이든이 베란다 창문을 통해 보이는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쓰게 웃었다. 제 손으로 놓아 버린 관계가 오늘따라 참으로 사무쳤다.
“고마워, 형.”
오랫동안 하지 못했던 인사를 드디어 내뱉었다. 한결 안정된 목소리에 안심됐는지 이용철 역시 장난기 서린 목소리로 받아 주었다.
-오냐.
이용철과의 통화를 마치고 다시 방으로 들어온 윤이든은 책상에 잔뜩 구겨진 담뱃갑을 올려놓았다.
윤이든이 수면제 두 알을 들고 침대로 향하며 열심히 휴대폰으로 웹툰 감상 중인 김도빈에게 말했다.
“참, 언제일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원래대로 돌아와서 난리 치면 휴대폰 메모장 좀 보라고 해.”
“우리 이든이 형, 원래대로 돌아오긴 하는 거죠?”
“어어.”
그래도 같은 사람이긴 한지, 원래의 윤이든과 똑같은 어투로 대꾸한 윤이든이 삐뚜름한 미소를 입가에 걸고 물었다.
“왜, 빨리 돌아왔으면 좋겠냐?”
김도빈은 필사적인 미소로 어떻게든 대답을 무마했다. 아무리 유해졌다고 한들 지금의 윤이든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악귀이든이 아닌가.
“그래도 형도 가끔 그리울 것 같아요.”
김도빈이 중얼거렸다. 며칠이나 같이 보냈다고 정이 들긴 했나 보다.
며칠간 저 윤이든과 가장 가깝게 지냈던 이가 김도빈 그이기 때문에 그런 걸 수도 있었다. 다른 멤버들은 아마 이런 감정을 느끼지 못하겠지.
김도빈의 그 대꾸에 피식 웃은 윤이든이 들고 있던 수면제를 입에 거리낌 없이 털어 넣었다.
수면제 두 알을 물도 없이 씹어먹는 윤이든의 모습은 며칠째 보고 있는 것임에도 낯설었다.
이편이 약효가 더 빨리 돈다나. 쓴 걸 끔찍이도 싫어하는 김도빈으로선 상상도 못할 짓이었다.
“형, 서른 살이라고 하셨잖아요.”
“어어, 그렇지.”
“그럼 군필이에요?”
문득 궁금해져서 던져 본 질문에 타박 같은 대답이 곧바로 날아들었다.
“야이씨, 내 나이가 서른인데 당연하지.”
“어디로 갔어요? 해병대?”
“아니, 최전방.”
쌓인 눈 삽질에 엄청난 재능을 보이던 윤이든을 떠올리며 김도빈은 고개를 끄덕였다. 재능을 잘 활용할 수 있는 곳으로 배치되셔서 다행이군요.
평소에는 잠들기 전 인사 따윈 하지도 않았건만, 갑자기 오늘만큼은 해야 한다는 기분이 들어 김도빈은 작은 목소리로 인사했다.
“안녕히 주무세요.”
그 인사를 듣고 잠시 침묵한 윤이든이 잠기운이 서린 목소리로 대꾸했다.
“그래, 잘 자라.”
며칠간을 봤어도 여전히 낯선 천장을 마지막으로 눈에 담은 윤이든이 스르륵 눈을 감았다.
[시스템 안정화까지 100%]
[시스템 안정화가 진행됩니다.]
[오류로 분류된 기억을 삭제합니다.]
[비정상적으로 복구된 기억이 재잠금됩니다.]
*   *   *
그냥 기우였나.
제가 기상할 때까지 일어나지 않고 곤히 잠들어 있는 윤이든을 발견한 김도빈이 볼을 긁적였다.
아침 일찍 일어나 그를 깨워 대던 원래의 윤이든과 달리, 평행세계의 윤이든은 그가 깰 때까지 늦잠을 자기 일쑤였다.
그러니 지금 저렇게 여전히 꿈속을 헤매고 있는 윤이든은 악귀이든일 터였다.
“형, 일어나세요. 아침이에요.”
“어어, 그래…….”
잔뜩 가라앉은 목소리로 대꾸한 윤이든이 이불을 끌어올리며 뒤척였다.
김도빈은 좋은 기회라고 눈을 빛내며 평소에 윤이든이 제게 했던 짓을 고스란히 돌려주었다.
덮고 있던 이불을 휙, 뺏었다는 소리다. 안락한 이불 속에 있다가 겨울의 찬 공기와 마주한 윤이든의 미간이 구겨졌다.
눈꺼풀이 어지간히 무거운지 눈을 겨우 떠 방 천장을 하염없이 바라보던 윤이든은 제 앞에 있는 김도빈의 얼굴을 뒤늦게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내가 잠이 덜 깼나…… 입맛은 또 왜 이렇게 써?”
눈을 비비며 중얼거린 윤이든이 몸을 일으키며 입맛을 다셔 댔다.
혹여 불똥이라도 튈까 봐 김도빈은 잽싸게 들고 있던 이불을 윤이든의 침대에 다시 던져 놓고 후다닥 물을 대령했다.
김도빈이 건넨 물 한 잔을 단번에 원샷 때린 윤이든은 비몽사몽한 얼굴로 욕실로 걸어 들어갔다.
그리고 잠시 후.
“으아아악! 이런 미친! 이게 뭐야! 젠장, 이거 왜 안 지워져!”
화장실에서 쩌렁쩌렁한 비명이 울렸다.
의심의 여지가 없는 화려한 컴백이었다.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216화(216/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216화

“너는 지금 그 말이 나오냐? 내가 아무리 좀 내려놓았다지만 아직 견하준 얼굴 보기는 영 그렇거든?”

손바닥으로 얼굴을 쓸어내리며 윤이든이 한숨을 내쉬었다.

얼굴 보고 대화한 것도 아니고, 서른 살의 견하준에게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괜히 죄 없는 스물셋의 견하준에게 쏟아부은 터라, 영 껄끄러운 것도 있었다.

“엥, 당연히 오케이하실 줄 알고 하준이 형한테 형이 불렀다고 문자 넣었는데요.”

김도빈이 머리를 긁적였다.

“뭐? 너 내가 견하준 껄끄러워하는 거 안 보였냐?”

“오늘 연습할 때는 두 분 다 아무렇지 않아 하시길래 저는 당연히 두 분이서 푸신 줄 알았죠.”

지끈거리는 미간을 문지른 윤이든이 손을 내저었다.

“오지 말라고 빨리 다시 문자 넣어. 차라리 류재희 불러.”

“그건 사람 똥개 훈련 시키는 거예요, 형! 이미 문자 넣은 건 어쩔 수 없어요! 그냥 운명을 받아들이세요!”

“그건 또 무슨 궤변인데? 너 이제 내가 만만한가 보다? 봐주니까 아주 머리끝까지 기어오르려 하네?”

구마된 줄 알았건만 다시 깨어난 악귀이든의 면모에 김도빈이 발발 떨며 필사적으로 빌었다.

“죄송해요! 그런데 하준이 형도 무섭단 말이에요! 저는 하준이 형의 정색을 다시 마주하고 싶지 않아요! 저 한 번만 살려 주세요, 형!”

“내가 정색하는 건 괜찮고?”

“형 정색은 지금까지 많이 봐 와 온 덕분에 적응돼서 괜찮아요!”

자엽스럽게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들어온 견하준을 보자, 윤이든이 이마를 짚으며 투덜거렸다.

“빨리도 왔네.”

견하준이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기다린 건 아니고?”

“그럴 리가.”

AR을 몇 번 들은 견하준이 가사가 써진 악보를 들고 녹음 부스 안으로 들어갔다.

인정하긴 싫지만 견하준의 가이드보컬이 입혀진 곡이 훨씬 귀에 잘 들어왔다.

오랜만에 듣는 목소리에도 감상에 빠질 새도 없이 그는 수정을 시작했다.

“아, 여기가 어긋났네. 여기 코드를 이렇게 바꾸고…….”

견하준의 가이드보컬을 들으며 윤이든이 마우스를 딸깍거렸다. 바뀐 멜로디가 작업실에 울려 퍼졌다.

“이 멜로디대로 다시 불러 봐.”

이제야 제자리를 찾은 듯한 견하준의 음색을 들으며 윤이든은 물속에서 갓 빠져나온 사람처럼 숨을 내뱉었다.

그냥 코드 몇 개만 짚고 수정한 게 전부임에도 오랜 시간 그를 괴롭혀 왔던 슬럼프에게서 조금이나마 벗어난 듯한 기분이었다.

물론 지금 당장 작곡을 해 보라 하면 숨이 막혀 불가능하겠지만.

윤이든은 괜히 제 손을 내려다보며 쥐었다 펴기를 반복했다.

“실패 없는 성공은 독이야.”

쫙 보니 이제까지의 윤이든은 실패를 겪지 않았다. 도 외부 요인에 의해 그렇게 된 거지, 음악성으로만 보면 차트 1위를 차지하기엔 충분한 곡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곡은…….

“게다가 그 성공 하나에만 의지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더더욱.”

윤이든은 그 자신을 잘 알았다. 자신이 겪었던 일이기에 더더욱.

“그러니까…….”

윤이든은 견하준을 돌아보며 말하려다가 멈칫했다. 가끔씩 지친 얼굴을 하던 제 옛 친구가 생각나서.

이것도 견하준에게는 부담이겠지.

“아니다. 스스로가 이겨 내야지, 어쩌겠어. 어차피 그 상황이 되면 옆에서 뭐라고 위로하든 귀에 안 들어올 텐데.”

고개를 절레절레 젓자 그가 무슨 말을 하고 싶었는지 눈치챈 견하준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걱정하지 마. 옆에 있어 줄 테니까. 때로는 스스로가 이겨 내지 못하는 것도 있는 법이잖아.”

대답 없이 의자에 몸을 기댄 윤이든은 이제야 좀 익숙해져 가는 작업실 천장을 올려다보며 생각했다.

이런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면 그 좆같은 삶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   *   *

이제는 정말로 미루고 미뤘던 마지막 미련을 마주할 차례였다.

통화음이 끊이지 않고 길게 울렸다. 울렁거리는 가슴을 애써 진정시키며 윤이든은 검색으로 마주한, 바뀐 과거를 상기했다.

분명 제 기억 속 DTB 시즌3의 준우승자였던 이용철은 우승자가 되어 있었고.

윤이든 그에게도, 이용철에게도 가슴 한편의 미련으로 남았던 세미파이널 무대는 윤이든과 D.I의 이름이 나란히 올라가 있었다.

얼굴을 마주할 용기는 있었지만 마주할 시간이 없었다. 계속해서 미뤄 댄 대가였다.

마침내 통화 연결음이 끊기고 상대방과 통화가 연결되었다.

-여보세요?

이용철의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자마자 윤이든은 꾹 쥐고 있던 담뱃갑을 만지작거렸다.

-여보세요, 윤이든 너 술 마셨냐? 무슨 이런 한밤중에 전화해서 입을 꾹 다물고 있어?

투덜거리는 목소리에 윤이든이 눈을 내리깔며 실소를 내뱉었다.

무어라고 해야 할까. 이런 머저리 새끼 손절 치고 속 시원했느냐고? 아니면 DTB 우승 축하한다고? 아니면…….

할 말을 정하지도 못한 채 무작정 건 통화였기에 더욱 갈피를 잡지 못했다.

-야, 너 계속 아무 말도 안 할 거면 끊는다?

“형, 나 담배 피워.”

-어, 어?

뜬금없는 말에 수화기 너머의 이용철이 당황했는지 버벅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고해성사하듯 내뱉은 윤이든이 손바닥으로 눈가를 꾹 누르며 계속해서 읊조렸다.

“그러니까, 씨발…… 혼 좀 내 줘. 형이 예전에 내 앞에서 담배 뻑뻑 피우는 새끼들 가리키면서 그랬잖아. 지금이나 나중이나 저 새끼들처럼 담배 피우면 아주 혼쭐 날 줄 알라고…….”

윤이든이 엄연히 크루의 막내였던 시절.

서로 손절하는 미래는 상상도 하지 못할 정도로 친한 형 동생 사이였던 시절의 이야기를 꺼내 놓으며 윤이든이 손바닥에 얼굴을 묻었다.

-중독되기 전에 끊어, 짜식아. 담배 그까짓 거 뭐가 좋다고 피워, 어린놈이.

서른 살의 이용철이 서른 살의 윤이든에게 타박을 던졌다. 윤이든이 그 말에 실없이 웃었다.

“그러게. 다시는 안 피우려 했는데, 어느 순간 또 입에 대고 있더라고, 하하…….”

-힘들면 차라리 형이 술 사 줄 테니까 담배는 피우지 마, 인마. 너는 가뜩이나 아이돌이 담배 피우면 쓰냐?

윤이든이 위태로운 상태라는 걸 눈치챈 이용철이 부러 목소리를 가볍게 하며 그를 달랬다.

-무슨 일이 있었길래 안 그러던 놈이 갑자기 어리광이야?

“형은 여전하네, 정말…….”

윤이든이 베란다 창문을 통해 보이는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쓰게 웃었다. 제 손으로 놓아 버린 관계가 오늘따라 참으로 사무쳤다.

“고마워, 형.”

오랫동안 하지 못했던 인사를 드디어 내뱉었다. 한결 안정된 목소리에 안심됐는지 이용철 역시 장난기 서린 목소리로 받아 주었다.

-오냐.

이용철과의 통화를 마치고 다시 방으로 들어온 윤이든은 책상에 잔뜩 구겨진 담뱃갑을 올려놓았다.

윤이든이 수면제 두 알을 들고 침대로 향하며 열심히 휴대폰으로 웹툰 감상 중인 김도빈에게 말했다.

“참, 언제일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원래대로 돌아와서 난리 치면 휴대폰 메모장 좀 보라고 해.”

“우리 이든이 형, 원래대로 돌아오긴 하는 거죠?”

“어어.”

그래도 같은 사람이긴 한지, 원래의 윤이든과 똑같은 어투로 대꾸한 윤이든이 삐뚜름한 미소를 입가에 걸고 물었다.

“왜, 빨리 돌아왔으면 좋겠냐?”

김도빈은 필사적인 미소로 어떻게든 대답을 무마했다. 아무리 유해졌다고 한들 지금의 윤이든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악귀이든이 아닌가.

“그래도 형도 가끔 그리울 것 같아요.”

김도빈이 중얼거렸다. 며칠이나 같이 보냈다고 정이 들긴 했나 보다.

며칠간 저 윤이든과 가장 가깝게 지냈던 이가 김도빈 그이기 때문에 그런 걸 수도 있었다. 다른 멤버들은 아마 이런 감정을 느끼지 못하겠지.

김도빈의 그 대꾸에 피식 웃은 윤이든이 들고 있던 수면제를 입에 거리낌 없이 털어 넣었다.

수면제 두 알을 물도 없이 씹어먹는 윤이든의 모습은 며칠째 보고 있는 것임에도 낯설었다.

이편이 약효가 더 빨리 돈다나. 쓴 걸 끔찍이도 싫어하는 김도빈으로선 상상도 못할 짓이었다.

“형, 서른 살이라고 하셨잖아요.”

“어어, 그렇지.”

“그럼 군필이에요?”

문득 궁금해져서 던져 본 질문에 타박 같은 대답이 곧바로 날아들었다.

“야이씨, 내 나이가 서른인데 당연하지.”

“어디로 갔어요? 해병대?”

“아니, 최전방.”

쌓인 눈 삽질에 엄청난 재능을 보이던 윤이든을 떠올리며 김도빈은 고개를 끄덕였다. 재능을 잘 활용할 수 있는 곳으로 배치되셔서 다행이군요.

평소에는 잠들기 전 인사 따윈 하지도 않았건만, 갑자기 오늘만큼은 해야 한다는 기분이 들어 김도빈은 작은 목소리로 인사했다.

“안녕히 주무세요.”

그 인사를 듣고 잠시 침묵한 윤이든이 잠기운이 서린 목소리로 대꾸했다.

“그래, 잘 자라.”

며칠간을 봤어도 여전히 낯선 천장을 마지막으로 눈에 담은 윤이든이 스르륵 눈을 감았다.

*   *   *

그냥 기우였나.

제가 기상할 때까지 일어나지 않고 곤히 잠들어 있는 윤이든을 발견한 김도빈이 볼을 긁적였다.

아침 일찍 일어나 그를 깨워 대던 원래의 윤이든과 달리, 평행세계의 윤이든은 그가 깰 때까지 늦잠을 자기 일쑤였다.

그러니 지금 저렇게 여전히 꿈속을 헤매고 있는 윤이든은 악귀이든일 터였다.

“형, 일어나세요. 아침이에요.”

“어어, 그래…….”

잔뜩 가라앉은 목소리로 대꾸한 윤이든이 이불을 끌어올리며 뒤척였다.

김도빈은 좋은 기회라고 눈을 빛내며 평소에 윤이든이 제게 했던 짓을 고스란히 돌려주었다.

덮고 있던 이불을 휙, 뺏었다는 소리다. 안락한 이불 속에 있다가 겨울의 찬 공기와 마주한 윤이든의 미간이 구겨졌다.

눈꺼풀이 어지간히 무거운지 눈을 겨우 떠 방 천장을 하염없이 바라보던 윤이든은 제 앞에 있는 김도빈의 얼굴을 뒤늦게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내가 잠이 덜 깼나…… 입맛은 또 왜 이렇게 써?”

눈을 비비며 중얼거린 윤이든이 몸을 일으키며 입맛을 다셔 댔다.

혹여 불똥이라도 튈까 봐 김도빈은 잽싸게 들고 있던 이불을 윤이든의 침대에 다시 던져 놓고 후다닥 물을 대령했다.

김도빈이 건넨 물 한 잔을 단번에 원샷 때린 윤이든은 비몽사몽한 얼굴로 욕실로 걸어 들어갔다.

그리고 잠시 후.

“으아아악! 이런 미친! 이게 뭐야! 젠장, 이거 왜 안 지워져!”

화장실에서 쩌렁쩌렁한 비명이 울렸다.

의심의 여지가 없는 화려한 컴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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