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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ự Trở Lại Của Một Thần Tượng Đã Mất Đi Lý Tưởng Ban Đầu RAW - C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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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17화(17/475)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17화
예상보다 험난했던 가이드 녹음을 마치고 무사히 완성된 두 개의 데모곡을 차례로 재생시켰다.
어쨌건 회의 가서 똑같은 곡 두 개 틀 거 아니니까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턱을 괸 상태로 툭 툭, 박자에 맞춰 책상을 손가락으로 두드렸다.
확실히 음색은 견하준이 더 좋았지만, 가창력은 류재희가 한 수 위였다.
괜히 대형 소속사 연생 출신 메보가 아니었다.
“역시 하준이 형 버전이 더 좋은 거 같아요.”
“그래? 나는 재희 네 가이드가 더 나은 거 같은데.”
녹음한 둘은 서로의 것이 더 좋다며 겸손의 미덕을 보여 주고 있었다.
하지만 너희들끼리 그래 봤자 결정권자는 나다.
“이것도 저희가 골라요?”
“아니? 이미 정했는데.”
김도빈의 물음에 즉답하고는 두 데모곡 중 견하준의 것을 휴대폰으로 전송했다.
“……그러면 왜 두 개 다 들려줬어요?”
“내가 언제 너 들으라고 들려줬냐. 헤드셋 계속 쓰고 있으니까 귀 아파서 헤드셋 연결 끊고 그냥 튼 거지.”
그리고 음색이고 가창력이고 다 떠나서 가사 전달력이 ‘롸이트 나이트’ 이 지랄 났는데, 류재희 걸 어떻게 쓰냐.
덕분에 후렴구 역시 내 머릿속에서 자동으로 견하준의 파트로 정해졌다.
이번 활동에서 결코 류재희가 영어를 쓸 일이 없도록 파트를 분배하겠다.
“그런데 형, 이걸 이틀 만에 작업한 거예요? 밤새우면서?”
어느새 입에 붙기라도 한 건지 ‘그럼 이제 대답해 줘 all right or night?’ 후렴구 부분을 흥얼거리던 김도빈이 불쑥 물었다.
미간을 꿈틀하며 그게 가능하겠냐고, 대가리가 있으면 생각 좀 하고 물어보라고 꼽주려던 찰나.
“우와, 대박이다! 이틀 만에 이런 퀄리티의 곡을……!”
“와, 이게 가능해요? 우리 형 천재다, 천재!”
나를 무슨 음악 신동 모차르트 보는 눈으로 올려다보는 김도빈과 초롱초롱한 눈으로 박수를 짝짝 치는 류재희의 모습에 조용히 말을 삼키며 볼을 긁적였다.
저 녀석들이 저렇게 좋아하는데. 이틀 만에 명곡 뽑아낸 재능충 천재 하지, 뭐.
* * *
데모곡은 다음 활동 내부 회의 전까지 무사히 완성되었다.
공책에 써진 ‘데모곡 완성’에 지익, 줄을 그었다. 그러고는 그 밑에 쓰인 문장으로 시선을 옮겼다.
‘김도빈이랑 진지한 상담 나누기’
회귀 전, 레브가 3년 차까지 망돌이었음을 회상했을 때 김도빈 스폰설은 말이 안 되긴 했다.
만약 그랬다면, 레브는 서예현의 직캠이 아니라, 김도빈의 다른 걸로 떴어야지.
하지만 그건 김도빈이 스폰 제안을 받아들였을 때의 이야기고, 소속사의 스폰 제안을 거절했다면 회귀 전의 상황도 얼추 들어맞는다.
아무리 김도빈이 현재 미성년자지만 세상엔 상식을 벗어난 미친놈들이 존재하는 법이다.
연예계에 7년간 몸담으면서 그런 더러운 소문들 한두 번 들은 것도 아니고.
“너도 내가 왜 너 혼자 불렀는지 대충 눈치 까고는 있지?”
대뜸 내뱉은 말에 내 앞에 앉은 김도빈의 눈동자가 잘게 떨렸다.
굳게 닫혀 있는 문은 잠겨 있는 터라 누군가가 출입할 염려는 없었다.
“티 났어요……?”
“그 단어 나올 때마다 움찔거리는데 눈치를 못 채는 게 등신, 아, 머저리, 아오! 멍청이지.”
[비속어가 감지되었습니다.]
[초심도 –4]
순식간에 4점이나 깎인 초심도를 보자 절로 한숨이 나왔다.
리더 노릇 좀 해 보려다가 이게 무슨 꼴이야.
“언제부터냐?”
“ 활동 때부터…….”
좀 됐네.
하지만 그 당시는 갑작스러운 회귀로 정신이 없었을뿐더러 망돌 벗어나기 플랜 짜느라 바빠서 주위를 둘러볼 여유가 없었다.
그러니 김도빈의 이변을 빨리 눈치채지 못한 건 당연한 일이었다.
“진작 말하지 그랬냐. 같이 짊어지게.”
혀를 차며 말하자 김도빈이 눈을 끔벅였다.
“같이 짊어져요……?”
“어, 같이.”
고민은 나눌수록 가벼워진다, 몰라? 점점 격렬해지는 눈동자의 떨림에 눈썹을 치켰다.
“형, 혹시 저희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건 아니죠?”
녀석의 눈에 담긴 간절한 감정에 답답한 심경을 담은 한숨을 내뱉으며 앞머리를 신경질적으로 쓸어 올렸다.
“너는 지금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건데?”
“형이, 형이 먼저 말하면 안 될까요?”
말까지 더듬으며 황급히 내 팔을 잡는 김도빈의 손을 복잡한 감정이 얽힌 눈으로 내려다보았다.
그야 당연히 네가 제안받은…….
“스ㅍ-”
“으아아! 죄송하지만, 그건 아닌 거 같아요, 형!”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귀를 막은 채로 벌떡 일어난 김도빈이 후다닥 문으로 달려갔다. 죄송해? 뭐가? 설마 나한테 고민이라는 부담을 얹어 주는 게? 마음이 심란했다.
다급한 손길로 잠근 문을 열고 밖으로 뛰쳐나가는 녀석의 뒤에 대고 진지하게 말해 줬다.
“생각 바뀌면 언제든지 말해라. 받아 줄 테니까.”
혹시 애한테 스폰 권유했냐고 대표님이랑 드잡이할 수도 없고. 하…… 솔직하게 말해 줄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 * *
마침내 결전의 날이 다가왔다.
휴대폰에 잘 저장되어 있는 데모곡을 확인하고는 우리를 데리러 온 매니저 형의 부름에 소파에 앉아 있던 몸을 일으켰다.
“……너희 어디 전쟁 나가냐?”
우리의 비장한 표정에 매니저 형이 떨떠름하게 물었다.
전쟁이라면 전쟁이지. 우리 그룹의 미래가 오늘의 내부 회의에 달려 있는데.
거꾸러져서 앞으로 3년간은 무명 망돌로 살아가느냐.
아니면 성공해서 1군으로 향하는 발판을 다지느냐.
둘 중 하나였다.
“매니저 형, 혹시 대표님이 받아 오셨다던 노래, 들어 봤어요?”
천진난만한 김도빈의 물음에 매니저 형이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시선을 회피했다.
“얘들아, 너무…… 너무 기대는 하지 말고…….”
말끝을 잔뜩 흐리며 중얼거리는 말에 멤버들이 알 만하다는 얼굴로 시선을 교환했다.
대표님이 어느 구린 곡을 가져오더라도 우리한테는 이 천재 프로듀서 윤이든 님이 작곡하고, 회귀 전에 차트 인으로 성공까지 보장받은 곡이 있었다.
그러므로 애초부터 기대는 없었다는 말씀.
작은 회의실의 문을 열자 소속사의 몇 안 되는 직원들과 대표님이 우리를 반겼다.
“왔구나. 우리 LnL의 자랑스러운 얼굴들!”
그러겠지. LnL 소속 연예인은 레브뿐이니까. 누가 들으면 소속 연예인 대여섯은 더 있는 줄 알겠네.
인자하게 웃는 얼굴을 복잡한 심경을 담아 마주 보았다.
정산금 횡령은 기본이요. 빠따 들고 소속 아이돌을 후려쳤다는 카더라까지 돌던 모 엔터 악덕 사장보단 사람 됨됨이는 훨씬 괜찮은데…….
대체 어째서 연예게에 종사하시는 분 감각이…….
자리에 앉아 너튜브에서 보고 온, 심신을 안정시키는 데 효과가 있다는 호흡법을 미리 따라 했다.
얼마나 또 혈압이 올라갈지 몰랐기에 지금부터라도 최대한 진정시켜 놔야 했다.
“데뷔곡 활동도 끝났으니까 슬슬 다음 활동 준비 들어가야지?”
대표님의 믿음직스러운 미소를 마주하자 벌써 심장이 세차게 뛰어댔다.
서당 개도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LnL에서 7년쯤 버티면 저 미소 이후에 무슨 사람 복장 터트리는 상황이 나올지 다 예상이 갔다.
“자, 내가 데모곡을 받아 왔는데, 타이틀곡 후보가 세 개 정도다. 활동 당사자는 너희니까 다 같이 한 번 들어 보고 타이틀곡 한 번 골라 봐.”
이 짧은 시간에 곡 세 개? 분명 그 작곡가 놈이 아무거나 얻어걸리라고 전에 작업해 놨던 음원까지 떠넘겼을 확률이 100%다.
“너희 들려주기 전에 직원들끼리 먼저 들어 봤는데, 다들 괜찮다고 이구동성으로 그러더라고. 하하.”
우리에게 미안하긴 한지 슬그머니 우리들의 시선을 피하는 직원들의 모습에 혀를 찼다.
이해합니다. 사회생활 참 힘드시죠. 그래도 좀 누구 하나라도 대표님께 현실을 알려 줘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 말입니다.
무려 세 곡이나 눈탱이를 맞은 게 너무나도 자랑스러우신 건지.
한껏 뿌듯하다는 얼굴의 대표님이 노트북에 USB를 연결하더니 곡을 재생했다.
‘와, 이딴 곡을 돈 받고 팔아먹네.’
아무리 들어도 2분짜리 습작을 억지로 3분 01초까지 늘린 거 같은데.
요즘은 쓰레기도 돈 주고 사고파는 시대인가 보네. 이야, 세상 참 좋아졌다, 좋아졌어.
진정한 창조경제를 실현하는 모 작곡가를 향해 속으로 감탄사를 보내 주었다.
저런 쓰레기를 돈 주고 사 옴으로써 희대의 돈지랄을 한 대표님에 대한 찬사는 덤이었다.
두통까지 유발할 정도로 난해하고 혼잡하기 그지없던 두 곡을 버티니 드디어 마지막 곡이 재생되었다.
그나마 귀에 익은 하우스풍 멜로디가 꽂혔다. 회귀 전, 미니 1집 타이틀곡이었다.
회귀 전에도 미니 1집은 멤버들과 팬들 양측에서 ‘이름을 말해서는 안 되는 그 앨범’과 ‘그 곡’ 취급을 받아왔다.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럴 만했다. 그 노래를 무대에서 맨정신으로 불렀다는 것 자체가 일종의 흑역사였으니까.
[어둠에 물든 내 마음은 darkness. 상처 입은 내 영혼은 black soul.]
작곡가가 직접 녹음한 건지 잔뜩 뭉개지는 가사를 들으며 이마를 짚었다. 주화입마가 올 것 같았다.
‘작사를 진짜 중2한테 맡겼나.’
가사는 저따윈데 콘셉트는 또 우주였다. 다중우주.
혈화(血花)와 흑염룡이 등장해도 어색하지 않은 가사를 듣자마자 잊고 지내던 기억이 아주 새록새록 되살아났다.
인터스텔라 표절이라고 말이 나오는 게 아닐까 전전긍긍했던 뮤비부터 대표님이 오늘처럼 들이밀었던 세 곡 중에서 그나마 제일 나은 곡인 저 곡을 울며 겨자 먹기로 골랐던 기억까지.
뷔페에 핵폐기물과 음식물 쓰레기를 각각 차려 놓고 가져다 먹으라고 한다면 그나마 음식물 쓰레기를 선택하지 않겠나.
대표님도 후광 효과를 노리고 마지막에 저 곡을 배치한 게 분명했다.
노래가 끝나자 노트북을 덮은 대표님이 턱을 괴고는 미소 띤 얼굴로 우리를 돌아보았다.
“어때, 괜찮지? 나는 개인적으로 세 번째가 타이틀 감이라고 생각하는데. 어디, 우리 리더는 어떻게 생각하냐?”
“제 의견을 물어보시니 굳이 답해 드린다면…… 셋 다 최악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표님께서 미는 세 번째는 그나마 제일 나은 쓰레기?”
직설적인 내 대답에 대표님의 눈이 커졌다.
반대로 직원들과 멤버들의 얼굴에는 사이다라도 들이켠 듯 속 시원하다는 표정이 떠올랐다.
“이 곡으로 활동하느니 차라리 판권 사서 리메이크하는 게 낫겠는데요. 후자는 이미지가 망가지더라도 화제성이라도 있지, 전자는 뭐…….”
코믹 뽕짝곡으로 유명세를 탄 노래를 언급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내 옆구리를 툭, 친 서예현이 미쳤냐는 듯 눈을 부릅떴다.
무대에서 을 부르고 있는 제 모습을 상상해 버린 듯했다.
그런 그를 향해 안심하라는 듯 손을 내저었다.
아무리 감이 없는 우리 대표님이라도 설마 그런 무리수를 진담으로 받아들이겠냐고.
하지만 대표님은 예상보다 더 강적이었고 예측을 뛰어넘은 감 없는 노답이었다.
“…… 이라…… 괜찮은데? 3집은 그걸로 갈까?”
돌겠네, 진짜.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17화(17/475)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17화

예상보다 험난했던 가이드 녹음을 마치고 무사히 완성된 두 개의 데모곡을 차례로 재생시켰다.

어쨌건 회의 가서 똑같은 곡 두 개 틀 거 아니니까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턱을 괸 상태로 툭 툭, 박자에 맞춰 책상을 손가락으로 두드렸다.

확실히 음색은 견하준이 더 좋았지만, 가창력은 류재희가 한 수 위였다.

괜히 대형 소속사 연생 출신 메보가 아니었다.

“역시 하준이 형 버전이 더 좋은 거 같아요.”

“그래? 나는 재희 네 가이드가 더 나은 거 같은데.”

녹음한 둘은 서로의 것이 더 좋다며 겸손의 미덕을 보여 주고 있었다.

하지만 너희들끼리 그래 봤자 결정권자는 나다.

“이것도 저희가 골라요?”

“아니? 이미 정했는데.”

김도빈의 물음에 즉답하고는 두 데모곡 중 견하준의 것을 휴대폰으로 전송했다.

“……그러면 왜 두 개 다 들려줬어요?”

“내가 언제 너 들으라고 들려줬냐. 헤드셋 계속 쓰고 있으니까 귀 아파서 헤드셋 연결 끊고 그냥 튼 거지.”

그리고 음색이고 가창력이고 다 떠나서 가사 전달력이 ‘롸이트 나이트’ 이 지랄 났는데, 류재희 걸 어떻게 쓰냐.

덕분에 후렴구 역시 내 머릿속에서 자동으로 견하준의 파트로 정해졌다.

이번 활동에서 결코 류재희가 영어를 쓸 일이 없도록 파트를 분배하겠다.

“그런데 형, 이걸 이틀 만에 작업한 거예요? 밤새우면서?”

어느새 입에 붙기라도 한 건지 ‘그럼 이제 대답해 줘 all right or night?’ 후렴구 부분을 흥얼거리던 김도빈이 불쑥 물었다.

미간을 꿈틀하며 그게 가능하겠냐고, 대가리가 있으면 생각 좀 하고 물어보라고 꼽주려던 찰나.

“우와, 대박이다! 이틀 만에 이런 퀄리티의 곡을……!”

“와, 이게 가능해요? 우리 형 천재다, 천재!”

나를 무슨 음악 신동 모차르트 보는 눈으로 올려다보는 김도빈과 초롱초롱한 눈으로 박수를 짝짝 치는 류재희의 모습에 조용히 말을 삼키며 볼을 긁적였다.

저 녀석들이 저렇게 좋아하는데. 이틀 만에 명곡 뽑아낸 재능충 천재 하지, 뭐.

* * *

데모곡은 다음 활동 내부 회의 전까지 무사히 완성되었다.

공책에 써진 ‘데모곡 완성’에 지익, 줄을 그었다. 그러고는 그 밑에 쓰인 문장으로 시선을 옮겼다.

‘김도빈이랑 진지한 상담 나누기’

회귀 전, 레브가 3년 차까지 망돌이었음을 회상했을 때 김도빈 스폰설은 말이 안 되긴 했다.

만약 그랬다면, 레브는 서예현의 직캠이 아니라, 김도빈의 다른 걸로 떴어야지.

하지만 그건 김도빈이 스폰 제안을 받아들였을 때의 이야기고, 소속사의 스폰 제안을 거절했다면 회귀 전의 상황도 얼추 들어맞는다.

아무리 김도빈이 현재 미성년자지만 세상엔 상식을 벗어난 미친놈들이 존재하는 법이다.

연예계에 7년간 몸담으면서 그런 더러운 소문들 한두 번 들은 것도 아니고.

“너도 내가 왜 너 혼자 불렀는지 대충 눈치 까고는 있지?”

대뜸 내뱉은 말에 내 앞에 앉은 김도빈의 눈동자가 잘게 떨렸다.

굳게 닫혀 있는 문은 잠겨 있는 터라 누군가가 출입할 염려는 없었다.

“티 났어요……?”

“그 단어 나올 때마다 움찔거리는데 눈치를 못 채는 게 등신, 아, 머저리, 아오! 멍청이지.”

순식간에 4점이나 깎인 초심도를 보자 절로 한숨이 나왔다.

리더 노릇 좀 해 보려다가 이게 무슨 꼴이야.

“언제부터냐?”

“ 활동 때부터…….”

좀 됐네.

하지만 그 당시는 갑작스러운 회귀로 정신이 없었을뿐더러 망돌 벗어나기 플랜 짜느라 바빠서 주위를 둘러볼 여유가 없었다.

그러니 김도빈의 이변을 빨리 눈치채지 못한 건 당연한 일이었다.

“진작 말하지 그랬냐. 같이 짊어지게.”

혀를 차며 말하자 김도빈이 눈을 끔벅였다.

“같이 짊어져요……?”

“어, 같이.”

고민은 나눌수록 가벼워진다, 몰라? 점점 격렬해지는 눈동자의 떨림에 눈썹을 치켰다.

“형, 혹시 저희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건 아니죠?”

녀석의 눈에 담긴 간절한 감정에 답답한 심경을 담은 한숨을 내뱉으며 앞머리를 신경질적으로 쓸어 올렸다.

“너는 지금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건데?”

“형이, 형이 먼저 말하면 안 될까요?”

말까지 더듬으며 황급히 내 팔을 잡는 김도빈의 손을 복잡한 감정이 얽힌 눈으로 내려다보았다.

그야 당연히 네가 제안받은…….

“스ㅍ-”

“으아아! 죄송하지만, 그건 아닌 거 같아요, 형!”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귀를 막은 채로 벌떡 일어난 김도빈이 후다닥 문으로 달려갔다. 죄송해? 뭐가? 설마 나한테 고민이라는 부담을 얹어 주는 게? 마음이 심란했다.

다급한 손길로 잠근 문을 열고 밖으로 뛰쳐나가는 녀석의 뒤에 대고 진지하게 말해 줬다.

“생각 바뀌면 언제든지 말해라. 받아 줄 테니까.”

혹시 애한테 스폰 권유했냐고 대표님이랑 드잡이할 수도 없고. 하…… 솔직하게 말해 줄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 * *

마침내 결전의 날이 다가왔다.

휴대폰에 잘 저장되어 있는 데모곡을 확인하고는 우리를 데리러 온 매니저 형의 부름에 소파에 앉아 있던 몸을 일으켰다.

“……너희 어디 전쟁 나가냐?”

우리의 비장한 표정에 매니저 형이 떨떠름하게 물었다.

전쟁이라면 전쟁이지. 우리 그룹의 미래가 오늘의 내부 회의에 달려 있는데.

거꾸러져서 앞으로 3년간은 무명 망돌로 살아가느냐.

아니면 성공해서 1군으로 향하는 발판을 다지느냐.

둘 중 하나였다.

“매니저 형, 혹시 대표님이 받아 오셨다던 노래, 들어 봤어요?”

천진난만한 김도빈의 물음에 매니저 형이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시선을 회피했다.

“얘들아, 너무…… 너무 기대는 하지 말고…….”

말끝을 잔뜩 흐리며 중얼거리는 말에 멤버들이 알 만하다는 얼굴로 시선을 교환했다.

대표님이 어느 구린 곡을 가져오더라도 우리한테는 이 천재 프로듀서 윤이든 님이 작곡하고, 회귀 전에 차트 인으로 성공까지 보장받은 곡이 있었다.

그러므로 애초부터 기대는 없었다는 말씀.

작은 회의실의 문을 열자 소속사의 몇 안 되는 직원들과 대표님이 우리를 반겼다.

“왔구나. 우리 LnL의 자랑스러운 얼굴들!”

그러겠지. LnL 소속 연예인은 레브뿐이니까. 누가 들으면 소속 연예인 대여섯은 더 있는 줄 알겠네.

인자하게 웃는 얼굴을 복잡한 심경을 담아 마주 보았다.

정산금 횡령은 기본이요. 빠따 들고 소속 아이돌을 후려쳤다는 카더라까지 돌던 모 엔터 악덕 사장보단 사람 됨됨이는 훨씬 괜찮은데…….

대체 어째서 연예게에 종사하시는 분 감각이…….

자리에 앉아 너튜브에서 보고 온, 심신을 안정시키는 데 효과가 있다는 호흡법을 미리 따라 했다.

얼마나 또 혈압이 올라갈지 몰랐기에 지금부터라도 최대한 진정시켜 놔야 했다.

“데뷔곡 활동도 끝났으니까 슬슬 다음 활동 준비 들어가야지?”

대표님의 믿음직스러운 미소를 마주하자 벌써 심장이 세차게 뛰어댔다.

서당 개도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LnL에서 7년쯤 버티면 저 미소 이후에 무슨 사람 복장 터트리는 상황이 나올지 다 예상이 갔다.

“자, 내가 데모곡을 받아 왔는데, 타이틀곡 후보가 세 개 정도다. 활동 당사자는 너희니까 다 같이 한 번 들어 보고 타이틀곡 한 번 골라 봐.”

이 짧은 시간에 곡 세 개? 분명 그 작곡가 놈이 아무거나 얻어걸리라고 전에 작업해 놨던 음원까지 떠넘겼을 확률이 100%다.

“너희 들려주기 전에 직원들끼리 먼저 들어 봤는데, 다들 괜찮다고 이구동성으로 그러더라고. 하하.”

우리에게 미안하긴 한지 슬그머니 우리들의 시선을 피하는 직원들의 모습에 혀를 찼다.

이해합니다. 사회생활 참 힘드시죠. 그래도 좀 누구 하나라도 대표님께 현실을 알려 줘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 말입니다.

무려 세 곡이나 눈탱이를 맞은 게 너무나도 자랑스러우신 건지.

한껏 뿌듯하다는 얼굴의 대표님이 노트북에 USB를 연결하더니 곡을 재생했다.

‘와, 이딴 곡을 돈 받고 팔아먹네.’

아무리 들어도 2분짜리 습작을 억지로 3분 01초까지 늘린 거 같은데.

요즘은 쓰레기도 돈 주고 사고파는 시대인가 보네. 이야, 세상 참 좋아졌다, 좋아졌어.

진정한 창조경제를 실현하는 모 작곡가를 향해 속으로 감탄사를 보내 주었다.

저런 쓰레기를 돈 주고 사 옴으로써 희대의 돈지랄을 한 대표님에 대한 찬사는 덤이었다.

두통까지 유발할 정도로 난해하고 혼잡하기 그지없던 두 곡을 버티니 드디어 마지막 곡이 재생되었다.

그나마 귀에 익은 하우스풍 멜로디가 꽂혔다. 회귀 전, 미니 1집 타이틀곡이었다.

회귀 전에도 미니 1집은 멤버들과 팬들 양측에서 ‘이름을 말해서는 안 되는 그 앨범’과 ‘그 곡’ 취급을 받아왔다.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럴 만했다. 그 노래를 무대에서 맨정신으로 불렀다는 것 자체가 일종의 흑역사였으니까.

작곡가가 직접 녹음한 건지 잔뜩 뭉개지는 가사를 들으며 이마를 짚었다. 주화입마가 올 것 같았다.

‘작사를 진짜 중2한테 맡겼나.’

가사는 저따윈데 콘셉트는 또 우주였다. 다중우주.

혈화(血花)와 흑염룡이 등장해도 어색하지 않은 가사를 듣자마자 잊고 지내던 기억이 아주 새록새록 되살아났다.

인터스텔라 표절이라고 말이 나오는 게 아닐까 전전긍긍했던 뮤비부터 대표님이 오늘처럼 들이밀었던 세 곡 중에서 그나마 제일 나은 곡인 저 곡을 울며 겨자 먹기로 골랐던 기억까지.

뷔페에 핵폐기물과 음식물 쓰레기를 각각 차려 놓고 가져다 먹으라고 한다면 그나마 음식물 쓰레기를 선택하지 않겠나.

대표님도 후광 효과를 노리고 마지막에 저 곡을 배치한 게 분명했다.

노래가 끝나자 노트북을 덮은 대표님이 턱을 괴고는 미소 띤 얼굴로 우리를 돌아보았다.

“어때, 괜찮지? 나는 개인적으로 세 번째가 타이틀 감이라고 생각하는데. 어디, 우리 리더는 어떻게 생각하냐?”

“제 의견을 물어보시니 굳이 답해 드린다면…… 셋 다 최악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표님께서 미는 세 번째는 그나마 제일 나은 쓰레기?”

직설적인 내 대답에 대표님의 눈이 커졌다.

반대로 직원들과 멤버들의 얼굴에는 사이다라도 들이켠 듯 속 시원하다는 표정이 떠올랐다.

“이 곡으로 활동하느니 차라리 판권 사서 리메이크하는 게 낫겠는데요. 후자는 이미지가 망가지더라도 화제성이라도 있지, 전자는 뭐…….”

코믹 뽕짝곡으로 유명세를 탄 노래를 언급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내 옆구리를 툭, 친 서예현이 미쳤냐는 듯 눈을 부릅떴다.

무대에서 을 부르고 있는 제 모습을 상상해 버린 듯했다.

그런 그를 향해 안심하라는 듯 손을 내저었다.

아무리 감이 없는 우리 대표님이라도 설마 그런 무리수를 진담으로 받아들이겠냐고.

하지만 대표님은 예상보다 더 강적이었고 예측을 뛰어넘은 감 없는 노답이었다.

“…… 이라…… 괜찮은데? 3집은 그걸로 갈까?”

돌겠네,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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