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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ự Trở Lại Của Một Thần Tượng Đã Mất Đi Lý Tưởng Ban Đầu RAW - C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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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140화(140/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140화
겁먹은 얼굴로 숨을 헐떡거리고 있는 류재희를 다급하게 불렀다.
“야, 류재희! 재희야!”
눈을 깜빡이며 다시금 목을 긁으려 하는 손 때문에 손목을 꽉 눌러 제지하며 물었다.
“숨 안 쉬어져? 말할 수는 있고? 말 못 하겠으면 고개 끄덕여 봐.”
“아직 목소리는 나오는데…….”
류재희가 자그마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야, 뭐 해! 얼른 119 불러! 애 죽기 일보 직전이잖아!”
김도빈을 휙 돌아보며 외치자, 내가 각혈했을 때처럼 정신줄을 놓은 채로 멍하니 바라보던 김도빈이 다급히 휴대폰을 들었다.
정신없이 휴대폰 화면을 터치하는 김도빈을 향해 서예현이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도빈아, 재희 안 죽으니까. 침착하게 119 말고 상철이 형한테 전화해. 구급차보다는 매니저 형이 게 더 빠를 거니까. 더 가깝잖아.”
류재희의 손목을 붙들고 있던 내 손을 떼고 두드러기가 올라온 목과 색색거리는 숨소리를 살핀 서예현이 혀를 찼다.
“알러지네. 윤이든, 너는 재희 좀 평평한 곳에 일단 눕혀. 에피네프린 가지고 있는 사람 없지?”
“약국 가서 사 올까요?”
이미 겉옷을 챙겨입고 나온 견하준이 현관으로 다급히 향하며 물었다.
“아마 동네 약국에서는 잘 안 팔걸. 일단 응급실로 데려가는 게 먼저긴 한데…… 혹시 모르니까 한번 다녀올래?”
서예현의 부탁에 견하준이 곧바로 숙소를 나섰다. 언뜻 보인 얼굴은 죄책감에 젖어 있었다.
부스러기와 크림의 잔해밖에 남지 않은 디저트 상자를 살핀 서예현이 미간을 문질렀다.
“남은 게…… 없네. 재희가 뭐 먹었지?”
“전부 다 몇 입씩 먹었잖아.”
“초콜릿이랑 생크림은 평소에도 잘 먹은 거니까 알러지 유발 원인은 아니겠고, 체리인가?”
거실 바닥에 눕힌 류재희의 상태를 체크하면서 류재희가 목을 긁지 못하게 계속 막고 있자.
초조한 얼굴로 휴대폰만 보던 김도빈이 전화를 받고 우리에게 외쳤다.
“매니저 형 도착했대요! 데리고 빨리 내려오래요!”
류재희를 다급히 업고 김도빈이 열어 준 현관문을 나섰다. 서예현과 김도빈 역시 내 뒤를 따라왔다.
그렇게 실려 간 응급실에서 에피네프린 주사를 처방받고 나서야 류재희의 상태는 호전되었다.
알러지로 인한 아나필락시스 쇼크 증상이었다. 다행히 목숨이 위험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지만, 응급실에 늦게 왔으면 증상이 더 심각해질 뻔했다.
“형은 왜 이렇게 침착해?”
응급실 침대 옆 의자에 걸터앉아 있는 서예현을 보며 묻자 그가 눈을 살짝 찌푸리며 대꾸했다.
“동생이 키위 알러지가 있거든. 덕분에 두 번인가 세 번인가 비슷한 일을 겪어서. 그때는 지금보다 더 상황이 심각하기도 했고.”
긁어 댄 덕분에 두드러기는 많이 가라앉았지만, 여전히 붉은 기가 남은 류재희의 목을 바라보는 서예현의 표정은 착잡했다.
가볍게 제 머리를 토닥이는 서예현의 손에 얌전히 응급실 침대에 누워 있던 류재희의 표정이 묘해졌다.
“목은 좀 어때, 괜찮냐?”
“아아아, 음음. 이제는 좀 괜찮은 거 같아요.”
생수를 내밀며 묻자 생수병째로 들이켠 류재희가 목을 연신 가다듬어 보고는 멀쩡하게 돌아온 제 목소리에 안도 어린 표정을 하고선 대답했다.
뒤늦게 병원으로 도착한 견하준의 얼굴을 본 류재희가 웃음을 터트렸다.
“하준이 형 표정 완전 웃겨.”
“……미안.”
“에이, 형이 미안할 게 뭐 있어요. 알러지 있는지도 모르고 그냥 먹은 내 잘못이지. 누님한테 케이크 맛있게 먹었다고 전해 주세요.”
류재희의 옆에 착 붙어 앉아서 그의 손을 꾹 잡고 있던 김도빈이 훌쩍였다.
“야, 너는 나 입원했을 때는 아무렇지도 않아 하더니?”
삐딱하게 타박을 날리자 김도빈이 코를 훌쩍이며 반박했다.
“형은 그때 링겔 다 맞자마자 멀쩡하게 걸어 다녔잖아요, 크흥. 지금 얘 상태 좀 봐봐요.”
여전히 해쓱한 류재희의 얼굴을 보자 더 무어라 할 말이 사라졌다.
알러지 검사 결과 류재희는 체리 알러지를 가지고 있었다.
“체리 알러지 있는 애한테 체리를 먹이면 어떡하냐, 니들은.”
매니저 형이 이마를 짚으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류재희가 멋쩍게 우리를 변호했다.
“저도 몰랐어요, 형. 제가 체리를 먹어 본 적이 없어서…… 저는 체리마루도 안 먹는 사람이었단 말이에요.”
“일단 소속사에 보고 올릴 테니까 너희도 재희 식단 신경 좀 써, 알겠지? 알러지 있는 사람 재희 말고 또 없어?”
“나.”
손을 번쩍 들자 매니저 형이 물었다.
“너는 무슨 알러지 있는데?”
“먼지 알러지.”
“이든아, 너는 먼지를 밥으로 먹냐? 청소를 깨끗하게 해, 청소를!”
“오, 형. 방금 되게 우리 엄마 같았어.”
상황이 종료되고 모두 안전해졌기 때문일까, 킬킬거리며 웃자 매니저 형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치료를 마친 이후에도 추이를 지켜보느라 대기실에서 20분 정도 대기한 후에야 우리는 다시 숙소로 귀가할 수 있었다.
물론 이번 주 방영분은 끝난 지 오래였다. 하지만 내가 나온 건 3화 분량이라 다음 주에도 본방 시간은 돌아왔다.
“저 이제 이든이 형 마음을 좀 알 것 같아요.”
소파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팔짱을 낀 류재희가 뚱한 얼굴로 말을 꺼냈다.
다들 어리둥절한 눈으로 그를 돌아보자 류재희가 씩씩거리며 바락바락 소리쳤다.
“다들 너무 담담해! 건강 광인 겸 119 광인 이든이 형 빼고!”
그러고 보니까 이번에도 난리 친 건 나뿐이었다. 나에게만 그렇게 반응하는 게 아니었다는 것에 안도해야 하는지, 멤버들의 공감 능력을 한탄해야 하는지, 원.
“그때도 그렇고 이번도 그렇고 놀라긴 놀랐지. 그런데 옆에서 호들갑 떨면 당사자가 더 놀랄 수가 있잖아.”
제일 먼저 견하준이 한숨을 내쉬며 대꾸했다. 우리 준이는 공감 능력이 없는 게 아니고 배려심이 넘치는 거였구나.
“머리가 백지가 됨. 아무 생각이 안 나.”
김도빈 역시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한 마디 얹었다. 우리 도빈이는 위기 상황에 그냥 생각이 없어지는 타입이구나. 저 녀석하고는 절대 단둘이만 있으면 안 되겠다.
“우리가 난리 친다고 네가 아픈 게 낫는 건 아니지. 침착하고 응급처치하는 게 그 상황에서는 훨씬 도움이 될걸.”
서예현이 하도 뛰어다니느라 흐트러진 머리를 쓸어 올리며 말했다. 이 인간은 MBTI T구나.
내가 각혈하고 방바닥을 굴러다니며 난리 칠 때 나를 필사적으로 바닥에 고정시켜 놓으려 하던 서예현의 모습을 회상하자, 그래도 이 인간이 언행일치하는 타입임을 알 수 있었다. 그게 나름 응급처치였구나.
설득될락 말락 하는 얼굴을 하고 있는 류재희를 향해 훈훈하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괜찮아, 재희야. 저 녀석들이 이상한 거지, 우리는 정상이다.”
류재희가 감격한 얼굴로 엄지를 치켜들었다.
“역시 이든이 형밖에 없어요! 다음에 형이 각혈하면 열과 성을 다해 리액션할게요.”
“인마, 지금 나보고 또 각혈하라고 고사 지내냐?”
“아니, 왜 말이 이렇게 되는 거지…… 아니, 그게 아니라 형이 아프면……? 아니, 아프지는 마시고…….”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시선을 필사적으로 피하는 류재희의 정수리를 삐딱하게 웃으며 꾹꾹 눌러 주었다.
“악, 형! 누르면 키 안 커요! 저 아팠는데! 저 고작 몇 시간 전에 응급실 실려 갔는데!”
그래서 헤드록 걸 거 머리 누르기로 봐 주니까, 이게.
*   *   *
내정된 타이틀곡인 를 놓고 콘셉트 회의가 진행되었다.
이미 우리가 생각해 놓은 콘셉트가 있었지만 오늘은 기획팀에서 PPT를 만들어 왔다고 했으므로 어디 한번 보자는 심산으로 순서를 양보했다.
우리의 개허접한 PPT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깔끔한 PPT를 보다가 옆에 앉아 있는 김도빈을 툭툭 쳤다.
‘도빈아.’
입모양으로 부르자 김도빈이 눈을 깜빡였다.
‘USB 숨겨라.’
우리가 생각했던 콘셉트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기까지 했으므로 굳이 우리까지 발표를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드디어 가내수공업 아이돌에서 해방이었다.
다른 멤버들의 표정 역시 만족했다는 표정이었다. 김도빈에게 다들 한 번씩 눈치 주는 것까지 보니 다 같은 생각인 듯했다.
짝짝짝, 박수를 친 대표님이 PPT가 띄워진 스크린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그런데 지금까지 발표한 컨셉으로만 가면 좀 심심할 거 같은데? 평행우주를 넣는다던가, 어?”
“리버스…… 이면…… 오, 괜찮을 것 같은데요?”
“확실히, 두 가지 버전을 모두 보여 줄 수도 있고요.”
그놈의 우주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자동반사적으로 인상이 구겨지긴 했지만, 이번만큼은 듣고 보니 괜찮았기에 우리 역시 딱히 반대는 하지 않았다.
데뷔 초부터 부르짖던 그놈의 우주 의견이 드디어 받아들여진 게 어지간히 기쁜지 대표님의 표정은 참으로 뿌듯해 보였다. 소도 뒷걸음질 치다가 쥐 잡는다더니.
“그런데 그러면 예산이 원래 기획 예산의 배가…….”
“괜찮아, 괜찮아.”
대표님이 손을 내저었다. 회의실 안 모두의 시선을 받자 대표님이 허허 웃으며 말했다.
“아, 내가 말을 안 했나? 스피또 당첨됐거든.”
상상을 훨씬 벗어난 말에 입을 떡 벌렸다. 저 미친 운스탯.
그러면 회귀 전에도 갑자기 활동하자고 활동 날짜를 잡았던 이유가……?
“그러니까 이번 활동은 돈 걱정하지 말고 마음껏 해 봐! 우리도 대상 가수 하나는 배출해야지!”
어차피 LnL에 아티스트라고는 레브밖에 없지 않나요.
회의가 끝나고, 대표님이 몸을 일으키시기 전에 앞으로 다가가 공손히 종이와 펜을 내밀었다.
“저, 대표님. 로또 번호 점지 좀…….”
이런 건 당첨자의 기를 받아가야 하는 법이지. 대표님이 허허 웃으며 6개의 숫자를 갈겨 적었다.
서예현 역시 끼어서 로또 번호를 받아 갔다.
그리고 발표일.
“이야, 당첨이다!”
내 외침에 각자의 방에 있던 막내 라인이 득달같이 방으로 달려왔다.
“헐, 진짜요? 얼마예요?”
“이번 1등 당첨금 45억이래요! 와, 대박!”
“45억이면 얼마야, 대체? 형, 혹시 람보르기니 사실 거면 저 한 번만 옆에 태워 주시면 안 될까요.”
김칫국을 거하게 들이켜는 막내 라인을 향해 진실을 말해 주었다.
“5만 원.”
김샌 얼굴이 된 둘은 마찬가지로 대표님에게 번호 6개를 받아 갔던 서예현에게로 타겟을 돌렸다.
“예현이 형은요?”
서예현이 로또 용지를 꽉 구기며 대꾸했다.
“……5천 원.”
“그래도 꽝은 아니고 당첨은 됐네. 5천원이 어디예요, 형. 땅 파면 5천 원 나오는 것도 아닌데.”
견하준의 말에 서예현이 머리를 긁적이며 투덜거렸다.
“젠장, 그런데 왜 얘는 5만 원이고 나는 5천 원이냐고.”
“그러게 착하게 살지 그랬어. 나 봐봐, 착하게 사니까 0 하나를 더 붙여 주잖아.”
“그건 좀…….”
견하준의 중얼거림에 충격 어린 눈으로 견하준을 돌아보았다. 준아, 너마저……?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140화(140/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140화

겁먹은 얼굴로 숨을 헐떡거리고 있는 류재희를 다급하게 불렀다.

“야, 류재희! 재희야!”

눈을 깜빡이며 다시금 목을 긁으려 하는 손 때문에 손목을 꽉 눌러 제지하며 물었다.

“숨 안 쉬어져? 말할 수는 있고? 말 못 하겠으면 고개 끄덕여 봐.”

“아직 목소리는 나오는데…….”

류재희가 자그마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야, 뭐 해! 얼른 119 불러! 애 죽기 일보 직전이잖아!”

김도빈을 휙 돌아보며 외치자, 내가 각혈했을 때처럼 정신줄을 놓은 채로 멍하니 바라보던 김도빈이 다급히 휴대폰을 들었다.

정신없이 휴대폰 화면을 터치하는 김도빈을 향해 서예현이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도빈아, 재희 안 죽으니까. 침착하게 119 말고 상철이 형한테 전화해. 구급차보다는 매니저 형이 게 더 빠를 거니까. 더 가깝잖아.”

류재희의 손목을 붙들고 있던 내 손을 떼고 두드러기가 올라온 목과 색색거리는 숨소리를 살핀 서예현이 혀를 찼다.

“알러지네. 윤이든, 너는 재희 좀 평평한 곳에 일단 눕혀. 에피네프린 가지고 있는 사람 없지?”

“약국 가서 사 올까요?”

이미 겉옷을 챙겨입고 나온 견하준이 현관으로 다급히 향하며 물었다.

“아마 동네 약국에서는 잘 안 팔걸. 일단 응급실로 데려가는 게 먼저긴 한데…… 혹시 모르니까 한번 다녀올래?”

서예현의 부탁에 견하준이 곧바로 숙소를 나섰다. 언뜻 보인 얼굴은 죄책감에 젖어 있었다.

부스러기와 크림의 잔해밖에 남지 않은 디저트 상자를 살핀 서예현이 미간을 문질렀다.

“남은 게…… 없네. 재희가 뭐 먹었지?”

“전부 다 몇 입씩 먹었잖아.”

“초콜릿이랑 생크림은 평소에도 잘 먹은 거니까 알러지 유발 원인은 아니겠고, 체리인가?”

거실 바닥에 눕힌 류재희의 상태를 체크하면서 류재희가 목을 긁지 못하게 계속 막고 있자.

초조한 얼굴로 휴대폰만 보던 김도빈이 전화를 받고 우리에게 외쳤다.

“매니저 형 도착했대요! 데리고 빨리 내려오래요!”

류재희를 다급히 업고 김도빈이 열어 준 현관문을 나섰다. 서예현과 김도빈 역시 내 뒤를 따라왔다.

그렇게 실려 간 응급실에서 에피네프린 주사를 처방받고 나서야 류재희의 상태는 호전되었다.

알러지로 인한 아나필락시스 쇼크 증상이었다. 다행히 목숨이 위험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지만, 응급실에 늦게 왔으면 증상이 더 심각해질 뻔했다.

“형은 왜 이렇게 침착해?”

응급실 침대 옆 의자에 걸터앉아 있는 서예현을 보며 묻자 그가 눈을 살짝 찌푸리며 대꾸했다.

“동생이 키위 알러지가 있거든. 덕분에 두 번인가 세 번인가 비슷한 일을 겪어서. 그때는 지금보다 더 상황이 심각하기도 했고.”

긁어 댄 덕분에 두드러기는 많이 가라앉았지만, 여전히 붉은 기가 남은 류재희의 목을 바라보는 서예현의 표정은 착잡했다.

가볍게 제 머리를 토닥이는 서예현의 손에 얌전히 응급실 침대에 누워 있던 류재희의 표정이 묘해졌다.

“목은 좀 어때, 괜찮냐?”

“아아아, 음음. 이제는 좀 괜찮은 거 같아요.”

생수를 내밀며 묻자 생수병째로 들이켠 류재희가 목을 연신 가다듬어 보고는 멀쩡하게 돌아온 제 목소리에 안도 어린 표정을 하고선 대답했다.

뒤늦게 병원으로 도착한 견하준의 얼굴을 본 류재희가 웃음을 터트렸다.

“하준이 형 표정 완전 웃겨.”

“……미안.”

“에이, 형이 미안할 게 뭐 있어요. 알러지 있는지도 모르고 그냥 먹은 내 잘못이지. 누님한테 케이크 맛있게 먹었다고 전해 주세요.”

류재희의 옆에 착 붙어 앉아서 그의 손을 꾹 잡고 있던 김도빈이 훌쩍였다.

“야, 너는 나 입원했을 때는 아무렇지도 않아 하더니?”

삐딱하게 타박을 날리자 김도빈이 코를 훌쩍이며 반박했다.

“형은 그때 링겔 다 맞자마자 멀쩡하게 걸어 다녔잖아요, 크흥. 지금 얘 상태 좀 봐봐요.”

여전히 해쓱한 류재희의 얼굴을 보자 더 무어라 할 말이 사라졌다.

알러지 검사 결과 류재희는 체리 알러지를 가지고 있었다.

“체리 알러지 있는 애한테 체리를 먹이면 어떡하냐, 니들은.”

매니저 형이 이마를 짚으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류재희가 멋쩍게 우리를 변호했다.

“저도 몰랐어요, 형. 제가 체리를 먹어 본 적이 없어서…… 저는 체리마루도 안 먹는 사람이었단 말이에요.”

“일단 소속사에 보고 올릴 테니까 너희도 재희 식단 신경 좀 써, 알겠지? 알러지 있는 사람 재희 말고 또 없어?”

“나.”

손을 번쩍 들자 매니저 형이 물었다.

“너는 무슨 알러지 있는데?”

“먼지 알러지.”

“이든아, 너는 먼지를 밥으로 먹냐? 청소를 깨끗하게 해, 청소를!”

“오, 형. 방금 되게 우리 엄마 같았어.”

상황이 종료되고 모두 안전해졌기 때문일까, 킬킬거리며 웃자 매니저 형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치료를 마친 이후에도 추이를 지켜보느라 대기실에서 20분 정도 대기한 후에야 우리는 다시 숙소로 귀가할 수 있었다.

물론 이번 주 방영분은 끝난 지 오래였다. 하지만 내가 나온 건 3화 분량이라 다음 주에도 본방 시간은 돌아왔다.

“저 이제 이든이 형 마음을 좀 알 것 같아요.”

소파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팔짱을 낀 류재희가 뚱한 얼굴로 말을 꺼냈다.

다들 어리둥절한 눈으로 그를 돌아보자 류재희가 씩씩거리며 바락바락 소리쳤다.

“다들 너무 담담해! 건강 광인 겸 119 광인 이든이 형 빼고!”

그러고 보니까 이번에도 난리 친 건 나뿐이었다. 나에게만 그렇게 반응하는 게 아니었다는 것에 안도해야 하는지, 멤버들의 공감 능력을 한탄해야 하는지, 원.

“그때도 그렇고 이번도 그렇고 놀라긴 놀랐지. 그런데 옆에서 호들갑 떨면 당사자가 더 놀랄 수가 있잖아.”

제일 먼저 견하준이 한숨을 내쉬며 대꾸했다. 우리 준이는 공감 능력이 없는 게 아니고 배려심이 넘치는 거였구나.

“머리가 백지가 됨. 아무 생각이 안 나.”

김도빈 역시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한 마디 얹었다. 우리 도빈이는 위기 상황에 그냥 생각이 없어지는 타입이구나. 저 녀석하고는 절대 단둘이만 있으면 안 되겠다.

“우리가 난리 친다고 네가 아픈 게 낫는 건 아니지. 침착하고 응급처치하는 게 그 상황에서는 훨씬 도움이 될걸.”

서예현이 하도 뛰어다니느라 흐트러진 머리를 쓸어 올리며 말했다. 이 인간은 MBTI T구나.

내가 각혈하고 방바닥을 굴러다니며 난리 칠 때 나를 필사적으로 바닥에 고정시켜 놓으려 하던 서예현의 모습을 회상하자, 그래도 이 인간이 언행일치하는 타입임을 알 수 있었다. 그게 나름 응급처치였구나.

설득될락 말락 하는 얼굴을 하고 있는 류재희를 향해 훈훈하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괜찮아, 재희야. 저 녀석들이 이상한 거지, 우리는 정상이다.”

류재희가 감격한 얼굴로 엄지를 치켜들었다.

“역시 이든이 형밖에 없어요! 다음에 형이 각혈하면 열과 성을 다해 리액션할게요.”

“인마, 지금 나보고 또 각혈하라고 고사 지내냐?”

“아니, 왜 말이 이렇게 되는 거지…… 아니, 그게 아니라 형이 아프면……? 아니, 아프지는 마시고…….”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시선을 필사적으로 피하는 류재희의 정수리를 삐딱하게 웃으며 꾹꾹 눌러 주었다.

“악, 형! 누르면 키 안 커요! 저 아팠는데! 저 고작 몇 시간 전에 응급실 실려 갔는데!”

그래서 헤드록 걸 거 머리 누르기로 봐 주니까, 이게.

*   *   *

내정된 타이틀곡인 를 놓고 콘셉트 회의가 진행되었다.

이미 우리가 생각해 놓은 콘셉트가 있었지만 오늘은 기획팀에서 PPT를 만들어 왔다고 했으므로 어디 한번 보자는 심산으로 순서를 양보했다.

우리의 개허접한 PPT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깔끔한 PPT를 보다가 옆에 앉아 있는 김도빈을 툭툭 쳤다.

‘도빈아.’

입모양으로 부르자 김도빈이 눈을 깜빡였다.

‘USB 숨겨라.’

우리가 생각했던 콘셉트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기까지 했으므로 굳이 우리까지 발표를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드디어 가내수공업 아이돌에서 해방이었다.

다른 멤버들의 표정 역시 만족했다는 표정이었다. 김도빈에게 다들 한 번씩 눈치 주는 것까지 보니 다 같은 생각인 듯했다.

짝짝짝, 박수를 친 대표님이 PPT가 띄워진 스크린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그런데 지금까지 발표한 컨셉으로만 가면 좀 심심할 거 같은데? 평행우주를 넣는다던가, 어?”

“리버스…… 이면…… 오, 괜찮을 것 같은데요?”

“확실히, 두 가지 버전을 모두 보여 줄 수도 있고요.”

그놈의 우주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자동반사적으로 인상이 구겨지긴 했지만, 이번만큼은 듣고 보니 괜찮았기에 우리 역시 딱히 반대는 하지 않았다.

데뷔 초부터 부르짖던 그놈의 우주 의견이 드디어 받아들여진 게 어지간히 기쁜지 대표님의 표정은 참으로 뿌듯해 보였다. 소도 뒷걸음질 치다가 쥐 잡는다더니.

“그런데 그러면 예산이 원래 기획 예산의 배가…….”

“괜찮아, 괜찮아.”

대표님이 손을 내저었다. 회의실 안 모두의 시선을 받자 대표님이 허허 웃으며 말했다.

“아, 내가 말을 안 했나? 스피또 당첨됐거든.”

상상을 훨씬 벗어난 말에 입을 떡 벌렸다. 저 미친 운스탯.

그러면 회귀 전에도 갑자기 활동하자고 활동 날짜를 잡았던 이유가……?

“그러니까 이번 활동은 돈 걱정하지 말고 마음껏 해 봐! 우리도 대상 가수 하나는 배출해야지!”

어차피 LnL에 아티스트라고는 레브밖에 없지 않나요.

회의가 끝나고, 대표님이 몸을 일으키시기 전에 앞으로 다가가 공손히 종이와 펜을 내밀었다.

“저, 대표님. 로또 번호 점지 좀…….”

이런 건 당첨자의 기를 받아가야 하는 법이지. 대표님이 허허 웃으며 6개의 숫자를 갈겨 적었다.

서예현 역시 끼어서 로또 번호를 받아 갔다.

그리고 발표일.

“이야, 당첨이다!”

내 외침에 각자의 방에 있던 막내 라인이 득달같이 방으로 달려왔다.

“헐, 진짜요? 얼마예요?”

“이번 1등 당첨금 45억이래요! 와, 대박!”

“45억이면 얼마야, 대체? 형, 혹시 람보르기니 사실 거면 저 한 번만 옆에 태워 주시면 안 될까요.”

김칫국을 거하게 들이켜는 막내 라인을 향해 진실을 말해 주었다.

“5만 원.”

김샌 얼굴이 된 둘은 마찬가지로 대표님에게 번호 6개를 받아 갔던 서예현에게로 타겟을 돌렸다.

“예현이 형은요?”

서예현이 로또 용지를 꽉 구기며 대꾸했다.

“……5천 원.”

“그래도 꽝은 아니고 당첨은 됐네. 5천원이 어디예요, 형. 땅 파면 5천 원 나오는 것도 아닌데.”

견하준의 말에 서예현이 머리를 긁적이며 투덜거렸다.

“젠장, 그런데 왜 얘는 5만 원이고 나는 5천 원이냐고.”

“그러게 착하게 살지 그랬어. 나 봐봐, 착하게 사니까 0 하나를 더 붙여 주잖아.”

“그건 좀…….”

견하준의 중얼거림에 충격 어린 눈으로 견하준을 돌아보았다. 준아, 너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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