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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ự Trở Lại Của Một Thần Tượng Đã Mất Đi Lý Tưởng Ban Đầu RAW - C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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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133화(133/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133화
인생에 정답은 없다는 걸 알고 있다.
회귀 전과 많은 게 바뀌어 버린 이상, 결과 역시 회귀 전과 같지 않을 수 있다는 것 역시 충분히 알고 있다.
내 음악에는 확신이 있었기에 내 곡이 거꾸러지는 걸 두려워하는 건 아니었다. 그저 그 빌어먹을 곡을 쉽게 떨궈 낼 수가 없어서 그렇지.
은 레브 멤버들 모두에게 의미가 깊은 곡이었다.
우리를 낭떠러지 끝에서 구해 주고 우리의 인생을 바꿔 준 곡.
일례로 서예현의 휴대폰 컬러링은 이후로 계속해서 이었다.
그리고 내게는 완전히 외면할 수도, 좋아할 수도 없는 애증의 곡.
그 후로 레브 활동을 내 자작곡으로 할 수 있었다면 나는 을 좋아할 수 있었겠지. 우리에게 기회를 가져다준 곡이라고.
하지만 소속사가 이후 보인 행보는 내게 그 곡을 향한 애정보다 증오를 더 키우게 만들었다.
2개월 전 발매한 노래가 차트를 역주행해 1위를 차지하고, 그 깐깐한 평론가들이 호평을 하고, 작곡가가 그 곡으로 저작권료를 제법 번 정도면 노래는 객관적으로 괜찮았다는 뜻이겠지.
서예현 직캠 영상의 노래가 였으면 곡이 절대로 역주행할 수 없었으리란 것에 서예현의 단백질 쉐이크를 건다.
고민 때문에 도저히 잠이 오지 않아 조심조심 문을 열고 방 밖으로 나오자 부엌 조명이 하나 켜져 있었다.
어두운 조명 빛 아래, 해쓱한 얼굴, 어두운 안색,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눈으로 생수 뚜껑을 까는 류재희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흰색 알약 하나를 깐 류재희가 입에 그걸 털어 넣고는 물과 함께 꿀꺽 삼켰다.
인기척이 났는지 내가 있는 쪽을 돌아본 류재희가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이든이 형…….”
“뭐야, 왜 그래? 어디 아프냐? 얌마, 아프면 형들 자기 전에 말을 했어야지. 가뜩이나 독방 쓰는 놈이. 지금이라도 응급실 가?”
당황하여 허둥지둥 묻자 고개를 도리도리 저은 류재희가 허리를 굽혀 제 무릎을 문지르며 중얼거렸다.
“무릎이 너무 아파요…… 와, 뼈마디가 욱신거린다는 게 이런 거구나.”
절뚝거리는 걸음으로 걷는 류재희를 부축해 소파까지 겨우 도달했다.
털썩 앉은 류재희가 무릎을 주먹으로 콩콩 두드리며 내게 설명했다.
“하도 밤마다 아파서 매니저 형이랑 병원 다녀왔는데 다행히 뭐 염증이나 그런 건 아니고, 성장통이래요.”
“그럼 방금 먹은 건 뭔데?”
“진통제요.”
요새 곡 작업이다, 스케줄이다 바쁜 바람에 막내에게 신경 써 주지 못한 게 영 마음에 쓰였다.
회귀 전에도 이맘때쯤에 성장통으로 고생했던 걸 알고 있었음에도.
그때는 물론 시간이 남아돌아서 신경 썼던 것도 있었다. 그때의 은 디지털 싱글이었기 때문이다.
나중에 역주행하고 리패키지 앨범으로 그 곡을 수록해서 내긴 했다.
“야야, 형 앞에 한 번 서 봐.”
얼마나 자랐는지 궁금해서 류재희를 기어코 일으켜 내 앞에 세웠다.
이전에는 확연히 아래였건만, 이제는 별로 차이 나지 않는 눈높이에 헛웃음을 흘렸다. 어쩐지 요즘 머리 헤집으려면 손을 더 올려야 하더니만.
벌써 류재희의 급성장기가 다가왔다.
양 볼을 한 손으로 턱 붙잡고 이리저리 돌려보며 피식 웃었다.
얼굴 인상을 둥글둥글하게 만들었던 젖살이 빠지며 내게 더 익숙했던 얼굴이 이제 슬슬 나오고 있었다.
“너 이제 햄스터 이모지 못 붙이겠다.”
“싫어요, 계속 붙일 거예요.”
류재희가 부루퉁하게 대꾸했다.
그래라, 회귀 전에도 말을 안 들어 먹었는데 회귀 후라고 들어먹겠냐. 그놈의 거대 햄찐가 거대 낚시찌인가 밀면서 살아라, 이번에도 꼭.
“형도 키 크면서 이렇게 아픈 적 있었어요?”
“아니, 나는 꾸준히 큰 편이라서.”
어릴 때 말고는 딱히 성장통 때문에 류재희처럼 병원까지 갈 수준으로 고생한 기억은 없었다.
“이러다가 제가 형 키 따라잡는 거 아니에요?”
류재희가 장난식으로 말하며 키득거렸지만 나는 차마 따라 웃을 수 없었다.
내 최종 키 181.5cm, 류재희 최종 키 185.7cm.
녀석의 말대로 진짜로 따라잡히니까.
다행히 녀석이 나를 따라잡는 건 내년이 되어서야 일어날 일이었다.
올해까지는 레브 키 순위 2위를 유지할 수 있다는 말씀. 참고로 나는 드디어 서예현의 키를 따라잡았다.
“그래, 내 키 따라잡고 기왕 그렇게 된 거 준이 키까지 따라잡아라.”
손을 들어 머리를 헤집자 뿌듯한 얼굴로 비죽 웃은 녀석이 더 편하게 헤집으라는 건지 뭔지 슬쩍 머리를 숙였다. 어이가 없어서 실소하며 머리를 마구 흐트러뜨렸다.
내가 제 머리에서 손을 떼자 머리를 쓱쓱 빗어 정리한 류재희가 다시 소파에 앉으며 내게 물었다.
“형, 무슨 고민 있죠?”
대답 없이 바라보자 류재희가 볼을 긁적이며 툭 말했다.
“형은 고민 있으면 밤에 잠 못 자고 거실로 바람 쐬러 나오잖아요.”
오늘도 바람 쐬러 나온 나는 할 말이 없어져 고개만 까딱했다.
“슬럼프 때도 그랬고, 하준이 형이랑 냉전을 벌일 때도 그랬고.”
“나 참, 같은 방 쓰는 인간보다 네가 더 내 습관을 잘 알아.”
2연속 룸메이트에 당첨된 서예현은 내가 고민이 있다는 걸 알기는커녕 푹 주무시느라 밤에 나오는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예현이 형은 한 번 잠들면 엄청 깊이 잠드시니까요.”
서예현한테 딱히 무어라 하지도 않았는데 서예현의 변호까지 해 준 류재희가 멋쩍게 웃으며 말을 이어 나갔다.
“그게 형 개인의 문제라면 형이 개인사에 끼어드는 걸 별로 안 좋아하시기도 하고, 제가 어떻게 해결해 드릴 수 없는 거라 무어라 말 얹지는 못하겠는데…….”
진통제를 먹어도 여전히 무릎은 아픈 건지 주먹으로 두어 번 무릎을 두드리고 손으로 문지르고를 반복한 류재희가 잠시 말을 멈추고는 나를 똑바로 응시했다.
“지금 형이 하는 고민이 레브랑, 우리 팀의 음악이나 방향이랑 관련이 있으면 그냥 제게, 꼭 제가 아니라도 다른 멤버들에게, 아니면 멤버들 모아 놓고서라도 털어놓으셔도 돼요.”
현재의 내 고민은 레브의 일이긴 했다. 다만 내 개인사도 섞인 일이었다.
절대로 류재희한테, 멤버들에게, 심지어 견하준에게마저도 털어놓을 수 없는.
내가 짧은 한숨을 내뱉자 류재희가 조심스럽게 말을 덧붙였다.
“형은 너무 혼자 가려고 한다니깐요. 고민 정도는 같이할 수 있잖아요.”
감동적인 말이긴 했지만 지금 내 상황에서 와닿는 말은 아니었다.
그야 그럴 게 ‘내가 시발 재계약 안 하고 런했다가 초심 잃었다고 회귀를 했는데 회귀 전에 우리가 대박 터진 곡이랑 내 곡 중에 존나게 고민 중이거든.’이라 털어놓는다면 내가 뭐가 되겠냐.
오타쿠 김도빈의 소울메이트 정도는 되겠군.
그리고 그 타이틀은 딱히 달고 싶지 않은 타이틀이었다.
“됐어, 인마.”
이제는 이라는 곡에 추억과 의미를 가진 게 오직 나뿐이니 내가 선택해야 할 문제였다.
“그리고, 아무리 고민거리 있어도 너한테는 안 털어놓는다.”
“왜요, 제가 그렇게 못 미더워요?”
“이 짜식은 아닌 걸 알면서 일부러 말을 밉게 해.”
류재희의 비죽거리는 입술을 꾹 잡아 가볍게 흔들었다.
“어린놈한테 고민 전가하는 건 연장자로서 해야 할 도리가 아니지. 그러니까 얼른 들어가서 자. 밤에 안 자면 클 키도 덜 클라.”
내가 녀석의 등을 떠밀자 류재희가 못 이기는 척 밀려났다.
“하아암, 형도 안녕히 주무세요.”
하품하며 제 방으로 들어간 녀석의 뒷모습을 지켜보다가 가볍게 눈을 감고 소파에 머리를 기댔다.
역시, 아직은 모르겠다. 어떤 선택이 후회 없는 선택일지.
내가 무엇을 선택하든 후회는 남을 것 같으니까.
*   *   *
2월에는 김도빈의 졸업식이 있었다.
우리 역시 김도빈의 졸업식을 참관해야 했으므로 아침부터 옷을 고르느라 바빴다. 유일하게 바쁘지 않은 건 교복을 입으면 되는 김도빈이었다.
“와, 믿고 싶지가 않다. 내가 팀 내 유일한 미성년자라니…….”
잔뜩 들뜬 얼굴을 하고선 마지막으로 교복을 입는 김도빈을 보며 류재희가 축 처져 중얼거렸다.
“그래, 얼른 나이 먹어 봐, 막내야. 너 때문에 내가 술을 못 마시잖아.”
그런 류재희의 어깨를 붙잡고 흔들며 김도빈이 툴툴거렸다. 류재희만 혼자 술을 못 마시고 있으면 소외감이 느껴진다는 이유로 우리는 성인이 된 김도빈에게 금주령을 내렸다.
물론 같은 성인이지만 나랑 견하준, 서예현, 일명 형 라인 셋은 마실 수 있었다. 오직 막내 라인만 못 마실뿐.
주량과 술버릇을 알 때까지 음주는 엄격히 금지되었다.
몰래 술을 사 먹거나 술자리를 가지다가 들키면 그날부로 재미없을 줄 알라는 내 경고가 먹혀들었는지 김도빈은 스무 살이 되고 두 달 동안 알코올은 입에도 못 댔다.
물론 스케줄이 많아 갓 성인이 된 제 친구들과 술자리를 쉬이 가지지 못하는 것도 한몫했다.
그도 그럴 게 김도빈의 주량은 소주 반병이었으며, 김도빈의 술버릇은 토하다가 그 자리에서 뻗어서 자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괜히 필사적으로 김도빈이 어디에서 술 마시고 다니는 걸 막는 게 아니었다.
2군으로 뜨기 전의 망돌 상태에서 그 주량과 술버릇을 술집에서 선보여서 다행이지, 회귀 전의 레브가 뜬 게 1년만 더 빨랐어도 기사 떴다.
그때의 골 때리는 감정은 지금 생각해도 어질어질했다. 견하준이랑 둘이서 술집에서 뻗은 김도빈을 부축해서 차에 던져놓으면서 얼마나 쌍욕을 했던지. 게다가 청소도 우리 몫이었다.
당시의 김도빈은 제 죄를 알긴 했는지 일어나자마자 알아서 머리를 박았다.
“나 막 주량 소주 10병 이러는 거 아니야?”
기대감 잔뜩 서린 목소리에 김도빈의 머리를 꾹꾹 누르며 대꾸했다.
“헛소리하지 말고 얼른 마저 준비나 해라, 도빈아. 내가 봤을 땐 넌 주량이 소주 반병이야.”
“에이, 그게 사람이에요?”
자기가 사람임을 스스로 부정하는 녀석을 안쓰럽다는 시선으로 바라봐 주고는 류재희에게 내 코트를 건넸다.
“자, 막내. 기자들도 올 텐데 작아진 패딩 입고 가지 말고.”
류재희가 매우 초롱초롱한 눈으로 코트를 받아 들었다. 전에는 턱도 없었는데 이제는 류재희의 몸에 대충 맞는 내 옷을 보니 또 심란해졌다.
이게 자식이 자라는 걸 보는 부모의 마음인가.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133화(133/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133화

인생에 정답은 없다는 걸 알고 있다.

회귀 전과 많은 게 바뀌어 버린 이상, 결과 역시 회귀 전과 같지 않을 수 있다는 것 역시 충분히 알고 있다.

내 음악에는 확신이 있었기에 내 곡이 거꾸러지는 걸 두려워하는 건 아니었다. 그저 그 빌어먹을 곡을 쉽게 떨궈 낼 수가 없어서 그렇지.

은 레브 멤버들 모두에게 의미가 깊은 곡이었다.

우리를 낭떠러지 끝에서 구해 주고 우리의 인생을 바꿔 준 곡.

일례로 서예현의 휴대폰 컬러링은 이후로 계속해서 이었다.

그리고 내게는 완전히 외면할 수도, 좋아할 수도 없는 애증의 곡.

그 후로 레브 활동을 내 자작곡으로 할 수 있었다면 나는 을 좋아할 수 있었겠지. 우리에게 기회를 가져다준 곡이라고.

하지만 소속사가 이후 보인 행보는 내게 그 곡을 향한 애정보다 증오를 더 키우게 만들었다.

2개월 전 발매한 노래가 차트를 역주행해 1위를 차지하고, 그 깐깐한 평론가들이 호평을 하고, 작곡가가 그 곡으로 저작권료를 제법 번 정도면 노래는 객관적으로 괜찮았다는 뜻이겠지.

서예현 직캠 영상의 노래가 였으면 곡이 절대로 역주행할 수 없었으리란 것에 서예현의 단백질 쉐이크를 건다.

고민 때문에 도저히 잠이 오지 않아 조심조심 문을 열고 방 밖으로 나오자 부엌 조명이 하나 켜져 있었다.

어두운 조명 빛 아래, 해쓱한 얼굴, 어두운 안색,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눈으로 생수 뚜껑을 까는 류재희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흰색 알약 하나를 깐 류재희가 입에 그걸 털어 넣고는 물과 함께 꿀꺽 삼켰다.

인기척이 났는지 내가 있는 쪽을 돌아본 류재희가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이든이 형…….”

“뭐야, 왜 그래? 어디 아프냐? 얌마, 아프면 형들 자기 전에 말을 했어야지. 가뜩이나 독방 쓰는 놈이. 지금이라도 응급실 가?”

당황하여 허둥지둥 묻자 고개를 도리도리 저은 류재희가 허리를 굽혀 제 무릎을 문지르며 중얼거렸다.

“무릎이 너무 아파요…… 와, 뼈마디가 욱신거린다는 게 이런 거구나.”

절뚝거리는 걸음으로 걷는 류재희를 부축해 소파까지 겨우 도달했다.

털썩 앉은 류재희가 무릎을 주먹으로 콩콩 두드리며 내게 설명했다.

“하도 밤마다 아파서 매니저 형이랑 병원 다녀왔는데 다행히 뭐 염증이나 그런 건 아니고, 성장통이래요.”

“그럼 방금 먹은 건 뭔데?”

“진통제요.”

요새 곡 작업이다, 스케줄이다 바쁜 바람에 막내에게 신경 써 주지 못한 게 영 마음에 쓰였다.

회귀 전에도 이맘때쯤에 성장통으로 고생했던 걸 알고 있었음에도.

그때는 물론 시간이 남아돌아서 신경 썼던 것도 있었다. 그때의 은 디지털 싱글이었기 때문이다.

나중에 역주행하고 리패키지 앨범으로 그 곡을 수록해서 내긴 했다.

“야야, 형 앞에 한 번 서 봐.”

얼마나 자랐는지 궁금해서 류재희를 기어코 일으켜 내 앞에 세웠다.

이전에는 확연히 아래였건만, 이제는 별로 차이 나지 않는 눈높이에 헛웃음을 흘렸다. 어쩐지 요즘 머리 헤집으려면 손을 더 올려야 하더니만.

벌써 류재희의 급성장기가 다가왔다.

양 볼을 한 손으로 턱 붙잡고 이리저리 돌려보며 피식 웃었다.

얼굴 인상을 둥글둥글하게 만들었던 젖살이 빠지며 내게 더 익숙했던 얼굴이 이제 슬슬 나오고 있었다.

“너 이제 햄스터 이모지 못 붙이겠다.”

“싫어요, 계속 붙일 거예요.”

류재희가 부루퉁하게 대꾸했다.

그래라, 회귀 전에도 말을 안 들어 먹었는데 회귀 후라고 들어먹겠냐. 그놈의 거대 햄찐가 거대 낚시찌인가 밀면서 살아라, 이번에도 꼭.

“형도 키 크면서 이렇게 아픈 적 있었어요?”

“아니, 나는 꾸준히 큰 편이라서.”

어릴 때 말고는 딱히 성장통 때문에 류재희처럼 병원까지 갈 수준으로 고생한 기억은 없었다.

“이러다가 제가 형 키 따라잡는 거 아니에요?”

류재희가 장난식으로 말하며 키득거렸지만 나는 차마 따라 웃을 수 없었다.

내 최종 키 181.5cm, 류재희 최종 키 185.7cm.

녀석의 말대로 진짜로 따라잡히니까.

다행히 녀석이 나를 따라잡는 건 내년이 되어서야 일어날 일이었다.

올해까지는 레브 키 순위 2위를 유지할 수 있다는 말씀. 참고로 나는 드디어 서예현의 키를 따라잡았다.

“그래, 내 키 따라잡고 기왕 그렇게 된 거 준이 키까지 따라잡아라.”

손을 들어 머리를 헤집자 뿌듯한 얼굴로 비죽 웃은 녀석이 더 편하게 헤집으라는 건지 뭔지 슬쩍 머리를 숙였다. 어이가 없어서 실소하며 머리를 마구 흐트러뜨렸다.

내가 제 머리에서 손을 떼자 머리를 쓱쓱 빗어 정리한 류재희가 다시 소파에 앉으며 내게 물었다.

“형, 무슨 고민 있죠?”

대답 없이 바라보자 류재희가 볼을 긁적이며 툭 말했다.

“형은 고민 있으면 밤에 잠 못 자고 거실로 바람 쐬러 나오잖아요.”

오늘도 바람 쐬러 나온 나는 할 말이 없어져 고개만 까딱했다.

“슬럼프 때도 그랬고, 하준이 형이랑 냉전을 벌일 때도 그랬고.”

“나 참, 같은 방 쓰는 인간보다 네가 더 내 습관을 잘 알아.”

2연속 룸메이트에 당첨된 서예현은 내가 고민이 있다는 걸 알기는커녕 푹 주무시느라 밤에 나오는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예현이 형은 한 번 잠들면 엄청 깊이 잠드시니까요.”

서예현한테 딱히 무어라 하지도 않았는데 서예현의 변호까지 해 준 류재희가 멋쩍게 웃으며 말을 이어 나갔다.

“그게 형 개인의 문제라면 형이 개인사에 끼어드는 걸 별로 안 좋아하시기도 하고, 제가 어떻게 해결해 드릴 수 없는 거라 무어라 말 얹지는 못하겠는데…….”

진통제를 먹어도 여전히 무릎은 아픈 건지 주먹으로 두어 번 무릎을 두드리고 손으로 문지르고를 반복한 류재희가 잠시 말을 멈추고는 나를 똑바로 응시했다.

“지금 형이 하는 고민이 레브랑, 우리 팀의 음악이나 방향이랑 관련이 있으면 그냥 제게, 꼭 제가 아니라도 다른 멤버들에게, 아니면 멤버들 모아 놓고서라도 털어놓으셔도 돼요.”

현재의 내 고민은 레브의 일이긴 했다. 다만 내 개인사도 섞인 일이었다.

절대로 류재희한테, 멤버들에게, 심지어 견하준에게마저도 털어놓을 수 없는.

내가 짧은 한숨을 내뱉자 류재희가 조심스럽게 말을 덧붙였다.

“형은 너무 혼자 가려고 한다니깐요. 고민 정도는 같이할 수 있잖아요.”

감동적인 말이긴 했지만 지금 내 상황에서 와닿는 말은 아니었다.

그야 그럴 게 ‘내가 시발 재계약 안 하고 런했다가 초심 잃었다고 회귀를 했는데 회귀 전에 우리가 대박 터진 곡이랑 내 곡 중에 존나게 고민 중이거든.’이라 털어놓는다면 내가 뭐가 되겠냐.

오타쿠 김도빈의 소울메이트 정도는 되겠군.

그리고 그 타이틀은 딱히 달고 싶지 않은 타이틀이었다.

“됐어, 인마.”

이제는 이라는 곡에 추억과 의미를 가진 게 오직 나뿐이니 내가 선택해야 할 문제였다.

“그리고, 아무리 고민거리 있어도 너한테는 안 털어놓는다.”

“왜요, 제가 그렇게 못 미더워요?”

“이 짜식은 아닌 걸 알면서 일부러 말을 밉게 해.”

류재희의 비죽거리는 입술을 꾹 잡아 가볍게 흔들었다.

“어린놈한테 고민 전가하는 건 연장자로서 해야 할 도리가 아니지. 그러니까 얼른 들어가서 자. 밤에 안 자면 클 키도 덜 클라.”

내가 녀석의 등을 떠밀자 류재희가 못 이기는 척 밀려났다.

“하아암, 형도 안녕히 주무세요.”

하품하며 제 방으로 들어간 녀석의 뒷모습을 지켜보다가 가볍게 눈을 감고 소파에 머리를 기댔다.

역시, 아직은 모르겠다. 어떤 선택이 후회 없는 선택일지.

내가 무엇을 선택하든 후회는 남을 것 같으니까.

*   *   *

2월에는 김도빈의 졸업식이 있었다.

우리 역시 김도빈의 졸업식을 참관해야 했으므로 아침부터 옷을 고르느라 바빴다. 유일하게 바쁘지 않은 건 교복을 입으면 되는 김도빈이었다.

“와, 믿고 싶지가 않다. 내가 팀 내 유일한 미성년자라니…….”

잔뜩 들뜬 얼굴을 하고선 마지막으로 교복을 입는 김도빈을 보며 류재희가 축 처져 중얼거렸다.

“그래, 얼른 나이 먹어 봐, 막내야. 너 때문에 내가 술을 못 마시잖아.”

그런 류재희의 어깨를 붙잡고 흔들며 김도빈이 툴툴거렸다. 류재희만 혼자 술을 못 마시고 있으면 소외감이 느껴진다는 이유로 우리는 성인이 된 김도빈에게 금주령을 내렸다.

물론 같은 성인이지만 나랑 견하준, 서예현, 일명 형 라인 셋은 마실 수 있었다. 오직 막내 라인만 못 마실뿐.

주량과 술버릇을 알 때까지 음주는 엄격히 금지되었다.

몰래 술을 사 먹거나 술자리를 가지다가 들키면 그날부로 재미없을 줄 알라는 내 경고가 먹혀들었는지 김도빈은 스무 살이 되고 두 달 동안 알코올은 입에도 못 댔다.

물론 스케줄이 많아 갓 성인이 된 제 친구들과 술자리를 쉬이 가지지 못하는 것도 한몫했다.

그도 그럴 게 김도빈의 주량은 소주 반병이었으며, 김도빈의 술버릇은 토하다가 그 자리에서 뻗어서 자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괜히 필사적으로 김도빈이 어디에서 술 마시고 다니는 걸 막는 게 아니었다.

2군으로 뜨기 전의 망돌 상태에서 그 주량과 술버릇을 술집에서 선보여서 다행이지, 회귀 전의 레브가 뜬 게 1년만 더 빨랐어도 기사 떴다.

그때의 골 때리는 감정은 지금 생각해도 어질어질했다. 견하준이랑 둘이서 술집에서 뻗은 김도빈을 부축해서 차에 던져놓으면서 얼마나 쌍욕을 했던지. 게다가 청소도 우리 몫이었다.

당시의 김도빈은 제 죄를 알긴 했는지 일어나자마자 알아서 머리를 박았다.

“나 막 주량 소주 10병 이러는 거 아니야?”

기대감 잔뜩 서린 목소리에 김도빈의 머리를 꾹꾹 누르며 대꾸했다.

“헛소리하지 말고 얼른 마저 준비나 해라, 도빈아. 내가 봤을 땐 넌 주량이 소주 반병이야.”

“에이, 그게 사람이에요?”

자기가 사람임을 스스로 부정하는 녀석을 안쓰럽다는 시선으로 바라봐 주고는 류재희에게 내 코트를 건넸다.

“자, 막내. 기자들도 올 텐데 작아진 패딩 입고 가지 말고.”

류재희가 매우 초롱초롱한 눈으로 코트를 받아 들었다. 전에는 턱도 없었는데 이제는 류재희의 몸에 대충 맞는 내 옷을 보니 또 심란해졌다.

이게 자식이 자라는 걸 보는 부모의 마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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