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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ự Trở Lại Của Một Thần Tượng Đã Mất Đi Lý Tưởng Ban Đầu RAW - C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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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132화(132/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132화
트레이닝복을 대충 걸치고 머리도 대충 가라앉힌 후, 실시간으로 소식을 전해 주는 윤정아의 문자로 동태를 살폈다.
[윤정아- 오빠 보고 호적에서 파버릴 놈이라고 할아버지 지금 둘째 큰아빠한테 소리 지르는 중] 오전 9:11
[윤정아- 지금 둘째 큰아빠가 오빠 데리고 온다고 겉옷 찾으심]
[윤정아- 이제 곧 세배 시작 손자들 다 나오래 나 이제 폰 못 만져] 오전 9:16
참고로 윤정아가 말하는 둘째 큰아빠는 우리 아버지다.
[나 데리러 올 필요 없다고 전해 줘] 오전 9:17
[호주제 폐지되면서 호적 사라져서 파고 싶어도 못 판다고도 전해 드리고] 오전 9:18
윤정아한테 마지막으로 문자를 넣고 할아버지께 영상통화를 걸었다.
분노로 시뻘게진 할아버지의 얼굴이 화면 가득 들어찼다.
-너! 이 버르장머리 없는 녀석! 작년이야 바쁘다 해서 눈감아 주니까 올해까지 빠지려 들어!
“아, 왜 그러세요. 세배드리려고 새해부터 연락한 손자한테. 그리고 올해도 바쁘거든요.”
내 얼굴을 보자마자 역정을 내시는 할아버지를 향해 투덜거렸다. 너무 할아버지 얼굴이 가까이 있는 것 같아 부담스러워서 류재희한테 폰을 넘겼다.
“재희야, 폰 좀 잡아 봐라. 각도 좀 잘 맞추고. 전신 잘 나오냐?”
-지금 당장 뛰어올 생각은 안 하고 뭐 하는 거냐?
“영통 세배요. 요즘 세대가 바뀌어서 디지털 세대잖아요. 아날로그는 한물갔어요, 이제.”
소파 앞에 서서 이것저것 지시를 내리자 열심히 폰 각도를 전신이 나오게끔 조정하던 류재희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형, 할아버님께서 말이 없어지셨는데요……?”
“괜찮아, 할 말 잃으셔서 그래. 기막힌 일 있으면 저러시더라.”
많이 기막히게 해 봐서 잘 안다.
“예현이 형, 얼른 와서 옆에 서고. 재희야, 잘 잡히냐?”
내 손짓에 넋 나간 얼굴로 서예현이 비척비척 걸어와 내 옆에 섰다.
“그런데 나는 왜……?”
뒤늦게 정신을 차린 듯 떨떠름하게 묻는 서예현의 귓가에 목소리 낮춰 속삭였다.
“세뱃돈 뜯어야지.”
“아니, 난 정말로 괜찮거든. 뷔페에 이어서 아침에 먹은 떡국마저 얹히게 하지 말아 줄래.”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옆으로 탈주하려는 서예현을 턱, 붙잡고 다시 속삭였다.
“최소 30만 원임.”
그 말을 듣자마자 서예현이 예의 바른 미소를 지으며 내 옆에 두 손 모으고 반듯이 섰다.
나는 고졸이라 30만 원이고 대학 진학한 다른 사촌들은 50만 원이라는 말은 속으로 삼켰다. 세뱃돈에도 묻어나오는 이 망할 학력 차별.
둘 다 화면에 잘 나오게 다시 류재희를 조종하여 각도를 한 차례 더 조정했다.
-헐, 오빠, 옆에 예현 오빠 있어? 예현 오빠도 같이 절해? 할아버지, 저 한 번만 옆에서 같이 구경하면 안 돼요?
-윤정아!
윤정아의 다급한 물음과 작은 엄마의 호통이 들렸다. 대체 팬심이란 뭐길래 윤정아가 그토록 무서워하던 할아버지한테 저런 말을 할 수 있게 만드는 걸까.
-이든 오빠, 들리지? 나 이따가 나한테도 영상통화 한번 해 주라! 오빠 말고 예현 오빠 얼굴 나오게 해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쩌렁쩌렁 소리치는 윤정아의 간절한 외침을 듣다가 할아버지가 전화를 끊기 전에 서예현과 함께 넙죽 절을 올렸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우리도 해야 해? 그냥 우리도 지금 하자. 뒤에서 수군거리는 목소리들이 들려왔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입 모아서 말하는 소리도 들려왔다.
주섬주섬 서예현이 몸을 일으키는 걸 따라서 일어났다. 다시 류재희한테서 폰을 넘겨받고 최대한 멀찍이 폰을 떨어뜨려 다시 할아버지를 마주했다.
“세뱃돈은 제 계좌로 보내 주시면 돼요. 참, 세 배로 쳐 주시는 건 잊지 마시고요. 남의 집 자식 세배까지 받아 놓고선 입 싹 씻으실 건 아니죠, 설마?”
-절한 놈은 두 명인데 왜 세 배야?
“한 명은 앞에서 휴대폰 각도 맞추느라 열일해서 품삯 줘야 해요.”
그 말에 류재희가 매우 감동 받은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네 꼴 좀 보고 세뱃돈 주라는 소리를 해라! 거지꼴로 세배하는 놈 뭐가 예쁘다고 세뱃돈을 줘?
이제 옷차림으로 트집을 잡는 할아버지를 향해 심드렁하게 맞받아쳤다.
“한복 입고 새해 인사랑 세배 한 건 너튜브에 레브 공식 채널 가시면 나오거든요. 팬분들 보시라고 올려놓은 거긴 한데 한복 입고 절하는 손자 모습 보고 싶으면 그거 보세요. 인사도 기체후일향만강이라서 거슬리지는 않으실 듯.”
설 연휴 휴가 전에 소속사 주도로 미리 스튜디오에서 한복 입고 찍어 놓은 설 인사 영상이 오늘 아침에 업로드된 걸 확인했으니 원하시면 찾아보실 수 있을 터였다.
물론 할아버지가 찾아보실 일은 없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세뱃돈 이체 부탁드립니다.”
-이 배은망덕한 놈이 할아비를 제 지갑으로 알아!
“예, 뭐라고요? 디스랩 2탄도 듣고 싶으시다고요? 프리스타일이라 지금 당장도 가능한데.”
그 물음에 전화가 뚝 끊겼다.
“그래, 세배하러 얘네 조부모님 댁에 끌려가지 않은 것만으로도 어디냐…….”
서예현이 소파에 축 늘어져 중얼거렸다. 기준치가 많이 낮아진 듯했다.
혹여 모르고 계실까 봐 계좌번호까지 문자로 보내드렸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통장에 돈이 들어오지 않자 다시 문자를 보냈다.
[계좌번호도 보내드렸는데 왜 세뱃돈 안 주세요?] 오전 9:46
[세뱃돈 안 주시면 팔순연 디스랩 공식발매해서 용돈 벌게요 미리 ㄱㅅ] 오전 9:47
내가 진짜로 집안 디스랩을 공식발매할까 봐 식겁하셨는지 5분 후에 계좌로 90만 원이 들어왔다.
“오, 들어왔다. 재희야, 30만 원 계좌로 보낸다. 형도.”
“악, 형, 잠깐! 잠깐만요!”
제 계좌로 수고비 겸 세뱃돈을 이체해 주려는 나를 막은 류재희가 내 앞에서 넙죽 절을 올렸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오냐.”
킬킬거리며 장난식으로 맞받아쳐 주고는 마저 류재희의 계좌로 30만 원을 이체했다.
“얘 조부님이 주신 거 아니야? 왜 얘한테 세배를 해?”
“겸사겸사? 그렇다고 다시 영통 걸어서 이든이 형 조부님께 제가 세배를 올릴 수는 없잖아요.”
“그렇긴 하지…….”
듣고 보니 맞는 말이었던 듯 순순히 긍정한 서예현이 제 휴대폰을 켜며 중얼거렸다.
“나도 못 찾아뵈는 김에 영통으로 세배나 드려야겠다.”
서예현의 조부모님에게도 영통 세배를 마치고, 걸치고 있던 트레이닝복을 평상복으로 갈아입은 후 영상통화를 걸었다.
그리웠던 얼굴이 화면에 가득 찼다.
“할머니!”
애정을 담아 반갑게 외할머니를 불렀다. 서예현과 류재희가 식겁한 얼굴로 나를 돌아보았다.
주름진 눈이 곱게 휘어지는 걸 보다가 내가 해야 할 일을 생각해 냈다.
“형, 잠깐만 들고 있어 봐.”
서예현에게 휴대폰을 넘기고는 곧바로 머리를 박았다. 대표님 설득을 위해 할머니를 팔았던 속죄였다.
“너 뭐 하냐……?”
“할머니를 향한 속죄.”
-우리 강아지가 잘못해 봤자 뭔 잘못을 했다고. 머리 상할라. 얼른 일어나.
그 말에 냉큼 일어나서 다시 서예현에게 휴대폰을 받아 들었다. 이것저것 안부와 건강상태를 묻고, 웬일로 영상통화를 다 했느냐는 물음에 볼을 긁적이며 대답했다.
“설날인데 세배드리려고 전화 드렸죠. 연휴 동안 엄마랑 해외로 여행 가신다면서요. 아무래도 시간이 애매해서 저는 못 낄 거 같거든요.”
친할아버지가 세뱃돈을 이체할 동안 엄마하고 나누었던 문자에서 알아낸 사실이었다. 덕분에 나도 남은 나흘간 꼼짝없이 숙소에 틀어박히게 생겼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새해 인사와 함께 공손하게 절을 올리고는 다시 휴대폰을 건네받았다.
“참, 엄마한테 여행 경비랑 할머니 용돈 부쳤으니까 용돈은 엄마한테 꼭 받으세요.”
-네가 무슨 돈이 있다고. 됐다. 아범에게 받은 거로 충분하니까 너 써라.
“저 돈 벌잖아요, 이제.”
하핫 웃고는 외할머니가 정말로 돈을 돌려주려는 마음을 먹으시기 전에 빠르게 작별 인사를 건넸다.
“다음 휴가 때는 꼭 찾아뵐게요. 그때까지 건강하시고요.”
-바쁜데 뭣 하러. 안 와도 된다.
“에이, 할머니도 손주 오는 거 내심 좋아하시면서.”
약간의 애교를 담아 말하자 서예현이 사례 걸린 듯한 기침을 내뱉었다.
통화가 끝나자 서예현과 류재희가 차례로 말을 꺼냈다.
“너 혹시 인격이 두 개니……?”
“전 형이 효륜만 할 수 있는 줄 알았어요.”
“조부모님 태도에 따라 효륜아가 될 수도 사랑스러운 손자가 될 수도 있는 거지, 뭐.”
새끼손가락으로 귀를 후비며 심드렁하니 대꾸하고는 우리가 조부모님에게 연락할 동안 휴대폰 거치대 역할만 한 류재희를 툭툭 치며 물었다.
“너는 연락 안 드려도 돼?”
“친가는 없고 외가랑은 연 끊음요.”
심플한 대답에 더는 파고들지 않고 고개만 까딱하며 티비를 틀었다. 그렇게 우리 셋은 사이 좋게 나란히 앉아 명절 특선 영화를 시청했다.
광고 시간에 서치 퀘스트나 하기 위해 SNS에 접속했다.
리챔 @liiicham
이거 틀고 명절 잔소리 퇴치함
윤이든씨 ㄱㅅ합니다
https://yxxtu.be/GKPSOEx87
공유 11.7k 인용 1203 마음에 들어요 9874
팔순연 디스랩이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한 걸 보니 아주 뿌듯했다.
휴가 나흘째에 견하준과 김도빈이 컴백했다. 둘 다 두 손 가득 명절 음식을 바리바리 챙겨 온 채였다.
“잡채 칼로리가 1인분에 285kcal, 전 칼로리가-.”
“형, 제발.”
서예현은 입맛 떨어지게 어김없이 칼로리를 줄줄 읊어댔다.
“그런데 너는 왜 안 먹냐? 너도 다이어트냐, 아님 편식이냐?”
“편식이요. 형도 일 년에 여덟 번씩 제사음식 먹어 보시면 제 마음 이해할걸요.”
차례 음식만 피해서 먹는 류재희에게 묻자 류재희가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다섯 명이 다 모여서 보내는 휴가가 꽤 낯설었지만, 그래도 꽤 괜찮았다.
*   *   *
짧은 닷새간의 휴가를 끝으로 다시 바쁜 일정이 시작되었다.
스케줄로 잡힌 행사 무대에, 탄산음료 CF에, 녹음 및 뮤비 촬영까지. 그나마 디지털 싱글이라 컴백 일정을 맞추기에 무리는 없었다.
하지만 5월에 있을 미니 앨범 활동 준비도 미리 해 놔야 했기에 여유도 없었다.
‘그러고 보니 그때도 5월이었나?’
회귀 전 5월, 우리는 망돌로 해체될 뻔한 레브의 운명을 바꾸어 놓았던 곡으로 컴백했다. 사실상 마지막 활동이 될 뻔한 곡이었다.
그 곡은 몇 달이 지나고 나서야 역주행을 하였지만, 그래도 그 곡이 레브를 2군까지 올리는 데에 서예현의 얼굴과 함께 한 몫을 했다는 걸 부정하진 못했다.
.
장정 4년을 레브의 대표곡으로 우뚝 서 있었던 곡.
서예현의 직캠이 큰 역할을 하긴 했으나 노래 자체도 묘한 중독성이 있다는 평을 들으며 연말 시상식 음원 본상까지 차지했었다.
왜 무려 4년 동안 대표곡이었냐면 이 너무 명곡이어서가 아니라, 이 곡 이후로 4년간 받아 왔던 곡이 깡그리 구려서 을 뛰어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회귀 전처럼 성공이 보장된 으로 활동을 할 것인가, 아니면 미래가 보장되지 않은 내 곡으로 활동을 할 것인가.
그게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고민이었다.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132화(132/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132화

트레이닝복을 대충 걸치고 머리도 대충 가라앉힌 후, 실시간으로 소식을 전해 주는 윤정아의 문자로 동태를 살폈다.

참고로 윤정아가 말하는 둘째 큰아빠는 우리 아버지다.

윤정아한테 마지막으로 문자를 넣고 할아버지께 영상통화를 걸었다.

분노로 시뻘게진 할아버지의 얼굴이 화면 가득 들어찼다.

-너! 이 버르장머리 없는 녀석! 작년이야 바쁘다 해서 눈감아 주니까 올해까지 빠지려 들어!

“아, 왜 그러세요. 세배드리려고 새해부터 연락한 손자한테. 그리고 올해도 바쁘거든요.”

내 얼굴을 보자마자 역정을 내시는 할아버지를 향해 투덜거렸다. 너무 할아버지 얼굴이 가까이 있는 것 같아 부담스러워서 류재희한테 폰을 넘겼다.

“재희야, 폰 좀 잡아 봐라. 각도 좀 잘 맞추고. 전신 잘 나오냐?”

-지금 당장 뛰어올 생각은 안 하고 뭐 하는 거냐?

“영통 세배요. 요즘 세대가 바뀌어서 디지털 세대잖아요. 아날로그는 한물갔어요, 이제.”

소파 앞에 서서 이것저것 지시를 내리자 열심히 폰 각도를 전신이 나오게끔 조정하던 류재희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형, 할아버님께서 말이 없어지셨는데요……?”

“괜찮아, 할 말 잃으셔서 그래. 기막힌 일 있으면 저러시더라.”

많이 기막히게 해 봐서 잘 안다.

“예현이 형, 얼른 와서 옆에 서고. 재희야, 잘 잡히냐?”

내 손짓에 넋 나간 얼굴로 서예현이 비척비척 걸어와 내 옆에 섰다.

“그런데 나는 왜……?”

뒤늦게 정신을 차린 듯 떨떠름하게 묻는 서예현의 귓가에 목소리 낮춰 속삭였다.

“세뱃돈 뜯어야지.”

“아니, 난 정말로 괜찮거든. 뷔페에 이어서 아침에 먹은 떡국마저 얹히게 하지 말아 줄래.”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옆으로 탈주하려는 서예현을 턱, 붙잡고 다시 속삭였다.

“최소 30만 원임.”

그 말을 듣자마자 서예현이 예의 바른 미소를 지으며 내 옆에 두 손 모으고 반듯이 섰다.

나는 고졸이라 30만 원이고 대학 진학한 다른 사촌들은 50만 원이라는 말은 속으로 삼켰다. 세뱃돈에도 묻어나오는 이 망할 학력 차별.

둘 다 화면에 잘 나오게 다시 류재희를 조종하여 각도를 한 차례 더 조정했다.

-헐, 오빠, 옆에 예현 오빠 있어? 예현 오빠도 같이 절해? 할아버지, 저 한 번만 옆에서 같이 구경하면 안 돼요?

-윤정아!

윤정아의 다급한 물음과 작은 엄마의 호통이 들렸다. 대체 팬심이란 뭐길래 윤정아가 그토록 무서워하던 할아버지한테 저런 말을 할 수 있게 만드는 걸까.

-이든 오빠, 들리지? 나 이따가 나한테도 영상통화 한번 해 주라! 오빠 말고 예현 오빠 얼굴 나오게 해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쩌렁쩌렁 소리치는 윤정아의 간절한 외침을 듣다가 할아버지가 전화를 끊기 전에 서예현과 함께 넙죽 절을 올렸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우리도 해야 해? 그냥 우리도 지금 하자. 뒤에서 수군거리는 목소리들이 들려왔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입 모아서 말하는 소리도 들려왔다.

주섬주섬 서예현이 몸을 일으키는 걸 따라서 일어났다. 다시 류재희한테서 폰을 넘겨받고 최대한 멀찍이 폰을 떨어뜨려 다시 할아버지를 마주했다.

“세뱃돈은 제 계좌로 보내 주시면 돼요. 참, 세 배로 쳐 주시는 건 잊지 마시고요. 남의 집 자식 세배까지 받아 놓고선 입 싹 씻으실 건 아니죠, 설마?”

-절한 놈은 두 명인데 왜 세 배야?

“한 명은 앞에서 휴대폰 각도 맞추느라 열일해서 품삯 줘야 해요.”

그 말에 류재희가 매우 감동 받은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네 꼴 좀 보고 세뱃돈 주라는 소리를 해라! 거지꼴로 세배하는 놈 뭐가 예쁘다고 세뱃돈을 줘?

이제 옷차림으로 트집을 잡는 할아버지를 향해 심드렁하게 맞받아쳤다.

“한복 입고 새해 인사랑 세배 한 건 너튜브에 레브 공식 채널 가시면 나오거든요. 팬분들 보시라고 올려놓은 거긴 한데 한복 입고 절하는 손자 모습 보고 싶으면 그거 보세요. 인사도 기체후일향만강이라서 거슬리지는 않으실 듯.”

설 연휴 휴가 전에 소속사 주도로 미리 스튜디오에서 한복 입고 찍어 놓은 설 인사 영상이 오늘 아침에 업로드된 걸 확인했으니 원하시면 찾아보실 수 있을 터였다.

물론 할아버지가 찾아보실 일은 없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세뱃돈 이체 부탁드립니다.”

-이 배은망덕한 놈이 할아비를 제 지갑으로 알아!

“예, 뭐라고요? 디스랩 2탄도 듣고 싶으시다고요? 프리스타일이라 지금 당장도 가능한데.”

그 물음에 전화가 뚝 끊겼다.

“그래, 세배하러 얘네 조부모님 댁에 끌려가지 않은 것만으로도 어디냐…….”

서예현이 소파에 축 늘어져 중얼거렸다. 기준치가 많이 낮아진 듯했다.

혹여 모르고 계실까 봐 계좌번호까지 문자로 보내드렸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통장에 돈이 들어오지 않자 다시 문자를 보냈다.

내가 진짜로 집안 디스랩을 공식발매할까 봐 식겁하셨는지 5분 후에 계좌로 90만 원이 들어왔다.

“오, 들어왔다. 재희야, 30만 원 계좌로 보낸다. 형도.”

“악, 형, 잠깐! 잠깐만요!”

제 계좌로 수고비 겸 세뱃돈을 이체해 주려는 나를 막은 류재희가 내 앞에서 넙죽 절을 올렸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오냐.”

킬킬거리며 장난식으로 맞받아쳐 주고는 마저 류재희의 계좌로 30만 원을 이체했다.

“얘 조부님이 주신 거 아니야? 왜 얘한테 세배를 해?”

“겸사겸사? 그렇다고 다시 영통 걸어서 이든이 형 조부님께 제가 세배를 올릴 수는 없잖아요.”

“그렇긴 하지…….”

듣고 보니 맞는 말이었던 듯 순순히 긍정한 서예현이 제 휴대폰을 켜며 중얼거렸다.

“나도 못 찾아뵈는 김에 영통으로 세배나 드려야겠다.”

서예현의 조부모님에게도 영통 세배를 마치고, 걸치고 있던 트레이닝복을 평상복으로 갈아입은 후 영상통화를 걸었다.

그리웠던 얼굴이 화면에 가득 찼다.

“할머니!”

애정을 담아 반갑게 외할머니를 불렀다. 서예현과 류재희가 식겁한 얼굴로 나를 돌아보았다.

주름진 눈이 곱게 휘어지는 걸 보다가 내가 해야 할 일을 생각해 냈다.

“형, 잠깐만 들고 있어 봐.”

서예현에게 휴대폰을 넘기고는 곧바로 머리를 박았다. 대표님 설득을 위해 할머니를 팔았던 속죄였다.

“너 뭐 하냐……?”

“할머니를 향한 속죄.”

-우리 강아지가 잘못해 봤자 뭔 잘못을 했다고. 머리 상할라. 얼른 일어나.

그 말에 냉큼 일어나서 다시 서예현에게 휴대폰을 받아 들었다. 이것저것 안부와 건강상태를 묻고, 웬일로 영상통화를 다 했느냐는 물음에 볼을 긁적이며 대답했다.

“설날인데 세배드리려고 전화 드렸죠. 연휴 동안 엄마랑 해외로 여행 가신다면서요. 아무래도 시간이 애매해서 저는 못 낄 거 같거든요.”

친할아버지가 세뱃돈을 이체할 동안 엄마하고 나누었던 문자에서 알아낸 사실이었다. 덕분에 나도 남은 나흘간 꼼짝없이 숙소에 틀어박히게 생겼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새해 인사와 함께 공손하게 절을 올리고는 다시 휴대폰을 건네받았다.

“참, 엄마한테 여행 경비랑 할머니 용돈 부쳤으니까 용돈은 엄마한테 꼭 받으세요.”

-네가 무슨 돈이 있다고. 됐다. 아범에게 받은 거로 충분하니까 너 써라.

“저 돈 벌잖아요, 이제.”

하핫 웃고는 외할머니가 정말로 돈을 돌려주려는 마음을 먹으시기 전에 빠르게 작별 인사를 건넸다.

“다음 휴가 때는 꼭 찾아뵐게요. 그때까지 건강하시고요.”

-바쁜데 뭣 하러. 안 와도 된다.

“에이, 할머니도 손주 오는 거 내심 좋아하시면서.”

약간의 애교를 담아 말하자 서예현이 사례 걸린 듯한 기침을 내뱉었다.

통화가 끝나자 서예현과 류재희가 차례로 말을 꺼냈다.

“너 혹시 인격이 두 개니……?”

“전 형이 효륜만 할 수 있는 줄 알았어요.”

“조부모님 태도에 따라 효륜아가 될 수도 사랑스러운 손자가 될 수도 있는 거지, 뭐.”

새끼손가락으로 귀를 후비며 심드렁하니 대꾸하고는 우리가 조부모님에게 연락할 동안 휴대폰 거치대 역할만 한 류재희를 툭툭 치며 물었다.

“너는 연락 안 드려도 돼?”

“친가는 없고 외가랑은 연 끊음요.”

심플한 대답에 더는 파고들지 않고 고개만 까딱하며 티비를 틀었다. 그렇게 우리 셋은 사이 좋게 나란히 앉아 명절 특선 영화를 시청했다.

광고 시간에 서치 퀘스트나 하기 위해 SNS에 접속했다.

리챔 @liiicham

이거 틀고 명절 잔소리 퇴치함

윤이든씨 ㄱㅅ합니다

https://yxxtu.be/GKPSOEx87

공유 11.7k 인용 1203 마음에 들어요 9874

팔순연 디스랩이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한 걸 보니 아주 뿌듯했다.

휴가 나흘째에 견하준과 김도빈이 컴백했다. 둘 다 두 손 가득 명절 음식을 바리바리 챙겨 온 채였다.

“잡채 칼로리가 1인분에 285kcal, 전 칼로리가-.”

“형, 제발.”

서예현은 입맛 떨어지게 어김없이 칼로리를 줄줄 읊어댔다.

“그런데 너는 왜 안 먹냐? 너도 다이어트냐, 아님 편식이냐?”

“편식이요. 형도 일 년에 여덟 번씩 제사음식 먹어 보시면 제 마음 이해할걸요.”

차례 음식만 피해서 먹는 류재희에게 묻자 류재희가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다섯 명이 다 모여서 보내는 휴가가 꽤 낯설었지만, 그래도 꽤 괜찮았다.

*   *   *

짧은 닷새간의 휴가를 끝으로 다시 바쁜 일정이 시작되었다.

스케줄로 잡힌 행사 무대에, 탄산음료 CF에, 녹음 및 뮤비 촬영까지. 그나마 디지털 싱글이라 컴백 일정을 맞추기에 무리는 없었다.

하지만 5월에 있을 미니 앨범 활동 준비도 미리 해 놔야 했기에 여유도 없었다.

‘그러고 보니 그때도 5월이었나?’

회귀 전 5월, 우리는 망돌로 해체될 뻔한 레브의 운명을 바꾸어 놓았던 곡으로 컴백했다. 사실상 마지막 활동이 될 뻔한 곡이었다.

그 곡은 몇 달이 지나고 나서야 역주행을 하였지만, 그래도 그 곡이 레브를 2군까지 올리는 데에 서예현의 얼굴과 함께 한 몫을 했다는 걸 부정하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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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 4년을 레브의 대표곡으로 우뚝 서 있었던 곡.

서예현의 직캠이 큰 역할을 하긴 했으나 노래 자체도 묘한 중독성이 있다는 평을 들으며 연말 시상식 음원 본상까지 차지했었다.

왜 무려 4년 동안 대표곡이었냐면 이 너무 명곡이어서가 아니라, 이 곡 이후로 4년간 받아 왔던 곡이 깡그리 구려서 을 뛰어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회귀 전처럼 성공이 보장된 으로 활동을 할 것인가, 아니면 미래가 보장되지 않은 내 곡으로 활동을 할 것인가.

그게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고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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