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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ự Trở Lại Của Một Thần Tượng Đã Mất Đi Lý Tưởng Ban Đầu RAW - C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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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112화(112/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112화
좋다 말았다는 얼굴로 김도빈이 혀를 찼다. 그러고는 다시 펜을 마이크처럼 들고선 진행을 이어 나갔다.
“아무튼, 이번 방 바꾸기 게임 추천받습니다!”
“저번처럼 가위바위보 같은 거 내기로 정해.”
시큰둥한 대꾸에 김도빈이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에이, 가위바위보 같은 거 내기는 이제 식상하잖아요.”
“카메라 없는데 뭔 상관이야?”
“프로 아이돌은 카메라가 없어도 나중에 언제든지 썰을 풀 수 있도록 이야깃거리를 어떻게든 만들어야 하는 법!”
이제 겨우 데뷔 1년 차 주제에 프로 아이돌은 뭔 놈의 프로 아이돌.
“저희 어차피 9월에 컴백 준비로 바쁘니까 미리 명절 게임이나 할까요? 그걸로 방 정하면 되겠네요.”
“명절 게임이면…… 명절놀이를 말하는 거지?”
“넵, 다들 의견 내주세요!”
김도빈의 말이 끝나자마자 툭 내뱉었다.
“고스톱.”
잠시간 침묵이 감돌았다.
“아니, 명절에 모여서 고스톱 치긴 하니까 맞긴 한데…….”
“저는 뭐 윷놀이 정도나 생각했거든요…….”
“윷놀이는 당장 못 구하잖아. 말 어떻게 구할 건데?”
“그럼 화투패는요?”
“편의점에서 화투패 팔지 않나?”
“그런데 문제, 저 고스톱 한 번도 쳐 본 적 없어요.”
“나도.”
“헉, 저도요.”
다섯 명 중 세 명이 고스톱을 쳐 본 적이 없다는 사유로 고스톱은 방 정하기 게임에서 탈락했다.
나랑 서예현만 치는 게 가능했다니.
온갖 게임을 다 말해 대다가 결국 우리는 마피아 게임을 진행했다. 대체 언제부터 마피아 게임이 명절놀이가 됐는지 나도 모르겠다.
한 명은 사회자 역할을 해야 했기에 게임에 참가를 못한다는 이유로 게임은 온라인에서 진행되었다.
요즘은 마피아 게임을 휴대폰으로 하더라.
[윤이든: 아 나 의사 맞다고]
[류재희: 내가 봤을 때 백퍼 이든이 형 마피아임 처형 ㄱㄱ]
[윤이든: 니들 나 죽이면 후회한다? 후회한다니까?]
[윤이든: 아 서예현이 마피아라고!]
[김도빈: 예현이 형이랑 이든이 형 둘 다 의사라고 했잖아요]
[김도빈: 그럼 한 명은 계속 의사를 지목해서 죽이려 했을 거고]
[김도빈: 한 명은 계속 자힐을 해서 자기를 살리고 있겠죠]
[류재희: 도빈이 형, 다들 아는 사실을 그렇게 대단한 추리처럼 말할 필요는 없어]
[서예현: 나는 의사 맞고]
[서예현: 윤이든이 마피아]
[견하준: 수사 결과 재희는 시민 맞아]
게임에서 죽은 순서대로 방을 정하기로 했다.
그리고 결과는……!
“이든이 형이랑 예현이 형이 한 방이고요, 도빈이 형이랑 하준이 형이 한 방, 그리고 제가 독방!”
“우와, 형들은 짐 안 옮겨도 돼서 편하겠다.”
몸은 편하지. 하지만 마음은 더럽게 불편하다. 방 바꾸기만 고대하며 지금까지 버텼는데 또 몇 개월을 더 버텨야 한다니.
그 빌어먹을 반지하 숙소까지 생각하면 벌써 세 번을 서예현과 룸메이트로 보내고 있었다.
“재희야, 형이랑 방 바꿀래?”
내 최대한 다정한 물음에 서예현을 힐긋 본 류재희가 손을 내저었다.
“죄송요, 저도 독방 한번 쓰고 싶어서요.”
진짜 독방을 쓰고 싶어서냐, 아니면 서예현이랑 같이 방 쓰기에는 어색해서냐.
후자라면 서예현 너는 지금까지 막내랑 안 친해지고 뭐 했냐.
그나마 차선책을 향해 목표를 바꾸었다. 견하준이랑 같은 방 정도까지는 괜찮지. 김도빈도 서예현이랑 스승과 제자 사이를 이룩하며 꽤 친해지기도 했고.
“도빈아, 방 바꿀래? 제자랑 한방 써라.”
“에이, 형. 그러면 게임을 한 의미가 없잖아요. 이참에 예현이 형이랑 둘이 ‘친해지길 바라’라도 찍으시죠. 그거 진작 폐지돼서 이제 신청도 못하는데.”
“지금 하고 있었어도 신청 못 해, 형. 팀 내 불화설 만들 일 있어?”
류재희가 김도빈의 헛소리를 끊어 냈다.
짐을 옮겨야 하는 건 김도빈과 류재희밖에 없었다.
나랑 서예현, 견하준은 소파에 앉아 막내들의 시끌벅적한 이사 과정이나 구경했다.
“끝!”
“뭐야, 왜 이렇게 일찍 끝났어?”
“서로 방에 가져다 놨던 게 좀 많아서요.”
하긴, 허구한 날 서로의 방에 가 있던 김도빈과 류재희를 생각하면 그럴 만도 했다.
견하준이 방에 없으면 김도빈이 류재희의 방으로 가서 놀았고, 견하준이 방에 있으면 류재희가 김도빈의 방으로 건너가 놀았으니.
“그런데 이쯤 되면 이든이 형이랑 예현이 형은 운명의 데스티니 아니에요?”
키득거리며 김도빈이 내뱉은 말에 나랑 서예현이 동시에 김도빈을 돌아보았다.
“그, 두 분 다 너무 그렇게 정색하시면 제가 무서워여…….”
“뭔 놈의 운명은 운명이야? 내 운명의 상대가 예현 형이라니, 그런 끔찍한 소리를!”
“야! 나도 내 운명의 상대가 너라고 하면 싫거든!”
양쪽에서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자 김도빈이 소심하게 움츠러들며 변명했다.
“아니, 꼭 운명이 love나 인생의 동반자를 뜻하는 게 아니라, 그냥 같은 방을 쭉 써야 하는 운명일 수도 있잖아요.”
그 말에 나랑 서예현이 동시에 질색했다.
“아, 그게 무슨 소린데!”
“부정 타는 소리 좀 하지 마라. 그다음까지 룸메이트 나오면 네가 책임지냐?”
다들 방으로 들어가고,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거실에 남아 있던 우리는 취침 시간을 훌쩍 넘겨서야 느리적거리며 방으로 향했다.
바뀐 거 없이 그대로인 방에 터덜터덜 들어간 우리는 서로를 떨떠름한 얼굴로 보며 손을 내밀었다.
“방 바뀌기 전까지 잘 부탁해, 형. 우리 다음에는 꼭 좀 떨어지자.”
“내가 하고 싶었던 소리야.”
손과 손이 적당한 힘을 실어 꾹 맞잡혔다.
* * *
레브의 정규1집 컴백 날짜가 어느덧 훌쩍 앞으로 다가왔다.
3분기 음원상을 노렸는지 7월 초에 컴백했던 KICKS는 별 의미 있는 성적을 거두지 못했고.
8월 중~하순에나 컴백하리라 예상했던 알테어는…….
‘이런, 젠장! 어쩐지 기억에 안 남았다 했더니 그게 선공개곡이었구나……!’
10월 초 컴백이었다.
현재 레브의 컴백 일정은 9월 초에서 9월 중하순으로 밀린 상태.
정규앨범 활동 기간이 보통 한 달임을 고려 했을 때, 알테어가 10월 초에 컴백한다면 필연적으로 활동이 겹친다.
그리고 올해는 알테어가 3년 차.
대상을 받는 해.
그러니까 우리는 지금 올해의 대상곡과 경쟁을 해야 한다는 소리였다.
게다가 회귀 전의 9월 차트에서 보았던 선공개곡이 만약 9월 중순에 나온다면 우리가 화제성을 잡아먹힐 위험도도 있다.
게다가 알테어는 우리나라 3대 대형 소속사인 신월 Ent 소속 아이돌이다. 자본으로는 우리가 감히 따라잡을 수도 없다.
그나마 대표님이 가성비 전략을 버린 덕에 비벼 볼 수야 있겠지만, 뛰어넘는 건 절대 불가능하다.
만약 여기서 이긴다면 레브는 좆소의 기적으로 길이길이 남을 것이요, 져도 졌잘싸가…….
지면 진 거지 졌잘싸가 어디 있어, 씨발?
그리고 내 곡이 그 새끼가 작사, 작곡했답시고 이름 올린 곡에게 지는 그림은 절대 용납할 수 없었다.
“차라리 날짜를 앞으로 당기는 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까 당장 컴백을…….”
류재희가 넋 나간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단순히 알테어랑 경쟁하는 게 아니라 강력 대상 후보곡과 경쟁한다는 사실을 몰라서 다행이었다.
허옇게 뜬 류재희의 얼굴은 그 사실을 알았으면 이미 뒤로 넘어갔을 얼굴이었으니 말이다.
“소속사에서 컴백 날짜를 9월 초에 못 맞출 것 같아서 뒤로 미룬 건데 그걸 어떻게 당기겠어, 재희야.”
견하준이 한숨을 푹 내쉬며 차분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하필 정규 활동에 이렇게 겹칠 일이 있냐고오…….”
류재희가 식탁에 엎드리며 축 처져 중얼거렸다.
“그거예요, 그거. 운명을 회피하면 어느 형태로라도 다시 돌아온다고 했어요. 저희가 [HI-TN] 활동 다시 그 미친 라인업을 회피했던 운명이 지금 돌아온 거라고요!”
김도빈이 오타쿠 같은 말을 하며 호들갑을 떨었지만 아무도 받아 주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다들 받아 줄 기력도 없었다.
초상집 분위기가 된 숙소에 내가 입을 열려고 했지만 서예현이 한발 빨랐다.
“다들 초상났어?”
오, 첫 마디부터 개쎈데? 나는 그냥 평범하게 ‘얘들아, 알테어가 무슨 넘사의 자연재해냐? 그럼 평생 빈집털이만 하고 살래?’로 시작하려 했는데.
담담한 서예현의 목소리에 모두의 이목이 그에게로 쏠렸다.
“우리 노래가 무슨 급도 아니고, 잘 뽑혔잖아? 안무도 괜찮고, 의상도 괜찮잖아. 그런데 뭐가 문제야?”
“알테어랑 활동 기간이 꽤 많이 겹치는 거. 이게 문제지. 그쪽이랑은 체급 자체가 다르니까.”
어디, 어떻게 받아치는가 볼까? 내 심드렁한 대꾸에 인상을 찌푸린 서예현이 물었다.
“너, 네 곡에 자신 없어? 아직 알테어 노래는 공개되지도 않았는데, 왜 벌써부터 죽상이야? 우리가 맨날 1위에서 밀린 것도 아니잖아.”
“나는 죽상 지은 적 없는데? 누가 자신 없대?”
어깨를 으쓱하자 밉지 않게 눈을 흘긴 서예현이 한 명 한 명씩 눈을 맞추며 말했다.
“얘들아, 우리 이제 그 망할 데뷔 초에 부르던 놈들 아니야.”
끄응, 앓는 소리를 낸 서예현이 제 뒷머리를 헤집으며 잠시 말을 멈추더니 다시 이었다.
“다들 자기 역할 훌륭하게 해 주고 있고, 내 입으로 말하긴 좀 쪽팔리긴 하지만…… 팀에서 제일 구멍이었던 나도 이제 그럭저럭 1인분 몫은 하고 있고.”
그 말을 하면서도 동의를 구하듯 슬쩍 나를 쳐다보는 눈길에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연습할 때 보면 확실히 뉴 안무의 창시자라는 별명은 이제 더는 못 붙일 수준까지 도달했으니.
“그러니까, 벌써부터 결과를 단정하지 말라고. 아직 안 부딪혔잖아.”
서예현이 단호하게 말했다.
그 모습을 턱을 괴고 빤히 바라보았다.
“회피해 봤자 바뀌는 건 없다는 걸 내 경험으로 깨달았거든. 차라리 부딪치는 편이 때로는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도.”
회귀 전, 당당하게 미소 짓던 서예현의 모습이 지금 내 앞에서 미미한 미소를 짓고 있는 서예현의 모습과 겹쳐졌다.
그 자존감이 평생 개화하지 못할 줄로만 알았더니, 그래서 그게 이번 회차의 평생의 짐으로 남을 줄로만 알았더니.
결국은 스스로 피워 냈구나. 개복치 멘탈이라고 혀를 차긴 했지만, 내 생각보다 더 강한 사람이었구나, 서예현도.
마음의 짐을 한결 덜어 낸 듯한 후련함에 시원하게 웃었다.
“그러니 한번 부딪혀 보자. 어차피 우리가 크게 잃을 건 없잖아. 아직 우리는 데뷔 1년 차고, 알테어 같은 대형 소속이 아니라 중소 소속 아이돌이니까.”
어차피 우리가 하기 싫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긴 하지만, 그래도 의지가 있는 거랑 없는 건 다르다.
그리고 서예현의 말은 멤버들에게 의지를 심어 주기에 충분했다.
방금까지만 해도 걱정으로 가득 찼던 눈동자들에 다시 빛이 돌아오는 걸 보아하니.
어째 내가 탈탈 털어 대는 것보다 효과가 더 좋아 보였다. 이게 바로 해와 바람의 대결에서 해가 승리하는 그런 건가?
리더 자리를 위협받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에 나도 질세라 입을 열었다.
“오히려 걱정해야 할 쪽은 우리가 아니라 알테어지. 우리야 져도 크게 잃을 건 없지만 그쪽은 지면 잃을 게 많잖아?”
킬킬 웃자 어느새 안광과 기력을 되찾은 류재희가 솔직한 감상평을 내뱉었다.
“예현이 형은 히어로 같았는데, 이든이 형은 빌런 같아요.”
너도 김도빈한테 물들었냐.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112화(112/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112화

좋다 말았다는 얼굴로 김도빈이 혀를 찼다. 그러고는 다시 펜을 마이크처럼 들고선 진행을 이어 나갔다.

“아무튼, 이번 방 바꾸기 게임 추천받습니다!”

“저번처럼 가위바위보 같은 거 내기로 정해.”

시큰둥한 대꾸에 김도빈이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에이, 가위바위보 같은 거 내기는 이제 식상하잖아요.”

“카메라 없는데 뭔 상관이야?”

“프로 아이돌은 카메라가 없어도 나중에 언제든지 썰을 풀 수 있도록 이야깃거리를 어떻게든 만들어야 하는 법!”

이제 겨우 데뷔 1년 차 주제에 프로 아이돌은 뭔 놈의 프로 아이돌.

“저희 어차피 9월에 컴백 준비로 바쁘니까 미리 명절 게임이나 할까요? 그걸로 방 정하면 되겠네요.”

“명절 게임이면…… 명절놀이를 말하는 거지?”

“넵, 다들 의견 내주세요!”

김도빈의 말이 끝나자마자 툭 내뱉었다.

“고스톱.”

잠시간 침묵이 감돌았다.

“아니, 명절에 모여서 고스톱 치긴 하니까 맞긴 한데…….”

“저는 뭐 윷놀이 정도나 생각했거든요…….”

“윷놀이는 당장 못 구하잖아. 말 어떻게 구할 건데?”

“그럼 화투패는요?”

“편의점에서 화투패 팔지 않나?”

“그런데 문제, 저 고스톱 한 번도 쳐 본 적 없어요.”

“나도.”

“헉, 저도요.”

다섯 명 중 세 명이 고스톱을 쳐 본 적이 없다는 사유로 고스톱은 방 정하기 게임에서 탈락했다.

나랑 서예현만 치는 게 가능했다니.

온갖 게임을 다 말해 대다가 결국 우리는 마피아 게임을 진행했다. 대체 언제부터 마피아 게임이 명절놀이가 됐는지 나도 모르겠다.

한 명은 사회자 역할을 해야 했기에 게임에 참가를 못한다는 이유로 게임은 온라인에서 진행되었다.

요즘은 마피아 게임을 휴대폰으로 하더라.

게임에서 죽은 순서대로 방을 정하기로 했다.

그리고 결과는……!

“이든이 형이랑 예현이 형이 한 방이고요, 도빈이 형이랑 하준이 형이 한 방, 그리고 제가 독방!”

“우와, 형들은 짐 안 옮겨도 돼서 편하겠다.”

몸은 편하지. 하지만 마음은 더럽게 불편하다. 방 바꾸기만 고대하며 지금까지 버텼는데 또 몇 개월을 더 버텨야 한다니.

그 빌어먹을 반지하 숙소까지 생각하면 벌써 세 번을 서예현과 룸메이트로 보내고 있었다.

“재희야, 형이랑 방 바꿀래?”

내 최대한 다정한 물음에 서예현을 힐긋 본 류재희가 손을 내저었다.

“죄송요, 저도 독방 한번 쓰고 싶어서요.”

진짜 독방을 쓰고 싶어서냐, 아니면 서예현이랑 같이 방 쓰기에는 어색해서냐.

후자라면 서예현 너는 지금까지 막내랑 안 친해지고 뭐 했냐.

그나마 차선책을 향해 목표를 바꾸었다. 견하준이랑 같은 방 정도까지는 괜찮지. 김도빈도 서예현이랑 스승과 제자 사이를 이룩하며 꽤 친해지기도 했고.

“도빈아, 방 바꿀래? 제자랑 한방 써라.”

“에이, 형. 그러면 게임을 한 의미가 없잖아요. 이참에 예현이 형이랑 둘이 ‘친해지길 바라’라도 찍으시죠. 그거 진작 폐지돼서 이제 신청도 못하는데.”

“지금 하고 있었어도 신청 못 해, 형. 팀 내 불화설 만들 일 있어?”

류재희가 김도빈의 헛소리를 끊어 냈다.

짐을 옮겨야 하는 건 김도빈과 류재희밖에 없었다.

나랑 서예현, 견하준은 소파에 앉아 막내들의 시끌벅적한 이사 과정이나 구경했다.

“끝!”

“뭐야, 왜 이렇게 일찍 끝났어?”

“서로 방에 가져다 놨던 게 좀 많아서요.”

하긴, 허구한 날 서로의 방에 가 있던 김도빈과 류재희를 생각하면 그럴 만도 했다.

견하준이 방에 없으면 김도빈이 류재희의 방으로 가서 놀았고, 견하준이 방에 있으면 류재희가 김도빈의 방으로 건너가 놀았으니.

“그런데 이쯤 되면 이든이 형이랑 예현이 형은 운명의 데스티니 아니에요?”

키득거리며 김도빈이 내뱉은 말에 나랑 서예현이 동시에 김도빈을 돌아보았다.

“그, 두 분 다 너무 그렇게 정색하시면 제가 무서워여…….”

“뭔 놈의 운명은 운명이야? 내 운명의 상대가 예현 형이라니, 그런 끔찍한 소리를!”

“야! 나도 내 운명의 상대가 너라고 하면 싫거든!”

양쪽에서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자 김도빈이 소심하게 움츠러들며 변명했다.

“아니, 꼭 운명이 love나 인생의 동반자를 뜻하는 게 아니라, 그냥 같은 방을 쭉 써야 하는 운명일 수도 있잖아요.”

그 말에 나랑 서예현이 동시에 질색했다.

“아, 그게 무슨 소린데!”

“부정 타는 소리 좀 하지 마라. 그다음까지 룸메이트 나오면 네가 책임지냐?”

다들 방으로 들어가고,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거실에 남아 있던 우리는 취침 시간을 훌쩍 넘겨서야 느리적거리며 방으로 향했다.

바뀐 거 없이 그대로인 방에 터덜터덜 들어간 우리는 서로를 떨떠름한 얼굴로 보며 손을 내밀었다.

“방 바뀌기 전까지 잘 부탁해, 형. 우리 다음에는 꼭 좀 떨어지자.”

“내가 하고 싶었던 소리야.”

손과 손이 적당한 힘을 실어 꾹 맞잡혔다.

* * *

레브의 정규1집 컴백 날짜가 어느덧 훌쩍 앞으로 다가왔다.

3분기 음원상을 노렸는지 7월 초에 컴백했던 KICKS는 별 의미 있는 성적을 거두지 못했고.

8월 중~하순에나 컴백하리라 예상했던 알테어는…….

‘이런, 젠장! 어쩐지 기억에 안 남았다 했더니 그게 선공개곡이었구나……!’

10월 초 컴백이었다.

현재 레브의 컴백 일정은 9월 초에서 9월 중하순으로 밀린 상태.

정규앨범 활동 기간이 보통 한 달임을 고려 했을 때, 알테어가 10월 초에 컴백한다면 필연적으로 활동이 겹친다.

그리고 올해는 알테어가 3년 차.

대상을 받는 해.

그러니까 우리는 지금 올해의 대상곡과 경쟁을 해야 한다는 소리였다.

게다가 회귀 전의 9월 차트에서 보았던 선공개곡이 만약 9월 중순에 나온다면 우리가 화제성을 잡아먹힐 위험도도 있다.

게다가 알테어는 우리나라 3대 대형 소속사인 신월 Ent 소속 아이돌이다. 자본으로는 우리가 감히 따라잡을 수도 없다.

그나마 대표님이 가성비 전략을 버린 덕에 비벼 볼 수야 있겠지만, 뛰어넘는 건 절대 불가능하다.

만약 여기서 이긴다면 레브는 좆소의 기적으로 길이길이 남을 것이요, 져도 졌잘싸가…….

지면 진 거지 졌잘싸가 어디 있어, 씨발?

그리고 내 곡이 그 새끼가 작사, 작곡했답시고 이름 올린 곡에게 지는 그림은 절대 용납할 수 없었다.

“차라리 날짜를 앞으로 당기는 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까 당장 컴백을…….”

류재희가 넋 나간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단순히 알테어랑 경쟁하는 게 아니라 강력 대상 후보곡과 경쟁한다는 사실을 몰라서 다행이었다.

허옇게 뜬 류재희의 얼굴은 그 사실을 알았으면 이미 뒤로 넘어갔을 얼굴이었으니 말이다.

“소속사에서 컴백 날짜를 9월 초에 못 맞출 것 같아서 뒤로 미룬 건데 그걸 어떻게 당기겠어, 재희야.”

견하준이 한숨을 푹 내쉬며 차분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하필 정규 활동에 이렇게 겹칠 일이 있냐고오…….”

류재희가 식탁에 엎드리며 축 처져 중얼거렸다.

“그거예요, 그거. 운명을 회피하면 어느 형태로라도 다시 돌아온다고 했어요. 저희가 [HI-TN] 활동 다시 그 미친 라인업을 회피했던 운명이 지금 돌아온 거라고요!”

김도빈이 오타쿠 같은 말을 하며 호들갑을 떨었지만 아무도 받아 주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다들 받아 줄 기력도 없었다.

초상집 분위기가 된 숙소에 내가 입을 열려고 했지만 서예현이 한발 빨랐다.

“다들 초상났어?”

오, 첫 마디부터 개쎈데? 나는 그냥 평범하게 ‘얘들아, 알테어가 무슨 넘사의 자연재해냐? 그럼 평생 빈집털이만 하고 살래?’로 시작하려 했는데.

담담한 서예현의 목소리에 모두의 이목이 그에게로 쏠렸다.

“우리 노래가 무슨 급도 아니고, 잘 뽑혔잖아? 안무도 괜찮고, 의상도 괜찮잖아. 그런데 뭐가 문제야?”

“알테어랑 활동 기간이 꽤 많이 겹치는 거. 이게 문제지. 그쪽이랑은 체급 자체가 다르니까.”

어디, 어떻게 받아치는가 볼까? 내 심드렁한 대꾸에 인상을 찌푸린 서예현이 물었다.

“너, 네 곡에 자신 없어? 아직 알테어 노래는 공개되지도 않았는데, 왜 벌써부터 죽상이야? 우리가 맨날 1위에서 밀린 것도 아니잖아.”

“나는 죽상 지은 적 없는데? 누가 자신 없대?”

어깨를 으쓱하자 밉지 않게 눈을 흘긴 서예현이 한 명 한 명씩 눈을 맞추며 말했다.

“얘들아, 우리 이제 그 망할 데뷔 초에 부르던 놈들 아니야.”

끄응, 앓는 소리를 낸 서예현이 제 뒷머리를 헤집으며 잠시 말을 멈추더니 다시 이었다.

“다들 자기 역할 훌륭하게 해 주고 있고, 내 입으로 말하긴 좀 쪽팔리긴 하지만…… 팀에서 제일 구멍이었던 나도 이제 그럭저럭 1인분 몫은 하고 있고.”

그 말을 하면서도 동의를 구하듯 슬쩍 나를 쳐다보는 눈길에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연습할 때 보면 확실히 뉴 안무의 창시자라는 별명은 이제 더는 못 붙일 수준까지 도달했으니.

“그러니까, 벌써부터 결과를 단정하지 말라고. 아직 안 부딪혔잖아.”

서예현이 단호하게 말했다.

그 모습을 턱을 괴고 빤히 바라보았다.

“회피해 봤자 바뀌는 건 없다는 걸 내 경험으로 깨달았거든. 차라리 부딪치는 편이 때로는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도.”

회귀 전, 당당하게 미소 짓던 서예현의 모습이 지금 내 앞에서 미미한 미소를 짓고 있는 서예현의 모습과 겹쳐졌다.

그 자존감이 평생 개화하지 못할 줄로만 알았더니, 그래서 그게 이번 회차의 평생의 짐으로 남을 줄로만 알았더니.

결국은 스스로 피워 냈구나. 개복치 멘탈이라고 혀를 차긴 했지만, 내 생각보다 더 강한 사람이었구나, 서예현도.

마음의 짐을 한결 덜어 낸 듯한 후련함에 시원하게 웃었다.

“그러니 한번 부딪혀 보자. 어차피 우리가 크게 잃을 건 없잖아. 아직 우리는 데뷔 1년 차고, 알테어 같은 대형 소속이 아니라 중소 소속 아이돌이니까.”

어차피 우리가 하기 싫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긴 하지만, 그래도 의지가 있는 거랑 없는 건 다르다.

그리고 서예현의 말은 멤버들에게 의지를 심어 주기에 충분했다.

방금까지만 해도 걱정으로 가득 찼던 눈동자들에 다시 빛이 돌아오는 걸 보아하니.

어째 내가 탈탈 털어 대는 것보다 효과가 더 좋아 보였다. 이게 바로 해와 바람의 대결에서 해가 승리하는 그런 건가?

리더 자리를 위협받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에 나도 질세라 입을 열었다.

“오히려 걱정해야 할 쪽은 우리가 아니라 알테어지. 우리야 져도 크게 잃을 건 없지만 그쪽은 지면 잃을 게 많잖아?”

킬킬 웃자 어느새 안광과 기력을 되찾은 류재희가 솔직한 감상평을 내뱉었다.

“예현이 형은 히어로 같았는데, 이든이 형은 빌런 같아요.”

너도 김도빈한테 물들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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