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 Mắt Hay Ra Đi Raw - C95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95화
나는 선아현의 힘겨운 설명을 정리했다.
“그러니까… 인사라도 해보려고 틀었는데, 갑자기 무서워져서 껐다는 거지.”
“……으, 응.”
“음.”
선아현은 죄인이라도 된 것처럼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방문 앞 바닥에 앉아서 이러고 있으니 좀 웃기긴 하군.
“어떤 점이 무서웠는데?”
“사, 사람들이… 시, 싫어할 것 같고.”
“싫으면 안 볼 텐데.”
“…요, 욕했어.”
“흠, 실시간 댓글에서 봤어?”
선아현이 고개를 마구 끄덕였다.
‘또 어떤 미친 새끼가 알람 오자마자 들어가서 개소리 지껄여놨나 보군.’
왜 이렇게 자기 인생 갈아서 남 상처 주려는 놈들이 많은지 모르겠다.
‘답답하군.’
어쨌든, 선아현은 분명 에 출연할 때도 말도 안 되는 수위의 욕을 봤었다.
그때 잘 견디다가 이번에 터진 것은 아마도 팬사인회 때 일이 기폭제가 된 것 같았다.
‘댓글이 아예 실시간으로 뜨는 것도 영향을 끼친 것 같고.’
면전에서 직접 들은 것 같았나 보다.?
나는 어깨를 주무르며 말했다.
“굳이 이 직업이 아니더라도… 무조건 널 좋아하는 사람만 만날 수는 없어. 누군가는 널 싫어하겠지. 그리고 그냥 남 욕하는 걸 재밌어하는 놈도 나오고.”
“…….”
“당연히 기분 나쁘지. 무서울 수 있는 일이긴 한데… 그만둘 정도로 무서우면 역시 도움을 좀 받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
“…!”
“상담 지금 받는 게 낫지 않겠어? 이제 활동도 마무리 단계고.”
“괘, 괜찮아.”
왜 이렇게 고집을 부리지.
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
“너 그냥 상담을 안 받고 싶은 것 같은데.”
“…소, 소용없었어.”
선아현이 눈을 질끈 감았다.
“예, 예전에… 이거, 마, 말 더듬는 거, 고쳤었는데…… 다, 다시 또 이래서.”
“…….”
“소, 소용없어.”
선아현은 고개를 푹 숙였다.
“나, 나는 계속 이렇게 살아야 되는 거야…….”
“……?”
이건 또 무슨 극단적인 소린가.
“그냥 좀… 돌팔이 만난 거 아니냐?”
“…! 도, 돌팔…….”
“그리고 말 더듬는 걸 꼭 고쳐야 한다는 게 아니라, 걱정이라도 덜 하면 낫지 않냐는 뜻이었고.”
“…….”
“못 믿겠으면 다른 애들 불러서 투표 부쳐 볼까.”
“…?!”
다행히 이런 거 관련해서는 별 트라우마가 없는지, 선아현의 멍한 동의 아래 설문을 조사했다.
일단 류청우.
“함부로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어떤 일이든 재활은 꾸준히 해보는 게 좋지. 일단 결론 날 때까지는 포기하지 마. 잘 생각했네.”
“……예, 예.”
다음은 큰세진과 김래빈. 거실에서 팬송 댓글을 보고 있었다.
“헐, 다른 의사 당연히 만나 봐야지. 회사에 말하면 아마 유명한 의사 소개해 줄걸? 다른 소속사에서 일하다 온 분들이 많아서.”
“사전에 경험하신 하나의 사례로 일반화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다섯 정도까지는 비교 분석해 봐야 신뢰성이 생길 것 같습니다.”
“그, 그, 그런가…….”
부엌에 있던 차유진은 돌팔이라는 단어를 잘 이해하지 못했다. 뜻을 설명해 준 후에 다시 물어봤다.
“돌팔이 버려요! 새 의사 선생님 만나요!”
“…….”
어쩐지 일일 드라마 줄거리 요약 같았지만, 간단명료했다.
마지막으로… 침대에 누워 있던 이세진에게 물어봤다.
의외로 진중한 대답이 돌아왔다.
“…의사마다 천차만별이지. 이런 이야기하고 돈 받나 싶은 놈도 있고… 좋은 사람도 있고.”
“네, 네.”
“안 맞으면 빨리 바꾸는 식으로 하는 게 좋아. ……나도 길게 받아본 건 아니지만.”
그리고 머뭇거리다가, 이세진은 작게 덧붙였다.
“…잘해봐.”
“…!! 예, 예!”
의외의 지원사격이었다.
자, 이걸로 조사는 끝났다. 나는 팔짱을 끼고 다시 물었다.
“어때.”
선아현은 이번에는 제법 마음이 동했는지, 끙끙거리며 고민했다.
그리고 곧,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말했다.
“……그, 그럼… 화, 활동 끝나면, 바로 말할게.”
“그럴래? 그래.”
“……으, 으응!”
“그렇게 너희 부모님께 보내 둬라.”
“어어어?!”
저러다 또 일정 다가오면 쓱 미룰 게 선했다.
나는 선아현이 자신의 부모님께 연락해서 상담 계획에 대해 알릴 때까지 자리에 앉아서 기다렸다.
선아현은 본인이 직접 말했다 보니 결국 땀을 흘리면서 문자를 보냈고, 부모님은 순식간에 답장을 보냈다.
그렇게 선아현의 상담 일정은 성공적으로 잡혔다.
“잘했어.”
“어, 어어어…….”
이게 대체 무슨 일인지 어안이 벙벙한 표정이다. 나는 등을 한번 두드려주고 내 방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날 저녁, 선아현의 부모님께 뜬금없는 감사 전화를 받았다.
아무래도 선아현이 내가 설득했다고 말을 한 모양이었다.
‘…굳이?’
좀 민망한 일이었다.
-고마워요. 우리가… 음, 어떻게 할 수 없는 영역이 있으니까…….
약간 목이 메시는지, 몇 번 소리를 다듬는 소리가 들린 후에 다시 감사 인사가 이어졌다.
“아닙니다. 그냥 말만 꺼내 본 건데요.”
-그렇더라도요.
…이후 스치듯 주워듣기로는, 선아현이 재발 직후에 넌 계속 그렇게 살 거라는 식의 폭언을 몇 번 들었던 모양이다.
분명 학교였을 거라는데 내 잔고를 걸 수 있었다. 얼마 없긴 했지만.
‘역시 또래 관계가 문제였군…….’
어쨌든, 나는 적당히 예의를 차려서 선아현의 부모님과 통화를 끝냈다.
참, 별일을 다 겪어본다.
나는 조용히 통화하기 위해 나온 베란다 난간에 팔을 걸치고, 여름 바람을 맞았다.
‘……피곤하고, 시원하고.’
오랜만의 단체생활은 그렇게 끝나고 있었다.
* * *
마지막 음방은 큰 문제 없이 잘 마무리되었다.
“다들 반바지 좋아하시네.”
“우, 움직이기 편해서, 좋았어.”
나도 시원해서 좋았다.
마지막에 무릎 꿇는 동작이 있는 큰세진은 좀 다른 생각이 들었을 수도 있겠다 싶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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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러뷰어.
저는 문대 (강아지 이모티콘)
이것은 오늘의 의상입니다. (사진)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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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에 마지막 단체 사진을 업로드하고 나니, 정말 첫 활동이 끝났다 싶다.
“내일부터 휴가구나.”
“신난다~”
“오랜만에 내려갈 수 있겠습니다.”
류청우의 말에 다들 들뜬 표정이 되었다.
그렇다. 소속사는 언플대로 휴가를 줬다.
딱 나흘.
‘지방 사는 놈은 내려가서 밥 먹고 쉬면 땡이겠군.’
그래도 이게 어딘가 싶다. 음방 준비하면서 주워듣기로는 아예 안 주고 다음 앨범 준비시키는 놈들도 수두룩한 것 같던데.
그리고 그날 저녁에 광고 촬영을 끝마치자마자 밥도 거르고 숙소에 도착한 테스타는, 이미 준비한 짐을 들고 한 명씩 집으로 떠났다.
“그럼 다들 며칠 뒤에 뵙겠습니다~”
“뵙겠습니다!”
“건강한 모습으로 보자.”
“아, 안녕…….”
그 와중에도 선아현은 상담을 받으러 간다는 것이 엄청나게 신경 쓰이는지, 삐걱거리며 사라졌다.
툭. 띠리릭.
현관문이 닫혔다.
그렇게 나는 숙소에 혼자 남았다.
‘…개꿀이다.’
이 넓은 곳을 혼자 조용히 쓰면서 나흘을 보낼 생각을 하니 벌써 체력이 차는 느낌이다.
나는 안도감에 긴 한숨을 내쉬며 소파에 누웠다.
‘일단 좀 누워 있다가 일어나서, 밥을 먹고… 밀린 자세한 모니터링을 해야겠…….’
…까지 생각하고, 까무룩 잠이 들었다.
그리고 그날 저녁.
거실에서 깨어난 나는 뭔가가 잘못됐다는 것을 깨달았다.
몸이 안 움직였다.
바로 첫 촬영 이후에 겪었던 그 증상이었다.
끔찍한 몸살에 걸렸단 뜻이다.
‘…죽겠군.’
심지어 더 심해졌다. 뇌가 익는 것 같다.
처음에는 뭐라도 해보려 했으나, 곧 그럴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어떻게 TV 보는 것도 힘드냐.’
나는 무거운 손으로 위튜브 화면이 흐르던 TV를 껐다.
청려와 함께 찍은 1화 예고편 모니터링하려고 했는데, 뭘 본 건지 모르겠다. 머리가 지근지근 아팠다.
‘…열을 제보자.’
띡.
[38.8℃]
미치겠네.
나는 체온계를 찾은 통을 뒤져서 진통해열제를 찾아냈다. 그리고 일단 씹어먹었다.
더럽게 썼다. 하지만 얼마 뒤, 통증이 약간 가셨다.
그러자 좀 더 생산적인 생각이 가능해졌다.
‘…매니저도 쉬지.’
일단 회사에 연락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냥 신체에 긴장이 풀리며 과로로 축적된 문제가 터진 것뿐이다.
‘일단은… 휴가 동안 몸을 정양해야 하나.’
어차피 쉬는 것 똑같다만, 아파서 쉬는 건 그다지 즐거운 일은 아니었다. 아쉽지만 별수 없었다.
‘기운이 있을 때 미리 죽을 해놓자.’
나는 대충 즉석밥으로 흰죽을 끓여놓고, 몇 술 뜬 뒤에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 아직 약 기운이 있을 때 모니터링을 시작했다.
‘우선… 무대 반응부터.’
뮤직밤에서 올린 컴백 무대 개인 직캠들은 벌써 꽤 조회수가 쌓였다. 아마 개인 팬들끼리 은근한 경쟁이 붙었던 것 같다.
[(MBomb직캠) 테스타(TeSTAR) 문대 MoonDae 마법소년 / 112만]
‘…나도 백만 뷰 넘겼네.’
춤을 올린 보람이 있었다. 나는 희미하게 웃으며 영상을 클릭했다.
-이제 춤도 잘 추는 우리 천재 갱얼쥐 보고 가세요… 모두 문댕댕 합시다…ㅠㅠ
-문대야 너 잠은 자면서 연습하는 거지?ㅠㅠ 아주사 때처럼 잠 안 자고 할까 봐 걱정된다 잘 쉬고 잘 먹으면서 해야 돼ㅠㅠ
-와 진짜 뽕 찬다 이게 바로 1위 뽕인가
-동작마다 춤멤들 디테일이 조금씩 들어 있어.. 대체 무슨 연습을 한 거야 문댕쓰…
그냥 다 같이 하다 보니 저절로 옮은 것이다. 내가 기본기가 없으니까.
‘그래도 기분은 좋다.’
이런 맛에 워라밸이고 나발이고 일에 삶을 꼴아박게 되는 건가 보다.
흠, 영어 댓글도 꽤 있었는데, 머리가 잘 안 돌아가서 눈에 읽히질 않았다. 나는 일단 다음 항목으로 넘어갔다.
이건 주기적으로 하고 있지만… 요 며칠은 다른 일들이 많아서 별로 못 했던 작업이다.
SNS에 ‘박문대’로 검색해 보자.
‘…….’
지난번처럼, 동영상과 사진, 팬아트가 쏟아졌다.
솔직히, 이렇게 많은 사람이 나한테 관심이 있다는 게 그다지 실감 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하나씩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었다. 나는 천천히 타임라인을 내리면서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살폈다.
그러다 좀 특이한 것들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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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문대 테스타 문대 아주사
박문대 제발 금발 다시 해 너 흑발 X나 안 어울려 제발 금발하라고! 왜 기껏 염색해놓고 흑발로 돌아왔어ㅠ 그냥 둬도 검게 자랄 머리잖아 제발 금발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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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발 내가 검색해서 봤으면 좋겠다는 의지가 강력하게 화면을 뚫고 나왔다.
그 밑으로 왜 이런 짓을 하냐고 말리는 사람들과 싸우는 사람들이 분주했다.
“나 참.”
헛웃음이 다 나왔다. 다음 앨범에는 투표라도 받아서 머리 색을 바꿔야겠다.
“다음은…….”
내가 지금 입으로 말했나?
눈을 깜박거리며 스마트폰 화면을 봤다. 좀 흐릿한 것 같았다…….
머리가 아팠다. 약 기운이 훅 빠져나간 것 같다.
‘X발.’
더럽게 힘드네 진짜.
나는 몽롱한 정신으로 침대에 처박혔다. 모르겠다. 한숨 자고 나면 좀 낫겠지…….
생각은 거기서 끊겼다.
* * *
몸이 무거웠다. 아무래도 가위에 눌린 것 같다.
…목소리가 들렸다.
“…대야? 야! 박문대!!”
“……!”
순간, 정신이 확 돌아왔다.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95화
나는 선아현의 힘겨운 설명을 정리했다.
“그러니까… 인사라도 해보려고 틀었는데, 갑자기 무서워져서 껐다는 거지.”
“……으, 응.”
“음.”
선아현은 죄인이라도 된 것처럼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방문 앞 바닥에 앉아서 이러고 있으니 좀 웃기긴 하군.
“어떤 점이 무서웠는데?”
“사, 사람들이… 시, 싫어할 것 같고.”
“싫으면 안 볼 텐데.”
“…요, 욕했어.”
“흠, 실시간 댓글에서 봤어?”
선아현이 고개를 마구 끄덕였다.
‘또 어떤 미친 새끼가 알람 오자마자 들어가서 개소리 지껄여놨나 보군.’
왜 이렇게 자기 인생 갈아서 남 상처 주려는 놈들이 많은지 모르겠다.
‘답답하군.’
어쨌든, 선아현은 분명 에 출연할 때도 말도 안 되는 수위의 욕을 봤었다.
그때 잘 견디다가 이번에 터진 것은 아마도 팬사인회 때 일이 기폭제가 된 것 같았다.
‘댓글이 아예 실시간으로 뜨는 것도 영향을 끼친 것 같고.’
면전에서 직접 들은 것 같았나 보다.?
나는 어깨를 주무르며 말했다.
“굳이 이 직업이 아니더라도… 무조건 널 좋아하는 사람만 만날 수는 없어. 누군가는 널 싫어하겠지. 그리고 그냥 남 욕하는 걸 재밌어하는 놈도 나오고.”
“…….”
“당연히 기분 나쁘지. 무서울 수 있는 일이긴 한데… 그만둘 정도로 무서우면 역시 도움을 좀 받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
“…!”
“상담 지금 받는 게 낫지 않겠어? 이제 활동도 마무리 단계고.”
“괘, 괜찮아.”
왜 이렇게 고집을 부리지.
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
“너 그냥 상담을 안 받고 싶은 것 같은데.”
“…소, 소용없었어.”
선아현이 눈을 질끈 감았다.
“예, 예전에… 이거, 마, 말 더듬는 거, 고쳤었는데…… 다, 다시 또 이래서.”
“…….”
“소, 소용없어.”
선아현은 고개를 푹 숙였다.
“나, 나는 계속 이렇게 살아야 되는 거야…….”
“……?”
이건 또 무슨 극단적인 소린가.
“그냥 좀… 돌팔이 만난 거 아니냐?”
“…! 도, 돌팔…….”
“그리고 말 더듬는 걸 꼭 고쳐야 한다는 게 아니라, 걱정이라도 덜 하면 낫지 않냐는 뜻이었고.”
“…….”
“못 믿겠으면 다른 애들 불러서 투표 부쳐 볼까.”
“…?!”
다행히 이런 거 관련해서는 별 트라우마가 없는지, 선아현의 멍한 동의 아래 설문을 조사했다.
일단 류청우.
“함부로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어떤 일이든 재활은 꾸준히 해보는 게 좋지. 일단 결론 날 때까지는 포기하지 마. 잘 생각했네.”
“……예, 예.”
다음은 큰세진과 김래빈. 거실에서 팬송 댓글을 보고 있었다.
“헐, 다른 의사 당연히 만나 봐야지. 회사에 말하면 아마 유명한 의사 소개해 줄걸? 다른 소속사에서 일하다 온 분들이 많아서.”
“사전에 경험하신 하나의 사례로 일반화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다섯 정도까지는 비교 분석해 봐야 신뢰성이 생길 것 같습니다.”
“그, 그, 그런가…….”
부엌에 있던 차유진은 돌팔이라는 단어를 잘 이해하지 못했다. 뜻을 설명해 준 후에 다시 물어봤다.
“돌팔이 버려요! 새 의사 선생님 만나요!”
“…….”
어쩐지 일일 드라마 줄거리 요약 같았지만, 간단명료했다.
마지막으로… 침대에 누워 있던 이세진에게 물어봤다.
의외로 진중한 대답이 돌아왔다.
“…의사마다 천차만별이지. 이런 이야기하고 돈 받나 싶은 놈도 있고… 좋은 사람도 있고.”
“네, 네.”
“안 맞으면 빨리 바꾸는 식으로 하는 게 좋아. ……나도 길게 받아본 건 아니지만.”
그리고 머뭇거리다가, 이세진은 작게 덧붙였다.
“…잘해봐.”
“…!! 예, 예!”
의외의 지원사격이었다.
자, 이걸로 조사는 끝났다. 나는 팔짱을 끼고 다시 물었다.
“어때.”
선아현은 이번에는 제법 마음이 동했는지, 끙끙거리며 고민했다.
그리고 곧,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말했다.
“……그, 그럼… 화, 활동 끝나면, 바로 말할게.”
“그럴래? 그래.”
“……으, 으응!”
“그렇게 너희 부모님께 보내 둬라.”
“어어어?!”
저러다 또 일정 다가오면 쓱 미룰 게 선했다.
나는 선아현이 자신의 부모님께 연락해서 상담 계획에 대해 알릴 때까지 자리에 앉아서 기다렸다.
선아현은 본인이 직접 말했다 보니 결국 땀을 흘리면서 문자를 보냈고, 부모님은 순식간에 답장을 보냈다.
그렇게 선아현의 상담 일정은 성공적으로 잡혔다.
“잘했어.”
“어, 어어어…….”
이게 대체 무슨 일인지 어안이 벙벙한 표정이다. 나는 등을 한번 두드려주고 내 방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날 저녁, 선아현의 부모님께 뜬금없는 감사 전화를 받았다.
아무래도 선아현이 내가 설득했다고 말을 한 모양이었다.
‘…굳이?’
좀 민망한 일이었다.
-고마워요. 우리가… 음, 어떻게 할 수 없는 영역이 있으니까…….
약간 목이 메시는지, 몇 번 소리를 다듬는 소리가 들린 후에 다시 감사 인사가 이어졌다.
“아닙니다. 그냥 말만 꺼내 본 건데요.”
-그렇더라도요.
…이후 스치듯 주워듣기로는, 선아현이 재발 직후에 넌 계속 그렇게 살 거라는 식의 폭언을 몇 번 들었던 모양이다.
분명 학교였을 거라는데 내 잔고를 걸 수 있었다. 얼마 없긴 했지만.
‘역시 또래 관계가 문제였군…….’
어쨌든, 나는 적당히 예의를 차려서 선아현의 부모님과 통화를 끝냈다.
참, 별일을 다 겪어본다.
나는 조용히 통화하기 위해 나온 베란다 난간에 팔을 걸치고, 여름 바람을 맞았다.
‘……피곤하고, 시원하고.’
오랜만의 단체생활은 그렇게 끝나고 있었다.
* * *
마지막 음방은 큰 문제 없이 잘 마무리되었다.
“다들 반바지 좋아하시네.”
“우, 움직이기 편해서, 좋았어.”
나도 시원해서 좋았다.
마지막에 무릎 꿇는 동작이 있는 큰세진은 좀 다른 생각이 들었을 수도 있겠다 싶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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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문대 (강아지 이모티콘)
이것은 오늘의 의상입니다. (사진)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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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에 마지막 단체 사진을 업로드하고 나니, 정말 첫 활동이 끝났다 싶다.
“내일부터 휴가구나.”
“신난다~”
“오랜만에 내려갈 수 있겠습니다.”
류청우의 말에 다들 들뜬 표정이 되었다.
그렇다. 소속사는 언플대로 휴가를 줬다.
딱 나흘.
‘지방 사는 놈은 내려가서 밥 먹고 쉬면 땡이겠군.’
그래도 이게 어딘가 싶다. 음방 준비하면서 주워듣기로는 아예 안 주고 다음 앨범 준비시키는 놈들도 수두룩한 것 같던데.
그리고 그날 저녁에 광고 촬영을 끝마치자마자 밥도 거르고 숙소에 도착한 테스타는, 이미 준비한 짐을 들고 한 명씩 집으로 떠났다.
“그럼 다들 며칠 뒤에 뵙겠습니다~”
“뵙겠습니다!”
“건강한 모습으로 보자.”
“아, 안녕…….”
그 와중에도 선아현은 상담을 받으러 간다는 것이 엄청나게 신경 쓰이는지, 삐걱거리며 사라졌다.
툭. 띠리릭.
현관문이 닫혔다.
그렇게 나는 숙소에 혼자 남았다.
‘…개꿀이다.’
이 넓은 곳을 혼자 조용히 쓰면서 나흘을 보낼 생각을 하니 벌써 체력이 차는 느낌이다.
나는 안도감에 긴 한숨을 내쉬며 소파에 누웠다.
‘일단 좀 누워 있다가 일어나서, 밥을 먹고… 밀린 자세한 모니터링을 해야겠…….’
…까지 생각하고, 까무룩 잠이 들었다.
그리고 그날 저녁.
거실에서 깨어난 나는 뭔가가 잘못됐다는 것을 깨달았다.
몸이 안 움직였다.
바로 첫 촬영 이후에 겪었던 그 증상이었다.
끔찍한 몸살에 걸렸단 뜻이다.
‘…죽겠군.’
심지어 더 심해졌다. 뇌가 익는 것 같다.
처음에는 뭐라도 해보려 했으나, 곧 그럴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어떻게 TV 보는 것도 힘드냐.’
나는 무거운 손으로 위튜브 화면이 흐르던 TV를 껐다.
청려와 함께 찍은 1화 예고편 모니터링하려고 했는데, 뭘 본 건지 모르겠다. 머리가 지근지근 아팠다.
‘…열을 제보자.’
띡.
미치겠네.
나는 체온계를 찾은 통을 뒤져서 진통해열제를 찾아냈다. 그리고 일단 씹어먹었다.
더럽게 썼다. 하지만 얼마 뒤, 통증이 약간 가셨다.
그러자 좀 더 생산적인 생각이 가능해졌다.
‘…매니저도 쉬지.’
일단 회사에 연락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냥 신체에 긴장이 풀리며 과로로 축적된 문제가 터진 것뿐이다.
‘일단은… 휴가 동안 몸을 정양해야 하나.’
어차피 쉬는 것 똑같다만, 아파서 쉬는 건 그다지 즐거운 일은 아니었다. 아쉽지만 별수 없었다.
‘기운이 있을 때 미리 죽을 해놓자.’
나는 대충 즉석밥으로 흰죽을 끓여놓고, 몇 술 뜬 뒤에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 아직 약 기운이 있을 때 모니터링을 시작했다.
‘우선… 무대 반응부터.’
뮤직밤에서 올린 컴백 무대 개인 직캠들은 벌써 꽤 조회수가 쌓였다. 아마 개인 팬들끼리 은근한 경쟁이 붙었던 것 같다.
‘…나도 백만 뷰 넘겼네.’
춤을 올린 보람이 있었다. 나는 희미하게 웃으며 영상을 클릭했다.
-이제 춤도 잘 추는 우리 천재 갱얼쥐 보고 가세요… 모두 문댕댕 합시다…ㅠㅠ
-문대야 너 잠은 자면서 연습하는 거지?ㅠㅠ 아주사 때처럼 잠 안 자고 할까 봐 걱정된다 잘 쉬고 잘 먹으면서 해야 돼ㅠㅠ
-와 진짜 뽕 찬다 이게 바로 1위 뽕인가
-동작마다 춤멤들 디테일이 조금씩 들어 있어.. 대체 무슨 연습을 한 거야 문댕쓰…
그냥 다 같이 하다 보니 저절로 옮은 것이다. 내가 기본기가 없으니까.
‘그래도 기분은 좋다.’
이런 맛에 워라밸이고 나발이고 일에 삶을 꼴아박게 되는 건가 보다.
흠, 영어 댓글도 꽤 있었는데, 머리가 잘 안 돌아가서 눈에 읽히질 않았다. 나는 일단 다음 항목으로 넘어갔다.
이건 주기적으로 하고 있지만… 요 며칠은 다른 일들이 많아서 별로 못 했던 작업이다.
SNS에 ‘박문대’로 검색해 보자.
‘…….’
지난번처럼, 동영상과 사진, 팬아트가 쏟아졌다.
솔직히, 이렇게 많은 사람이 나한테 관심이 있다는 게 그다지 실감 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하나씩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었다. 나는 천천히 타임라인을 내리면서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살폈다.
그러다 좀 특이한 것들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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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문대 테스타 문대 아주사
박문대 제발 금발 다시 해 너 흑발 X나 안 어울려 제발 금발하라고! 왜 기껏 염색해놓고 흑발로 돌아왔어ㅠ 그냥 둬도 검게 자랄 머리잖아 제발 금발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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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발 내가 검색해서 봤으면 좋겠다는 의지가 강력하게 화면을 뚫고 나왔다.
그 밑으로 왜 이런 짓을 하냐고 말리는 사람들과 싸우는 사람들이 분주했다.
“나 참.”
헛웃음이 다 나왔다. 다음 앨범에는 투표라도 받아서 머리 색을 바꿔야겠다.
“다음은…….”
내가 지금 입으로 말했나?
눈을 깜박거리며 스마트폰 화면을 봤다. 좀 흐릿한 것 같았다…….
머리가 아팠다. 약 기운이 훅 빠져나간 것 같다.
‘X발.’
더럽게 힘드네 진짜.
나는 몽롱한 정신으로 침대에 처박혔다. 모르겠다. 한숨 자고 나면 좀 낫겠지…….
생각은 거기서 끊겼다.
* * *
몸이 무거웠다. 아무래도 가위에 눌린 것 같다.
…목소리가 들렸다.
“…대야? 야! 박문대!!”
“……!”
순간, 정신이 확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