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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 Mắt Hay Ra Đi Raw - C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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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90화
김래빈 안색이 저렇게까지 변하는 건 처음 봤다.
각자 흩어져서 자기 볼일을 보던 멤버들 중 몇몇도 바로 알아차릴 정도였으니까.
“래빈아, 무슨 일 있어? 형, 무슨 일이에요?”
류청우가 다가가서 조용히 묻자, 매니저가 류청우까지 데리고 어디론가 빠졌다.
“…….”
복잡한 개인 사정이 생기면, 누가 참견하는 게 도리어 꺼려질 확률이 높았다.
류청우야 리더 감투가 있어서 괜찮다만 다른 멤버들의 참견까지 김래빈이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를 일이었다.
‘일단 상황을 더 살펴본다.’
아니나 다를까, 잠시 뒤 매니저는 류청우와 돌아왔다.
김래빈은 이미 사라진 후였다.
“…김래빈은요?”
“잠시만. 촬영 정리되면 이야기하자.”
매니저는 주변 스탭들을 신경 쓰는 듯했다. 멤버들은 상황을 파악했는지, 입을 다물고 하던 일을 계속했다.
그리고 얼마 뒤, 제작진과 짧은 인사를 나눈 후 차에 타고서야 전말을 들었다.
“할머니가 쓰러지셨다고요?”
“그래. 그래서 바로 병원으로 갔어.”
“…….”
김래빈이 조부모와 사는 건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멤버들의 안색이 변했다.
나는 혀를 찼다. ……마음이 안 좋았다.
‘…그래도 보내는 줬군.’
그나마 활동이 마무리될 때, 하루 스케줄이 끝날쯤에 연락이 와서 군말 없이 바로 보내준 것 같다. 쓸데없는 소리 안 하고.
……잠깐.
나쁜 소식이 이렇게 타이밍 좋게… 일어날 수 있나.
“형, 그거 연락 언제 왔어요.”
“뭐, 뭐?”
“김래빈 할머님 쓰러지신 거, 연락 언제였어요.”
“…….”
매니저는 약간 침통한 얼굴이었다.
“…너희 계곡 래프팅 끝날 때쯤 왔더라, 폰을 꺼서 정리해 두는 바람에…… 촬영 끝날 때야 확인했다.”
“……!”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그럼… 이미 래빈이가 가도.”
“느, 늦었을 수도 있…….”
“그렇진 않을 거야! 계속 연락이 왔었어.”
매니저는 황급히 설명을 덧붙였다.
“……네.”
그나마 차 안 분위기가 누그러졌다.
나는 매니저를 살폈다.
‘설마 미리 확인했는데 말 안 했나.’
그럴 수도 있었다.
‘곧 촬영이 끝나니 컷은 마저 뽑고 보내보겠다고 수작 부릴 수 있지.’
어차피 김래빈이 가든 안 가든 할머님이 갑자기 쾌차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합리화하면…….
…아니다. 너무 나갔다. 매니저든 회사든, 그 정도로 윤리적으로 막 나가는 타입은 아니었다.
게다가 그랬으면 굳이 저렇게 솔직히 말을 해주지 않았겠지.
나는 한숨을 참으며 몸을 뒤로 기댔다.
“…할머니 어떡해요.”
옆에서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차유진이 울적한 얼굴로 구석에 구겨져 있었다.
‘직접 뵌 적이 있나 보군.’
류청우가 힘겹게 입을 뗐다.
“괜찮을 거야. 좀 있다가… 래빈이한테 연락해 보자.”
“네…….”
차 안의 분위기가 축 처졌다. 큰세진까지도 뭐라고 말해야 좋을지 모르겠다는 듯, 나와 눈이 마주치자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흠…….”
이세진은 이 분위기가 답답한지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렇게 우중충한 분위기에서, 차가 달려서 숙소로 향했다.
지난 1박 2일간의 미치도록 활기찬 일정이 거짓말 같은 엔딩이었다.
* * *
김래빈이 숙소로 돌아온 것은 자정을 넘은 새벽이었다.
“……!”
“왔냐.”
몇몇 멤버들이 아직 안 자고 거실에 앉아 있었다.
내일 아침에 화보 스케줄 있는 선아현, 이세진 둘은 매니저의 강권에 의해 일단 들어갔다.
‘김래빈이 언제 들어올지도 모르는 상황이니까 그게 현명했다.’
그리고 그 판단이 맞았다. 지금이 새벽 3시 반이었다.
“택시 탔어?”
“……예.”
김래빈은 울었는지 얼굴이 퉁퉁 부어 있었지만, 특별히 혼 나간 것처럼 보이진 않았다.
‘큰일은 아니었나 보군.’
나는 입을 열었다.
“할머님은 괜찮으시대?”
“네……. 금방 병원에 가서, 후유증 거의 없으실 거라고.”
알고 보니, 할머님은 뇌출혈로 쓰러지신 모양이다. 다행히 김래빈의 누나가 빠르게 발견해서 골든 타임 내로 처치가 끝났다고.
“다행이다…….”
“진짜, 다행이야 래빈아.”
“마음고생 했겠어. 힘들었지? 수고했다.”
“……감사합니다.”
김래빈은 다시 울컥했는지, 눈을 세차게 비비며 거실로 들어왔다. 조촐하게 환영 겸 위로가 이어졌다.
“저녁은 먹었어?”
“……아뇨.”
“어휴.”
“안 그래도 고생했을 텐데, 뭐라도 먹고 자는 게 낫겠다.”
맞는 말이었다.
‘…어쩔 수 없지.’
나는 한숨을 쉬고 자원했다. 이 라인업이면 내가 하는 게 제일 빨리 끝난다.
“…앉아 봐. 뭐라도 데워줄 테니까.”
“괘, 괜찮습니다!”
“새벽이다. 목소리 낮추고.”
“예…….”
상황이 괜찮은 걸 확인한 멤버들은 한결 편한 얼굴로 기지개를 피며 일어났다.
“그럼 래빈아, 푹 쉬고. 문대는 수고~”
“예…….”
“밥 다 먹고 들어가.”
“고생했어.”
마지막으로 차유진이 김래빈의 어깨를 두드리고 들어갔다.
내일 오후부터 또 단체 스케줄이 있었다.
일단 큰일로 번지지 않은 것을 확인했으니, 굳이 밥 먹는 애 앞에 단체로 앉아서 보고 있는 게 더 부담스러울 일이었다.
‘나도 얼른 끝내고 들어가야겠군.’
나는 적당히 즉석밥과 찌개를 데워서 내놨다. 혹시 몰라서 저녁에 하나 더 시켜둔 건 현명한 판단이었다.
“자.”
“감사합니다…….”
나는 김래빈이 먹는 것을 확인한 후, 들어가려고 몸을 돌리다가 깨달았다.
‘…이 상황에서 새벽에 혼자 밥 먹는 것도 그림 상 이상하지 않나.’
서럽기 딱 좋았다. 그러니 한둘은 남는 게 맞았다.?
그리고 내가 그걸 지원한 꼴이다.
‘…그래도 이게 맞지.’
나는 맞은편에 앉았다.
김래빈은 조용히 밥을 먹고 있었다.
그러다 반도 못 먹고 수저를 내려뒀다.
“…맛없냐?”
“아뇨…….”
김래빈은 고개를 푹 숙이고 중얼거렸다.
“할머니, 괜찮으신 건 확인했는데……, 그래도… 기분이 이상합니다.”
“……왜.”
“다, 다음에 또 이런 상황이 생겼는데, 제가 또 늦게 보면, 그리고… 그때는 진짜…… 진짜면.”
“……음.”
“혹시 늦게 보지 않았다고 해도, 제가 공연 중에, 촬영 중에… 중단하고 가는 게 옳은 건지. 그런데 그러면… 직업적 소양이 부족한 것 같고.”
“…….”
“계속… 그런 생각이 끊이질 않습니다.”
…그런 걱정이 들 만했다.
그리고 일에 삶이 갈리는 사람이면 누구나 가질 법한 걱정이기도 했다.
바쁘게 일하다가, 어느 날 아주 치명적인… 연락이 왔을 때, 내가 아주 중요한 일을 하는 중이면 대체 어떡하면 좋겠냐는.
문제는 김래빈이 아직 성인도 아니라는 점이다.
아직 법적으로 술도 못 마시는 나이에 이런 고민을 하게 만드는 직업환경이 정상인지는… 모르겠다, 솔직히.
‘돈 버니까 프로지 않냐고 하면 할 말은 없다만.’
저런 연락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또 모르는 상황이라서 말이다.
“…….”
참 어렵군. 이 새벽에 이런 말을 하게 될 줄이야.
나는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내가 연락을 받았을 때는… 학원이었어.”
“……!”
“수업 중이라 폰을 무음으로 바꿔둬서… 시간이 꽤 지난 후에야 봤지. 시험이 얼마 안 남았었거든.”
“…….”
부재중이 24건 떠 있었다.
지금도 생각하긴 한다. 학원 안 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안 가고 그놈의 가족행사, 따라갔으면 뭐가 바뀌었을까 하는… 별 의미 없는 생각 말이다.
“그때 내가 너보단 훨씬 덜 바쁘고, 그냥 학생이었어. 그래서 이런… 타이밍의 문제는, 사실 운의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아.”
“게다가 네가 평생 이런 스케줄에서 살 건 아니잖아. 경력이 더 붙으면 얼마든지 조정이 가능한 게 스케줄이다.”
나는 목 뒤를 쓸어내리며 말을 계속했다.
“그래도 걱정되면, 일단 가족 연락 오면 무조건 확인해달라고 매니저한테 말해둬. 그리고 일하다 중간에 가도 아무 문제 없어.”
“…!”
“다들 그러고 살아. 욕하는 놈이 사이코패스니까 고소하고.”
“…….”
한참을 대답이 없던 김래빈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예.”
“좀 괜찮아졌냐?”
“…네!”
김래빈은 약간 더 힘 있게 대답했다. 그리고 수저를 도로 들어 올렸다. …기운을 좀 차린 것 같아서 다행이었다.
‘속도 보니 5분 내로 들어갈 수 있겠군.’
나는 좀 안심하며 시계를 확인했다. …음, 들어가면 해가 뜰 것 같은데.
‘낮밤이 또 뒤바뀌는군…….’
생체리듬 개박살 나는 소리가 들렸다. 휴가받으면 우선 저녁 9시에 취침해서 다음 날 9시에 깨는 패턴부터 잡아야겠다.
“저, 형.”
“왜.”
“뭐 하나 여쭤봐도 됩니까?”
“……해봐.”
김래빈은 다 먹은 상차림을 정리하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기억상실증이라고 하셨던 것 같은데, 어떻게 당시 사건을 기억하고 계신 지 아무리 생각해도 잘 모르겠…….”
“…갑자기 자다가 기억났다.”
“아, 알겠습니다.”
정말 한결같은 놈이었다.
* * *
테스타의 리얼리티 여행 편은 소식 기사가 나오자마자 팬들의 환성을 불러일으켰다.
-야호! 여행!
-아 테스타 리얼리티 초반에는 꿀잼이었는데 요새 꿀노잼 돼서 클립만 봤더니 드디어 제작진이 정신을 차렸다
-계곡 목격담 있던데, 막 시골에서 자기들끼리 노는 느낌으로 힐링 컨텐츠려나ㅠㅠ 기대된다
그리고 예고편이 뜨자, 이 반응은 두 배로 불어났다.
-ㅋㅋㅋㅋㅋㅋㅋ미친 익스트림!
-스카이다이빙에 귀신의 집에 물놀이야? 와 진짜 알짜만 모아뒀넼ㅋㅋㅋㅋㅋ
-문대와 귀신의 집? 이건 되는 주식이다 모두 부어!!
-헐… 팬송도 이때 만들었나봐ㅠㅠ 애들 만드는 거 한 컷만 나왔는데도 너무 꽁냥꽁냥 귀엽다
-역시 래빈이 주도였네 다 같이 했다고 래빈이 후려치려던 새끼들 죽어
-밥도 잘 먹은 것 같아서 안심함
└ㅋㅋㅋㅋ이거 완전 내 반응ㅋㅋㅋ
└ㄹㅇ 혹시 밥 잘 안 줬을까 봐 걱정했는데 통돼지가 나오더랔ㅋㅋㅋ
팬들은 며칠 안 남은 리얼리티 여행 첫 에피소드를 손꼽아 기다렸다.
그리고 동시에 다른 예능 떡밥은 없나, 아쉬운 마음으로 카더라를 긁어모았다.
그리고 웬 인증 없는 익명 글 하나를 보기도 했다.
========================
: 이번 게스트 ㅂㅇㅌ ㅊㄹ랑 ㅌㅅㅌ ㅂㅁㄷ임. ㅊㄹ 섭외했는데 그쪽에서 직접 지목했어. 다들 시청률 잘 나올 것 같다고 수군거리는 중.
========================
VTIC 청려가 박문대와 예능을 찍는다는 말이었다.
이 허무맹랑한 주장 밑에는 당연히 비웃는 반응이 주르륵 달렸다.
-? 무슨 개소리임
-잡덕 망상 잘 봤습니다
-이런 새끼가 청려랑 박문대 인사한 거 보고 절친 카더라 뚝딱 만들어내는 거지?
-캬 요새는 이런 하급 어그로에도 반응이 달리냐 세상 많이 좋아짐
팬들도 당연히 믿지 않고 넘어갔다.
하지만 며칠 뒤.
정식으로 기사가 떴다.
========================
[, 다음 게스트는 VTIC과 테스타? (단독)]
: 지난 21일 MBS 관계자에 따르면 는 최근 VTIC의 청려와 테스타의 박문대를 게스트로 촬영이 예정되어 있다고 밝혔다.
…….
========================
-???
-뭐야 이거
-진짜야?
진짜였다.
얼마 뒤, 에서 제작한 예고 영상이 떴다.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90화

김래빈 안색이 저렇게까지 변하는 건 처음 봤다.

각자 흩어져서 자기 볼일을 보던 멤버들 중 몇몇도 바로 알아차릴 정도였으니까.

“래빈아, 무슨 일 있어? 형, 무슨 일이에요?”

류청우가 다가가서 조용히 묻자, 매니저가 류청우까지 데리고 어디론가 빠졌다.

“…….”

복잡한 개인 사정이 생기면, 누가 참견하는 게 도리어 꺼려질 확률이 높았다.

류청우야 리더 감투가 있어서 괜찮다만 다른 멤버들의 참견까지 김래빈이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를 일이었다.

‘일단 상황을 더 살펴본다.’

아니나 다를까, 잠시 뒤 매니저는 류청우와 돌아왔다.

김래빈은 이미 사라진 후였다.

“…김래빈은요?”

“잠시만. 촬영 정리되면 이야기하자.”

매니저는 주변 스탭들을 신경 쓰는 듯했다. 멤버들은 상황을 파악했는지, 입을 다물고 하던 일을 계속했다.

그리고 얼마 뒤, 제작진과 짧은 인사를 나눈 후 차에 타고서야 전말을 들었다.

“할머니가 쓰러지셨다고요?”

“그래. 그래서 바로 병원으로 갔어.”

“…….”

김래빈이 조부모와 사는 건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멤버들의 안색이 변했다.

나는 혀를 찼다. ……마음이 안 좋았다.

‘…그래도 보내는 줬군.’

그나마 활동이 마무리될 때, 하루 스케줄이 끝날쯤에 연락이 와서 군말 없이 바로 보내준 것 같다. 쓸데없는 소리 안 하고.

……잠깐.

나쁜 소식이 이렇게 타이밍 좋게… 일어날 수 있나.

“형, 그거 연락 언제 왔어요.”

“뭐, 뭐?”

“김래빈 할머님 쓰러지신 거, 연락 언제였어요.”

“…….”

매니저는 약간 침통한 얼굴이었다.

“…너희 계곡 래프팅 끝날 때쯤 왔더라, 폰을 꺼서 정리해 두는 바람에…… 촬영 끝날 때야 확인했다.”

“……!”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그럼… 이미 래빈이가 가도.”

“느, 늦었을 수도 있…….”

“그렇진 않을 거야! 계속 연락이 왔었어.”

매니저는 황급히 설명을 덧붙였다.

“……네.”

그나마 차 안 분위기가 누그러졌다.

나는 매니저를 살폈다.

‘설마 미리 확인했는데 말 안 했나.’

그럴 수도 있었다.

‘곧 촬영이 끝나니 컷은 마저 뽑고 보내보겠다고 수작 부릴 수 있지.’

어차피 김래빈이 가든 안 가든 할머님이 갑자기 쾌차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합리화하면…….

…아니다. 너무 나갔다. 매니저든 회사든, 그 정도로 윤리적으로 막 나가는 타입은 아니었다.

게다가 그랬으면 굳이 저렇게 솔직히 말을 해주지 않았겠지.

나는 한숨을 참으며 몸을 뒤로 기댔다.

“…할머니 어떡해요.”

옆에서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차유진이 울적한 얼굴로 구석에 구겨져 있었다.

‘직접 뵌 적이 있나 보군.’

류청우가 힘겹게 입을 뗐다.

“괜찮을 거야. 좀 있다가… 래빈이한테 연락해 보자.”

“네…….”

차 안의 분위기가 축 처졌다. 큰세진까지도 뭐라고 말해야 좋을지 모르겠다는 듯, 나와 눈이 마주치자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흠…….”

이세진은 이 분위기가 답답한지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렇게 우중충한 분위기에서, 차가 달려서 숙소로 향했다.

지난 1박 2일간의 미치도록 활기찬 일정이 거짓말 같은 엔딩이었다.

* * *

김래빈이 숙소로 돌아온 것은 자정을 넘은 새벽이었다.

“……!”

“왔냐.”

몇몇 멤버들이 아직 안 자고 거실에 앉아 있었다.

내일 아침에 화보 스케줄 있는 선아현, 이세진 둘은 매니저의 강권에 의해 일단 들어갔다.

‘김래빈이 언제 들어올지도 모르는 상황이니까 그게 현명했다.’

그리고 그 판단이 맞았다. 지금이 새벽 3시 반이었다.

“택시 탔어?”

“……예.”

김래빈은 울었는지 얼굴이 퉁퉁 부어 있었지만, 특별히 혼 나간 것처럼 보이진 않았다.

‘큰일은 아니었나 보군.’

나는 입을 열었다.

“할머님은 괜찮으시대?”

“네……. 금방 병원에 가서, 후유증 거의 없으실 거라고.”

알고 보니, 할머님은 뇌출혈로 쓰러지신 모양이다. 다행히 김래빈의 누나가 빠르게 발견해서 골든 타임 내로 처치가 끝났다고.

“다행이다…….”

“진짜, 다행이야 래빈아.”

“마음고생 했겠어. 힘들었지? 수고했다.”

“……감사합니다.”

김래빈은 다시 울컥했는지, 눈을 세차게 비비며 거실로 들어왔다. 조촐하게 환영 겸 위로가 이어졌다.

“저녁은 먹었어?”

“……아뇨.”

“어휴.”

“안 그래도 고생했을 텐데, 뭐라도 먹고 자는 게 낫겠다.”

맞는 말이었다.

‘…어쩔 수 없지.’

나는 한숨을 쉬고 자원했다. 이 라인업이면 내가 하는 게 제일 빨리 끝난다.

“…앉아 봐. 뭐라도 데워줄 테니까.”

“괘, 괜찮습니다!”

“새벽이다. 목소리 낮추고.”

“예…….”

상황이 괜찮은 걸 확인한 멤버들은 한결 편한 얼굴로 기지개를 피며 일어났다.

“그럼 래빈아, 푹 쉬고. 문대는 수고~”

“예…….”

“밥 다 먹고 들어가.”

“고생했어.”

마지막으로 차유진이 김래빈의 어깨를 두드리고 들어갔다.

내일 오후부터 또 단체 스케줄이 있었다.

일단 큰일로 번지지 않은 것을 확인했으니, 굳이 밥 먹는 애 앞에 단체로 앉아서 보고 있는 게 더 부담스러울 일이었다.

‘나도 얼른 끝내고 들어가야겠군.’

나는 적당히 즉석밥과 찌개를 데워서 내놨다. 혹시 몰라서 저녁에 하나 더 시켜둔 건 현명한 판단이었다.

“자.”

“감사합니다…….”

나는 김래빈이 먹는 것을 확인한 후, 들어가려고 몸을 돌리다가 깨달았다.

‘…이 상황에서 새벽에 혼자 밥 먹는 것도 그림 상 이상하지 않나.’

서럽기 딱 좋았다. 그러니 한둘은 남는 게 맞았다.?

그리고 내가 그걸 지원한 꼴이다.

‘…그래도 이게 맞지.’

나는 맞은편에 앉았다.

김래빈은 조용히 밥을 먹고 있었다.

그러다 반도 못 먹고 수저를 내려뒀다.

“…맛없냐?”

“아뇨…….”

김래빈은 고개를 푹 숙이고 중얼거렸다.

“할머니, 괜찮으신 건 확인했는데……, 그래도… 기분이 이상합니다.”

“……왜.”

“다, 다음에 또 이런 상황이 생겼는데, 제가 또 늦게 보면, 그리고… 그때는 진짜…… 진짜면.”

“……음.”

“혹시 늦게 보지 않았다고 해도, 제가 공연 중에, 촬영 중에… 중단하고 가는 게 옳은 건지. 그런데 그러면… 직업적 소양이 부족한 것 같고.”

“…….”

“계속… 그런 생각이 끊이질 않습니다.”

…그런 걱정이 들 만했다.

그리고 일에 삶이 갈리는 사람이면 누구나 가질 법한 걱정이기도 했다.

바쁘게 일하다가, 어느 날 아주 치명적인… 연락이 왔을 때, 내가 아주 중요한 일을 하는 중이면 대체 어떡하면 좋겠냐는.

문제는 김래빈이 아직 성인도 아니라는 점이다.

아직 법적으로 술도 못 마시는 나이에 이런 고민을 하게 만드는 직업환경이 정상인지는… 모르겠다, 솔직히.

‘돈 버니까 프로지 않냐고 하면 할 말은 없다만.’

저런 연락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또 모르는 상황이라서 말이다.

“…….”

참 어렵군. 이 새벽에 이런 말을 하게 될 줄이야.

나는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내가 연락을 받았을 때는… 학원이었어.”

“……!”

“수업 중이라 폰을 무음으로 바꿔둬서… 시간이 꽤 지난 후에야 봤지. 시험이 얼마 안 남았었거든.”

“…….”

부재중이 24건 떠 있었다.

지금도 생각하긴 한다. 학원 안 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안 가고 그놈의 가족행사, 따라갔으면 뭐가 바뀌었을까 하는… 별 의미 없는 생각 말이다.

“그때 내가 너보단 훨씬 덜 바쁘고, 그냥 학생이었어. 그래서 이런… 타이밍의 문제는, 사실 운의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아.”

“게다가 네가 평생 이런 스케줄에서 살 건 아니잖아. 경력이 더 붙으면 얼마든지 조정이 가능한 게 스케줄이다.”

나는 목 뒤를 쓸어내리며 말을 계속했다.

“그래도 걱정되면, 일단 가족 연락 오면 무조건 확인해달라고 매니저한테 말해둬. 그리고 일하다 중간에 가도 아무 문제 없어.”

“…!”

“다들 그러고 살아. 욕하는 놈이 사이코패스니까 고소하고.”

“…….”

한참을 대답이 없던 김래빈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예.”

“좀 괜찮아졌냐?”

“…네!”

김래빈은 약간 더 힘 있게 대답했다. 그리고 수저를 도로 들어 올렸다. …기운을 좀 차린 것 같아서 다행이었다.

‘속도 보니 5분 내로 들어갈 수 있겠군.’

나는 좀 안심하며 시계를 확인했다. …음, 들어가면 해가 뜰 것 같은데.

‘낮밤이 또 뒤바뀌는군…….’

생체리듬 개박살 나는 소리가 들렸다. 휴가받으면 우선 저녁 9시에 취침해서 다음 날 9시에 깨는 패턴부터 잡아야겠다.

“저, 형.”

“왜.”

“뭐 하나 여쭤봐도 됩니까?”

“……해봐.”

김래빈은 다 먹은 상차림을 정리하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기억상실증이라고 하셨던 것 같은데, 어떻게 당시 사건을 기억하고 계신 지 아무리 생각해도 잘 모르겠…….”

“…갑자기 자다가 기억났다.”

“아, 알겠습니다.”

정말 한결같은 놈이었다.

* * *

테스타의 리얼리티 여행 편은 소식 기사가 나오자마자 팬들의 환성을 불러일으켰다.

-야호! 여행!

-아 테스타 리얼리티 초반에는 꿀잼이었는데 요새 꿀노잼 돼서 클립만 봤더니 드디어 제작진이 정신을 차렸다

-계곡 목격담 있던데, 막 시골에서 자기들끼리 노는 느낌으로 힐링 컨텐츠려나ㅠㅠ 기대된다

그리고 예고편이 뜨자, 이 반응은 두 배로 불어났다.

-ㅋㅋㅋㅋㅋㅋㅋ미친 익스트림!

-스카이다이빙에 귀신의 집에 물놀이야? 와 진짜 알짜만 모아뒀넼ㅋㅋㅋㅋㅋ

-문대와 귀신의 집? 이건 되는 주식이다 모두 부어!!

-헐… 팬송도 이때 만들었나봐ㅠㅠ 애들 만드는 거 한 컷만 나왔는데도 너무 꽁냥꽁냥 귀엽다

-역시 래빈이 주도였네 다 같이 했다고 래빈이 후려치려던 새끼들 죽어

-밥도 잘 먹은 것 같아서 안심함

└ㅋㅋㅋㅋ이거 완전 내 반응ㅋㅋㅋ

└ㄹㅇ 혹시 밥 잘 안 줬을까 봐 걱정했는데 통돼지가 나오더랔ㅋㅋㅋ

팬들은 며칠 안 남은 리얼리티 여행 첫 에피소드를 손꼽아 기다렸다.

그리고 동시에 다른 예능 떡밥은 없나, 아쉬운 마음으로 카더라를 긁어모았다.

그리고 웬 인증 없는 익명 글 하나를 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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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게스트 ㅂㅇㅌ ㅊㄹ랑 ㅌㅅㅌ ㅂㅁㄷ임. ㅊㄹ 섭외했는데 그쪽에서 직접 지목했어. 다들 시청률 잘 나올 것 같다고 수군거리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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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TIC 청려가 박문대와 예능을 찍는다는 말이었다.

이 허무맹랑한 주장 밑에는 당연히 비웃는 반응이 주르륵 달렸다.

-? 무슨 개소리임

-잡덕 망상 잘 봤습니다

-이런 새끼가 청려랑 박문대 인사한 거 보고 절친 카더라 뚝딱 만들어내는 거지?

-캬 요새는 이런 하급 어그로에도 반응이 달리냐 세상 많이 좋아짐

팬들도 당연히 믿지 않고 넘어갔다.

하지만 며칠 뒤.

정식으로 기사가 떴다.

========================

: 지난 21일 MBS 관계자에 따르면 는 최근 VTIC의 청려와 테스타의 박문대를 게스트로 촬영이 예정되어 있다고 밝혔다.

…….

========================

-???

-뭐야 이거

-진짜야?

진짜였다.

얼마 뒤, 에서 제작한 예고 영상이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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