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 Mắt Hay Ra Đi Raw - C87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87화
“이게 무슨…….”
류청우가 풍선 폭탄을 맞은 꼴인 거실을 확인하며 중얼거리다가 멈췄다. 아마 풍선 사이사이에 돌아가는 렌즈가 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익숙한 리얼리티용 카메라가 돌아왔다.
‘재촬영이 오늘부터였군.’
최근에 숙소에 붙어 있는 시간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리얼리티 카메라는 컨텐츠 뽑을 때만 짧고 굵게 있다가 빠지곤 했다.
‘활동이나 일상 컨텐츠는 이미 너무 우려먹어서 더 못 써먹을 수준이기도 했고.’
하지만 이렇게 본격적인 꼴은 또 처음이었기 때문에, 멤버들은 주춤주춤 거실에 진입했다.
그리고 흔들리는 풍선 속에서 대형 쪽지를 발견했다. 얼마나 컸냐면, 모양만 쪽지지 거실벽의 사분지 일을 차지하고 있었다.
[특집! 테스타의 1위 기념 여행]
“어?”
“…여행?”
“여행!”
차유진이 단번에 풍선을 차며 벽에 접근했다. 공식 색으로 선정된 세 가지 팬톤 넘버에서 따온 것이 분명한 색색의 풍선들이 허공을 비상했다.
“이거 뜯어져요! 안에 무엇이 있어요!”
“유진아 조심해야지!”
“오우.”
차유진은 지난번에 혼났던 것을 떠올렸는지 약간 풀이 죽은 얼굴로 얌전히 쪽지를 놓았다.
“그래, 같이 확인하자.”
“네….”
굳이 이래야 할 필요가 있나 싶다만, 방송용 그림을 위해서 다 같이 쪽지를 뜯어냈다.
“하나, 둘, 셋!”
그러자 웬 거대한 룰렛이 등장했다.
‘…룰렛이라니.’
단어만 들어도 플래시백이 터질 것 같군.
하지만 멤버들은 본격적인 여행 컨텐츠 냄새에 흥분했다.
“와! 이게 뭐야?”
“복불복?”
“여행 복불복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김래빈의 말대로 상단에는 크게 이 적혀 있었다. 그리고 밑으로 적당한 글씨로 설명이 이어졌다.
“음~ ‘여러분은 이 룰렛을 함께 돌려서, 이번 여행의 컨셉을 결정합니다… 1박 2일간 떠나는 테스타의 우정 여행’! 와, 진짜 본격적인데요?”
“너무 좋아요!”
“빠, 빨리 돌릴까…!?”
약간 기운이 없던 선아현까지 신나서 룰렛에 달라붙었다. 룰렛은 총 7칸으로, 칸마다 다른 테마가 적혀 있었다.
[힐링, 먹방, 어드벤처, 익스트림, 테마파크, 역사, 과일.]
“오~”
키워드는 제법 특색 있는 것들로만 채워져 있었다.
‘힐링이 제일 낫겠군.’
척 보니 어디 산속에라도 가서 전원 생활하는 스케줄이다. 제일 만만하고 가사 노동 외에는 체력 소모가 없을 느낌이지.
“Adventure하고 싶어요.”
“힐링 좋지.”
“먹방은 완전 문대를 위해 넣으신 것 같은데?”
분량을 생각했는지 잠시 각자 취향을 피력하던 놈들은 곧 참지 못하고 신나서 룰렛에 붙었다.
“다 같이 잡고 동시에 돌리죠!”
“그러자. 문대야, 너도 얼른 이리 와!”
“…옙.”
덕분에 여섯이서 다 같이 룰렛을 돌린다는 기이한 장면이 카메라에 잡혔다.
‘제발 훈훈하게라도 나가라.’
나는 희망 사항을 중얼거리며 멤버들과 동시에 룰렛을 건드렸다.
“오오오~”
“돌아간다!”
‘당연히 돌아가지 그럼 안 돌아가겠냐.’
어지간히 힘을 줘서 돌렸는지, 룰렛은 핑글핑글 꽤 오래 돌다가 간신히 멈춰 섰다.
“테마파크…!”
간절한 김래빈의 말이 무색하게도 원반은 테마파크의 보라색 칸을 넘어… 빨간색까지 갔다.
“어어어!”
그리고 시뻘건 빨간 칸에 전위적인 글씨체로 테마가 적혀 있었다.
[익스트림 여행]
“……익스트림?”
“아, Extreme!”
차유진이 드디어 발음의 뜻을 깨달았는지, 웃으며 두 손을 번쩍 들었다.
‘차유진 마음에 들어?’
그렇게 불길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잠시 뒤, 류청우의 스마트폰으로 제작진으로부터의 문자가 들어왔다.
[테스타의 이번 여행 테마는 익스트림~]
[극한의 즐거움을 맛보는 익사이팅 테마로 모시겠습니다! *^^*]
[※무르기 없음!]
“무, 무르기 없음…?”
“어…, 어허허…….”
서바이벌로 단련된 촉이 발동했는지 멤버들의 안색이 변하기 시작했다.
“…….”
나는 룰렛 앞으로 다가갔다.
“문대야?”
그리고 룰렛을 다시 돌려보았다.
빙글빙글, 열심히 돌아가던 룰렛은…….
또 익스트림 여행에서 멈췄다.
…다시 돌려보았다.
빙그르르……, 툭.
……익스트림이다.
그리고 멤버들은 상황을 깨달았다.
“…!!”
“…사기잖아요!!”
…참고로 다음 날 만난 제작진은, 스케줄을 먼저 짜야 하는데 당연히 7개 전부 걸리게 둘 순 없지 않겠냐며 실실 웃었다.
‘이 새끼들….’
어떻게든 여행 컨텐츠에서 시청률을 뽑아보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정말로,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 * *
[스케줄 때문에 늦게 확인했네요. 뮤직가요 1위 축하합니다.]
[감사합니다, 선배님.]
아침에 깨자마자 와 있는 문자에 답장하고 있자니 슬슬 어처구니가 없다.
상태 메시지에 확인 늦다고 적어놔도 계속 오는군.
참고로 상대는 VTIC의 청려다.
‘이 새끼 진짜 피곤하네.’
본인도 1위 후보였던 마당에 늦게 확인했을 리가 있나.
당연히 멤버 중 누군가라도 당일에 말했을 것이다. 3주 연속 공중파 트리플 크라운이 저지됐는데 말이 안 나왔을 리가.
‘일부러 꼽주려고 연락한 건 맞는 것 같은데.’
아니나 다를까 곧 답장이 왔다.
[다음에는 더 빨리 1위 하길 바라요.]
동발해서 신경 거슬리게 하지 말고 알아서 피해 가면 각자 1위 챙기고 얼마나 좋냐는 뜻이다.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선배님.]
‘이거 시X 무시할 수도 없고.’
일단 톡 알림은 꺼버렸다. 안 그래도 본부장 만날 때마다 X 같은 데 별 새끼가 다 귀찮게 구는군.
“여! 행! 준! 비!”
“무, 문대야, 짐… 다, 다 챙겼어?”
“어. 잠시만.”
스마트폰을 끄자마자 우당탕탕 소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출발 준비 촬영이군….’
리얼리티 여행 컨텐츠의 시작이었다.
“그게 끝이야?”
“어.”
“괜찮겠어?”
“그럼요.”
배낭 하나 메고 오자 여기저기서 너무 짐이 너무 적지 않냐며 참견이 들어왔다.
‘1박 2일인데 뭐.’
어차피 제작진 시키는 데로 가는 패키지여행이다. 옷하고 양치 도구면 된 거 아닌가.
“간식은요?”
“뭐?”
“간식은요?”
“……간식.”
“네!”
“가서 사 먹자.”
“네…….”
차유진 안에서 내 이미지는 간식 보급책이 된 모양이다.
‘빵셔틀이라도 된 기분인데.’
고등학교 때도 달아본 적 없는 멋진 직함에 정신을 못 차리겠다.
“자, 그럼… 저희 드디어 첫 여행 갑니다~”
“와!!”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어쨌든 제작진 카메라 앞에서 오프닝은 잘했다. 속아놓고도 다들 일단 여행이라니까 들뜬 분위기가 역력했다.
‘강행군이긴 했지.’
데뷔 앨범 준비 때부터 지금까지 두 달쯤 쉬지 못하고 달렸으니까.
다만, 그런 멤버들을 보는 제작진이 히죽히죽 웃을 때부터 이미 무슨 일이 벌어질지 짐작했어야 했다.
약 3시간 뒤.
우리는 경기도 끝자락에 있는 웬 산 아래 시골 마을에 도착했다.
“오늘의 첫 여행지에 도착한 테스타 여러분, 축합니다!”
“와!!”
“경치가 정말 좋네요!”
좀 더웠지만, 확실히 날씨가 좋았다. 오랜만의 야외 활동에 화색이 도는 멤버들에게 PD가 확성기로 외쳤다.
“여러분의 첫 번째 익스트림 활동은… 스카이다이빙입니다!”
“…!?”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저기 위에 경비행기 보이시죠?”
두두두두…….
푸른 하늘 위로 검은 비행물체가 쓱 지나갔다.
“저기 타서 뛰어내리실 거예요.”
“……!!”
그리고 난장판이 되었다.
“아아아아악!!”
“이건 완전히 안전하다…… 나는 안전하다…….”
“하하하하하하!”
“…중도 포기는 불가능한가요?”
“에이, 비행기까지 타서 아깝죠~ 이거 이미 돈 다 냈는데?”
“…….”
강사의 느긋한 대답에 이세진의 얼굴이 푸르죽죽하게 죽었다.
‘개판이군.’
그래도 제작진이 마지막 보루를 내려주기는 했다.
-정 못 뛰시겠으면 그냥 내려오셔도 됩니다. 대신, 다음 코스가 두 배!
‘이거 팬들한테 욕 처먹을 것 같은데.’
누가 진짜 못 하겠다고 울기라도 하면 ‘왜 아이돌 리얼리티를 쓸데없이 가학적으로 만드냐’고 쌍욕 먹고 사과문 발표할 수위였다.
다만 그럴 일은 드물 것 같았다.
“자, 그럼 한 사람씩 뛰어내립니다!”
“으아아아!”
이놈들이 의외로 다 악바리기 때문이다.
그 아주사에서 아득바득 버틴 놈들이니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구석에 처박혀서 혼자 중얼거리던 김래빈부터 신나서 발을 동동 구르던 차유진까지 모두 잘만 뛰어내렸다.
뒤에 강사가 있으니 좀 용기가 생긴 것도 한몫했을 것이다.
“자, 갑니다!”
“네, 네…!!”
선아현도 별문제 없이 쑥 뛰어내렸다.
‘다음은 난 가.’
얼결에 또 마지막 타자가 됐다. 아주사 깜짝 VCR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이런 건 무섭지도 않지.’
죽거나 다치는 것도 아닌데 뭐 어떻단 말인가. 단지 이 돈 주고 하는 의미는 잘 모르겠다.
“자~ 이거 같이 뛰어야 합니다. 심호흡하시고.”
“예.”
“아, 이 친구가 제일 강심장이네~ 갑시다!”
훅.
바람이 얼굴을 찔렀다.
“……하!”
“좋죠~?”
좋았다.
…생각도 못 했다.
사방으로 새파란 창공이 펼쳐졌다.
푸른 지평선 너머로 산과 들이 끝없이 펼쳐졌다.
햇살이 눈을 찌르는데도 덥지 않았다. 바람이 소용돌이쳤다.
“자, 낙하산~”
퉁, 압박감과 함께 몸이 허공에 느릿하게 멈추어 바람을 타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엄청난 해방감이었다.
“잘 타네! 이거 잡고… 이렇게 밀어봅시다!”
“…….”
내가 류건우로 계속 살았다면, 과연 이런 걸 해볼 생각이나 했을까.
‘절대 아니지.’
그 돈 주고 뭐하러 하늘에서 뛰어내리냐고 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하고 있다.
그리고 그런 일들이 너무 많았다. 성취, 공연, 팬, 환호……. 삶을 사는 감각이.
‘……이상하네.’
상태이상이고 뭐고 아무래도 좋았다.
이상하게, 내가 박문대라는 게 마음에 들었다.
“자, 착지합니다!”
지상으로 착륙하는 순간, 먼저 내려간 놈들이 깔깔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문대까지 도착~”
…뭐 익스트림 여행, 나쁘지 않을 것 같군. 나는 웃으며 바닥에 발을 디뎠다.
* * *
내가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했던가?
“자, 오늘의 두 번째 익스트림 체험! 바로~ ‘흉가의 초대’입니다!”
“아아아아!!”
지금 취소하겠다. 제작진 놈들은 정도를 모른다.
“전방에 보이는 건물 보이시나요?”
“예……!”
“보이긴 하는데…!”
겁 많은 걸로 인증된 몇몇 멤버들이 이미 우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PD가 신나게 확성기로 떠들었다.
“이번에 내한한 호러메이킹 전문팀이 운영하는 공포체험 세트장입니다!”
“으아아아…….”
“딱 올여름만 운영해서 지금만 할 수 있는 거예요!”
이 자세한 설명은… PPL이란 뜻이다.
옆에서 음울한 얼굴로 이세진이 중얼거렸다.
“올여름만 버텼으면 되는 거였구나…….”
“…….”
그러게 말이다.
“그럼 여러분, 지금부터 ‘흉가의 초대’에 입장할 조를 나눠주세요!”
“저희가…! 조를 만드는 데 안 좋은 기억이 있어요……!”
“다 같이 입장하겠습니다!”
…그러나 당연히 씨알도 먹히지 않았고, 테스타는 입장 조를 나누기 시작했다.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87화
“이게 무슨…….”
류청우가 풍선 폭탄을 맞은 꼴인 거실을 확인하며 중얼거리다가 멈췄다. 아마 풍선 사이사이에 돌아가는 렌즈가 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익숙한 리얼리티용 카메라가 돌아왔다.
‘재촬영이 오늘부터였군.’
최근에 숙소에 붙어 있는 시간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리얼리티 카메라는 컨텐츠 뽑을 때만 짧고 굵게 있다가 빠지곤 했다.
‘활동이나 일상 컨텐츠는 이미 너무 우려먹어서 더 못 써먹을 수준이기도 했고.’
하지만 이렇게 본격적인 꼴은 또 처음이었기 때문에, 멤버들은 주춤주춤 거실에 진입했다.
그리고 흔들리는 풍선 속에서 대형 쪽지를 발견했다. 얼마나 컸냐면, 모양만 쪽지지 거실벽의 사분지 일을 차지하고 있었다.
“어?”
“…여행?”
“여행!”
차유진이 단번에 풍선을 차며 벽에 접근했다. 공식 색으로 선정된 세 가지 팬톤 넘버에서 따온 것이 분명한 색색의 풍선들이 허공을 비상했다.
“이거 뜯어져요! 안에 무엇이 있어요!”
“유진아 조심해야지!”
“오우.”
차유진은 지난번에 혼났던 것을 떠올렸는지 약간 풀이 죽은 얼굴로 얌전히 쪽지를 놓았다.
“그래, 같이 확인하자.”
“네….”
굳이 이래야 할 필요가 있나 싶다만, 방송용 그림을 위해서 다 같이 쪽지를 뜯어냈다.
“하나, 둘, 셋!”
그러자 웬 거대한 룰렛이 등장했다.
‘…룰렛이라니.’
단어만 들어도 플래시백이 터질 것 같군.
하지만 멤버들은 본격적인 여행 컨텐츠 냄새에 흥분했다.
“와! 이게 뭐야?”
“복불복?”
“여행 복불복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김래빈의 말대로 상단에는 크게 이 적혀 있었다. 그리고 밑으로 적당한 글씨로 설명이 이어졌다.
“음~ ‘여러분은 이 룰렛을 함께 돌려서, 이번 여행의 컨셉을 결정합니다… 1박 2일간 떠나는 테스타의 우정 여행’! 와, 진짜 본격적인데요?”
“너무 좋아요!”
“빠, 빨리 돌릴까…!?”
약간 기운이 없던 선아현까지 신나서 룰렛에 달라붙었다. 룰렛은 총 7칸으로, 칸마다 다른 테마가 적혀 있었다.
“오~”
키워드는 제법 특색 있는 것들로만 채워져 있었다.
‘힐링이 제일 낫겠군.’
척 보니 어디 산속에라도 가서 전원 생활하는 스케줄이다. 제일 만만하고 가사 노동 외에는 체력 소모가 없을 느낌이지.
“Adventure하고 싶어요.”
“힐링 좋지.”
“먹방은 완전 문대를 위해 넣으신 것 같은데?”
분량을 생각했는지 잠시 각자 취향을 피력하던 놈들은 곧 참지 못하고 신나서 룰렛에 붙었다.
“다 같이 잡고 동시에 돌리죠!”
“그러자. 문대야, 너도 얼른 이리 와!”
“…옙.”
덕분에 여섯이서 다 같이 룰렛을 돌린다는 기이한 장면이 카메라에 잡혔다.
‘제발 훈훈하게라도 나가라.’
나는 희망 사항을 중얼거리며 멤버들과 동시에 룰렛을 건드렸다.
“오오오~”
“돌아간다!”
‘당연히 돌아가지 그럼 안 돌아가겠냐.’
어지간히 힘을 줘서 돌렸는지, 룰렛은 핑글핑글 꽤 오래 돌다가 간신히 멈춰 섰다.
“테마파크…!”
간절한 김래빈의 말이 무색하게도 원반은 테마파크의 보라색 칸을 넘어… 빨간색까지 갔다.
“어어어!”
그리고 시뻘건 빨간 칸에 전위적인 글씨체로 테마가 적혀 있었다.
“……익스트림?”
“아, Extreme!”
차유진이 드디어 발음의 뜻을 깨달았는지, 웃으며 두 손을 번쩍 들었다.
‘차유진 마음에 들어?’
그렇게 불길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잠시 뒤, 류청우의 스마트폰으로 제작진으로부터의 문자가 들어왔다.
“무, 무르기 없음…?”
“어…, 어허허…….”
서바이벌로 단련된 촉이 발동했는지 멤버들의 안색이 변하기 시작했다.
“…….”
나는 룰렛 앞으로 다가갔다.
“문대야?”
그리고 룰렛을 다시 돌려보았다.
빙글빙글, 열심히 돌아가던 룰렛은…….
또 익스트림 여행에서 멈췄다.
…다시 돌려보았다.
빙그르르……, 툭.
……익스트림이다.
그리고 멤버들은 상황을 깨달았다.
“…!!”
“…사기잖아요!!”
…참고로 다음 날 만난 제작진은, 스케줄을 먼저 짜야 하는데 당연히 7개 전부 걸리게 둘 순 없지 않겠냐며 실실 웃었다.
‘이 새끼들….’
어떻게든 여행 컨텐츠에서 시청률을 뽑아보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정말로,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 * *
아침에 깨자마자 와 있는 문자에 답장하고 있자니 슬슬 어처구니가 없다.
상태 메시지에 확인 늦다고 적어놔도 계속 오는군.
참고로 상대는 VTIC의 청려다.
‘이 새끼 진짜 피곤하네.’
본인도 1위 후보였던 마당에 늦게 확인했을 리가 있나.
당연히 멤버 중 누군가라도 당일에 말했을 것이다. 3주 연속 공중파 트리플 크라운이 저지됐는데 말이 안 나왔을 리가.
‘일부러 꼽주려고 연락한 건 맞는 것 같은데.’
아니나 다를까 곧 답장이 왔다.
동발해서 신경 거슬리게 하지 말고 알아서 피해 가면 각자 1위 챙기고 얼마나 좋냐는 뜻이다.
‘이거 시X 무시할 수도 없고.’
일단 톡 알림은 꺼버렸다. 안 그래도 본부장 만날 때마다 X 같은 데 별 새끼가 다 귀찮게 구는군.
“여! 행! 준! 비!”
“무, 문대야, 짐… 다, 다 챙겼어?”
“어. 잠시만.”
스마트폰을 끄자마자 우당탕탕 소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출발 준비 촬영이군….’
리얼리티 여행 컨텐츠의 시작이었다.
“그게 끝이야?”
“어.”
“괜찮겠어?”
“그럼요.”
배낭 하나 메고 오자 여기저기서 너무 짐이 너무 적지 않냐며 참견이 들어왔다.
‘1박 2일인데 뭐.’
어차피 제작진 시키는 데로 가는 패키지여행이다. 옷하고 양치 도구면 된 거 아닌가.
“간식은요?”
“뭐?”
“간식은요?”
“……간식.”
“네!”
“가서 사 먹자.”
“네…….”
차유진 안에서 내 이미지는 간식 보급책이 된 모양이다.
‘빵셔틀이라도 된 기분인데.’
고등학교 때도 달아본 적 없는 멋진 직함에 정신을 못 차리겠다.
“자, 그럼… 저희 드디어 첫 여행 갑니다~”
“와!!”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어쨌든 제작진 카메라 앞에서 오프닝은 잘했다. 속아놓고도 다들 일단 여행이라니까 들뜬 분위기가 역력했다.
‘강행군이긴 했지.’
데뷔 앨범 준비 때부터 지금까지 두 달쯤 쉬지 못하고 달렸으니까.
다만, 그런 멤버들을 보는 제작진이 히죽히죽 웃을 때부터 이미 무슨 일이 벌어질지 짐작했어야 했다.
약 3시간 뒤.
우리는 경기도 끝자락에 있는 웬 산 아래 시골 마을에 도착했다.
“오늘의 첫 여행지에 도착한 테스타 여러분, 축합니다!”
“와!!”
“경치가 정말 좋네요!”
좀 더웠지만, 확실히 날씨가 좋았다. 오랜만의 야외 활동에 화색이 도는 멤버들에게 PD가 확성기로 외쳤다.
“여러분의 첫 번째 익스트림 활동은… 스카이다이빙입니다!”
“…!?”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저기 위에 경비행기 보이시죠?”
두두두두…….
푸른 하늘 위로 검은 비행물체가 쓱 지나갔다.
“저기 타서 뛰어내리실 거예요.”
“……!!”
그리고 난장판이 되었다.
“아아아아악!!”
“이건 완전히 안전하다…… 나는 안전하다…….”
“하하하하하하!”
“…중도 포기는 불가능한가요?”
“에이, 비행기까지 타서 아깝죠~ 이거 이미 돈 다 냈는데?”
“…….”
강사의 느긋한 대답에 이세진의 얼굴이 푸르죽죽하게 죽었다.
‘개판이군.’
그래도 제작진이 마지막 보루를 내려주기는 했다.
-정 못 뛰시겠으면 그냥 내려오셔도 됩니다. 대신, 다음 코스가 두 배!
‘이거 팬들한테 욕 처먹을 것 같은데.’
누가 진짜 못 하겠다고 울기라도 하면 ‘왜 아이돌 리얼리티를 쓸데없이 가학적으로 만드냐’고 쌍욕 먹고 사과문 발표할 수위였다.
다만 그럴 일은 드물 것 같았다.
“자, 그럼 한 사람씩 뛰어내립니다!”
“으아아아!”
이놈들이 의외로 다 악바리기 때문이다.
그 아주사에서 아득바득 버틴 놈들이니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구석에 처박혀서 혼자 중얼거리던 김래빈부터 신나서 발을 동동 구르던 차유진까지 모두 잘만 뛰어내렸다.
뒤에 강사가 있으니 좀 용기가 생긴 것도 한몫했을 것이다.
“자, 갑니다!”
“네, 네…!!”
선아현도 별문제 없이 쑥 뛰어내렸다.
‘다음은 난 가.’
얼결에 또 마지막 타자가 됐다. 아주사 깜짝 VCR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이런 건 무섭지도 않지.’
죽거나 다치는 것도 아닌데 뭐 어떻단 말인가. 단지 이 돈 주고 하는 의미는 잘 모르겠다.
“자~ 이거 같이 뛰어야 합니다. 심호흡하시고.”
“예.”
“아, 이 친구가 제일 강심장이네~ 갑시다!”
훅.
바람이 얼굴을 찔렀다.
“……하!”
“좋죠~?”
좋았다.
…생각도 못 했다.
사방으로 새파란 창공이 펼쳐졌다.
푸른 지평선 너머로 산과 들이 끝없이 펼쳐졌다.
햇살이 눈을 찌르는데도 덥지 않았다. 바람이 소용돌이쳤다.
“자, 낙하산~”
퉁, 압박감과 함께 몸이 허공에 느릿하게 멈추어 바람을 타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엄청난 해방감이었다.
“잘 타네! 이거 잡고… 이렇게 밀어봅시다!”
“…….”
내가 류건우로 계속 살았다면, 과연 이런 걸 해볼 생각이나 했을까.
‘절대 아니지.’
그 돈 주고 뭐하러 하늘에서 뛰어내리냐고 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하고 있다.
그리고 그런 일들이 너무 많았다. 성취, 공연, 팬, 환호……. 삶을 사는 감각이.
‘……이상하네.’
상태이상이고 뭐고 아무래도 좋았다.
이상하게, 내가 박문대라는 게 마음에 들었다.
“자, 착지합니다!”
지상으로 착륙하는 순간, 먼저 내려간 놈들이 깔깔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문대까지 도착~”
…뭐 익스트림 여행, 나쁘지 않을 것 같군. 나는 웃으며 바닥에 발을 디뎠다.
* * *
내가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했던가?
“자, 오늘의 두 번째 익스트림 체험! 바로~ ‘흉가의 초대’입니다!”
“아아아아!!”
지금 취소하겠다. 제작진 놈들은 정도를 모른다.
“전방에 보이는 건물 보이시나요?”
“예……!”
“보이긴 하는데…!”
겁 많은 걸로 인증된 몇몇 멤버들이 이미 우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PD가 신나게 확성기로 떠들었다.
“이번에 내한한 호러메이킹 전문팀이 운영하는 공포체험 세트장입니다!”
“으아아아…….”
“딱 올여름만 운영해서 지금만 할 수 있는 거예요!”
이 자세한 설명은… PPL이란 뜻이다.
옆에서 음울한 얼굴로 이세진이 중얼거렸다.
“올여름만 버텼으면 되는 거였구나…….”
“…….”
그러게 말이다.
“그럼 여러분, 지금부터 ‘흉가의 초대’에 입장할 조를 나눠주세요!”
“저희가…! 조를 만드는 데 안 좋은 기억이 있어요……!”
“다 같이 입장하겠습니다!”
…그러나 당연히 씨알도 먹히지 않았고, 테스타는 입장 조를 나누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