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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 Mắt Hay Ra Đi Raw - C85

A- A+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85화
[다들 접속하셨나?]
[아직 알람 가는 중인 것 같은데.]
송출이 딜레이되고 있을 뿐이었지만, 이런 라이브 방송에 경험이 없는 테스타 멤버들은 화면을 보며 속닥거렸다.
그러다 차유진이 확 밝아진 얼굴로 외쳤다.
[오, 숫자 생겼어요!]
[아!]
[안녕하세요~]
순식간에 뜨는 실시간 댓글을 보며, 테스타 멤버들은 방긋방긋 웃으며 고개를 숙이고 손을 흔들었다.
“안녕… 안녕!”
대학생은 화면에서 꾸벅 인사를 하는 박문대를 보며 저도 모르게 손을 흔들었다.
침대에 누워 있던 강아지가 별 희한한 꼴을 다 본다는 눈으로 그녀를 쳐다보았으나 그걸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팬싸도 못 갔는데 W라이브라도 봐야지…!’
가을 졸업 후 대학원에 진학할 예정이던 그녀는 홈마인 친구와 달리 도저히 6월 말에 시간을 낼 수 없었다. 덕분에 울면서 팬싸를 떠나보냈다.
‘적금 깰 생각도 했는데…….’
왜 돈이 있는데 쓰질 못하냐며 우는 그녀를 친구가 톡으로 위로하는데도 마음이 아팠다. 문대가 팬싸에서 뭘 했는지… 너무 상세히 들어버린 탓이었다…….
‘문대 금발 했을 때… 가면 되는 거지.’
그녀는 금발로 첫 실물을 보고 싶었다고 중얼거리며 화면에 집중했다. 슬픈 자기합리화였다….
[저희가 오늘 이렇게 W라이브로 인사드린 이유는… 드디어 저희 팬 분들의 공식 명칭을 발표하기 때문입니다.]
[와아아!]
류청우의 말에 테스타가 열심히 박수와 호응을 보냈다.?
문대도 박수를 치고 있었는데, 통 큰 소매를 걷지 않고 움직이는 탓에 천이 파닥파닥거렸다.
“귀여워…!”
자신을 말하는 줄 알고 강아지가 귀를 쓱 들었으나, 곧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뚱한 눈으로 대학생에게서 시선을 거뒀다.
화면에서는 댓글이 빠르게 올라가고 있었다.
-사랑해!
-1위 축하해 얘들아ㅠㅠ
-MARRY ME PLEASE
-♡♡♡♡
-저 오늘 생일인데 이름 불러주세요ㅠㅠ
-테스타 다음 앨범도 대박 나자!
아직 극 초반이라 일단 뭐라도 쏟아놓는 식의 댓글이 많았다.
테스타는 뭔가 읽고 싶은 눈치였지만, 너무 빨라서 잘 읽지 못하고 대신 방긋방긋 웃었다. 대충 하트가 많다는 건 확인했기 때문이다.
[반갑습니다~ 여러분!]
[많이 보고 싶었어요~ 다들 뭐하고 계세요? 주말 3시니까 딱 간식 먹을 타이밍인데~]
[간식 먹고 싶어요!]
차유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스마트폰 카메라 뒤의 스탭이 ‘가져다 드릴 테니 제발 오프닝은 대본대로 진행해 주십쇼’ 사인을 보냈다.
W라이브를 처음 하는 신인이 오프닝 중에 대화하다가 산으로 가버릴까 노심초사하는 것 같았다.
금방이라도 당근을 흔들 것 같은 그 모습에, 멤버들은 자연스럽게 차유진을 다독여 뒤로 뺐다.
[하하, 일단 저희 준비한 것부터 확인할까요?]
[네!]
테스타가 카메라에서 떨어지자, 뒤에 세팅된 책상이 보였다. 하얀 천들로 덮인 책상은 올록볼록한 것이 누가 봐도 그 안에 뭔가가 들어 있어 보였다.
-책상 뭐야?
-앨범인가?
-인도네시아에서 당신을 응원한다
-ㅋㅋㅋㅋ오빠들 다 너무 귀여워요!
-너희 다 못생겨졌어
-유진이 배고파?ㅠㅠ
온갖 의문과 개인 질문, 악플들까지 혼재해서 댓글에 가득 찼지만, 다행히 테스타는 화면에서 거리가 떨어진 탓에 댓글을 보지 못하는 상태였다.
아무나 다 들어올 수 있는 탓에, 실시간 댓글은 난장판이 따로 없었다.
대학생은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악플러 놈들 다 신고해 버려야 하는데…!’
순식간에 올라가 버리는 탓에 간신히 확인만 할 수 있었다.
제발 문대가 이대로 댓글을 확인할 수 없는 거리에 있길 바라며, 그녀는 다시 화면 속 테스타에게 집중했다.
[오늘 소개해 드릴 것은 바로… 짠! 저희가 그린 응원봉 그림입니다!]
[와아!]
책상의 첫 번째 하얀 천을 걷어내자, 멤버 각자의 이름이 적혀 있는 판넬이 쌓여 있었다.
멤버들은 신나서 박수를 치며 각자의 이름이 적힌 판넬을 본인에게 옮겨줬다.
[각자 하나씩 만들어봤는데, 오늘 여러분을 증인으로 저희가 상의를 통해서 이 중 하나를 선정할 예정입니다!]
[정말 열심히 그렸어요!]
[저희도 아직 각자의 그림을 확인하기 전입니다.]
[최초 공개!]
“…….”
그녀는 입을 꾹 다물었다.
자기 판넬을 양손으로 붙잡고 있는 문대는 귀여웠다. 하지만 속이 불타올랐다.
‘소속사 놈들 진짜 말 못 알아듣네…!’
팬들한테 투표시키지 말라고 했더니 테스타 애들끼리 자체 투표를 하게 만들었다는 게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냥 애들이 이런 거 하고 싶다고 말하면 너희가 알아서 취합한 다음에 디자인 뽑으라고…!’
아이돌을 좋아하는 것이 처음인 그녀는 답답한 상황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설마 타이틀곡 작업 때도 이렇게 애들한테 시켜서 리얼리티 2화에서의 컨셉 제작 발표기가 나왔던 건가. 테스타가 직접 도전한 게 아니라?
강렬한 의심이 그녀의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하지만 당장 눈앞에서 실시간으로 움직이는 박문대가 우선이었기 때문에, 대학생의 시선은 도로 그것을 쫓았다.
[자, 그럼 저희 한 명씩, 그림 공개하고 설명 들어갈까요?]
[좋습니다!]
[그럼 오른쪽부터~]
가장 오른쪽에 앉아 있던 류청우는 약간 쑥스러운 얼굴이었지만, 단번에 테이프를 떼고 자신의 그림을 개봉했다.
그리고 그 안에 있던 것은… 오묘한 선으로 이루어진 공 그림이었다.
[……?]
[…?!]
[형 이거… 응원봉 맞죠?]
[프흡.]
몇 명이 상황을 파악하고 자신의 무릎에 고개를 파묻었다. 웃음이 터진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류청우도 그만 웃어버렸다.
[하하, 제가 그림을 잘 못 그려서요. 음, 이렇게 동그랗게 생긴 응원 도구가… 손가락 모양대로 홈이 있고, 잡아서 머리 위로 흔들기 편하면 어떨까 해서.]
[오오.]
[막대형 대신 야구공처럼 동그란 형태군요!]
[동그라미 반짝반짝하면 예뻐요.]
그림은 별로였지만, 발표가 좋았다며 다들 웃음을 참고 고개를 끄덕였다.
테스타는 이후로도 멤버마다 좋은 부분만 콕콕 집어내서 칭찬 코멘트 위주로 대화를 진행했다.
자기 의견이 꼭 반영되어야 하는 종목이 아니라, 모로 가도 예쁘게만 뽑으면 그만인 일이었기 때문이다.
[아현 씨 그림은 마법봉처럼 생겨서 예쁘네요.]
[가, 감사합니다.]
[우리는… 마법소년이니까… 마법봉을 응원봉으로 쓴다…? 설득력 있네요!]
[개연성이 있습니다!]
물론 지나치게 현실성 없는 주장은 자연스럽게 외면당했다.
[응원봉의 목적은 팬분들께서 무대를 즐기시는 또 다른 재미를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흔들면 마라카스처럼 소리가 나면 어떨까 합니다!]
[재밌는 생각이네요.]
[래빈 씨, 근데 그러면 우리 목소리가 잘 안 들리는 거 아닙니까?]
[헉.]
김래빈은 발표 시작 3분 만에 침몰당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래빈아 괜찮아ㅠㅠ
-귀여웡ㅠㅠ
-응원봉 뭐든지 좋아♡
-so cute
간간이 ‘eng plz’나 ‘꼽주네’ 같은 댓글이 출몰하긴 했지만, 시청 중이던 팬 대부분은 훈훈하게 웃으며 화면을 감상했다.
대학생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어느새 강아지를 끌어안은 채 화면을 보고 히죽 웃고 있었다.
‘이제 문대 차례다!’
[자… 문대 씨는…… 오오?]
화면의 박문대가 묵묵히 테이프를 벗기더니, 그림을 돌려서 카메라에 비추었다.
위풍당당한 검은색 작대기 두 개가 그려져 있었다.
거기까지는 괜찮았다. 그런 스타일의 응원봉도 제법 있었다.
문제는 그 주변에 여러 가지를 그리려고 시도한 흔적이 보였다는 점이었다.?
하나같이 끔찍하게 못 그린 나머지, 무슨 괴상한 아메바처럼 보였다.
[…??]
그리고 박문대는 모든 것을 포기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그렇게 됐습니다.]
순식간에 폭소가 오디오를 잡아먹었다.
[프하하하하!!]
[문대 그림이 제일 임펙트 있다!]
[너는… 청우 형보다도 못 그렸어요!!]
존댓말을 쓰는 컨셉을 잡은 것도 까먹은 멤버들이 미친 듯이 웃으며 그림을 들여다봤다. 심지어 선아현까지도 얼굴이 시뻘게진 채로 웃음을 참고 있었다.
그리고 대학생도 웃음이 터졌다. 웃김 반 덕심 반이었다.
‘문대 그림 진짜 못 그리나 봐…!’
근데 열심히 그리려고 노력한 흔적이 귀여워서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아, 웃어서 미안해요!]
[그래요, 문대 씨 설명도 들어봐야죠!]
[……뭐, 괜찮습니다.]
화면의 문대는 헛기침을 몇 번 하더니, 그림을 손으로 짚으며 조목조목 설명을 시작했다.
[일단… 겉모습은 야구 배트처럼 보이는데.]
[음음.]
[손잡이 부분을 돌려서 빼면, 안에서 마법봉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
[신박한데요?]
[좋은데?]
어릴 때 쓰던 마법검 장난감이 생각난다며 다들 흥분하기 시작했다.
[그럼 우리 마법봉은 아현이 디자인을 쓰면 어떨까요?]
[가운데 청우형 동그라미 넣어요!]
[배트 분리는 원터치로 되게 해주세요!]
제작단가가 미친 듯이 높아지고 있었으나,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그 결과, 울트라캡숑마법장난감 같은 것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ㅋㅋㅋㅋㅋㅋ얘들아!
-그만…그만하자ㅠㅠㅋㅋㅋ
-세상에
-저게 뭐옄ㅋㅋㅋㅋ
-우리 저걸로 변신해서 응원하면 됨?
-ㅋㅋㅋㅋ너희가 좋다면야 뭐!
테스타는 카메라 밖에서 펜까지 받아와서는 자기들끼리 여러 요소를 더한 새 응원봉을 마구 그렸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소개 중이던 박문대의 그림과 비교되기 시작했다.
[잠깐, 그러면 여기 이게 마법봉이었어요, 문대 씨?]
[……예.]
큰세진이 말라비틀어진 꽈배기 같은 형태를 보고 또 폭소했다.
박문대는 결국 한 손으로 얼굴을 가리더니, 자신을 그림을 탁자 끝으로 밀어냈다.
“허어어….”
그 모습이 워낙 처량하고 귀여워서 예비 대학원생은 결국 실시간 댓글을 달기 시작했다. 그녀만 그런 것은 아니었는지, 댓글이 트레픽 과중으로 버벅거릴 지경이었다.
-ㅠㅠㅠㅠㅠㅠ문대 귀여워
-결혼하자
-ㅋㅋㅋㅋㅋㅋㅋㅋ큰세야 문대 달래줰ㅋㅋ
-이게 바로 사랑인가
-(하트 이모티콘)
-지렁이 같앜ㅋㅋㅋㅋㅋㅋㅋ
-그림 말고 딴 거 해요
-사랑한다!!!!
중간중간 외국어까지 지나갔다.
뭐가 뭔지 알 수 없을 만큼 다량의 댓글이 홍수처럼 쏟아져 내렸다.
그 와중에 화면에서는 우여곡절 끝에 완성된 새로운 응원봉 디자인이 전시되고 있었다.
[짠!]
[응원봉 컨셉 그림, 결정했습니다!]
[와아아!!]
제작팀에서 받자마자 압도될 것 같은 단가상승의 결정체였지만, 그럴싸해 보이긴 했다.
센스 있는 의견만 잘 잡아넣은 덕분이었다.
참고로, 박문대는 멤버들의 ‘괜찮다’의 연발로 도로 자신의 그림을 챙겨갔다.
그래도 응원봉 디자인이 완성된 것은 기쁜지, 박수를 치는 문대의 얼굴에는 작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
‘…흑발도 좋네.’
흑발이든 금발이든 역시 실물을 봐야 했다고, 대학생은 결국 인정했다….
화면의 멤버들은 그동안 자신들의 그림을 쓱쓱 아래로 내려 정리하더니, 아직 흰 천이 덮인 책상의 일부분 앞으로 우르르 이동했다.
[자, 그럼 이제 대망의 발표가 남았습니다.]
[바로 팬덤 이름 공지입니다!]
이것도 같이 상의해서 정했다며, 즐거워하던 멤버들은 약간 긴장한 얼굴로 함께 천을 향해 손을 뻗었다.
[두구두구두구!]
[개봉!]
그리고 다 같이 천을 들어 뒤로 던졌다.
“…??”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85화

송출이 딜레이되고 있을 뿐이었지만, 이런 라이브 방송에 경험이 없는 테스타 멤버들은 화면을 보며 속닥거렸다.

그러다 차유진이 확 밝아진 얼굴로 외쳤다.

순식간에 뜨는 실시간 댓글을 보며, 테스타 멤버들은 방긋방긋 웃으며 고개를 숙이고 손을 흔들었다.

“안녕… 안녕!”

대학생은 화면에서 꾸벅 인사를 하는 박문대를 보며 저도 모르게 손을 흔들었다.

침대에 누워 있던 강아지가 별 희한한 꼴을 다 본다는 눈으로 그녀를 쳐다보았으나 그걸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팬싸도 못 갔는데 W라이브라도 봐야지…!’

가을 졸업 후 대학원에 진학할 예정이던 그녀는 홈마인 친구와 달리 도저히 6월 말에 시간을 낼 수 없었다. 덕분에 울면서 팬싸를 떠나보냈다.

‘적금 깰 생각도 했는데…….’

왜 돈이 있는데 쓰질 못하냐며 우는 그녀를 친구가 톡으로 위로하는데도 마음이 아팠다. 문대가 팬싸에서 뭘 했는지… 너무 상세히 들어버린 탓이었다…….

‘문대 금발 했을 때… 가면 되는 거지.’

그녀는 금발로 첫 실물을 보고 싶었다고 중얼거리며 화면에 집중했다. 슬픈 자기합리화였다….

류청우의 말에 테스타가 열심히 박수와 호응을 보냈다.?

문대도 박수를 치고 있었는데, 통 큰 소매를 걷지 않고 움직이는 탓에 천이 파닥파닥거렸다.

“귀여워…!”

자신을 말하는 줄 알고 강아지가 귀를 쓱 들었으나, 곧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뚱한 눈으로 대학생에게서 시선을 거뒀다.

화면에서는 댓글이 빠르게 올라가고 있었다.

-사랑해!

-1위 축하해 얘들아ㅠㅠ

-MARRY ME PLEASE

-♡♡♡♡

-저 오늘 생일인데 이름 불러주세요ㅠㅠ

-테스타 다음 앨범도 대박 나자!

아직 극 초반이라 일단 뭐라도 쏟아놓는 식의 댓글이 많았다.

테스타는 뭔가 읽고 싶은 눈치였지만, 너무 빨라서 잘 읽지 못하고 대신 방긋방긋 웃었다. 대충 하트가 많다는 건 확인했기 때문이다.

차유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스마트폰 카메라 뒤의 스탭이 ‘가져다 드릴 테니 제발 오프닝은 대본대로 진행해 주십쇼’ 사인을 보냈다.

W라이브를 처음 하는 신인이 오프닝 중에 대화하다가 산으로 가버릴까 노심초사하는 것 같았다.

금방이라도 당근을 흔들 것 같은 그 모습에, 멤버들은 자연스럽게 차유진을 다독여 뒤로 뺐다.

테스타가 카메라에서 떨어지자, 뒤에 세팅된 책상이 보였다. 하얀 천들로 덮인 책상은 올록볼록한 것이 누가 봐도 그 안에 뭔가가 들어 있어 보였다.

-책상 뭐야?

-앨범인가?

-인도네시아에서 당신을 응원한다

-ㅋㅋㅋㅋ오빠들 다 너무 귀여워요!

-너희 다 못생겨졌어

-유진이 배고파?ㅠㅠ

온갖 의문과 개인 질문, 악플들까지 혼재해서 댓글에 가득 찼지만, 다행히 테스타는 화면에서 거리가 떨어진 탓에 댓글을 보지 못하는 상태였다.

아무나 다 들어올 수 있는 탓에, 실시간 댓글은 난장판이 따로 없었다.

대학생은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악플러 놈들 다 신고해 버려야 하는데…!’

순식간에 올라가 버리는 탓에 간신히 확인만 할 수 있었다.

제발 문대가 이대로 댓글을 확인할 수 없는 거리에 있길 바라며, 그녀는 다시 화면 속 테스타에게 집중했다.

책상의 첫 번째 하얀 천을 걷어내자, 멤버 각자의 이름이 적혀 있는 판넬이 쌓여 있었다.

멤버들은 신나서 박수를 치며 각자의 이름이 적힌 판넬을 본인에게 옮겨줬다.

“…….”

그녀는 입을 꾹 다물었다.

자기 판넬을 양손으로 붙잡고 있는 문대는 귀여웠다. 하지만 속이 불타올랐다.

‘소속사 놈들 진짜 말 못 알아듣네…!’

팬들한테 투표시키지 말라고 했더니 테스타 애들끼리 자체 투표를 하게 만들었다는 게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냥 애들이 이런 거 하고 싶다고 말하면 너희가 알아서 취합한 다음에 디자인 뽑으라고…!’

아이돌을 좋아하는 것이 처음인 그녀는 답답한 상황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설마 타이틀곡 작업 때도 이렇게 애들한테 시켜서 리얼리티 2화에서의 컨셉 제작 발표기가 나왔던 건가. 테스타가 직접 도전한 게 아니라?

강렬한 의심이 그녀의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하지만 당장 눈앞에서 실시간으로 움직이는 박문대가 우선이었기 때문에, 대학생의 시선은 도로 그것을 쫓았다.

가장 오른쪽에 앉아 있던 류청우는 약간 쑥스러운 얼굴이었지만, 단번에 테이프를 떼고 자신의 그림을 개봉했다.

그리고 그 안에 있던 것은… 오묘한 선으로 이루어진 공 그림이었다.

몇 명이 상황을 파악하고 자신의 무릎에 고개를 파묻었다. 웃음이 터진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류청우도 그만 웃어버렸다.

그림은 별로였지만, 발표가 좋았다며 다들 웃음을 참고 고개를 끄덕였다.

테스타는 이후로도 멤버마다 좋은 부분만 콕콕 집어내서 칭찬 코멘트 위주로 대화를 진행했다.

자기 의견이 꼭 반영되어야 하는 종목이 아니라, 모로 가도 예쁘게만 뽑으면 그만인 일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지나치게 현실성 없는 주장은 자연스럽게 외면당했다.

김래빈은 발표 시작 3분 만에 침몰당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래빈아 괜찮아ㅠㅠ

-귀여웡ㅠㅠ

-응원봉 뭐든지 좋아♡

-so cute

간간이 ‘eng plz’나 ‘꼽주네’ 같은 댓글이 출몰하긴 했지만, 시청 중이던 팬 대부분은 훈훈하게 웃으며 화면을 감상했다.

대학생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어느새 강아지를 끌어안은 채 화면을 보고 히죽 웃고 있었다.

‘이제 문대 차례다!’

화면의 박문대가 묵묵히 테이프를 벗기더니, 그림을 돌려서 카메라에 비추었다.

위풍당당한 검은색 작대기 두 개가 그려져 있었다.

거기까지는 괜찮았다. 그런 스타일의 응원봉도 제법 있었다.

문제는 그 주변에 여러 가지를 그리려고 시도한 흔적이 보였다는 점이었다.?

하나같이 끔찍하게 못 그린 나머지, 무슨 괴상한 아메바처럼 보였다.

그리고 박문대는 모든 것을 포기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순식간에 폭소가 오디오를 잡아먹었다.

존댓말을 쓰는 컨셉을 잡은 것도 까먹은 멤버들이 미친 듯이 웃으며 그림을 들여다봤다. 심지어 선아현까지도 얼굴이 시뻘게진 채로 웃음을 참고 있었다.

그리고 대학생도 웃음이 터졌다. 웃김 반 덕심 반이었다.

‘문대 그림 진짜 못 그리나 봐…!’

근데 열심히 그리려고 노력한 흔적이 귀여워서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화면의 문대는 헛기침을 몇 번 하더니, 그림을 손으로 짚으며 조목조목 설명을 시작했다.

어릴 때 쓰던 마법검 장난감이 생각난다며 다들 흥분하기 시작했다.

제작단가가 미친 듯이 높아지고 있었으나,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그 결과, 울트라캡숑마법장난감 같은 것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ㅋㅋㅋㅋㅋㅋ얘들아!

-그만…그만하자ㅠㅠㅋㅋㅋ

-세상에

-저게 뭐옄ㅋㅋㅋㅋ

-우리 저걸로 변신해서 응원하면 됨?

-ㅋㅋㅋㅋ너희가 좋다면야 뭐!

테스타는 카메라 밖에서 펜까지 받아와서는 자기들끼리 여러 요소를 더한 새 응원봉을 마구 그렸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소개 중이던 박문대의 그림과 비교되기 시작했다.

큰세진이 말라비틀어진 꽈배기 같은 형태를 보고 또 폭소했다.

박문대는 결국 한 손으로 얼굴을 가리더니, 자신을 그림을 탁자 끝으로 밀어냈다.

“허어어….”

그 모습이 워낙 처량하고 귀여워서 예비 대학원생은 결국 실시간 댓글을 달기 시작했다. 그녀만 그런 것은 아니었는지, 댓글이 트레픽 과중으로 버벅거릴 지경이었다.

-ㅠㅠㅠㅠㅠㅠ문대 귀여워

-결혼하자

-ㅋㅋㅋㅋㅋㅋㅋㅋ큰세야 문대 달래줰ㅋㅋ

-이게 바로 사랑인가

-(하트 이모티콘)

-지렁이 같앜ㅋㅋㅋㅋㅋㅋㅋ

-그림 말고 딴 거 해요

-사랑한다!!!!

중간중간 외국어까지 지나갔다.

뭐가 뭔지 알 수 없을 만큼 다량의 댓글이 홍수처럼 쏟아져 내렸다.

그 와중에 화면에서는 우여곡절 끝에 완성된 새로운 응원봉 디자인이 전시되고 있었다.

제작팀에서 받자마자 압도될 것 같은 단가상승의 결정체였지만, 그럴싸해 보이긴 했다.

센스 있는 의견만 잘 잡아넣은 덕분이었다.

참고로, 박문대는 멤버들의 ‘괜찮다’의 연발로 도로 자신의 그림을 챙겨갔다.

그래도 응원봉 디자인이 완성된 것은 기쁜지, 박수를 치는 문대의 얼굴에는 작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

‘…흑발도 좋네.’

흑발이든 금발이든 역시 실물을 봐야 했다고, 대학생은 결국 인정했다….

화면의 멤버들은 그동안 자신들의 그림을 쓱쓱 아래로 내려 정리하더니, 아직 흰 천이 덮인 책상의 일부분 앞으로 우르르 이동했다.

이것도 같이 상의해서 정했다며, 즐거워하던 멤버들은 약간 긴장한 얼굴로 함께 천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리고 다 같이 천을 들어 뒤로 던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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