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 Mắt Hay Ra Đi Raw - C81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81화
급작스럽게 뜬 의 2화 선공개 영상.
일단 재생을 해보면 제일 먼저 오르골 소리가 들렸다.
♬♪♩♪- ♬♪♬♪- ♪♩-
그렇다. 테스타의 마법소년이다.
하지만 이상하게 변조된 탓에, 무슨 뚱땅거리는 개그용 BGM처럼 들렸다.
[띵↘ 띠링↗ 띵띵 띠↘디딩↗]
그 위로 오색찬란한 현수막과, 그것을 보는 테스타의 넋 나간 얼굴이 클로즈업되어 겹쳐졌다.
[큰세진 : ……저 깨어 있죠?]
말이 끝나기 무섭게 거대한 자막이 떴다.
[↑현실인지 계속 의심하도록 만들 예정]
그리고 곧바로 조류 연구가가 등장했다. 인자하게 웃는 얼굴 뒤로 지옥 불이 타는 CG가 합성된 채였다.
[조류 연구가 : 오늘 저와 함께 철새 촬영을 할 거예요!]
[테스타 : ????]
당황한 테스타의 위로 과격하게 흔들리는 자막이 헤비메탈 사운드와 함께 쏟아졌다.
[갑자기 등장한 뜬금없는 전문가!(※가짜임)]
[다짜고짜 시작하는 철새 촬영! (※가짜임)]
누가 봐도 보고 웃으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컷이 변하며, 분위기가 비장해졌다.
[그런데 테스타가 만만치 않다!]
빨갛게 깜박이는 자막 아래로 짧은 장면이 겹쳐졌다.
[전 양궁 국가대표 : (새를) 쏴서 맞추는 거면 하겠는데.]
[선아현 : (동공 지진)]
류청우의 덤덤한 말에 카메라를 꼬옥 부여잡고 기겁하는 선아현의 얼굴이 천천히 클로즈업되었다.
그러다 또 뜬금없이, 테스타가 단체로 진지하게 후다닥 쭈그려 앉는 컷이 튀어나왔다.
[조류 연구가 : 조용히 접근해 봅시다~]
[테스타 : 와르르 (촬영에 진심인 편)]
숨을 죽이고 오리걸음으로 이동하는 덩치 큰 소년들의 모습이 BGM도 없이 이어졌다.
[(과몰입 상태)]
그리고 박문대가 조심스레 카메라를 들어, 살짝 사진을 찍는 장면이 자연스럽게 삽입되었다.
[박문대 : (찰-칵)]
근데 카메라를 당기니 새가 아니라 선아현을 찍고 있다.
[……??]
자막이 당황했다.
그리고 그 조용한 컷에서 또 뜬금없이, 미친 것처럼 도주하며 비명을 지르는 테스타의 컷이 터져 나왔다.
[테스타 : 으아아으아!!!]
[조류 연구가 : 신기하네요ㅎㅎ]
[테스타 : 갸아아악!! (대충 방송국 놈들 가만두지 않겠다는 뜻)]
핸디 캠이 미친 듯이 흔들렸다.
[차유진 : Help!! (도움!!)]
자막이 번쩍거렸다. 재난 영화가 따로 없었다.
[평화로웠어야 할 첫 예능 촬영!]
[이유 없는 재난이 테스타를 덮친다!]
[과연 테스타의 운명은?]
모자이크된 MC의 인영에서 변조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 : 아이고 미안해요!]
그리고 까만 화면에 두두둥, 거대한 황금빛 자막이 떠올랐다.
[Prank에 진심인 MC와 제작진이 만들었다!]
[]
[]
[7월 5일 목요일 저녁 11시!]
마법소년의 변조된 뚱땅거림이 다시 흘러나오며, 화면은 웅장하게 마무리되었다.
“…….”
이놈들도… 제정신은 아니다.
“푸하하하학!!”
옆에서 끼어 보던 큰세진이 거실을 굴러다녔다.
이놈은 멍청하게 변주된 마법소년 BGM이 나올 때부터 폭소하더니, 결국 이 꼴이 됐다.
나도 인정했다.
‘…재미는 있어.’
여기도 때처럼 편집이 없던 맥락을 창조하고 있다만, 하루 이틀 일도 아니니 포기했다.
‘논란 일어날 구성은 아니니 괜찮겠지.’
그냥… 웃기는 데 진심인 놈들 같았다.
여전히 소속사가 첫 예능 패를 딜 대신 끼워팔기로 써버린 건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별개로 팬들은 재밌어할 것 같았으니까.
‘폼 유지만 하면 공중파 예능이야 다음에라도 뚫을 수 있다.’
대충 합격선이라고 생각하며, 현재 반응을 훑어보았다.
-내가 뭘 본 거지 (빨려드는 우주 사진)
-????ㅋㅋㅋㅋ??
-미쳤나봨ㅋㅋㅋㅋㅋㅋ세상엨ㅋㅋㅋ
-테스타의 첫 예능의 상태가…? (첨부)
마지막 반응에 첨부된 GIF 파일을 클릭하니, 웬 기러기가 숨을 들이켰다가 레이저를 내지르는 짤이 재생되었다.
참고로 눈에서도 레이저가 뿜어져 나왔다.
“…….”
어떤 의미에서는… 굉장히 직관적인 예측을 하셨다고 볼 수 있겠다. 새 모가지 꺾일 때 차유진이 딱 저랬던 것 같거든.
“으하하!! 우리 팬들 너무 귀엽다!”
어느새 일어나서 머리를 들이민 큰세진이 댓글을 보며 싱글벙글 웃었다.
그러고는 자기 마음대로 화면을 터치해서 연관 동영상 하나를 찍었다.
…이건 협찬용 공용 태블릿이다. 참자.
“야, 이것도 보자. 이거 진짜 웃겨.”
“뭔데.”
무슨 화면을 코 앞에 들이대는 통에 저절로 눈이 동영상을 확인했다.
[테스타 동물의 킹덤 : 박문대편│문댕댕의 생활탐구 ZIP│ EP.3]
“…….”
그사이, 자연스럽게 5초 광고가 끝나고 본 내용이 나왔다.
[우하~ 우하~]
90년대 동물 예능에서 나올 것 같은 촌스러운 오프닝이 테스타로 패러디되어 쑥 지나갔다.
직후 나온 것은… 강아지 잠옷을 입은 박문대다.
……선물로 받은 거라, 잠옷 다 빨면 가끔 입는다.
‘…화면으로 보니 좀 그렇긴 하군.’
내 민망함과 관계없이, 동영상에서는 외국 다큐멘터리 더빙에서 자주 들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야생의 늑대들은 무리 사냥을 합니다. 그들은 핵가족 단위로 살며 사회생활을 하는 동물이죠.]
[하지만 여기, 이 개체는 늑대가 아니라 강아지입니다.]
[인간과 동거하며 차가운 도시의 습성을 익혔죠.]
화면에서는 잠옷 입은 박문대가 거실 소파에 넋 놓고 앉아 있는 장면을 빨리 감기로 보여주고 있다.
주변에서 온갖 동거인들이 바쁘게 왔다 갔다 해도 미동도 없다.
차유진과 큰세진이 다가와서 손을 흔들고 옆에 앉고 TV를 틀어도 그 자세 그대로였다.
[이 개체는 자잘한 사회생활에 힘 빼지 않는 쪽으로 진화했습니다.]
‘…저거 대답은 다 해줬을 텐데?’
아마 막간에 간신히 짬이 나서 운동하고 씻은 직후라 지쳐서 가만히 있었을 것이다. 익숙한 날조의 냄새가 아주 정겨웠다.
[그러나 강아지답게 인간을 좋아합니다. 특히 같은 무리의 인간에게 호의적입니다.]
“…?”
이건 또 무슨 소리냐.
화면에서는 박문대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부엌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탄산음료와 함께 등장했다.
[어디, 성공적으로 호의가 전해지는지 봅시다.]
박문대는 우선 지나가던 류청우에게 페트병을 보여줬으나, 선선히 거절당했다.
[첫 시도는 실패입니다.]
‘그냥 먹을 건지 물어본 건데…?’
실패라고까지 부를 필요가 있나? 아니, 애초에 정신머리 있는 성인이면 누구든 저 정도 제스처는 하지 않냐.
그러나 심란한 내 심정과 상관없이, 내레이션은 열심히 개소리를 넣었다.
화면의 박문대는 페트병을 들고 터벅터벅 거실로 돌아오더니, 차유진과 큰세진의 환대를 받으며 음료를 넘겨주었다.
사냥에 성공한 것 같은 강조 컷 편집이 들어갔다.
[아, 이번에는 성공했군요.]
[인간들의 감사를 받습니다.]
영상은 절반 이상 빈 탄산음료를 돌려받아서 페트병째로 입에 넣는 박문대의 컷으로 끝났다.
[서울에 서식 중인 테스타류 갯과 박문대 개체의 한때였습니다.]
[두-둥!]
“…….”
할 말을 잃었다.
바빠서 리얼리티용 컨텐츠를 따로 못 찍었더니, 뮤직비디오 촬영 분량 끝나니까 이런 걸 방영하고 있었군.
큰세진이 또 낄낄댔다.
“웃기지? 솔직히 웃기지?”
어. 다들 참 잘 웃는다.
베스트 첫 댓글이 이거였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찰떡
이 키읔의 나열에 ‘좋아요’가 4천 개가 찍혀 있었다.
그 밑으로도 폭소하는 댓글이 다수였다. 다들 정말 즐거워 보였다.
물론 전부 그랬던 것은 아니다. 다른 베스트 댓글을 더 보자.
-역시 오피셜로 밀어주는 건 문댕댕이다 티벳여우는 이단일 뿐
-여러분 문대는 먹방에서 인형탈을 거쳐 잠옷까지 항상 강아지에 진심이었습니다. 문대의 선택을 존중해주는 팬이 됩시다.
-동물의 킹덤 브금 미쳤냐고ㅋㅋ엌ㅋㅋㅋㅋ 댕댕이가 신나서 패트병 사냥해온 것 같잖아!
-그래 우리 뭉댕 영원히 댕댕이 하자♡
-티벳여우파는 방송국의 암묵적 탄압을 잊지 않겠다. 우리는 다시 돌아올 것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서바이벌에서 살아남아 보겠답시고 했던 이미지 작업은, 박문대 스스로가 강아지에 집착한다는 이미지로 절찬리에 왜곡되는 중이었다……,
29살 공시생 자아가 비명을 지르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군.
‘…뭐, 사람들이 좋아하니 됐나.’
며칠 전 팬싸에서 움직이는 강아지 귀도 써본 판이다. 슬슬 공시생 놈이 포기할 때가 됐지.
“문대 화난 건 아니지? 그치? 맞다, 내가 공평하게 내 동영상도 틀어줄게.”
옆에서 큰세진이 껄껄 웃으며 다음 동영상을 자동재생시켰다.
제목에 대놓고 내용 힌트가 있었다.
[테스타 동물의 킹덤 : 이세진B편│큰세곰은 ‘인-싸’ ZIP│ EP.3]
‘인-싸’
내용은 대충 이놈 저놈 가릴 것 없이 친하게 잘 지내는 큰세진 특집이다.
개그와 훈훈함의 비율을 잘 잡아서 편집해 놨다.
“근데 솔직히 내 것보다 네가 제일 웃긴… 야, 야!”
이 새끼가 자기는 좋은 거 받아놓고 사람 놀리고 있어.
나는 태블릿을 놈에게 떠넘기고 침대에 누웠다.
겨우 얻은 휴식 시간을 더 알차게 써야지, 저런 걸 보면서 낭비하면 안 된다.
“야, 나도 모니터링해 줘~ 너만 보고 자냐?”
박문대 동영상 보고 처웃기만 한 놈이 모니터링은 무슨.
“어. 너도 잠이나 자라.”
“아~ 잠은 차에서도 자잖아. 이렇게 시간 생겼으면 잘 써야지~”
이놈은 상태창도 없을 텐데 대체 어디서 체력이 솟아나는 건지 알 길이 없다. 분명 어제도 3시간만 잤는데 말이다.
그때 웬일로 룸메이트한테서 지원이 들어왔다.
“…자겠다잖아. 좀 나가. 소란스러우니까.”
이미 자려고 누워 있던 이세진이 한마디 던진 것이다. 참다가 했다는 기색이 역력했다.
“…….”
큰세진은 대답 없이 동명이인을 빤히 쳐다보다가, 그냥 웃었다.
“아 그러죠, 뭐. 잘 주무셔요 형님~”
그러곤 나와 눈이 마주치자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시늉을 하더니, 어깨를 으쓱하며 방을 나갔다.
‘저것도 좀 빡친 것 같은데.’
리얼리티 카메라 돌아가는 마당에 안 싸우려고 일부러 가볍게 넘긴 티가 났다.
‘서로 이해를 못 하는 것 같군.’
어지간히 안 맞는 모양이었다. 나중에 방을 바꾸더라도 저 둘을 붙여놓으면 안 될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스마트폰에 알림이 왔다.
[큰세진 : 나와라! 때는 지금뿐이다!]
“…….”
[자라.]
나는 짧은 답장을 보내고 폰 전원을 껐다. 그리고 숙면을 시작했다.
이때 즈음에는 테스타의 첫 예능 영상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고 있었다.
* * *
[테스타 첫 예능 영상 미쳤어ㅋㅋㅋ]
[일하는 인간 2화 선공개 (feat. 약 빰)]
[모든 게 훼이크였던 테스타 출연 예능]
미친 듯이 편집된 선공개 영상은 당연히 연예 관련 커뮤니티에서 인기글에 올랐다.
-헐 개웃겨ㅋㅋㅋㅋㅋㅋ
-와ㅋㅋ망할 줄 알았는데 역시 될놈될이다 아주사 뚫고 온 놈들이라 그런가
-테스타 저기 출연한다고 걱정하는 척 긁는 댓글 싹 사라졌네ㅋㅋㅋㅋ
-팬들 좋겠다 벌써 엄청 웃김ㅋㅋㅋ
-오 이런 본격 낚시 방송 오랜만이야 너무 반갑다ㅠㅠ 얘들이 아주사 걔들이구나 귀엽넹 본방사수할게!
└팬인 거 다 티나요~
└? 이 사람 왜 이래요?;;
└무시하세요 정병임
망할 줄 알았던 예능이 반전을 보여준 것에 더불어, 최근 가장 핫한 오디션 출신 아이돌까지 출연하니 당연한 일이었다.
게다가 영상 자체가 너무 웃겼다.
덕분에 굳이 연예 커뮤니티나 SNS가 아니더라도 입소문이 났다.
[테스타가 출연하는 새 예능의 정체? 본격 낚시 방송!]
[테스타를 속이는 데 진심이라는 예능]
[TVC 신작 예능, 테스타로 떡상?]
개발새발 그려놓은 조류 현수막과 Prank 키워드로 가득한 영상은 무섭게 어그로를 끌며 조회수를 키워갔다.
게다가 얼마 안 가서 선택받았다.
-ㅋㅋㅋ설마 검색해서 들어온 사람 있나요?
바로 그 유명한 ‘위튜브 알고리즘’의 선택이었다.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81화
급작스럽게 뜬 의 2화 선공개 영상.
일단 재생을 해보면 제일 먼저 오르골 소리가 들렸다.
♬♪♩♪- ♬♪♬♪- ♪♩-
그렇다. 테스타의 마법소년이다.
하지만 이상하게 변조된 탓에, 무슨 뚱땅거리는 개그용 BGM처럼 들렸다.
그 위로 오색찬란한 현수막과, 그것을 보는 테스타의 넋 나간 얼굴이 클로즈업되어 겹쳐졌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거대한 자막이 떴다.
그리고 곧바로 조류 연구가가 등장했다. 인자하게 웃는 얼굴 뒤로 지옥 불이 타는 CG가 합성된 채였다.
당황한 테스타의 위로 과격하게 흔들리는 자막이 헤비메탈 사운드와 함께 쏟아졌다.
누가 봐도 보고 웃으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컷이 변하며, 분위기가 비장해졌다.
빨갛게 깜박이는 자막 아래로 짧은 장면이 겹쳐졌다.
류청우의 덤덤한 말에 카메라를 꼬옥 부여잡고 기겁하는 선아현의 얼굴이 천천히 클로즈업되었다.
그러다 또 뜬금없이, 테스타가 단체로 진지하게 후다닥 쭈그려 앉는 컷이 튀어나왔다.
숨을 죽이고 오리걸음으로 이동하는 덩치 큰 소년들의 모습이 BGM도 없이 이어졌다.
그리고 박문대가 조심스레 카메라를 들어, 살짝 사진을 찍는 장면이 자연스럽게 삽입되었다.
근데 카메라를 당기니 새가 아니라 선아현을 찍고 있다.
자막이 당황했다.
그리고 그 조용한 컷에서 또 뜬금없이, 미친 것처럼 도주하며 비명을 지르는 테스타의 컷이 터져 나왔다.
핸디 캠이 미친 듯이 흔들렸다.
자막이 번쩍거렸다. 재난 영화가 따로 없었다.
모자이크된 MC의 인영에서 변조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까만 화면에 두두둥, 거대한 황금빛 자막이 떠올랐다.
마법소년의 변조된 뚱땅거림이 다시 흘러나오며, 화면은 웅장하게 마무리되었다.
“…….”
이놈들도… 제정신은 아니다.
“푸하하하학!!”
옆에서 끼어 보던 큰세진이 거실을 굴러다녔다.
이놈은 멍청하게 변주된 마법소년 BGM이 나올 때부터 폭소하더니, 결국 이 꼴이 됐다.
나도 인정했다.
‘…재미는 있어.’
여기도 때처럼 편집이 없던 맥락을 창조하고 있다만, 하루 이틀 일도 아니니 포기했다.
‘논란 일어날 구성은 아니니 괜찮겠지.’
그냥… 웃기는 데 진심인 놈들 같았다.
여전히 소속사가 첫 예능 패를 딜 대신 끼워팔기로 써버린 건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별개로 팬들은 재밌어할 것 같았으니까.
‘폼 유지만 하면 공중파 예능이야 다음에라도 뚫을 수 있다.’
대충 합격선이라고 생각하며, 현재 반응을 훑어보았다.
-내가 뭘 본 거지 (빨려드는 우주 사진)
-????ㅋㅋㅋㅋ??
-미쳤나봨ㅋㅋㅋㅋㅋㅋ세상엨ㅋㅋㅋ
-테스타의 첫 예능의 상태가…? (첨부)
마지막 반응에 첨부된 GIF 파일을 클릭하니, 웬 기러기가 숨을 들이켰다가 레이저를 내지르는 짤이 재생되었다.
참고로 눈에서도 레이저가 뿜어져 나왔다.
“…….”
어떤 의미에서는… 굉장히 직관적인 예측을 하셨다고 볼 수 있겠다. 새 모가지 꺾일 때 차유진이 딱 저랬던 것 같거든.
“으하하!! 우리 팬들 너무 귀엽다!”
어느새 일어나서 머리를 들이민 큰세진이 댓글을 보며 싱글벙글 웃었다.
그러고는 자기 마음대로 화면을 터치해서 연관 동영상 하나를 찍었다.
…이건 협찬용 공용 태블릿이다. 참자.
“야, 이것도 보자. 이거 진짜 웃겨.”
“뭔데.”
무슨 화면을 코 앞에 들이대는 통에 저절로 눈이 동영상을 확인했다.
“…….”
그사이, 자연스럽게 5초 광고가 끝나고 본 내용이 나왔다.
90년대 동물 예능에서 나올 것 같은 촌스러운 오프닝이 테스타로 패러디되어 쑥 지나갔다.
직후 나온 것은… 강아지 잠옷을 입은 박문대다.
……선물로 받은 거라, 잠옷 다 빨면 가끔 입는다.
‘…화면으로 보니 좀 그렇긴 하군.’
내 민망함과 관계없이, 동영상에서는 외국 다큐멘터리 더빙에서 자주 들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화면에서는 잠옷 입은 박문대가 거실 소파에 넋 놓고 앉아 있는 장면을 빨리 감기로 보여주고 있다.
주변에서 온갖 동거인들이 바쁘게 왔다 갔다 해도 미동도 없다.
차유진과 큰세진이 다가와서 손을 흔들고 옆에 앉고 TV를 틀어도 그 자세 그대로였다.
‘…저거 대답은 다 해줬을 텐데?’
아마 막간에 간신히 짬이 나서 운동하고 씻은 직후라 지쳐서 가만히 있었을 것이다. 익숙한 날조의 냄새가 아주 정겨웠다.
“…?”
이건 또 무슨 소리냐.
화면에서는 박문대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부엌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탄산음료와 함께 등장했다.
박문대는 우선 지나가던 류청우에게 페트병을 보여줬으나, 선선히 거절당했다.
‘그냥 먹을 건지 물어본 건데…?’
실패라고까지 부를 필요가 있나? 아니, 애초에 정신머리 있는 성인이면 누구든 저 정도 제스처는 하지 않냐.
그러나 심란한 내 심정과 상관없이, 내레이션은 열심히 개소리를 넣었다.
화면의 박문대는 페트병을 들고 터벅터벅 거실로 돌아오더니, 차유진과 큰세진의 환대를 받으며 음료를 넘겨주었다.
사냥에 성공한 것 같은 강조 컷 편집이 들어갔다.
영상은 절반 이상 빈 탄산음료를 돌려받아서 페트병째로 입에 넣는 박문대의 컷으로 끝났다.
“…….”
할 말을 잃었다.
바빠서 리얼리티용 컨텐츠를 따로 못 찍었더니, 뮤직비디오 촬영 분량 끝나니까 이런 걸 방영하고 있었군.
큰세진이 또 낄낄댔다.
“웃기지? 솔직히 웃기지?”
어. 다들 참 잘 웃는다.
베스트 첫 댓글이 이거였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찰떡
이 키읔의 나열에 ‘좋아요’가 4천 개가 찍혀 있었다.
그 밑으로도 폭소하는 댓글이 다수였다. 다들 정말 즐거워 보였다.
물론 전부 그랬던 것은 아니다. 다른 베스트 댓글을 더 보자.
-역시 오피셜로 밀어주는 건 문댕댕이다 티벳여우는 이단일 뿐
-여러분 문대는 먹방에서 인형탈을 거쳐 잠옷까지 항상 강아지에 진심이었습니다. 문대의 선택을 존중해주는 팬이 됩시다.
-동물의 킹덤 브금 미쳤냐고ㅋㅋ엌ㅋㅋㅋㅋ 댕댕이가 신나서 패트병 사냥해온 것 같잖아!
-그래 우리 뭉댕 영원히 댕댕이 하자♡
-티벳여우파는 방송국의 암묵적 탄압을 잊지 않겠다. 우리는 다시 돌아올 것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서바이벌에서 살아남아 보겠답시고 했던 이미지 작업은, 박문대 스스로가 강아지에 집착한다는 이미지로 절찬리에 왜곡되는 중이었다……,
29살 공시생 자아가 비명을 지르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군.
‘…뭐, 사람들이 좋아하니 됐나.’
며칠 전 팬싸에서 움직이는 강아지 귀도 써본 판이다. 슬슬 공시생 놈이 포기할 때가 됐지.
“문대 화난 건 아니지? 그치? 맞다, 내가 공평하게 내 동영상도 틀어줄게.”
옆에서 큰세진이 껄껄 웃으며 다음 동영상을 자동재생시켰다.
제목에 대놓고 내용 힌트가 있었다.
‘인-싸’
내용은 대충 이놈 저놈 가릴 것 없이 친하게 잘 지내는 큰세진 특집이다.
개그와 훈훈함의 비율을 잘 잡아서 편집해 놨다.
“근데 솔직히 내 것보다 네가 제일 웃긴… 야, 야!”
이 새끼가 자기는 좋은 거 받아놓고 사람 놀리고 있어.
나는 태블릿을 놈에게 떠넘기고 침대에 누웠다.
겨우 얻은 휴식 시간을 더 알차게 써야지, 저런 걸 보면서 낭비하면 안 된다.
“야, 나도 모니터링해 줘~ 너만 보고 자냐?”
박문대 동영상 보고 처웃기만 한 놈이 모니터링은 무슨.
“어. 너도 잠이나 자라.”
“아~ 잠은 차에서도 자잖아. 이렇게 시간 생겼으면 잘 써야지~”
이놈은 상태창도 없을 텐데 대체 어디서 체력이 솟아나는 건지 알 길이 없다. 분명 어제도 3시간만 잤는데 말이다.
그때 웬일로 룸메이트한테서 지원이 들어왔다.
“…자겠다잖아. 좀 나가. 소란스러우니까.”
이미 자려고 누워 있던 이세진이 한마디 던진 것이다. 참다가 했다는 기색이 역력했다.
“…….”
큰세진은 대답 없이 동명이인을 빤히 쳐다보다가, 그냥 웃었다.
“아 그러죠, 뭐. 잘 주무셔요 형님~”
그러곤 나와 눈이 마주치자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시늉을 하더니, 어깨를 으쓱하며 방을 나갔다.
‘저것도 좀 빡친 것 같은데.’
리얼리티 카메라 돌아가는 마당에 안 싸우려고 일부러 가볍게 넘긴 티가 났다.
‘서로 이해를 못 하는 것 같군.’
어지간히 안 맞는 모양이었다. 나중에 방을 바꾸더라도 저 둘을 붙여놓으면 안 될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스마트폰에 알림이 왔다.
“…….”
나는 짧은 답장을 보내고 폰 전원을 껐다. 그리고 숙면을 시작했다.
이때 즈음에는 테스타의 첫 예능 영상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고 있었다.
* * *
미친 듯이 편집된 선공개 영상은 당연히 연예 관련 커뮤니티에서 인기글에 올랐다.
-헐 개웃겨ㅋㅋㅋㅋㅋㅋ
-와ㅋㅋ망할 줄 알았는데 역시 될놈될이다 아주사 뚫고 온 놈들이라 그런가
-테스타 저기 출연한다고 걱정하는 척 긁는 댓글 싹 사라졌네ㅋㅋㅋㅋ
-팬들 좋겠다 벌써 엄청 웃김ㅋㅋㅋ
-오 이런 본격 낚시 방송 오랜만이야 너무 반갑다ㅠㅠ 얘들이 아주사 걔들이구나 귀엽넹 본방사수할게!
└팬인 거 다 티나요~
└? 이 사람 왜 이래요?;;
└무시하세요 정병임
망할 줄 알았던 예능이 반전을 보여준 것에 더불어, 최근 가장 핫한 오디션 출신 아이돌까지 출연하니 당연한 일이었다.
게다가 영상 자체가 너무 웃겼다.
덕분에 굳이 연예 커뮤니티나 SNS가 아니더라도 입소문이 났다.
개발새발 그려놓은 조류 현수막과 Prank 키워드로 가득한 영상은 무섭게 어그로를 끌며 조회수를 키워갔다.
게다가 얼마 안 가서 선택받았다.
-ㅋㅋㅋ설마 검색해서 들어온 사람 있나요?
바로 그 유명한 ‘위튜브 알고리즘’의 선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