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 Mắt Hay Ra Đi Raw - C76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76화
큰세진은 꽤 오래 투덜거렸다.
“아니, 너무 안 받아주네. 내가 여돌 번호 물어보자고 한 것도 아니고.”
“…….”
그랬으면 포도당이 아니라 다른 게 날아갔지.
어쨌든 큰세진은 캔디를 다 먹고 나니 기분이 나아졌는지, 차에 타고 난 뒤에는 또 장난을 걸었다.
“아, 알겠다. 문대는 보고 싶던 여자 아이돌이 있다고?”
없다 새끼야.
‘행사에서 실컷 봤었는데 무슨.’
나는 피식 웃고 대꾸했다.
“너는?”
“아 나야 팬들하고 결혼했지~ 여돌? 그게 뭐였더라?”
천연덕스러운 큰세진의 말에 류청우가 웃는 소리가 들렸다.
김래빈은 진지하게 맞장구쳤다.
“맞습니다. 저희는 남녀에 상관없이 타 그룹에 지나치게 경계를 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응?”
“여자 아이돌도 경쟁자이기 때문입니다…!”
“……?”
김래빈이 뜬금없이 통렬하게 외쳤기 때문에 다들 잠시 대답하지 못했다.
그걸 무슨 신호로 받아들였는지, 김래빈이 더 진지하게 설명을 이었다.
“잘 생각해 보십시오. 아이돌은 장기경쟁입니다. 그런데 아이돌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그럼 남녀와 관계없이 아이돌 그룹이 장기간 존속하며 여러 컨셉을 시도할수록 점점 타겟층은 겹치게 되는 겁니다…!”
선아현이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 그렇구나…!”
“맞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언제나 수요가 겹치는 아이돌 그룹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합니다!”
“…….”
“……으음.”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냥… 맞장구쳐 주자.’
나는 힘겹게 입을 열었다.
“음, 맞는 말이야.”
“…!! 그렇죠!”
김래빈은 잠시 승리의 순간을 만끽하는 듯, 눈을 번쩍거렸다. 류청우가 부드럽게 상황을 받아넘겼다.
“래빈이가 똑똑하네.”
“감사합니다!”
씩씩한 김래빈의 목소리 뒤로 차유진이 작게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바보 아니야?”
도긴개긴인 놈들끼리 서로를 무시하는 사이군. 잘 알겠다.
* * *
음악방송 촬영은 그 후로도 일요일까지 매일 진행되었다.
한밤중에 준비하는 새벽 사전녹화를 하루걸러 하루꼴로 하고 나니 머리가 어지럽기 시작했다.
그나마 금요일 음방은 사전녹화가 9시부터 진행해서 숨 좀 돌렸지만, 그것도 7시에 출근하니 큰 차이는 없었다.
‘바쿠스500’ 특성을 가진 내가 이 정도니 다른 놈들 사정은 안 봐도 뻔했다.
‘어제 이세진이 쓰러질 뻔했지.’
다행히 차 안에서 엎어져서 다치지 않고 끝났다. 소속사도 놀랐는지, 그 후로 기름기 하나 없던 식단이 좀 여유로워졌다.
이 와중에 저녁에는 리얼리티 컨텐츠까지 챙기려니 체력이 쭉쭉 갈려 나가는 게 당연했다.
‘…이걸 매주 해야 한다니.’
좋은 건 응원 소리 들으면서 무대를 하는 딱 그 순간뿐이었다. 그 시간을 위해 팬과 아이돌 모두 인고의 시간을 견뎌야 한다는 게 아주 대단한 구조였다.
이 기회를 못 잡아서 우는 애들이 더 많다는 걸 생각하면 더 그랬다.
‘사람을 쥐어 짜내는군.’
나는 한숨을 쉬었다.
“6월 셋째 주 인기뮤직 1위는… 축하드립니다, VTIC의 Night Sign!”
어쨌든 드디어 주말 마지막 음악방송까지 끝났다. 나는 1위 수상자에게 기계적으로 박수를 보냈다.
‘여긴 사전녹화를 안 시켜줘서 잠은 좀 잤다.’
주워듣기로는 케이블 오디션 출신이라고 텃세 좀 부린 모양이었다. 어쩐지 순서도 초중반이더라고.
물론 장단이 있었다. 사전녹화가 없으니 무대구성에 제한이 생겼다.
생방송 한 번으로 무대를 끝내야 하기 때문이다.
‘활동 첫 주에는… 사전녹화를 하는 게 유용하긴 하겠어.’
내가 생각하면서도 어처구니가 없지만, 어차피 워라밸이 없다면 결과라도 좋은 편이 낫지 않겠나 싶다.
“우리 사진 좀 찍을까?”
“좋아요!”
“문대야 셀카 어때?!”
대기실로 돌아오자마자 일단 사진 요청부터 들어왔다.
‘SNS 업로드용이군.’
이런 건 찍어야 하긴 했다. 나는 군말할 것 없이 그냥 스마트폰을 받아서 전면 카메라를 켰다.
그리고 7명이 상반신 의상까지 다 나오도록 각도를 잘 조절해, 사진을 연사로 찍었다.
이러면 신나서 자기들끼리 잘 골라 올린다.
아니나 다를까, 어떤 사진을 업로드할 것인가를 두고 또 입씨름하는 놈들이 나왔다.
“자, 3번 사진이 제일 낫지 않아? 7명 다 웃는 게 잘 보이는 편이 보기 좋잖아~”
“입이 이상해요. 다음 거 써요!”
“들어주지 마세요. 한 사람만 잘 나온 사진을 쓰는 건 비합리적인 행동입니다.”
“사, 사진 다 잘 나왔어…….”
선아현이 말리는 건 당연히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결론은 큰세진이 고른 것과 차유진이 고른 것 두 장이 업로드되었다. 이세진은 질린 표정으로 그 과정을 보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본인 못 나온 거 올렸다고 어제 구시렁댄 건 깨끗하게 잊은 모양이었다.
‘하하, 팀 참 잘 돌아간다.’
카메라가 있어서 싸움으로 빌드업 안 되는 게 다행일 뿐이다.
어쨌든, 첫 주 활동은 이렇게 마무리되는 듯싶었다.
‘…일단 무대 반응은 좋아서 다행이고.’
틈날 때마다 간간이 확인하고 있다. 조회수와 전체적인 평 모두 아주 괜찮았다.
‘역시 춤을 찍은 게 정답이었나.’
사실… 뮤직비디오 찍기 직전에 하나 남은 포인트를 춤 스탯에 투자했다.
보컬뿐만 아니라, 내 무대 분량 자체가 생각보다 많았기 때문이다. 아마도 1위 부작용인 것 같았다.
‘센터로 나오는 동선이 잦으니 안 찍을 수가 없었지.’
막판까지 다른 스탯과 고민했는데, 일단 가장 약한 걸 보완하는 게 우선이라는 쪽으로 판단이 기울었다.
‘괜히 조롱 밈 붙으면 골치 아파진다.’
덕분에 현재 내 춤 스탯은 ‘B-’다. 그냥 곧잘 추는구나 싶은 정도는 된다는 뜻이다.
‘…물론 세 놈이나 춤이 A등급이라 크게 이득은 못 봤다만.’
이제 개인전도 아니니, 퀄리티에 기여하는 수준으로 도약한 것에 만족하기로 하자.
…뭐, 박문대 개인 직캠에서 팬들이 즐거워하는 걸 보는 게 재밌기도 하니까.
“고생 많으셨습니다~”
“첫 주 활동 무사히 잘 마무리됐네요!”
대기실을 떠나기 전, 멤버들과 스탭들이 웃으며 자축했다. 매니저가 한마디 덧붙였다.
“음원 10위 안에 들어간 것도 축하하고~”
“하하핫!”
그렇다. 매니저의 말대로 음원은 고무적으로 잘 올라가는 중이다.
나는 단톡방에 올라온 오늘 24Hits 순위 캡처를 떠올렸다.
[10위 마법소년 ▲4]
[13위 Hi-five ▲3]
‘음방 버프라는 게 정말 있긴 한가 보군.’
약간 놀랐던 건 마법 소년이 역전했다는 점이다.
아마 무대 덕도 있지만, 그 곡이 잘 안 질린다는 점도 한몫했을 것이다.
‘하이파이브는 계속 듣기 시끄럽다고 생각하는 층도 ‘마법소년’은 괜찮았을 것 같으니까.’
곡을 고르는 내 새로운 특성이 꽤 효과적인 것 같아서 만족했다.
…물론 아직도 VTIC은 음원 차트 1위에 잘 붙어 있었다. 진짜 대단한 놈들이었다.
‘흠, 이번 활동으로 공중파 1위는 무리인가.’
상황 보니 다음 앨범도 올해 내로 내줄 것 같고, 이번 앨범 성적도 괜찮았으니 벌벌 떨면서 걱정할 정도는 아닌 것 같긴 했다.
…애초부터 돌연사가 갱신되는 이 개 같은 상황이 없는 편이 더 좋았겠지만 말이지.
바쁜 스케줄에 잊고 있던 깊은 빡침이 속에서 올라오려다, 간신히 내려갔다.
열 받는다고 상황이 변하는 건 아니니 진정하도록 하자.
‘…순탄한 궤도에 올려놓은 걸로 만족할까.’
나는 어깨를 으쓱하고 내 가방을 챙겼다. 옆에서 류청우가 매니저에게 묻는 목소리가 들렸다.
“저희 그럼 오늘은 바로 숙소로 가나요?”
“아… 사실 오늘 급하게 미팅이 하나 잡혔는데.”
“네?”
“너희 예능 나가고 싶어 했잖아. 예능이야!”
매니저가 밝게 이야기하자, 피곤한 와중에도 몇 놈이 낚였다.
“오~ 무슨 예능인가요?”
“예능 재밌어요?”
매니저가 당당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라는 프로그램이야!”
“…?”
“이번에 TVC에서 새로 런칭하는 프로그램인데, 너희 알지? 거기서 만든 예능들 다 잘됐잖아~”
“오오!”
멤버 몇 명이 솔깃한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매니저가 말을 더 얹었다.
“이색 직업 체험하는 예능인데 PD님도 좋은 분이고, 다들 기대가 크대. 꼭 테스타랑 하고 싶다고 말씀하셨다니까 열심히 해보자!”
“…….”
…아, 벌써 감이 온다.
‘갑자기 혓바닥 길어질 때부터 이상했다.’
TVC면 T1 계열사 방송국이다. 한마디로 자기 식구 안에서 예능 새로 런칭하니까 화제성용으로 테스타를 쓰고 싶다는 말이다.
게다가 3년 후에서 온 나도 이름도 못 들어본 프로그램이다.
‘프로 망할 것 같으니까 꽂은 거네.’
지금 타 방송사에서는 아직 테스타가 1위를 못 내다보니 케이블 오디션 출신한테 러브콜 넣기 애매해서 예능 섭외로 눈치싸움 중인 것 같은데.
‘그 딜을 못 기다리고 여기다 첫 예능 특수를 써 버려?’
회사놈들이 큰 그림 그리느라 그룹에는 생산성 하나 없는 선택을 해버리는 꼴을 보니 어이가 사라진다.
하지만 뭣 모르는 멤버들은 해맑고 씩씩하게 매니저에게 대답하는 중이다.
“넵!”
“알겠습니다!”
“……예.”
나도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카메라 도는데 따져서 뭐 하나. 신인에게 무슨 스케줄 거부권이 있는 것도 아닌데 그냥 군말 말고 하고 오자.
그리고 마침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던 큰세진과 눈이 마주쳤다.
“…….”
저건 X 같지만, 별수 있냐는 눈인데.
이후 차에 타서 슬쩍 물어보니, 직전에 방영된 의 1화 반응이 괴멸적이었다고 한다.
‘역시.’
회사에 대한 기대를 충분히 버렸다고 생각했는데, 앨범 준비하면서 쓸데없이 회복한 모양이다.
더 버리도록 하자.
* * *
“안녕하십니까~”
이미 소속사와 출연 이야기가 끝났는지 과의 미팅 자리에는 카메라가 있었다.
‘이미 자기들끼리 다 말 맞춰뒀군.’
“몇 가지 사전 질문만 먼저 드릴게요.”
“네!”
당장 다음 촬영이 코앞이라 급한지, 인사치레도 없이 열 개 내외 정도의 문답을 주고받는 것으로 미팅은 서둘러 끝났다.
이라는 타이틀답게, 주로 하고 싶은 일을 물어보는 질문이었다.
‘…일을 안 하는 게 최고지.’
그러나 현재 직업상 이런 답변을 적을 수는 없으니, 적당히 특이한 직업 몇 가지를 답변했다.
‘급하네.’
제작진은 허둥지둥 원하는 질의응답을 다 수집하고 미팅을 끝냈다. 바빠 죽겠다는 게 눈에 보였다.
‘1화 반응이 별로라 사람들이 갈리나 보군.’
어쨌든, 덕분에 완전히 밤이 되기 전에 숙소행 차를 다시 탈 수 있었다.
“자, 다들 손들어주세요~”
SNS에 올린다며 동영상을 찍는 큰세진에게 의무적으로 손을 흔들어주고 있자니, 주머니에 진동이 왔다.
‘안 좋은 예감이 드는데.’
큰세진이 동영상을 다 찍고 카메라 끄는 것을 확인한 뒤, 스마트폰을 확인해 봤다.
[VTIC 청려 선배님 : 연락이 없어서 먼저 문자 해봅니다. 박문대 씨 번호 맞나요?^^]
“…….”
와, 진짜 찝찝한데.
‘신인이 연락 먼저 안 했다고 은근히 먹이는 건가.’
정말 친해지고 싶어서 번호 가져간 게 아닌 건 잘 알겠다.
그래도 연차 서열상 무시할 수는 없으니 일단 답장은 보냈다.
[제가 스마트폰을 잘 안 봐서 연락이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선배님.]
그러자 순식간에 답장이 왔다.
[VTIC 청려 선배님: 죄송할 건 없고, 그냥 인사라도 하면서 지내자고 문자 해봤어요.]
피곤해 죽겠군.
나는 대충 ‘알았다, 감사하다’는 식의 짧은 답장을 보내고 아예 스마트폰을 껐다.
‘내일쯤 톡 확인 늦는다고 바꿔두면 되겠지.’
어차피 슬슬 어떻게 알아낸 건지 이상한 새끼들이 자꾸 툭툭 톡을 넣어서 귀찮던 참이었다.
주소록에 없는 번호 연락 차단하면서 상태 메시지도 바꾸자.
‘어쨌든 오늘은… 이대로 퇴근인가.’
그대로 차에서 살짝 잠이 들려던 찰나, 류청우의 목소리가 들렸다.
“얘들아, 우리 슬슬 안무 박자가 각자 조금씩 달라지는데, 지금 시간 난 김에 잡아놔야 하지 않을까?”
“…….”
잠이 확 깬다.
주변을 보니, 다들 ‘나 쉬고 싶어요’라고 써놓은 얼굴이었다. 하지만 맞는 말에 차마 반박을 못 해서 암묵적인 동의의 침묵만 흘렀다.
나는 한숨을 참았다.
‘…퇴근은 무슨.’
연습이나 하러 가야겠다.
* * *
테스타가 살인적인 활동 첫 주 스케줄을 소화하는 동안, 팬들은 넘치는 컨텐츠에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 점이 테스타가 얌전히 스케줄을 따르는 동력이 되어주기도 했다.
-첫 주 음방 교차편집 위튜브에 떴는데 진짜 개쩐다 (링크)
-이번 주 리얼리티 쇼케이스 편 너무 좋았어! 애들 머리하는 거 너무 귀엽고 무대 진지하게 준비할 때 눈물 나더라 테스타 오래 가자ㅠㅠ
-CQ 화보하고 인터뷰 비하인드 떴다. 잡지는 일단 전량 매진. (링크)
└아아…ㅠㅠ 늦었어…
└추가 물량 많이 찍어 주세요 제발..ㅠㅠ
테스타와의 계약이 단기가 아니었기 때문에, 소속사는 일부러 멤버 간 개인별 경쟁을 부추기는 마케팅 방식보다는 일단 그룹 자체를 좋아하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애썼다.
그리고 그 노력은 팬덤에 잘 정착하려는 중이었다.
그룹이 하나의 SNS만을 이용하며, 자주 같이 있는 사진을 올리는 것도 이젠 큰 반발 없는 분위기였다.
다만 한 분야에서만큼은 그럴 수 없었다.
바로 앨범에 들어가는 랜덤 포토카드였다.
앨범 판매랑과 직결되는 요소다 보니, 앨범에 랜덤으로 들어가는 멤버들의 포토카드는 전통적인 상술에 따라 그대로 넣었던 것이다.
덕분에 테스타를 욕하고 싶은 사람들은 관련 비교 글에 바글바글 붙어서 신나게 떠들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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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타 포토카드 거래단가 순위]
: 차유진>=박문대>선아현>김래빈=큰세진>=류청우>>이세진
+)중고월드에서 통계 낸 거임 현실 부정 안 받아요~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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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차유진이 1위네ㅋㅋㅋㅋ
-아 박문대 엔딩 센터 내놓으라고ㅋㅋ 죽은 부모 팔아서 1위 하니 좋았냐~
-이세진은 진짜 모든 곳에서 쓸모가 없네? 뮤직비디오 분량 처먹는 거 외에 하는 일이 있어?
-류청우 거품 드디어 빠졌구나 최종 순위 보고 코어 없을 줄 알았지ㅋ
-제발 인싸인 척 상황을 컨트롤하는 척 쾌활 훈남인 척 좀 그만하자 큰세진아 비인기멤은 그렇게 나대는 거 아니다ㅠㅠ
-아현이는 그 얼굴로도 3위가 한계인 거 보면 역시 말 안 하는 직업을 고르는 게 나았을 것 같아. 아이돌 말고 화보 모델? 같은 거 하지!
아무리 팬들이 신고하거나 무시해도 한계가 있었다. ‘상상 이상으로 잘 나가기 직전’인 라이징에게 쏟아지는 질시와 분노는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수준이었다.
그 조롱이 모든 멤버에게 전방위로 쏟아졌기 때문에, 도리어 팬들에게 이상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미친놈들한테 먹이 주지 말자
-아주사 끝난 지가 언젠데 아직도 줄 세우기에 목을 맨다? 절대 애들 팬 아님 개인팬도 아닐 거야
└이게 맞음 찐팬이면 저런 글에서 자아표출하는 게 말이 되냐ㅋㅋ
-아주사 좀 봤다고 괜히 아는 척 말 얹는 정병들한테 휘둘릴 필요 없어. 우린 애들만 보고 가면 됨.
-맞아 테스타가 이렇게 잘하는데 저런 거에 감정 소모할 필요 없자나 그냥 알못 소속사나 패자
그들 사이에서는 형식적으로만 그렇게 표명하는 게 아니라, 정말로 ‘그룹 팬’이라는 정체성이 슬슬 형성되고 있었다.
그리고 딱 그 시점 즈음에, 특별한 행사가 다가오고 있었다.
테스타의 첫 팬 사인회였다.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76화
큰세진은 꽤 오래 투덜거렸다.
“아니, 너무 안 받아주네. 내가 여돌 번호 물어보자고 한 것도 아니고.”
“…….”
그랬으면 포도당이 아니라 다른 게 날아갔지.
어쨌든 큰세진은 캔디를 다 먹고 나니 기분이 나아졌는지, 차에 타고 난 뒤에는 또 장난을 걸었다.
“아, 알겠다. 문대는 보고 싶던 여자 아이돌이 있다고?”
없다 새끼야.
‘행사에서 실컷 봤었는데 무슨.’
나는 피식 웃고 대꾸했다.
“너는?”
“아 나야 팬들하고 결혼했지~ 여돌? 그게 뭐였더라?”
천연덕스러운 큰세진의 말에 류청우가 웃는 소리가 들렸다.
김래빈은 진지하게 맞장구쳤다.
“맞습니다. 저희는 남녀에 상관없이 타 그룹에 지나치게 경계를 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응?”
“여자 아이돌도 경쟁자이기 때문입니다…!”
“……?”
김래빈이 뜬금없이 통렬하게 외쳤기 때문에 다들 잠시 대답하지 못했다.
그걸 무슨 신호로 받아들였는지, 김래빈이 더 진지하게 설명을 이었다.
“잘 생각해 보십시오. 아이돌은 장기경쟁입니다. 그런데 아이돌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그럼 남녀와 관계없이 아이돌 그룹이 장기간 존속하며 여러 컨셉을 시도할수록 점점 타겟층은 겹치게 되는 겁니다…!”
선아현이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 그렇구나…!”
“맞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언제나 수요가 겹치는 아이돌 그룹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합니다!”
“…….”
“……으음.”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냥… 맞장구쳐 주자.’
나는 힘겹게 입을 열었다.
“음, 맞는 말이야.”
“…!! 그렇죠!”
김래빈은 잠시 승리의 순간을 만끽하는 듯, 눈을 번쩍거렸다. 류청우가 부드럽게 상황을 받아넘겼다.
“래빈이가 똑똑하네.”
“감사합니다!”
씩씩한 김래빈의 목소리 뒤로 차유진이 작게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바보 아니야?”
도긴개긴인 놈들끼리 서로를 무시하는 사이군. 잘 알겠다.
* * *
음악방송 촬영은 그 후로도 일요일까지 매일 진행되었다.
한밤중에 준비하는 새벽 사전녹화를 하루걸러 하루꼴로 하고 나니 머리가 어지럽기 시작했다.
그나마 금요일 음방은 사전녹화가 9시부터 진행해서 숨 좀 돌렸지만, 그것도 7시에 출근하니 큰 차이는 없었다.
‘바쿠스500’ 특성을 가진 내가 이 정도니 다른 놈들 사정은 안 봐도 뻔했다.
‘어제 이세진이 쓰러질 뻔했지.’
다행히 차 안에서 엎어져서 다치지 않고 끝났다. 소속사도 놀랐는지, 그 후로 기름기 하나 없던 식단이 좀 여유로워졌다.
이 와중에 저녁에는 리얼리티 컨텐츠까지 챙기려니 체력이 쭉쭉 갈려 나가는 게 당연했다.
‘…이걸 매주 해야 한다니.’
좋은 건 응원 소리 들으면서 무대를 하는 딱 그 순간뿐이었다. 그 시간을 위해 팬과 아이돌 모두 인고의 시간을 견뎌야 한다는 게 아주 대단한 구조였다.
이 기회를 못 잡아서 우는 애들이 더 많다는 걸 생각하면 더 그랬다.
‘사람을 쥐어 짜내는군.’
나는 한숨을 쉬었다.
“6월 셋째 주 인기뮤직 1위는… 축하드립니다, VTIC의 Night Sign!”
어쨌든 드디어 주말 마지막 음악방송까지 끝났다. 나는 1위 수상자에게 기계적으로 박수를 보냈다.
‘여긴 사전녹화를 안 시켜줘서 잠은 좀 잤다.’
주워듣기로는 케이블 오디션 출신이라고 텃세 좀 부린 모양이었다. 어쩐지 순서도 초중반이더라고.
물론 장단이 있었다. 사전녹화가 없으니 무대구성에 제한이 생겼다.
생방송 한 번으로 무대를 끝내야 하기 때문이다.
‘활동 첫 주에는… 사전녹화를 하는 게 유용하긴 하겠어.’
내가 생각하면서도 어처구니가 없지만, 어차피 워라밸이 없다면 결과라도 좋은 편이 낫지 않겠나 싶다.
“우리 사진 좀 찍을까?”
“좋아요!”
“문대야 셀카 어때?!”
대기실로 돌아오자마자 일단 사진 요청부터 들어왔다.
‘SNS 업로드용이군.’
이런 건 찍어야 하긴 했다. 나는 군말할 것 없이 그냥 스마트폰을 받아서 전면 카메라를 켰다.
그리고 7명이 상반신 의상까지 다 나오도록 각도를 잘 조절해, 사진을 연사로 찍었다.
이러면 신나서 자기들끼리 잘 골라 올린다.
아니나 다를까, 어떤 사진을 업로드할 것인가를 두고 또 입씨름하는 놈들이 나왔다.
“자, 3번 사진이 제일 낫지 않아? 7명 다 웃는 게 잘 보이는 편이 보기 좋잖아~”
“입이 이상해요. 다음 거 써요!”
“들어주지 마세요. 한 사람만 잘 나온 사진을 쓰는 건 비합리적인 행동입니다.”
“사, 사진 다 잘 나왔어…….”
선아현이 말리는 건 당연히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결론은 큰세진이 고른 것과 차유진이 고른 것 두 장이 업로드되었다. 이세진은 질린 표정으로 그 과정을 보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본인 못 나온 거 올렸다고 어제 구시렁댄 건 깨끗하게 잊은 모양이었다.
‘하하, 팀 참 잘 돌아간다.’
카메라가 있어서 싸움으로 빌드업 안 되는 게 다행일 뿐이다.
어쨌든, 첫 주 활동은 이렇게 마무리되는 듯싶었다.
‘…일단 무대 반응은 좋아서 다행이고.’
틈날 때마다 간간이 확인하고 있다. 조회수와 전체적인 평 모두 아주 괜찮았다.
‘역시 춤을 찍은 게 정답이었나.’
사실… 뮤직비디오 찍기 직전에 하나 남은 포인트를 춤 스탯에 투자했다.
보컬뿐만 아니라, 내 무대 분량 자체가 생각보다 많았기 때문이다. 아마도 1위 부작용인 것 같았다.
‘센터로 나오는 동선이 잦으니 안 찍을 수가 없었지.’
막판까지 다른 스탯과 고민했는데, 일단 가장 약한 걸 보완하는 게 우선이라는 쪽으로 판단이 기울었다.
‘괜히 조롱 밈 붙으면 골치 아파진다.’
덕분에 현재 내 춤 스탯은 ‘B-’다. 그냥 곧잘 추는구나 싶은 정도는 된다는 뜻이다.
‘…물론 세 놈이나 춤이 A등급이라 크게 이득은 못 봤다만.’
이제 개인전도 아니니, 퀄리티에 기여하는 수준으로 도약한 것에 만족하기로 하자.
…뭐, 박문대 개인 직캠에서 팬들이 즐거워하는 걸 보는 게 재밌기도 하니까.
“고생 많으셨습니다~”
“첫 주 활동 무사히 잘 마무리됐네요!”
대기실을 떠나기 전, 멤버들과 스탭들이 웃으며 자축했다. 매니저가 한마디 덧붙였다.
“음원 10위 안에 들어간 것도 축하하고~”
“하하핫!”
그렇다. 매니저의 말대로 음원은 고무적으로 잘 올라가는 중이다.
나는 단톡방에 올라온 오늘 24Hits 순위 캡처를 떠올렸다.
‘음방 버프라는 게 정말 있긴 한가 보군.’
약간 놀랐던 건 마법 소년이 역전했다는 점이다.
아마 무대 덕도 있지만, 그 곡이 잘 안 질린다는 점도 한몫했을 것이다.
‘하이파이브는 계속 듣기 시끄럽다고 생각하는 층도 ‘마법소년’은 괜찮았을 것 같으니까.’
곡을 고르는 내 새로운 특성이 꽤 효과적인 것 같아서 만족했다.
…물론 아직도 VTIC은 음원 차트 1위에 잘 붙어 있었다. 진짜 대단한 놈들이었다.
‘흠, 이번 활동으로 공중파 1위는 무리인가.’
상황 보니 다음 앨범도 올해 내로 내줄 것 같고, 이번 앨범 성적도 괜찮았으니 벌벌 떨면서 걱정할 정도는 아닌 것 같긴 했다.
…애초부터 돌연사가 갱신되는 이 개 같은 상황이 없는 편이 더 좋았겠지만 말이지.
바쁜 스케줄에 잊고 있던 깊은 빡침이 속에서 올라오려다, 간신히 내려갔다.
열 받는다고 상황이 변하는 건 아니니 진정하도록 하자.
‘…순탄한 궤도에 올려놓은 걸로 만족할까.’
나는 어깨를 으쓱하고 내 가방을 챙겼다. 옆에서 류청우가 매니저에게 묻는 목소리가 들렸다.
“저희 그럼 오늘은 바로 숙소로 가나요?”
“아… 사실 오늘 급하게 미팅이 하나 잡혔는데.”
“네?”
“너희 예능 나가고 싶어 했잖아. 예능이야!”
매니저가 밝게 이야기하자, 피곤한 와중에도 몇 놈이 낚였다.
“오~ 무슨 예능인가요?”
“예능 재밌어요?”
매니저가 당당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라는 프로그램이야!”
“…?”
“이번에 TVC에서 새로 런칭하는 프로그램인데, 너희 알지? 거기서 만든 예능들 다 잘됐잖아~”
“오오!”
멤버 몇 명이 솔깃한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매니저가 말을 더 얹었다.
“이색 직업 체험하는 예능인데 PD님도 좋은 분이고, 다들 기대가 크대. 꼭 테스타랑 하고 싶다고 말씀하셨다니까 열심히 해보자!”
“…….”
…아, 벌써 감이 온다.
‘갑자기 혓바닥 길어질 때부터 이상했다.’
TVC면 T1 계열사 방송국이다. 한마디로 자기 식구 안에서 예능 새로 런칭하니까 화제성용으로 테스타를 쓰고 싶다는 말이다.
게다가 3년 후에서 온 나도 이름도 못 들어본 프로그램이다.
‘프로 망할 것 같으니까 꽂은 거네.’
지금 타 방송사에서는 아직 테스타가 1위를 못 내다보니 케이블 오디션 출신한테 러브콜 넣기 애매해서 예능 섭외로 눈치싸움 중인 것 같은데.
‘그 딜을 못 기다리고 여기다 첫 예능 특수를 써 버려?’
회사놈들이 큰 그림 그리느라 그룹에는 생산성 하나 없는 선택을 해버리는 꼴을 보니 어이가 사라진다.
하지만 뭣 모르는 멤버들은 해맑고 씩씩하게 매니저에게 대답하는 중이다.
“넵!”
“알겠습니다!”
“……예.”
나도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카메라 도는데 따져서 뭐 하나. 신인에게 무슨 스케줄 거부권이 있는 것도 아닌데 그냥 군말 말고 하고 오자.
그리고 마침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던 큰세진과 눈이 마주쳤다.
“…….”
저건 X 같지만, 별수 있냐는 눈인데.
이후 차에 타서 슬쩍 물어보니, 직전에 방영된 의 1화 반응이 괴멸적이었다고 한다.
‘역시.’
회사에 대한 기대를 충분히 버렸다고 생각했는데, 앨범 준비하면서 쓸데없이 회복한 모양이다.
더 버리도록 하자.
* * *
“안녕하십니까~”
이미 소속사와 출연 이야기가 끝났는지 과의 미팅 자리에는 카메라가 있었다.
‘이미 자기들끼리 다 말 맞춰뒀군.’
“몇 가지 사전 질문만 먼저 드릴게요.”
“네!”
당장 다음 촬영이 코앞이라 급한지, 인사치레도 없이 열 개 내외 정도의 문답을 주고받는 것으로 미팅은 서둘러 끝났다.
이라는 타이틀답게, 주로 하고 싶은 일을 물어보는 질문이었다.
‘…일을 안 하는 게 최고지.’
그러나 현재 직업상 이런 답변을 적을 수는 없으니, 적당히 특이한 직업 몇 가지를 답변했다.
‘급하네.’
제작진은 허둥지둥 원하는 질의응답을 다 수집하고 미팅을 끝냈다. 바빠 죽겠다는 게 눈에 보였다.
‘1화 반응이 별로라 사람들이 갈리나 보군.’
어쨌든, 덕분에 완전히 밤이 되기 전에 숙소행 차를 다시 탈 수 있었다.
“자, 다들 손들어주세요~”
SNS에 올린다며 동영상을 찍는 큰세진에게 의무적으로 손을 흔들어주고 있자니, 주머니에 진동이 왔다.
‘안 좋은 예감이 드는데.’
큰세진이 동영상을 다 찍고 카메라 끄는 것을 확인한 뒤, 스마트폰을 확인해 봤다.
“…….”
와, 진짜 찝찝한데.
‘신인이 연락 먼저 안 했다고 은근히 먹이는 건가.’
정말 친해지고 싶어서 번호 가져간 게 아닌 건 잘 알겠다.
그래도 연차 서열상 무시할 수는 없으니 일단 답장은 보냈다.
그러자 순식간에 답장이 왔다.
피곤해 죽겠군.
나는 대충 ‘알았다, 감사하다’는 식의 짧은 답장을 보내고 아예 스마트폰을 껐다.
‘내일쯤 톡 확인 늦는다고 바꿔두면 되겠지.’
어차피 슬슬 어떻게 알아낸 건지 이상한 새끼들이 자꾸 툭툭 톡을 넣어서 귀찮던 참이었다.
주소록에 없는 번호 연락 차단하면서 상태 메시지도 바꾸자.
‘어쨌든 오늘은… 이대로 퇴근인가.’
그대로 차에서 살짝 잠이 들려던 찰나, 류청우의 목소리가 들렸다.
“얘들아, 우리 슬슬 안무 박자가 각자 조금씩 달라지는데, 지금 시간 난 김에 잡아놔야 하지 않을까?”
“…….”
잠이 확 깬다.
주변을 보니, 다들 ‘나 쉬고 싶어요’라고 써놓은 얼굴이었다. 하지만 맞는 말에 차마 반박을 못 해서 암묵적인 동의의 침묵만 흘렀다.
나는 한숨을 참았다.
‘…퇴근은 무슨.’
연습이나 하러 가야겠다.
* * *
테스타가 살인적인 활동 첫 주 스케줄을 소화하는 동안, 팬들은 넘치는 컨텐츠에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 점이 테스타가 얌전히 스케줄을 따르는 동력이 되어주기도 했다.
-첫 주 음방 교차편집 위튜브에 떴는데 진짜 개쩐다 (링크)
-이번 주 리얼리티 쇼케이스 편 너무 좋았어! 애들 머리하는 거 너무 귀엽고 무대 진지하게 준비할 때 눈물 나더라 테스타 오래 가자ㅠㅠ
-CQ 화보하고 인터뷰 비하인드 떴다. 잡지는 일단 전량 매진. (링크)
└아아…ㅠㅠ 늦었어…
└추가 물량 많이 찍어 주세요 제발..ㅠㅠ
테스타와의 계약이 단기가 아니었기 때문에, 소속사는 일부러 멤버 간 개인별 경쟁을 부추기는 마케팅 방식보다는 일단 그룹 자체를 좋아하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애썼다.
그리고 그 노력은 팬덤에 잘 정착하려는 중이었다.
그룹이 하나의 SNS만을 이용하며, 자주 같이 있는 사진을 올리는 것도 이젠 큰 반발 없는 분위기였다.
다만 한 분야에서만큼은 그럴 수 없었다.
바로 앨범에 들어가는 랜덤 포토카드였다.
앨범 판매랑과 직결되는 요소다 보니, 앨범에 랜덤으로 들어가는 멤버들의 포토카드는 전통적인 상술에 따라 그대로 넣었던 것이다.
덕분에 테스타를 욕하고 싶은 사람들은 관련 비교 글에 바글바글 붙어서 신나게 떠들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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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유진>=박문대>선아현>김래빈=큰세진>=류청우>>이세진
+)중고월드에서 통계 낸 거임 현실 부정 안 받아요~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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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차유진이 1위네ㅋㅋㅋㅋ
-아 박문대 엔딩 센터 내놓으라고ㅋㅋ 죽은 부모 팔아서 1위 하니 좋았냐~
-이세진은 진짜 모든 곳에서 쓸모가 없네? 뮤직비디오 분량 처먹는 거 외에 하는 일이 있어?
-류청우 거품 드디어 빠졌구나 최종 순위 보고 코어 없을 줄 알았지ㅋ
-제발 인싸인 척 상황을 컨트롤하는 척 쾌활 훈남인 척 좀 그만하자 큰세진아 비인기멤은 그렇게 나대는 거 아니다ㅠㅠ
-아현이는 그 얼굴로도 3위가 한계인 거 보면 역시 말 안 하는 직업을 고르는 게 나았을 것 같아. 아이돌 말고 화보 모델? 같은 거 하지!
아무리 팬들이 신고하거나 무시해도 한계가 있었다. ‘상상 이상으로 잘 나가기 직전’인 라이징에게 쏟아지는 질시와 분노는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수준이었다.
그 조롱이 모든 멤버에게 전방위로 쏟아졌기 때문에, 도리어 팬들에게 이상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미친놈들한테 먹이 주지 말자
-아주사 끝난 지가 언젠데 아직도 줄 세우기에 목을 맨다? 절대 애들 팬 아님 개인팬도 아닐 거야
└이게 맞음 찐팬이면 저런 글에서 자아표출하는 게 말이 되냐ㅋㅋ
-아주사 좀 봤다고 괜히 아는 척 말 얹는 정병들한테 휘둘릴 필요 없어. 우린 애들만 보고 가면 됨.
-맞아 테스타가 이렇게 잘하는데 저런 거에 감정 소모할 필요 없자나 그냥 알못 소속사나 패자
그들 사이에서는 형식적으로만 그렇게 표명하는 게 아니라, 정말로 ‘그룹 팬’이라는 정체성이 슬슬 형성되고 있었다.
그리고 딱 그 시점 즈음에, 특별한 행사가 다가오고 있었다.
테스타의 첫 팬 사인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