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Đăng Nhập Đăng Ký

Ra Mắt Hay Ra Đi Raw - C75

A- A+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75화
MusicBomb이 시작하는 목요일 저녁 7시.
드물게도, 본방송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인터넷에 북적였다.
-라인업이 화려하니까 좋네
-일단 테스타가 먼저 나올테니 걔네 나오면 불러주세요ㅋㅋ
대형 남자아이돌 두 그룹이 함께 음악방송에 출연하는데 한쪽은 심지어 데뷔 무대였기 때문이다.
덕분에 테스타의 팬들이 더 활발했다.
-애들 새벽에 글 올린 거 봤어? 진짜 너무 귀엽다ㅠㅠ
└당황해서 사과하는 사진 넣은 거 진짜 씹덕 그 자체… 하지만 다음에는 꼭 셀카를 넣어다오 그게 사과다
-새벽에 글 오천만 개 올려도 되니까 많이 올려줬으면 좋겠다
-도시락 서폿 진짜 잘했더라 애들 새벽에 고생했을 텐데 밥이라도 잘 챙겨 먹었으면ㅠㅠ
-사녹 후기 보다가 부러워서 배 찢어질 뻔… 세 번쯤 찍었는데 사이사이에 토크 엄청 해줬다네
-문대 하트 애교했대…
└미친
└나 왜 사녹 광탈이냐
└직캠 누구 안 찍었냐?ㅠㅠ 제발 이렇게 빈다 올려줘…
이미 사전녹화 후기가 풀리며 의상 및 메이크업, 팬서비스와 토크까지 온갖 정보가 팬들 사이에서 숙지된 상태였다.
그래서 팬들은 더 흥분한 채로 본방송을 기다렸다.
-하이파이브는 사녹 아니고 생방이지?
└ㅇㅇ 어떤 야구복일지 벌써 기대됨…
-아 언제쯤 나올까?ㅠㅠ 순서 스포 없어?
안타깝게도, 테스타의 무대는 한참 동안 나오지 않았다. Tnet의 음악방송이었기에 대우를 잘 받은 덕분이었다.
-순서가 이렇게… 뒤라고…?
-좋은데 슬프다
-어디쯤 있니 얘들아ㅠㅠ
그나마 팬들에게 위안이 되는 것은, 그룹 소개 인터뷰 분량은 중후반에 등장해줬다는 점이다.
[혜성처럼 나타난 신인, 테스타분들을 모셨습니다!]
[Take your STAR! 안녕하세요, 테스타입니다!]
화면에 등장한 테스타가 방긋 웃으며 두 손을 흔들었다. 야구복을 입은 그들은 가드부터 글로브까지 각자 이미지에 맞는 소품을 챙긴 상태였다.
-미친 야구복
-ㅜㅜ문대 흑발도 잘 어울려 흑뭉댕이 됐구나
-차유진에게 핑크머리 해주신 분!! 감사합니다!! 아 너무 좋아!
-존잘ㅠㅠ
-팀구호 좋당
[테스타 여러분, 오늘 무대를 앞둔 소감이 어떠신가요?]
[굉장히 긴장되는데, 준비 열심히 한 만큼 전부 보여드릴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인터뷰는 그다지 특별할 것 없이 평범한 대본과 후렴 한 구절 부르기가 끝이었다. 하지만 팬들은 즐겁게 멤버들의 모습을 감상했다.
그리고 마침내 무대가 방송을 탔을 때.
-헐
순식간에 반응 글이 쏟아졌다.
-X나 잘하는데?
-원래 오디션 끝나면 콩깍지 벗겨져야 하는 거 아님? 왜 잘해?ㅋㅋㅋㅋㅋ
-숙연해지기 딱 좋은 컨셉인데 진짜 잘 소화한다… 자기들이 정해서 그런가
-농담이 아니라 나 진짜 입덕한 것 같아 빨리 갈발 꽃사슴처럼 생긴 분 이름 좀
└선아현
└잘 잡으셨습니다 선생님 우리 애 천사임
-이제부터 나 테스타 야구부 매니저다 반박 안 받음
생방으로 나온 ‘Hi-five’ 무대부터 제대로 재밌었던 것이다.
순식간에 카메라를 찾아내고 컨셉에 맞게 개구진 표정을 짓거나 청량하게 웃는 테스타는 확실히 곡의 주인처럼 보였다.
파트를 본인들이 나눈 덕에 라이브도 흔들리지 않았다. 긴장한 기색 없이 딱 맞는 안무와 함께 쭉쭉 무대를 빼는 것이 즐거워 보였다.
-아 재밌다
-캬 역시 아이돌은 무대를 잘 해야 됨
사람들은 ‘Hi-five’만 보고도 벌써 무대가 다 끝난 것처럼 이야기했지만, ‘마법소년’ 무대가 나오는 순간 다시 댓글창과 SNS는 새 글로 도배되었다.
-ㅋㅋㅋㅋㅋㅋ와 말이 안 나옴
-문대 안목 좋네 왜 이 곡 밀었는지 알겠다
└그러게 역시 아주사에서 컨셉 뽑던 티벳 점쟁이 여우 짬 어디 안 갔어ㅋㅋㅋ
└ㄹㅇㅋㅋ
-남돌이 이런 몽환 컨셉 안 오글거리게 하는 팀 얼마 없는데 계보에 테스타 넣어줘야 할 듯
화면의 테스타 멤버들은 몽환적인 오르골 선율이 분위기를 잡는, 감각적인 딥하우스 곡에 맞추어 무대를 휘저었다.
무대가 사전녹화라는 점을 잘 이용해서 약간의 그래픽 이펙트를 추가했는데, 그 반짝거림과 글리치가 과하지 않게 ‘초현실’, ‘마법’이라는 오묘한 키워드를 잘 살렸다.
그리고 ‘학교’라는 설정을 놓지 않았기에, 과하지 않은 선에서 청량하고 불안한 청소년기의 느낌 역시 살아 있었다.
결정적인 안무에서 무용처럼 극적인 움직임을 몇 가지 넣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안무에서 중심을 잡고 있는 멤버들이 그것들을 입이 벌어지도록 잘 소화했다.
사람들은 감탄하면서도 자신의 취향을 피력했다.
-솔직히 대중성은 아까 야구 곡이 나은데 결국 덕 붙는 건 이쪽인 듯
└? 반대 아님? 이쪽 곡이 훨씬 트렌디하고 야구 쪽이 퍼포먼스용인 듯
└둘 다 좋은 걸로 하자ㅋㅋㅋ
-야 진짜 인간 승리다 어떻게 두 곡을 다 잘 뽑고 두 무대를 다 잘하냐ㅋㅋ
-솔직히 마법소년 압승임. 서사부터 안무, 멜로디까지. 하이파이브는 여기에 비하면 좀 B급이다.
└응 그래도 음원차트는 하이파이브가 더 높아~
└이제 곧 뒤집히겠지.
└아아 얘들아 싸우지마…ㅠㅠ 테스타가 둘 다 해준다잖아…
└맞아 제발 즐기기나 해ㅠㅠ
팬들은 흥분해서 무대의 여운을 즐겼다.
-데뷔 무대를 찢은 신인이 있다? 네 바로 우리 테스타입니다.
-나같이 누추한 사람이 저런 귀한 아이돌을 좋아해도 되나 의아할 지경
-주주님들 참안목 감사합니다… 그저 감사…
-파트 분배도 진짜 잘해놨다 누구 하나 안 서운하게 챙긴 우리 애들의 마음씨가 느껴져ㅠㅠ
연차가 오래된 발라드 그룹의 무대가 다음으로 방송을 탔지만, 테스타의 팬들은 첫 공식 데뷔 무대 감상의 여운에 젖어 폭주 중이었다.
하지만 VTIC이 나오며 분위기가 살짝 변했다.
-클래스가 뭔지 보여주네ㅋㅋㅋ
-와 너무 잘해서 무섭다 진짜
-저 정도면 무슨 문화재 같은 거 등록해줘야 하지 않을까?
-티홀릭 다음으로 퇴물 드립 치려던 놈들 다 어디감?ㅋㅋ
느와르 감성의 스윙 하우스 곡은 무섭게 세련되고 강렬했다.
하지만 본래 사람들은 신선한 이미지, 다크호스에 더 흥미를 가지는 법이었다. 때문에 테스타 언급이 사그라들지는 않았다.
-아 케이팝의 미래가 밝다~
-이번 주 내내 두 무대 같이 볼 수 있겠네ㅋㅋ
VTIC의 무대가 엔딩이었기 때문에, 곧바로 이어서 1위 발표식이 진행되었다.
[이번 주 1위는… VTIC의 Night Sign입니다! 축하드립니다~]
[와~]
VTIC은 지난주 공중파부터 나오기 위해 MusicBomb을 건너뛰었다. 덕분에 컴백 무대와 함께 1위 트로피를 받을 수 있었다.
-ㅊㅋㅊㅋ
-너무 당연해서 축하도 까먹을 뻔
-축하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먼저 이번 앨범을 위해 함께 노력해주신…….]
VTIC도 네티즌도 놀라지 않았다. 큰 감격은 없지만 기쁘고 즐거운 수상 소감이 이어졌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MC가 마무리 멘트를 던졌다.
[빵 터지는 음악의 즐거움!]
[뮤직~밤! 다음주에 만나요!]
-재밌었다~
-오늘 간만에 뮤직밤 본 보람이 있었다ㅎㅎ
완연한 파장 분위기 속, VTIC 멤버들이 1위 앵콜을 위해 앞으로 나왔다.
그때, 예상치 못한 컷이 방송을 탔다.
앞으로 나오던 청려가 들어가는 테스타를 돌아보더니, 웃으며 손을 흔든 것이다.
-어어 방금 봄?
-?? 청려 맞지?
-아니 청려 웬일이야 타그룹 친한 사람 없다더니ㅋㅋ
-친분 생긴 듯?
-귀엽다ㅋㅋ
-역시 후배는 귀여운가 벼
사람들은 즐겁게 떠들었지만, 막상 인사를 받은 쪽은 몹시 떨떠름했다는 것은 꿈에도 몰랐다.
* * *
‘…갑자기 무슨 인사지?’
VTIC은 스케줄 문제로 급하게 도착해서 생방에 들어갔기 때문에, 특별히 이쪽에서 인사를 갈 시간도 없었다.
즉, 지금 청려를 끝나고 처음으로 봤다는 뜻이다.
근데 눈이 마주친 것도 아닌데 대놓고 손을 흔들어준다?
‘저럴 성격은 아닌 것 같았는데.’
나는 짧게 찜찜한 기분을 느꼈지만, 곧 버렸다. 바빠 죽겠는데 누가 갑자기 인사를 하든 말든 알게 뭔가.
‘1위 해서 갑자기 신났나 보지.’
“문대 너한테 인사하신 것 같은데? 너하고 캐스팅 콜 때 만나서 그러신가 보다.”
“흠, 그럴지도요.”
나는 여상스러운 류청우의 말에 동감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차유진의 기대에 찬 목소리가 들렸다.
“이제 집 갈 수 있어요?”
“에이, 인사는 하고 가야지~”
매니저의 대답에 큰세진이 중얼거렸다.
“아, 여기도 아직 그거 하나 보네.”
“뭐?”
“PD한테 줄 서서 인사하고 가는 거.”
“음.”
나도 대충 이야기는 들어봤다. 아이돌들 음악방송 퇴근길이 늦어지는 게 1위 발표 때 단체 샷하고 저 인사 탓이라던데.
‘여기 아니라 공중파도 몇 곳 저 짓 한다고 듣긴 했지.’
덕분에 퇴근이 늦으니 썩 내키지는 않았다. 새벽부터 깨어 있느라 힘들기도 했고.
‘…그래도 사회생활하려면 별수 있나.’
이런 건 괜히 안 튀는 게 좋았다. 우리는 군소리 없이 매니저를 따라갔다.
“이, 이거 좀 어색하네…!”
복도에 도착해서 줄을 서자, 선아현이 당황한 얼굴로 속삭였다.
생각보다 출연진들이 바글거렸고, 시선이 쏠렸다. 금방이라도 누군가 말을 걸 것 같은 분위기다.
관행상 앨범 돌리러 인사는 다녀봤어도 이렇게 집단으로 만나는 것은 처음이었다.
‘사교성 넘치는 놈들끼리 알아서 하겠지.’
나는 시선을 무시하고 선아현과 잡담을 나눴다.
“무대 어땠어?”
“어? 무, 물론… 괴, 굉장히 좋았어!”
“어떤 면에서?”
“음… 으, 응원해 주는 사람들이 있고, 고, 곡도 좋고, 가, 같이하는 멤버들도 친하고…….”
“…….”
‘솔직히 우리가 다 친하지는 않지 않나?’
하지만 굳이 이걸 짚어서 산통 깰 필요는 없었다. 그냥 입 다물고 고개만 끄덕였다. 선아현의 얼굴이 한결 밝아졌다.
그때, 복도 저쪽에서 무슨 썰물처럼 사람들이 우수수 자리를 비켜주는 것이 보였다.
이 타이밍에서 이건 하나뿐이다.
‘VTIC이겠지.’
우리 다음으로 무대를 한 발라드 그룹은 스케줄 때문에 1위 발표 전에 이미 자리에 없었다. 연차가 꽉 차야지만 그런 곳에서 이득을 볼 수 있다는 게 흥미로웠다.
VTIC도 같은 원리로, 연차와 인기 덕에 빠르게 PD와 인사를 할 수 있는 것 같았다.
‘…T1 계열사 특전 같은 건 없나.’
적폐 같은 생각을 속으로 중얼거리고 있자니, 마침 VTIC이 눈앞으로 지나갔다.
열심히 고개 인사나 해주자.
하지만 누군가 걸음을 멈추고 말을 걸었다.
“아, 문대 씨, 또 뵙네요. 1위 축하드립니다.”
“……!”
청려였다.
“아, 이분이 그…?”
“맞아.”
“와, 반가워요. 활동 화이팅!”
다른 VTIC 멤버도 알은체하며 한마디씩 거든다. 청려는 웃고 있었다.
‘…이 새끼 일부러 이러는 것 같은데?’
나는 의구심을 버리지 못하고 그냥 인사만 했다.
“예. 감사합니다. 반갑습니다, 선배님.”
“저도 반갑습니다. 음…… 우리 번호 교환할까요? 이렇게 활동 겹치기도 드문 일인데.”
“…저야 감사하죠.”
일단 번호는 교환해 두자. 써먹을 데가 있을지도 모르니까. 나는 선선히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다만, 굳이 다른 출연진들이 미어터지는 복도에서 이런 말을 하는 저의가 의심스럽다.
‘조용히 매니저 통해서 번호만 알아가도 될 텐데.’
아까 굳이 카메라 돌아가는데 인사하는 것도 그렇고, 무슨 꿍꿍이가 있는 건 확실한데. 뭔지 모르겠다.
‘…그냥 인맥 과시용인가?’
어쨌든 박문대가 오디션 프로그램 1위 출신인 건 맞으니 말이다. 그냥 청려가 관종일 수도 있지.
‘한 번 본 놈 성격을 내가 제대로 알 리가 있나.’
“연락드릴게요.”
“감사합니다. 잘 들어가셔요.”
VTIC은 금방 복도에서 사라져줬다. 나는 한숨을 참으며, 스마트폰을 도로 넣었다.
옆에서 큰세진이 박수를 치며 히죽거렸다.
“이야~ 문대, 여돌보다 먼저 남돌에게 번호를… 커허업.”
포도당 캔디나 더 처먹어라.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75화

MusicBomb이 시작하는 목요일 저녁 7시.

드물게도, 본방송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인터넷에 북적였다.

-라인업이 화려하니까 좋네

-일단 테스타가 먼저 나올테니 걔네 나오면 불러주세요ㅋㅋ

대형 남자아이돌 두 그룹이 함께 음악방송에 출연하는데 한쪽은 심지어 데뷔 무대였기 때문이다.

덕분에 테스타의 팬들이 더 활발했다.

-애들 새벽에 글 올린 거 봤어? 진짜 너무 귀엽다ㅠㅠ

└당황해서 사과하는 사진 넣은 거 진짜 씹덕 그 자체… 하지만 다음에는 꼭 셀카를 넣어다오 그게 사과다

-새벽에 글 오천만 개 올려도 되니까 많이 올려줬으면 좋겠다

-도시락 서폿 진짜 잘했더라 애들 새벽에 고생했을 텐데 밥이라도 잘 챙겨 먹었으면ㅠㅠ

-사녹 후기 보다가 부러워서 배 찢어질 뻔… 세 번쯤 찍었는데 사이사이에 토크 엄청 해줬다네

-문대 하트 애교했대…

└미친

└나 왜 사녹 광탈이냐

└직캠 누구 안 찍었냐?ㅠㅠ 제발 이렇게 빈다 올려줘…

이미 사전녹화 후기가 풀리며 의상 및 메이크업, 팬서비스와 토크까지 온갖 정보가 팬들 사이에서 숙지된 상태였다.

그래서 팬들은 더 흥분한 채로 본방송을 기다렸다.

-하이파이브는 사녹 아니고 생방이지?

└ㅇㅇ 어떤 야구복일지 벌써 기대됨…

-아 언제쯤 나올까?ㅠㅠ 순서 스포 없어?

안타깝게도, 테스타의 무대는 한참 동안 나오지 않았다. Tnet의 음악방송이었기에 대우를 잘 받은 덕분이었다.

-순서가 이렇게… 뒤라고…?

-좋은데 슬프다

-어디쯤 있니 얘들아ㅠㅠ

그나마 팬들에게 위안이 되는 것은, 그룹 소개 인터뷰 분량은 중후반에 등장해줬다는 점이다.

화면에 등장한 테스타가 방긋 웃으며 두 손을 흔들었다. 야구복을 입은 그들은 가드부터 글로브까지 각자 이미지에 맞는 소품을 챙긴 상태였다.

-미친 야구복

-ㅜㅜ문대 흑발도 잘 어울려 흑뭉댕이 됐구나

-차유진에게 핑크머리 해주신 분!! 감사합니다!! 아 너무 좋아!

-존잘ㅠㅠ

-팀구호 좋당

인터뷰는 그다지 특별할 것 없이 평범한 대본과 후렴 한 구절 부르기가 끝이었다. 하지만 팬들은 즐겁게 멤버들의 모습을 감상했다.

그리고 마침내 무대가 방송을 탔을 때.

-헐

순식간에 반응 글이 쏟아졌다.

-X나 잘하는데?

-원래 오디션 끝나면 콩깍지 벗겨져야 하는 거 아님? 왜 잘해?ㅋㅋㅋㅋㅋ

-숙연해지기 딱 좋은 컨셉인데 진짜 잘 소화한다… 자기들이 정해서 그런가

-농담이 아니라 나 진짜 입덕한 것 같아 빨리 갈발 꽃사슴처럼 생긴 분 이름 좀

└선아현

└잘 잡으셨습니다 선생님 우리 애 천사임

-이제부터 나 테스타 야구부 매니저다 반박 안 받음

생방으로 나온 ‘Hi-five’ 무대부터 제대로 재밌었던 것이다.

순식간에 카메라를 찾아내고 컨셉에 맞게 개구진 표정을 짓거나 청량하게 웃는 테스타는 확실히 곡의 주인처럼 보였다.

파트를 본인들이 나눈 덕에 라이브도 흔들리지 않았다. 긴장한 기색 없이 딱 맞는 안무와 함께 쭉쭉 무대를 빼는 것이 즐거워 보였다.

-아 재밌다

-캬 역시 아이돌은 무대를 잘 해야 됨

사람들은 ‘Hi-five’만 보고도 벌써 무대가 다 끝난 것처럼 이야기했지만, ‘마법소년’ 무대가 나오는 순간 다시 댓글창과 SNS는 새 글로 도배되었다.

-ㅋㅋㅋㅋㅋㅋ와 말이 안 나옴

-문대 안목 좋네 왜 이 곡 밀었는지 알겠다

└그러게 역시 아주사에서 컨셉 뽑던 티벳 점쟁이 여우 짬 어디 안 갔어ㅋㅋㅋ

└ㄹㅇㅋㅋ

-남돌이 이런 몽환 컨셉 안 오글거리게 하는 팀 얼마 없는데 계보에 테스타 넣어줘야 할 듯

화면의 테스타 멤버들은 몽환적인 오르골 선율이 분위기를 잡는, 감각적인 딥하우스 곡에 맞추어 무대를 휘저었다.

무대가 사전녹화라는 점을 잘 이용해서 약간의 그래픽 이펙트를 추가했는데, 그 반짝거림과 글리치가 과하지 않게 ‘초현실’, ‘마법’이라는 오묘한 키워드를 잘 살렸다.

그리고 ‘학교’라는 설정을 놓지 않았기에, 과하지 않은 선에서 청량하고 불안한 청소년기의 느낌 역시 살아 있었다.

결정적인 안무에서 무용처럼 극적인 움직임을 몇 가지 넣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안무에서 중심을 잡고 있는 멤버들이 그것들을 입이 벌어지도록 잘 소화했다.

사람들은 감탄하면서도 자신의 취향을 피력했다.

-솔직히 대중성은 아까 야구 곡이 나은데 결국 덕 붙는 건 이쪽인 듯

└? 반대 아님? 이쪽 곡이 훨씬 트렌디하고 야구 쪽이 퍼포먼스용인 듯

└둘 다 좋은 걸로 하자ㅋㅋㅋ

-야 진짜 인간 승리다 어떻게 두 곡을 다 잘 뽑고 두 무대를 다 잘하냐ㅋㅋ

-솔직히 마법소년 압승임. 서사부터 안무, 멜로디까지. 하이파이브는 여기에 비하면 좀 B급이다.

└응 그래도 음원차트는 하이파이브가 더 높아~

└이제 곧 뒤집히겠지.

└아아 얘들아 싸우지마…ㅠㅠ 테스타가 둘 다 해준다잖아…

└맞아 제발 즐기기나 해ㅠㅠ

팬들은 흥분해서 무대의 여운을 즐겼다.

-데뷔 무대를 찢은 신인이 있다? 네 바로 우리 테스타입니다.

-나같이 누추한 사람이 저런 귀한 아이돌을 좋아해도 되나 의아할 지경

-주주님들 참안목 감사합니다… 그저 감사…

-파트 분배도 진짜 잘해놨다 누구 하나 안 서운하게 챙긴 우리 애들의 마음씨가 느껴져ㅠㅠ

연차가 오래된 발라드 그룹의 무대가 다음으로 방송을 탔지만, 테스타의 팬들은 첫 공식 데뷔 무대 감상의 여운에 젖어 폭주 중이었다.

하지만 VTIC이 나오며 분위기가 살짝 변했다.

-클래스가 뭔지 보여주네ㅋㅋㅋ

-와 너무 잘해서 무섭다 진짜

-저 정도면 무슨 문화재 같은 거 등록해줘야 하지 않을까?

-티홀릭 다음으로 퇴물 드립 치려던 놈들 다 어디감?ㅋㅋ

느와르 감성의 스윙 하우스 곡은 무섭게 세련되고 강렬했다.

하지만 본래 사람들은 신선한 이미지, 다크호스에 더 흥미를 가지는 법이었다. 때문에 테스타 언급이 사그라들지는 않았다.

-아 케이팝의 미래가 밝다~

-이번 주 내내 두 무대 같이 볼 수 있겠네ㅋㅋ

VTIC의 무대가 엔딩이었기 때문에, 곧바로 이어서 1위 발표식이 진행되었다.

VTIC은 지난주 공중파부터 나오기 위해 MusicBomb을 건너뛰었다. 덕분에 컴백 무대와 함께 1위 트로피를 받을 수 있었다.

-ㅊㅋㅊㅋ

-너무 당연해서 축하도 까먹을 뻔

-축하합니다~

VTIC도 네티즌도 놀라지 않았다. 큰 감격은 없지만 기쁘고 즐거운 수상 소감이 이어졌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MC가 마무리 멘트를 던졌다.

-재밌었다~

-오늘 간만에 뮤직밤 본 보람이 있었다ㅎㅎ

완연한 파장 분위기 속, VTIC 멤버들이 1위 앵콜을 위해 앞으로 나왔다.

그때, 예상치 못한 컷이 방송을 탔다.

앞으로 나오던 청려가 들어가는 테스타를 돌아보더니, 웃으며 손을 흔든 것이다.

-어어 방금 봄?

-?? 청려 맞지?

-아니 청려 웬일이야 타그룹 친한 사람 없다더니ㅋㅋ

-친분 생긴 듯?

-귀엽다ㅋㅋ

-역시 후배는 귀여운가 벼

사람들은 즐겁게 떠들었지만, 막상 인사를 받은 쪽은 몹시 떨떠름했다는 것은 꿈에도 몰랐다.

* * *

‘…갑자기 무슨 인사지?’

VTIC은 스케줄 문제로 급하게 도착해서 생방에 들어갔기 때문에, 특별히 이쪽에서 인사를 갈 시간도 없었다.

즉, 지금 청려를 끝나고 처음으로 봤다는 뜻이다.

근데 눈이 마주친 것도 아닌데 대놓고 손을 흔들어준다?

‘저럴 성격은 아닌 것 같았는데.’

나는 짧게 찜찜한 기분을 느꼈지만, 곧 버렸다. 바빠 죽겠는데 누가 갑자기 인사를 하든 말든 알게 뭔가.

‘1위 해서 갑자기 신났나 보지.’

“문대 너한테 인사하신 것 같은데? 너하고 캐스팅 콜 때 만나서 그러신가 보다.”

“흠, 그럴지도요.”

나는 여상스러운 류청우의 말에 동감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차유진의 기대에 찬 목소리가 들렸다.

“이제 집 갈 수 있어요?”

“에이, 인사는 하고 가야지~”

매니저의 대답에 큰세진이 중얼거렸다.

“아, 여기도 아직 그거 하나 보네.”

“뭐?”

“PD한테 줄 서서 인사하고 가는 거.”

“음.”

나도 대충 이야기는 들어봤다. 아이돌들 음악방송 퇴근길이 늦어지는 게 1위 발표 때 단체 샷하고 저 인사 탓이라던데.

‘여기 아니라 공중파도 몇 곳 저 짓 한다고 듣긴 했지.’

덕분에 퇴근이 늦으니 썩 내키지는 않았다. 새벽부터 깨어 있느라 힘들기도 했고.

‘…그래도 사회생활하려면 별수 있나.’

이런 건 괜히 안 튀는 게 좋았다. 우리는 군소리 없이 매니저를 따라갔다.

“이, 이거 좀 어색하네…!”

복도에 도착해서 줄을 서자, 선아현이 당황한 얼굴로 속삭였다.

생각보다 출연진들이 바글거렸고, 시선이 쏠렸다. 금방이라도 누군가 말을 걸 것 같은 분위기다.

관행상 앨범 돌리러 인사는 다녀봤어도 이렇게 집단으로 만나는 것은 처음이었다.

‘사교성 넘치는 놈들끼리 알아서 하겠지.’

나는 시선을 무시하고 선아현과 잡담을 나눴다.

“무대 어땠어?”

“어? 무, 물론… 괴, 굉장히 좋았어!”

“어떤 면에서?”

“음… 으, 응원해 주는 사람들이 있고, 고, 곡도 좋고, 가, 같이하는 멤버들도 친하고…….”

“…….”

‘솔직히 우리가 다 친하지는 않지 않나?’

하지만 굳이 이걸 짚어서 산통 깰 필요는 없었다. 그냥 입 다물고 고개만 끄덕였다. 선아현의 얼굴이 한결 밝아졌다.

그때, 복도 저쪽에서 무슨 썰물처럼 사람들이 우수수 자리를 비켜주는 것이 보였다.

이 타이밍에서 이건 하나뿐이다.

‘VTIC이겠지.’

우리 다음으로 무대를 한 발라드 그룹은 스케줄 때문에 1위 발표 전에 이미 자리에 없었다. 연차가 꽉 차야지만 그런 곳에서 이득을 볼 수 있다는 게 흥미로웠다.

VTIC도 같은 원리로, 연차와 인기 덕에 빠르게 PD와 인사를 할 수 있는 것 같았다.

‘…T1 계열사 특전 같은 건 없나.’

적폐 같은 생각을 속으로 중얼거리고 있자니, 마침 VTIC이 눈앞으로 지나갔다.

열심히 고개 인사나 해주자.

하지만 누군가 걸음을 멈추고 말을 걸었다.

“아, 문대 씨, 또 뵙네요. 1위 축하드립니다.”

“……!”

청려였다.

“아, 이분이 그…?”

“맞아.”

“와, 반가워요. 활동 화이팅!”

다른 VTIC 멤버도 알은체하며 한마디씩 거든다. 청려는 웃고 있었다.

‘…이 새끼 일부러 이러는 것 같은데?’

나는 의구심을 버리지 못하고 그냥 인사만 했다.

“예. 감사합니다. 반갑습니다, 선배님.”

“저도 반갑습니다. 음…… 우리 번호 교환할까요? 이렇게 활동 겹치기도 드문 일인데.”

“…저야 감사하죠.”

일단 번호는 교환해 두자. 써먹을 데가 있을지도 모르니까. 나는 선선히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다만, 굳이 다른 출연진들이 미어터지는 복도에서 이런 말을 하는 저의가 의심스럽다.

‘조용히 매니저 통해서 번호만 알아가도 될 텐데.’

아까 굳이 카메라 돌아가는데 인사하는 것도 그렇고, 무슨 꿍꿍이가 있는 건 확실한데. 뭔지 모르겠다.

‘…그냥 인맥 과시용인가?’

어쨌든 박문대가 오디션 프로그램 1위 출신인 건 맞으니 말이다. 그냥 청려가 관종일 수도 있지.

‘한 번 본 놈 성격을 내가 제대로 알 리가 있나.’

“연락드릴게요.”

“감사합니다. 잘 들어가셔요.”

VTIC은 금방 복도에서 사라져줬다. 나는 한숨을 참으며, 스마트폰을 도로 넣었다.

옆에서 큰세진이 박수를 치며 히죽거렸다.

“이야~ 문대, 여돌보다 먼저 남돌에게 번호를… 커허업.”

포도당 캔디나 더 처먹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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