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 Mắt Hay Ra Đi Raw - C72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72화
지난 자정에 ‘마법소년’ 뮤직비디오가 공개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러나 그걸 각 잡고 모니터링할 시간은 없었다. 저기 비몽사몽 중인 차유진의 헛소리가 증명해 줄 것이다.
“음…? 머리 됐어요?”
“머리는 아까 끝났고, 지금은 차 안에서 이동 중이야.”
“오…….”
차유진이 희끄무레한 감탄사와 함께 도로 잠들었다.
그렇다. 어젯밤부터 여기저기 이동하며 때 빼고 광내고, 무슨 촬영을 하고, 무슨 인터뷰를 하고…….
근 한 달간 잠을 제대로 못 자기까지 했으니, 이제는 슬슬 여긴 누구고 나는 어디인지 헷갈리는 놈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었다.
“이, 이제 쇼케이스 맞죠…?”
“맞아~”
긴가민가 싶다는 투로 매니저에게 물어봤던 선아현이 숨을 들이켜는 소리가 들렸다. 코앞이라니 새삼스럽게 긴장이 된 모양이다.
“음, 이 한 달간 준비한 건… 다 보여주고 오자. 어디서든, 연습량은 배신 안 하니까.”
“그럼요~”
“네, 네!”
목소리가 잠긴 류청우의 격려에 깨어있던 멤버 몇이 호응했다.
그리고 내 옆에 앉아있던 김래빈이 조용히 중얼거렸다.
“…사실 기간 대비 연습 비중이 높은 것이지, 연습의 절대량으로 따지면 부족하…….”
“…….”
내가 말없이 쳐다보자, 슬그머니 말이 바뀌었다.
“…지 않고, 충분히 무대를 열정적으로 소화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
사회성은 없지만, 눈치는 보는 놈이라 다행이었다.
* * *
쇼케이스에 참석한 기자들은 대부분 기대치가 컸다.
테스타의 실력이 아니라, 화제성에 대해서.
‘일단 기사 뷰 수는 어느 정도 뽑겠지.’
‘혹시 망하면 망하는 대로 좋다.’
사진을 찍는 기자도, 칼럼을 적는 기자도 열정적으로 자리에서 쇼케이스가 시작되는 것을 기다렸다.
그리고 기자들의 앞과 뒤로 에서 주식 패키지를 구매했던 주주들이 앉았다.
대부분은 이것저것 슬로건이나 응원 도구를 챙겨온 상태였다. 아직 공식 응원봉 등이 나오지 않았기에 모양이나 색은 달랐지만, 그래도 팬들의 설렘이 느껴졌다.
전체적으로 들뜬 그 분위기에서, 어두운 무대에 불이 들어오며 오프닝이 시작되었다.
-하이파이브!
뮤직비디오에서 입었던 것과 똑같은 야구복을 입은 테스타는 뮤직비디오보다도 정확하게 군무를 맞춰 무대를 소화했다.
-내 발이 움직여
춤을 추는 것처럼~
너에게로
Ddan Ddan Daradara DAAN Yeah!
유쾌한 노래에 어울리도록 안무도 신나게 몸을 움직이는 점핑 동작이 자주 등장했다.
휘익~!
휘파람에 맞춰서 몸을 돌리거나 발을 튕길 때마다, 무대 집중도가 확 높아졌다.
‘잘하네.’
‘노래도 좋다!’
간주마다 멤버들끼리 가위바위보를 하거나 인사를 하는 등 끼 넘치는 애드리브도 능청스럽게 귀여웠다.
‘신인 안 같다.’
‘오디션 출신들이 이런 걸 잘하더라.’
기자들은 그 호의적인 감상을 호들갑으로 승화시켜서 타이틀을 열심히 뽑았다.
[‘Hi-five’ 테스타의 대세 증명 시작]
[테스타 ‘오프닝으로 끝내기 홈런!’]
그사이, 오프닝을 끝낸 테스타 멤버들이 잠시 들어갔다. 그리고 대신 MC가 나와서 시간을 끌었다.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아는 얼굴이었다.
“안녕하십니까~”
“어어!!”
익숙한 의 MC에 팬들이 반가움과 징그러움을 동시에 느끼고 있을 때, 무대 아래에서 테스타는 미친 듯이 스탭의 도움을 받아 옷을 갈아입었다.
“악, 머리!”
“야구복 진짜 안 벗겨지네….”
간신히 화려한 견장이 달린 교복 재킷까지 챙겨입은 테스타가 뛰어나가는 사이, MC는 능숙하게 관객의 반응을 이끌었다.
“이야~ 오랜만입니다 주주님! …어? 안 반가우시다구요? 아 우리 사이에 그러지 맙시다~ 석 달이나 얼굴 본 사이 아닙니까! 물론 주주님만 제 얼굴을 보신 거지만.”
웃음과 장난스러운 야유, 환호가 뒤섞인 순간. MC는 웃으며 다음 무대를 소개했다.
“그럼 오랜만에 여러분의 주식을 만나보시길 바랍니다. 당신의 주식, 날아올랐습니다!”
그리고 다시 불이 들어온 무대 위.
테스타가 웃으며 전주에 맞춰 춤을 시작했다.
였다.
“…!!”
종방한 지 얼마나 됐다고, 관객들은 이상한 아련함에 휩싸였다.
게다가 서로 파트까지 나눠서, 웃으며 를 부르는 테스타의 모습을 보는 감상이 새로웠다.
마치 해피엔딩 이후의 에필로그를 보는 느낌이었기에, 관객들은 훈훈한 마음으로 무대를 즐겼다.
-오늘 무대 위에 빛나는 건.
바로 나!
그래 네가 만들 Shining Star.
바로 나!
“마침내 깨어나 빛을 발해~”
“…!”
급기야는 아예 떼창이 이어졌다.
테스타는 좋은 의미로 당황한 채, 더 크게 웃으며 노래를 불렀다.
를 시청했던 기자들까지도 몇 명 고개를 끄덕거리는 즐거운 유행가 타임이었다.
그러나 모두의 마음을 훈훈하게 했던 것은 아니었다.
몇 명은 마음이 차갑게 식었다.
‘아주 자기들 곡 다됐구나.’
‘파트도 나누고 신났어?’
삐딱한 마음으로 쇼케이스에 참석한, 탈락 참가자의 팬들이었다.
물론 탈락 참가자 팬 중 대부분은 그냥 무대를 즐기고 있었다.
1순위로 좋아하던 참가자가 아니더라도 테스타에 어느 정도 호감 있는 멤버는 있던 것이다.
그러나, 어디나 소수의 예외는 있는 법이었다.
“챌린저 버전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사건이 터진 것은 다음 곡이 끝나고, 잠시 멤버들이 토크를 하는 도중이었다.
“저 이 버전! 꼭 하고 싶었어요!”
“네~ 축하합니다. 차유진 어린이.”
“히.”
차유진이 결승전에서 했던 곡, 의 다른 팀 버전을 해보았다는 것에 신나서 떠들고, 다른 멤버들은 그걸 카메라 없을 때보다 귀엽게 봐주고 있었다.
기자들도 특별히 악의가 짙은 질문을 하지는 않았다. 다만 날카롭거나, 약간의 함정이 어린 질문은 몇 가지 던졌다.
“다들 친해 보이시는데, 각자 제일 안 친한 멤버는 누굴까요?”
“으음, 앨범 준비가 굉장히 단기간에 이루어졌잖아요. 어떻게 가능했습니까?”
“VTIC이 바로 며칠 전인 12일에 컴백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다 예상 질문 안에 있던 내용이라, 류청우와 큰세진이 서로 던져가면서 부드럽게 주제를 흐렸다.
“저희 다 친해지는 중이죠~ 근데 다들 하면서 이상한 동지애가 생겨서… 저희, 예상보다도 되게 빨리 친해져서 놀라는 중입니다!”
“앨범 준비는 회사에서 이미 진행을 위한 대비를 다 해주신 상태였기 때문에 빨리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서 곽신균 본부장님과 직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VTIC 선배님 만나면 꼭 앨범에 사인받고 싶습니다! 제 버킷리스트였어요!”
멤버들이 악마의 편집을 피하기 위해 익힌 생존형 인터뷰 스킬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제대로 된 질문도 나왔다.
“두 타이틀곡을 선정하셨는데, 아까 보여주신 ‘Hi-five’ 무대와 차별화된 ‘마법소년’만의 매력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아.”
류청우가 반사적으로 마이크를 잡으려다가, 짧은 판단 끝에 아이디어 발안자인 박문대에게 대답을 넘겼다.
‘이상한 질문은 아니니까 문대가 해도 괜찮겠지.’
완전한 배려심에서 나온 행동이었지만, 박문대는 인터뷰를 썩 좋아하는 인간이 아니었다.
‘거참.’
그래도 도로 마이크를 돌릴 수는 없으니, 박문대는 선선히 마이크를 들었다.
“마법소년은…….”
그때였다.
“……!”
“아!”
무대 좀 아래쪽에서 반투명한 무언가가 세차게 튕겨 나와 박문대의 팔을 쳤다.
“조심…!”
류청우가 빠른 반사신경으로 박문대를 잡아당겼으나, 제법 세차게 날아온 탓에 제대로 막을 수 없었다.
“…….”
박문대는 팔을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온통 젖어있었다.
‘생수병 던졌네.’
화려한 견장에서부터 소매까지 물이 떨어져 뚝뚝 흘렀다.
이마가 차가운 것을 보니, 옆얼굴에도 좀 튄 모양이다.
팔꿈치가 약간 욱신거렸다.
‘세게도 던졌군.’
순식간에 공연장이 당혹스러움으로 굳었다.
관객들 사이에서 술렁거림과 걱정 어린 중얼거림, 작은 비명까지 온갖 소리가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기자들은 행복해졌다.
‘이거 참.’
‘누군지 몰라도 한 건 해가네~’
박문대는 일단 빠르게 상황을 파악했다.
‘일단 이상한 성분은 없다.’
이마가 멀쩡한 걸로 봐선 염산이나 알콜은 아니었다. 최악의 상황에도 던진 놈 침이나 좀 들어갔을 것이다.
‘그럼 그냥 넘긴다.’
이 모든 사고는 팔을 터는 3초간 끝났다.
언제나 상황을 가늠하며 살아야 했던 청소년기를 보낸 덕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박문대는 픽 웃었다.
“눈치가 빠르시네.”
“…!?”
“제 대답을 예측하셨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자켓을 벗었다. 자켓 안으로, 팬들이 이미 알고 있는 교복 와이셔츠가 드러났다.
마법소년 뮤직비디오의 하얀 하복이었다.
“무대를 직접 보시면 이 곡의 차별화된 매력, 음. 충분히 확인하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거든요.”
“…아!”
멤버들이 순식간에 분위기를 파악하고, 본인들도 재킷을 벗어서 옆으로 던졌다.
“그럼 재촉에 힘입어서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마법소년.”
박문대가 아직 젖은 옆머리를 쓸어넘기며 마이크를 되잡았다.
곧, 오르골 소리가 공연장을 채웠다.
♬♪♩♪-
♬♪♬♪-
♪♩-
몽환적인 보랏빛 무대장치 속에서, 젖은 머리의 박문대가 입을 열었다.
-내일 만난 너를
오늘 내내 생각해
낮처럼 파란 꿈을 꿔
그리고 현장의 팬들은 물병 사건을 순식간에 잊어버렸다.
* * *
테스타의 쇼케이스는 한 시간 내외로, 절대 길지 않았다. 그러나 끝나기도 전에 속속들이 기사와 후기가 올라왔다.
물론 해프닝을 언급 기사도 빠지지 않았다.
[테스타, 물에 젖은 몽환의 ‘마법소년’]
[준비된 스타의 저력. 퍼포먼스로 승화한 위기]
이런 타이틀의 기사를 클릭하면, 어김없이 하복 차림으로 머리에 남은 물기를 털어내는 박문대의 사진을 볼 수 있었다.
또는 물에 젖은 재킷을 던지는 사진도 있었다. 견장에 묻은 물이 튀겨지며 조명에 반사되는 것이 도리어 미감을 살렸다.
물병에 맞는 사진도 간혹 올라왔지만, 대부분 자신이 찍던 영상을 캡쳐한 것이라 물건이 꽂히는 역동적인 장면의 화질은 좋지 않았다.
그래도 반응은 확실했다.
-대체 뭐 하는 미친 새끼길래 이제 데뷔하는 아이돌한테 물병을 던져?
-저거 얼굴 노리고 던진 거잖아ㅋㅋㅋㅋ 청우가 안 당겼으면 빼박 얼굴 맞았을 듯
-찐 정병이 분명함
-잡혔지? 제발 잡혀서 연행됐다고 말해줘
-지금 쇼케이스 못 가서 무대 늦게 보는 것도 서러운데 내 자리를 저런 새끼가 가져간 거?ㅋㅋ죽어 제발
팬들은 격분하면서도, 박문대의 대응에 깊게 안도했다.
-ㅠㅠ잘못하면 뒤숭숭하게 끝날 뻔했는데 문대가 잘 수습해줘서 다행이야 진짜
-당황했을 텐데 티 안 내고 자연스럽게 넘긴 게 진짜 대단하다…
-에잉 박문대 그냥 눈치 없어서 진심으로 재촉 이야기한 것 같은데?ㅋㅋㅋ 아주사 캐릭터 해석이 정확했던 듯~
└여기에서까지 캐릭터 이야기가 나오니? 꺼져
-멤버들도 딱 보자마자 같이 재킷 벗는 거 보고 감동했음 애들끼리 잘 맞는 것 같아
그래도 위튜브의 사이버 렉카들은 이 좋은 먹잇감을 놓치지 않았다.
덕분에 당일 실시간 인기 동영상에 잠깐 이런 제목이 뜨기도 했다.
[ 1위에게 날아온 물병의 정체?]
[쇼케이스에서 물벼락 맞은 1위 아이돌!]
우습게도, 대응이 좋았던 덕에 이 모든 것들이 다 바이럴 마케팅처럼 화제성의 화제성을 불러왔다.
“형, 이거 봤어?”
그리고 이 소식은 막 1주 차 활동을 마친 VTIC의 귀에까지 들어갔다.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72화
지난 자정에 ‘마법소년’ 뮤직비디오가 공개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러나 그걸 각 잡고 모니터링할 시간은 없었다. 저기 비몽사몽 중인 차유진의 헛소리가 증명해 줄 것이다.
“음…? 머리 됐어요?”
“머리는 아까 끝났고, 지금은 차 안에서 이동 중이야.”
“오…….”
차유진이 희끄무레한 감탄사와 함께 도로 잠들었다.
그렇다. 어젯밤부터 여기저기 이동하며 때 빼고 광내고, 무슨 촬영을 하고, 무슨 인터뷰를 하고…….
근 한 달간 잠을 제대로 못 자기까지 했으니, 이제는 슬슬 여긴 누구고 나는 어디인지 헷갈리는 놈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었다.
“이, 이제 쇼케이스 맞죠…?”
“맞아~”
긴가민가 싶다는 투로 매니저에게 물어봤던 선아현이 숨을 들이켜는 소리가 들렸다. 코앞이라니 새삼스럽게 긴장이 된 모양이다.
“음, 이 한 달간 준비한 건… 다 보여주고 오자. 어디서든, 연습량은 배신 안 하니까.”
“그럼요~”
“네, 네!”
목소리가 잠긴 류청우의 격려에 깨어있던 멤버 몇이 호응했다.
그리고 내 옆에 앉아있던 김래빈이 조용히 중얼거렸다.
“…사실 기간 대비 연습 비중이 높은 것이지, 연습의 절대량으로 따지면 부족하…….”
“…….”
내가 말없이 쳐다보자, 슬그머니 말이 바뀌었다.
“…지 않고, 충분히 무대를 열정적으로 소화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
사회성은 없지만, 눈치는 보는 놈이라 다행이었다.
* * *
쇼케이스에 참석한 기자들은 대부분 기대치가 컸다.
테스타의 실력이 아니라, 화제성에 대해서.
‘일단 기사 뷰 수는 어느 정도 뽑겠지.’
‘혹시 망하면 망하는 대로 좋다.’
사진을 찍는 기자도, 칼럼을 적는 기자도 열정적으로 자리에서 쇼케이스가 시작되는 것을 기다렸다.
그리고 기자들의 앞과 뒤로 에서 주식 패키지를 구매했던 주주들이 앉았다.
대부분은 이것저것 슬로건이나 응원 도구를 챙겨온 상태였다. 아직 공식 응원봉 등이 나오지 않았기에 모양이나 색은 달랐지만, 그래도 팬들의 설렘이 느껴졌다.
전체적으로 들뜬 그 분위기에서, 어두운 무대에 불이 들어오며 오프닝이 시작되었다.
-하이파이브!
뮤직비디오에서 입었던 것과 똑같은 야구복을 입은 테스타는 뮤직비디오보다도 정확하게 군무를 맞춰 무대를 소화했다.
-내 발이 움직여
춤을 추는 것처럼~
너에게로
Ddan Ddan Daradara DAAN Yeah!
유쾌한 노래에 어울리도록 안무도 신나게 몸을 움직이는 점핑 동작이 자주 등장했다.
휘익~!
휘파람에 맞춰서 몸을 돌리거나 발을 튕길 때마다, 무대 집중도가 확 높아졌다.
‘잘하네.’
‘노래도 좋다!’
간주마다 멤버들끼리 가위바위보를 하거나 인사를 하는 등 끼 넘치는 애드리브도 능청스럽게 귀여웠다.
‘신인 안 같다.’
‘오디션 출신들이 이런 걸 잘하더라.’
기자들은 그 호의적인 감상을 호들갑으로 승화시켜서 타이틀을 열심히 뽑았다.
그사이, 오프닝을 끝낸 테스타 멤버들이 잠시 들어갔다. 그리고 대신 MC가 나와서 시간을 끌었다.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아는 얼굴이었다.
“안녕하십니까~”
“어어!!”
익숙한 의 MC에 팬들이 반가움과 징그러움을 동시에 느끼고 있을 때, 무대 아래에서 테스타는 미친 듯이 스탭의 도움을 받아 옷을 갈아입었다.
“악, 머리!”
“야구복 진짜 안 벗겨지네….”
간신히 화려한 견장이 달린 교복 재킷까지 챙겨입은 테스타가 뛰어나가는 사이, MC는 능숙하게 관객의 반응을 이끌었다.
“이야~ 오랜만입니다 주주님! …어? 안 반가우시다구요? 아 우리 사이에 그러지 맙시다~ 석 달이나 얼굴 본 사이 아닙니까! 물론 주주님만 제 얼굴을 보신 거지만.”
웃음과 장난스러운 야유, 환호가 뒤섞인 순간. MC는 웃으며 다음 무대를 소개했다.
“그럼 오랜만에 여러분의 주식을 만나보시길 바랍니다. 당신의 주식, 날아올랐습니다!”
그리고 다시 불이 들어온 무대 위.
테스타가 웃으며 전주에 맞춰 춤을 시작했다.
였다.
“…!!”
종방한 지 얼마나 됐다고, 관객들은 이상한 아련함에 휩싸였다.
게다가 서로 파트까지 나눠서, 웃으며 를 부르는 테스타의 모습을 보는 감상이 새로웠다.
마치 해피엔딩 이후의 에필로그를 보는 느낌이었기에, 관객들은 훈훈한 마음으로 무대를 즐겼다.
-오늘 무대 위에 빛나는 건.
바로 나!
그래 네가 만들 Shining Star.
바로 나!
“마침내 깨어나 빛을 발해~”
“…!”
급기야는 아예 떼창이 이어졌다.
테스타는 좋은 의미로 당황한 채, 더 크게 웃으며 노래를 불렀다.
를 시청했던 기자들까지도 몇 명 고개를 끄덕거리는 즐거운 유행가 타임이었다.
그러나 모두의 마음을 훈훈하게 했던 것은 아니었다.
몇 명은 마음이 차갑게 식었다.
‘아주 자기들 곡 다됐구나.’
‘파트도 나누고 신났어?’
삐딱한 마음으로 쇼케이스에 참석한, 탈락 참가자의 팬들이었다.
물론 탈락 참가자 팬 중 대부분은 그냥 무대를 즐기고 있었다.
1순위로 좋아하던 참가자가 아니더라도 테스타에 어느 정도 호감 있는 멤버는 있던 것이다.
그러나, 어디나 소수의 예외는 있는 법이었다.
“챌린저 버전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사건이 터진 것은 다음 곡이 끝나고, 잠시 멤버들이 토크를 하는 도중이었다.
“저 이 버전! 꼭 하고 싶었어요!”
“네~ 축하합니다. 차유진 어린이.”
“히.”
차유진이 결승전에서 했던 곡, 의 다른 팀 버전을 해보았다는 것에 신나서 떠들고, 다른 멤버들은 그걸 카메라 없을 때보다 귀엽게 봐주고 있었다.
기자들도 특별히 악의가 짙은 질문을 하지는 않았다. 다만 날카롭거나, 약간의 함정이 어린 질문은 몇 가지 던졌다.
“다들 친해 보이시는데, 각자 제일 안 친한 멤버는 누굴까요?”
“으음, 앨범 준비가 굉장히 단기간에 이루어졌잖아요. 어떻게 가능했습니까?”
“VTIC이 바로 며칠 전인 12일에 컴백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다 예상 질문 안에 있던 내용이라, 류청우와 큰세진이 서로 던져가면서 부드럽게 주제를 흐렸다.
“저희 다 친해지는 중이죠~ 근데 다들 하면서 이상한 동지애가 생겨서… 저희, 예상보다도 되게 빨리 친해져서 놀라는 중입니다!”
“앨범 준비는 회사에서 이미 진행을 위한 대비를 다 해주신 상태였기 때문에 빨리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서 곽신균 본부장님과 직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VTIC 선배님 만나면 꼭 앨범에 사인받고 싶습니다! 제 버킷리스트였어요!”
멤버들이 악마의 편집을 피하기 위해 익힌 생존형 인터뷰 스킬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제대로 된 질문도 나왔다.
“두 타이틀곡을 선정하셨는데, 아까 보여주신 ‘Hi-five’ 무대와 차별화된 ‘마법소년’만의 매력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아.”
류청우가 반사적으로 마이크를 잡으려다가, 짧은 판단 끝에 아이디어 발안자인 박문대에게 대답을 넘겼다.
‘이상한 질문은 아니니까 문대가 해도 괜찮겠지.’
완전한 배려심에서 나온 행동이었지만, 박문대는 인터뷰를 썩 좋아하는 인간이 아니었다.
‘거참.’
그래도 도로 마이크를 돌릴 수는 없으니, 박문대는 선선히 마이크를 들었다.
“마법소년은…….”
그때였다.
“……!”
“아!”
무대 좀 아래쪽에서 반투명한 무언가가 세차게 튕겨 나와 박문대의 팔을 쳤다.
“조심…!”
류청우가 빠른 반사신경으로 박문대를 잡아당겼으나, 제법 세차게 날아온 탓에 제대로 막을 수 없었다.
“…….”
박문대는 팔을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온통 젖어있었다.
‘생수병 던졌네.’
화려한 견장에서부터 소매까지 물이 떨어져 뚝뚝 흘렀다.
이마가 차가운 것을 보니, 옆얼굴에도 좀 튄 모양이다.
팔꿈치가 약간 욱신거렸다.
‘세게도 던졌군.’
순식간에 공연장이 당혹스러움으로 굳었다.
관객들 사이에서 술렁거림과 걱정 어린 중얼거림, 작은 비명까지 온갖 소리가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기자들은 행복해졌다.
‘이거 참.’
‘누군지 몰라도 한 건 해가네~’
박문대는 일단 빠르게 상황을 파악했다.
‘일단 이상한 성분은 없다.’
이마가 멀쩡한 걸로 봐선 염산이나 알콜은 아니었다. 최악의 상황에도 던진 놈 침이나 좀 들어갔을 것이다.
‘그럼 그냥 넘긴다.’
이 모든 사고는 팔을 터는 3초간 끝났다.
언제나 상황을 가늠하며 살아야 했던 청소년기를 보낸 덕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박문대는 픽 웃었다.
“눈치가 빠르시네.”
“…!?”
“제 대답을 예측하셨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자켓을 벗었다. 자켓 안으로, 팬들이 이미 알고 있는 교복 와이셔츠가 드러났다.
마법소년 뮤직비디오의 하얀 하복이었다.
“무대를 직접 보시면 이 곡의 차별화된 매력, 음. 충분히 확인하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거든요.”
“…아!”
멤버들이 순식간에 분위기를 파악하고, 본인들도 재킷을 벗어서 옆으로 던졌다.
“그럼 재촉에 힘입어서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마법소년.”
박문대가 아직 젖은 옆머리를 쓸어넘기며 마이크를 되잡았다.
곧, 오르골 소리가 공연장을 채웠다.
♬♪♩♪-
♬♪♬♪-
♪♩-
몽환적인 보랏빛 무대장치 속에서, 젖은 머리의 박문대가 입을 열었다.
-내일 만난 너를
오늘 내내 생각해
낮처럼 파란 꿈을 꿔
그리고 현장의 팬들은 물병 사건을 순식간에 잊어버렸다.
* * *
테스타의 쇼케이스는 한 시간 내외로, 절대 길지 않았다. 그러나 끝나기도 전에 속속들이 기사와 후기가 올라왔다.
물론 해프닝을 언급 기사도 빠지지 않았다.
이런 타이틀의 기사를 클릭하면, 어김없이 하복 차림으로 머리에 남은 물기를 털어내는 박문대의 사진을 볼 수 있었다.
또는 물에 젖은 재킷을 던지는 사진도 있었다. 견장에 묻은 물이 튀겨지며 조명에 반사되는 것이 도리어 미감을 살렸다.
물병에 맞는 사진도 간혹 올라왔지만, 대부분 자신이 찍던 영상을 캡쳐한 것이라 물건이 꽂히는 역동적인 장면의 화질은 좋지 않았다.
그래도 반응은 확실했다.
-대체 뭐 하는 미친 새끼길래 이제 데뷔하는 아이돌한테 물병을 던져?
-저거 얼굴 노리고 던진 거잖아ㅋㅋㅋㅋ 청우가 안 당겼으면 빼박 얼굴 맞았을 듯
-찐 정병이 분명함
-잡혔지? 제발 잡혀서 연행됐다고 말해줘
-지금 쇼케이스 못 가서 무대 늦게 보는 것도 서러운데 내 자리를 저런 새끼가 가져간 거?ㅋㅋ죽어 제발
팬들은 격분하면서도, 박문대의 대응에 깊게 안도했다.
-ㅠㅠ잘못하면 뒤숭숭하게 끝날 뻔했는데 문대가 잘 수습해줘서 다행이야 진짜
-당황했을 텐데 티 안 내고 자연스럽게 넘긴 게 진짜 대단하다…
-에잉 박문대 그냥 눈치 없어서 진심으로 재촉 이야기한 것 같은데?ㅋㅋㅋ 아주사 캐릭터 해석이 정확했던 듯~
└여기에서까지 캐릭터 이야기가 나오니? 꺼져
-멤버들도 딱 보자마자 같이 재킷 벗는 거 보고 감동했음 애들끼리 잘 맞는 것 같아
그래도 위튜브의 사이버 렉카들은 이 좋은 먹잇감을 놓치지 않았다.
덕분에 당일 실시간 인기 동영상에 잠깐 이런 제목이 뜨기도 했다.
우습게도, 대응이 좋았던 덕에 이 모든 것들이 다 바이럴 마케팅처럼 화제성의 화제성을 불러왔다.
“형, 이거 봤어?”
그리고 이 소식은 막 1주 차 활동을 마친 VTIC의 귀에까지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