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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 Mắt Hay Ra Đi Raw - C71

A- A+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71화
새로운 티저 영상은 쾌활한 목소리로 시작했다.
-하이파이브~
학교 운동장으로 보이는 그라운드와 새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차유진이 손을 흔들며 외친 말이었다.
차유진 뒤로는 안무 대형을 갖추고 있는 멤버들의 모습이 보였다.
하나같이 딱 맞는 스트라이프 야구복을 입고 있었다. 몸을 풀던 멤버들은, 갑자기 시작된 후렴구에 맞추어 타다닥 안무를 잡았다.
-이 샷은
Tang Tang Tang
딱 맞아 들 거야?
-네 맘에
Pang Pang Pang
팡파레처럼!
-막 터져 나와!
동작이 크고 박자가 잘게 쪼개진, 신나는 안무였다.
후렴 한 구절이 끝나자, 마지막 안무 포즈 그대로 화면이 멈췄다. 화면을 향해 발을 뻗고 돌아본 자세였다.
그리고 잠시 뒤.
[…컷!]
[어후!]
감독의 말에 그라운드에 주저앉는 멤버들의 모습 위로 흰색 자막이 떴다.
[‘Hi-five’ 뮤직비디오]
[ 2화에서 최초 공개!]
처음 공개된 ‘마법 소년’의 티저와 대비되는, 유머러스하고 동적인 티저였다.
당연히 순식간에 댓글이 불어났다.
-미친 타이틀 두 개임?
-선공개인가? 어떡하냐 이것도 좋네
-아니 정말 학교로 뽕을 뽑았잖아ㅋㅋ?
-둘 중 하나는 네 맘에 들겠지야?ㅋㅋㅋ 참고로 전 둘 다 마음에 듭니다. 훌륭하다 테스타.
└ㅋㅋㅋ너도? 나도!
-와 싸비만 들었는데 벌써 각 나온다 음원은 이게 이길 듯
└아니 아직 마법 소년 안무도 안 나왔잖아 공평한 기회를 달라구!ㅋㅋㅋ?
-드럼 롤 나오는데 제 심장도 치시는 듯; 아 테스타야말로 인간 제세동기다!
직전의 우중충한 사건을 확 뒤엎어버릴 만큼 흥분하고 신난 사람들로 인터넷이 뜨거웠다.
다만 약간 당혹스러워하기도 했다.
생각보다 너무 일을 잘해서였다.
-아니 진짜 소식 끊긴 동안 소속사에서 폐관 수련이라도 했나? 두 곡이나 뽑았는데 둘 다 좋다고?
-심지어 컨셉도 딱 대비되는데 좀 연결도 시켜놨나봄;; 마법소년 티저에 글로브랑 야구공 나온 거 기억남?
└헐
└오졌다 진짜…
-리얼리티 2화 예고편 보니까 애들 되게 주도적으로 참여한 것 같은데 벌써 기대된다.
-우리 데뷔 앨범으로 초동 50만 가즈아!
그리고 이 반응은 리얼리티 2화가 나온 순간, 한 번 더 폭발했다.
[관련 이미지 레퍼런스 및 편곡 시안입니다.]
멤버들이 하루 만에 발표 자료를 준비하는 것이 방송을 탔기 때문이다.
방송에서 적당히 앞뒤를 잘 연결해준 탓에, 본부장의 무리수나 VTIC 동시 발매 언급은 다 잘려 나갔다.
대신 열정적으로 타이틀곡을 잡아가는 테스타의 모습이 잘 비추어졌다.
-아니 애들 왜 이렇게 일 잘해;;
-상상도 못 했다 자기들끼리 곡 다 골라서 컨셉도 잡았냐
-게다가 아무도 안 싸우고 화목해! 의견이 다른데 서로 설득하고 있어!
-테스타의 조별과제 행복회로는 현실로 이루어진다…
물론 의심스러워하는 사람들도 튀어나왔다.
-신인이 이랬다고?ㅋㅋ 다 연출입니다. 낚이지 마세요~
-이미 다 정해진 거 아이돌이 발표하는 것처럼 분량 뽑은 겁니다. 방송 대본 믿지 마시길!
└그쪽이 좋아하는 아이돌은 혼자 아무것도 못 하나 봐요 불쌍해서 어떡해ㅠㅠ
└그러게… 힘내세요!
다만 딜 미터기가 폭발한 팬들은 한두 마디만 남기고 그들을 모조리 무시했다. 심지어 별로 신경 쓰지도 않았다.
잘될 것 같은 느낌이 벌써부터 팽배했기 때문이다.
-이건 무조건 흥한다.
-화제성 지수 벌써 끝도 모르고 치솟고 있네ㅋㅋㅋ 티저 사기라도 웬만하면 잘 될 듯
-뮤직비디오 방송 끝에 나오겠지?
리얼리티 2화는 제작 일기에 가까웠다. 다만 끝에서는 약간의 예능 분량으로 인형 뽑기 장면을 넣어줬다.
공포영화 분량을 1화로 당겨오며 생략됐던 컷이었다.
주로 인형 뽑기에 실패하고 정신승리하는 멤버들의 모습을 귀엽게 담아냈다.
[그러네. 기계가 이상하네.]
-ㅋㅋㅋㅋㅋ
-아 큰세진 너무 웃겨!
2화는 인형 뽑기에서 이세진이 토끼 인형을 뽑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그리고 뮤직비디오 예고 자막이 뜨자, 분위기가 긴장감으로 다시 달아올랐다.
-시작한다.
-뮤직비디오 나온다!
중간광고가 끝나는 순간.
화면이 해가 쨍쨍한 교실 창문으로 바뀌었다.
* * *
“뮤비 나온다.”
“자, 자잠깐.”
선아현이 슬라이딩과 함께 거실에 미끄러져 들어왔다. 그리고 동시에 중간 광고가 끝났다.
‘타이밍 좋군.’
나는 화면에 시선을 집중했다.
첫 장면은 박문대가… 그러니까, 내가 창문 밖을 보고 있는 컷으로 시작했다. 해가 쨍쨍한 파란 하늘이었다.
그리고 박문대의 눈앞에 웬 종이 안내문이 들이밀어 진다.
[체육대회]
[학교대항 야구전]
안내문을 내민 사람은 이세진이다. 평소 불퉁한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긴장한 모범생처럼 보였다.
안내문을 들여다본 박문대가 떨떠름하게 고개를 기웃거리는 순간, 전주가 시작되었다.
휘익!
곡은 경쾌한 휘파람 멜로디와 함께 시작됐다.
업비트 드럼의 잔박을 없애고 일렉트릭 기타를 얹어 록 사운드를 살린 변형된 디스코… 라는데 솔직히 잘 모르겠고, 신나긴 했다.
일단 김래빈이 추천한 대로 가니 기존의 쌈마이 느낌이 확 사라져서 다행이었지.
다만… 시간 문제로 가사는 바꿀 수 없었다.
-OH 고민 고민하다가?
결심을 했어 Um~
오늘 나는 던질 거야
나를 던져 보낼 거야
네 맘에~ Shot Shot!
…저 정도면 됐지 뭐.
“안무 잘 맞는다.”
“유진이 날아다니는데?”
“히히.”
단체 안무 컷이 나오자마자 멤버들이 한마디씩 던졌다.
아마 뮤직비디오 리액션 컨텐츠를 뽑으려 설치된 리얼리티 카메라를 의식한 것 같았다.
‘애초에 콘티 다 보고 시작했는데, 특별히 놀랄 건 없지.’
화면에서는 중간중간 안무컷이 들어가며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었다.
대강 요약하자면, 모범생 이세진이 생기부 채우려고 반에서 야구 시합에 참가할 애들을 모으는 내용이었다.
체육대회에 참가하지 않는 놈들을 모으다 보니까 별별 괴짜나 독특한 캐릭터를 모으게 됐다…… 뭐, 그런 스토리다.
“문대는 도서부네!”
“자, 잘 어울려.”
나는 주로 책이나 이북만 들여다보고 있는 역할을 받았다.
-좀 신비한 느낌을 내줘야 돼요. 알지?
감독은 그렇게 강조하던데, 솔직히 신비까지는 모르겠고… 그냥 무슨 생각하는지 알 수 없게는 나왔다.
다음 타자는 선아현. 다들 짐작했겠지만… 무용부다.
“진짜 잘한다.”
“전공자다운 솜씨이십니다.”
“고, 고마워…….”
화면에서 열심히 현대무용을 하는 선아현은 확실히 인상적이었다. 직후 거절 못 하고 얼결에 야구하러 끌려가는 것까지 고증이 확실했다.
다음은 류청우.
“역시 국가대표!”
“여러분! 저 형 실제로 저거 쏴서 맞췄어요!”
“하하, 연습 놔서 자세 다 풀렸는데 뭐.”
이쪽은 양궁을 하다가 캐스팅되는 장면이 들어갔는데, 당연히 하나도 어색하지 않았다. 아마추어가 아니니까.
그리고 다음은… 차유진과 김래빈이 함께 나오는데.
작은 꽁트가 들어갔다.
우선 이세진이 힘차게 체육용품 창고 문을 열었다.
스르륵!
그러자 창고 안에 늘어져 있던 김래빈과 차유진이 보였다.
누가 봐도 양아치같이 생긴 두 놈은 문을 연 이세진을 빤히 쳐다보았다.
[…….]
[…….]
[…죄송합니다!]
스르륵!
열렸던 문이 순식간에 도로 닫혔다.
“하하하!!”
“크흡, 잘 나왔다.”
뮤직비디오를 보던 놈들이 폭소했다.
솔직히 내가 보기에도 웃겼다.
‘제일 어린 둘한테 저런 역할을 줬으니까 더 재밌겠지.’
참고로 저 노는 캐릭터는 본인들이 직접 주장해서 잡았다.
‘창작물에서라도 또래 관계 서열 최상위의 삶을 경험해 보고 싶다… 고 했던가.’
김래빈의 구구절절한 발언을 떠올리자, 차유진의 해맑은 발언도 떠오른다.
-그게 재밌어요!
어쨌든, 둘 다 인상이 순한 편은 아니라 무섭게 잘 소화해 냈다.
마지막으로는… 학생회장 선거 중인 큰세진을 선거 유세를 조건으로 섭외했다.
“경험자는 역시 다르네.”
“아, 저 세계에서는 당선됐을 거예요~”
큰세진이 능청스럽게 말하더니 씩 웃었다.
‘일부러 골랐군.’
학폭 루머 때 학생회장 선거 이야기가 나왔으니, 아예 뮤직비디오에서 저 캐릭터를 골라서 그쪽 이야기를 덮어버릴 모양이었다.
어쨌든, 뮤직비디오는 오합지졸이 모여서 어떻게든 체육대회에서 다른 학교를 이기는 유머러스한 엔딩으로 끝났다.
참고로 이세진의 목적인 생기부는 마지막에 쿠키 영상처럼 들어가서 살짝 반전을 살렸다.
“와아!”
“마지막까지 재밌었다!”
이해가 힘들 만큼 끊기지도, 지루할 만큼 스토리가 나오지도 않아 딱 완벽한 재미를 줬다. 단체 안무 컷과의 배치가 적절한 덕인 것 같았다.
“다들 고생 많으셨습니다!”
“잘했어요!”
일단 뮤직비디오 하나가 무사히 발표됐다는 기쁨에 여기저기서 안도의 말이 쏟아졌다.
그리고 류청우가 일부러인 듯, 넌지시 말했다.
“특히… 세진아, 고맙다.”
“…!”
“맞습니다. 세진 형님 덕분에 아마추어인 저희도 자연스럽게 컷이 잘 나온 것 같습니다.”
“헉, 래빈 씨. 형들이 많이 아마추어 같았군요…….”
“아, 아니, 그게 아니라…….”
큰세진의 말에 또 김래빈이 낚인 건 넘어가고.
“…….”
이세진은 입을 꾹 깨물었으나, 곧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작게 덧붙였다.
“…아니, 다들 잘했어. 그리고… 내가 그동안, 태도가 형편없었다면 미안하다.”
“……!”
“아, 아니요….”
“앞으로는… 이렇게 회피하는 일 없을 거야. 정신 차릴게.”
이세진은 양손을 각각 꾹 쥐고 있었다.
‘급한 불 끄고 나니 정신 좀 차렸나 보군.’
아마 며칠간 지난 상황들을 돌이켜본 모양이다.
“괘, 괜찮아요! 혀, 혀, 형이야말로 고생하셨고…….”
“이제 데뷔하는 거잖아. 시행착오도 겪으면서 하는 게 당연하지.”
“힘내요!”
“…고마워.”
허들 낮은 놈들이 잘 받아준 덕에 분위기는 다시 훈훈해졌다.
이세진의 일이 터진 뒤, 며칠간 흐르던 약간 어색한 기류가 뮤직비디오 덕분에 가신 것 같았다.
그렇다고 갑자기 직장동료 이상으로 마음 터놓고 친해진 것도 아니지만 말이다.
“화이팅합시다~”
가령 저기 실실 웃고 있는 큰세진은 이세진이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는 것 같지만, 뭐… 생판 남이던 7명이 같이 있는데 다 마음에 드는 것도 이상한 일이다.
싸우지만 않으면 됐다.
‘리얼리티에도 분위기는 괜찮게 잘 나오겠군.’
사과야 알아서 편집해 버리겠지.
나는 어깨를 돌리며 기지개를 켰다. 그 순간 류청우가 온화하게 말을 붙였다.
“자, 그럼 다시 연습실로 돌아가자.”
“…….”
“…넵!”
천하의 차유진까지 대답이 반박자 늦게 나왔다.
그동안의 강행군 때문에 이미 다들 연습에 질린 상태였지만, 그렇다고 이대로 잘 수 없는 건 다들 알고 있었다.
데뷔 쇼케이스까지 사흘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힘내자, 얼마 안 남았어.”
“그럼요…….”
“화, 화이팅!”
의미 없는 구호 몇 번을 끝으로, 그날도 거의 밤새도록 연습을 할 것이 확정되었다.
“…….”
쇼케이스에 기자들 말고 팬들이나 많이 왔으면 좋겠군……. 그게 그나마 위안이 될 것 같다.
“저기.”
“예?”
눈두덩이를 누르고 있는데 이세진이 말을 걸었다. 예의상 고개를 돌리자, 작게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고마워, 같이 써줘서.”
“…?”
방을?
피곤해서 잠시 머리가 안 돌아갔다.
나는 즉시 그것보다 부합할 최근 예시를 떠올렸다.
“아, 자필 편지요?”
“……그래!”
이세진은 버럭 소리를 지르더니, 곧 숨을 들이쉬며 혼자 진정했다.
“…덕분에 잘 끝났어. 꼭 갚을게.”
“네……. 뭐, 너무 신경 안 쓰셔도 됩니다.”
사실 누구든 정신 차리고 쓰면 뽑을 내용, 빨리 정리한 것뿐이다. 시간이 없으니까.
그러니 은혜는 됐고 마약 스캔들만 안 내면 된다.
뭐… 사실 심증으로는 그 마약 스캔들도 전 소속사 관련 문제였을 것 같긴 했다.
‘…이랬는데 설마 다른 사정이 튀어나오는 건 아니겠지.’
뒤통수 한두 번 맞는 것도 아니고 혹시 모르니 주의는 계속하자.
“갚는다니까! …아무튼, 고맙다고.”
이세진은 기어코 다시 소리를 지르더니, 곧 자기가 알아서 수습하고 후다닥 숙소를 나갔다.
30초도 안 돼서 다시 볼 텐데 말이다.
‘…어차피 너나 나나 연습실 가야 되는데.’
저놈도 잠을 못 자서 머리가 안 돌아가는 게 분명했다.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발을 옮겼다.
* * *
테스타의 Hi-five 뮤직비디오는 팬들을 만족시켰다.
별거 아닌 것처럼 들릴 수 있는 문장이었으나, 사실 어마어마한 의미였다.
데뷔 그룹에 대한 천장을 뚫을 정도로 치솟은 기대를 충족시켰다는 의미기 때문이다.
-솔직히 더블 타이틀이란 말 듣고 티저만 봤을 때는 좀 걱정했었다 괜히 화력만 분산될까봐… 근데 쓸데없는 걱정이었음ㅋㅋㅋ
-아 뮤직비디오 때깔 봤냐~ 대기업 자본의 맛이 이런 거구나!
-아 나 어떡해 너무 설레ㅠㅠ 마법 소년 뮤비도 오지겠지?
-띵곡 도랏다 빨리 음원 풀어줘 얘들아 텍마머니ㅠㅠ
더불어, 쇼케이스 티켓을 구하지 못한 사람들의 눈물도 넘쳐흘렀다.
-아주사 이 미친놈들이 주식 패키지로 다 팔아재껴서 티케팅이 없다며ㅠㅠ 이미 최종화 전에 쇼케 매진이라며!
-이게 말이 되냐 티넷아!! 산 사람 중에 탈락자 팬들도 있는데 걔네가 암표 개 비싸게 판다고ㅠㅠ
└암표로 끝나면 다행이죠. 혹시 나쁜 맘 먹고 쇼케이스에서 야유하는 사람 나오면 어쩌려고… 하…
표를 못 구한 팬들이 걱정과 억울함에 가슴을 치고 있을 때.
실제로 탈락자의 팬 중 몇몇은 자신의 쇼케이스 표를 암표로도 팔지 않았다.
‘얼마나 잘하나 보자.’
실제로 야유나 소요가 일어날지는 몰랐지만, Tnet이 무심코 넘긴 위험요인인 것은 확실했다.
그리고 ‘마법소년’ 뮤직비디오가 공개된 6월 18일.
쇼케이스는 그날 저녁 8시에 시작되었다.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71화

새로운 티저 영상은 쾌활한 목소리로 시작했다.

-하이파이브~

학교 운동장으로 보이는 그라운드와 새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차유진이 손을 흔들며 외친 말이었다.

차유진 뒤로는 안무 대형을 갖추고 있는 멤버들의 모습이 보였다.

하나같이 딱 맞는 스트라이프 야구복을 입고 있었다. 몸을 풀던 멤버들은, 갑자기 시작된 후렴구에 맞추어 타다닥 안무를 잡았다.

-이 샷은

Tang Tang Tang

딱 맞아 들 거야?

-네 맘에

Pang Pang Pang

팡파레처럼!

-막 터져 나와!

동작이 크고 박자가 잘게 쪼개진, 신나는 안무였다.

후렴 한 구절이 끝나자, 마지막 안무 포즈 그대로 화면이 멈췄다. 화면을 향해 발을 뻗고 돌아본 자세였다.

그리고 잠시 뒤.

감독의 말에 그라운드에 주저앉는 멤버들의 모습 위로 흰색 자막이 떴다.

처음 공개된 ‘마법 소년’의 티저와 대비되는, 유머러스하고 동적인 티저였다.

당연히 순식간에 댓글이 불어났다.

-미친 타이틀 두 개임?

-선공개인가? 어떡하냐 이것도 좋네

-아니 정말 학교로 뽕을 뽑았잖아ㅋㅋ?

-둘 중 하나는 네 맘에 들겠지야?ㅋㅋㅋ 참고로 전 둘 다 마음에 듭니다. 훌륭하다 테스타.

└ㅋㅋㅋ너도? 나도!

-와 싸비만 들었는데 벌써 각 나온다 음원은 이게 이길 듯

└아니 아직 마법 소년 안무도 안 나왔잖아 공평한 기회를 달라구!ㅋㅋㅋ?

-드럼 롤 나오는데 제 심장도 치시는 듯; 아 테스타야말로 인간 제세동기다!

직전의 우중충한 사건을 확 뒤엎어버릴 만큼 흥분하고 신난 사람들로 인터넷이 뜨거웠다.

다만 약간 당혹스러워하기도 했다.

생각보다 너무 일을 잘해서였다.

-아니 진짜 소식 끊긴 동안 소속사에서 폐관 수련이라도 했나? 두 곡이나 뽑았는데 둘 다 좋다고?

-심지어 컨셉도 딱 대비되는데 좀 연결도 시켜놨나봄;; 마법소년 티저에 글로브랑 야구공 나온 거 기억남?

└헐

└오졌다 진짜…

-리얼리티 2화 예고편 보니까 애들 되게 주도적으로 참여한 것 같은데 벌써 기대된다.

-우리 데뷔 앨범으로 초동 50만 가즈아!

그리고 이 반응은 리얼리티 2화가 나온 순간, 한 번 더 폭발했다.

멤버들이 하루 만에 발표 자료를 준비하는 것이 방송을 탔기 때문이다.

방송에서 적당히 앞뒤를 잘 연결해준 탓에, 본부장의 무리수나 VTIC 동시 발매 언급은 다 잘려 나갔다.

대신 열정적으로 타이틀곡을 잡아가는 테스타의 모습이 잘 비추어졌다.

-아니 애들 왜 이렇게 일 잘해;;

-상상도 못 했다 자기들끼리 곡 다 골라서 컨셉도 잡았냐

-게다가 아무도 안 싸우고 화목해! 의견이 다른데 서로 설득하고 있어!

-테스타의 조별과제 행복회로는 현실로 이루어진다…

물론 의심스러워하는 사람들도 튀어나왔다.

-신인이 이랬다고?ㅋㅋ 다 연출입니다. 낚이지 마세요~

-이미 다 정해진 거 아이돌이 발표하는 것처럼 분량 뽑은 겁니다. 방송 대본 믿지 마시길!

└그쪽이 좋아하는 아이돌은 혼자 아무것도 못 하나 봐요 불쌍해서 어떡해ㅠㅠ

└그러게… 힘내세요!

다만 딜 미터기가 폭발한 팬들은 한두 마디만 남기고 그들을 모조리 무시했다. 심지어 별로 신경 쓰지도 않았다.

잘될 것 같은 느낌이 벌써부터 팽배했기 때문이다.

-이건 무조건 흥한다.

-화제성 지수 벌써 끝도 모르고 치솟고 있네ㅋㅋㅋ 티저 사기라도 웬만하면 잘 될 듯

-뮤직비디오 방송 끝에 나오겠지?

리얼리티 2화는 제작 일기에 가까웠다. 다만 끝에서는 약간의 예능 분량으로 인형 뽑기 장면을 넣어줬다.

공포영화 분량을 1화로 당겨오며 생략됐던 컷이었다.

주로 인형 뽑기에 실패하고 정신승리하는 멤버들의 모습을 귀엽게 담아냈다.

-ㅋㅋㅋㅋㅋ

-아 큰세진 너무 웃겨!

2화는 인형 뽑기에서 이세진이 토끼 인형을 뽑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그리고 뮤직비디오 예고 자막이 뜨자, 분위기가 긴장감으로 다시 달아올랐다.

-시작한다.

-뮤직비디오 나온다!

중간광고가 끝나는 순간.

화면이 해가 쨍쨍한 교실 창문으로 바뀌었다.

* * *

“뮤비 나온다.”

“자, 자잠깐.”

선아현이 슬라이딩과 함께 거실에 미끄러져 들어왔다. 그리고 동시에 중간 광고가 끝났다.

‘타이밍 좋군.’

나는 화면에 시선을 집중했다.

첫 장면은 박문대가… 그러니까, 내가 창문 밖을 보고 있는 컷으로 시작했다. 해가 쨍쨍한 파란 하늘이었다.

그리고 박문대의 눈앞에 웬 종이 안내문이 들이밀어 진다.

안내문을 내민 사람은 이세진이다. 평소 불퉁한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긴장한 모범생처럼 보였다.

안내문을 들여다본 박문대가 떨떠름하게 고개를 기웃거리는 순간, 전주가 시작되었다.

휘익!

곡은 경쾌한 휘파람 멜로디와 함께 시작됐다.

업비트 드럼의 잔박을 없애고 일렉트릭 기타를 얹어 록 사운드를 살린 변형된 디스코… 라는데 솔직히 잘 모르겠고, 신나긴 했다.

일단 김래빈이 추천한 대로 가니 기존의 쌈마이 느낌이 확 사라져서 다행이었지.

다만… 시간 문제로 가사는 바꿀 수 없었다.

-OH 고민 고민하다가?

결심을 했어 Um~

오늘 나는 던질 거야

나를 던져 보낼 거야

네 맘에~ Shot Shot!

…저 정도면 됐지 뭐.

“안무 잘 맞는다.”

“유진이 날아다니는데?”

“히히.”

단체 안무 컷이 나오자마자 멤버들이 한마디씩 던졌다.

아마 뮤직비디오 리액션 컨텐츠를 뽑으려 설치된 리얼리티 카메라를 의식한 것 같았다.

‘애초에 콘티 다 보고 시작했는데, 특별히 놀랄 건 없지.’

화면에서는 중간중간 안무컷이 들어가며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었다.

대강 요약하자면, 모범생 이세진이 생기부 채우려고 반에서 야구 시합에 참가할 애들을 모으는 내용이었다.

체육대회에 참가하지 않는 놈들을 모으다 보니까 별별 괴짜나 독특한 캐릭터를 모으게 됐다…… 뭐, 그런 스토리다.

“문대는 도서부네!”

“자, 잘 어울려.”

나는 주로 책이나 이북만 들여다보고 있는 역할을 받았다.

-좀 신비한 느낌을 내줘야 돼요. 알지?

감독은 그렇게 강조하던데, 솔직히 신비까지는 모르겠고… 그냥 무슨 생각하는지 알 수 없게는 나왔다.

다음 타자는 선아현. 다들 짐작했겠지만… 무용부다.

“진짜 잘한다.”

“전공자다운 솜씨이십니다.”

“고, 고마워…….”

화면에서 열심히 현대무용을 하는 선아현은 확실히 인상적이었다. 직후 거절 못 하고 얼결에 야구하러 끌려가는 것까지 고증이 확실했다.

다음은 류청우.

“역시 국가대표!”

“여러분! 저 형 실제로 저거 쏴서 맞췄어요!”

“하하, 연습 놔서 자세 다 풀렸는데 뭐.”

이쪽은 양궁을 하다가 캐스팅되는 장면이 들어갔는데, 당연히 하나도 어색하지 않았다. 아마추어가 아니니까.

그리고 다음은… 차유진과 김래빈이 함께 나오는데.

작은 꽁트가 들어갔다.

우선 이세진이 힘차게 체육용품 창고 문을 열었다.

스르륵!

그러자 창고 안에 늘어져 있던 김래빈과 차유진이 보였다.

누가 봐도 양아치같이 생긴 두 놈은 문을 연 이세진을 빤히 쳐다보았다.

스르륵!

열렸던 문이 순식간에 도로 닫혔다.

“하하하!!”

“크흡, 잘 나왔다.”

뮤직비디오를 보던 놈들이 폭소했다.

솔직히 내가 보기에도 웃겼다.

‘제일 어린 둘한테 저런 역할을 줬으니까 더 재밌겠지.’

참고로 저 노는 캐릭터는 본인들이 직접 주장해서 잡았다.

‘창작물에서라도 또래 관계 서열 최상위의 삶을 경험해 보고 싶다… 고 했던가.’

김래빈의 구구절절한 발언을 떠올리자, 차유진의 해맑은 발언도 떠오른다.

-그게 재밌어요!

어쨌든, 둘 다 인상이 순한 편은 아니라 무섭게 잘 소화해 냈다.

마지막으로는… 학생회장 선거 중인 큰세진을 선거 유세를 조건으로 섭외했다.

“경험자는 역시 다르네.”

“아, 저 세계에서는 당선됐을 거예요~”

큰세진이 능청스럽게 말하더니 씩 웃었다.

‘일부러 골랐군.’

학폭 루머 때 학생회장 선거 이야기가 나왔으니, 아예 뮤직비디오에서 저 캐릭터를 골라서 그쪽 이야기를 덮어버릴 모양이었다.

어쨌든, 뮤직비디오는 오합지졸이 모여서 어떻게든 체육대회에서 다른 학교를 이기는 유머러스한 엔딩으로 끝났다.

참고로 이세진의 목적인 생기부는 마지막에 쿠키 영상처럼 들어가서 살짝 반전을 살렸다.

“와아!”

“마지막까지 재밌었다!”

이해가 힘들 만큼 끊기지도, 지루할 만큼 스토리가 나오지도 않아 딱 완벽한 재미를 줬다. 단체 안무 컷과의 배치가 적절한 덕인 것 같았다.

“다들 고생 많으셨습니다!”

“잘했어요!”

일단 뮤직비디오 하나가 무사히 발표됐다는 기쁨에 여기저기서 안도의 말이 쏟아졌다.

그리고 류청우가 일부러인 듯, 넌지시 말했다.

“특히… 세진아, 고맙다.”

“…!”

“맞습니다. 세진 형님 덕분에 아마추어인 저희도 자연스럽게 컷이 잘 나온 것 같습니다.”

“헉, 래빈 씨. 형들이 많이 아마추어 같았군요…….”

“아, 아니, 그게 아니라…….”

큰세진의 말에 또 김래빈이 낚인 건 넘어가고.

“…….”

이세진은 입을 꾹 깨물었으나, 곧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작게 덧붙였다.

“…아니, 다들 잘했어. 그리고… 내가 그동안, 태도가 형편없었다면 미안하다.”

“……!”

“아, 아니요….”

“앞으로는… 이렇게 회피하는 일 없을 거야. 정신 차릴게.”

이세진은 양손을 각각 꾹 쥐고 있었다.

‘급한 불 끄고 나니 정신 좀 차렸나 보군.’

아마 며칠간 지난 상황들을 돌이켜본 모양이다.

“괘, 괜찮아요! 혀, 혀, 형이야말로 고생하셨고…….”

“이제 데뷔하는 거잖아. 시행착오도 겪으면서 하는 게 당연하지.”

“힘내요!”

“…고마워.”

허들 낮은 놈들이 잘 받아준 덕에 분위기는 다시 훈훈해졌다.

이세진의 일이 터진 뒤, 며칠간 흐르던 약간 어색한 기류가 뮤직비디오 덕분에 가신 것 같았다.

그렇다고 갑자기 직장동료 이상으로 마음 터놓고 친해진 것도 아니지만 말이다.

“화이팅합시다~”

가령 저기 실실 웃고 있는 큰세진은 이세진이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는 것 같지만, 뭐… 생판 남이던 7명이 같이 있는데 다 마음에 드는 것도 이상한 일이다.

싸우지만 않으면 됐다.

‘리얼리티에도 분위기는 괜찮게 잘 나오겠군.’

사과야 알아서 편집해 버리겠지.

나는 어깨를 돌리며 기지개를 켰다. 그 순간 류청우가 온화하게 말을 붙였다.

“자, 그럼 다시 연습실로 돌아가자.”

“…….”

“…넵!”

천하의 차유진까지 대답이 반박자 늦게 나왔다.

그동안의 강행군 때문에 이미 다들 연습에 질린 상태였지만, 그렇다고 이대로 잘 수 없는 건 다들 알고 있었다.

데뷔 쇼케이스까지 사흘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힘내자, 얼마 안 남았어.”

“그럼요…….”

“화, 화이팅!”

의미 없는 구호 몇 번을 끝으로, 그날도 거의 밤새도록 연습을 할 것이 확정되었다.

“…….”

쇼케이스에 기자들 말고 팬들이나 많이 왔으면 좋겠군……. 그게 그나마 위안이 될 것 같다.

“저기.”

“예?”

눈두덩이를 누르고 있는데 이세진이 말을 걸었다. 예의상 고개를 돌리자, 작게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고마워, 같이 써줘서.”

“…?”

방을?

피곤해서 잠시 머리가 안 돌아갔다.

나는 즉시 그것보다 부합할 최근 예시를 떠올렸다.

“아, 자필 편지요?”

“……그래!”

이세진은 버럭 소리를 지르더니, 곧 숨을 들이쉬며 혼자 진정했다.

“…덕분에 잘 끝났어. 꼭 갚을게.”

“네……. 뭐, 너무 신경 안 쓰셔도 됩니다.”

사실 누구든 정신 차리고 쓰면 뽑을 내용, 빨리 정리한 것뿐이다. 시간이 없으니까.

그러니 은혜는 됐고 마약 스캔들만 안 내면 된다.

뭐… 사실 심증으로는 그 마약 스캔들도 전 소속사 관련 문제였을 것 같긴 했다.

‘…이랬는데 설마 다른 사정이 튀어나오는 건 아니겠지.’

뒤통수 한두 번 맞는 것도 아니고 혹시 모르니 주의는 계속하자.

“갚는다니까! …아무튼, 고맙다고.”

이세진은 기어코 다시 소리를 지르더니, 곧 자기가 알아서 수습하고 후다닥 숙소를 나갔다.

30초도 안 돼서 다시 볼 텐데 말이다.

‘…어차피 너나 나나 연습실 가야 되는데.’

저놈도 잠을 못 자서 머리가 안 돌아가는 게 분명했다.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발을 옮겼다.

* * *

테스타의 Hi-five 뮤직비디오는 팬들을 만족시켰다.

별거 아닌 것처럼 들릴 수 있는 문장이었으나, 사실 어마어마한 의미였다.

데뷔 그룹에 대한 천장을 뚫을 정도로 치솟은 기대를 충족시켰다는 의미기 때문이다.

-솔직히 더블 타이틀이란 말 듣고 티저만 봤을 때는 좀 걱정했었다 괜히 화력만 분산될까봐… 근데 쓸데없는 걱정이었음ㅋㅋㅋ

-아 뮤직비디오 때깔 봤냐~ 대기업 자본의 맛이 이런 거구나!

-아 나 어떡해 너무 설레ㅠㅠ 마법 소년 뮤비도 오지겠지?

-띵곡 도랏다 빨리 음원 풀어줘 얘들아 텍마머니ㅠㅠ

더불어, 쇼케이스 티켓을 구하지 못한 사람들의 눈물도 넘쳐흘렀다.

-아주사 이 미친놈들이 주식 패키지로 다 팔아재껴서 티케팅이 없다며ㅠㅠ 이미 최종화 전에 쇼케 매진이라며!

-이게 말이 되냐 티넷아!! 산 사람 중에 탈락자 팬들도 있는데 걔네가 암표 개 비싸게 판다고ㅠㅠ

└암표로 끝나면 다행이죠. 혹시 나쁜 맘 먹고 쇼케이스에서 야유하는 사람 나오면 어쩌려고… 하…

표를 못 구한 팬들이 걱정과 억울함에 가슴을 치고 있을 때.

실제로 탈락자의 팬 중 몇몇은 자신의 쇼케이스 표를 암표로도 팔지 않았다.

‘얼마나 잘하나 보자.’

실제로 야유나 소요가 일어날지는 몰랐지만, Tnet이 무심코 넘긴 위험요인인 것은 확실했다.

그리고 ‘마법소년’ 뮤직비디오가 공개된 6월 18일.

쇼케이스는 그날 저녁 8시에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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