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 Mắt Hay Ra Đi Raw - C63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63화
“…새 팀원을 영입하겠습니다.”
“아!! 박문대 참가자의 선택이 나왔습니다!”
MC의 외침에 전광판에 상금 항목이 사라지고 글자가 꽉 차게 확대되었다.
방청객들이 환호하는 모습, 심사위원들이 손바닥을 치며 즐거워하는 모습이 다른 전광판에 흘러갔다.
이 악물 뻔했다.
‘삼천구백만 원이…….’
허공에 날아갔네.
그래도 길게 보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참가자가 하나 더 붙는다는 건 그룹을 좋아하는 팬도 늘어난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이런 건 보통 덧셈이 아니라 곱셈으로 불어난다. 벌 수 있는 돈의 규모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5000보다 더 벌 수 있는 투자였다.
문제는 이다음이었다.
“그렇다면 박문대 참가자가 선택한 마지막 멤버는 과연 누구입니까?”
남은 참가자들이 다시 긴장하는 것이 전광판에 비쳤다.
“제가 선택한 참가자는…….”
누굴 골라도 아깝게 떨어진 참가자의 팬들에게 반감을 사기 딱 좋은 시간이다.
그러니 회피한다.
“주주님들께서 선택하신 7위 참가자입니다.”
“아!”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커졌다. 대부분 납득하거나 안도하는 것 같았다.
‘…제작진도 즐거워하는군.’
저건 좀 열 받네.
“주주님들께 선택을 맡긴 박문대 참가자!”
MC는 프롬프터를 힐끗거리며 열심히 진행을 끌었고, 곧 전광판에 7위 후보가 떴다.
그리고 붙은 놈은….
“축하합니다! 이세진 참가자!”
사레 들릴 뻔했다.
‘무슨 수로 떡상했냐.’
아마 아역배우 활동 때문에 대중 인지도가 높아서 마지막 화만 슬쩍 문자 투표한 사람들 덕을 본 것 같았다.
‘…별수 없지.’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나는 비틀거리며 단상으로 올라오는 이세진에게 자리를 비켜줬다.
“…감사합니다.”
이세진은 간신히 소감을 짜내듯이 이어서 몇 마디하고는 고개를 푹 숙였다. 예상을 못 해서 혼이 나간 것이라고 팬들이 커버쳐 줄 정도는 됐다.
MC가 이세진을 합격자석에 합류하도록 안내했다. 이세진은 나를 스쳐 지나가며 작게 중얼거렸다.
“…고마워.”
나는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되고는 싶었나 보군.
‘나도 들어가고 싶다.’
슬슬 다리에 경련이 날 것 같았다.
대체 언제까지 세워둘 생각이지?
그러나 MC는 여전히 나를 옆에 세워둔 채로 진행을 이어갔다.
“이제 남은 건 하나! 로 데뷔할 참가자들의 그룹명입니다!”
인터넷으로 주주들의 의견을 수렴했다는 뻔한 설명이 이어졌다.
그리고 전광판에 휘황찬란한 로고가 떴다.
대문자 ‘T’와 위가 맞닿지 않은 삼각형이 교묘하게 합쳐지며, 화려한 반짝이 이펙트가 양옆과 상단에서 튀다가 작은 다이아몬드 마크로 눌러앉았다.
-검증된 당신의 투자.
-당신의 아이돌, 당신의 별
-TEST + STAR
–
“주주 여러분께서 선정해 주신 그룹명은… 테스타(TeSTAR)입니다!”
“…….”
이름이 바뀌었잖아.
내가 알기론, 원래 이 프로그램으로 데뷔할 남자 아이돌의 이름은 ‘STier’, 스티어였다.
보니까 홈페이지에 ‘Star + Tier’로 떡하니 설명까지 붙은 채로 후보에 떠 있어서 이번에도 그게 될 줄 알았는데.
멤버가 나를 포함해 꽤 변했기 때문인가, 다른 이름이 나왔다.
아무래도 지난번에 간발의 차로 이름이 정해졌던 모양이었다.
‘…스티어가 낫지 않았나?’
대놓고 스타가 이름에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그룹명을 가지게 될 줄은 몰랐다.
좀 얼떨떨했지만… 뭐, 그룹명이야 어지간히 이상하지 않으면 됐다.
“TeSTAR의 일곱 멤버들에게는 그룹 로고가 새겨진 트로피가 수여됩니다!”
그리고 영린이 올라와서 내게 트로피를 건넸다. 하늘로 치솟는 그래프를 형상화한 트로피는 단 하나였다.
‘이걸 시키려고 세워뒀었군.’
저걸 운반해서 애들한테 전해주면 끝인가 보다.
“축하합니다.”
“감사합니다.”
나는 영린과 가볍게 악수한 뒤, 트로피를 방석째로 건네받았다.
영린은 잔잔한 눈으로 미소 지은 채 나를 마주 보았다.
“앞으로 좋은 활동하길 바라요.”
“예. 감사합니다.”
나는 연거푸 감사를 중얼거렸다. 그리고 그대로 합격자들이 서 있는 곳을 향해 빠르게 걸어갔다.
분위기에 취했는지 합격자들은 이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상태였다.
“와!”
“트로피도 줘?!”
나는 미련 없이 제일 앞에 보이는 놈에게 트로피를 넘겼다.
그러자 이번에는 트로피를 둘러싸고 다 같이 어깨동무를 하며 호들갑을 떨기 시작했다.
‘어깨가 아파.’
차유진과 큰세진에게 번갈아 얻어맞은 등 주변이 아렸다.
어깨부터 발까지 안 저린 곳이 없는데, 아드레날린 덕에 뇌만 쌩쌩했다.
좀 떨어진 곳에서 MC의 목소리가 들렸다.
“TeSTAR 여러분의 데뷔를 축하합니다!”
무대 효과용 폭죽이 화려하게 터졌다. 나는 트로피와 합격자들 틈에 낀 채로 사람들의 환성을 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상태창 팝업이 떴다.
[성공적 데뷔!]
당신은 유명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데뷔에 성공했습니다!
!제한시간 : 충족 (대성공)
!상태이상 : ‘데뷔가 아니면 죽음을’ 제거!
: 진실 확인 ☜ Click!]
‘…진짜?’
상태창을 켰다.
상태 이상이 없어져 있었다.
“…….”
끝났다.
어쩐지 실감이 안 났다.
상태창의 목적을 모르겠으니, 어떻게든 억지를 써서 상태 이상이 연장될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예측에 시달려서 그런가.
‘이렇게 깔끔하게 사라질 줄이야.’
나는 멍하니 상태창을 껐다. 그러자 남은 팝업에 최하단 글이 눈에 들어왔다.
본래는 보상이 적혀 있어야 하는 위치.
‘…잠깐.’
이게 뭐지.
[: 진실 확인 ☜ Click!]
진실?
나는 반사적으로 그 문구를 클릭했다.
“문대야?”
순간, 시야가 어그러졌다.
그리고 암전.
* * *
비쩍 마른 고등학생이 낡은 스마트폰을 들고 매트리스 위에 누워 있었다.
몸을 움직일 때마다 매트리스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울렸다.
스마트폰의 깨진 액정에서는 위튜브 화면이 재생되고 있었다. 공용와이파이를 간신히 연결해 쓰는 탓에 화질은 좋지 않았다.
하지만 카메라를 잡은 이가 솜씨 좋게 찍은 덕에 화면의 가수가 발산하는 매력은 여전히 눈을 끌었다.
‘재밌었어.’
고등학생, 박문대는 다 돌아간 동영상 화면을 아쉽게 바라보았다.
지금 이 계정에 올라온 최신 직캠들은 방금 본 ‘2X0412 리로던 한강수축제’로 끝이었다.
이 계정, ‘Gun1234’는 가수, 아이돌들의 직캠을 주로 업로드하는 계정이었다.
특히 인지도가 낮은 사람들을 위주로 올렸는데, 그것마저도 멋있어 보이기도 했다.
‘알아봐 주는 것 같잖아.’
별 볼 일 없어 보이는 사람을 응원해 주는 것 같아서 어쩐지 기분이 좋았다.
‘자주 올려줬으면 좋겠다.’
돈이 들지 않으면서 행복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은 이제 많이 남지 않았다.
광고만 보면 시청할 수 있는 위튜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자꾸 끊기는 와이파이에서 저화질로 보는데도 가슴이 두근거리며 볼 수 있는 영상은 거의 없었다.
듣기로는 직캠의 광고 수익은 다 본 가수에게 돌아가기 때문에 수익이 거의 없다는데, 그래도 꾸준히 올려주는 것이 고마웠다.
고민하던 박문대는 스크롤을 내려서 댓글을 하나 작성했다.
-큰달 : GUN1234님, 언제나 직캠 즐겁게 보고 있습니다. 올려주셔서 감사해요.
이 계정은 지금까지 시청자에게 특별히 피드백을 준 적이 없다는 건 알았다.
하다못해 영린의 직캠이 대박이 났을 때도 댓글 하나 단 적 없었다.
하지만 보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박문대는 맞춤법을 틀리지 않았는지 확인하고 작성 버튼을 눌렀다.
-이분 매번 출석하시네ㅋㅋ
-찐팬인 듯
대댓글이 몇 개 달려서 약간 부끄러웠다.
답글을 달까 하다가, 갑작스럽게 내키지 않아서 그만뒀다.
‘달아도 할 말이 있는 것도 아니고…….’
자신에 대해 말하려고 하면 말문이 막혔다.
집, 아니, 집이라고 부르기 민망한 방 안이 적막했다.
일상이랄 게 없었다.
뭐든지 의욕적으로 해본 게 언제였는지 떠올려보면, 모든 게 정상이었던 때가 떠올랐다.
부모님이 계시던 때.
바로 어제였던 것 같은데, 사실 몇 년이나 지났다.
그리고 자신은 몇 년째 어딘가에 처박혀 있는 것 같았다. 아니면 사실 꿈을 꾸는 중이거나.
그래서 저 계정이 올려주는 영상에 집중하게 되는 걸지도 모르겠다고, 소년은 생각했다.
상황이 좋아질 기미가 없는 데도 열정적으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면 위안이라고 할까, 대리만족이 됐다.
‘…자자.’
내일은 아마도 월요일일 것이다.
박문대는 꿈적거리며 매트리스에서 그대로 눈을 감았다.
그리고 시간이 또 흘렀다. 흐르고 흐르는 주변과 달리 어쩐지 박문대 본인은 계속 변하지 않았다.
학교에서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 그만두면 되니까 그렇게 했다.
그만둬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
음, 그럼 사는 것도 그만둬도 그만 아닌가?
‘그러게.’
하지만 딱히 죽고 싶지도 않았다.
박문대는 아르바이트를 구했지만, 곧 일감이 끊겼다.
그리고 ‘gun1234’의 동영상 업로드도 끊겼다.
‘왜…?’
박문대는 고민하다가, 결국 계정 정보로 쪽지를 보냈다. 아르바이트를 새로 구하는 것에 실패한 날이었다.
당연히 답장은 오지 않았다.
‘…….’
그리고 얼마 뒤, 계정의 동영상이 모두 사라졌다.
텅 빈 페이지엔 짧은 글만 남아 있었다.
========================
[겜 하느라 접습니다. ㅅㄱ]
========================
게임.
박문대는 모바일 게임을 하나 깔아보았다. 데스크톱이나 게임기를 살 돈은 없었다.
그러나 낡은 스마트폰은 모바일 게임을 제대로 돌리지 못하고, 끔찍한 발열 뒤에 고장이 났다.
“…….”
박문대는 어쩐지, 굉장히 지친 것처럼 느껴졌다.
아무것도 한 게 없으니 지칠 것도 없는데 말이다.
‘지친다.’
사는 게 지쳤다.
박문대는 고장 난 스마트폰을 해지했다. 그리고 낡은 단칸방도 계약을 연장하지 않았다.
오랜만에 제대로 된 밥을 한 끼 먹었다. 그러니 수중에 남은 돈이 딱 맞았다.
모텔 하나 잡고, 수면제를 사면 끝이라는 뜻이었다.
‘모텔에서는 죽는 사람이 많다고 하니까.’
날이 너무 추워서 차마 물에 빠지거나 산을 오를 수가 없었다. 중간에 포기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자신의 방에서 죽으면 한 달 이상 방치되어 썩을 것 같았다.
‘죄송합니다.’
박문대는 방을 잡으며, 퉁명스러운 주인아저씨에게 속으로 연거푸 사과했다.
그리고 방으로 들어간 뒤, 침대에 누워서 수면제를 삼켰다.
죽음처럼 잠이 찾아왔다.
“…….”
잠시 뒤.
“으으…….”
지저분한 모텔 침대 위에서 숨을 들이켜면서 눈을 뜬 것은…….
나였다.
* * *
“허억.”
나는 숨을 뱉었다.
“괘, 괜찮아?”
옆에서 누군가 등을 두드렸다. 고개를 돌리니 선아현의 걱정스러운 얼굴이 보였다.
“…잠깐, 지쳐서.”
나는 간신히 얼버무리고 몸을 폈다.
시간은 거의 흐르지 않은 것 같았다. 덕분에 나는 잠시 비틀거린 것처럼 보인 모양이다.
합격자들이 에워싸고 있는 탓에 다른 사람들은 아예 눈치채지도 못했는지, 분위기는 여전했다.
나는 식은땀을 훔쳤다. 머릿속이 난잡했다.
원래 박문대가 좋아하던 동영상 계정 주인, ‘gun1234’.
‘나잖아.’
내가 공시 생활 시작하면서 삭제한 계정이었다.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63화
“…새 팀원을 영입하겠습니다.”
“아!! 박문대 참가자의 선택이 나왔습니다!”
MC의 외침에 전광판에 상금 항목이 사라지고 글자가 꽉 차게 확대되었다.
방청객들이 환호하는 모습, 심사위원들이 손바닥을 치며 즐거워하는 모습이 다른 전광판에 흘러갔다.
이 악물 뻔했다.
‘삼천구백만 원이…….’
허공에 날아갔네.
그래도 길게 보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참가자가 하나 더 붙는다는 건 그룹을 좋아하는 팬도 늘어난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이런 건 보통 덧셈이 아니라 곱셈으로 불어난다. 벌 수 있는 돈의 규모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5000보다 더 벌 수 있는 투자였다.
문제는 이다음이었다.
“그렇다면 박문대 참가자가 선택한 마지막 멤버는 과연 누구입니까?”
남은 참가자들이 다시 긴장하는 것이 전광판에 비쳤다.
“제가 선택한 참가자는…….”
누굴 골라도 아깝게 떨어진 참가자의 팬들에게 반감을 사기 딱 좋은 시간이다.
그러니 회피한다.
“주주님들께서 선택하신 7위 참가자입니다.”
“아!”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커졌다. 대부분 납득하거나 안도하는 것 같았다.
‘…제작진도 즐거워하는군.’
저건 좀 열 받네.
“주주님들께 선택을 맡긴 박문대 참가자!”
MC는 프롬프터를 힐끗거리며 열심히 진행을 끌었고, 곧 전광판에 7위 후보가 떴다.
그리고 붙은 놈은….
“축하합니다! 이세진 참가자!”
사레 들릴 뻔했다.
‘무슨 수로 떡상했냐.’
아마 아역배우 활동 때문에 대중 인지도가 높아서 마지막 화만 슬쩍 문자 투표한 사람들 덕을 본 것 같았다.
‘…별수 없지.’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나는 비틀거리며 단상으로 올라오는 이세진에게 자리를 비켜줬다.
“…감사합니다.”
이세진은 간신히 소감을 짜내듯이 이어서 몇 마디하고는 고개를 푹 숙였다. 예상을 못 해서 혼이 나간 것이라고 팬들이 커버쳐 줄 정도는 됐다.
MC가 이세진을 합격자석에 합류하도록 안내했다. 이세진은 나를 스쳐 지나가며 작게 중얼거렸다.
“…고마워.”
나는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되고는 싶었나 보군.
‘나도 들어가고 싶다.’
슬슬 다리에 경련이 날 것 같았다.
대체 언제까지 세워둘 생각이지?
그러나 MC는 여전히 나를 옆에 세워둔 채로 진행을 이어갔다.
“이제 남은 건 하나! 로 데뷔할 참가자들의 그룹명입니다!”
인터넷으로 주주들의 의견을 수렴했다는 뻔한 설명이 이어졌다.
그리고 전광판에 휘황찬란한 로고가 떴다.
대문자 ‘T’와 위가 맞닿지 않은 삼각형이 교묘하게 합쳐지며, 화려한 반짝이 이펙트가 양옆과 상단에서 튀다가 작은 다이아몬드 마크로 눌러앉았다.
-검증된 당신의 투자.
-당신의 아이돌, 당신의 별
-TEST + STAR
–
“주주 여러분께서 선정해 주신 그룹명은… 테스타(TeSTAR)입니다!”
“…….”
이름이 바뀌었잖아.
내가 알기론, 원래 이 프로그램으로 데뷔할 남자 아이돌의 이름은 ‘STier’, 스티어였다.
보니까 홈페이지에 ‘Star + Tier’로 떡하니 설명까지 붙은 채로 후보에 떠 있어서 이번에도 그게 될 줄 알았는데.
멤버가 나를 포함해 꽤 변했기 때문인가, 다른 이름이 나왔다.
아무래도 지난번에 간발의 차로 이름이 정해졌던 모양이었다.
‘…스티어가 낫지 않았나?’
대놓고 스타가 이름에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그룹명을 가지게 될 줄은 몰랐다.
좀 얼떨떨했지만… 뭐, 그룹명이야 어지간히 이상하지 않으면 됐다.
“TeSTAR의 일곱 멤버들에게는 그룹 로고가 새겨진 트로피가 수여됩니다!”
그리고 영린이 올라와서 내게 트로피를 건넸다. 하늘로 치솟는 그래프를 형상화한 트로피는 단 하나였다.
‘이걸 시키려고 세워뒀었군.’
저걸 운반해서 애들한테 전해주면 끝인가 보다.
“축하합니다.”
“감사합니다.”
나는 영린과 가볍게 악수한 뒤, 트로피를 방석째로 건네받았다.
영린은 잔잔한 눈으로 미소 지은 채 나를 마주 보았다.
“앞으로 좋은 활동하길 바라요.”
“예. 감사합니다.”
나는 연거푸 감사를 중얼거렸다. 그리고 그대로 합격자들이 서 있는 곳을 향해 빠르게 걸어갔다.
분위기에 취했는지 합격자들은 이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상태였다.
“와!”
“트로피도 줘?!”
나는 미련 없이 제일 앞에 보이는 놈에게 트로피를 넘겼다.
그러자 이번에는 트로피를 둘러싸고 다 같이 어깨동무를 하며 호들갑을 떨기 시작했다.
‘어깨가 아파.’
차유진과 큰세진에게 번갈아 얻어맞은 등 주변이 아렸다.
어깨부터 발까지 안 저린 곳이 없는데, 아드레날린 덕에 뇌만 쌩쌩했다.
좀 떨어진 곳에서 MC의 목소리가 들렸다.
“TeSTAR 여러분의 데뷔를 축하합니다!”
무대 효과용 폭죽이 화려하게 터졌다. 나는 트로피와 합격자들 틈에 낀 채로 사람들의 환성을 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상태창 팝업이 떴다.
당신은 유명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데뷔에 성공했습니다!
!제한시간 : 충족 (대성공)
!상태이상 : ‘데뷔가 아니면 죽음을’ 제거!
: 진실 확인 ☜ Click!]
‘…진짜?’
상태창을 켰다.
상태 이상이 없어져 있었다.
“…….”
끝났다.
어쩐지 실감이 안 났다.
상태창의 목적을 모르겠으니, 어떻게든 억지를 써서 상태 이상이 연장될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예측에 시달려서 그런가.
‘이렇게 깔끔하게 사라질 줄이야.’
나는 멍하니 상태창을 껐다. 그러자 남은 팝업에 최하단 글이 눈에 들어왔다.
본래는 보상이 적혀 있어야 하는 위치.
‘…잠깐.’
이게 뭐지.
진실?
나는 반사적으로 그 문구를 클릭했다.
“문대야?”
순간, 시야가 어그러졌다.
그리고 암전.
* * *
비쩍 마른 고등학생이 낡은 스마트폰을 들고 매트리스 위에 누워 있었다.
몸을 움직일 때마다 매트리스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울렸다.
스마트폰의 깨진 액정에서는 위튜브 화면이 재생되고 있었다. 공용와이파이를 간신히 연결해 쓰는 탓에 화질은 좋지 않았다.
하지만 카메라를 잡은 이가 솜씨 좋게 찍은 덕에 화면의 가수가 발산하는 매력은 여전히 눈을 끌었다.
‘재밌었어.’
고등학생, 박문대는 다 돌아간 동영상 화면을 아쉽게 바라보았다.
지금 이 계정에 올라온 최신 직캠들은 방금 본 ‘2X0412 리로던 한강수축제’로 끝이었다.
이 계정, ‘Gun1234’는 가수, 아이돌들의 직캠을 주로 업로드하는 계정이었다.
특히 인지도가 낮은 사람들을 위주로 올렸는데, 그것마저도 멋있어 보이기도 했다.
‘알아봐 주는 것 같잖아.’
별 볼 일 없어 보이는 사람을 응원해 주는 것 같아서 어쩐지 기분이 좋았다.
‘자주 올려줬으면 좋겠다.’
돈이 들지 않으면서 행복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은 이제 많이 남지 않았다.
광고만 보면 시청할 수 있는 위튜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자꾸 끊기는 와이파이에서 저화질로 보는데도 가슴이 두근거리며 볼 수 있는 영상은 거의 없었다.
듣기로는 직캠의 광고 수익은 다 본 가수에게 돌아가기 때문에 수익이 거의 없다는데, 그래도 꾸준히 올려주는 것이 고마웠다.
고민하던 박문대는 스크롤을 내려서 댓글을 하나 작성했다.
-큰달 : GUN1234님, 언제나 직캠 즐겁게 보고 있습니다. 올려주셔서 감사해요.
이 계정은 지금까지 시청자에게 특별히 피드백을 준 적이 없다는 건 알았다.
하다못해 영린의 직캠이 대박이 났을 때도 댓글 하나 단 적 없었다.
하지만 보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박문대는 맞춤법을 틀리지 않았는지 확인하고 작성 버튼을 눌렀다.
-이분 매번 출석하시네ㅋㅋ
-찐팬인 듯
대댓글이 몇 개 달려서 약간 부끄러웠다.
답글을 달까 하다가, 갑작스럽게 내키지 않아서 그만뒀다.
‘달아도 할 말이 있는 것도 아니고…….’
자신에 대해 말하려고 하면 말문이 막혔다.
집, 아니, 집이라고 부르기 민망한 방 안이 적막했다.
일상이랄 게 없었다.
뭐든지 의욕적으로 해본 게 언제였는지 떠올려보면, 모든 게 정상이었던 때가 떠올랐다.
부모님이 계시던 때.
바로 어제였던 것 같은데, 사실 몇 년이나 지났다.
그리고 자신은 몇 년째 어딘가에 처박혀 있는 것 같았다. 아니면 사실 꿈을 꾸는 중이거나.
그래서 저 계정이 올려주는 영상에 집중하게 되는 걸지도 모르겠다고, 소년은 생각했다.
상황이 좋아질 기미가 없는 데도 열정적으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면 위안이라고 할까, 대리만족이 됐다.
‘…자자.’
내일은 아마도 월요일일 것이다.
박문대는 꿈적거리며 매트리스에서 그대로 눈을 감았다.
그리고 시간이 또 흘렀다. 흐르고 흐르는 주변과 달리 어쩐지 박문대 본인은 계속 변하지 않았다.
학교에서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 그만두면 되니까 그렇게 했다.
그만둬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
음, 그럼 사는 것도 그만둬도 그만 아닌가?
‘그러게.’
하지만 딱히 죽고 싶지도 않았다.
박문대는 아르바이트를 구했지만, 곧 일감이 끊겼다.
그리고 ‘gun1234’의 동영상 업로드도 끊겼다.
‘왜…?’
박문대는 고민하다가, 결국 계정 정보로 쪽지를 보냈다. 아르바이트를 새로 구하는 것에 실패한 날이었다.
당연히 답장은 오지 않았다.
‘…….’
그리고 얼마 뒤, 계정의 동영상이 모두 사라졌다.
텅 빈 페이지엔 짧은 글만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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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박문대는 모바일 게임을 하나 깔아보았다. 데스크톱이나 게임기를 살 돈은 없었다.
그러나 낡은 스마트폰은 모바일 게임을 제대로 돌리지 못하고, 끔찍한 발열 뒤에 고장이 났다.
“…….”
박문대는 어쩐지, 굉장히 지친 것처럼 느껴졌다.
아무것도 한 게 없으니 지칠 것도 없는데 말이다.
‘지친다.’
사는 게 지쳤다.
박문대는 고장 난 스마트폰을 해지했다. 그리고 낡은 단칸방도 계약을 연장하지 않았다.
오랜만에 제대로 된 밥을 한 끼 먹었다. 그러니 수중에 남은 돈이 딱 맞았다.
모텔 하나 잡고, 수면제를 사면 끝이라는 뜻이었다.
‘모텔에서는 죽는 사람이 많다고 하니까.’
날이 너무 추워서 차마 물에 빠지거나 산을 오를 수가 없었다. 중간에 포기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자신의 방에서 죽으면 한 달 이상 방치되어 썩을 것 같았다.
‘죄송합니다.’
박문대는 방을 잡으며, 퉁명스러운 주인아저씨에게 속으로 연거푸 사과했다.
그리고 방으로 들어간 뒤, 침대에 누워서 수면제를 삼켰다.
죽음처럼 잠이 찾아왔다.
“…….”
잠시 뒤.
“으으…….”
지저분한 모텔 침대 위에서 숨을 들이켜면서 눈을 뜬 것은…….
나였다.
* * *
“허억.”
나는 숨을 뱉었다.
“괘, 괜찮아?”
옆에서 누군가 등을 두드렸다. 고개를 돌리니 선아현의 걱정스러운 얼굴이 보였다.
“…잠깐, 지쳐서.”
나는 간신히 얼버무리고 몸을 폈다.
시간은 거의 흐르지 않은 것 같았다. 덕분에 나는 잠시 비틀거린 것처럼 보인 모양이다.
합격자들이 에워싸고 있는 탓에 다른 사람들은 아예 눈치채지도 못했는지, 분위기는 여전했다.
나는 식은땀을 훔쳤다. 머릿속이 난잡했다.
원래 박문대가 좋아하던 동영상 계정 주인, ‘gun1234’.
‘나잖아.’
내가 공시 생활 시작하면서 삭제한 계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