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 Mắt Hay Ra Đi Raw - C59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59화
참가자들이 가장 첫 번째로 한 무대는 새로운 테마송이었다.
시즌이 한도 끝도 없이 흥행하면서 구색 맞추기 용도로 급하게 두 번째 테마곡을 집어넣은 것이다.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데.’
박문대는 부디 자신이 미래에 이 곡을 들어본 탓이길 바랐다. 아니면 표절이라는 뜻이니까.
어쨌든 모르는 곡인데도 방청객들의 반응은 엄청났다. 실물로 살아 움직이는 참가자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던 것이다.
물론, 화면으로 시청 중인 시청자들의 반응은 또 달랐다.
-? 뭔 곡임
-걍 나 부르지 왜 띵곡 두고 이상한 걸 받아왔어
-얘들아 데뷔하자ㅠㅠ
-무슨 곡이든 선아현은 잘한다 이건 반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유진아 평생 센터해
-아 긴장돼서 심장 튀어나올 것 같아ㅠㅠ
-문대야 데뷔해서 더 행복해지자
응원하는 참가자를 부르짖는 댓글들이 순식간에 페이지를 넘기고, 넘기고, 거의 읽을 수 없을 만큼 빠르게 갱신했다.
“허어어.”
“땀 나.”
처음으로 몇천 명 앞에서 무대를 하고 내려온 참가자들은 숨을 몰아쉬면서도 즐거워했다.
‘뭘 한 건지도 모르겠다.’
막판에 급하게 익힌 탓에 틀리지 않는 것에 온 신경을 집중한 박문대가 눈썹을 꿈틀거렸다.
사람들이 많았던 것 같긴 한데, 무대하고 거리가 멀어서 거의 무슨 홀로그램 같았다. 실감이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참가자들이 정신을 차려서 긴장감이 몸에 깃들기도 전에, 시간을 맞추기 위해 의상을 갈아입으며 바쁘게 뛰어다니게 되었다.
그동안 무대 위에서는 MC가 등장해서 진행을 끌어가고 있었다.
“아, 정말 멋진 첫 무대였습니다!”
장장 3시간이 넘게 진행될 생방송이기에, 각 파트마다 다른 사람이 진행을 맡으며 최대한 피로를 줄이려 애썼다.
“준비된 무대가 아직 많이 남아 있습니다! 여러분, 채널을 고정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런저런 오디션 프로를 여러 번 진행해본 MC가 능숙하게 애드립을 쳐가며 VCR이 뜨기까지 시간을 끌었다.
“참가자들이 이번 결승전을 위해 준비한 팀전 무대, 과연 어떤 순서로 결정되었을까요?”
곧 참가자들이 미니게임을 통해 순서를 정하는 가벼운 분위기의 영상이 상영되었다.
‘저걸 자정에 찍어서 잠을 못 잤었지.’
무대 아래에서 소리를 주워들은 박문대는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하필 전원 닭싸움 같은 원초적인 수단을 선택해서 류청우가 완승했었다.
‘예정된 결과라고 해야 하나.’
놀라운 건 선아현이 선방했다는 점이다. 류청우 직전까지 남아 있어 준 덕분에, 박문대의 팀은 두 번째로 우선순위를 확보했다.
물론 마음 편히 빈칸이 남은 순서를 고르는 것은 아니었다. 제작진은 꼴등부터 순서를 넣고 그 순서를 밀어내도록 만들었다.
좀 잔인하다 싶은 서바이벌이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그 방식이었다.
물론 이미 고여 버린 참가자들은 능숙하게 그 덫을 피해갔다. 그들은 과장되게 반응하고 웃으면서 분위기를 유하게 조절해갔다.
[박찬주 : 어, 어어?!]
[이세진(큰) : 아이고~]
박문대는 큰세진이 실실 웃으면서 순서를 미는 소리가 마침 위에서 울리는 것을 들었다.
직전에 밀린 덕에 원하지 않던 순서에 있던 상대 팀 사람들이 의아한 소리를 내는 것도 들렸다.
“와, 무섭네.”
마침 박문대의 옆에서 의상에 마이크를 옮겨 달던 큰세진이 소리를 듣고 혀를 내둘렀다.
상승세이긴 해도 데뷔 확정 수준이 아니었으니, 팀전 무대를 앞두고 더 긴장했던 것이다.
큰세진은 드물게도 손을 떨고 있었다. 박문대는 혀를 찼다.
“김래빈이 청심환 가지고 있다던데.”
“됐습니다~ 먹어 본 적도 없고.”
박문대를 향해 손을 내저은 큰세진의 뒤로 의상을 다 갈아입은 다른 팀원들이 달려왔다.
“박팀 올라갑니다~”
스탭이 외치며 옆으로 뛰어갔다. 무대 위에 아래에 모두 스탭이 필요한 탓에 숫자가 부족하며 여기저기 빈틈이 생겼다.
“우리도 가는 거 맞지?”
참가자들이 알아서 따라가려던 순간, 선아현이 번쩍 손을 들었다.
“자, 잠깐만, 화, 화이팅하고… 가면 안 될까!”
“그럴까.”
박문대가 군말 없이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팀원들도 얼른 손을 그 위에 올렸다. 이세진도 마지못해 손을 얹었다.
“화이팅!”
방송 탈 일 없는 기합은 짧게 끝났다.
“명언 말하고 싶은데 시간이 없으니까 얼른 뛰자고~”
큰세진의 익살맞은 말에 헛웃음을 흘리며, 팀원들은 열심히 복도를 뛰었다.
그리고 같은 시간의 공연장.
최종 순서를 보여주지 않고 끝난 VCR 이후, MC가 마침내 다음으로 진행을 끌고 갔다.
“치열한 순서 공방전 끝에 결정된 첫 번째 공연 팀을 소개합니다…….”
VCR이 나오던 화면에 대신 참가자들의 프로필이 떴다.
[선아현(2), 김래빈(5), 박문대(6), 이세진B(7), 이세진A(11), 권희승(18)]
“팀 가 첫 번째로 무대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프로필이 사라지고, 1번에 붙은 자신들의 팀명을 보며 하이파이브를 하는 참가자들의 연출된 모습이 화면에 나왔다.
-???
-뭐야 너희 왜 벌써 나와
-얘들아? 얘들아?
-이놈들아 왜 오프닝을ㅠㅠ
일반 경연 프로그램을 떠올리고 당황하던 팬들은 곧 상황을 깨달았다.
-바보들아 무조건 먼저 송출되는 게 이득이야
무대가 끝나고 투표하는 게 아니라 이미 투표를 받고 있으니, 먼저 하는 게 무조건 유리했던 것이다.
물론, 잘할 자신만 있다면!
순식간에 시청자 반응이 변했다.
-맞네. 일찍 하는 게 답이네
-아ㅋㅋ 진작 알았지 니들은 몰랐냐?
-캬 머리 좋네
-애들이 똑똑해 난 애들만 믿고 가면 될 듯^^
-난 이미 믿고 있었다구!
게다가, 어쨌든 스타트를 끊겠다는 건 어지간히 배짱 있는 선택은 맞았다.
사람들은 기대에 차서 무대 준비 과정을 시청했다.
[팀원 일동 : 잘 먹겠습니다~]
PPL인 프렌차이즈 카페 안에 앉아서 음료수를 마시며 대화하는 참가자들의 모습이 우선 방송을 탔다.
-문대 딸기 쉐이크 먹어… 볼 쭈압쭈압 빨고 싶다 개 귀엽네
└신고했습니다. (사유 : 변태)
└너무해 잘못한 건 문대라구ㅠㅠ
└PPT 땄습니다 발표하세요
└미친 놈들ㅋㅋㅋㅋ
긴장감 없는 화면에 짧게 댓글의 긴장감도 풀어졌다.
참가자들은 영상에서 조곤조곤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박문대 : 우선 하고 싶은 컨셉 있습니까?]
[권희승 : 저저! 지금까지 안 해본 거 하고 싶어요!]
[이세진(큰) : 나도!]
[선아현 : 나도!]
[박문대 : 음… 그래.]
자막으로 이 지나갔다.
-ㅋㅋㅋㅋ
-애들 다 순해서 시청 편안
└이세진은?ㅋ 이세진은?ㅋ 이세진은?ㅋ 이세진은?ㅋ
└열사님 까지 말아라 최원길 보내버려 주셨다
└너나 원길이 까지 마세요 위선자 새끼ㅋㅋ
-애들은 순한데 시청자가 안 순해서 문제다
물론 화면에서 더욱 순해 보이는 건 이미 컨셉을 정한 뒤에 PPL용으로 다시 찍고 있기 때문이다.
[김래빈 : 저는 이라는 가제에 잘 어울리는 컨셉이면 좋겠습니다.]
[이세진(큰) : 와, 그것도 좋다!]
[이세진(배우님) : 그래서 어떤 컨셉이 어울릴 것 같은데?]
그 말을 끝으로 잠시 침묵이 흘렀다. 자막으로 이 나왔다.
침묵을 깬 것은 박문대였다.
[박문대 : ‘마지막’이라는 이미지 중에서도 ‘막판’… 쪽 느낌을 살리면 어떨까요.]
[이세진(큰) : 아, 딱 하나 남았다. 이런 느낌?]
[박문대 : 응, 근데 너무 무게 잡지 않는 선에서. 보는 사람이 너무 심각하지 않고 즐길 수 있으면 더 좋고요.]
그러자 선아현이 손을 들었다. 참고로 선아현의 말을 더듬는 증상은 몇 화 동안 제작진이 욕을 처먹은 끝에 마침내 자막에 구현되지 않았다.
[선아현 : 그러면… ‘■■’ 같은 건 어때?]
화면 여기저기 참가자들의 머리 위로 느낌표 표시가 떴다.
[김래빈 : 저는 하고 싶습니다…!]
[이세진(큰) : 오, 나도! 재밌을 것 같아.]
[권희승 : 너무 좋은데요?]
고개를 끄덕이는 이세진까지 방송에 나왔다.
[박문대 : 그럼 저희의 테마는… ‘■■’으로 결정하겠습니다.]
와아! 감탄사와 함께 박수치는 참가자들의 웃는 얼굴로 화면이 전환되었다.
그리고 테마 키워드가 다시 언급되는 일은 없었다.
연습하는 참가자들과 녹음하며 칭찬받는 모습이 영상에 몇 컷 나왔을 뿐이다.
[이글러(작곡가) : 목소리가 굉장히 좋네요!]
[선아현 : 감사합니다…….]
선아현은 귀가 빨개져서 고개를 꾸벅꾸벅 숙이며 자리로 들어갔고, 이어서 나온 박문대가 부른 자신의 파트는 한 번에 오케이가 났다.
작곡가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피식피식 웃더니, 박문대에게 요청했다.
[이글러(작곡가) : 혹시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불러볼 수 있겠어요?]
[박문대: 예. 해보겠습니다.]
물론 처음부터 다시 부르는 것을 보여주진 않았고, 작곡가들과의 인터뷰 컷이 삽입되었다.
[이글러(작곡가) : 다 마음에 들어요. 이 팀은 진짜 잘해요. 곡 편곡도 ‘오~ 너무 좋은데?’ 이런 느낌?]
[이글러(작곡가) : 수정해 줄 것도 거의 없어요. 그냥 이대로 하면 (잘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다른 팀원들의 훈훈한 녹음 장면도 몇 컷 교차 되었다.
결승이라 억지로 이상한 컷을 넣지 않은 덕분에 편집에 악의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나 녹음하는 부분의 가사를 별 특징 없는 부분만 귀신같이 뽑아낸 탓에 주제를 짐작할 수 없었다.
덕분에 시청자들은 ‘삐–’ 처리된 단어가 궁금해서 뒹굴고 있었다.
-뭐임
-뭐야 나도 알려줘
-녀석들에게 보여준 걸 나에게도 보여줘라…!
-에공 궁금해라 무대 봐야겠네요ㅠㅠ
-대체 무슨 신박한 의견을 내셨길래 다 편집했냐
-무대 준비 분량 저거 감추려고 자른 것 같아 열 받네
-이래놓고 별거 아니면 웃길 듯ㅋㅋ
시청자들이 떠드는 사이, 어느새 별 갈등 없이 메인 댄서까지 정한 팀이 끝없이 안무를 연습하던 것이 빨리 감기로 보이더니, 쓱 VCR이 끝났다.
라는 문구와 함께.
-?
-끝인가
-이대로 그냥 무대?
-무대 나온다
맹숭하게 끝난 화면에 시청자들이 약간 당황했을 때, 공연장으로 돌아간 시청 화면에 무대 뒤 스크린이 잡혔다.
까만 스크린은 지지직거리더니, 푸르고 빨간 글리치가 튀며 하얀 글씨가 나타났다.
[Challenger]
: 도전자.
: 경기, 싸움 또는 스포츠 경기에서 전 우승자를 이기려고 하는 사람.
잠시 뒤, 화면이 날카로운 기계음과 함께 픽 꺼졌다.
그리고 곡의 테마 멜로디가 공연장을 채우기 시작했다.
8비트로 변형되어서.
삐- 삐삐- 삐- 띠링!
노골적인 전자음은 한 멜로디로 시작해서 점점 화음을 쌓으며 발전해갔다.
마치 고전 게임이 현대 콘솔 게임으로 시리즈가 발전해가는 것처럼, 멜로디는 삽시간에 입체적으로 변해 갔다.
그리고 그 테마 멜로디가 한 바퀴 도는 순간, 무대 뒤 스크린이 열렸다.
슈우우욱-
검은 무대 안에서 파랗고 붉은 레이저와 함께 참가자들이 걸어 나왔다.
그들이 자리를 잡고 서자, 8비트 멜로디는 변주되며 작은 반주로 사라졌다.
“…….”
방청객들도 반사적으로 환호를 멈추고 입을 다물었다.
무대 위 인영들은 천천히 대형을 잡았다.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59화
참가자들이 가장 첫 번째로 한 무대는 새로운 테마송이었다.
시즌이 한도 끝도 없이 흥행하면서 구색 맞추기 용도로 급하게 두 번째 테마곡을 집어넣은 것이다.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데.’
박문대는 부디 자신이 미래에 이 곡을 들어본 탓이길 바랐다. 아니면 표절이라는 뜻이니까.
어쨌든 모르는 곡인데도 방청객들의 반응은 엄청났다. 실물로 살아 움직이는 참가자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던 것이다.
물론, 화면으로 시청 중인 시청자들의 반응은 또 달랐다.
-? 뭔 곡임
-걍 나 부르지 왜 띵곡 두고 이상한 걸 받아왔어
-얘들아 데뷔하자ㅠㅠ
-무슨 곡이든 선아현은 잘한다 이건 반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유진아 평생 센터해
-아 긴장돼서 심장 튀어나올 것 같아ㅠㅠ
-문대야 데뷔해서 더 행복해지자
응원하는 참가자를 부르짖는 댓글들이 순식간에 페이지를 넘기고, 넘기고, 거의 읽을 수 없을 만큼 빠르게 갱신했다.
“허어어.”
“땀 나.”
처음으로 몇천 명 앞에서 무대를 하고 내려온 참가자들은 숨을 몰아쉬면서도 즐거워했다.
‘뭘 한 건지도 모르겠다.’
막판에 급하게 익힌 탓에 틀리지 않는 것에 온 신경을 집중한 박문대가 눈썹을 꿈틀거렸다.
사람들이 많았던 것 같긴 한데, 무대하고 거리가 멀어서 거의 무슨 홀로그램 같았다. 실감이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참가자들이 정신을 차려서 긴장감이 몸에 깃들기도 전에, 시간을 맞추기 위해 의상을 갈아입으며 바쁘게 뛰어다니게 되었다.
그동안 무대 위에서는 MC가 등장해서 진행을 끌어가고 있었다.
“아, 정말 멋진 첫 무대였습니다!”
장장 3시간이 넘게 진행될 생방송이기에, 각 파트마다 다른 사람이 진행을 맡으며 최대한 피로를 줄이려 애썼다.
“준비된 무대가 아직 많이 남아 있습니다! 여러분, 채널을 고정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런저런 오디션 프로를 여러 번 진행해본 MC가 능숙하게 애드립을 쳐가며 VCR이 뜨기까지 시간을 끌었다.
“참가자들이 이번 결승전을 위해 준비한 팀전 무대, 과연 어떤 순서로 결정되었을까요?”
곧 참가자들이 미니게임을 통해 순서를 정하는 가벼운 분위기의 영상이 상영되었다.
‘저걸 자정에 찍어서 잠을 못 잤었지.’
무대 아래에서 소리를 주워들은 박문대는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하필 전원 닭싸움 같은 원초적인 수단을 선택해서 류청우가 완승했었다.
‘예정된 결과라고 해야 하나.’
놀라운 건 선아현이 선방했다는 점이다. 류청우 직전까지 남아 있어 준 덕분에, 박문대의 팀은 두 번째로 우선순위를 확보했다.
물론 마음 편히 빈칸이 남은 순서를 고르는 것은 아니었다. 제작진은 꼴등부터 순서를 넣고 그 순서를 밀어내도록 만들었다.
좀 잔인하다 싶은 서바이벌이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그 방식이었다.
물론 이미 고여 버린 참가자들은 능숙하게 그 덫을 피해갔다. 그들은 과장되게 반응하고 웃으면서 분위기를 유하게 조절해갔다.
박문대는 큰세진이 실실 웃으면서 순서를 미는 소리가 마침 위에서 울리는 것을 들었다.
직전에 밀린 덕에 원하지 않던 순서에 있던 상대 팀 사람들이 의아한 소리를 내는 것도 들렸다.
“와, 무섭네.”
마침 박문대의 옆에서 의상에 마이크를 옮겨 달던 큰세진이 소리를 듣고 혀를 내둘렀다.
상승세이긴 해도 데뷔 확정 수준이 아니었으니, 팀전 무대를 앞두고 더 긴장했던 것이다.
큰세진은 드물게도 손을 떨고 있었다. 박문대는 혀를 찼다.
“김래빈이 청심환 가지고 있다던데.”
“됐습니다~ 먹어 본 적도 없고.”
박문대를 향해 손을 내저은 큰세진의 뒤로 의상을 다 갈아입은 다른 팀원들이 달려왔다.
“박팀 올라갑니다~”
스탭이 외치며 옆으로 뛰어갔다. 무대 위에 아래에 모두 스탭이 필요한 탓에 숫자가 부족하며 여기저기 빈틈이 생겼다.
“우리도 가는 거 맞지?”
참가자들이 알아서 따라가려던 순간, 선아현이 번쩍 손을 들었다.
“자, 잠깐만, 화, 화이팅하고… 가면 안 될까!”
“그럴까.”
박문대가 군말 없이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팀원들도 얼른 손을 그 위에 올렸다. 이세진도 마지못해 손을 얹었다.
“화이팅!”
방송 탈 일 없는 기합은 짧게 끝났다.
“명언 말하고 싶은데 시간이 없으니까 얼른 뛰자고~”
큰세진의 익살맞은 말에 헛웃음을 흘리며, 팀원들은 열심히 복도를 뛰었다.
그리고 같은 시간의 공연장.
최종 순서를 보여주지 않고 끝난 VCR 이후, MC가 마침내 다음으로 진행을 끌고 갔다.
“치열한 순서 공방전 끝에 결정된 첫 번째 공연 팀을 소개합니다…….”
VCR이 나오던 화면에 대신 참가자들의 프로필이 떴다.
“팀 가 첫 번째로 무대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프로필이 사라지고, 1번에 붙은 자신들의 팀명을 보며 하이파이브를 하는 참가자들의 연출된 모습이 화면에 나왔다.
-???
-뭐야 너희 왜 벌써 나와
-얘들아? 얘들아?
-이놈들아 왜 오프닝을ㅠㅠ
일반 경연 프로그램을 떠올리고 당황하던 팬들은 곧 상황을 깨달았다.
-바보들아 무조건 먼저 송출되는 게 이득이야
무대가 끝나고 투표하는 게 아니라 이미 투표를 받고 있으니, 먼저 하는 게 무조건 유리했던 것이다.
물론, 잘할 자신만 있다면!
순식간에 시청자 반응이 변했다.
-맞네. 일찍 하는 게 답이네
-아ㅋㅋ 진작 알았지 니들은 몰랐냐?
-캬 머리 좋네
-애들이 똑똑해 난 애들만 믿고 가면 될 듯^^
-난 이미 믿고 있었다구!
게다가, 어쨌든 스타트를 끊겠다는 건 어지간히 배짱 있는 선택은 맞았다.
사람들은 기대에 차서 무대 준비 과정을 시청했다.
PPL인 프렌차이즈 카페 안에 앉아서 음료수를 마시며 대화하는 참가자들의 모습이 우선 방송을 탔다.
-문대 딸기 쉐이크 먹어… 볼 쭈압쭈압 빨고 싶다 개 귀엽네
└신고했습니다. (사유 : 변태)
└너무해 잘못한 건 문대라구ㅠㅠ
└PPT 땄습니다 발표하세요
└미친 놈들ㅋㅋㅋㅋ
긴장감 없는 화면에 짧게 댓글의 긴장감도 풀어졌다.
참가자들은 영상에서 조곤조곤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자막으로 이 지나갔다.
-ㅋㅋㅋㅋ
-애들 다 순해서 시청 편안
└이세진은?ㅋ 이세진은?ㅋ 이세진은?ㅋ 이세진은?ㅋ
└열사님 까지 말아라 최원길 보내버려 주셨다
└너나 원길이 까지 마세요 위선자 새끼ㅋㅋ
-애들은 순한데 시청자가 안 순해서 문제다
물론 화면에서 더욱 순해 보이는 건 이미 컨셉을 정한 뒤에 PPL용으로 다시 찍고 있기 때문이다.
그 말을 끝으로 잠시 침묵이 흘렀다. 자막으로 이 나왔다.
침묵을 깬 것은 박문대였다.
그러자 선아현이 손을 들었다. 참고로 선아현의 말을 더듬는 증상은 몇 화 동안 제작진이 욕을 처먹은 끝에 마침내 자막에 구현되지 않았다.
화면 여기저기 참가자들의 머리 위로 느낌표 표시가 떴다.
고개를 끄덕이는 이세진까지 방송에 나왔다.
와아! 감탄사와 함께 박수치는 참가자들의 웃는 얼굴로 화면이 전환되었다.
그리고 테마 키워드가 다시 언급되는 일은 없었다.
연습하는 참가자들과 녹음하며 칭찬받는 모습이 영상에 몇 컷 나왔을 뿐이다.
선아현은 귀가 빨개져서 고개를 꾸벅꾸벅 숙이며 자리로 들어갔고, 이어서 나온 박문대가 부른 자신의 파트는 한 번에 오케이가 났다.
작곡가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피식피식 웃더니, 박문대에게 요청했다.
물론 처음부터 다시 부르는 것을 보여주진 않았고, 작곡가들과의 인터뷰 컷이 삽입되었다.
그리고 다른 팀원들의 훈훈한 녹음 장면도 몇 컷 교차 되었다.
결승이라 억지로 이상한 컷을 넣지 않은 덕분에 편집에 악의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나 녹음하는 부분의 가사를 별 특징 없는 부분만 귀신같이 뽑아낸 탓에 주제를 짐작할 수 없었다.
덕분에 시청자들은 ‘삐–’ 처리된 단어가 궁금해서 뒹굴고 있었다.
-뭐임
-뭐야 나도 알려줘
-녀석들에게 보여준 걸 나에게도 보여줘라…!
-에공 궁금해라 무대 봐야겠네요ㅠㅠ
-대체 무슨 신박한 의견을 내셨길래 다 편집했냐
-무대 준비 분량 저거 감추려고 자른 것 같아 열 받네
-이래놓고 별거 아니면 웃길 듯ㅋㅋ
시청자들이 떠드는 사이, 어느새 별 갈등 없이 메인 댄서까지 정한 팀이 끝없이 안무를 연습하던 것이 빨리 감기로 보이더니, 쓱 VCR이 끝났다.
라는 문구와 함께.
-?
-끝인가
-이대로 그냥 무대?
-무대 나온다
맹숭하게 끝난 화면에 시청자들이 약간 당황했을 때, 공연장으로 돌아간 시청 화면에 무대 뒤 스크린이 잡혔다.
까만 스크린은 지지직거리더니, 푸르고 빨간 글리치가 튀며 하얀 글씨가 나타났다.
: 도전자.
: 경기, 싸움 또는 스포츠 경기에서 전 우승자를 이기려고 하는 사람.
잠시 뒤, 화면이 날카로운 기계음과 함께 픽 꺼졌다.
그리고 곡의 테마 멜로디가 공연장을 채우기 시작했다.
8비트로 변형되어서.
삐- 삐삐- 삐- 띠링!
노골적인 전자음은 한 멜로디로 시작해서 점점 화음을 쌓으며 발전해갔다.
마치 고전 게임이 현대 콘솔 게임으로 시리즈가 발전해가는 것처럼, 멜로디는 삽시간에 입체적으로 변해 갔다.
그리고 그 테마 멜로디가 한 바퀴 도는 순간, 무대 뒤 스크린이 열렸다.
슈우우욱-
검은 무대 안에서 파랗고 붉은 레이저와 함께 참가자들이 걸어 나왔다.
그들이 자리를 잡고 서자, 8비트 멜로디는 변주되며 작은 반주로 사라졌다.
“…….”
방청객들도 반사적으로 환호를 멈추고 입을 다물었다.
무대 위 인영들은 천천히 대형을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