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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 Mắt Hay Ra Đi Raw - C583

A- A+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583화
클레오파트라 게임이란 무엇인가.
‘안녕 클레오파트라 세상에서 제일 가는 포테이토칩’이라는 무맥락 문장을 점점 더 높은 소리로 외치며 경쟁하는 대결이다.
그렇다. 높은음이 아니라 높은 소리.
음계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자면 가까운 음계를 찾아 반주를 맞출 수 있으며 리듬감이 있기에 음악성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
“알았다, 네가 맞다. 래빈아.”
……그렇다고 한다.
같이 게임 하는 사람 중에 절대음감이 있다면 이 게임도 음악적이 될 수 있나 보다.
하물며 참여하는 놈들이 다 음악 업계 종사자라면 더더욱.
“어허, 형님. 지금 소리가 반음도 안 높았던 것 같은데요?”
“무슨 소리야! 아까 네가 류청우 다음으로 냈던 돼지 멱 따는 소리도 통과됐잖아!”
“그래도 저는 고음 내는 돼지였는데요? 형은 고음을 못 내는 클레오파트라라니까요? 아 망했다니까요?”
“……그래? 피아노 갖고 와! 다시 할 테니까!”
“Ohhhhh!”
그래서 지금 우리가 이 꼴이 됐나 보지…….
나는 아득바득 서로를 공격하는 동명이인과 손뼉을 치며 환호하는 차유진, 전자 피아노를 거실로 부리나케 옮기는 김래빈과 선아현을 보았다.
흡사 영화에서 도박 중 개작두 가져오는 것 같다.
하하. 개판이군.
“피, 피아노 왔어…!”
“오오오!”
그리고 여기서부터 아예 김래빈 주도하에 건반 음에 맞춰서 클레오파트라를 외치는 과몰입 대잔치가 벌어진다.
‘이런 걸 찍어다가 올려야 하는데.’
이쯤 되면 개꿀잼 컨텐츠다.
저 열과 성을 다하는 얼굴들과 덩달아 엄숙해진 김래빈의 면상 좀 봐라.
“예. 제 판정을 물어보신다면… 성공입니다!”
“오오오우우!”
“거봐!”
배세진이 거의 큰세진 목을 조르는 줄 알았다.
그렇게 누구는 실패하고 누구는 성공하며 희로애락이 판을 친다.
“차유진 실패!”
“Nooooooo!”
참고로 여긴 호텔 스위트룸.
투어 중엔 항상 일주일에 한 번 한 방에 모여 합숙을 하기로 했는데, 오늘이 바로 그날이었다.
‘방음이 잘 되는 외딴곳을 달라고 해서 다행이지….’
테스타 층간소음 논란으로 인터넷에 뜰 뻔했다. 아니, 애초에 방음이 안 되면 이 짓을 여기까지 못 하고 시무룩하게 눈치껏 덜 몰입했겠지.
‘그런 의미에서라면 뭐… 즐기고 있다니 됐다.’
물론 어느 쪽이든 이 게임의 결과는 똑같겠다만.
“다음은 문대! 여기서 성공하면 문대문대가 최종 우승인데…… 과연 1위는 클레오파트라 게임도 우승할 것인가. 그 결과는…….”
나는 입을 열었다.
그리고 감흥 없이 그 말도 안 되는 문구를 쭉 읊었다.
3옥타브 미(E5)에 해당하는 음으로.
“…!”
그렇게 마지막 단어 ‘칩’으로 문구를 끝내는 순간.
“…서, 성공!”
“오오오오!”
“문대 형 축하해요!”
열화와 같은 성원이 쏟아졌다.
그렇다. 결말은 이거다.
모로 가도 결국 나만 남는 것 말이다.
‘후.’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설마 메인 보컬 두고 게임하면서 이런 일이 있을 줄 몰랐다면…….
“응? 여기서 문대가 이길 줄 몰랐던 사람?”
“…….”
“근데 문대가 어디까지 소리 낼 수 있는지 궁금한 사람?”
번쩍!
여기저기서 주먹과 손이 올라온다.
눈이 초롱초롱하다. 정말 부담스럽다.
“문대 형 소리 남았어요, 저 알아요!”
“맞아. 더 고음도 낼 수 있을걸? 문대문대를 걸고 내가 맹세한다!”
하는 건 난데 왜 네가 거는 건데.
“으응…! 나도!”
대체 왜 받아주는 건데.
물론 못 내는 건… 아니다만.
‘에라 모르겠다.’
나는 머리를 휘젓고, 카펫에 양반다리로 앉았다.
“도전.”
“오오오!”
류청우가 스마트폰으로 나와 건반 앞 김래빈은 찍는 가운데.
나는 기어코 돌고래가 낼 것 같은 심각한 고음을 내면서 녀석의 휴대용 건반 거의 끝까지 갔다.
“이야아아!”
“이건 진짜 러뷰어들이 다 봐야 해 이거!! 기인열전이 따로 없네!”
“대, 대단해!! 소리가 여기까지….”
행복하다니 됐다.
나는 고개를 저으며 피식 웃었다.
“우승 상품은.”
“응? 그런 게 어딨어.”
“…….”
광대 알바 일당이라도 줘라.
나는 모든 것을 체념한 채로 류청우가 영상을 간단히 편집하는 것이나 구경했다.
“김래빈 실패한 것도 넣어요!”
“그럼 차유진 실패 장면도 넣어주십시오!”
이젠 저 둘이 싸우는군.
어쨌든 우리는 룸서비스로 시킨 스테이크를 씹어먹으면서 기어코 그룹 SNS 계정에 해당 동영상을 올렸다.
-대대체 뭐임
-아직도 이러고 노냐고ㅋㅋㅋㅋㅋ
-테스타 정말 인생 재밌게 사는구나…
-얘들아 너희 설마 호텔에서도 룸 하나만 잡은 거야?ㅋㅋㅋㅋㅋㅋ 아니 누가 보면 진짜 친형제인줄 알겠네..
-투어인데 목 관리 안 하는 것 좀 봐ㅋ어휴ㅋ
└일할 시간에 연예인 욕하는 글 쓰는 너보단 관리 잘하는 듯 앗 혹시 백수면 죄송합니다
└쟤 방금 2000원 비싸짐
음, 언제나 한결같은 다이나믹 KPOP 돌판이다. 다만…….
나는 즐겁게 좋아하는 사람들의 반응을 눈에 잠깐 담다가, 불어나는 공유와 좋아요 숫자를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역시 늘었어.’
최근에 테스타 계정의 팔로워 숫자가 눈에 띄게 많이 늘었다. 활동기보다도 변동 폭이 가팔랐다.
공유와 좋아요 수치도 마찬가지다.
‘테스타 투어가 좀 유명해졌다더니.’
팬들 사이에서 도는 소박한 소문 정도가 아니라, 진짜 묵직한 실체가 있었던 것이다.
이건 일회성 어그로로 반짝 인지도가 오르는 게 아니었다. 정말로 입지를 다지고 알맹이 있게 인정 받고 있는 것이다.
나는 턱을 문질렀다.
‘……앵콜 콘서트 이후에, 영미권 추가 투어를 잡아야 하나.’
관객석 규모를 키워서 말이다.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스타디움급으로.
그 후에 유럽이나 미국 쪽 유명 프로그램에 인증 용도로 나오면, 엉덩이 무거운 높으신 분들에게도 일종의 신호가 될 것이다.
테스타가 문화 훈장을 타도 괜찮은 급이라는.
‘사대주의에 가까워서 썩 마음에 드는 건 아니다만.’
그래도 이용하기엔 충분히 가치가 있었다.
“흠.”
나는 웃으며 목 뒤를 문질렀다.
몰랐다.
투어가 이 가져온 뜬금없는 위기를 잘 해소하는 걸 넘어서, 이렇게 기대 이상의 성과로 돌아올 줄이야.
어쩌면… 나는 몇 년 동안 느리게 익히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예측 불가의 사태가 벌어진다는 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걸 말이다.
‘그렇다고 방심하진 말자고.’
나는 시원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른 녀석들도 업로드가 끝나자 각자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느슨하게 따로따로 놀고 있었다.
물론 서로에게 관심을 가지기도 한다.
류청우가 아직도 건반을 만지던 김래빈에게 말을 거는 것처럼 말이다.
“뭐해, 래빈아?”
“아, 문대 형께서 성공하신 음을 바탕으로 음역을 추정하는 중이었습니다.”
흠.
본래 나는 3옥타브 솔까지 소리를 낼 수 있었는데, 지금 김래빈이 누르는 것을 보니…….
“여기.”
3옥타브 라.
온음이 하나 늘었다.
“와, 이렇게까지 늘어난 거야?”
“그렇습니다!”
참고로, 저음으로도 온음 하나 하고도 반음 하나가 더 내려갔다.
나는 김래빈이 온갖 기대와 설렘으로 나를 보며 눈을 빛내는 것을 보았다.
“그렇구나. 문대가 참 대단하네.”
“그렇습니다!”
“…….”
부담스럽다.
“음역이 변하셨습니다! 아니, 넓어지셨습니다! 더 풍성하며 묘사력 좋은 소리가 흉성, 두성 가릴 것 없이 충실하게 저음부터 고음까지…….”
“알았다. 고마워.”
“그렇습니다! 들어보십시오! 형이 방금 구사하신 음을 오선지에 표기하자면….”
“…….”
‘그렇습니다’만 세 번 들었다.
나는 김래빈이 즐거워하도록 그냥 두기로 했다.
‘작곡에 도움이 된다면 좋겠지….’
나는 투어가 무사히 진행되고 있다는 것에 만족했다.
솔직히, 서울 콘서트에서 노래를 불렀을 때부터 예상하기도 했고 말이다.
어딘가 노래의 질이 변했다는 것을 말이다.
본래 실력의 성장이란 계단식이다.
상태창의 도움으로 스탯을 ‘찍는’ 형식으로 실력을 올려서 이렇게 직접적으로 체감해 보는 게 드물었을 뿐.
나는 가만히 추측했다.
‘기점은…….’
솔로 무대.
을 부르던 순간, 그 오롯이 노래에만 집중했던 기묘한 감각과 몰입이 내 성장에 직접 영향을 준 게 분명했다.
이건 주변인에게 인증을 받은 사실이기도 하다.
-형 솔ㄹㅗ무대 진짜 미쳤어요 진짜로
-ㄹㅗ -> 로 오타에요ㅠㅠㅠ
콘서트가 끝나자마자 확인한 문자였다.
큰달, 류건우에게서 온 것 말이다.
‘기운 차려서 다행이었지.’
녀석은 자신이 피해를 끼쳤다며 대단히 미안해하고 진중하게 여러 번 사과하긴 했다.
하지만 더는 좌절하거나 겁을 먹진 않은 것 같았다.
그리고 조금 더 솔직해졌다.
다음 휴가 때에는 같이 등산하자는 말에 이렇게 답장이 왔으니까.
-고마워요 형….
괜찮은 징조였다.
이후로도 큰달과는 꾸준히 연락 중이다. 별 시시콜콜한 이야기도 다 떠들고 있고, 가끔 투어 중에 발생한 문제를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리고 녀석의 생활에 대해서도.
-그게… 수습만 끝나면 퇴직할까 고민 중이에요.
녀석은 자신이 무단결근하는 동안 업무에 끼친 문제만 제대로 정리한 뒤에, 이 일을 그만둘까 고민 중이라고 했다.
말리진 않았다.
본인이 지망했던 일이 아니라, 시스템이 억지로 상태이상을 주는 바람에 꾸역꾸역 공부해서 얻은 직업이라는 걸 아니까.
‘돈도 많은데 굳이 민원과 꼰대에 시달릴 필요 있나.’
주식에 투자한 걸 다 환금하면 굳이 취직 안 해도 평생 놀고먹을 수 있을 거다.
그게 아니더라도 하고 싶은 일을 찾기까지 생계 걱정 없이 원하는 만큼 시간을 쓸 수 있을 테니, 부담은 없다.
그래도 ‘퇴직해도 별문제는 없겠지만, 심정적으로 시험 붙은 게 너무 아깝지 않은지는 한번 고민해 봐라.’ 정도로 신중하게 답장하긴 했다.
나는 내가 보냈던 문자를 다시 한번 확인한 후, 웃으며 스마트폰을 닫았다.
특별히 신경 쓸 일 없는, 기분 괜찮은 하루라고 생각하면서.
다만 그날 저녁.
캠핑하듯이 거실에 누운 녀석들 사이로 큰세진이 슬그머니 다가오더니 속삭였다.
“문대문대, 그거 알아?”
뭐.
“우리 예능 찍어주셨던 두 분 있잖아. 그 당근 코인이랑 조난 사태 찍어주신 PD님이랑… 작가님.”
모를 리가 있냐.
“아는데 왜.”
그리고 전혀 예상치 못한 발언이 떨어졌다.
“두 분 동업하신대.”
“…!?”
그 PD의 예능 군단과 작가 류서린이 최근 한솥밥을 먹으며 프로그램을 같이 만들 각을 보고 있다는 것이다.
‘이놈, PD랑 꾸준히 연락한다더니.’
큰세진은 본인이 번호 딴 관계자들에게는 명절마다 선물 보내고 기사 체크해서 축하할 일 있으면 꼬박꼬박 연락한다.
그러다 보니 연락 중에 자연스럽게 PD에게 이런 소식도 문자로 받은 모양이다.
“이거 무조건 우리한테 연락 올 느낌이지? 어휴, 두 분이 또 얼마나 우리 멤버들 놀러 먹으실지 벌써 걱정이다, 걱정~”
“…….”
큰세진은 당연히 PD와 작가 둘 모두와 인맥이 있으며 그들의 커리어에 한 몫 단단히 챙겨준 테스타이니, 이번에도 같이 일하자고 컨택이 올 거라 확신하는 것 같다.
하긴, 애초에 그래서 이 녀석에게 PD가 이 소식을 슬쩍 내비쳤겠지.
문제는 말이다.
“너 그건 아냐.”
“문대문대 뭔데.”
“세진 형 드라마 촬영한대.”
“…!?”
잠깐 멍한 표정이 되었던 큰세진은 곧 얼굴을 한 손으로 가렸다.
“아, 아아아아….”
배세진의 다음 시즌 촬영이 코앞이었다.
투어 사이사이로 어렵게 잡은 그 스케줄 기간만 두 달.
-절대 투어에 지장 없게 할게.
-아무도 의심 안 해요 형.
당장 콘서트랑 병행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살인적인 스케줄일 텐데, 저 기 빨리는 PD와 작가 조합이 만드는 불지옥 예능을 병행?
‘비행기 타다 볼일 다 보겠군.’
쓰러지지나 않으면 다행일 것이다.
하지만 저 예능을 거절했다가는 반년쯤 다음 차례를 기다려야 할 것이고, 그럼 한창 물살 타는 중인 글로벌 기세와의 시너지는 끝이다.
“…….”
“……어쩌냐?”
아무래도 큰달에게 떠들 이야기가 하나 더 생긴 것 같다.
하지만 며칠 후.
-에이 하나도 안 어려운데요?
기어코 노트북 속 화상 회의로 만난 PD는 전혀 거릴 게 없다는 듯 유쾌하게 외쳤다.
그렇다. 차마 미국까지 비행기를 타고 오기엔 일정이 안 되는 PD와 작가는 테스타와 함께 화상 통화 중이었다.
그리고 PD는 자신이 생각한 해결책을 망설임 없이 말했다.
-배세진 씨 드라마 촬영장 주변에서 저희도 촬영하면 되죠~ 그럼 시간 절약은 확실하잖아요?
“…….”
나는 고개를 돌렸다.
“형, 혹시 촬영지가?”
배세진이 떨떠름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강원도 설산인데.”
“…!!”
설산.
이 겨울에… 설산.
‘안 된다.’
나는 황급히 입을 열었다.
“강원도 산이면 이미 멤버들끼리 가본 적도 여러 번이라….”
-오! 어떤 건데요?
…익숙한 장소라 우리 리액션에 신선함이 부족할 거라고 말할 참이었는데 말이다.
어쨌든 적당히 설명해 줬다.
‘김래빈 슬럼프 이야기는 할 거 없고.’
작사, 작곡을 위해 다 같이 합숙하면서 다른 복잡한 스케줄 없이 집중해 보았다고 말이다.
“별의별곡 계정도 그때 나왔습니다.”
-이야~ 열정이 대단하시네요.
예능 PD가 감탄하는 소리에 김래빈도 상기된 얼굴로 고개를 마구 끄덕였다.
그리고 류서린이 입꼬리를 올렸다.
-그거 하면 되겠네.
“…….”
“예?”
-테스타가 앨범 만들 때까지 합숙하는 거, 하자구요.
“예?”
그딴 게… 예능?
‘개노잼일 것 같은데.’
자극이랄 게 없지 않냐.
나는 이 사람이 감이 다 떨어졌나 싶은 눈빛을 감추며 쳐다보았으나, 류청우는 이미 차분하게 난감하다는 듯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아… 저희가 이미 다음 앨범 곡을 다 만들어서요.”
개소리 말라는 뜻이다.
아니, 애초에 다음 앨범 만드는 걸 무슨 예능으로 만드냐. 개노잼이거나 유잼 챙기느라 앨범 퀄리티가 망하거나 둘 중 하나다.
-그게 아니라… 하, 내가 예시를 잘못 들었네.
화면 속 류서린이 펜으로 자신의 입가를 툭툭 친다.
-CM송.
“……?”
-프로그램 PPL끼리 경매 붙여서, 돈 제일 많이 내겠다는 회사 제품들 CM송을 테스타가 만드는 거죠.
“…….”
옆 화면에서 PD가 기립박수를 친다.
-오오오! 재밌겠는데요? 솔깃한데?
미친놈들아.
그런데 끝이 아니었다.
-근데 완성 전까지 거기서 못 나가요.
“예?”
-광고주가 만족할 때까지 하산 불가라고.
“…….”
-재밌겠죠?
지옥이 도래했다.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583화

클레오파트라 게임이란 무엇인가.

‘안녕 클레오파트라 세상에서 제일 가는 포테이토칩’이라는 무맥락 문장을 점점 더 높은 소리로 외치며 경쟁하는 대결이다.

그렇다. 높은음이 아니라 높은 소리.

음계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자면 가까운 음계를 찾아 반주를 맞출 수 있으며 리듬감이 있기에 음악성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

“알았다, 네가 맞다. 래빈아.”

……그렇다고 한다.

같이 게임 하는 사람 중에 절대음감이 있다면 이 게임도 음악적이 될 수 있나 보다.

하물며 참여하는 놈들이 다 음악 업계 종사자라면 더더욱.

“어허, 형님. 지금 소리가 반음도 안 높았던 것 같은데요?”

“무슨 소리야! 아까 네가 류청우 다음으로 냈던 돼지 멱 따는 소리도 통과됐잖아!”

“그래도 저는 고음 내는 돼지였는데요? 형은 고음을 못 내는 클레오파트라라니까요? 아 망했다니까요?”

“……그래? 피아노 갖고 와! 다시 할 테니까!”

“Ohhhhh!”

그래서 지금 우리가 이 꼴이 됐나 보지…….

나는 아득바득 서로를 공격하는 동명이인과 손뼉을 치며 환호하는 차유진, 전자 피아노를 거실로 부리나케 옮기는 김래빈과 선아현을 보았다.

흡사 영화에서 도박 중 개작두 가져오는 것 같다.

하하. 개판이군.

“피, 피아노 왔어…!”

“오오오!”

그리고 여기서부터 아예 김래빈 주도하에 건반 음에 맞춰서 클레오파트라를 외치는 과몰입 대잔치가 벌어진다.

‘이런 걸 찍어다가 올려야 하는데.’

이쯤 되면 개꿀잼 컨텐츠다.

저 열과 성을 다하는 얼굴들과 덩달아 엄숙해진 김래빈의 면상 좀 봐라.

“예. 제 판정을 물어보신다면… 성공입니다!”

“오오오우우!”

“거봐!”

배세진이 거의 큰세진 목을 조르는 줄 알았다.

그렇게 누구는 실패하고 누구는 성공하며 희로애락이 판을 친다.

“차유진 실패!”

“Nooooooo!”

참고로 여긴 호텔 스위트룸.

투어 중엔 항상 일주일에 한 번 한 방에 모여 합숙을 하기로 했는데, 오늘이 바로 그날이었다.

‘방음이 잘 되는 외딴곳을 달라고 해서 다행이지….’

테스타 층간소음 논란으로 인터넷에 뜰 뻔했다. 아니, 애초에 방음이 안 되면 이 짓을 여기까지 못 하고 시무룩하게 눈치껏 덜 몰입했겠지.

‘그런 의미에서라면 뭐… 즐기고 있다니 됐다.’

물론 어느 쪽이든 이 게임의 결과는 똑같겠다만.

“다음은 문대! 여기서 성공하면 문대문대가 최종 우승인데…… 과연 1위는 클레오파트라 게임도 우승할 것인가. 그 결과는…….”

나는 입을 열었다.

그리고 감흥 없이 그 말도 안 되는 문구를 쭉 읊었다.

3옥타브 미(E5)에 해당하는 음으로.

“…!”

그렇게 마지막 단어 ‘칩’으로 문구를 끝내는 순간.

“…서, 성공!”

“오오오오!”

“문대 형 축하해요!”

열화와 같은 성원이 쏟아졌다.

그렇다. 결말은 이거다.

모로 가도 결국 나만 남는 것 말이다.

‘후.’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설마 메인 보컬 두고 게임하면서 이런 일이 있을 줄 몰랐다면…….

“응? 여기서 문대가 이길 줄 몰랐던 사람?”

“…….”

“근데 문대가 어디까지 소리 낼 수 있는지 궁금한 사람?”

번쩍!

여기저기서 주먹과 손이 올라온다.

눈이 초롱초롱하다. 정말 부담스럽다.

“문대 형 소리 남았어요, 저 알아요!”

“맞아. 더 고음도 낼 수 있을걸? 문대문대를 걸고 내가 맹세한다!”

하는 건 난데 왜 네가 거는 건데.

“으응…! 나도!”

대체 왜 받아주는 건데.

물론 못 내는 건… 아니다만.

‘에라 모르겠다.’

나는 머리를 휘젓고, 카펫에 양반다리로 앉았다.

“도전.”

“오오오!”

류청우가 스마트폰으로 나와 건반 앞 김래빈은 찍는 가운데.

나는 기어코 돌고래가 낼 것 같은 심각한 고음을 내면서 녀석의 휴대용 건반 거의 끝까지 갔다.

“이야아아!”

“이건 진짜 러뷰어들이 다 봐야 해 이거!! 기인열전이 따로 없네!”

“대, 대단해!! 소리가 여기까지….”

행복하다니 됐다.

나는 고개를 저으며 피식 웃었다.

“우승 상품은.”

“응? 그런 게 어딨어.”

“…….”

광대 알바 일당이라도 줘라.

나는 모든 것을 체념한 채로 류청우가 영상을 간단히 편집하는 것이나 구경했다.

“김래빈 실패한 것도 넣어요!”

“그럼 차유진 실패 장면도 넣어주십시오!”

이젠 저 둘이 싸우는군.

어쨌든 우리는 룸서비스로 시킨 스테이크를 씹어먹으면서 기어코 그룹 SNS 계정에 해당 동영상을 올렸다.

-대대체 뭐임

-아직도 이러고 노냐고ㅋㅋㅋㅋㅋ

-테스타 정말 인생 재밌게 사는구나…

-얘들아 너희 설마 호텔에서도 룸 하나만 잡은 거야?ㅋㅋㅋㅋㅋㅋ 아니 누가 보면 진짜 친형제인줄 알겠네..

-투어인데 목 관리 안 하는 것 좀 봐ㅋ어휴ㅋ

└일할 시간에 연예인 욕하는 글 쓰는 너보단 관리 잘하는 듯 앗 혹시 백수면 죄송합니다

└쟤 방금 2000원 비싸짐

음, 언제나 한결같은 다이나믹 KPOP 돌판이다. 다만…….

나는 즐겁게 좋아하는 사람들의 반응을 눈에 잠깐 담다가, 불어나는 공유와 좋아요 숫자를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역시 늘었어.’

최근에 테스타 계정의 팔로워 숫자가 눈에 띄게 많이 늘었다. 활동기보다도 변동 폭이 가팔랐다.

공유와 좋아요 수치도 마찬가지다.

‘테스타 투어가 좀 유명해졌다더니.’

팬들 사이에서 도는 소박한 소문 정도가 아니라, 진짜 묵직한 실체가 있었던 것이다.

이건 일회성 어그로로 반짝 인지도가 오르는 게 아니었다. 정말로 입지를 다지고 알맹이 있게 인정 받고 있는 것이다.

나는 턱을 문질렀다.

‘……앵콜 콘서트 이후에, 영미권 추가 투어를 잡아야 하나.’

관객석 규모를 키워서 말이다.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스타디움급으로.

그 후에 유럽이나 미국 쪽 유명 프로그램에 인증 용도로 나오면, 엉덩이 무거운 높으신 분들에게도 일종의 신호가 될 것이다.

테스타가 문화 훈장을 타도 괜찮은 급이라는.

‘사대주의에 가까워서 썩 마음에 드는 건 아니다만.’

그래도 이용하기엔 충분히 가치가 있었다.

“흠.”

나는 웃으며 목 뒤를 문질렀다.

몰랐다.

투어가 이 가져온 뜬금없는 위기를 잘 해소하는 걸 넘어서, 이렇게 기대 이상의 성과로 돌아올 줄이야.

어쩌면… 나는 몇 년 동안 느리게 익히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예측 불가의 사태가 벌어진다는 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걸 말이다.

‘그렇다고 방심하진 말자고.’

나는 시원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른 녀석들도 업로드가 끝나자 각자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느슨하게 따로따로 놀고 있었다.

물론 서로에게 관심을 가지기도 한다.

류청우가 아직도 건반을 만지던 김래빈에게 말을 거는 것처럼 말이다.

“뭐해, 래빈아?”

“아, 문대 형께서 성공하신 음을 바탕으로 음역을 추정하는 중이었습니다.”

흠.

본래 나는 3옥타브 솔까지 소리를 낼 수 있었는데, 지금 김래빈이 누르는 것을 보니…….

“여기.”

3옥타브 라.

온음이 하나 늘었다.

“와, 이렇게까지 늘어난 거야?”

“그렇습니다!”

참고로, 저음으로도 온음 하나 하고도 반음 하나가 더 내려갔다.

나는 김래빈이 온갖 기대와 설렘으로 나를 보며 눈을 빛내는 것을 보았다.

“그렇구나. 문대가 참 대단하네.”

“그렇습니다!”

“…….”

부담스럽다.

“음역이 변하셨습니다! 아니, 넓어지셨습니다! 더 풍성하며 묘사력 좋은 소리가 흉성, 두성 가릴 것 없이 충실하게 저음부터 고음까지…….”

“알았다. 고마워.”

“그렇습니다! 들어보십시오! 형이 방금 구사하신 음을 오선지에 표기하자면….”

“…….”

‘그렇습니다’만 세 번 들었다.

나는 김래빈이 즐거워하도록 그냥 두기로 했다.

‘작곡에 도움이 된다면 좋겠지….’

나는 투어가 무사히 진행되고 있다는 것에 만족했다.

솔직히, 서울 콘서트에서 노래를 불렀을 때부터 예상하기도 했고 말이다.

어딘가 노래의 질이 변했다는 것을 말이다.

본래 실력의 성장이란 계단식이다.

상태창의 도움으로 스탯을 ‘찍는’ 형식으로 실력을 올려서 이렇게 직접적으로 체감해 보는 게 드물었을 뿐.

나는 가만히 추측했다.

‘기점은…….’

솔로 무대.

을 부르던 순간, 그 오롯이 노래에만 집중했던 기묘한 감각과 몰입이 내 성장에 직접 영향을 준 게 분명했다.

이건 주변인에게 인증을 받은 사실이기도 하다.

-형 솔ㄹㅗ무대 진짜 미쳤어요 진짜로

-ㄹㅗ -> 로 오타에요ㅠㅠㅠ

콘서트가 끝나자마자 확인한 문자였다.

큰달, 류건우에게서 온 것 말이다.

‘기운 차려서 다행이었지.’

녀석은 자신이 피해를 끼쳤다며 대단히 미안해하고 진중하게 여러 번 사과하긴 했다.

하지만 더는 좌절하거나 겁을 먹진 않은 것 같았다.

그리고 조금 더 솔직해졌다.

다음 휴가 때에는 같이 등산하자는 말에 이렇게 답장이 왔으니까.

-고마워요 형….

괜찮은 징조였다.

이후로도 큰달과는 꾸준히 연락 중이다. 별 시시콜콜한 이야기도 다 떠들고 있고, 가끔 투어 중에 발생한 문제를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리고 녀석의 생활에 대해서도.

-그게… 수습만 끝나면 퇴직할까 고민 중이에요.

녀석은 자신이 무단결근하는 동안 업무에 끼친 문제만 제대로 정리한 뒤에, 이 일을 그만둘까 고민 중이라고 했다.

말리진 않았다.

본인이 지망했던 일이 아니라, 시스템이 억지로 상태이상을 주는 바람에 꾸역꾸역 공부해서 얻은 직업이라는 걸 아니까.

‘돈도 많은데 굳이 민원과 꼰대에 시달릴 필요 있나.’

주식에 투자한 걸 다 환금하면 굳이 취직 안 해도 평생 놀고먹을 수 있을 거다.

그게 아니더라도 하고 싶은 일을 찾기까지 생계 걱정 없이 원하는 만큼 시간을 쓸 수 있을 테니, 부담은 없다.

그래도 ‘퇴직해도 별문제는 없겠지만, 심정적으로 시험 붙은 게 너무 아깝지 않은지는 한번 고민해 봐라.’ 정도로 신중하게 답장하긴 했다.

나는 내가 보냈던 문자를 다시 한번 확인한 후, 웃으며 스마트폰을 닫았다.

특별히 신경 쓸 일 없는, 기분 괜찮은 하루라고 생각하면서.

다만 그날 저녁.

캠핑하듯이 거실에 누운 녀석들 사이로 큰세진이 슬그머니 다가오더니 속삭였다.

“문대문대, 그거 알아?”

뭐.

“우리 예능 찍어주셨던 두 분 있잖아. 그 당근 코인이랑 조난 사태 찍어주신 PD님이랑… 작가님.”

모를 리가 있냐.

“아는데 왜.”

그리고 전혀 예상치 못한 발언이 떨어졌다.

“두 분 동업하신대.”

“…!?”

그 PD의 예능 군단과 작가 류서린이 최근 한솥밥을 먹으며 프로그램을 같이 만들 각을 보고 있다는 것이다.

‘이놈, PD랑 꾸준히 연락한다더니.’

큰세진은 본인이 번호 딴 관계자들에게는 명절마다 선물 보내고 기사 체크해서 축하할 일 있으면 꼬박꼬박 연락한다.

그러다 보니 연락 중에 자연스럽게 PD에게 이런 소식도 문자로 받은 모양이다.

“이거 무조건 우리한테 연락 올 느낌이지? 어휴, 두 분이 또 얼마나 우리 멤버들 놀러 먹으실지 벌써 걱정이다, 걱정~”

“…….”

큰세진은 당연히 PD와 작가 둘 모두와 인맥이 있으며 그들의 커리어에 한 몫 단단히 챙겨준 테스타이니, 이번에도 같이 일하자고 컨택이 올 거라 확신하는 것 같다.

하긴, 애초에 그래서 이 녀석에게 PD가 이 소식을 슬쩍 내비쳤겠지.

문제는 말이다.

“너 그건 아냐.”

“문대문대 뭔데.”

“세진 형 드라마 촬영한대.”

“…!?”

잠깐 멍한 표정이 되었던 큰세진은 곧 얼굴을 한 손으로 가렸다.

“아, 아아아아….”

배세진의 다음 시즌 촬영이 코앞이었다.

투어 사이사이로 어렵게 잡은 그 스케줄 기간만 두 달.

-절대 투어에 지장 없게 할게.

-아무도 의심 안 해요 형.

당장 콘서트랑 병행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살인적인 스케줄일 텐데, 저 기 빨리는 PD와 작가 조합이 만드는 불지옥 예능을 병행?

‘비행기 타다 볼일 다 보겠군.’

쓰러지지나 않으면 다행일 것이다.

하지만 저 예능을 거절했다가는 반년쯤 다음 차례를 기다려야 할 것이고, 그럼 한창 물살 타는 중인 글로벌 기세와의 시너지는 끝이다.

“…….”

“……어쩌냐?”

아무래도 큰달에게 떠들 이야기가 하나 더 생긴 것 같다.

하지만 며칠 후.

-에이 하나도 안 어려운데요?

기어코 노트북 속 화상 회의로 만난 PD는 전혀 거릴 게 없다는 듯 유쾌하게 외쳤다.

그렇다. 차마 미국까지 비행기를 타고 오기엔 일정이 안 되는 PD와 작가는 테스타와 함께 화상 통화 중이었다.

그리고 PD는 자신이 생각한 해결책을 망설임 없이 말했다.

-배세진 씨 드라마 촬영장 주변에서 저희도 촬영하면 되죠~ 그럼 시간 절약은 확실하잖아요?

“…….”

나는 고개를 돌렸다.

“형, 혹시 촬영지가?”

배세진이 떨떠름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강원도 설산인데.”

“…!!”

설산.

이 겨울에… 설산.

‘안 된다.’

나는 황급히 입을 열었다.

“강원도 산이면 이미 멤버들끼리 가본 적도 여러 번이라….”

-오! 어떤 건데요?

…익숙한 장소라 우리 리액션에 신선함이 부족할 거라고 말할 참이었는데 말이다.

어쨌든 적당히 설명해 줬다.

‘김래빈 슬럼프 이야기는 할 거 없고.’

작사, 작곡을 위해 다 같이 합숙하면서 다른 복잡한 스케줄 없이 집중해 보았다고 말이다.

“별의별곡 계정도 그때 나왔습니다.”

-이야~ 열정이 대단하시네요.

예능 PD가 감탄하는 소리에 김래빈도 상기된 얼굴로 고개를 마구 끄덕였다.

그리고 류서린이 입꼬리를 올렸다.

-그거 하면 되겠네.

“…….”

“예?”

-테스타가 앨범 만들 때까지 합숙하는 거, 하자구요.

“예?”

그딴 게… 예능?

‘개노잼일 것 같은데.’

자극이랄 게 없지 않냐.

나는 이 사람이 감이 다 떨어졌나 싶은 눈빛을 감추며 쳐다보았으나, 류청우는 이미 차분하게 난감하다는 듯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아… 저희가 이미 다음 앨범 곡을 다 만들어서요.”

개소리 말라는 뜻이다.

아니, 애초에 다음 앨범 만드는 걸 무슨 예능으로 만드냐. 개노잼이거나 유잼 챙기느라 앨범 퀄리티가 망하거나 둘 중 하나다.

-그게 아니라… 하, 내가 예시를 잘못 들었네.

화면 속 류서린이 펜으로 자신의 입가를 툭툭 친다.

-CM송.

“……?”

-프로그램 PPL끼리 경매 붙여서, 돈 제일 많이 내겠다는 회사 제품들 CM송을 테스타가 만드는 거죠.

“…….”

옆 화면에서 PD가 기립박수를 친다.

-오오오! 재밌겠는데요? 솔깃한데?

미친놈들아.

그런데 끝이 아니었다.

-근데 완성 전까지 거기서 못 나가요.

“예?”

-광고주가 만족할 때까지 하산 불가라고.

“…….”

-재밌겠죠?

지옥이 도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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