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 Mắt Hay Ra Đi Raw - C58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58화
인터넷에서는 박문대의 루머가 빠르게 정정되고 있었다.
당사자가 직접 나서서 해명해 준 덕분에, 쓸데없이 꼬투리를 잡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다만 ‘욕해도 정당한 박문대’에게 화풀이를 할 수 없게 된 악플러들의 끈질긴 비아냥만 남았을 뿐이다.
-인상이 바뀌었다니 다른 건 몰라도 성형한 건 빼박인 듯 우욱 피해망상 찐따가 성형하고 자기가 뭐라도 된 것처럼 컨셉충 짓ㅋㅋ 환상 개박살남ㅎㅎ
-방송에서 개쎈 척 마이웨이인 척하더니 그냥 찐따였잖아 그거나 생리대도둑이나 다 기만질 아님?
-응 박문대 자퇴충인 거 안 변했어 고졸도 못한 성인 안 빨아요?
어차피 결승도 코앞이겠다,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이미지에 흠집을 내기 위해 달려드는 사람들을 보며 팬들은 분을 삭였다.
-인류애 박살이다…
-문대는 잘못하는 게 하나도 없는데 왜 정신병자들이 계속 붙지?
-무조건 데뷔해야 된다 이건… 문대 데뷔 못 하면 억울해서 내가 못 살 듯.
-PDF 다 따고 있음 문대 소속사만 생기길 기다리는 중
골드 1, 하일준의 글이 올라온 것은 그 타이밍이었다.
하일준은 탈락하자마자 바로 SNS를 개설해서 프로그램 참가 소감문과 연습일지 등을 올리고 있었다.
========================
[곧 결승이네요! 저도 본방사수!]
+) 악토버31 형님 동생들 응원합니다. 특히 #문대! 등급 평가 때 일주일 하루도 안 자고 연습해서 저희 사이에서 전설이었음? 화이팅!
#아주사 #본방사수 #하일준 #트레블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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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일준이야 마침 문대가 두들겨 맞다 회복하는 것을 보고 안쓰러움 반, 화제성 목적 반으로 언급한 것이었으나, 내용이 문제였다.
아무도 박문대가 등급 평가 때 밤을 새운 걸 몰랐던 것이다.
마침 한창 인터넷에서 박문대 언급량이 폭주했었기 때문에, 이 SNS 게시글은 훌륭한 어그로감이 되었다.
-진정한 잠죽자;;;
-미쳤나 봐 무슨 일주일을…
-과장이겠지
-ㅇㅇ 제대로 안 자고 열심히 했다~ 그런 내용 아님?
-연습생 사이에서 전설이었다잖아ㅋㅋ 굳이 저 정도로 과장할 필요가 있나?
결국 SNS에 달린 여러 질문 글에 하일준이 답변을 달았다.
-항상 응원하고 있어요 하일준 님! 혹시 언급하신 박문대 참가자 내용 말인데요, 정말 일주일간 안 잤나요?
└하일준 : 네! 저희 같은 방이었어요. 문대 맨날 밤에 잠깐 들어와서 간식만 먹고 나갔어요~ 잠자기 시작한 건 등급 평가 직전쯤? 컨디션 관리한다고ㅋㅋ
그리고 박문대의 팬들은 충격의 도가니탕에 빠졌다.
-우리 애 너무 진심인데?
-야 어떻게 해… 나 문대 천재라 그냥 실력 막 느는 줄 알았다고ㅠㅠ 근데 잠도 안 자고 했던 거야? 왜 방송에서 한 번도 안 나왔냐고…
-문대 분량 있으면 매번 ‘재미 삼아 나왔는데 왜 잘하냐’ 같은 캐릭터만 줬잖아ㅋㅋㅋ 하…
-생각해보면 열정이 없는 사람이 그렇게 매번 아이디어 내고 매번 성장해서 나올 수가 없다
-이 악물고 했을 텐데 아ㅠㅠ 이제라도 알아서 진짜 다행이다 일준아 고맙다ㅠㅠ
충격이 가신 뒤에는 어떻게든 박문대를 데뷔시켜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커뮤니티마다 불탔다. 많은 팬들이 영업글을 올리고 주식 홍보에 더 열을 올렸다.
그리고 몇몇 팬들은 자체적으로 변호사를 통해 악플러에 대한 제삼자 고발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더는 못 참겠다.
-일단 고발한다고 올려서 분위기라도 잡죠!
원래 아무리 빨리 진행해도 결승 전에 성과가 나올 리가 없으니 소속사가 생기면 시작하려 했으나, 불타오른 몇몇 팬들은 더는 박문대에 대한 개소리를 참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악플러에게 경고라도 하려는 목적으로 시작한 이 일은 의외의 것을 발견했다.
-이거 뭐야?
악플러를 특정하던 도중, 그들의 단체 메신저방을 찾아낸 것이다.
그리고 그 중 몇몇이 박문대의 집에 무단침입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들은 별다른 성과 없이 경찰에 연행되어 갔으나 곧 훈방조치되었고, 그 과정에서 딱 하나 챙길 수 있었던 것이 있었다.
바로 박문대의 주민등록초본이었다.
물론 박문대는 진작에 그 초본을 잘라서 분리수거용 박스에 넣어두었다.
쓰레기통을 뒤져서라도 조각난 그 초본을 챙길 또라이들이 집에 침입할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그들은 그 초본을 바탕으로 문대의 자퇴 사실과 출신 학교를 파내서 인터넷에 올렸다.
문대가 고아라는 사실은 ‘동정을 살 여지가 있기에’ 밝히지 않았으나, 이들의 메신저방에는 이것을 비꼰 수많은 모욕이 난무했다.
-이 미친 것들이 진짜…
-사람이 어떻게 이러고 살지?
고발을 진행하던 팬들은 분노하면서도 당연히 이 사실을 공표하지 않고 조용히 일만 진행하려 했다.
그러나 다수가 함께 이런 일을 처리하면 언제나 그렇듯이, 유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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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 박문대 고아임 (1373)]
: 박문대 원룸에 사생이 침입해서 주민등록초본 발견했다고 함. 부모님 두 분 다 사망 상태. 형제 없음. [단체메신저방 캡처 사진] [테이프 붙인 초본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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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글 내리라고 비판하는 사람이 많았으나, 조회수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얼마 안 가서 기사까지 나오기 시작했다.
[ 박문대 참가자, 가족 잃은 슬픔 딛고 도전한 오디션.]
이것 역시 어마어마한 비판에 직면하며 몇 시간 뒤 기사를 내리긴 했지만, 이미 알려진 내용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러나 이것은 의외의 순작용을 불러오게 됐다.
당장 박문대를 욕하면 쓰레기가 되는 것이다.
게다가 감성에 약한 사람들에게 오디션 참가자의 비극적인 과거는 당연한 셀링포인트가 되었다.
-어린 것이 부모님 여의고 이렇게 도전하는 게 어디 쉬웠겠습니까 박문대군 힘내고 우승하길 바랍니다
-방송에서 어찌 그리 의연해 보일 수 있는지 참으로 감동적이다 하늘에 계신 부모님께서도 자랑스러워하실 것이다
-박문대 참가자 힘내세요~ㅠㅠ 노래 넘 잘하세요 화이팅!
물론 모든 정보가 그렇듯이, 이 분위기가 잠잠해지면 박문대가 고아라는 것이 조롱의 도구로 활용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었다.
덕분에 박문대는 어마어마한 옹호와 동정 여론 속에서 결승전을 맞게 되었다. 본인이 원하던 ‘절실한 이미지와 서사’를 얼결에 챙긴 덕이었다.
* * *
이게 다 무슨 일이냐.
오랜만에 들여다본 인터넷에서는 별 미친 상황이 연달아 일어나 있었다.
‘다 까발려졌네.’
그 무단침입한 4명이 제정신이 아닌 것 같긴 했지만, 쓰레기통을 뒤져서 찢어진 종이를 맞추기까지 했을 줄은 몰랐다.
그리고 그게 유출돼서 고아인 게 전 국민에게 알려질 줄이야.
대체 왜 일이 이렇게 됐는지 궁금했는데 차라리 속 시원한 감은 있었다.
‘뭐… 가족 없는 거야 남들이 알아도 상관없고.’
오디션 프로그램 캐스팅 당한 시점에서 이미 말한 건데, 오히려 제작진이 언급도 안 한 탓에 너무 늦게 알려졌다.
문제는 이게 밝혀진 타이밍이 맞물리며 기세가 심상치 않다는 점이다.
‘데뷔하겠는데…?’
아니, 데뷔의 문제가 아니라… 1등 할 수도 있겠는데?
“…….”
이거… 좋지 않다. 데뷔는 좋은데, 1등은 아니다.
‘거기 지뢰가 있다고.’
나는 식은땀이 날 것 같은 기분으로 우선 컴퓨터에서 떨어졌다.
무대 가사 수정 핑계로 빌려서 슬쩍 서치했던 건데, 이렇게 많은 걸 알게 될 줄은 몰랐다.
“형, 괜찮으세요?”
옆에서 같이 서치를 하던 김래빈이 상황을 파악하고 물었다. 고아인 게 밝혀진 건 괜찮냐는 뜻이겠지.
“어. 이미 인터뷰 때 말했는데 안 나갔던 거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김래빈은 한결 안심한 표정이 되더니, 갑자기 아이디어가 생각난 건지 눈을 번뜩였다.
“형, 그럼 이 기세를 몰아서 기억상실도 밝히시는 건 어떨까요?”
“뭐?”
이놈도 일 정리된 날 아침에 상황을 들어서 기억상실은 얼추 알고 있었다. 근데 별개로 무슨 뜬금없는 소리란 말인가.
“현재 여론에서 그걸 밝히면 형에 대한 악성 댓글이 원천봉쇄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분명히 표도 늘어날…….”
“안 돼.”
“예?”
여기서 표를 더 받아서 1등 하면 부상으로 지뢰밭을 받는다고.
그렇게 말할 수는 없으니 나는 그냥 적당히 핑계를 댔다.
“증거 없어. 분위기만 이상해질걸.”
“아, 진단서를 올리시면…….”
“그런 거 없다.”
“…기억이 사라졌는데 병원을 안 가셨…?”
“몸도 멀쩡한데 그럴 돈 없어.”
쿠궁. 돌 맞은 표정이 된 김래빈이 조용히 중얼거렸다.
“예…….”
알았으면 됐다.
나와 김래빈은 그대로 컴퓨터가 있는 방에서 나왔다. 곧바로 카메라가 따라붙었다.
“단어는 잘 찾았고?”
“어. 그 뜻이 맞더라.”
수정 사항이 없다는 말에 연습실에서 작게 박수가 터져 나왔다. 어차피 몰래 인터넷 들여다볼 용도로 간 걸 뻔히 알면서도, 방송을 의식한 행동이었다.
“자, 내일이 결승인데… 리더님, 한 말씀 해주시죠?”
“오오!”
“돌아가면서 하자.”
나는 황급히 말을 끊었다. 그러자 낄낄 웃은 팀원들이 헛기침을 하다가 제각기 감상을 말하기 시작했다.
즐거워 보이는군.
거의 탈락이 확정인 골드 2도 의외로 포기한 눈치는 아니었다. 아마 데뷔 인원수가 아직도 공표되지 않은 점이 희망을 준 것 같다.
팀에서 죽상인 건 한 명뿐이었다.
‘이세진.’
아역배우 출신 그 이세진 말이다.
연습은 아득바득 어떻게 따라오던데, 리액션도 이런 방송용 분량도 영 시원치 않았다.
그래도 이번 팀전 연습에서 별다르게 반발하진 않았다. 그냥 사교성이 더럽게 없고, 이걸 하고 싶어 보이지 않는다는 거지.
‘기왕이면 이놈 말고 다른 사람이 됐으면 좋겠는데.’
내가 데뷔할 것 같으니 이제 같이 데뷔할 놈들을 재고 앉아 있군. 나는 한숨을 쉬고 생각을 버렸다.
‘나나 신경 쓰자.’
“자! 마지막으로 박문대 리더 형님~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아쉬움 남지 않게, 준비한 건 다 보여줍시다.”
“오~”
적당히 상투적인 발언에도 마지막이랍시고 반응을 잘해준다. 나는 어깨를 으쓱거리고 연습실 바닥에 앉았다.
의외로 긴장감이 쭉 올라왔다.
‘내일이면 끝난다.’
상태 이상을 삭제할 수 있는 거의 확정된 기회.
“자, 연습 다시 하자!”
결승전이 코앞이었다.
* * *
의 마지막 촬영이 진행되는 곳은 한 유명 대학교의 공연장이었다.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만큼, 흥을 돋우기 위해 방청객을 3,000명 가까이 수용한 그 홀은 벌써부터 끈적거리는 열기로 가득 차 있었다.
수천 명의 사람들은 각자 응원하는 참가자의 푯말이나 슬로건 등을 들고 서서 방송 시작을 기다리고 있었다.
MC와 심사위원들이 속속들이 입장해서 자리를 잡았다. 관객석에서 방청객들이 보내는 환호에 몇몇 심사위원들이 답례로 가벼운 인사를 되돌렸다.
그리고 방송 시간 정각.
딜레이되지 않고 방송이 시작되었다.
“ 지난 12화의 긴 여정을 함께해 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불 꺼진 거대한 공연장 안, 영린의 목소리가 사방에 울렸다.
“이제 남은 것은 그룹 결성을 위한 단 한 번의 의사결정! 주주 여러분, 마음을 정하셨나요?”
여기저기서 비명 같은 ‘예!’ 소리가 울렸다. 혹은 괴로운 것 같은 ‘아니오’가 섞여 있기도 했다.
“그렇다면 참가자들을 소개하겠습니다. …당신의 주식이 있나요?”
꺄아아악!!!
아악!!!
넘치는 환호, 비명과 함께 무대에 불이 들어왔다.
사방으로 솟구치는 조명 속에서, 참가자들이 무대 장치를 타고 무대 위로 올라왔다.
“지금 투자해 주세요!”
13화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58화
인터넷에서는 박문대의 루머가 빠르게 정정되고 있었다.
당사자가 직접 나서서 해명해 준 덕분에, 쓸데없이 꼬투리를 잡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다만 ‘욕해도 정당한 박문대’에게 화풀이를 할 수 없게 된 악플러들의 끈질긴 비아냥만 남았을 뿐이다.
-인상이 바뀌었다니 다른 건 몰라도 성형한 건 빼박인 듯 우욱 피해망상 찐따가 성형하고 자기가 뭐라도 된 것처럼 컨셉충 짓ㅋㅋ 환상 개박살남ㅎㅎ
-방송에서 개쎈 척 마이웨이인 척하더니 그냥 찐따였잖아 그거나 생리대도둑이나 다 기만질 아님?
-응 박문대 자퇴충인 거 안 변했어 고졸도 못한 성인 안 빨아요?
어차피 결승도 코앞이겠다,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이미지에 흠집을 내기 위해 달려드는 사람들을 보며 팬들은 분을 삭였다.
-인류애 박살이다…
-문대는 잘못하는 게 하나도 없는데 왜 정신병자들이 계속 붙지?
-무조건 데뷔해야 된다 이건… 문대 데뷔 못 하면 억울해서 내가 못 살 듯.
-PDF 다 따고 있음 문대 소속사만 생기길 기다리는 중
골드 1, 하일준의 글이 올라온 것은 그 타이밍이었다.
하일준은 탈락하자마자 바로 SNS를 개설해서 프로그램 참가 소감문과 연습일지 등을 올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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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토버31 형님 동생들 응원합니다. 특히 #문대! 등급 평가 때 일주일 하루도 안 자고 연습해서 저희 사이에서 전설이었음? 화이팅!
#아주사 #본방사수 #하일준 #트레블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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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일준이야 마침 문대가 두들겨 맞다 회복하는 것을 보고 안쓰러움 반, 화제성 목적 반으로 언급한 것이었으나, 내용이 문제였다.
아무도 박문대가 등급 평가 때 밤을 새운 걸 몰랐던 것이다.
마침 한창 인터넷에서 박문대 언급량이 폭주했었기 때문에, 이 SNS 게시글은 훌륭한 어그로감이 되었다.
-진정한 잠죽자;;;
-미쳤나 봐 무슨 일주일을…
-과장이겠지
-ㅇㅇ 제대로 안 자고 열심히 했다~ 그런 내용 아님?
-연습생 사이에서 전설이었다잖아ㅋㅋ 굳이 저 정도로 과장할 필요가 있나?
결국 SNS에 달린 여러 질문 글에 하일준이 답변을 달았다.
-항상 응원하고 있어요 하일준 님! 혹시 언급하신 박문대 참가자 내용 말인데요, 정말 일주일간 안 잤나요?
└하일준 : 네! 저희 같은 방이었어요. 문대 맨날 밤에 잠깐 들어와서 간식만 먹고 나갔어요~ 잠자기 시작한 건 등급 평가 직전쯤? 컨디션 관리한다고ㅋㅋ
그리고 박문대의 팬들은 충격의 도가니탕에 빠졌다.
-우리 애 너무 진심인데?
-야 어떻게 해… 나 문대 천재라 그냥 실력 막 느는 줄 알았다고ㅠㅠ 근데 잠도 안 자고 했던 거야? 왜 방송에서 한 번도 안 나왔냐고…
-문대 분량 있으면 매번 ‘재미 삼아 나왔는데 왜 잘하냐’ 같은 캐릭터만 줬잖아ㅋㅋㅋ 하…
-생각해보면 열정이 없는 사람이 그렇게 매번 아이디어 내고 매번 성장해서 나올 수가 없다
-이 악물고 했을 텐데 아ㅠㅠ 이제라도 알아서 진짜 다행이다 일준아 고맙다ㅠㅠ
충격이 가신 뒤에는 어떻게든 박문대를 데뷔시켜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커뮤니티마다 불탔다. 많은 팬들이 영업글을 올리고 주식 홍보에 더 열을 올렸다.
그리고 몇몇 팬들은 자체적으로 변호사를 통해 악플러에 대한 제삼자 고발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더는 못 참겠다.
-일단 고발한다고 올려서 분위기라도 잡죠!
원래 아무리 빨리 진행해도 결승 전에 성과가 나올 리가 없으니 소속사가 생기면 시작하려 했으나, 불타오른 몇몇 팬들은 더는 박문대에 대한 개소리를 참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악플러에게 경고라도 하려는 목적으로 시작한 이 일은 의외의 것을 발견했다.
-이거 뭐야?
악플러를 특정하던 도중, 그들의 단체 메신저방을 찾아낸 것이다.
그리고 그 중 몇몇이 박문대의 집에 무단침입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들은 별다른 성과 없이 경찰에 연행되어 갔으나 곧 훈방조치되었고, 그 과정에서 딱 하나 챙길 수 있었던 것이 있었다.
바로 박문대의 주민등록초본이었다.
물론 박문대는 진작에 그 초본을 잘라서 분리수거용 박스에 넣어두었다.
쓰레기통을 뒤져서라도 조각난 그 초본을 챙길 또라이들이 집에 침입할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그들은 그 초본을 바탕으로 문대의 자퇴 사실과 출신 학교를 파내서 인터넷에 올렸다.
문대가 고아라는 사실은 ‘동정을 살 여지가 있기에’ 밝히지 않았으나, 이들의 메신저방에는 이것을 비꼰 수많은 모욕이 난무했다.
-이 미친 것들이 진짜…
-사람이 어떻게 이러고 살지?
고발을 진행하던 팬들은 분노하면서도 당연히 이 사실을 공표하지 않고 조용히 일만 진행하려 했다.
그러나 다수가 함께 이런 일을 처리하면 언제나 그렇듯이, 유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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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문대 원룸에 사생이 침입해서 주민등록초본 발견했다고 함. 부모님 두 분 다 사망 상태. 형제 없음. [단체메신저방 캡처 사진] [테이프 붙인 초본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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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글 내리라고 비판하는 사람이 많았으나, 조회수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얼마 안 가서 기사까지 나오기 시작했다.
이것 역시 어마어마한 비판에 직면하며 몇 시간 뒤 기사를 내리긴 했지만, 이미 알려진 내용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러나 이것은 의외의 순작용을 불러오게 됐다.
당장 박문대를 욕하면 쓰레기가 되는 것이다.
게다가 감성에 약한 사람들에게 오디션 참가자의 비극적인 과거는 당연한 셀링포인트가 되었다.
-어린 것이 부모님 여의고 이렇게 도전하는 게 어디 쉬웠겠습니까 박문대군 힘내고 우승하길 바랍니다
-방송에서 어찌 그리 의연해 보일 수 있는지 참으로 감동적이다 하늘에 계신 부모님께서도 자랑스러워하실 것이다
-박문대 참가자 힘내세요~ㅠㅠ 노래 넘 잘하세요 화이팅!
물론 모든 정보가 그렇듯이, 이 분위기가 잠잠해지면 박문대가 고아라는 것이 조롱의 도구로 활용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었다.
덕분에 박문대는 어마어마한 옹호와 동정 여론 속에서 결승전을 맞게 되었다. 본인이 원하던 ‘절실한 이미지와 서사’를 얼결에 챙긴 덕이었다.
* * *
이게 다 무슨 일이냐.
오랜만에 들여다본 인터넷에서는 별 미친 상황이 연달아 일어나 있었다.
‘다 까발려졌네.’
그 무단침입한 4명이 제정신이 아닌 것 같긴 했지만, 쓰레기통을 뒤져서 찢어진 종이를 맞추기까지 했을 줄은 몰랐다.
그리고 그게 유출돼서 고아인 게 전 국민에게 알려질 줄이야.
대체 왜 일이 이렇게 됐는지 궁금했는데 차라리 속 시원한 감은 있었다.
‘뭐… 가족 없는 거야 남들이 알아도 상관없고.’
오디션 프로그램 캐스팅 당한 시점에서 이미 말한 건데, 오히려 제작진이 언급도 안 한 탓에 너무 늦게 알려졌다.
문제는 이게 밝혀진 타이밍이 맞물리며 기세가 심상치 않다는 점이다.
‘데뷔하겠는데…?’
아니, 데뷔의 문제가 아니라… 1등 할 수도 있겠는데?
“…….”
이거… 좋지 않다. 데뷔는 좋은데, 1등은 아니다.
‘거기 지뢰가 있다고.’
나는 식은땀이 날 것 같은 기분으로 우선 컴퓨터에서 떨어졌다.
무대 가사 수정 핑계로 빌려서 슬쩍 서치했던 건데, 이렇게 많은 걸 알게 될 줄은 몰랐다.
“형, 괜찮으세요?”
옆에서 같이 서치를 하던 김래빈이 상황을 파악하고 물었다. 고아인 게 밝혀진 건 괜찮냐는 뜻이겠지.
“어. 이미 인터뷰 때 말했는데 안 나갔던 거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김래빈은 한결 안심한 표정이 되더니, 갑자기 아이디어가 생각난 건지 눈을 번뜩였다.
“형, 그럼 이 기세를 몰아서 기억상실도 밝히시는 건 어떨까요?”
“뭐?”
이놈도 일 정리된 날 아침에 상황을 들어서 기억상실은 얼추 알고 있었다. 근데 별개로 무슨 뜬금없는 소리란 말인가.
“현재 여론에서 그걸 밝히면 형에 대한 악성 댓글이 원천봉쇄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분명히 표도 늘어날…….”
“안 돼.”
“예?”
여기서 표를 더 받아서 1등 하면 부상으로 지뢰밭을 받는다고.
그렇게 말할 수는 없으니 나는 그냥 적당히 핑계를 댔다.
“증거 없어. 분위기만 이상해질걸.”
“아, 진단서를 올리시면…….”
“그런 거 없다.”
“…기억이 사라졌는데 병원을 안 가셨…?”
“몸도 멀쩡한데 그럴 돈 없어.”
쿠궁. 돌 맞은 표정이 된 김래빈이 조용히 중얼거렸다.
“예…….”
알았으면 됐다.
나와 김래빈은 그대로 컴퓨터가 있는 방에서 나왔다. 곧바로 카메라가 따라붙었다.
“단어는 잘 찾았고?”
“어. 그 뜻이 맞더라.”
수정 사항이 없다는 말에 연습실에서 작게 박수가 터져 나왔다. 어차피 몰래 인터넷 들여다볼 용도로 간 걸 뻔히 알면서도, 방송을 의식한 행동이었다.
“자, 내일이 결승인데… 리더님, 한 말씀 해주시죠?”
“오오!”
“돌아가면서 하자.”
나는 황급히 말을 끊었다. 그러자 낄낄 웃은 팀원들이 헛기침을 하다가 제각기 감상을 말하기 시작했다.
즐거워 보이는군.
거의 탈락이 확정인 골드 2도 의외로 포기한 눈치는 아니었다. 아마 데뷔 인원수가 아직도 공표되지 않은 점이 희망을 준 것 같다.
팀에서 죽상인 건 한 명뿐이었다.
‘이세진.’
아역배우 출신 그 이세진 말이다.
연습은 아득바득 어떻게 따라오던데, 리액션도 이런 방송용 분량도 영 시원치 않았다.
그래도 이번 팀전 연습에서 별다르게 반발하진 않았다. 그냥 사교성이 더럽게 없고, 이걸 하고 싶어 보이지 않는다는 거지.
‘기왕이면 이놈 말고 다른 사람이 됐으면 좋겠는데.’
내가 데뷔할 것 같으니 이제 같이 데뷔할 놈들을 재고 앉아 있군. 나는 한숨을 쉬고 생각을 버렸다.
‘나나 신경 쓰자.’
“자! 마지막으로 박문대 리더 형님~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아쉬움 남지 않게, 준비한 건 다 보여줍시다.”
“오~”
적당히 상투적인 발언에도 마지막이랍시고 반응을 잘해준다. 나는 어깨를 으쓱거리고 연습실 바닥에 앉았다.
의외로 긴장감이 쭉 올라왔다.
‘내일이면 끝난다.’
상태 이상을 삭제할 수 있는 거의 확정된 기회.
“자, 연습 다시 하자!”
결승전이 코앞이었다.
* * *
의 마지막 촬영이 진행되는 곳은 한 유명 대학교의 공연장이었다.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만큼, 흥을 돋우기 위해 방청객을 3,000명 가까이 수용한 그 홀은 벌써부터 끈적거리는 열기로 가득 차 있었다.
수천 명의 사람들은 각자 응원하는 참가자의 푯말이나 슬로건 등을 들고 서서 방송 시작을 기다리고 있었다.
MC와 심사위원들이 속속들이 입장해서 자리를 잡았다. 관객석에서 방청객들이 보내는 환호에 몇몇 심사위원들이 답례로 가벼운 인사를 되돌렸다.
그리고 방송 시간 정각.
딜레이되지 않고 방송이 시작되었다.
“ 지난 12화의 긴 여정을 함께해 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불 꺼진 거대한 공연장 안, 영린의 목소리가 사방에 울렸다.
“이제 남은 것은 그룹 결성을 위한 단 한 번의 의사결정! 주주 여러분, 마음을 정하셨나요?”
여기저기서 비명 같은 ‘예!’ 소리가 울렸다. 혹은 괴로운 것 같은 ‘아니오’가 섞여 있기도 했다.
“그렇다면 참가자들을 소개하겠습니다. …당신의 주식이 있나요?”
꺄아아악!!!
아악!!!
넘치는 환호, 비명과 함께 무대에 불이 들어왔다.
사방으로 솟구치는 조명 속에서, 참가자들이 무대 장치를 타고 무대 위로 올라왔다.
“지금 투자해 주세요!”
13화는 그렇게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