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 Mắt Hay Ra Đi Raw - C572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572화
-당장 클릭한다 실시 (링크)
그날 아침, 대학원생은 박문대의 첫 홈마인 친구가 간밤에 보낸 연락을 확인하게 된다.
아니, 사실 더는 대학원생이 아니었다.
“오!”
작년 12월, 그녀는 드디어 대학원을 졸업했기 때문이다!
노예… 아니, 대학원생 신분에서 벗어나자 세상이 세배는 아름다워 보이는 효과를 누리던 그녀는 기꺼이 링크를 클릭했고, 테스타의 새로운 투어 프로모션 영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올해는 꼭 투어 따라 며칠이라도 여행 가려고 예약도 다 잡았는데!’
자신의 이 원대한 계획을 알고 있는 친구가 설레라고 보내준 건가 싶었다.
그러나 영상 마지막에 고전적인 호텔 건물을 배경으로, 양옆에 연관 동영상이 선택지로 떠오르는 순간 육성으로 감탄했다.
“와!”
이것도 컨텐츠였구나!
‘이거 전에 앨범에 있던 게임? 같은 거네!’
지난 앨범의 컨셉이었던 인터렉티브 게임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그녀는 괴도복을 입은 박문대의 모습을 떠올리며 잠시 흐뭇해했다.
아마 그 형식을 위튜브로 옮겨서 좀 더 가볍게 즐길 수 있도록 해준 게 아닌가 싶었다!
“흠.”
그리고 그녀는 누가 봐도 명백하게 갈리는 두 선택지를 확인했다.
[-> 호텔 안으로 들어간다.]
[-> 떠난다.]
음… 본래 여기선 당연히 안으로 들어가야지만 이야기가 진행되겠지만.
대학원생은 맑은 머리로 재밌는 발상을 떠올렸다.
‘반대편부터 보고 갈까?’
둘 다 확인해 볼 시간은 충분했다.
그래, 대학원을 졸업해서 이제 얼마든지 그럴 시간이 있었다!
모 기업 연구소에 취업한 그녀는 정식 발령 직전 꿀 같은 휴식기를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넉넉한 마음으로 아래를 클릭했다.
[-> 떠난다.]
그리고 내심 두근거렸다.
‘지난번에 그 앨범 게임에서는… 막 간수한테 잡혀서 게임 오버 당하고 그랬지?’
잘못된 선택지를 고를 때 무슨 일이 발생할지 상상하게 됐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번엔 타이틀곡 제목이 ‘사냥’이기까지 하니, 대체 얼마나 파격적일지 기대가 될 지경이었다.
그리고 동영상이 재생된다.
검은 화면 속에, 아까 보았던 호텔이 다시 슬며시 떠오르더니,
[안녕히 가세요 러뷰어~]
파스텔톤 굴림체 자막이 떠올랐다.
“…?”
하늘에서 신나게 손을 흔드는 테스타의 훈훈한 웃는 얼굴이 보였다.
반쯤 투명하게 대충 누끼를 따 합성된 것이 마치 막장 드라마 엔딩처럼 지나갔다.
[We hope you visit again. :)]
[-Happy End-]
“……?”
해피엔딩이었다.
아무튼 그랬다.
대학원생은 눈을 비볐으나, 영상은 바뀌지 않았다.
“아니.”
잠시 멍하니 화면을 보던 그녀는 결국 웃음을 터트렸다.
납치는 무슨!
‘내가 너무 과하게 생각했나 봐!’
이런 게임 같은 걸 별로 해본 적이 없어서 너무 일반화했구나, 반성하면서 말이다.
‘음, 이것도 재밌긴 해.’
그녀는 댓글창에 ‘ㅋㅋㅋㅋ’가 많은 것을 힐끔 본 뒤, 뒤로 가기를 눌러 다시 선택지를 확인했다.
‘이번에는 제대로 가자!’
[-> 호텔 안으로 들어간다.]
그, 연관 동영상은 선택지에 맞추어 호텔 안으로 빨려드는 효과와 함께 시작했다.
‘오.’
그리고 고요한 가운데.
발소리와 함께 발밑을 보고 걷는 듯한 시야가 영상에 나타났다.
뚜벅뚜벅.
한낮. 화강암으로 된 계단을 단정히 올라가는 남성 구두를 옆자리에서 보는 듯한 시야가, 그 위로 쓱 올라가며 그 주인을 비춘다.
[멀미는 괜찮아?]
류청우였다.
고전적인 정장을 입고, 머리를 넘긴 잘생긴 얼굴에는 약간 걱정 어린 기색이 어려 있었다.
“우와악.”
그리고 대학원생은 깨달았다.
이건 지난 앨범의 게임처럼 멤버의 입장에서 진행하는 게 아니었다.
이 동영상을 클릭한 사람의 1인칭 주인공 입장으로 카메라 시야가 진행하는 것이다!
[들어가자.]
심지어 류청우와 결혼한 것 같았다.
‘신혼여행!’
아, 아니, 결혼이 아니라 물론 일행일 수도 있지만, 멀끔한 인상에 다정한 태도가 저절로 그런 관계를 떠올리게 했다.
“와 미친.”
류청우에게 적당히 좋은 감정만 가지고 있던 전 대학원생까지도 침을 삼킬 정도로, 화면 속 류청우는 근사했다.
‘이거 그 미연시? 그건가?’
설마 사냥이라는 게 그런 의미였단 말인가!
연애 리얼리티들을 떠올리며 그녀가 내심 고개를 끄덕였다. 재밌을 것 같았다.
혹자는 테스타가 과하게 노린 것 같은 멘트를 날려서 저 연차에 흑역사를 만들지 않을까 고뇌부터 했겠지만, 문외한인 대학원생은 그저 즐겁게 영상을 보았다.
근사한 호텔 안으로 들어가자, 샹들리에가 있는 매우 전통적인 로비 너머로 카운터가 보였다.
그리고 그 뒤에 선 싸늘한 인상의 훤칠한 직원까지.
[…레드원더 호텔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아, 네. 저희 예약했는데요.]
김래빈이 붉은 스트라이프가 들어간 호텔리어의 제복을 입고 데스크에서 체크인을 받았다.
앞머리를 내고 깔끔하게 정리한 헤어스타일이 묘한 소년미가 있었다.
‘잘생겼네!’
다만 이때부터는 약간 묘한 느낌이 들어간다.
두근.
괘종시계가 째깍, 째깍 움직이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다소 의미심장한 BGM이 조용히 흐르면서, 직원은 펜을 들고 명부를 톡톡 두드리다가… 눈을 떼고 시선을 든다.
[…….]
‘어?’
방금, 프론트 직원이 살짝 ‘주인공’을 곁눈질한 것 같은데…?
하지만 다시금 입을 연 직원은 여전히 정중했다.
[예. 확인했습니다.]
[다른 요청사항을 가지고 계십니까?]
그리고 정중히 양손을 모은 김래빈의 양옆으로 다시 연관 동영상 선택지가 뜨는 것이다.
[-> 쾌적한 고층으로 부탁드립니다.]
[-> 조용한 외곽 방으로 부탁드립니다.]
오오. 심상치 않았다.
역시 연애가 아니라 스릴러였나보다. 그녀는 당연히 손을 뻗었다.
‘이건 고층이다!’
조용한 방으로 가면 사냥 당하는 거 아닌가?
제법 스릴러 영화스러운 추측을 해낸 그녀는, 주저 없이 연관 동영상을 클릭했고…….
[벌써 하루가 지났네.]
“…?”
[피로는 잘 풀었어? 이제 돌아가자.]
류청우가 웃으며 자신을 돌아보는 영상을 보게 된다.
함께 호텔 문을 나서자, 밖에서 햇살이 쏟아진다.
“…??”
[We hope you visit again. :)]
[-Happy End-]
주인공은 쾌적한 고층 방에서 행복한 호캉스를 즐긴 것 같다!
해피엔딩이었다.
“…??”
그리고 대학원생은 이 장면을 몇 번이나 반복해서 보게 된다.
그렇다.
선택지를 잘 고르면… ‘행복한 호캉스였당!’하고 해피엔딩이 뜨며 영상 선택이 끝나버린다!
“…….”
댓글을 보자, ‘진심임?’, ‘끝없는 해피엔딩의 강요’, ‘류청우가 잘생겨서 참아줌’ 등등 온갖 나라의 언어로 성토의 장이 열리고 있었다.
그 후로도 마찬가지였다.
[-Happy End-]
여차하는 순간 모든 중간 내용을 다 뛰어넘고 해피엔딩으로 링크되어 끝나버리는 이 구조!
방심하면 해피엔딩!
“…….”
대학원생은 문득, ‘떠난다’를 고르고 보았던 어처구니없는 막장 해피엔딩 영상으로 다시 돌아가 보았다.
그리고 처음에 그냥 지나쳤던 ‘ㅋㅋㅋㅋ’이 무성한 영상 댓글을 더 자세히 읽어보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또 너냐
-와아 뭘 해도 해피엔딩 정말 대단해!
-청우랑 돌아가는 엔딩만 넣지 ㅅㅂ 류청우 얼굴이라도 보게
-킹 받네 진짜ㅋㅋㅋㅋㅋㅋㅋㅋ
그녀는 깨달았다.
‘수상쩍은 선택지를 골라야 한다…!’
그리고 해피엔딩을 피하기 위한 치열한 두뇌 싸움이 시작되었다.
과몰입하게 된 것이다.
게다가 멤버들이 말을 걸거나 멋지게 등장하는 이벤트가 툭툭 튀어나오다 보니, 그걸 보기 위해서라도 계속 스토리가 이어지는 선택지를 찾아 클릭해 보게 됐다.
“아 진짜!”
틀린 선택지를 밟아가며 기어코 맞게 고르면 예측 불가능하게 튀어나오는 보상의 카타르시스!
[Hello!]
갑자기 천장에서 밧줄을 탄 채 호텔 방에 침입해서 씩 웃는 차유진, 호텔 카페에서 커피를 대신 사주는 배세진, 초인종을 누른 후 룸서비스라며 빙긋 웃는 이세진…….
[들어드릴까요.]
그리고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는, 무뚝뚝하지만 친절한 벨보이 박문대까지!
“으아아아!!”
[아.]
자신을 힐끔힐끔 보더니 대신 손을 뻗어 층을 눌러주고, 어색하게 손까지 흔들어주는 박문대를 보며 전 대학원생은 주먹을 꾹 쥐었다.
‘이거 좀 두근거리네!’
멤버들이 어느 동영상에 있는지 하나하나 찾아가며 친분을 쌓는 재미가 확실했다.
그러면서 가끔 나오는, 10분 남짓 하는 분량의 긴 동영상으로 스토리도 진행되었다.
[이 호텔에 관한 소문, 들어본 적 없어?]
[실종자 말이야.]
배세진은 자신이 기자라고 밝히며, 이 오래된 부티크 호텔에 얽힌 소문을 잡담 삼아 이야기했다.
[실종자 중에 몇 명이 마지막으로 묵은 곳이 이 호텔이었다…는 거지.]
[그다지 신빙성은 없지만.]
그러나 사라진 친구를 찾아서 몰래 환기구로 침입했다는 차유진을 통해, 소문은 점점 구체적인 윤곽을 갖춰간다.
[이 사람이에요!]
차유진이 보여준 친구의 사진이, 프론트에 서 있던 김래빈이었기 때문이다!
‘허어어억.’
참고로 차유진에게 그 사실을 알려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전 대학원생은 어마어마한 고민을 했다.
‘알려준다’를 고른 후, 조마조마한 상태로 연관 동영상을 관람하자 다행히 내용이 이어졌다.
차유진은 감사의 말을 전하며 환풍구로 도로 들어갔다.
‘후.’
하지만 안도의 한숨은 오래가지 않았다.
배세진을 다시 만나는 순간, 예상치 못한 지적을 받았기 때문이다.
[직원들은 친절해? 아, 그 벨보이.]
[……네가 갈 층을 대신 눌러줬다고?]
[벨보이가 네가 묵는 곳을 어떻게 알고?]
“허어어어업!”
그렇게 반전을 곁들인 이야기가 클라이맥스로 치닫는 가운데.
전 대학원생은 다시 탄 엘리베이터에서 또 그 ‘벨보이’를 마주친다.
[…안녕하세요.]
“후우우우.”
그리고 하얀 모자를 눌러 쓴 벨보이, 박문대의 양옆으로 다시 선택지가 뜬다.
[-> (벨보이에게 물건을 주워줬었다.)]
[-> (벨보이에게 물건을 주워주지 않았다.)]
이것만큼은 답이 뻔히 보였다.
‘이건 무조건 친절했던 걸로 해야지!’
안 주워줬다는 선택은 누가 봐도 지뢰였다! 드라마에서도 많이 나오지 않는가!
다만 옥에 티가 있긴 했다.
‘벨보이에게 물건을 주워주냐 마냐 같은 선택지를… 내가 골랐던가?’
아니었던 것 같았다.
실제로 그런 이벤트가 담긴 영상도 있었겠지만, 그녀가 고른 선택지로 온 연관 동영상 중엔 없던 것이다.
그 왜, 심리테스트에서도 선택지를 따라 화살표로 칸을 옮기다 보면 이렇게 알고리즘이 꼬여 나오는 것처럼 말이다.
‘아니… 그래도 만약 그런 게 나왔으면 무조건 들어줬을 테니까!’
대학원생은 당장 다음 내용을 보고 싶은 욕망에 이기지 못하고 결국 스스로 합리화했다.
그리고 클릭했다.
[-> (벨보이에게 물건을 주워줬었다.)]
그 순간.
어두운 엘리베이터 안, 본래 벨보이가 서 있어야 할 자리에서 다른 사람이 고개를 돌렸다.
미소 짓는 선아현이었다.
“…?”
그 아름다운 얼굴이 천천히 클로즈업되더니.
[주워준 적 없잖아.]
쿵.
화면이 지직거리며 휙 엘리베이터 바닥에 쓰러진다.
그리고 페이드 아웃.
“……!”
첫 게임 오버였다.
전 대학원생은 입을 틀어막고 한동안 화면을 보았다.
사람 열받게 반복되는 가벼운 해피엔딩에 익숙해진 터라 더 충격적이었다.
그녀는 메타적 공포의 맛 속에서 감탄하다가, 간신히 전으로 돌아가기를 눌렀다.
그리고 이번에는 솔직하게 ‘주워주지 않았다’를 클릭했다.
‘우와 씨.’
등골에 식은땀이 날 만큼 흥미진진하게 몰입한 상태였다.
치릭.
클릭한 연관 동영상은 곧바로 재생되었다.
그 순간…….
[벌써 하루가 지났네.]
[피로는 잘 풀었어? 이제 돌아가자.]
다시 해피엔딩 류청우가 나왔다.
“악!”
대학원생은 머리를 쳤다.
‘어디서부터 잘못 고른 건데!’
그녀가 두 선택지가 모두 꽝이었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친구에게 공략을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할 참이었다.
그리고 잘생긴 류청우 얼굴이나 보고 있을 때였다.
[아.]
류청우가 걸음을 멈췄다.
“……?”
본래 이 반복되는 ‘해피엔딩’에서는 그와 함께 호텔을 나가면서 끝나야 하는데… 로비의 문이 열리지 않았다.
대신 류청우는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그러고 보니… 직원이 너에게 전해달라고 부탁한 물건이 있는데.]
[이거.]
류청우는 직사각형의, 화려한 금박이 새겨진 얇은 종이를 내밀었다.
그건… 티켓이었다.
[‘솔직하게 답변해 줘서 고맙다’… 라더라.]
쿵.
쿵.
반주 소리와 함께 티켓이 클로즈업되었다.
그리고 대학원생은 알아차렸다.
그 티켓의 형태가 어딘가 낯이 익었다.
이미 자신이 실물로 보았던 것.
–
‘미친.’
테스타의 이번 투어 티켓이었다.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572화
-당장 클릭한다 실시 (링크)
그날 아침, 대학원생은 박문대의 첫 홈마인 친구가 간밤에 보낸 연락을 확인하게 된다.
아니, 사실 더는 대학원생이 아니었다.
“오!”
작년 12월, 그녀는 드디어 대학원을 졸업했기 때문이다!
노예… 아니, 대학원생 신분에서 벗어나자 세상이 세배는 아름다워 보이는 효과를 누리던 그녀는 기꺼이 링크를 클릭했고, 테스타의 새로운 투어 프로모션 영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올해는 꼭 투어 따라 며칠이라도 여행 가려고 예약도 다 잡았는데!’
자신의 이 원대한 계획을 알고 있는 친구가 설레라고 보내준 건가 싶었다.
그러나 영상 마지막에 고전적인 호텔 건물을 배경으로, 양옆에 연관 동영상이 선택지로 떠오르는 순간 육성으로 감탄했다.
“와!”
이것도 컨텐츠였구나!
‘이거 전에 앨범에 있던 게임? 같은 거네!’
지난 앨범의 컨셉이었던 인터렉티브 게임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그녀는 괴도복을 입은 박문대의 모습을 떠올리며 잠시 흐뭇해했다.
아마 그 형식을 위튜브로 옮겨서 좀 더 가볍게 즐길 수 있도록 해준 게 아닌가 싶었다!
“흠.”
그리고 그녀는 누가 봐도 명백하게 갈리는 두 선택지를 확인했다.
음… 본래 여기선 당연히 안으로 들어가야지만 이야기가 진행되겠지만.
대학원생은 맑은 머리로 재밌는 발상을 떠올렸다.
‘반대편부터 보고 갈까?’
둘 다 확인해 볼 시간은 충분했다.
그래, 대학원을 졸업해서 이제 얼마든지 그럴 시간이 있었다!
모 기업 연구소에 취업한 그녀는 정식 발령 직전 꿀 같은 휴식기를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넉넉한 마음으로 아래를 클릭했다.
그리고 내심 두근거렸다.
‘지난번에 그 앨범 게임에서는… 막 간수한테 잡혀서 게임 오버 당하고 그랬지?’
잘못된 선택지를 고를 때 무슨 일이 발생할지 상상하게 됐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번엔 타이틀곡 제목이 ‘사냥’이기까지 하니, 대체 얼마나 파격적일지 기대가 될 지경이었다.
그리고 동영상이 재생된다.
검은 화면 속에, 아까 보았던 호텔이 다시 슬며시 떠오르더니,
파스텔톤 굴림체 자막이 떠올랐다.
“…?”
하늘에서 신나게 손을 흔드는 테스타의 훈훈한 웃는 얼굴이 보였다.
반쯤 투명하게 대충 누끼를 따 합성된 것이 마치 막장 드라마 엔딩처럼 지나갔다.
“……?”
해피엔딩이었다.
아무튼 그랬다.
대학원생은 눈을 비볐으나, 영상은 바뀌지 않았다.
“아니.”
잠시 멍하니 화면을 보던 그녀는 결국 웃음을 터트렸다.
납치는 무슨!
‘내가 너무 과하게 생각했나 봐!’
이런 게임 같은 걸 별로 해본 적이 없어서 너무 일반화했구나, 반성하면서 말이다.
‘음, 이것도 재밌긴 해.’
그녀는 댓글창에 ‘ㅋㅋㅋㅋ’가 많은 것을 힐끔 본 뒤, 뒤로 가기를 눌러 다시 선택지를 확인했다.
‘이번에는 제대로 가자!’
그, 연관 동영상은 선택지에 맞추어 호텔 안으로 빨려드는 효과와 함께 시작했다.
‘오.’
그리고 고요한 가운데.
발소리와 함께 발밑을 보고 걷는 듯한 시야가 영상에 나타났다.
뚜벅뚜벅.
한낮. 화강암으로 된 계단을 단정히 올라가는 남성 구두를 옆자리에서 보는 듯한 시야가, 그 위로 쓱 올라가며 그 주인을 비춘다.
류청우였다.
고전적인 정장을 입고, 머리를 넘긴 잘생긴 얼굴에는 약간 걱정 어린 기색이 어려 있었다.
“우와악.”
그리고 대학원생은 깨달았다.
이건 지난 앨범의 게임처럼 멤버의 입장에서 진행하는 게 아니었다.
이 동영상을 클릭한 사람의 1인칭 주인공 입장으로 카메라 시야가 진행하는 것이다!
심지어 류청우와 결혼한 것 같았다.
‘신혼여행!’
아, 아니, 결혼이 아니라 물론 일행일 수도 있지만, 멀끔한 인상에 다정한 태도가 저절로 그런 관계를 떠올리게 했다.
“와 미친.”
류청우에게 적당히 좋은 감정만 가지고 있던 전 대학원생까지도 침을 삼킬 정도로, 화면 속 류청우는 근사했다.
‘이거 그 미연시? 그건가?’
설마 사냥이라는 게 그런 의미였단 말인가!
연애 리얼리티들을 떠올리며 그녀가 내심 고개를 끄덕였다. 재밌을 것 같았다.
혹자는 테스타가 과하게 노린 것 같은 멘트를 날려서 저 연차에 흑역사를 만들지 않을까 고뇌부터 했겠지만, 문외한인 대학원생은 그저 즐겁게 영상을 보았다.
근사한 호텔 안으로 들어가자, 샹들리에가 있는 매우 전통적인 로비 너머로 카운터가 보였다.
그리고 그 뒤에 선 싸늘한 인상의 훤칠한 직원까지.
김래빈이 붉은 스트라이프가 들어간 호텔리어의 제복을 입고 데스크에서 체크인을 받았다.
앞머리를 내고 깔끔하게 정리한 헤어스타일이 묘한 소년미가 있었다.
‘잘생겼네!’
다만 이때부터는 약간 묘한 느낌이 들어간다.
두근.
괘종시계가 째깍, 째깍 움직이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다소 의미심장한 BGM이 조용히 흐르면서, 직원은 펜을 들고 명부를 톡톡 두드리다가… 눈을 떼고 시선을 든다.
‘어?’
방금, 프론트 직원이 살짝 ‘주인공’을 곁눈질한 것 같은데…?
하지만 다시금 입을 연 직원은 여전히 정중했다.
그리고 정중히 양손을 모은 김래빈의 양옆으로 다시 연관 동영상 선택지가 뜨는 것이다.
오오. 심상치 않았다.
역시 연애가 아니라 스릴러였나보다. 그녀는 당연히 손을 뻗었다.
‘이건 고층이다!’
조용한 방으로 가면 사냥 당하는 거 아닌가?
제법 스릴러 영화스러운 추측을 해낸 그녀는, 주저 없이 연관 동영상을 클릭했고…….
“…?”
류청우가 웃으며 자신을 돌아보는 영상을 보게 된다.
함께 호텔 문을 나서자, 밖에서 햇살이 쏟아진다.
“…??”
주인공은 쾌적한 고층 방에서 행복한 호캉스를 즐긴 것 같다!
해피엔딩이었다.
“…??”
그리고 대학원생은 이 장면을 몇 번이나 반복해서 보게 된다.
그렇다.
선택지를 잘 고르면… ‘행복한 호캉스였당!’하고 해피엔딩이 뜨며 영상 선택이 끝나버린다!
“…….”
댓글을 보자, ‘진심임?’, ‘끝없는 해피엔딩의 강요’, ‘류청우가 잘생겨서 참아줌’ 등등 온갖 나라의 언어로 성토의 장이 열리고 있었다.
그 후로도 마찬가지였다.
여차하는 순간 모든 중간 내용을 다 뛰어넘고 해피엔딩으로 링크되어 끝나버리는 이 구조!
방심하면 해피엔딩!
“…….”
대학원생은 문득, ‘떠난다’를 고르고 보았던 어처구니없는 막장 해피엔딩 영상으로 다시 돌아가 보았다.
그리고 처음에 그냥 지나쳤던 ‘ㅋㅋㅋㅋ’이 무성한 영상 댓글을 더 자세히 읽어보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또 너냐
-와아 뭘 해도 해피엔딩 정말 대단해!
-청우랑 돌아가는 엔딩만 넣지 ㅅㅂ 류청우 얼굴이라도 보게
-킹 받네 진짜ㅋㅋㅋㅋㅋㅋㅋㅋ
그녀는 깨달았다.
‘수상쩍은 선택지를 골라야 한다…!’
그리고 해피엔딩을 피하기 위한 치열한 두뇌 싸움이 시작되었다.
과몰입하게 된 것이다.
게다가 멤버들이 말을 걸거나 멋지게 등장하는 이벤트가 툭툭 튀어나오다 보니, 그걸 보기 위해서라도 계속 스토리가 이어지는 선택지를 찾아 클릭해 보게 됐다.
“아 진짜!”
틀린 선택지를 밟아가며 기어코 맞게 고르면 예측 불가능하게 튀어나오는 보상의 카타르시스!
갑자기 천장에서 밧줄을 탄 채 호텔 방에 침입해서 씩 웃는 차유진, 호텔 카페에서 커피를 대신 사주는 배세진, 초인종을 누른 후 룸서비스라며 빙긋 웃는 이세진…….
그리고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는, 무뚝뚝하지만 친절한 벨보이 박문대까지!
“으아아아!!”
자신을 힐끔힐끔 보더니 대신 손을 뻗어 층을 눌러주고, 어색하게 손까지 흔들어주는 박문대를 보며 전 대학원생은 주먹을 꾹 쥐었다.
‘이거 좀 두근거리네!’
멤버들이 어느 동영상에 있는지 하나하나 찾아가며 친분을 쌓는 재미가 확실했다.
그러면서 가끔 나오는, 10분 남짓 하는 분량의 긴 동영상으로 스토리도 진행되었다.
배세진은 자신이 기자라고 밝히며, 이 오래된 부티크 호텔에 얽힌 소문을 잡담 삼아 이야기했다.
그러나 사라진 친구를 찾아서 몰래 환기구로 침입했다는 차유진을 통해, 소문은 점점 구체적인 윤곽을 갖춰간다.
차유진이 보여준 친구의 사진이, 프론트에 서 있던 김래빈이었기 때문이다!
‘허어어억.’
참고로 차유진에게 그 사실을 알려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전 대학원생은 어마어마한 고민을 했다.
‘알려준다’를 고른 후, 조마조마한 상태로 연관 동영상을 관람하자 다행히 내용이 이어졌다.
차유진은 감사의 말을 전하며 환풍구로 도로 들어갔다.
‘후.’
하지만 안도의 한숨은 오래가지 않았다.
배세진을 다시 만나는 순간, 예상치 못한 지적을 받았기 때문이다.
“허어어어업!”
그렇게 반전을 곁들인 이야기가 클라이맥스로 치닫는 가운데.
전 대학원생은 다시 탄 엘리베이터에서 또 그 ‘벨보이’를 마주친다.
“후우우우.”
그리고 하얀 모자를 눌러 쓴 벨보이, 박문대의 양옆으로 다시 선택지가 뜬다.
이것만큼은 답이 뻔히 보였다.
‘이건 무조건 친절했던 걸로 해야지!’
안 주워줬다는 선택은 누가 봐도 지뢰였다! 드라마에서도 많이 나오지 않는가!
다만 옥에 티가 있긴 했다.
‘벨보이에게 물건을 주워주냐 마냐 같은 선택지를… 내가 골랐던가?’
아니었던 것 같았다.
실제로 그런 이벤트가 담긴 영상도 있었겠지만, 그녀가 고른 선택지로 온 연관 동영상 중엔 없던 것이다.
그 왜, 심리테스트에서도 선택지를 따라 화살표로 칸을 옮기다 보면 이렇게 알고리즘이 꼬여 나오는 것처럼 말이다.
‘아니… 그래도 만약 그런 게 나왔으면 무조건 들어줬을 테니까!’
대학원생은 당장 다음 내용을 보고 싶은 욕망에 이기지 못하고 결국 스스로 합리화했다.
그리고 클릭했다.
그 순간.
어두운 엘리베이터 안, 본래 벨보이가 서 있어야 할 자리에서 다른 사람이 고개를 돌렸다.
미소 짓는 선아현이었다.
“…?”
그 아름다운 얼굴이 천천히 클로즈업되더니.
쿵.
화면이 지직거리며 휙 엘리베이터 바닥에 쓰러진다.
그리고 페이드 아웃.
“……!”
첫 게임 오버였다.
전 대학원생은 입을 틀어막고 한동안 화면을 보았다.
사람 열받게 반복되는 가벼운 해피엔딩에 익숙해진 터라 더 충격적이었다.
그녀는 메타적 공포의 맛 속에서 감탄하다가, 간신히 전으로 돌아가기를 눌렀다.
그리고 이번에는 솔직하게 ‘주워주지 않았다’를 클릭했다.
‘우와 씨.’
등골에 식은땀이 날 만큼 흥미진진하게 몰입한 상태였다.
치릭.
클릭한 연관 동영상은 곧바로 재생되었다.
그 순간…….
다시 해피엔딩 류청우가 나왔다.
“악!”
대학원생은 머리를 쳤다.
‘어디서부터 잘못 고른 건데!’
그녀가 두 선택지가 모두 꽝이었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친구에게 공략을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할 참이었다.
그리고 잘생긴 류청우 얼굴이나 보고 있을 때였다.
류청우가 걸음을 멈췄다.
“……?”
본래 이 반복되는 ‘해피엔딩’에서는 그와 함께 호텔을 나가면서 끝나야 하는데… 로비의 문이 열리지 않았다.
대신 류청우는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류청우는 직사각형의, 화려한 금박이 새겨진 얇은 종이를 내밀었다.
그건… 티켓이었다.
쿵.
쿵.
반주 소리와 함께 티켓이 클로즈업되었다.
그리고 대학원생은 알아차렸다.
그 티켓의 형태가 어딘가 낯이 익었다.
이미 자신이 실물로 보았던 것.
–
‘미친.’
테스타의 이번 투어 티켓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