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 Mắt Hay Ra Đi Raw - C569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569화
“저 팝콘 가져올래요.”
“참아라.”
그렇게 다른 멤버들이 다 잠든 새벽, 테스타 3명은 어두컴컴한 거실에서 TV로 인터넷에 접속해 정보를 탐색하기 시작했다.
바로 우리를 밀고 음원차트에서 1위를 했다는 신인 ‘혼성’ 아이돌 그룹.
헤일로하임(HaloHe-im).
[전 이제 이 이상한 이름을 누가 지었을지 궁금하지도 않아요.]
“…….”
원어민 차유진의 평가와 함께 그 혼성 그룹의 데뷔곡, 이 화면에 흘렀다.
[이제는 궁금해 내 옆자리
네 Heartbeat은
지금 누구에게 뛰는 건지]
업 템포에 귀에 잘 달라붙는 자연스럽고 기분 좋은 곡.
카페 같은 곳에서 흘러나오기 좋을 것 같은, 청량하고 분위기 있는 멜로디가 반주와 흐른다.
“곡이 좋네.”
“I agree.”
하지만 아무리 좋은 곡을 내도 빛 보지 못하고 사라지는 가수는 분기마다 있을 터다.
심지어 혼성 그룹이, 역주행도 아니고 음원 발표 1주일 만에 1위를 차지할 정도라면….
“다른 셀링포인트도 있을 것 같은데.”
“Yap.”
나는 큰세진과 차유진의 암묵적인 동의하에 탐색을 이었다.
오래 할 것도 없었다.
해당 뮤직비디오에서 무려 조회수 500만이 넘는, 40분짜리 연관 동영상이 떴으니까.
바로 교복을 입은 헤일로하임 멤버들 몇이 서로 엇갈리게 마주 본채 웃고 있는 썸네일의 자체 컨텐츠다.
[전학생이라 좋은 거야? Ep.2 / 헤일로하임(HaloHe-im)]
“…….”
아이돌 자체 컨텐츠라기엔 어딘가 위화감이 드는 타이틀 배치였다.
그러나 위튜브에서 흔히 봤던 것 같은, 어딘가 낯익은 형태다.
“잠깐.”
나는 해당 컨텐츠의 에피소드 1화를 찾아내서 재생했다.
푸릇푸릇한 학교 전경의 벤치를 배경으로 내레이션이 나왔다.
[나와 딱 맞는 누군가를 만나고 싶었던 적 없어?]
[MBTI, 문장 만들기, 온갖 심리 테스트를 할 때마다 ‘나와 가장 어울리는 타입’을 꼭 클릭해 봤던 사람?]
[이건 그런 사람을 찾는, 우리의 이야기야.]
“아.”
거기까지 본 순간 이게 뭔지 깨달았다. 나는 팔짱을 끼며 침음했다.
‘미친.’
이 소속사 새끼들, 아예 대놓고 리얼리티 짝짓기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해 놨다.
혼성 그룹이 열애설이 잘 난다고?
그걸 역으로 이용해서 그룹 세계관을 짠 것이다.
보는 사람 마음대로 드라마를 만들고 분석해 보라고 말이다.
[지현 : 안녕하세요. 저는 부산에서 태어난 강지현입니다.]
[지현 : 제 성격…… 좀 조용한 편인 것 같아요. 학교에서도… (편집) 네. 수학여행도 일부러 안 가고 그랬어요.]
영상은 가상의 학교를 배경으로, 각기 다른 성격을 가진 4명의 여학생을 먼저 소개한다.
그리고 연이어 남자 멤버들이 남학생으로 ‘전학’을 왔다는 컨셉 하에 학교에 등장했다.
[남학생1 : 반가워. 난 고현우야.]
그렇게 학생들은 학교 컨셉의 이런저런 팀미션을 하면서 서로의 성격과 행동 패턴을 더 자세히 알아가게 된다.
실험 조과제부터 요리 실습, 수행 평가에 담력 시험까지.
그리고 하루의 일과가 끝나면, 각자 가장 잘 맞았던 이성 1명과 동성 1명을 골라 익명으로 문자를 보내는 것이다.
[지현 : 음… 현우가 허세 없이 무서워하는 게 좀 솔직하고 좋아 보였어요. 현우에게 보내볼게요.]
[현우 : 지현이가 오늘 진짜 믿음직하지 않았어요?]
그렇게 누가 잘 맞고 잘 맞지 않는지, 누가 누구에게 호감이 생기는지 보여주는 것이다.
사랑의 작대기와 우정의 작대기가 엇갈리며 난무하는 걸 아주 표까지 띄워줬다.
“…….”
“…….”
그 개판을 보며 테스타 3인은 차마 아무런 리액션도 하지 못했다.
문화 충격 때문이었다.
‘…대놓고 연애 리얼리티군.’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이다.
그래도 충격을 참으며 좀 더 살펴보니 단순히 개판 어그로는 아니었다. 섬세히 작업한 게 눈에 보인 것이다.
가령 이 ‘학교’라는 설정은 정말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배경 설정처럼, 모두가 가짜라는 걸 알면서도 적당히 몰입하는 느낌으로 처리했다.
[재빈 : 여긴 학교 컨셉이잖아.]
[휴고 : 그래서 재밌어. 나 한국 학교 거의 안 다녀봤거든.]
연기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게, 편안하게. 개개인이 훨씬 자연스럽고 진실하게 느껴지도록 말이다.
그리고 매화 결정적인 순간에 OST처럼 이들의 데뷔 타이틀곡이 흘러나오는 것이다.
[이 떨림은 아직 Only in my heart
태연하게 굴 수 있어]
예고편으로 넘어가기 직전에도 나오는 그 곡의 하이라이트 멜로디는 기가 막히게 어울렸다.
음원 노출 한번 아주 자연스럽게 시킨다.
-재빈아 제발 휴고가 진국임 휴고랑 팀 하자 함 좋게 봐주자ㅠㅠ
-솔직히 현우랑 지현이가 제일 잘 어울림 둘이 성격도 잘 맞고 괜히 쓸데없는 곳에 힘 빼지 말고 둘이 미션해서 꽁냥거리는 거나 보여줘라
-나만 지현이 휴고 귀엽다고 생각하냐 서로 안 맞는다고 꿍얼거리는 거 너무 귀여웤ㅋㅋㅋ
└ㅇㅈ혐관 존맛
갈수록 ‘아이돌 데리고 이런 짓을 하다니 미쳤냐’는 욕 대신, 사람들이 과몰입해서 적어놓은 댓글들이 더 많은 추천수를 받고 상단에 올라와 있었다.
프로그램을 재밌고 쫄리게 잘 뽑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말이다.
“…여기서 시청자 투표로 가장 ‘잘 맞는 두 사람’으로 뽑히면, 다음 앨범에서 센터를 받는다는데.”
“……와~”
큰세진이 뒷말을 잇지 못했다. 이해한다.
그래도 녀석은 간신히 다른 문장을 완성했다.
“이거… 아니, 이러면 여론 관리가 안 될 텐데.”
“그렇겠지.”
기존 아이돌 팬들이 기함할 방식이었다.
그래서 이 영상은 원래 연애 리얼리티를 좋아하던 사람들 위주로 조회수가 붙었던 듯했다.
게다가 이 사람들이 과몰입해 있으니 더 문제였다.
당장 2화로 가니 무슨 멤버 하나가 더럽게 욕을 먹고 있었다. 가정 실습에서 갑자기 뜬금없이 다른 이성을 골랐다는 이유였다.
-예의가 아니지 진짜 너무한다
-와 ㄹㅇ 친구하기도 싫은 타입.. 우정 문자 하나도 못 받은 거 괜히 그런 게 아니구나ㅋ
-비마이걸즈에서도 쎄하더니 역시ㅋ
파트너를 뺏긴 입장에 몰입한 사람들이 다는 악플은 진짜 선을 세게 넘었다.
게다가 은근히 서로 신경을 건드리다가 욱해서 싸우는 것을 그대로 보여주기까지.
‘가관이다.’
겨우 20살 넘은 애들 욕받이로 내세우는 거야 온갖 방송사에서 하던 개짓거리지만, 이건 소속사 자체 예능인데도 이런다는 게 X 같이 끝내줬다.
‘그룹 팬이라는 게 생길 수가 없는 분위기 아니냐고.’
우리만 해도 아직도 당시 생긴 개인팬들 위주의 분위기가 남아 있을 정도였다.
데뷔 전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영향력이 이렇게 강한데, 아예 데뷔한 녀석들로 이런 짓을 하면…….
“보통은 알아서 자멸하지.”
본래는 그랬을 터다.
하지만.
“그런데 통했잖아.”
“…….”
이 웹드라마와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교묘히 섞어놓은 듯한 자체 컨텐츠는, 또래인 10대 위주로 대단한 몰입과 반향을 얻는 모양이었다.
그다음으로 붙은 게 연애 프로그램 시청자들.
지금 시청자의 다수를 차지하는 어마어마한 머릿수의 사람들이었다.
그 사람들을 끌어들여서 본 이득이 뭔가?
“입소문을 탄 거야.”
과몰입한 사람들에 의해 인터넷에 게시글이 우후죽순 올라오는 것이다.
-하트헤임 의외로 재밌네
-담력 시험을 가는데 파트너가 자길 두고 가래요.jpg
-아 미친 지현이가 비마걸 걔야?
└지현이 데뷔함?
그러자 마이너한 서바이벌이었던 까지 가볍게 시청했던 골수 KPOP 리스너들이 가세한다.
연이어 원래도 이런 걸 좋아하는 글로벌 KPOP 팬들이 붙으면…….
‘조회수가 폭발하는 거지.’
물론 욕과 반발, 논란도 휘몰아친 흔적이 적나라하게 남아 있긴 했다.
일단 기존 로 생긴 데뷔인원들의 팬덤은 어땠겠는가.
‘죽을 맛이었겠지.’
겨우 데뷔하는 줄 알았더니 소속사가 나서서 웬 개짓거리 한다면서 거품 물었을 것이다.
하지만 너무 강하게 나오진 못했을 것이다.
‘이미 조작 논란이 붙어 있다.’
멤버들 잘못은 없다고 주장할 만하더라도, 워낙 큰 건이 물렸기 때문에 더는 구설수를 키우기가 조심스러웠을 것이다.
조용히 회사에 대응하려다가, 결국 점점 반응이 핫 하고 좋아지자 체념했을 터다.
‘그렇게, 그 모든 부정적인 화학 반응까지도 버즈량으로 소화된다.’
무플보단 악플이 좋다. 관심이니까.
파는 물건의 퀄리티에 자신만 있다면.
‘여론은 뒤집을 수 있다.’
그리고 소속사는 거기까지 판을 깔아뒀다.
-뭐야… 아 편지 현우한테 받은 거라고 생각해서 그랬던 거구나ㅠㅠ
욕을 먹던 멤버는 화가 넘어갈수록 오해가 풀리고 입체적인 면모를 보여주며 점점 여론을 회복한다.
주요 시점이 되는 멤버가 계속 바뀌면서 화마다 비슷한 타입의 사람들에게 공감을 이끌어냈다.
결국, 모든 멤버의 이성으로서의 매력과 캐릭터적인 매력을 다 어필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딱 호감도가 무르익을 그 타이밍.
헤일로하임의 첫 음악방송이 터졌다.
여기서 승부수가 나왔다.
-와 개 잘하네
-아이돌 ㅇㅈ합니다…
무대를 잘한 것이다.
시청자들은 마치 즐겨보던 드라마 주인공들의 무대를 보는 것처럼 반응했다.
상상이 현실로 구현되는 것 같은 짜릿함과 신선함이 의외의 시너지를 냈다.
-뭔가 벅찬다 헤일로하임은 실존하는 드라마다ㅠㅠ
한 치만 잘못 디디면 불편함이 흥미를 이겼을 텐데, 운이든 계산이든 그 모든 걸 뚫었다.
그렇게, 혼성 그룹은 성공적으로 런칭했다.
“…….”
어두운 새벽, 테스타의 거실 TV 앞.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성공한 신인 그룹의 무대를 본 3인은 생각에 잠겼다.
“OK. 알았어요.”
가장 먼저 차유진이 어깨를 으쓱했다.
“이 팀 무대 잘해요. 하지만 우리가 더 잘하니까 괜찮아요.”
담담한 발언이었다.
“성별이 섞인 점은 어땠냐.”
“그거 왜요?”
“한국에서는 2000년대 이후로 성공한 혼성 그룹이 거의 없었거든.”
차유진이 당연하다는 얼굴로 대답했다.
“Hey, 영원한 유행 없어요.”
“……!”
“KPOP 그룹도 전통 아니에요. 유행 언제든 바뀔 수 있어요.”
그건…… 그렇다.
2000년대에 유행했던 혼성 그룹이 영원히 시장에서 안 먹힐 거란 보장도 없는 것이다.
설령, 전혀 예상하지 못한 형태로 먹혔더라도 말이다.
“우리 그룹은 하던 대로 잘하면 돼요. Got it?”
“당연히~ Got it.”
큰세진이 웃으며 대답하자, 차유진 녀석은 손을 흔든 뒤 물컵을 반납하러 주방을 성큼성큼 순식간에 왕복했다.
그러나 큰세진은 인상을 찌푸린 채, 차유진이 돌아올 때까지 여전히 소파에 앉아 있었다.
생각에 잠긴 듯이.
“왜.”
“아니…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해서.”
큰세진이 꺼진 TV를 보며 중얼거렸다.
“이건 장기적으론 못 쓸 방법이야.”
“…….”
“왜요?”
“유진이 네가 영원한 유행은 없다고 했지? 영원한 커플도 없거든.”
“…!”
“다음 앨범부터는 어떻게 할지 모르겠지만, 이미지 소모를 너무 빠르게 해버린 느낌이지. 음, 굉장히 실험적이구나~ 싶은걸?”
사실이었다.
저런 프로모션 방식을 또 써먹어서 같은 효과를 내는 건 거의 불가능했다.
테스타로서는 그냥 기다리기만 해도 저쪽은 금세 단물이 쫙 빠져서 버티지 못할 것 같았다.
물론 이 업계에서 장담은 하는 게 아니지만.
“일단 경계하면서 생각해 보자.”
“그래.”
그날의 새벽 모니터링은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셋은 조용히 거실을 정리하고 각자의 방으로 돌아갔다.
나 역시도 침대에 누워서 짧게 생각에 잠겼다.
‘새로운 방식이라.’
수명이 짧고 과격하고, 사람 사생활과 인격을 갈아 넣는 프로모션 방식이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도 드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하는 아이돌 그룹도 수명이 긴 모델은 아니지 않나?
보통 잘 뜬 아이돌 그룹이라도 평균 수명을 7년 정도로 봤다. 몇몇 소수를 빼면 다 각자 알아서 살길 찾아서 개인 활동 위주로 돌아가기 마련이었다.
집단 합숙의 부담과 고강도 안무에 대한 부담, 그리고 적정 연령의 문제 때문이다.
‘더 해 먹겠다는 우리나 VTIC이 괴상한 놈들인 거지.’
그걸 고려하자면.
‘이런 방식도, 아이돌을 더 빠르게 소비하는 흐름일 뿐이다……?’
“…….”
모르겠다. 왠지 기분이 더러웠다.
‘느낌이 다른데.’
애초에 내가 나이대가 다른 탓인지도 모르겠다만, 이건 뭐랄까… 좀 불쾌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그 회사가 혼성 그룹을 프로모션하는 방법은 말이다.
‘소비를 X발 괴상하게 부추기잖아.’
무대를 이 악물고 제대로 하던 그 신인 녀석들을 떠올리면 더더욱.
“…….”
나는 그냥 잠이나 자기로 했다.
경쟁자 걱정할 시간에 내년에 군대 갈 멤버가 있는 우리 그룹이나 걱정하도록 하자.
내가 군대를 두 번 간다는 미친 사실도 잊지 말고.
‘…후.’
그러나 이상하게 그렇게 생각해도, 바로 머릿속이 정리되고 잠이 오진 않았다.
불길한 예감처럼.
뭔가 놓치고 있는 것 같다는….
“…….”
방금 말이다.
아이돌 그룹 수명이 짧은 이유로 내가 뭘 들었지?
합숙, 적정 연령, 그리고…….
‘고강도 안무…….’
“…….”
잠깐.
“…!”
나는 당장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서 스마트폰을 들었다.
그리고 당장 접속했다.
그간 별다른 논란거리가 없어 굳이 모니터링하지 않았던 물 밑으로.
의식하고 보는 순간 눈에 박히는 표현들이 있다.
-에픽 역시 안무 없네ㅅㅂㅋㅋㅋㅋㅋ
-음… 셤별도 결국 이 수순인가 싶어서 좀 씁쓸하긴 함
-아 이래서 이거 음원 잘 되면 안 됐다고 섬별 이제 이래도 통하는구나 생각하겠네 ㅅㅂ
-이렇게 또 연습량으로 군무 조지는 독기 아이돌 하나가 갑니다
찬물이라도 얻어맞은 기분이다.
‘한 그룹의 아이돌로서의 전성기는 수명이 길지 않다.’
그때가 다가오면 숙소를 없애고, 개인 활동이 늘어나고, 군무 비중이 줄어든다.
많은 그룹이 그래왔다.
‘이건 이미 공식이나 다름없다.’
이제 아이돌 팬들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다.
그러니, 이번 테스타의 앨범은 이 사람들에게는 일종의 시그널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테스타가 기존의 컨셉을 버리고 편안한 방식으로 갈아타 볼까 간을 보는 시도로 말이다.
이제 더는 전성기 아이돌 그룹으로서 이 악물고 치열하게 살 생각이 없다는 신호로.
그들이, 본래 테스타를 좋아했던 이유가 사라지고 대체될 거라는 사인으로.
-사실 나쁜 건 아님 솔직히 애들도 이제 연골 생각해야 할 때지 곧 군머도 갈 거고… 근데 제 심장이 안 뛴다 이 말이에요
-신인 아이돌 추천 받는다 독기 가득한 애들 어디 없냐
‘안 돼.’
지금 물 밑을 굳이 찾아내서 이렇게 떠드는 사람들이 있는 거지, 보통은 굳이 불만을 표출하지 않는다.
자연스러운 수순이라고 생각하니까.
‘그냥… 슬슬 다른 아이돌을 알아보게 되는 거다.’
활동이 줄어들고, 마음이 뜨는 것이다.
“…….”
차유진이라면 이렇게 말하겠지.
-우리 빨리 새 앨범 내요. 그럼 문제없어요.
우리 여전히 열심히 할 거라고 어필하자는 거다.
‘정답이지.’
근데 X발, 더 큰 문제는… 지금은 그게 안 된다는 점이다.
‘이미 Epic으로 활동해 버렸다고!’
그게 너무 잘 돼서 오히려 문제가 된 것이다!
대중이 우리한테 당장 기대하는 이미지가 그쪽으로 형성된 상태다.
대중적이고, 약간 편안하면서도 부담 없이 들을 수 있는 음원.
근데 이 분위기에서 갑자기 새 앨범이 나온다고 하면? 당연히 그런 음원이 다시 나오길 기대할 것이다.
‘그런데 우린 이번 정규 앨범을 아주 빡세고 컨셉추얼하게 준비했지.’
문화훈장을 노리고 글로벌 팬덤을 공략하려는 노선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그럼 어떻게 되느냐.
-오 곡 좋다
-음 뭔가 생각했던 느낌과는 다르지만 응원합니다~ 테스타 이번에도 흥하길!^^
그리고 음원 순위가 안 나오는 순간,
‘화제성과 급을 모두 깎아 먹기 십상이다…….’
“…….”
나는 고개를 박았다.
X 됐다.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569화
“저 팝콘 가져올래요.”
“참아라.”
그렇게 다른 멤버들이 다 잠든 새벽, 테스타 3명은 어두컴컴한 거실에서 TV로 인터넷에 접속해 정보를 탐색하기 시작했다.
바로 우리를 밀고 음원차트에서 1위를 했다는 신인 ‘혼성’ 아이돌 그룹.
헤일로하임(HaloHe-im).
“…….”
원어민 차유진의 평가와 함께 그 혼성 그룹의 데뷔곡, 이 화면에 흘렀다.
네 Heartbeat은
지금 누구에게 뛰는 건지]
업 템포에 귀에 잘 달라붙는 자연스럽고 기분 좋은 곡.
카페 같은 곳에서 흘러나오기 좋을 것 같은, 청량하고 분위기 있는 멜로디가 반주와 흐른다.
“곡이 좋네.”
“I agree.”
하지만 아무리 좋은 곡을 내도 빛 보지 못하고 사라지는 가수는 분기마다 있을 터다.
심지어 혼성 그룹이, 역주행도 아니고 음원 발표 1주일 만에 1위를 차지할 정도라면….
“다른 셀링포인트도 있을 것 같은데.”
“Yap.”
나는 큰세진과 차유진의 암묵적인 동의하에 탐색을 이었다.
오래 할 것도 없었다.
해당 뮤직비디오에서 무려 조회수 500만이 넘는, 40분짜리 연관 동영상이 떴으니까.
바로 교복을 입은 헤일로하임 멤버들 몇이 서로 엇갈리게 마주 본채 웃고 있는 썸네일의 자체 컨텐츠다.
“…….”
아이돌 자체 컨텐츠라기엔 어딘가 위화감이 드는 타이틀 배치였다.
그러나 위튜브에서 흔히 봤던 것 같은, 어딘가 낯익은 형태다.
“잠깐.”
나는 해당 컨텐츠의 에피소드 1화를 찾아내서 재생했다.
푸릇푸릇한 학교 전경의 벤치를 배경으로 내레이션이 나왔다.
“아.”
거기까지 본 순간 이게 뭔지 깨달았다. 나는 팔짱을 끼며 침음했다.
‘미친.’
이 소속사 새끼들, 아예 대놓고 리얼리티 짝짓기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해 놨다.
혼성 그룹이 열애설이 잘 난다고?
그걸 역으로 이용해서 그룹 세계관을 짠 것이다.
보는 사람 마음대로 드라마를 만들고 분석해 보라고 말이다.
영상은 가상의 학교를 배경으로, 각기 다른 성격을 가진 4명의 여학생을 먼저 소개한다.
그리고 연이어 남자 멤버들이 남학생으로 ‘전학’을 왔다는 컨셉 하에 학교에 등장했다.
그렇게 학생들은 학교 컨셉의 이런저런 팀미션을 하면서 서로의 성격과 행동 패턴을 더 자세히 알아가게 된다.
실험 조과제부터 요리 실습, 수행 평가에 담력 시험까지.
그리고 하루의 일과가 끝나면, 각자 가장 잘 맞았던 이성 1명과 동성 1명을 골라 익명으로 문자를 보내는 것이다.
그렇게 누가 잘 맞고 잘 맞지 않는지, 누가 누구에게 호감이 생기는지 보여주는 것이다.
사랑의 작대기와 우정의 작대기가 엇갈리며 난무하는 걸 아주 표까지 띄워줬다.
“…….”
“…….”
그 개판을 보며 테스타 3인은 차마 아무런 리액션도 하지 못했다.
문화 충격 때문이었다.
‘…대놓고 연애 리얼리티군.’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이다.
그래도 충격을 참으며 좀 더 살펴보니 단순히 개판 어그로는 아니었다. 섬세히 작업한 게 눈에 보인 것이다.
가령 이 ‘학교’라는 설정은 정말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배경 설정처럼, 모두가 가짜라는 걸 알면서도 적당히 몰입하는 느낌으로 처리했다.
연기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게, 편안하게. 개개인이 훨씬 자연스럽고 진실하게 느껴지도록 말이다.
그리고 매화 결정적인 순간에 OST처럼 이들의 데뷔 타이틀곡이 흘러나오는 것이다.
태연하게 굴 수 있어]
예고편으로 넘어가기 직전에도 나오는 그 곡의 하이라이트 멜로디는 기가 막히게 어울렸다.
음원 노출 한번 아주 자연스럽게 시킨다.
-재빈아 제발 휴고가 진국임 휴고랑 팀 하자 함 좋게 봐주자ㅠㅠ
-솔직히 현우랑 지현이가 제일 잘 어울림 둘이 성격도 잘 맞고 괜히 쓸데없는 곳에 힘 빼지 말고 둘이 미션해서 꽁냥거리는 거나 보여줘라
-나만 지현이 휴고 귀엽다고 생각하냐 서로 안 맞는다고 꿍얼거리는 거 너무 귀여웤ㅋㅋㅋ
└ㅇㅈ혐관 존맛
갈수록 ‘아이돌 데리고 이런 짓을 하다니 미쳤냐’는 욕 대신, 사람들이 과몰입해서 적어놓은 댓글들이 더 많은 추천수를 받고 상단에 올라와 있었다.
프로그램을 재밌고 쫄리게 잘 뽑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말이다.
“…여기서 시청자 투표로 가장 ‘잘 맞는 두 사람’으로 뽑히면, 다음 앨범에서 센터를 받는다는데.”
“……와~”
큰세진이 뒷말을 잇지 못했다. 이해한다.
그래도 녀석은 간신히 다른 문장을 완성했다.
“이거… 아니, 이러면 여론 관리가 안 될 텐데.”
“그렇겠지.”
기존 아이돌 팬들이 기함할 방식이었다.
그래서 이 영상은 원래 연애 리얼리티를 좋아하던 사람들 위주로 조회수가 붙었던 듯했다.
게다가 이 사람들이 과몰입해 있으니 더 문제였다.
당장 2화로 가니 무슨 멤버 하나가 더럽게 욕을 먹고 있었다. 가정 실습에서 갑자기 뜬금없이 다른 이성을 골랐다는 이유였다.
-예의가 아니지 진짜 너무한다
-와 ㄹㅇ 친구하기도 싫은 타입.. 우정 문자 하나도 못 받은 거 괜히 그런 게 아니구나ㅋ
-비마이걸즈에서도 쎄하더니 역시ㅋ
파트너를 뺏긴 입장에 몰입한 사람들이 다는 악플은 진짜 선을 세게 넘었다.
게다가 은근히 서로 신경을 건드리다가 욱해서 싸우는 것을 그대로 보여주기까지.
‘가관이다.’
겨우 20살 넘은 애들 욕받이로 내세우는 거야 온갖 방송사에서 하던 개짓거리지만, 이건 소속사 자체 예능인데도 이런다는 게 X 같이 끝내줬다.
‘그룹 팬이라는 게 생길 수가 없는 분위기 아니냐고.’
우리만 해도 아직도 당시 생긴 개인팬들 위주의 분위기가 남아 있을 정도였다.
데뷔 전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영향력이 이렇게 강한데, 아예 데뷔한 녀석들로 이런 짓을 하면…….
“보통은 알아서 자멸하지.”
본래는 그랬을 터다.
하지만.
“그런데 통했잖아.”
“…….”
이 웹드라마와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교묘히 섞어놓은 듯한 자체 컨텐츠는, 또래인 10대 위주로 대단한 몰입과 반향을 얻는 모양이었다.
그다음으로 붙은 게 연애 프로그램 시청자들.
지금 시청자의 다수를 차지하는 어마어마한 머릿수의 사람들이었다.
그 사람들을 끌어들여서 본 이득이 뭔가?
“입소문을 탄 거야.”
과몰입한 사람들에 의해 인터넷에 게시글이 우후죽순 올라오는 것이다.
-하트헤임 의외로 재밌네
-담력 시험을 가는데 파트너가 자길 두고 가래요.jpg
-아 미친 지현이가 비마걸 걔야?
└지현이 데뷔함?
그러자 마이너한 서바이벌이었던 까지 가볍게 시청했던 골수 KPOP 리스너들이 가세한다.
연이어 원래도 이런 걸 좋아하는 글로벌 KPOP 팬들이 붙으면…….
‘조회수가 폭발하는 거지.’
물론 욕과 반발, 논란도 휘몰아친 흔적이 적나라하게 남아 있긴 했다.
일단 기존 로 생긴 데뷔인원들의 팬덤은 어땠겠는가.
‘죽을 맛이었겠지.’
겨우 데뷔하는 줄 알았더니 소속사가 나서서 웬 개짓거리 한다면서 거품 물었을 것이다.
하지만 너무 강하게 나오진 못했을 것이다.
‘이미 조작 논란이 붙어 있다.’
멤버들 잘못은 없다고 주장할 만하더라도, 워낙 큰 건이 물렸기 때문에 더는 구설수를 키우기가 조심스러웠을 것이다.
조용히 회사에 대응하려다가, 결국 점점 반응이 핫 하고 좋아지자 체념했을 터다.
‘그렇게, 그 모든 부정적인 화학 반응까지도 버즈량으로 소화된다.’
무플보단 악플이 좋다. 관심이니까.
파는 물건의 퀄리티에 자신만 있다면.
‘여론은 뒤집을 수 있다.’
그리고 소속사는 거기까지 판을 깔아뒀다.
-뭐야… 아 편지 현우한테 받은 거라고 생각해서 그랬던 거구나ㅠㅠ
욕을 먹던 멤버는 화가 넘어갈수록 오해가 풀리고 입체적인 면모를 보여주며 점점 여론을 회복한다.
주요 시점이 되는 멤버가 계속 바뀌면서 화마다 비슷한 타입의 사람들에게 공감을 이끌어냈다.
결국, 모든 멤버의 이성으로서의 매력과 캐릭터적인 매력을 다 어필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딱 호감도가 무르익을 그 타이밍.
헤일로하임의 첫 음악방송이 터졌다.
여기서 승부수가 나왔다.
-와 개 잘하네
-아이돌 ㅇㅈ합니다…
무대를 잘한 것이다.
시청자들은 마치 즐겨보던 드라마 주인공들의 무대를 보는 것처럼 반응했다.
상상이 현실로 구현되는 것 같은 짜릿함과 신선함이 의외의 시너지를 냈다.
-뭔가 벅찬다 헤일로하임은 실존하는 드라마다ㅠㅠ
한 치만 잘못 디디면 불편함이 흥미를 이겼을 텐데, 운이든 계산이든 그 모든 걸 뚫었다.
그렇게, 혼성 그룹은 성공적으로 런칭했다.
“…….”
어두운 새벽, 테스타의 거실 TV 앞.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성공한 신인 그룹의 무대를 본 3인은 생각에 잠겼다.
“OK. 알았어요.”
가장 먼저 차유진이 어깨를 으쓱했다.
“이 팀 무대 잘해요. 하지만 우리가 더 잘하니까 괜찮아요.”
담담한 발언이었다.
“성별이 섞인 점은 어땠냐.”
“그거 왜요?”
“한국에서는 2000년대 이후로 성공한 혼성 그룹이 거의 없었거든.”
차유진이 당연하다는 얼굴로 대답했다.
“Hey, 영원한 유행 없어요.”
“……!”
“KPOP 그룹도 전통 아니에요. 유행 언제든 바뀔 수 있어요.”
그건…… 그렇다.
2000년대에 유행했던 혼성 그룹이 영원히 시장에서 안 먹힐 거란 보장도 없는 것이다.
설령, 전혀 예상하지 못한 형태로 먹혔더라도 말이다.
“우리 그룹은 하던 대로 잘하면 돼요. Got it?”
“당연히~ Got it.”
큰세진이 웃으며 대답하자, 차유진 녀석은 손을 흔든 뒤 물컵을 반납하러 주방을 성큼성큼 순식간에 왕복했다.
그러나 큰세진은 인상을 찌푸린 채, 차유진이 돌아올 때까지 여전히 소파에 앉아 있었다.
생각에 잠긴 듯이.
“왜.”
“아니…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해서.”
큰세진이 꺼진 TV를 보며 중얼거렸다.
“이건 장기적으론 못 쓸 방법이야.”
“…….”
“왜요?”
“유진이 네가 영원한 유행은 없다고 했지? 영원한 커플도 없거든.”
“…!”
“다음 앨범부터는 어떻게 할지 모르겠지만, 이미지 소모를 너무 빠르게 해버린 느낌이지. 음, 굉장히 실험적이구나~ 싶은걸?”
사실이었다.
저런 프로모션 방식을 또 써먹어서 같은 효과를 내는 건 거의 불가능했다.
테스타로서는 그냥 기다리기만 해도 저쪽은 금세 단물이 쫙 빠져서 버티지 못할 것 같았다.
물론 이 업계에서 장담은 하는 게 아니지만.
“일단 경계하면서 생각해 보자.”
“그래.”
그날의 새벽 모니터링은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셋은 조용히 거실을 정리하고 각자의 방으로 돌아갔다.
나 역시도 침대에 누워서 짧게 생각에 잠겼다.
‘새로운 방식이라.’
수명이 짧고 과격하고, 사람 사생활과 인격을 갈아 넣는 프로모션 방식이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도 드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하는 아이돌 그룹도 수명이 긴 모델은 아니지 않나?
보통 잘 뜬 아이돌 그룹이라도 평균 수명을 7년 정도로 봤다. 몇몇 소수를 빼면 다 각자 알아서 살길 찾아서 개인 활동 위주로 돌아가기 마련이었다.
집단 합숙의 부담과 고강도 안무에 대한 부담, 그리고 적정 연령의 문제 때문이다.
‘더 해 먹겠다는 우리나 VTIC이 괴상한 놈들인 거지.’
그걸 고려하자면.
‘이런 방식도, 아이돌을 더 빠르게 소비하는 흐름일 뿐이다……?’
“…….”
모르겠다. 왠지 기분이 더러웠다.
‘느낌이 다른데.’
애초에 내가 나이대가 다른 탓인지도 모르겠다만, 이건 뭐랄까… 좀 불쾌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그 회사가 혼성 그룹을 프로모션하는 방법은 말이다.
‘소비를 X발 괴상하게 부추기잖아.’
무대를 이 악물고 제대로 하던 그 신인 녀석들을 떠올리면 더더욱.
“…….”
나는 그냥 잠이나 자기로 했다.
경쟁자 걱정할 시간에 내년에 군대 갈 멤버가 있는 우리 그룹이나 걱정하도록 하자.
내가 군대를 두 번 간다는 미친 사실도 잊지 말고.
‘…후.’
그러나 이상하게 그렇게 생각해도, 바로 머릿속이 정리되고 잠이 오진 않았다.
불길한 예감처럼.
뭔가 놓치고 있는 것 같다는….
“…….”
방금 말이다.
아이돌 그룹 수명이 짧은 이유로 내가 뭘 들었지?
합숙, 적정 연령, 그리고…….
‘고강도 안무…….’
“…….”
잠깐.
“…!”
나는 당장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서 스마트폰을 들었다.
그리고 당장 접속했다.
그간 별다른 논란거리가 없어 굳이 모니터링하지 않았던 물 밑으로.
의식하고 보는 순간 눈에 박히는 표현들이 있다.
-에픽 역시 안무 없네ㅅㅂㅋㅋㅋㅋㅋ
-음… 셤별도 결국 이 수순인가 싶어서 좀 씁쓸하긴 함
-아 이래서 이거 음원 잘 되면 안 됐다고 섬별 이제 이래도 통하는구나 생각하겠네 ㅅㅂ
-이렇게 또 연습량으로 군무 조지는 독기 아이돌 하나가 갑니다
찬물이라도 얻어맞은 기분이다.
‘한 그룹의 아이돌로서의 전성기는 수명이 길지 않다.’
그때가 다가오면 숙소를 없애고, 개인 활동이 늘어나고, 군무 비중이 줄어든다.
많은 그룹이 그래왔다.
‘이건 이미 공식이나 다름없다.’
이제 아이돌 팬들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다.
그러니, 이번 테스타의 앨범은 이 사람들에게는 일종의 시그널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테스타가 기존의 컨셉을 버리고 편안한 방식으로 갈아타 볼까 간을 보는 시도로 말이다.
이제 더는 전성기 아이돌 그룹으로서 이 악물고 치열하게 살 생각이 없다는 신호로.
그들이, 본래 테스타를 좋아했던 이유가 사라지고 대체될 거라는 사인으로.
-사실 나쁜 건 아님 솔직히 애들도 이제 연골 생각해야 할 때지 곧 군머도 갈 거고… 근데 제 심장이 안 뛴다 이 말이에요
-신인 아이돌 추천 받는다 독기 가득한 애들 어디 없냐
‘안 돼.’
지금 물 밑을 굳이 찾아내서 이렇게 떠드는 사람들이 있는 거지, 보통은 굳이 불만을 표출하지 않는다.
자연스러운 수순이라고 생각하니까.
‘그냥… 슬슬 다른 아이돌을 알아보게 되는 거다.’
활동이 줄어들고, 마음이 뜨는 것이다.
“…….”
차유진이라면 이렇게 말하겠지.
-우리 빨리 새 앨범 내요. 그럼 문제없어요.
우리 여전히 열심히 할 거라고 어필하자는 거다.
‘정답이지.’
근데 X발, 더 큰 문제는… 지금은 그게 안 된다는 점이다.
‘이미 Epic으로 활동해 버렸다고!’
그게 너무 잘 돼서 오히려 문제가 된 것이다!
대중이 우리한테 당장 기대하는 이미지가 그쪽으로 형성된 상태다.
대중적이고, 약간 편안하면서도 부담 없이 들을 수 있는 음원.
근데 이 분위기에서 갑자기 새 앨범이 나온다고 하면? 당연히 그런 음원이 다시 나오길 기대할 것이다.
‘그런데 우린 이번 정규 앨범을 아주 빡세고 컨셉추얼하게 준비했지.’
문화훈장을 노리고 글로벌 팬덤을 공략하려는 노선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그럼 어떻게 되느냐.
-오 곡 좋다
-음 뭔가 생각했던 느낌과는 다르지만 응원합니다~ 테스타 이번에도 흥하길!^^
그리고 음원 순위가 안 나오는 순간,
‘화제성과 급을 모두 깎아 먹기 십상이다…….’
“…….”
나는 고개를 박았다.
X 됐다.